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오늘평등
  • 2016/03 제14호

기만적인 세 모녀법 20대 국회에서 바꾸자

기초생활보장법 바로 세우기 이제부터 시작

  • 윤애숙 빈곤사회연대 조직국장

세 모녀법, 들어보셨나요?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 반지하방에서 세 모녀가 연탄불을 피워 목숨을 끊었다. 이후 송파 세 모녀와 같은 비극적인 죽음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활발히 제기되었다. 그리고 이 틈을 타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정안이 ‘송파 세 모녀법’이라는 이름으로 2014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법안을 뜯어보면 송파 세 모녀가 다시 살아 돌아와도 아무런 보장을 받을 수 없는 법일 뿐이었다.

개정안의 통과에 따라 2015년 7월부터 시행된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처한 이들만 양산했다. 게다가 2015년 12월 발표된 기초생활보장법 시행령은 그나마 포괄하던 이들마저 제도 밖으로 완전히 밀어내겠다는 내용이었다. 이것을 마지막으로 19대 국회의 기초생활보장제도 손보기는 끝이 났다.

앞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정 운동은 4월 총선 이후 꾸려질 20대 국회가 제대로된 제도를 만들도록 촉구할 예정이다. 20대 국회가 관철시켜야 할 기초생활보장제도 ‘원칙’들을 살펴보자.
 

동작 그만, 첫판부터 조건부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1장 1조는 법의 목적을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급여를 실시하여 이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이 최저생활의 기준이 되는 최저생계비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을 의미한다. 
 
 
그러나 생활이 어렵다고 모든 이들이 제도의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선정 기준인 부양의무자기준과 근로능력평가 때문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선정기준은 크게 소득·재산, 부양의무자, 근로능력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소득·재산 기준을 만족하더라도 부양의무자가 있거나, 근로능력이 있으면 수급자가 되기 어렵다.

송파 세 모녀가 다시 살아 돌아와도 현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정부의 시각에서 보면 이들 가구는 근로능력자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3명 모두 65세 미만으로 근로가능 연령층이며, 어머니는 팔을 다치긴 했지만 불과 한 달 전이기 때문에 근로능력이 일상적으로 제약된 상태로 보지 않는 것이다. 두 딸은 질병과 신용불량으로 일하기 어려웠으나 진료기록이 없어 증명할 수 없으며, 신용불량은 근로무능력사유가 될 수 없다. 실제로 이들은 생전에 구청을 찾아 수급을 신청했으나 근로능력을 사유로 구두로 거절되었다고 한다. 
 

근로 능력이나 부양 여부에 상관없어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핵심 내용은 인구학적인 기준으로 대상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근로능력의 유무를 판정하는 근로능력평가가 있는 한 제도의 실질적인 대상은 ‘근로 무능력자’ 혹은 ‘근로능력 미약자’ 안에 갇힌다. 근로능력이 미약하게나마 있는 이들은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조건으로 조건부 수급자가 되거나, 취업성공패키지를 통해 시장취업에 성공해 ‘탈수급’하는 수밖에 없다. 
 
 
또한 송파 세 모녀에겐 해당되지 않았지만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가장 큰 진입 장벽이 되고 있는 부양의무자기준 또한 마찬가지이다. 2014년 기초생활수급자의 수는 134만 명인데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수급에서 탈락한 이들이 117만 명이고, 부양의무자로 인해 수급액이 깎이는 수급자가 108만 명이다. 제도의 보장을 받기 이전에 우선 가족 내에서 이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것을 조건으로 걸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장을 받기 위해선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있어도 부양받을 수 없어야 한다. 이는 국가에서 마땅히 이행해야 할 빈곤층에 대한 책임이 가족에게 떠넘겨지고 있는 것이다. 
 

시행령으로 장난치기 그만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악 저지 투쟁에서 가장 힘든 점은 제도의 변경이 국회, 즉 법률의 개정을 통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령인 시행령과 보건복지부령인 시행규칙의 개정을 통해 진행된다는 것이다. 2015년 마지막 날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수급자들을 사실상 수급에서 분리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도 시행령의 개정이었다. 국회는 물론 외부에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닫혀있는 셈이다. 개정 예고 후 의견수렴 기간에 제출한 의견서에 대한 대답은 전부 ‘미반영’으로 사유 또한 원칙적인 수준에서 돌아왔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법률상에서는 큰 틀만 제시할 뿐 실제 수급자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선정 기준, 보장 수준 등이 담겨있는 것은 시행령이다. 이러한 것들은 수급 당사자들의 욕구와 권리와 직결되는 것들이기 때문에 의견의 제출과 개입이 보장되어야 하며, 함부로 후퇴시킬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일부 조항들은 법률 차원에서 명시하거나, 최소한 개정 시 논의의 통로를 보장해야 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 바로 세우기

지난 2015년 12월 ‘기초법 개악저지! 빈곤문제해결을 위한 민생보위’가 해소되었고, 새롭게 ‘기초생활보장법 바로 세우기 공동행동’의 발족을 앞두고 있다. 이제 개악 저지 투쟁이 아닌, 빈곤층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형태로 ‘바로 세우기’위한 투쟁을 진행할 것이다. 구체 내용은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으나 기본적인 원칙은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 근로능력 평가에 의한 ‘조건부과 중단’과 ‘수급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안은 토론을 통해 3월 내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는 당들과 정책협약을 맺고 공동 행보를 할 것이다. 2016년 총선에서 나아가 20대 국회 임기 내에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빈곤층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는 제도로 바로 서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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