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건강과 사회
  • 2017/05 제28호

의료민영화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 없는 문재인·안철수

모두가 건강한 사회, 의료공급체계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

  • 채수용 의사 · 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
한국 보건의료의 상황은 사회서비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60% 내외를 맴도는 낮은 의료비 보장률과 미약한 공공의료 인프라가 고질적 문제다. 이 때문에 대선 후보들은 보장성 강화와 공공의료 강화 두 방향의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쟁점1. 보장성 강화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통제 방안이 보장성 강화의 핵심이다. 비급여 진료비는 현재 전체 의료비의 17%를 차지하며 높은 본인부담금의 핵심 원인이 되고 있다.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급여의 항목과 절대량이 늘어나더라도 비급여 진료 증가로 전체 의료비가 함께 증가하면서 보장성은 강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대당 평균 건강보험료가 2004년 47,787원에서 2009년 66,916원으로 약 40% 증가하는 동안 건강보험 보장률은 그 10분의 1인 4.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박근혜 정부도 후보 시절 보장성 강화 방안으로 4대 중증질환 100% 보장, 3대 비급여 대책을 제시했지만 건강보험 보장률은 오르지 않았다.
 
비급여 문제 해결 방안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예비급여제도 도입을, 국민의당은 기존의 선별급여를 통한 급여화를 제시한다. 정의당은 미용목적 성형 등을 빼고 모든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네거티브 방식의 전면급여화’를 제시한다.
 
국민의당이 제시하는 선별급여는 박근혜 정부가 비급여 대책으로 도입했던 정책이다. 선별급여는 △의학적 필요성이 낮으나 환자부담이 높은 고가의료, △임상근거 부족으로 비용효과 검증이 어려운 최신의료, △치료효과 개선보다는 의료진 및 환자편의 증진 목적의 의료 등에 본인부담금을 50~80%로 하여 건강보험에서 일부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이며, 현재 선별급여로 지정된 의료행위는 5년마다 재평가하여 필수급여로 전환하거나 본인부담률을 조정한다.
 
 
의료행위를 급여화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어떤 의료행위를 급여화할 것인지는 중요한 정책적 선택의 영역이다. 국민건강보험이라는 공공재원이 투입되기 때문에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면서 과도한 비용이 지출되지 않는 방식으로 급여화가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를 위해서는 안전성, 유효성, 비용효과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특히 고비용의 신약·신의료기술을 급여화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효과와 타당성의 입증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선별급여는 이러한 원칙을 무너뜨리는 제도다. 의학적 필요성이 낮더라도, 임상근거가 부족하더라도, 비용효과성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치료효과 개선이 없더라도 급여화하여 국민건강보험에서 재정을 지출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별급여에 포함되는 의료행위들은 대부분 고비용으로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에서 이용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다. 결과적으로 선별급여제도는 건강보험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선별급여가 대형병원, 민간보험사, 제약·의료기기 자본에게 특혜를 주는 정책이라는 점이다. 병원 및 의료 관련 자본이 의학적 필요와 무관하게 시장만 키워놓으면 안전성·유효성·비용효과성 등 급여화 조건에 미달하더라도 국민의 보험료로 수익을 보장해주겠다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선별급여는 비급여 문제의 단계적 해결책으로 포장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안전성·유효성·비용효과성이 인정된 의료행위를 단계적으로 급여화하는 현재의 정책보다도 퇴행적인 정책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선별급여를 폐지하고 ‘예비급여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예비급여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언론을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하고 비급여의 급여화 진입장벽을 완화하는 대신 퇴출 기전을 마련해 사후통제를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언급한 예비급여제도 또한 비슷한 정책으로 보인다.
 
예비급여제도는 보장성을 강화하고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안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선별급여와 마찬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진입장벽을 낮춘 후 퇴출 기전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결국 안전성·유효성·비용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은 의료행위를 건강보험료로 지원해주는 셈이기 때문이다.
 
비급여 의료 중 의학적 필요가 있으며 타당성이 입증된 것은 여전히 많다. 비급여 의료행위를 급여화하는 기준은 명확히 하되, 필요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전면 급여화하면 된다. 굳이 급여의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것은 역시 대형병원, 민간보험사, 제약·의료기기 자본의 이해관계를 반영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번 급여화된 항목의 경우 병원 경영상의 어려움, 환자의 편의·요구 등의 명분으로 퇴출 기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정의당은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하며 신의료기술과 신약은 안정성·효과성 입증 시 급여화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제도적 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평가가 어렵지만, 이 방안은 선별급여나 예비급여처럼 후퇴한 방식이 아니라 건강보험 급여 적용의 원칙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낫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심상정 후보는 △의료급여 대상자 확대(중위소득 50%까지), △소득 하위 15%까지 건강보험료 지원, △건강보험 대상자 확대(유학생, 미등록체류자), △장애친화적 건강서비스 강화 등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타 후보들이 아동, 노인, 치매 진료비 보장성 강화 등 대동소이한 공약을 제시한 것에 비해 진일보한 공약이라 평가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보장성 강화, 비급여 통제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선별급여제도, 예비급여제도는 보장성 강화 효과도 제한적일 뿐 아니라 ‘비급여 통제 방안’이라기보다 ‘자격 없는 비급여 급여화를 통한 의료자본 지원책’에 가깝다는 점에서 기만적이다. 또한, 비급여 진료가 지속해서 확대되는 원인은 과잉진료를 통한 수익 창출로 경도된 민간중심 의료공급체계에 있으므로, 비급여 의료행위의 급여화 전략만으로는 보장성 강화가 현실화되기 힘들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윤 추구에 경도된 의료기관에 대한 통제 없이는 모든 필수적 의료행위를 급여화하더라도 행위량 증가를 통한 과잉진료(건강보험 재정의 과도한 지출로 귀결), 비급여 진료의 지속적 도입(보장성 강화 지체)을 막을 수 없다. 결국, 보장성 강화 정책은 의료기관에 대한 통제, 민간중심 의료공급체계를 혁신하기 위한 전략과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모든 후보의 보건의료공약에서 이러한 부분은 공백으로 남아있다.
 

쟁점2. 적정부담-적정수가

더불어민주당은 공약을 통해서 ‘적정부담-적정수가’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보건의료가 ‘저부담-저수가’에 기반을 두고 있어서, 저수가로 인해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은 의료기관들이 수입 보전을 위해 비급여 진료를 늘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급여 진료를 축소하고 보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건강보험료를 인상해서 건강보험재정을 확대하고, 이 재원으로 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수가가 현실화되고, 몇 가지 보완적인 조치가 동반된다면 의료기관들이 (자발적으로) 비급여 진료를 축소할 것이라고 전제한다. 정의당 역시 재원 마련 방안으로 ‘보험료율 인상’, ‘적정수가’를 언급하고 있다.

먼저 ‘적정부담’에 대해 살펴보자. 다른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수치만을 볼 때 한국의 가입자 건강보험료 부담률이 OECD 국가들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한국의 보건의료부문 지출 역시 OECD 국가들에 비해 적다. 건강보험 재정을 확충하고, 이를 기반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을 확충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가입자 건강보험료 인상을 선제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 건강보험료를 부담의 3주체인 국가, 기업, 개인 중 개인의 부담만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건강보험 국고지원률은 약 20% 정도로 규정되어 있는데, 이조차도 모두 내지 않고 있다. 현재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보조금은 보험료 총액 중 보험료 기대수익 대비 20%(전체 건강보험 재정의 16.7%)로 규정되어 있지만 2007∼2015년 실제 국고지원률은 16.2%(전체 건강보험 재정의 13.9%)에 불과했다.
 

해외의 국고지원률은 일본 38.4%, 대만 37.8%, 프랑스 52% 등으로 한국보다 국가 책임성이 매우 높다. 기업 부담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에서 기업과 직장가입자는 5대5의 비율로 건강보험료를 내는데, 프랑스의 경우 기업과 직장인의 부담 비율이 7대3이다. 게다가 프랑스는 건강보험적자가 발생하면 대기업 매출액의 0.1~0.2%를 사회연대부담금으로 걷어 재정적자를 메꾼다. 따라서 ‘적정부담’을 주장하려면 건강보험료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에 대한 국가와 기업의 책임을 더욱 높이는 것이 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건강보험재정 마련의 형평성이라는 측면에서 최근 국회를 통과한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안에 대해서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안의 핵심 목적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사이의 형평성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는 오랜 기간 제기되어온 문제로, 마땅히 개선되어야 할 문제다. 그러나 ‘건강보험 가입자’(개인) 사이의 형평성에만 집중하는 부과체계 개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가와 기업의 부담을 강화하는 사회적 방안이 마련되는 것이다.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과 관련한 논의에서 국가와 기업의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부담률에 대해서는 어떠한 논의도 없었으며, 개인 간 형평성에서도 고소득·고자산의 1% 부자들과 서민들 사이의 형평성을 달성하는 것에는 미달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과 심상정 후보 모두 건강보험 부과체계의 소득 중심으로의 개편을 공약으로 언급했으며, 더불어 더불어민주당은 건강보험 국고부담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국고지원 사후정산제를 제시했다. 사후정산제는 현재 건보법 규정에 없는 국고지원 부족액의 사후정산 규정을 법제화해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국가가 법률에 정해진 건강보험 국고부담마저 회피하는 상황을 일정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과도하게 낮은 국고부담률 자체에 대한 해결방안이 추가로 마련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 설사 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높여 추가적인 재원을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적정수가’가 어느 정도인가 하는 쟁점이 존재한다. 게다가 과잉진료를 통해 고비용을 발생시키는 민간중심 의료체계가 존재하는 한 ‘적정수가’가 책정된다 하더라도 보장성 강화 전략은 반쪽짜리 대책에 불과하다. 대다수 의료기관의 의료행위가 사회적으로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가가 인상되더라도 비급여 진료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행위별 수가체계하에서 일부 비급여를 급여 전환하더라도 의료기관은 새로운 비급여를 손쉽게 도입할 수 있다. 건강보험 재정 확충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전략은 반드시 의료공급체계에 대한 통제 전략과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두 전략이 동시에 시행되지 않는 한 ‘적정수가’론은 무용하다. 여기에 더해 제약·의료기기 자본에 대한 통제 방안도 필요하다. 새로운 의약품·의료기술의 도입 과정에서 안전성·유효성·비용효과성 기준을 명확히 하고, 가격에 대한 사회적 통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박근혜 정권 동안 완화·철폐된 많은 신의료기술 관련 규제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한 입장이나 공약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쟁점3. 공공의료 강화

공공의료 강화에 대해 후보들은 모두 일차의료 강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은 일차의료특별법 제정을 통해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지원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방안을,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주치의 제도 도입을 내세웠다. 자유한국당도 일차의료기관에 대한 정책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일차의료 강화는 의료전달체계가 와해된 한국의 상황에서 매우 절실하고 필수적인 과제이지만, 주치의제도와 같은 단일 정책을 도입한다고 바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첫째, 일차의료가 진정 본래의 의미대로 기능하려면 이를 수행할 인력에 대한 교육·양성 계획이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 특히 한국처럼 일차의료의 경험이 거의 없고 대부분 의료 인력이 전문의 위주로 구성된 상황에서는 더욱 일차의료에 대한 이해와 이에 맞는 역량 형성이 필수적이다. 

둘째, 1·2·3차 의료기관들이 서로 경쟁하고 있는 한국의료체계의 상황에서 일차의료 강화는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강화하는 정책만으로는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이는 반드시 2·3차 의료기관의 기능을 변화시키고 제어할 의료전달체계 전반에 대한 강화 정책과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셋째, 과거 정부의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전략은 공급자에게 경제적 보상을 강화하거나 환자 본인부담률을 높여 환자 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시행되어 왔다. 와해된 의료전달체계하에서 수익은 공급자 몫이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 몫이었던 것이다. 향후 의료전달체계 재정립 전략은 의료기관에 대한 통제 강화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병원급 이상은 외래진료에 포괄수가를 적용하고, 대형병원은 중증 입원환자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기능별 수가구조 마련을 제시했다. 정의당은 인당, 건당, 질병당 수가에 기초한 지불제도 도입과 함께, 대형병원 쏠림 중심의 낭비적인 보건의료체계 개편 방안으로 수도권 대형병원 신증설 억제, 지역수가가산제 도입을 제시했다. 이는 기존의 인센티브 강화 방식에서 벗어나 의료기관에 대한 규제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공약들은 제도 도입 과정에서 공급자들의 반발로 우여곡절을 겪으며 왜곡될 가능성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며,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책을 추진할 의지가 있을지가 관건일 것이다.
 

쟁점4. 공공의료기관 확대

이번 대선 공약에는 일부 취약지역의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는 방안 외에는 공공의료기관의 비중이나 역할과 관련한 포괄적인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 여전히 공공의료기관의 비중이 과소하며, 공공의료기관의 소관 부처도 파편화되어 있고,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통합적인 발전 방안이 없는 등 공공의료에 대한 전략이 부족하다.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표준진료를 확립하고 민간의료기관을 견인하는 전략은 현재에도 유효성을 잃어버렸다고 볼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양적 토대가 마련되어야 하며, 정부의 적절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 이미 의료기관이 포화상태라 새로운 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면, 기준에 미달하는 부실 의료기관을 폐업시키거나 인수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쟁점5. 의료민영화 정책에 대한 입장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자유한국당 등 주요 정당들은 의료민영화 정책을 폐기하거나 저지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 지난 20년 동안 다방면으로 추진된 의료민영화 정책들은 건강보험 보장성이나 공공의료 등 한국 보건의료 전반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쳤다.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앞서 과거 시행된 의료민영화 정책의 폐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국민의당은 오히려 역방향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별도의 의료 관련 공약 발표가 없는 가운데, 4월 10일 안철수 후보는 규제프리존법에 대해 찬성입장을 밝혔다. 규제프리존법은 ‘재벌 특혜법’이라는 비판 속에 사회운동의 강력한 반발로 저지되어온 법안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4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78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에 따라 특정 산업이 '지역 전략 산업'으로 선정되면 해당 분야에 진출한 기업은 각종 규제 면제와 세제 혜택을 받는다. 이러한 규제완화는 의료민영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 ("되살아나는 재벌특혜 규제완화, 규제프리존법" <오늘보다> 2017년 3월호 참고)

더불어민주당은 의료영리화 정책을 전면 재고한다고 밝혔으나, 얼마 뒤 반대되는 입장을 내놓았다. 4월 12일 문재인 캠프의 싱크탱크인 김상조 부위원장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해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문재인 후보 역시 이 법안에 동의한다고 발언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기획재정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를 설치하고, 서비스 산업에 규제 완화와 세금 감면 등 각종 혜택을 주는 법안이다. 보건의료 분야는 제외하는 입장이라고 밝혔지만,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하고 시장화하면서 사회복지와 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욱이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은 보건의료산업 성장동력 확보방안을 다수 포함하며 의료를 산업으로 보는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는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의료자본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기 힘들 것이다.
 
 

결론. 의료공급체계에 대한 공공적 통제가 필요하다

대선 후보 각각이 제출한 보건의료 관련 공약은 보장성 강화, 공공의료 강화, 일차의료 강화 등 보건의료 개혁의 목표를 담고 있지만 대부분 목표를 달성하기에 미흡하며, 오히려 퇴행적인 공약도 존재한다. 이는 근본적으로는 후보들의 보건의료 공약이 한국 보건의료의 문제점과 개혁 방향에 대한 포괄적인 철학을 담고 있기보다는 파편적인 고육지책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진행된 의료민영화 정책들은 충분히 되돌릴 수 있다. 그런데 문재인 후보 등 대선 후보들에겐 의료민영화 정책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이 빠져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들이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은 이제까지 진행된 의료민영화를 그대로 인정한다는 뜻이며, 보건의료 개혁과 관련하여 제출한 각종 공약에 대한 진정성 역시 의심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의 중심적인 축이 의료민영화 정책과 연결되어 있었음을 되새기면, 이는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촛불의 민심을 배신하는 것이기도 하다. 각 후보는 그간 추진되었던 의료민영화 정책의 폐기를 약속함과 동시에, 의료공급체계에 대한 공공적 통제 방안을 포함하는 의료공공성 강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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