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1.10.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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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와 시위의 자유, 완전쟁취를 위해

권두섭 | 민주노총 법규차장
얼마 전 나는 한겨레신문 귀퉁이에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가를 상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한 기사를 보았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사례] '8. 15. 통일대축전' 경찰, 도심행사 허용(한겨레 2001. 8. 11.)

경찰은 한총련과 민주노총 등으로 구성된 통일연대(대표 한상열 목사)가 오는 13~15일 개최할 예정인 `8·15 통일대축전’행사와 거리행진을 원천봉쇄하거나 불허하지 않고 평화적으로 치르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10일 "그동안 분리개최돼 온 민족화해협력국민협의회(민화협) 행사에 한총련이 처음으로 참여하기로 한데다 통일 관련 행사를 놓고 학생과 경찰이 충돌하는 모습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이렇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14일로 예정된 서울 용산 미8군 앞 집회는 금지통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언듯 보기에 이 기사는 8·15 통일관련 집회에 관한 평범한 기사처럼 보인다. 그러나 경찰관계자가 '8·15 통일대축전행사와 거리행진'을 허용해 주는 이유를 밝히는 부분에서, 우리는 그 허용결정이 경찰 내지 정부당국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기사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는 경찰 내지 정부당국이 14일 미8군 앞 집회는 불허할 방침을 정하였다고 알려주고 있다. 일단 방침을 정하면 금지통고의 근거를 무엇으로 할지는 집시법에서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추측컨대, 이미 전국 미군부대 정문에는 주한미군노조(한국노총 소속)가 내년 7월까지 위장집회신고를 해 놓았으므로 그게 이유가 되거나, 제5조 1항 2호의 '폭력집회가 될 것이 명백'하다는 것이 그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우리 헌법은 제21조에서 다음과 같이 집회와 시위의 자유에 대한 허가제를 명문으로 금지하고 있다.

①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가지는 헌법적 의미에 대하여 보수적이라는 헌법재판소도 "대의민주주의 체제에 있어서 집회의 자유는 불만과 비판 등을 공개적으로 표출케 함으로써 오히려 정치적 안정에 기여하는 긍정적 기능을 수행하며, 이와 같은 자유의 향유는 민주정치의 바탕이 되는 건전한 여론표현과 여론 형성의 수단인 동시에 대의기능이 약화되었을 때에 소수의견의 국정반영의 창구로서의 의미를 지님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사회불안만 우려해서 무조건 집회·시위를 “터부시” 할 것이 아니라 비폭력적이고 질서파괴의 것이 아니면 민주주의의 신장을 위해 위축시켜서는 안될 기본권으로 보호하여야 하며(헌법재판소 1992. 1. 28. 선고 89헌가8 결정)"
또,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의 집단적인 형태로서 집단적인 의사표현을 통하여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자유민주국가에 있어서 국민의 정치적·사회적 의사형성과정에 효과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므로 민주정치의 실현에 매우 중요한 기본권(헌법재판소 1994. 4. 28. 선고 91헌바14 결정)"으로서 "집시법상 신고제도의 취지가 신고를 받은 관할 경찰서장이 그 신고에 의하여 옥외집회 또는 시위의 성격과 규모를 미리 파악함으로써 적법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보호하는 한편 그로 인한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사전조치를 마련하고자 함에 있는 것(대법원 1990. 8. 14. 선고 90도870판결)"이어서 집회나 시위는 절대로 경찰이 허용해주는 것도 아니며, 불허할 방침을 정하는 등 경찰이 허용을 운운할 기본권이 아닌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다시금 한낱 장식에 불과한 기본권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여 있다. 집시법의 각종 독소적 조항과 경찰당국의 '경찰마음'이라는 자의적인 법집행이 심각한 수준이며 언론은 늘 '시민들의 교통불편'을 운운하며 교통혼잡으로 인한 손실을 계산하기 바쁘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집회를 막기 위해 짜낸 갖가지 묘안들을 한 번 살펴보자.

가. 집시법 제5조 제1항 제2호를 악용하는 경우

이 조항은 "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는 금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민주노총 주최 집회를 막는데 늘 빠지지 않고 사용하는 '전가의 보도'라고 할 수 있는 조항이다. 다른 이유가 없을 때는 늘 이 조항을 들이댄다. 집회 며칠 전에 신고를 하는 관례에 비추어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는 법원을 통한 구제절차는 실효성이 없게 되고 결국 경찰당국의 편의적인 법집행을 가능하게 해 주는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사례] 민주노총 주최 집회에 대하여 선택적으로 이 조항을 적용하여 금지통고하고 있음

민주노총이 주최자로 신고한 아래 집회에 대하여 금지통고의 주된 이유로 사용되었다. '예전 이러이러한 민주노총이나 가맹연맹 주최 집회에서 폭력행위가 있었기 때문에 이 조항에 해당하여 금지한다'는 식으로 금지통고하고 있다.
-2000. 5. 2. 서울역에서 농협중앙회 행진, "반개혁적 통합농협법 철폐를 위한 민주노총 총력투쟁 결의대회"
-2000. 5. 29. - 6. 2. 마로니에 공원에서 집회 후 명동성당까지 행진, "민주노총 3대 요구 쟁취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
-2000. 7. 29. - 7. 31. 예정으로 신라호텔후문, 장충체육관 건너편으로 신고한 "공안탄압 김대중 정권 규탄 민주노총 결의대회"
-2001. 2. 이후 부평지역에서 대우자동차 관련 집회신고에 대하여 주최자가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주최인 경우에도 모두 이 조항을 근거로 금지통고 됨

그러나, 판례에서도 종전에 개최한 집회에서 발생한 문제를 이유로 한 집회금지는 부당하다고 한다. 즉 주한미군범죄근절을 위한 운동본부에서 1995. 2. 18. 서울역광장에서 "세모녀 폭행미군 소환 및 한미행정협정 개정을 위한 시민대회"를 하겠다고 신고한 것을 경찰당국이 "위 집회참가인원 중 60-70%를 차지하는 한총련이 1994년도에 총 27회의 폭력시위를 주도하였고, 다른 시도의 학생들까지 동원하여 집회에 합류시킬 예정인 점등에 비추어 이 사건 옥외집회가 집단적인 폭력행사로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하다는 이유로 금지한 바 있다. 이에 운동본부가 취소소송을 낸 것에 대하여 법원은 "원고의 회원단체인 한총련이나 서총련이 종전에 개최한 집회에서 수차 집단적인 폭력행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주최하는 이 사건 옥외집회에서 집단적인 폭력행사가 있을 개연성이 명백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서울고등법원 1995. 5. 30. 선고 95구6146판결)"며 경찰당국의 금지통고를 취소하였다.

나. 최근 들어 기승을 부리는 위장집회신고

미리 집회장소를 선점하여 다른 단체의 집회를 막는 방법이다. 집시법 제8조 제2항은 "2이상의 집회신고가 있고, 그 목적으로 보아 서로 상반되거나 방해가 된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뒤에 접수된 집회신고의 금지를 통고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경찰당국은 목적이 상반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다른 집회신고가 있는 경우에 이후 집회신고를 금지하고 있다. 이미 이는 작년 아셈 대회때 경찰당국이 강남일대의 집회를 막기 위해 사용했던 방법인데,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시내 주요 집회장소에 모두 장기집회신고가 되어 있어 다른 단체는 이제 서울시내에서 집회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례] 2000. 아시아유럽정상회의(아셈) 장소였던 강남일대 주요도로 사전 선점에 경찰 개입(한겨레 2000-10-04)

아시아유럽정상회의(아셈) 기간 중 각종 기업과 유령단체 등이 회의장 및 참석자 숙소 주변 지역에 집회신고를 선점해 비정부기구(N해)들의 합법집회를 원천봉쇄한 데는 경찰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3일 아셈회의장 주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기업 관계자는 "경찰이 지난달 초 전화를 걸어와 '아셈 기간 동안 시민·노동단체들의 집회와 시위가 예상된다'며 '이를 막기 위해 먼저 집회신고를 해달라'고 협조를 요청해 왔다"며 "경찰의 요구에 따라 '집회방지용' 집회신고를 했을 뿐 실제 집회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 정보과 형사는 "서울경찰청의 지시로 일선 경찰서 정보과 형사들이 자신이 담당하는 관내 기업이나 단체에 집회신고를 내줄 것을 요청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대부분 전화로 집회신고를 해줄 것을 요청했고, 일부 기업의 경우에는 정보과 형사가 기업체를 직접 찾아가 집회신고서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일선 경찰간부는 "아셈 기간 중 집회장소를 선점 당해 집회공간을 찾을 수 없게 된 NGO들이 틈새공간을 찾아 집회신고를 하기도 했지만, 가급적 구실을 내세워 집회를 불허했다"며 "이는 상부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사례] 최근 서울시내 주요 집회장소의 집회신고 현황

[대학로]
서울 대학로 주변 카페, 소극장 등 70여 업체 상인들로 구성된 대학로문화발전추진협의회는 지난달 25일부터 9월25일까지 3개월간 오전 10시∼오후 7시 마로니에 공원에서‘건전한 시위문화 정착을 위한 캠페인’을 갖겠다고 집회신고를 냈다. 협의회는 또 신고기간 매일 마로니에공원에서 종로5가까지 2㎞ 구간에서 1개 차로로 거리행진을 벌이겠다고 신고해 시위대의 단골 행진구간도 원천봉쇄했다.협의회 임원빈 회장(51)은 "상인들이 잇따른 도심시위로 매상이 떨어지는 등 피해를 보기 때문에 시위를 막기 위한 자구책으로 먼저 집회신고를 냈다"고 말했다(국민일보 2001-07-11) .
[경찰청 앞]
서울 미근동 경찰청 인근에 위치한 임광토건은 지난달 23일부터 12월31일까지 무려 6개월간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300명이 참가하는 '건전한 시위문화 정착을 위한 캠페인'을 임광빌딩앞에서 갖겠다고 신고했다. 임광토건측은 20층짜리 자사 빌딩에 입주한 업체들이 시위로 업무에 지장이 많다는 항의를 받자 이 같은 묘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국민일보 2001-07-11) .
[명동]
관광특구 명동 운영위원회도 지난 7일부터 30일까지 명동성당 인근 한빛은행 앞에서 오후 2∼6시 '시위근절 및 노점상 철거 집회'를 갖겠다고 신고했다.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이 명동성당에서 장기농성을 하고 있어 자칫 주변에서 시위가 일어날 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국민일보 2001-07-11).
[종묘공원과 종로]
민주노총은 2001. 8. 1. - 2.까지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부당노동행위 사업주 구속처벌을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서울지방경찰청에 신고하였다. 개최장소는 '종묘공원 집회 후 탑골공원 → 종각 → 광교 → 명동성당 앞(에스콰이어 로터리)까지 2개 차로 이용 행진 후 에스콰이어 로터리에서 마무리집회'로 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서울지방경찰청은 금지통고를 하였는데, ①행진로상인 종로2가에 온두라스 대사관(삼성타워빌딩 2층)이 있고 ②세운현대상가 상우회에서 이미 7. 9. - 8. 31.(8/2, 9, 15, 23, 28 제외)에 종묘공원에서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홍보 캠페인" 후 종묘공원 → 종로3가 → 형제약국 → 시사영어사 앞까지 행진을 한다는 집회신고가 있으며 ③또한 위 세운현대상가 상우회의 집회신고에서 제외된 날에는 (사)사랑채에서 "노인복지·권익신장 궐기대회"가 신고되어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서울역]
이에 장소를 바꾸어 서울역에서 집회를 하고자 남대문 경찰서 정보과에 문의하니, 서울역에는 인간성회복국민운동본부에서 "인간성회복국민운동결의대회"를 8. 1. - 8. 31.(09:00-19:00)까지 개최한다는 집회신고가 되어 있었다.

다. 주요도시의 주요도로라는 이유를 들어 금지하는 경우

집시법 시행령 제8조 제1항의 별표상 주요도시의 주요도로는 한 예를 보면 '경인로-마포로-종로-왕산로-망우로'를 하나의 주요도로로 지정하면서 오류동에서부터 영등포역-여의도-광화문4거리-종로-청량리-상봉동-망우리까지 인천방향에서 서울을 관통해 북쪽 망우리까지를 하나로 해서 ②번 주요도로로 지정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서울에만 ①번에서 ⑮번까지의 주요도로가 지정되어 있어 사실상 서울시내의 도로 전부를 지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통소통을 위하여 필요한 때는 언제든지 주요도로에서의 집회나 시위를 금지할 수 있게 집시법이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또한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될 수 있는 조항이다. 더구나 최근 정부는 4대 문안 도심에서는 집회인원을 500명, 그 외지역은 1,000명으로 제한하겠다는 기막힌 발상을 내놓고 있고 경찰 또한 이에 뒤질세라 주요도로에서의 집회를 엄격히 제한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사례] 최근 이 조항을 근거로 금지한 집회

-2001. 5. 1. 제111주년 노동절 기념대회를 광화문에서 평화적으로 치르고자 하였으나, 대사관 100미터 내라는 이유 외에 대학로 및 광화문 4거리가 주요도로라는 이유로 금지통고 함
-2001. 5. 21.-25. 경찰청 근처 임광빌딩 앞 인도에서 경찰청-소방도로-피어리스빌딩-임광빌딩으로 행진, "4. 10. 대우차 폭력책임자 처벌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대하여 '임광빌딩 앞 인도(의주로)는 주요도시에서 주요도로'여서 금지통고 함
-2001. 7. 22. 대학로에서 집회후 명동성당까지 행진, "신자유주의 분쇄 6대 요구 관철을 위한 민주노총 조합원 결의대회"를 신고한 것에 대하여 서울지방경찰청은 다른 집회신고가 있다는 이유 외에 대학로가 주요도시 주요도로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금지통고 함

라. 대사관 유치를 통해 집회를 원천봉쇄하는 경우

현재 대사관 100미터 내에서는 집회는 물론이고 행진조차 금지되어 있다. 도시구조상 100미터는 사실상 그 장소에서 집회를 금지하는 것이고 행진까지 금지함으로써 주요 행진로에 대사관이 하나라도 들어서게 되면 앞으로 그 행진로는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사례] 일류기업 삼성의 해고자 집회 막는 방법

97년 삼성본관 빌딩 옆의 태평로 빌딩에 싱가포르대사관을 입주시켜 당시 계열사였던 이천전기(98년 퇴출 후 일진그룹이 인수) 노동자들의 집회를 '원천봉쇄'한 바 있는 삼성은 해고노동자들이 100미터 떨어진 삼성생명 빌딩 앞에서 집회를 하자, 지난 25일 엘살바도르 대사관을 삼성생명본사 사옥 21층에 유치함으로써 다시금 집회를 '원천봉쇄' 했다. 또 한번 완벽한 '예방조치'를 취한 결과가 된 셈이다. 다시 새로 들어선 종로 2가 국세청이 입주해 있는 삼성타워에서 집회를 하자 2000. 6. 5. 여기에도 온두라스 대사관을 유치하였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경찰의 한 관계자는 "해고노동자 집회 및 각종 민원과 관련된 집회·시위 등에 시달리는 일부 대기업들이 현행 집시법 규정을 활용해 임대료를 대폭 할인해주는 등의 방법으로 군소 국가 대사관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경향신문 2000-03-27/2000-06-10).

위에서 열거한 것들뿐만이 아니다. 사용자 집 근처나 장관집 근처에서 항의캠페인이라도 할라치면 주거지역이라는 이유로 금지통고한다. 집회를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시설보호요청을 할 수 있을까. 경찰이 알려주고 시설보호요청서를 받아 이를 이유로 무조건 금지통고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 지난 6. 16. 제2차 민중대회에서는 신고하지 않은 '대통령의 상징물'이 있다는 이유로, 건설운송노조와 전교조 집회는 신고한 집회인원보다 30명 초과, 시간이 25분 지났다는 이유로 공권력을 투입해 강제로 철거하거나 연행했다. 집시법에는 폭발물 등 위험한 물건이 아니거나, 신고내용에서 현저히 일탈한 경우가 아니면 해산명령을 내리거나 철거할 근거가 없음에도 경찰당국이 집시법을 경직되게 운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집회신고시 각서제출을 요구하면 불응시 신고를 받지 않겠다는 협박이나, 집회장소에는 정복을 입고 주최자에게 통보하고서만 경찰관이 출입할 수 있음에도 사복형사가 대학생이나 기자로 가장하여 사진 촬영을 하거나 아예 무전기를 들고 들락거리는 경우도 많다. 어디 이 뿐인가 지난 7. 7. 경주에는 사복경관이 시위대로 가장하여 택시유리창에 돌을 던져 깨뜨린 폭력시위조작사건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교보생명, 삼성생명 해고노동자들의 집회를 법원이 집회와 시위 자유의 취지를 망각한 채 업무방해금지가처분(결정문에는 '부당해고'라는 등의 주장은 명예훼손이므로 이런 구호나 문구가 적힌 피켓을 사용하는 금지하고 있어 사실상 1인 침묵시위를 강요하는 내용임)을 받아들이거나, 검찰이 집회주최단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언급한 이래 민주노총과 현장에서 연행된 노동자들을 상대로 이미 6건의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는데, 대부분 법률구조공단에서 소송지원을 하고 증거자료로 경찰이 촬영한 현장사진이나 수사서류가 첨부되어 있는 것이나 법률구조공단이 법무부(검찰) 소속기관이라는 점에서 검찰의 조직적 개입하에 손해배상청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언론세무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신문·방송 등의 매스미디어가 국가권력과 소수의 대자본에 독점됨으로써 사회의 여러 이해관계 집단이 자신들의 의사를 충분히 표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가지는 역할과 기능은 더욱 중요하다. 즉 집회 및 시위의 자유는 집권정치세력에 대한 정치적 반대의사를 집단적으로 표명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서 기능하는 것이며 원래 비판세력을 위한 기본권이라고 할 수 있다. 집회가 있는 날이면 민주노총에는 꽤 많은 전화가 걸려온다. 교통이 막힌다는 것이다. 조직된 전화부대도 있었겠지만 아마 길이 막혀 전화하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단지 내가 조금 불편하다는 이유로 집회와 시위의 자유라는 기본권 박탈을 용인하고 비난할 때 언젠가는 그것이 우리 모두에게 민주주의 후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주제어
민중생존권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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