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칼럼
  • 2016/08 제19호

동료의 장례식장에서

  • 김문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사무장
또 다시 우리의 동료가 고인이 되고 말았다. 
삼성전자서비스 성북센터 소속인 그는 에어컨 실외기를 수리하다 난간이 무너져 3층에서 추락했다.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끝내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 43살, 어린 딸과 아들, 그리고 아내를 남겨두고. 차에선 아내가 싸준 도시락이 발견되었다. 
하루 14시간씩 일했다고 하니 그날도 그 도시락을 먹을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부고를 듣고 달려간 나는 그날 밤새 장례식장을 지켰다. 
그곳에서 고인이 일했던 센터 사장을 마주쳤다.
그는 ‘일꾼을 잃었다' 했다. 사람이 아니라 일꾼.
그는 ‘안타깝다’고 했다. 사과까지는 아닌가보다.
말하는 중간 그는 피식거리며 웃었다. 본인 ‘스타일’이라 했다. 애도를 그렇게 하나보다.
그는 ‘법적인 책임’과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 법과 도의는 대체 무슨 의미일까.
 
또 다른 센터 사장이 왔다. 오자마자 그는 나에게 “임단협 교섭은 어떻게 할 겁니까?”라고 물었다. 
그래, 그들에게 고인은 이미 세상에 없는 존재일 뿐인가.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건 아니지 않나. 
한 생명의 죽음 앞에서도 함부로 지껄이는 저들을 깡그리 없애버리고 싶었다. 무례하고 비인간적인 그들의 언행에 큰소리나 한번 치고 참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분통 터졌다. 
 
다시 한 번 똑똑히 느낀다. 이게 삼성이다. 아마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우리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싸울 것이다. 
장례식장의 밤이 깊어가는 동안 동료들과 함께 수없이 되뇌었다. 우리가 왜 노동조합을 만들었던가? 이런 죽음이 더 이상 없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다. 천진난만하게 장례식장을 뛰어다니는 고인의 두 아이를 보며 눈물을 머금고 다짐했다. 우리가 할 일은 분명하다. 바꿀 것이다. 끝내 이길 것이다.
 
끝으로 고인께 전하지 못한 말씀을 올린다.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노동조합을 3년이나 했는데 지켜드리지 못했습니다. 계신 그곳에선 부디 영면하십시오.”
 
그림 김재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향한 우리의 전망, 오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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