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오늘평등
  • 2015/10 제9호

뉴스테이

배반의 시대에 맞선 주거권 운동

  •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

거짓은 마음껏 춤춰 보아라!

“거짓은 마음껏 춤춰 보아라!” 1986년 상계5동 세입자 철거민들의 호소문 제목이다. 저렴한 공공 임대주택을 요구하는 상계동 철거 세입자들을, 아파트 입주권을 노리는 자들로 매도하며 폭력철거와 연행을 자행한 정부당국의 거짓을 폭로하는 호소문이었다.

1980년대 말 전월세대란으로 인한 잇따른 자살 도미노 현상과 강제철거에 맞선 조직적인 철거민 투쟁의 역사가 1989년 영구임대주택 정책을 이끌어내며, 공공임대주택 시대를 열었다.  

이후 역대 정권마다 다양한 이름의 공공임대주택 확충을 공약해 왔지만, 여전히 우리는 전체 주택의 5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공공임대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민간임대 시장의 비중은 여전히 절대적으로 크다.

박근혜 정부 들어 ‘서민·중산층 주거안정’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하는 부동산 정책을 두 달에 한번 꼴로 쏟아냈지만, 서민, 중산층의 주거안정을 위협하는 치솟는 전월세 가격 폭등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부동산 정책의 수혜는 다주택자와 건설자본에게로 향했으며, ‘빚내서 집사라’는 표현으로 대표되듯 정부는 규제완화를 통한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치중해 왔다. 198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집을 둘러싼 권력자들의 거짓은 어디까지 춤출 수 있을까?
 

기업형 임대주택 시대의 개막

‘뉴스테이(New Stay)’의 국내 1호 착공식이 지난 9월 17일, 인천 도화 뉴스테이 사업장에서 개최되었다. 공공의 재원을 투자하면서도 공공임대주택의 규제를 배제하는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가 처음으로 착공하는 자리, 박근혜 대통령은 깜짝 방문하여 축사를 했고, 주요 방송은 이를 생중계했다.

박근혜는 축사에서 “뉴스테이가 확산되어 임대주택의 새로운 대안으로 정착된다면, 주택의 개념을 소유에서 거주로 전환하는 중산층 주거혁신의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며 격찬했고, “무주택 여부나 소득여건에 상관없이 청약할 수 있고, 8년간 이사걱정 없이 거주할 수 있으며, 임대료 인상도 연간 5퍼센트 이내로 제한”된다고 유혹했다. 

또한 “뉴스테이와 경쟁해야 하는 주변 임대주택들도 이제는 과도한 임대료를 요구하기 힘들어져 전월세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모두가 꿈꾸는 행복한 삶은 주거의 안정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로, ‘우주가 나서서 도와줘야 가능할’ 간절한 염원을 이야기했다.

과연 뉴스테이는 저렴하고 안정적인 임대주택일까? 기업형 임대주택이 민간임대시장을 통제해 전월세 인상을 억제할 수 있을까? 서민은 제쳐둔다 쳐도, 이 제도가 중산층을 위한 주거혁신이긴 한 걸까? 

이 글에서는 위 질문들에 대한 대답으로, 뉴스테이가 갖고 있는 문제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그리고 기업형 임대주택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정책적 타당성과 실효성 문제 뿐 아니라, 월세 시대로의 빠른 전환과 공공임대 정책의 심각한 후퇴로 이어진다는 점에 주목한다. 
 

뉴스테이, 이래도 안할래?

뉴스테이 이전에 박근혜 정권의 핵심 주거정책은 도심에 공급되는 저렴한 공공임대 주택인 ‘행복주택’이었다. 대선 때 철도부지 등을 활용해 도심에 20만 호의 행복주택을 건설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이미 행복주택은 곳곳에서 표류하거나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그리고 지난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발표한 ‘수익·손익 공유형 모기지’ 정책은 ‘1퍼센트 대 로또 대출’이라며 주목받았지만, 실적 없이 사실상 무산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쩌면 내년 총선을 겨냥하고 새롭게 내놓은 주거정책이 바로 ‘뉴스테이’다. 박근혜 정권으로서도 남은 임기 동안의 주된 부동산 정책은 뉴스테이 활성화에 걸 것으로 보인다. 1호 뉴스테이 착공식에서도, 박근혜는 뉴스테이 성공을 위해 “사업추진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과감히 풀면서 지원은 획기적으로 늘려갈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정부는 올해 1월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을 통한 중산층 주거혁신 방안’을 제시하면서 각종 규제 감면 및 세제 혜택을 발표했다. 지난 8월에는 국회가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등 뉴스테이 3법을 통과시켜, 특별법의 지위를 획득하게 되었다.

법안의 핵심 내용은 기업에게 도시주택기금(구 국민주택기금) 지원과 세제 감면을 제공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조성한 택지를 우선 제공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또한 기존 임대주택의 규제를 대폭 풀어 세후 5퍼센트 수익률을 보장해 준다. 이에 더해 임대주택법으로 규제하는 내용 중 임대 의무기간(4년 또는 8년)과 임대료 상승률(연 5퍼센트)을 제외한 초기 임대료, 분양전환 의무(분양시 임차인 선취득 등), 임차인자격(무주택), 담보권 설정 제한 등의 규제를 폐지했다.

특히 ‘기업형 임대주택 촉진지구’를 도입해, 기업에게 촉진 지구를 지정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해 주었으며, 도심내 공공부지인 미 매각 용지(학교용지 등), 그린벨트지역 등을 기업형 임대사업자가 촉진지구로 지정할 수 있게 해주었고, 인허가 절차도 대폭 축소했다. 또한 촉진지구에서는 지자체 조례에도 불구하고 용적률·건폐율을 법정 상한까지 적용해주고, 제한된 용도 지역들에서도 업무시설 등 복합용도 개발을 할 수 있게 허용해 주었다.

이는 그린벨트 지역을 촉진지구로 지정, 저렴한 땅을 각종 세제 혜택까지 받으며 취득한 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의 임대주택만 조성하면 토지의 절반은 복합용도로 개발해 막대한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의무 임대기간(4년, 8년) 종료 후, 분양 전환 시 막대한 추가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그야말로 기업에게 “뉴스테이, 이래도 안할래?”라며 혜택을 몰아주는 종합 선물세트인 것이다.
 
 

중상층과 기업을 위한 ‘대기업 브랜드 임대주택’

대기업에 대한 특혜 문제뿐 아니라, 뉴스테이는 공공자원의 배분이라는 원칙에 있어서도 심각한 문제를 보이고 있다. 중산층 주거혁신이라는 정부 선전을 인정한다 해도, 서민주거안정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공적자원의 지원 대상이 주거약자가 아닌, 중산층에게 투여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폭등하는 전월세 대란으로 고통 받는 이들은, 뉴스테이의 정책 타깃인 중산층에 포함되지 못한다. 특히 뉴스테이는 기업의 사업성에 맞춘 중산층 임대주택이라는 점에서, 중산층 중에서도 고가의 전세 수요자인 중‘상’층을 위한 ‘대기업 브랜드 임대주택’이라 할 수 있다. 벌써부터 초기 임대료 규제 폐지로 지나치게 비싼 월세로 공급되고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이러한 대기업 브랜드 임대주택은 전월세 안정에 도움을 줄 거라는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브랜드 분양아파트가 보여주었던 것처럼 인근지역의 집값 상승과 임대료 상승을 불러와 월세 시대의 가속화와 월세 폭등을 불러올 것이다.
 

주거권 확보에 대한 배반의 시대

건설 대기업과 중상층에게 이익을 몰아준다는 정책 자체의 편향성 문제도 심각하지만, 근본적으로 뉴스테이를 임대주택의 대안 모델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문제다. 주거권을 중심으로 한 공공임대 정책의 심각한 후퇴를 불러 오기 때문이다.

뉴스테이 도입 이전부터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확충보다는 민간임대 시장의 활성화에 방점을 찍는 정책을 펼쳐왔다. 게다가 최근 공공임대주택 2만 5000가구를 조성할 수 있는 택지를 LH 부채 감축 이유로 민간 기업에 매각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공공임대 정책에 대한 정부의 소홀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결국 기업형 임대주택 시대의 도래는, 공공임대주택 확충이라는 주거권 요구에 대한 배반으로 귀결될 것이다.

이제 오는 10월 5일(매년 10월 첫 주 월요일)이면, ‘모두에게 적절한 주거의 권리’를 천명한 ‘세계 주거의 날(유엔 인간정주의 날)’이다. 한국에서 주거권 운동진영은 세계 주거의 날을 맞아, 내년 10월 20년 만에 열리는 ‘3차 세계 주거회의(UN-HabitatⅢ)’를 준비하기 위한 조직을 꾸리고 있다. 조직될 주거권 운동의 연대는, 지구적 차원의 인간 정주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한국의 전월세 폭등으로 인한 주거 불안과 공공임대 정책의 후퇴라는 도전에 맞선 대응을 중심으로, 주거권 운동의 보다 확장된 요구를 제시하고 조직해 나가야 할 것이다.

배반의 시대에 마음껏 춤추고 있는 저들의 거짓에 맞서 공공임대주택, 나아가 사회주택의 확충을 요구하며 주거권운동의 연대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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