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1.10.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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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평등의 땅에

박준도 | 편집부장
이 앨범은 1990년 2월 민중문화운동연합(이하 민문연)의 공연 실황이다. 전노협 건설에 즈음하여 민문연 노래 분과인 "새벽"의 주도로 이루어졌으며, 이는 "새벽"의 지난 노래운동의 성과를 집약하고 있는 공연이기도 하다.

새벽은 1984년 결성된 남한 최초의 음악운동집단이며, 87년 결성된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모조직이기도 하다. 80년대, 90년대 초 노래공연의 주된 양식이었던 노래극(연극적인 대사, 유장한 선동가의 외침을 동반하는 공연)의 모태가 되는 공연인 "또 다시 들을 빼앗겨"가 새벽의 첫 공연이었다. 비장감과 함께 탁 터지는 듯한 창법, 독특한 스트로크의 기타연주, 정박을 이끄는 편곡방식 등 80년대 특유의 연출과 표현기법도 새벽에서 유래되었다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80년대 민중가요를 누군가 안다면, 그 대부분이 "새벽"에서 만든 것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절대 다수를 창작하기도 하였다.
'노래는 무엇인가' - 노래운동 내에서 처음으로 이같은 미학적인 질문을 던지며, 보다 의식적이며, 보다 전문적인 음악운동을 역설했던 새벽은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보다 변혁적이며, 보다 계급적인 노래운동을 강조하였다. 이전까지는 "이 산하에", "그날이 오면" 등 서정적인 노래를 주되게 창작하였다면, 이후에는 '음악의 당파성'이라는 창작원칙을 앞세워, "선언", "철의 기지", "백두에서 한라, 한라에서 백두", "해방을 향한 진군"을 창작한다. 이는 직후 만개하는 발라드, 뽕짝, 폴카풍 류의 민중가요 비판의 준거가 되기도 한다. 사실, 이들 기획의 핵심은 노동자계급에게 있어 예술은 무엇인가이다. 이 앨범에서는 이들의 문제의식뿐만 아니라, 당시의 연출기법까지 온전히 모두 다 들을 수 있다. 93년 일부 복각되어 판매되기도 하고(옆의 표지사진), 99년에는 www.nodong.com 에서 일부 디지털 복원되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어디에서도 들어볼 도리가 없다. 당장, 기회를 만들라치면, 필자가 사회진보연대 홈페이지에 임시로나마 복각해 놓는 일일 것이다.

91년 계급투쟁의 패배와 포스트모더니즘 열풍은 기왕에 존재했던 민중가요를 해체시켜 놓았다. "새벽" 역시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는지, "러시아에 관한 명상"을 끝으로 해산한다. 브레이트와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새벽"의 마지막이었다. 이 작업에 대해 심지어는 대학노래패조차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이는 오늘날 민중가요의 대답이기도 하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는 김광석, 안치환, 윤선애, 김삼연 등 새벽의 내노라하는 가수들이 무엇을 노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어느 뼈아픈 지적에 대한 대답이면서 말이다.

"90년대로 접어들면서 계급혁명의 포기와 현실 사회주의의 와해로 타격을 입으면서 사회주의 지향적인 엘리트 그룹부터 괴멸되었다. 엘리트는 신발만 거꾸로 신으면 지배계급의 꼭대기로 포섭되지 않는가?" 정태춘 ... [강헌과의 인터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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