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특집
  • 2016/01 제12호

저항의 중심, 민주노총을 지켜라!

노동운동 겨냥한 공안몰이가 노리는 것

  • 정영섭 사회진보연대 서울지부 운영위원장
 

민주노총을 말살하려는 정권

작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이후 박근혜 정권의 공안몰이가 점입가경이다. 경찰청은 각 지방경찰청에 ‘불법·폭력시위 수사본부’를 차리고는 실적 경쟁을 하면서 나날이 수사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2015년 12월 20일 현재 수사대상자는 1686명에 달하며 신원확인을 거쳐 918명에 대한 사법처리 절차를 진행 중이고(11명 구속, 284명 불구속, 608명에게 출석요구 등) 이 가운데 절반이 민주노총 소속이다. 구속된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과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영주 사무총장, 배태선 조직실장에 대해서는 ‘소요죄’를 적용하며, 핵심간부 27명에 대해 추적 중이라고 한다. 

민주노총은 최종진 수석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았는데, 정부는 12월 16일 노동개악 저지 3차 총파업마저 불법 정치파업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수석부위원장 마저 체포한다면 유례없이 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이 임기 1년 만에 구속되는 상황마저 배제할 수 없을 만큼 고강도의 탄압을 박근혜 정권이 자행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은 출범 첫해인 2013년에도 철도파업 지도부 검거를 빌미로 5000명의 경찰병력을 투입해 사상 최초로 민주노총 사무실을 침탈했다. 노동운동과 민주노총을 적으로 몰아 체포하고 구속하는 등 물리적으로 억압하는 박근혜식 탄압은 2015년 4월 24일 파업, 5월 1일 메이데이 집회, 7월 15일 파업, 11월 14일 민중총궐기, 12월 16일 파업 등 저항이 이어지면서 더욱 강도를 높여 가고 있다. 지난 6월 23일에는 노동절 집회를 이유로 위원장에 대해 체포영장이, 11월 11일에는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11월 21일에는 역시 민주노총 출범 이후 최초로 총연맹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당했다. 앞뒤 재지 않고 탄압의 칼을 갈수록 거세게 휘두르는 폼이 거의 민주노총과 노동자운동을 말살시키겠다는 모양새다. 

민주노총 안팎에서는 지금 상황보다 더 심각한 탄압이 몰아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수배자들을 체포하기 위한 민주노총 2차 침탈의 가능성도 있고 나아가 박근혜 정권이 공무원노조와 전교조의 법외노조화를 넘어 민주노총까지 법외노조화 혹은 불법화시키는 것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박근혜 정권의 행태로 볼 때, 법적 정당성을 없앰으로써 사회적으로 민주노총과 노동자운동을 고사시키는 시도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저항의 사전 봉쇄

그렇다면 박근혜 정권은 왜 민주노총과 전쟁을 벌이고 민주노총을 짓밟아 없애려 하는가. 

첫째, 총선 이전 정치적인 이용을 위해서다. 경제와 민생으로 시민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내년 총선까지 이런 공안 정국을 이용하려 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올해 초부터 “노조 쇠파이프가 없었으면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되었을 것”이라며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조로 돌리는 폭언을 내놓더니 이제 아예 집회시위자의 복장까지 검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무능의 아이콘이 된 야당 새정치연합 덕에 지지율을 그럭저럭 유지는 하고 있지만, 사실 청와대 거수기 노릇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집권 여당에 대한 대중의 분노도 크다. 공안탄압을 통해 민생파탄에 대한 정권과 새누리당 책임론을 숨기고 보수 진영을 결집시키는 것은 새누리당이 반복해온 전략이다. 

둘째, 경제 상황이 계속 악화되면서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사회적 문제제기에 대해 선제적으로 공격함으로써 저항 자체를 없애려는 목적도 있다. 정부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개정,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제정 등을 추진하면서 산업, 업종별 구조조정을 진행하려고 한다. 실제로 한계기업(3년 연속 연간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 못한 기업)이 전체 기업의 18퍼센트에 달하고, 2013년 이후 한계기업 가운데 대기업 비중이 중소기업을 넘어선 상황에서 내년에 구조조정의 충격파가 몰아닥칠 상황이다. 여기에다 공공서비스의 민영화, 사회복지의 후퇴 등은 ‘민중생존권의 절벽’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장기 저성장에 대비하기 위해 자본 중심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떠안게 될 고통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는 정부가 노동자들의 생존권적 요구와 투쟁을 미리 봉쇄하기 위해 민주노총을 무력화하려 하는 것이다. 

셋째, 당면한 노동5법 국회 처리와 2대 지침(일반해고, 취업규칙 개악) 발표 등 노동개악에 반대하는 대중 투쟁을 훼손시키고 위축시켜 민주노총 파업과 총궐기 민중투쟁 등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것이다. 13만이 결집한 1차 민중총궐기에 민주노총 조합원의 참여 규모는 7~8만이었고 2차와 3차 총궐기에서도 과반수가 민주노총이었다. 노동자 민중 저항의 중심에 민주노총이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민주노총을 타격하여 노동개악을 마음대로 처리하려 한다.
 
 

구조조정과 노동개악 추진

박근혜 정권은 경제위기와 민중생존의 악화에 대해 뚜렷한 사회적 타개책을 내놓지 못한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노동개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니 여기에 걸림돌이 되는 민주노총을 때려잡으려고 하는 것이다.

작년 12월 16일에 관계부처 합동으로 내놓은 2016년 경제정책 방향에도 “5대 개혁법안 입법을 완료하고 노사정대타협 후속조치를 조속히 추진”한다면서 “취업규칙 변경 및 근로계약 해지 등의 기준·절차 명확화를 위한 지침 및 근로계약 전반에 관한 개선 방안 마련”, “기업의 구조조정(정리해고, 사업조직 통폐합 등) 실시여부는 쟁의행위 대상이 아님을 명확화(불법쟁의행위 예방지도 강화)”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노동시장 체질개선 조치’라며 오는 1월 종합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또한 임금피크제에 이어 공무원과 공공기관에 대한 성과주의 임금체계 도입, 공공기관의 성과주의적 운용 확산 등 소위 ‘공공부문 정상화’로 치장된 노동개악도 지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더욱이 최저임금에 대해서도 “산입법위 조정(숙박비 등 포함)”, “지역·업종별 차등화 등 종합적 제도개선방안 마련”을 통해 최저임금의 수준을 낮추겠다는 내용을 공식화하고 있다. 예컨대 기숙사비나 점심값 등을 최저임금 지급액에 포함시켜버리면 그만큼 임금이 줄어들게 되고, 차등화를 해버리면 지역이나 업종에 따라 더 낮은 임금을 받게 된다. 
 
박근혜 정권 중점 처리 법안의 문제점
 
 
 
 
 
 
 
 
 
 


민주노총을 지키자

노동개악 공세와 사상 최대의 공안탄압이라는 이중의 난관은 민주노총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사람들은 ‘저성과자 해고’가 일상적 해고를 쉽게 만든다는 것,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가 노동자를 더욱 회사 마음대로 부릴 수 있게 만든다는 걸 알고 있다.

이는 최근 논란이 된 두산인프라코어만 봐도 알 수 있다. 20대 신입사원에게까지 명예퇴직을 강요한 두산인프라코어의 사례는 더 이상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상관없이 아무렇게나 잘릴 수 있다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 주었다. 

지금 민주노총이 무너지면 더 악화되는 헬조선의 상황에서 맞서 싸울 조직은 없다. 총궐기는커녕 사회적 문제제기를 위한 대규모 집회조차 할 수가 없게 될 것이다. 그래서 민주노총이 제대로 버티고 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민주노총은 노동개악 법안이 올해 통과되지 않더라도 내년 총선 이후에도 계속 시도될 것으로 보고 대응하고 있으며, 지난 연말에도 대규모 농성과 12월 28~30일 파업을 진행했다. 박근혜 정권의 계속되는 노동운동 활동가 구속과 수배, 탄압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이 계속 싸우는 것은 노동개악이 전체 노동자와 조합원들에게 파괴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여기에 민주노총의 사활이 걸려있다. 
 

최근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사회적 연대의 몫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다. 지난 11월 14일에 11대 요구(노동개악 중단, 쌀값 보장,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 등)를 중심으로 한 1차 총궐기에서부터 노동개악 저지와 백남기농민 쾌유 기원을 중심으로 한 3차 총궐기에 이르기까지 민중총궐기투쟁본부 역시 가입단체 대표자 전체에 대한 경찰의 소환장 발부 등 많은 탄압을 이겨내며 노동자, 농민, 빈민, 사회적 약자, 민중 진영의 투쟁 전선을 세워 나가는 데 매진하고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현재 한국 사회에서 저항의 중심은 민주노총이다. 민주노총을 지키고 정치적으로 엄호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생존과 사회운동을 지켜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2013년 말 민주노총 침탈 당시 겨울 추위를 뚫고 시민, 학생들이 달려와 함께 경찰에 맞서 싸우고 항의했던 것도 이와 같이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정권의 탄압은 2016년 올 한 해에도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투쟁본부는 민주노총과 함께 4차 총궐기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총선에서도, 민중생존과 민주주의를 저버리고 억압과 탄압으로만 일관하고 있는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에 대한 대중적 투쟁과 심판이 필요하다.

모든 사회운동과 노동자 민중을 궤멸시키려 드는 박근혜 정권과 재벌 자본에 맞서 민주노총을 지키고 민주노총의 투쟁을 지지하자. 민중연대전선을 확대하고 강화하자.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우리의 삶과 권리를 지키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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