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칼럼
  • 2016/06 제17호

유성기업 농성장 의료지원을 다녀와서

  • 김은정 사회진보연대 회원
지난 4월 30일, 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회원모임이 처음으로 투쟁사업장 의료지원을 했다. 우리의 방문이 ‘진료’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우리가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을 이해하고 적극 지지하고 있음이 전달되기를 바랐다. 나는 다소 무거운 마음으로 방문을 했고, 곧이어 너무나 소중했던 동지를 한순간에 잃은, 아직도 그 애끓는 마음에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모습의 유성기업 노동자들과 마주하고 앉았다. 
 

사실 나는 유성 노동자들에게 어떻게 해야 조금의 위안이라도 드릴 수 있을지 알지 못했다. 경황도 없었지만 경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소중한 만남에서 나는 특별한 말을 하지 못했다. 그저 그들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들을 뿐이었다. 그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니 더욱 화가 나고 슬픈 감정을 추스를 수 없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우울장애가 매우 심각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뚜렷한 실상 앞에서의 느낌은 더욱 생생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유성 노동자들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상태는 상당히 위태로워 보였다. 그리고 그들은 위태로운 건강상태가 자신의 가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몹시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들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하는 자녀들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가 없다고 했다. 과도한 야간노동이 신체리듬을 파괴하고, 잔인한 노조탄압이 정신적 불안감을 지속되게 했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자책으로 정신적 우울장애의 위험은 더욱 가중되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무엇보다 견디기 힘들다고 했던 것은 바로 ‘외로운 투쟁’이었다. 그들의 모습은 드넓은 시청광장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여기에 우리들이 있다’고 소리치는 듯했고, 나는 그들의 손을 끝까지 잡아주고 싶었다. 늘 함께하겠다는 뜻에서 말이다.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간담회를 마치고 본격적인 진료가 시작되었다. 노동자들은 나에게 혈압체크를 받은 후, 보건의료부분회원모임 소속 의사에게 문진과 기본진료를 받았다. 개인의 질환에 따라 정신의학적 진료와 근골격계 통증 상담, 기기치료도 이어졌다. 

환자 차트를 정리하며 혈압을 체크하던 나는 곧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노동자들의 혈압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혈압계가 고장난 것이었다면 얼마나 다행이었을까. 간담회를 하면서 우려되던 그들의 건강상태가 현실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다음을 기약하며 자리에서 일어선 나는, 그들의 마지막 모습까지도 잊을 수 없었다. 그들은 피켓을 목에 걸고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가는 시청광장을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그 모습을 떠올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복잡한 감정이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생각만큼은 명확했다. 제2, 제3의 한광호 열사를 보게 되는 일이 절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 모두가 뜻을 모아 노조탄압을 근절하고, 현대차로 상징되는 재벌기업이 부품사나 하청기업의 노사관계를 지배하는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촉구하며, 함께 투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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