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오늘평화
  • 2017/06 제29호

성주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의 가능성을 보다!

영화 <파란나비효과> 박문칠 감독 인터뷰

  • 인터뷰·정리 배일훈
대선 열기가 전국을 달궜던 지난 4월, 경북 성주와 김천의 주민들은 한 가지 소망이 더 있었다. 바로 사드 배치를 막아내는 것이었다. 헌데 대선 투표 결과 사드 배치를 지지하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을 앞지르는 결과(성주군 55.8퍼센트‧김천시 47.4퍼센트)가 나왔다. 이 때문에 인터넷 일각에선 ‘당해도 싸다’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타당할까? 사드와 싸우는 성주 주민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파란나비효과>의 박문칠 감독에게 물었다. 그는 작년 7월부터 지금까지 성주에서 영상 활동을 하고 있다. 촬영하다가 주민들과 밥과 술을 먹기도 하고, 때로는 아이들을 돌보기도 하며 성주 지역과 사람들을 알아가고 있었다.
 
성주 주민들은 보수적인가? 실제 만나보니 어땠나?

경상도가 보수적이라지만, 막상 주민들을 만나 얘기해보면 정치적 소신이 깊은 분은 많지 않다. 영화에 나오듯 ‘익숙하니까 1번만’ 찍거나, 가족이나 친구들이 찍으라고 하니 찍는 식이다. ‘나는 보수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다른 지역에 살았다면 무당층이거나 무관심층일 수도 있는 사람들인 거다.

작년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 이완영이 국회의원으로 당선(69.5퍼센트)됐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선거운동을 거의 안 했다더라. 그런데도 30퍼센트 넘게 표를 받았다. 다른 대안을 찾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증거다. 이걸 묶어낼 세력이 없는 게 문제다. 어떤 계기가 주어진다면 바뀔 수 있다.
 
대선 때 정당들의 선거운동 분위기는 어떻게 달랐나?

그래도 예전과 달리 더불어민주당 선거유세차량은 시내에 돌아다니더라는 얘기를 하시더라. 반면 자유한국당 쪽의 선거운동은 드러나지 않는 활동이 많다. 각종 모임, 노인정에 다니면서 자기들끼리 정보와 의견을 주고받는 저인망식 선거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파란나비효과> 박문칠 감독
 
영화제목이 ‘(파란)나비효과’다. 성주의 사드 반대 투쟁이 어떤 점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나?

성주는 작은 농촌 공동체다. 서로 잘 알고, 응집력이 강하다. 이번 투쟁을 겪으면서 뜻을 함께 하는 주민 공동체가 자연스레 생겨났다. 서로 먹을 것을 나누고, 아픈 사람을 위로하며, 힘과 지혜를 모아 함께 행동하는 모습에서 변화의 가능성, 새로운 대한민국의 밑그림을 본 것 같다.

성주촛불이라는 주민 공동체는 아이들을 서로 돌보는 공동육아의 공간이고, 서로에게 새로운 것을 배우는 학교다. 각자 생산한 농작물과 수공예품들을 나누는 마을의 장터이기도 하다. 일상과 투쟁의 경계를 허물고, 삶 속으로 나눔과 연대의 정신을 구현하다보니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과 행복이 떠나질 않는다. 하루의 촛불집회를 마치고 지치고 피곤할 만도 한데, 모두들 집에 바로 가기 아쉬워 마당에 둘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곳. 이 모습이 널리널리 알려지고 확산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 속에서 여성이 중심인물이다. 변화의 가능성 측면에서도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다.

영화나 다큐멘터리는 사회를 향해 화두를 던지는 게 중요하다. 사회운동에서 최근에 여성의 역할이 도드라지고 있다. 이전과 다르게 주체화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왔다. 광우병 촛불집회 때 유모차 부대, 탈핵‧환경운동에서 주부들의 먹거리에 대한 관심처럼 생활의 문제를 가장 먼저 피부로 느끼는 존재가 바로 여성이다.
 
성주에서도 엄마들이 투쟁 초기에 불씨를 당긴 측면이 크다. 남성들도 물론 큰 역할을 했지만, 그 동안 잘 드러나지 않은 여성의 역할을 조망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애들 학교 보내놓고, 수다 떨던 멤버들끼리 모여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파란나비 리본을 만드는 여성들의 이야기에 주목하고 싶었다.
 
혹시 2탄을 찍는다면 이후 영화에 담고 싶은 인물이나 장면이 있나?

소성리에도 내가 관심가지고 있는 몇 분이 있다. 살아온 세월만큼 삶에서 나오는 지혜와 내공이 남다르다. 박근혜 찍은 것을 후회하는 할머니들이 이번 대선에서 누굴 찍고 누굴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실 때, 어느 한 할머니는 자기 가슴을 두드리며 그러시더라. “나를 믿어야지”. 그런 순간을 맞이하면, 촬영을 하다가도 전율이 느껴진다.

농민회 같은 기존의 사회운동도 투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투쟁이 처음인 분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유경험자들의 노하우가 알게 모르게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억지로 앞에서 이끌려 하기보다, 뒤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투쟁공간에서 이런 이들이 갈등의 중심에 서거나 배제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성주의 경우에는 운동 유경험자와 무경험자 간 관계맺음과 시너지가 참 잘 이뤄진 사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오늘보다》 독자이자 <파란나비효과> 관객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 달라.

성주의 대선 투표결과로 실망하고 관심을 접겠다는 분들이 많다. 성주 주민 전체가 이 투쟁을 하고 있다고 오해해서 그런 것 같다. 그러나 소수가 힘들고 외롭게 싸우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투표결과도 그렇게 나왔다고 본다. <파란나비효과>를 보고나면 성주촛불에 대한 마음이 달라질 것이라 자신한다. 특히 정치적 변화의 가능성, 새로운 대한민국의 단초를 발견하고 싶은 분이라면 영화를 꼭 봐주시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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