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여는글
  • 2016/05 제16호

협치는 없다

  • 홍명교 미디어국장
총선 패배 후 두문불출하던 대통령이 입을 뗐다. 자신과 정권에 대한 심판을 양당 체제에 대한 민의의 심판으로 돌리는 정신승리가 자못 소름 돋게 한다.

핵심은 그 다음. 박근혜 대통령은 언론사와의 오찬에서 여야 3당 대표들과의 만남을 정례화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총선 참패 이후 국정쇄신과 소통 강화 요구가 나오는 가운데 나온 반응이다. 이를 두고 언론은 ‘협치 정치’라 명명했다.

물론 그가 여야 3당과 진짜 ‘협치’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개각엔 반대하고 연정이나 개헌론에도 분명히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고 굳게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심으로.

본래 협치(協治, governance)란, 정부가 일방적으로 통치하지 않고 시민사회의 여러 세력과 함께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행태를 일컫는다. 정부의 역할과 시스템, 사회문제 해결방식 등의 변화를 뜻하는데, 이는 통치의 불가능성, 정부에 대한 불신의 심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오늘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협치라는 틀로 시민단체나 노동조합을 하위 파트너로 두고 관리하려는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어쨌든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로서는 현상황을 ‘뭘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게다. 지난해부터 밀어붙인 노동시장 구조개악이 거센 저항을 마주했고, 더불어 여소야대 국면으로 상황은 보다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그들만의 ‘협치’는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24일 만난 여야 3당 대표가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처리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무슨 기준에서인지 알 수 없지만 지역마다 선정된 의료, 에너지, 관광 등 특화산업에 대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특혜를 제공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기업규제 완화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을 무시하고, 자본을 위한 ‘협치’로 단결한 것이다. 벌써부터 이 법이 병원의 상업화를 확대함으로써 의료비를 폭등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여야 간에 벌어진 이전투구가 한낱 쇼에 지나지 않았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한편 조선업계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일감이 사라진 노동자들은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구조조정의 파고는 단지 조선업계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회사가 어려울 때 가장 먼저 잘려나가는 존재는 언제나 노동자였다.

‘협치’는 없다. 이윤은 독식하고, 손실의 대가는 노동자에게 전가시키는, ‘자본을 위한 협치’가 있을 뿐이다. 가장 긍정적인 면모에 주목한다 해도 그것은 사회운동의 대안이 될 순 없다. 300명의 국회의원 중 적어도 292명은 이 ‘협치’의 자장에 들어갈 것이다. 이제 사회운동에겐 폐허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분명한 과제가 놓인 셈이다.

재난영화 속 거센 물살에 정신없이 떠밀려가는 사람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 살아남을지 알지 못한다. 잠시 멈춰 간신히 높이 오른 사람만이 구조대를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물살의 방향과 구조대의 위치가 어딘지 알 수 있다. 《오늘보다》가 물살의 방향을 알 수 있는 부표, 떠내려가는 사람들이 붙잡고 올라설 전봇대가 되길 소망한다. 그런 노력을 아끼지 않겠노라 다짐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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