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특집
  • 2015/11 제10호

노동개악에 맞선 노동자, 어떻게 싸울 것인가

'삶은 개구리'에서 '불꽃놀이'같은 투쟁으로

  • 곽형수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부지회장

며칠 전 어느날 밤. 지회 사무실에 혼자 있던 나는 라면을 끓여먹었다. 보글보글 맛있게 익어가는 라면. 아, 배고픈데 빨리 안 끓나? 급한 마음에 라면냄비를 잡는 순간 떨어뜨리고 말았다. 앗, 뜨거! 배는 고픈데 라면은 쏟아지고 손마저 데이고 말았다. 게다가 라면까지 치워야 하네. 조금만 신중할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오지만 때는 늦어버렸다. 그리곤 금세 잊어버리고 만다.

 

우리 지회가 그렇다. 천안센터와 울산센터에서의 취업규칙 개악 시도에서 그랬고, 해고 투쟁에서 그랬다. 문제가 해결되는 순간 우리는 잊어버리고 만다. 그때는 그렇게도 뜨겁고 힘든 일이었는데 말이다.

 

삶은 개구리처럼

프랑스에는 ‘삶은 개구리’라는 유명한 요리가 있다고 한다. (물론 직접 먹어보진 못했다.) 냄비에 개구리가 좋아하는 온도의 물을 넣고, 개구리를 산 채로 넣은 후 아주 서서히 물을 끓이면, 개구리는 자신이 삶아지는지도 모르는 채, 죽어가는지도 모르는 채 그렇게 죽어간단다.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는 이미 우리를 냄비에 넣고 서서히 끓이고 있는데 우리 노동자들은 우리가 죽어가는지도 모르는 채 이렇게 무기력한 투쟁만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가 이렇다. 계약직이나 특수고용직 같은 불안정한 일자리가 확산될 때, 정리해고제가 처음 도입될 때 우리들 각각은 당장 나에게 닥친 일이 아니었기에 절실하지 못 했고, ‘나랑 상관있겠어?’라는 생각에 절박한 투쟁을 만들어내지 못 했다. 정부에게 자본에게 그렇게 목줄을 내주고 있다.

 

막다른 골목

삼성전자서비스는 이미 지난 봄 선제적 취업규칙 개악을 시도한 바 있다. 그리고 지금은 인원을 감축하고 제휴인력(특수고용형태)으로 돌리려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일례로 진주센터에서는 멀쩡하게 직원으로 있던 수리기사들을 제휴인력으로 돌리는 짓을 하고 있다. 제휴인력에겐 4대 보험 부담이 없으니 일반적인 고용을 할 때보다 더 많은 이윤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노조가 없을 때나 통할 수 있는 꼼수다. 우리는 이미 진실을 알게 됐고, 호락호락하게 당하고 있지만은 않는다. 고용안정과 단협이 얼마나 소중한데 책임은 지지 않고 일만 시켜먹겠다고 제휴인력을 하라니! 자본가들의 속내가 뻔히 들여다보인다.

 

임금피크제.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기간제 기간 연장, 파견업종 확대 등 하나하나가 노동자의 숨통을 죄는 변화들 일색이다. 그렇게 우리는 미래와 희망도 없는 노예가 되고 말 것인가? 언제까지 방어 투쟁만 해야 하는가. 노동자들은 이제 막다른 골목에 서있다. 조직된 노동자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을 사지로 내몰고 있는 자본과 정권을 향해 한 사람 한 사람의 소리를 모으고 전투를 벌여야 한다.

 

불꽃놀이 같은 투쟁?

삼성전자서비스는 노조가 없던 시절 100퍼센트 성과급제의 임금체계를 경험한 적 있다. 기본급 없이 고무줄처럼 자의적인 성과급이 100퍼센트인 이른바 ‘건당수수료제’로 인해 노동시간은 늘고 노동강도는 세졌고, 월급도 줄었다. 게다가 직장동료가 경쟁상대로 여겨지면서 사이도 멀어졌다. 오죽하면 2년 전 노조를 만들고 우리 조합원들을 처음 본 상급단위 금속노조의 한 간부가 이렇게 말하기도 했었겠는가. “뭉칠 수 없는 모래 같다”고. 그러나 민주노조를 만들어 최종범과 염호석 두 열사를 떠나보내는 등 서글프고 숨 가쁜 2년을 보냈고, 미약하나마 단체협약도 쟁취했다. 적은 액수지만 기본급도 생겼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이렇게 실천하려 한다. 전국적으로 주요 도심지에 퍼져있는 조합원들이 스스로 노동시장 구조개악에 대해 알리고 국민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시민 선전전을 할 것이다. 막기만 하는 투쟁에서 벗어나 선제공격을 하는 반재벌투쟁을 전개하려 한다.

 

2기 집행부가 서기 무섭게 노동재앙이 가져오는 폐해에 대해 조합원 대상 교육을 진행했다. 당장이야 노조의 힘으로 버티겠지만 같은 방식으로 계속 버틸 순 없다. 정부의 계획대로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 요건이 완화되면 사장 맘에 안 드는 노동자는 자본이 마음대로 쓰다 버리는 헌신짝 신세로 전락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여의도에서 있었던 불꽃놀이축제에 75만여 명의 시민이 몰렸다고 한다. 반면 우리 삶을 추락시킬 노동개악에 대해선 어떤 불이익을 받는지 모르기 때문에, 자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니면 나서봤자 바꿀 수 없다는 무기력감 때문에 모이지 않는다.

 

이제는 정형화된 민주노총의 모습, 노동조합의 모습을 벗어나 시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목표의식을 나누어야 하지 않을까? 광범위하게 단결해 이 극악무도한 정권에게 일하는 사람들의 힘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노동자의 ‘불꽃놀이’가 얼마나 위력적인지 너무나도 보여주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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