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꿀팁상담소
  • 2016/09 제20호

모르게 떼먹고 알고도 떼먹는 시간외 근로수당

  • 정리 홍명교 편집실 미디어국장
  • 삽화 이재임
  • 자문 이대우 금속노조 인천지부
  • 이규철 금속노조 서울지부
미쳤다 미쳤어. 너무 덥다!!! 꿀팁상담소는 더위를 피해 기후 위기 해결을 요구하며 주민센터 로비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이동 사무소도 차렸다. 더 많은 손님들이 찾아들었다. 떼인 돈 받아달라는 막무가내 상담객부터 억울하게 해고된 아저씨까지. 더위 먹은 고양이 총무가 불평을 늘어놨다.
“인간들은 왜 이렇게 호구 같냐옹. 꿀벌들처럼 뭉쳐서 싸우면 다 될 텐데.”
“그게 말처럼 쉽냐? 쉽게 말하지 마!”
비둘기 노무사가 퉁명스럽게 답했다. 그때 우리의 세 번째 손님이 찾아왔다. 지방 중소도시 두부공장에서 일한다는 삼십대 후반의 여성노동자였다.
 
“핸드폰, 화장품 공장, 식당 서빙…. 오만 데서 다 일해 봤어요. 다니다가 힘들면 바로 다른 데로 옮기고 그랬거든요. 이번엔 정말 끈기를 갖고 일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자꾸 옮겨 다니는 게 좋지 않더라고요. 점점 자신감도 없어지고 도망치는 기분만 드니까. 
근데 여긴 뭔가 좀 이상해요. 물론 딴 데보다 좋은 점도 있죠. 점심시간이 1시간인거? 그리고 야근할 때랑 명절 때 두부 주는 거? 제가 원래 두부를 엄청 좋아하거든요. 근데 이젠 두부도 질려요. 요즘엔 일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요. 그만큼 잘 팔려서 그렇겠지만, 그래도 정도껏 해야죠. 연장근로가 반강제라 싫다고 말하는 게 불가능하거든요. 그날 할당량 채울 때까지 퇴근 안 시켜주는 식이에요.“
 
고양이 : 인간들이 짐승처럼 군다냥
 
비둘기 : 그건 강제노동인데요?
 
“예를 들어 오늘은 1000개 뽑아라. 그럼 아무리 빨리 해도 8시간 안에 할 수가 없거든요. 죽어도 정시퇴근이 불가능해요. 그렇게 해서 연장근무 하면, 퇴근시간 이후의 업무에 대해서는 본인이 못한 만큼 일하는거니까 수당도 없다는 식이죠.”
 
비둘기 :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해서 연장근로를 하려면 합의가 있어야 돼요.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에서 정해져 있거나, 구두로 합의했거나. 그래서 당연히 거부할 권리가 있고, 사업주가 불이익을 주면 부당징계거든요. 노동부에 신고하면 사업주는 처벌 받아요. 문제는, 회사가 님을 괘씸하게 생각하게 되는 거죠. 만약 ‘어떻게든 쟤 잘라야겠다’싶으면 무슨 사유든 만들어서 자르려 하겠죠. 그래서 ‘이판사판이다, 잘라라!’하거나, 아니면 진짜 각오를 갖고 준비해야죠. 만약 노동자들이 누구나 자유롭게 연장근무를 거부할 수 있는 분위기면 뭐가 문제겠어요. 그 회사는 어떤데요?
 
“입 밖으로 뻥끗도 못하죠. 지방도시에 일할 사람 많다고 막 부려요. 그래도 이렇게 강제로 야근 시키는 게 잘못됐다는 사실이라도 알려지면 좋을 거 같네요. 그럼 좀 달라지려나?
게다가 저희가 원래 시급으로 계산하다가 올해부터 연봉제로 바뀌었거든요. 근데 이게 시급으로 따졌을 때보다 적게 받는 것 같은 거예요. 우리는 출근카드만 찍고 퇴근은 못 찍게 하거든요. 아무래도 느낌이 예전이랑 다르더라고. 그래서 물어봤더니 ‘연봉에 다 포함돼 있다’고 하더라고요. 명세서에 연장수당이 나오는데 연장을 많이 했던 달도, 덜 했던 달하고 별 차이가 없어요. 이상하죠?”
 
비둘기 : 그걸 포괄임금제라고 하는데요. 약정이 유효하려면 근로시간 산정이나 적용이 곤란한 경우여야 돼요. 거기처럼 근로시간 측정이 가능한 사업장은 당사자끼리 포괄임금계약을 체결했더더라도 무효일 수 있거든요. 그럼 실제 근무한 시간에 따라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할 수도 있어요. 게다가 연봉계약서에서 단지 법정수당 포함이라고만 적고 구체적인 연장근로 시간·수당을 표시하지 않았으면, 연봉 전체를 기본급으로 볼 수도 있고요!
여기서 중요한 건 얼마만큼 연장근무를 했는지 입증하는 거예요. 연장근무수당 요구하다가 회사가 거부해서 노동청에 진정을 청구하면 회사는 출퇴근기록이 없다거나 기록을 조작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거든요. 아님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남아 일한 거라고 우기거나, 연장근무 시킨 적이 없다고 발뺌하고. 그래서 본인이 근무한 시간을 기록하고, 업무내용이든 뭐든 자료가 될 만한 걸 최대한 확보해서 연장근무시간을 인정받아야 돼요. 이런 경우엔 회사 안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더 나올수록 좋죠. 그래서 퇴근할 때 확실히 체크하게 바꾸든지, 기록을 남겨야죠. 급여계산기, 야근계산기, 초과근무수당계산기 같은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하면 편해요.
 
 
“오호, 근데 문제는요. 처음 근로계약서 쓸 때, 회사가 원하면 잔업이나 특근을 한다고 서명을 했다는 거예요. 사실 전 읽은 기억도 안 나요. 그땐 그냥 대충 설명 듣고 빨리 서명하라고 하니까 그런 항목이 있는지도 모르고 했죠. 제가 호구 인증? 근데 우리 회사는 다 그랬어요. 사기 당한 기분이네요. 이미 서명했음 무조건 회사에서 시키는대로 연장근무 특근을 다 해야 하는건가요?”
 
고양이 : 연장근로나 휴일근로는 명백한 동의서가 있어야 돼요. 보통 회사들이 계약서 내용에 미리 동의서를 받아놓죠. 그게 편하니까. 근데 그렇다 쳐도 주당 12시간 이상 연장근로는 위법이고, 처벌할 수 있어요. 물론 신고하는 과정이 어렵긴 하지만요.
 
“그렇구나. 전 호구였네요….”
 
고양이 : 야옹~
 
비둘기 : 방법이 없진 않아요. 노사협의회를 통하거나, 노조 만들어서 힘으로 요구할 수 있죠. 다들 조금씩이라도 불만이 있을 거예요. 물론 쉽지는 않겠죠. 조심스럽게, 믿을만한 사람들부터 모아가는 게 필요해요.
그리고 임금을 직접 계산을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일단 평일 9시부터 6시까지 일하고, 점심시간 1시간이네요. 근데 실제론 8시에 출근해서 청소랑 조회를 했고, 거의 매일 밤 9시까진 잔업을 하고, 어쩔 땐 밤 11시까지 할 때도 있었단 거죠? 밤 11시까지 일한 날은 13시간이나 일한 셈이고, 아침 1시간,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 연장근로에 대한 가산 2.5시간, 야간근로에 대한 가산 0.5시간을 다 합하면 16시간! 휴일은 8시간을 초과하면 시간외근로할증과 중복해서 휴일근로할증이 적용되고요. 통상시급을 계산해보고, 여기에 각종 수당을 더해서, 그동안 퉁쳐서 받은 임금이랑 비교해보셔요. 보통 사장들이 제대로 계산 안하거든.
 
“이거 어떻게 다 계산하지? 골치 아픈데...”
 
고양이 : 해보면 쉽다냥~
 
비둘기 : 어쩌겠어요~ 알고도 안 따져보는 게 더 호구 아닌가? 지금 임금이 이거보다 적다면 문제가 있는 거예요. 자기 임금 자기가 계산해보는 거, 중요해요!
 
꿀벌 : 대놓고 떼먹고 모르게 떼먹고 시치미 떼는 사장들 득실대는 헬조선에선 필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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