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특집
  • 2017/05 제28호

결혼과 비혼, 기로에 선 30대

비혼과 출산포기, 자발적 선택인가 강제된 선택인가

  • 박상은
한국의 초혼연령은 계속 높아져 왔다. 이제는 30대가 가족구성의 분기점이 되는 연령대다. 결혼을 할 것인가, 자녀를 낳을 것인가 말 것인가, 낳는다면 몇 명의 자녀를 둘 것인가 등 인생의 중대 결정을 하는 시기가 바로 30대다.

최근 한국 사회의 큰 변화는 이들이 전통적인 가족의 상에서 자꾸 벗어난다는 점이다. 2015년 30대의 미혼율은 36.3퍼센트로 사상최고를, 2016년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1.17퍼센트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이러한 생경한 풍경을 묘사하는 ‘골드미스’, ‘딩크족’ 같은 신조어가 등장한지도 이미 오래다.
 

화려한 싱글?

알려진 것처럼 1인 가구는 급증하고 있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1인 가구 비중은 27.2퍼센트로 전체 가구 중 4분의1을 넘어섰다. 절대적 숫자로는 노인 1인 가구가 많지만, 최근 30~40대 1인 가구 역시 크게 늘고 있다.

흔히 1인 가구 증가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가 늘어나고, 개인주의적 가치관의 확산에 따른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골드미스와 골드미스터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골드족’은 고소득자면서도 가족을 부양할 의무가 없어 자신의 소득을 모두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한편에서는 부러움의 시선을 받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가족이나 출산 같은 사회의 중요한 가치를 외면하는 이기적인 사람들로 취급받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1인 가구의 일부만이 골드족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전문직 골드세대, 노동시장에 편입되지 못한 ‘산업예비군’, 가족해체·중장년 실업 요인의 중첩으로 형성된 ‘불안한 독신자’그룹, 고령화 산물인 ‘실버세대’로 나눠진다. 또한 골드세대보다 다른 세 집단이 1인 가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1인 가구의 특징으로 ‘빈곤’과 ‘사회적 고립’을 꼽기도 한다.

청년 1인 가구(20~39세)의 근로빈곤율과 실업률은 다인 가구보다 높다. 월세 비중도 50퍼센트 이상으로 다른 연령층보다 높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주거비에 대한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여성의 경우, 성별임금격차가 크고 고용이 불안정하다는 점에서 보다 쉽게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이 존재한다.
 

왜 비혼인가요

젊은 1인 가구조차 소위 ‘화려한 싱글’이 아니라 일자리, 사회적 관계 등에서 다인 가구에 비해 불안한 상태라면 이들은 왜 결혼해서 안정된 가족을 꾸리려고 하지 않을까?
 

일단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이 시대 청춘들에게 공통된 문제는 취업과 주택 문제다.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기는 어려운데, 주택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불안정한 노동시장과 주택 문제로 인해 결혼은커녕 연애도 언감생심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형편 아닌가. 

이를 뒷받침하듯 여러 연구결과는 한국에서의 비혼은 ‘비자발적 비혼’의 비율이 훨씬 크다고 말한다. 한 연구에서는 비혼 사유의 70퍼센트 이상이 경제적 문제나 적절한 배우자를 찾지 못해서 등 비자발적 이유로 나타났다.
1인 가구 중에는 비혼이 많지만, 30~40대의 비혼이 꼭 1인 가구 구성으로 귀결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경제적 이유 등으로 독립하지 않고(못하고)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비혼이 늘어나는 이유는 여성에게 좀 더 고유하다. 인터넷의 한 여초 커뮤니티에 ‘여성이 결혼하면 손해 보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 문장이 있다. “(결혼하면) 남편 밥해줘야지, 청소해줘야지, 빨래해줘야지, 애 봐줘야지, 시댁 챙겨야지” 이 한 줄의 말에 가족 내 여성억압의 모든 내용이 들어있다. 여전히 가사노동의 대부분을 여성이 담당하고 육아와 노인 돌봄도 여성의 몫으로 남겨져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게다가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등 제도의 사용은 여전히 어렵다. 그 때문에 출산과 육아로 직장을 관두는 여성도 많은데, 다시 일을 하려고 할 때 남겨진 것은 저임금에 고용이 불안한 일자리 밖에 남지 않는다.

운 좋게 육아휴직이 보장된 직장에 다녔더라도 몇 년씩 쉬고 나면 직장에서 뒤처진다는 것을 여성들은 알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사회가 책임져야 할 부분을 방기하며 대신 전통적인 가족을 적극 활용했다. 그 부담을 개인과 가족이 다 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제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다.
 

출산포기의 이유

비혼이 아무리 증가하고 있다 해도, 결혼해서 새로운 가족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30대 비혼율(36.3퍼센트)을 뒤집어보면 63.7퍼센트가 혼인 상태란 것 아닌가.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 시기를 연기하거나, 무자녀로 남거나, 둘째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국가는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다급해진 나머지 가끔 저열한 인식을 드러낸다. 2년 전에는 시들어진 외떡잎 이미지를 사용해 외동 자녀의 사회성과 인성을 문제 삼으며 둘을 낳으라는 포스터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게다가 무자녀 부부는 의무를 방기하는 이기적인 사람들로 여겨진다.

하지만 기혼자들의 출산 포기에는 이기심이 아닌 경제적인 배경이 깔려있다. 대학 졸업 시까지 자녀 1명당 양육비는 4억 원에 육박하고, 자녀가 생기면 주택을 넓혀야 하지만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증명하듯 주택가격이 높고 생활물가도 급등하는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94퍼센트로 전국 최저다.

또한, 여성들은 출산·육아 후 노동시장에 재진입하기 힘들다. 일자리를 얻더라도 비정규직 등 불리하고 열악한 조건을 감수해야 한다. 아이를 갖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은 늘어나는데, 정작 아이를 낳고 기르려면 더 열악한 조건으로 내몰리게 되는 셈이다. 누가 아이 갖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는가?

경제적 여유가 어느 정도 있는 경우라도 한국의 가족주의에 대한 비판적 의식이 자녀를 갖지 않는데 영향을 주기도 한다. 가족은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라기보다 아이의 미래와 성공을 위해 부모가 투자를 하는 공간이라는 점, 학창시절에는 경쟁에 내몰리고 취업 이후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한국 사회에서 과연 아이를 낳는 것이 좋은 것인지 고민하며, 무자녀 가족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4인 가족 유지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우리 사회는 여전히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전형적인 핵가족 형태의 가족을 ‘정상가족’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오늘날은 그런 핵가족의 구성과 유지가 쉽지 않다. 결혼 진입 단계에서부터 결혼식 비용과 집 마련, 가구 마련 등에 소요되는 부담이라는 첫 번째 허들을 넘고 나면, 여성에게는 가사노동이라는 짐이 하나 추가된다. 곧이어 부부에게는 자녀 양육비라는 짐이 주어진다. 

짐이 늘어나도 허들은 계속 놓여있다. 어린이집·유치원 허들에 걸려 사립유치원에라도 가게 되면 부담은 더 가중된다. 현재 전국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보육 아동 수용률은 각각 12.1퍼센트, 24.2퍼센트에 그친다. 친정 혹은 시댁에서 자녀양육의 도움을 받았으나 돌봄을 제공하던 집안 어르신의 건강이 악화되는 경우도 또 다른 허들이다. 계속된 허들과 무거운 짐에 눌린 여성이 가정을 위해 일을 포기해야겠다는 결심을 하는 순간, 그녀에게는 더 열악한 다른 트랙이 펼쳐진다.

아내가 자녀 육아 등을 위해 노동시장에서 탈락하면 남편에게도 부담이 가중된다. 그는 이제 불안정한 노동시장에서 혼자 살아남아 아내와 아이를 부양해야 한다. 실제 많은 남편(아버지)들은 ‘돈을 더 많이 벌어야한다’는 경제적 중압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이유 역시 한국 남성의 장시간 노동의 원인 중 하나이다.  

  아내를 어떻게든 기존의 트랙에 남기고 싶은 남편도 어려움에 부딪힌다. 그는 아내의 노동권·모성권 양자의 보장을 위해 자신도 양육자로서 상당한 책임을 맡아보려 하지만, 그는 ‘남성 육아휴직이 웬 말이냐’는 회사의 반응과, ‘이 중요한 시기에 경력관리를 하지 않을 것이냐’라는 친구들의 조언에 부딪힌다. 2015년 한국의 남성 육아휴직률은 5.6퍼센트에 그쳤다. 놀라운 사실은 한국의 남성 육아휴직 가능 기간은 52.6주로 OECD 국가 중 가장 길다는 점이다.
 

무엇을 선택하든

비혼 1인 가구, 무자녀 부부, 3~4인 가족… 모습은 모두 다르지만 직면한 문제는 같다. 결국 30~40대를 최대한 부려먹고 싶은 기업과 알량한 지원책만을 반복하며 계속 가족에게 부담을 떠넘긴 국가로 인해 쌓여온 문제들이다.

이를 ‘출산율’의 문제로만 접근하면 문제가 생긴다. 결국 30대의 비혼, 만혼, 출산연기(포기) 등은 노동권과 모성권이 제약되고 있는데서 비롯되는 문제인데, 원인은 그대로 두고 또 다른 권리(낙태권이나 동성애자의 인권 등)를 제약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권리의 제약이 또 다른 권리의 제약을 낳는 악순환이다.

오늘의 가족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현재의 30대가 IMF 이후 대학에 입학해 한국 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재편과 함께 20대를 보낸 이들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청춘 내내 희망의 한 자락을 놓으며 지금의 인생 경로를 설정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전환이 필요한 때다. ●
 

참고 논문

김혜경, <부계 가족주의의 실패?: IMF 경제위기 세대의 가족주의와 개인화>, 2013
김혜영, <1인 가구의 비혼 사유와 가족의식>, 2007 
변미리, <도시에서 혼자 사는 것의 의미: 1인가구 현황 및 도시정책 수요>, 2015
유정미, <독립과 연대로 준비하는 노후>, 2012 
호정화, <비혼과 1인 가구 시대의 청년층 결혼 가치관 연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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