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특집
  • 2015/11 제10호

청년 핑계로 노동개악? 청년들이 함께 막자

점점 나빠지는 세상을 '지금' 멈춰야 한다

  • 신태영 이화여대 학생행진 회원

 

‘잘못된 세상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난 대학생활은 끊임없이 이 질문으로 되돌아오는 시간이었다. 쉬지 않고 터지는 사건들을 접하면서 사회와 인간에 대한 규정을 계속해서 수정해나가야 했고, 원인 분석만으로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는 현실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움직이고 있는지도 파악해야 했다.

 

그 과정을 거치며 때로는 이 세상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 진심으로 기뻤고, 때로는 현실에서 할 수 있는 건 너무 작아서 슬펐다. 쌍용차 정리해고가, 철도민영화와 의료민영화가, 그리고 세월호가 그랬다. 사회가 지금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는 갈수록 명확해졌지만 이상하게도 ‘싸움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말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분노하고 슬퍼하다

이번에 추진되는 노동시장 구조개악도 정확히 그랬다. 민주노총 주최의 토론회를 통해 ‘노동개혁’의 진짜 의도와 구체적인 내용을 알게 됐을 때는 언제나 그랬듯이 분노와 슬픔의 감정이 가장 먼저 치고 올라왔다. 일단 오늘날 ‘청년’이라는 수사를 전면에 내세워 노동개악에 활용하는 정부의 뻔뻔함이 참을 수 없었다. 청년실업 해결이나 양극화 해소와는 전혀 상관없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청년들의 지지를 모으려고 했다는 점 자체가 현재 청년학생 운동이 처한 상황을 돌아보게 했다. 이에 더해 위기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노동자 내부의 갈등을 부추기는 자본의 뻔한 전략에 또다시 당할 수밖에 없는 노동조합운동의 현주소가 슬펐다. 

 

또다시 재벌을 위한 위기 극복

학교에 돌아와 토론회를 준비하면서는 ‘저성장, 양극화, 청년실업’으로 대표되는 한국 경제의 상태가 생각보다 더 심각하고 한국 사회가 고수해오던 수출재벌 중심의 성장전략이 이대로 지속된다면 더 큰 문제들을 가져올 것이라는 걸 알고 더 화가 났다.

 

소위 ‘재벌 문제’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남한에서 재벌 중심의 수출주도 정책은 시기별로 구체적인 형태와 방향이 조금씩 달랐을 뿐 큰 틀에서 달라진 적은 없다. 1979년 외채위기,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재벌체제의 한계가 드러났을 때조차도 오히려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이 더 강화되는 식으로 개혁이 진행됐다. 

 

박근혜 정부가 작년에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도 마찬가지다. 이 계획안에는 노동시장 구조개악이 포함되어 있는데, 내용을 뜯어보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경쟁의 격화 속에서 또 다시 위기의 비용을 노동에 전가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정책들로 가득하다.

 

이렇게 ‘낙수효과론’이나 ‘비용절감을 통한 수출경쟁력 확보’ 따위의 말들이 유효성을 잃어가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운동의 후퇴로 인해 정부와 자본은 노동유연화와 자본자유화를 무리 없이 완성해나가고 있다. 

 

조급함과 냉소 사이에서

도대체 왜 정부와 자본의 무능이 드러나고 경제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도 차오르고 있는데 운동은 활로를 못 찾고 있는 걸까? 학내에서 토론회를 열었을 때 예상 외로 대학생들도 지금 한국 경제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정부의 정책의 한계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진보진영에서 제기되는 재벌개혁론은 자꾸 엉뚱한 곳(원하청불공정거래 개선 등)에 칼을 겨누고 있고 노동운동은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더욱 방어적으로 변하면서 사람들의 문제의식과 고민을 모아낼 대안적인 방향과 그것을 실현할 현실적 힘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사실 학교에서 학회활동을 하는 내내 부딪혔던 문제이기도 하다. 자본주의가 위기에 봉착함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문제들이 터져 나오고 사람들의 의문은 깊어지지만 산발적인 저항은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흩어져버리는 일이 반복됐다. 그 속에서 학생운동 또한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냉소에 빠지거나 ‘뭐라도 해야 한다’라는 조급함에 시달리면서 제대로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부당함에 압도되어 조급한 헛발질을 하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만, 뒷짐지고 이론과 원칙을 강조하면서 하나마나한 당연한 말을 반복하는 것 또한 현실에서 무기력하기는 마찬가지다.

 

싸워야 할 때는 지금이다

결국 나는 내가 대학에 들어와서 던졌던 첫 질문으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세상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예전처럼 이 질문에 대해 너무 쉽게 답을 내려고 하지도 않게 됐지만 애매하게 얼버무리며 답을 미루는 태도도 이제는 버리기로 했다. 현실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무기로 들고 지금 이 순간에도 진동하고 있는 사람들 속으로 뛰어들 때 우리는 비로소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 아닌 언젠가’를 기다린다면, 그 때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다. ●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향한 우리의 전망, 오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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