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오늘사회운동
  • 2016/05 제16호

성매매 비범죄화, 성매매여성의 말할 권리

  • 이유미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단속에서 비롯된 위헌법률 심판

이번 성매매특별법(이하 성특법) 위헌 심판은 2012년 성매매로 재판에 회부된 여성의 신청으로 열렸다. 그는 성매매 단속과정에서 지독한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꼈다. 단속 당시 경찰이 증거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성매매 여성의 알몸을 막무가내로 촬영했기 때문이다.

단속은 성매매 여성에게 치욕적이고 두려운 일이다. 경찰을 피해 도망치던 성매매 여성이 추락사한 뉴스가 드물지 않게 보도되기도 한다. 단속 현장에서 성매매 여성이 증거가 될 콘돔을 감추려 그것을 집어삼키고, 경찰은 빼앗으려 육탄전을 벌이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단속 현장만 문제가 아니다. 구매자가 돈을 지불하지 않거나 때리는 경우에도 경찰에 구제요청을 할 수 없다. 성매매 여성 자신도 처벌받기 때문이다. 성매매 여성 처벌은 그녀를 불법적 지위로 내몰기 때문에 기본적 권리를 제약한다. 성특법은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헌법재판소는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성특법 조항에 대해 합헌 판결을 냈다. 앞으로도 성매매 여성들이 불법으로 내몰리는 상황은 지속될 것이다.

성매매 여성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여성에 대한 처벌은 물론 구매자에 대한 처벌도 철회되어야 한다. 즉 비범죄화를 통해 성매매 여성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는 합법화와 다르며, 성 상품화를 존속시키자는 입장과는 더더욱 같을 수 없다.

비범죄화 입장은 성매매를 여성의 경제적 종속과 성적인 제약이라는 구조의 산물로 인식한다. 성매매 여성들이 빈곤과 상품화, 낙인의 부당함에 저항할 조건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구조를 바꾸는 것은 법적 단속과 처벌이 아니라, 억압당하는 이들의 저항이기 때문이다.
 

수요를 차단하면 근절될까?

성매매 여성은 처벌하지 않고 성구매자만 처벌하면 상황이 개선될까? 이는 2004년 성특법이 제정되던 시기 여성단체들 다수가 주장하던 것이기도 하다. 성구매자만 처벌하는 정책을 채택한 대표적 국가는 스웨덴이다. 이른바 ‘노르딕 모델’.

그러나 성매매 여성들은 구매자 처벌에 반대하는 입장이 많다. 프랑스 정부가 2014년부터 노르딕 모델을 도입하려고 하자 성노동자 노동조합이 반대운동을 펼쳤다. 엠네스티도 지난해 성판매자와 구매자 모두를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는 비범죄화 입장을 표명했다. 성매매가 음성화되면 성매매 여성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성구매자만 처벌하는 정책은 성매매 수요를 차단하면 성매매가 근절될 것이라는 관점에 입각해 있다. 그러나 이는 성매매로 유입되는 여성의 문제를 간과한다. 생계를 위한 방편으로 성매매를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조사에 따르면, 성매매로 유입되는 여성은 긴급하게 돈이 필요하거나 빚이 있는 경우가 다수고, 학력도 낮다. 성매매가 여성빈곤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성매매는 오늘날 만연한 성상품화, 그리고 대다수 여성이 경험하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의 연장선상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여성의 현실을 반영한다.

물론 절대적 빈곤 때문이라기보다 상대적 빈곤 또는 여타의 욕망을(소위 명품을 사거나 성형수술을 위해) 실현하기 위해 성매매에 유입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여성들은 생계형 여성노동자들과 달리 손쉬운 돈벌이에 나선 사람들로 비난당한다. 그러나 사회가 소비 욕망을 자극하고, 여성의 성공과 자기실현이 외모로 압축되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여성이 여타의 욕망 등을 실현하기 위해 성매매에 나서는 것을 구조와 무관한 일로 치부할 수 없다. 노동시장에서 남성에 비해 성취 가능성이 낮고 그에 따라 수입도 낮은 현실, 만연한 성상품화로 인한 유인이 존재하는 현실 역시 감안해야 한다.
 
 
성구매자를 처벌하더라도 여성들이 성매매로 유입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성매매가 사라지기 어렵다
 

낙인을 강화하는 피해자 규정

성구매자를 처벌하더라도 여성들이 성매매로 유입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성매매가 사라지기 어렵다. 오히려 성매매 여성을 ‘보호 받고 구제되어야 할 피해자’로 규정하기 때문에 의도와 무관하게 낙인이 강화될 뿐이다.

엠네스티 역시 노르딕 모델에서 낙인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진단한다. 피해자라면 응당 현재의 피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이 당연한데, 그것을 거부하는 순간 성매매여성은 피해자가 아닌 구제불능의 창녀로 낙인 찍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성매매 현장에서 포주와 구매자에 대항할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다. 피해자에게는 탈성매매 외에 다른 선택지가 성립하지 않아 포주에 맞서 성매매 조건을 개선하려는 시도조차 불가능하다.

“언니들은 그런 단체가 ‘너희는 피해자다. 앞으로는 성매매를 하지 마라’라고 말하는 게 너무나 싫대요. 이런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잖아요. 직업이 사람의 전부인 것도 아니고. 그런데 여성단체들은 우리 직업만 가지고 우리 전체를 판단해요. 우리 입장에서 보면 이래요. 우리가 성매매를 하니까 그나마 굶지 않고 살 수 있고, 자식들 공부도 시키고 우리도 공부할 수 있다, 이거에요. 이러한 생각을 가진 언니들이 진정 주체적으로 살고 있지 않을까요?”(성노동자, 권리를 외치다. 2015. 밀사 외)
 

합법화가 양산하는 음성화

‘성매매 합법화’는 인간의 본성상 성매매가 사라질 수 없으니 국가에서 관리하여 양성화하자는 주장이다. 성매매 여성이 불법의 위험을 감수하느라 폭력조직의 위험에 노출되는 걸 방지할 수 있고, 구매 남성 역시 성병에 감염될 위험이 줄어드니 모두에게 이롭다는 논리다.

하지만 합법적 성매매 지역을 만드는 것도 문제다. 관리지역에 속하지 않은 성매매를 불법화하기 때문이다. 허가된 업소나 격리 지역의 성매매 여성은 폭력조직의 위험에서 벗어나고 제한적 권리를 누릴 수 있겠지만, 비허가 업소나 지역에서 성매매 여성은 더욱 위험한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즉, 성매매를 정부가 규제하는 공간 내부로만 한정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음성화의 폐해도 조장한다.

네덜란드의 경우 2000년 성매매를 합법화 했지만 오히려 합법화에 따른 각종 규제를 피해 거리 성매매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성매매법 적용 대상을 네덜란드 국민과 EU노동허가증을 소지한 사람으로 제한하고 있어 성매매 여성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주 여성들은 불법적 지위에 놓여 있다.
 
성매매 종사자 모임 '한터전국연합회' 회원들이 "성매매 특별법 폐지"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비범죄화, 성매매 여성들의 ‘말’할 권리

비범죄화는 성매매 여성이 최소한 ‘말’할 자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불법적 지위에 놓여 숨어야 하거나, 피해자라서 탈출해야 하거나, 창녀라서 말할 자격이 없는 상태에서 성매매 여성들은 어떠한 권리도 주장할 수 없다. 그녀들을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고, 형법으로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민들과 동일하게 민법으로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구매자로부터 떼인 돈을 받아내고 포주의 폭력을 고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녀들이 구매자와 포주의 횡포에 저항할 수 있고, 다른 여성들과 함께 억압에 맞설 수 있다.

공적 영역에서 여성에 대한 형식적 평등은 달성됐지만, 여성은 여전히 남성에게 부양되는 존재로 여겨진다. 또한 가사와 양육의 책임을 일차적으로 떠안고 있다.

여성노동자는 노동시장에서 ‘반찬값 버는 아줌마’로 취급당한다.  그로인해 저임금을 받고, 살림하고 애도 키워야 하기 때문에 경력단절로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결국 여성이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을 만든다.

한편 성에 대해 관대해졌다고는 하지만 남성과 여성에게 적용되는 잣대는 다르다. 단적으로 성구매 남성은 별로 지탄받지 않으나 성판매 여성은 ‘더러운 창녀’로 낙인찍혀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다. 남성은 성적 쾌락의 주체지만, 여성은 순결함을 지켜야 한다. 여성은 남성의 쾌락의 대상이거나 적자생산의 의무를 위해 정조를 지켜야 하는 존재로서, 몸에 대한 여성의 소유가 인정되지 않고 있다. 결국 이러한 현실이 성상품화와 성매매를 양산하고 있다.

따라서 여성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이중적인 성규범을 바꾸기 위한 여성들의 집단적 운동이 필요하다. 여기서 성매매 여성들도 ‘말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

성매매 역시 여성이 억압과 착취에 놓여 있다고 해서 성매매를 불법화하고 즉각적인 철수를 요구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없다. 노동자는 억압적 현실을 스스로 자각하고 집단적 힘을 모아 노동조합을 만들고, 현실을 개선하고 세상을 바꾸는 운동을 한다. 여성 스스로 이중규범, 성상품화, 성별분업, 낮은 임금과 고용불안 등 현실을 자각하고 변화를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성매매 비범죄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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