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특집
  • 2016/02 제13호

미국의 패권 전략, 더 큰 혼란과 갈등만 남는다

테러와 핵실험 이후의 2016년 국제 정세

  • 이준혁 사회진보연대 반전팀
 
“역사상 전례 없는 불안정한 시기”
“모든 이들 여러 위협을 느끼는 거대한 혼돈” 

미국의 보수 국제정치학자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의 말을 증명하듯 2015년에는 시리아 내전과 파리 테러, 일본의 안보법안 통과 등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많은 사건이 있었다. 한반도에서도 8월 목함 지뢰 사건이 있었고, 올해 초에는 북한의 4차 핵실험까지 있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제일의 패권 국가이지만,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기를 점점 곤란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미국의 곤란은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 무엇보다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압도적으로 세계 최고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에 개입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국방비를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보여주었듯 미군의 개입이 미국에게 손쉬운 승리를 가져다주지도 않았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역량의 한계 속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개입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에게 이러한 개입 전략을 구상하고 실행할 능력이 있을까? 나아가 그러한 개입 전략엔 실효성이 있을까?
 

갈등을 부추기는 아시아 전략

오바마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아시아 회귀 전략’, 즉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노선을 견지해왔다. 이러한 노선은 올해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경제 분야에서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통해 아시아에서 중국의 경제력을 견제하고 미국 중심 자유무역을 확대하려고 할 것이다. 중국은 미국 중심의 아시아 경제 지배에서 벗어나고 중국의 경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을 본격화하고 있다.

군사 분야에서 중국은 대만 문제와 남중국해(난사 군도), 동중국해(센카쿠열도 또는 댜오위다오)와 같은 연안에서의 분쟁만큼은 군사적 조치를 포함해 단호하게 대처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 군 현대화 프로젝트 역시 순항 중이다. 중국은 2015년 열병식에서 미 항공모함과 괌의 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1700킬로미터, 3600킬로미터 미사일을 선보였다. 미국은 이런 중국의 행보를 태평양에서 미군의 활동에 대항할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보고, 경계하고 있다.

이에 맞선 미국의 전략은 한미일 군사동맹의 수준을 한층 높이는 것이다. 지역 동맹국들의 미사일방어(MD) 능력을 강화해 중국의 저지 능력을 상쇄할 수 있다면, 동아시아에서 미군의 활동이 더욱 자유로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과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

일본은 아베 정권 이후 안보법안을 채택하면서 평화헌법을 무력화시켰다. 이로써 일본은 MD 시스템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미 일본의 이지스함을 비롯한 레이더 능력, 대잠수함 대처 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게다가 미국과 공동으로 최신예 요격미사일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만약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고 한일 사이에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과 ‘상호군수지원협정’이 체결되면 중국까지 감시할 수 있는 레이더 정보망을 한미일이 공유하고 상호 군수물자 지원도 가능해진다. 작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협상은 양국 간 군사협력을 방해하던 장애물을 치워버리려는 동기에 의한 것이었고, 그 협상 뒤에 미국의 압력이 있었음은 자명하다.

미군 자체의 증강도 이어지고 있다. 해외 주둔 미군 중 서태평양 지역의 비중이 전체의 50퍼센트에서 60퍼센트로 증가했다. 또한 인도와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등 미국은 중국에 대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미국의 주요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2016년 세계전망 보고서에서 중국이 군사력을 강화할 경우, 주변국들이 미국과 함께 대중국 협력으로 대항할 것이기 때문에 전력 증강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압도적인 군사력을 지닌 미군과 한미일 군사동맹이야말로 중국의 군사력 현대화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올해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전면화되는 시기라고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중 간 군사 대립이 점증될 가능성은 높다. 양측 모두 군사력 강화를 통해 상대방을 위협할 수 있는 치킨게임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남·동중국해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국지적 갈등이 변수가 될 것이다.
 
 

이슬람 갈등과 테러리즘의 확산

중동 문제에 대해서도 오바마 정부는 선택해서 개입한다. 이란 핵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한 외교적 역량을 들여 비핵화 협상을 이끌어 낸 반면, 시리아 내전에 대해선 별다른 개입 없이 IS 격퇴라는 명분을 강조하며 간헐적 공습만 펼치고 있다. 미국은 혼란스러운 시리아 정세와 점증하는 난민 문제를 해결할 수단과 능력이 없어 보인다.

헌데 어지간해서 시리아 내전은 중단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아사드 정부와 러시아, 이란의 연대는 확고해진 반면, 반정부군은 여전히 사분오열 상태에 놓여 있다. 내전의 해법에 관해서도 강대국 간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작년 11월 14일 열린 시리아 국제회의에서 정전 협정과 제헌 선거를 치루는 해법을 합의했지만, 올해 1월 25일에 열리기로 했던 UN 주최의 시리아 평화회담이 시리아 반군의 대표 자격에 대한 참여국들의 입장 차이로 갈등을 빚고 있다.

한편 IS는 이라크 서부의 거점 도시 라마디를 빼앗기고 시리아 전선에서도 위축되고 있다. 하지만 시리아-이라크 내의 전선을 현상 유지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테러의 외연 확장’ 전략을 시도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IS 추종 세력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테러가 발생하면서 이러한 글로벌 확장 전략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양국 간 외교를 단절하는 일촉즉발의 갈등을 빚고 있다. 이란 비핵화 협상과 경제 제재 해제에 따른 사우디의 안보 불안감이 그 배경이다. 양국의 갈등은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사우디와 이란의 대립은 당초 IS 격퇴로 지역 갈등을 무마하고자 했던 미국의 계획을 어그러뜨리고 있다. 따라서 시리아 내전 해결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계속 테러가 벌어지면, 미국 내에서 시리아 지상군 투입을 포함한 강경한 주장이 힘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테러와의 전쟁이 보여주었듯, 미국의 개입은 테러와 내전을 해결하지 못하고 부추길 뿐이다. 미국이 중동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이런 현상은 반복될 것이다.
 

미국의 세계전략

중요한 지역에만 선택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은 미국의 축소된 영향력을 보여준다. 이미 IS에 의한 지속되는 테러와 시리아의 혼란, 그리고 최근 강행된 북한의 4차 핵실험이 그 사례다.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 오바마 정부는 북한과의 의미 있는 비핵화 협상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북한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전략적 인내’로 일관했다. 그러나 미국의 무관심 속에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 정책에 따르면 최근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상 제재와 압박을 계속해야 한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의 대북 제재를 압박하고, 한편으로 미국의 핵무기 능력을 과시하며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군사적 압박은 핵 실험이 ‘자위적 수단’이라고 주장하는 북한의 반발을 불러와 또 다른 군사적 행동의 악순환을 부를 뿐이다.

동아시아와 같이 지역 패권 경쟁이 일어나는 곳에서는 미국의 전략 자체가 지역의 불안정성을 증대시키는 요인이다. 앞서 언급한 국제전략문제연구소는 중국, 러시아 등과 달리 미국의 리더십은 군사력에서부터 오는 것이 아닌, 국제적 규칙과 제도에서 온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 미국의 리더십은 점차 제한적 수준에서만 작동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이 세계 패권을 유지하고자 할수록 군사적 수단에 기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미 시리아 내전 및 중동 정세에 대응하는 미국의 전략은 실패하고 있다. 미국 대선을 거치며,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테러가 일어날수록 시리아 지상군 투입 논란이 더욱 불거질 수도 있다.

그러나 군사적 개입과 압박이 성공을 거둔다는 믿음은 계속해서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의 개입전략이 더 큰 혼란과 갈등을 낳을 2016년, 반전평화운동이 수행할 과제가 무겁게 제기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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