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생태보다
  • 2017/06 제29호

미세먼지 누가 어떻게 줄일 것인가?

자본의 반격, 그리고 전진을 위한 과제들

  • 구준모

문 대통령의 업무지시 3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15일 미세먼지 문제 대책으로 노후 화력발전소 10기 중 8기의 가동을 6월 한 달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향후에도 미세먼지가 심한 3~6월 동안 노후 화력발전소를 셧다운(가동중단)하고 임기 내에 이들을 조기 폐쇄하겠다는 계획도 이번 조치에 덧붙였다. 즉각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이번 대책 발표는 매우 환영할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공약으로 “임기 내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내세웠다. 이번에 발표된 노후 화력발전소의 봄철 셧다운 외에도,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전면 중단, 공정률 10% 미만 석탄화력발전소 원점 재검토, 가동 중인 모든 발전소의 저감 장치 의무화 및 배출 허용 기준 강화, 경유차의 중장기적 퇴출 등 굵직한 정책 과제들이 미세먼지 저감 공약에 담겨 있었다.
 

“우선 할 수 있는 것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지시는 그의 말대로 “우선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다. 겨울과 여름 사이 3~6월은 대표적인 전력 비수기로 전력 사용량이 적은 편이고, 따라서 전력 예비율이 높다. 2015년 이후 최근 2년간 통계를 보면 전력 피크기인 7~8월과 12~1월을 제외한 때에는 전력설비예비율이 30%를 넘었다. 2016년 4월에는 그 수치가 50.2%에 달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 시기에 전체 발전설비용량의 3%에 미달하는 총 2,845MW의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의 가동을 중단하는 것은 시스템상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는 모두 한전의 발전자회사들이 소유·운영하고 있다. 만들어진 지 오래된 발전소인 만큼 효율성이 낮다. 그 때문에 가동 순위에서도 뒤로 밀려있고, 발전자회사의 입장에서도 수익성이 크지는 않다. 또한 이 조치들은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지난해까지 어느 정도 검토가 이루어진 일들이었다. 따라서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이번 조치는 대통령의 행정 지시만으로도 가능한 영역에 있었다.
 
그러나 청와대 김수현 사회수석이 밝혔듯이 노후 화력발전소 8기의 가동 중단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미세먼지의 1~2% 저감에 그친다. 추가적인 조치들에 더욱 주목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주판알 굴리는 대기업들

문재인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 정책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공정률 10% 미만 석탄화력발전소의 원점 재검토’다. 석탄발전소는 LNG발전소보다 평균 3배 이상의 대기오염 물질을 발생시킨다. 전력 생산 단위당 오염물질 배출량 측면에서 석탄이 다른 화석연료원보다도 가장 유해한 만큼 새로운 석탄화력발전소를 짓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중에서 공정률이 10% 미만인 것은 9기로 알려졌다. 그중 한국중부발전이 짓고 있는 신서천 1호기를 제외한 8기는 민간이나 민간과 발전공기업이 합작한 발전소들이다. 민간 사업자로는 SK에너지, SK건설, 포스코에너지, 삼성물산 등의 대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SK가스가 주도하는 당진에코파워 1·2호기와 포스코에너지가 추진하는 삼척포스파워 1·2호기는 아직 착공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들은 “공정률 기준을 사업 준비단계부터 따지면 당진이나 삼척발전소 모두 10%는 넘었다고 봐야 한다”거나, 지금 단계에서 공사를 중단할 경우에도 “수천억 원의 손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나아가 사업이 취소되면 정부를 대상으로 행정소송과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SK가스‧삼성물산 등과 경제신문들은 정부의 보상 대상엔 ‘미래 이익’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흘리고 있다. 매년 5% 정도의 수익률을 예상하고 사업에 착수했는데, 정부가 이 수천억 원을 추가로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조의 저력 보여준 발전노조

반면 석탄화력산업의 또 다른 이해관계자이기도 한 발전산업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조치를 환영하고 나섰다. 한전 산하 5개 발전공기업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있는 한국발전산업노조는 5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의 미세먼지 대책 실행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발전노조는 성명에서 “전기요금 인상이나 한전의 손실을 우려하는 일부 언론의 우려는 기우”라고 지적하고, “불필요한 관리 인력 및 경쟁비용을 줄이고,” “민간발전에 대한 특혜를 제한하고, 민간발전소를 확대하지 않는다면” 전기요금 인상 압박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나라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잘 알기에, 수명이 다한 노후발전소의 가동 중단을 애틋하게 환영한다”고 했다. 성명서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때로는 내부고발자로서 때로는 정책조언자로서 올바른 길에 함께 할 것이다”는 문장으로 마무리되었다.
 
 
많은 시민들과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발전노조의 성명을 환영하고 나섰다. 발전노조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진정한 선진노조”라거나 “감동을 받았다”는 댓글들이 이어졌다. 사실 이러한 발전노조의 성명 발표 배경에는 지난 15년 동안 민주노조로서의 독립적인 활동,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를 통한 환경·시민단체와의 꾸준한 토론, TUED(에너지민주주의를위한노동조합네트워크)를 통한 국제적인 연대활동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 과정에서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와 발전노조, 공공운수노조 가스공사지부, 가스기술공사지부 등은 정의당과의 정책협약을 통해 에너지 전환과 공공성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과제들에 대한 토론을 충실히 하고 합의에도 이르렀다. 정부 발표 하루 만에 나온 발전노조의 성명에는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와 경험에서 비롯된 저력이 담긴 것이다.
 

미세먼지를 둘러싼 쟁투는 지금부터 시작

대기업과 민주노조의 상이한 반응을 보면, 미세먼지 대책의 첫 걸음을 뗀 문재인 정부가 본격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힘이 무엇인지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석탄화력발전에 진출한 대기업들, 여기에 투자한 금융계, 그리고 자본의 이해 침해에 격렬히 대항할 경제단체들과 경제지, 전문가 이데올로그들의 저항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다. 문재인 정부와의 물밑 작업, 간보기와 밀월 관계가 끝나는 어떤 시점에서 이들의 대응은 무서운 힘을 가지고 터져나올 것이다. 여기에 맞서기 위해서는 시민들과 노동자들의 강력한 연대와 대항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승리나 타협은 전적으로 이러한 힘들의 대결의 결과일 것이다. 문 대통령의 공약이 얼마나 이행될지도 이러한 힘들이 작용한 변수다.
 
 
세계 곳곳의 기후 활동가들은 “기후변화는 기술변화나 시장변화가 아니라 체제변화(system change)의 문제”라고 지적해왔다. 미세먼지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의 힘이 강력하게 관철되는 헬조선에서 미세먼지 없는 세상이 실현될 리 만무하다. 정권 교체로 노후 석탄화력을 당장 멈출 수 있는 계기를 얻었다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가 줄어든 새로운 사회를 위한 힘을 키우는 것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자본의 대응에 맞선 제도적 과제

마지막으로 미세먼지를 둘러싼 논의와 운동 전진을 위한 과제와 그에 대한 의견을 소박하게나마 제시해 보겠다.
첫째, 석탄발전소에 투자한 대기업을 압박하고 이들의 신규 발전소 건설을 중단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공정률 10% 미만인 석탄화력발전소에 이미 투자된 금액이 대기업측 주장대로 각각 수천억 대라고 하더라도, 우리에게 끼칠 환경적, 보건적 비용을 보다면 지금 이라도 멈추는 것이 가장 현명한 처사다. 일단 해당 발전소에 대한 공사를 중지한 후에, 국회에서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의 계획적 축소를 포괄하는 가칭 ‘에너지전환특별법’과 같은 형태의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석탄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우려가 최고조에 달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법률을 시민사회 및 노동조합 과의 토론을 거치고, 국민적인 지지 속에서 통과시키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의 건설 중단에 따른 보상 문제나, 전력 요금의 상승 요인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발전노조의 언급대로 최근에 누적된 한전의 순이익이 막대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대응은 충분히 가능하다.
 
둘째, 석탄을 줄이고 LNG를 중간 단계의 발전원으로 확대할 시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문제가 있다. SK, GS, 포스코 등 민간LNG발전소를 운영하는 대기업들이 그 과정에서 막대한 초과이윤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석탄화력 영역의 손해를 내세우며 LNG발전 사업권의 신규 발급, 천연가스 도입의 추가적인 자유화를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발전 사업에 대기업의 영역을 더 늘리는 것은 에너지 전환 측면에서나 에너지 민주주의 측면에서나 바람직하지 못하다. 노동운동과 환경운동은 이러한 측면에 대한 대응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미세먼지 대책은 민간대기업의 초과이윤을 어떻게 제어하고, 민영화를 막고 공적이고 민주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만들어 갈 것인지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에너지 공공성과 민주주의의 전진을 위해

셋째, 한국전력과 발전공기업들의 민주적인 재편을 이루어야 한다. 현재 한국의 전력 산업의 대부분은 이들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 공기업은 소유 구조의 측면에서는 공공적인 성격을 갖지만 운영의 측면에서는 개발주의적인 관료주의, 신자유주의적인 수익성 추구에 매몰되어 있다. 특히 시장형 공기업 제도와 경영평가 제도는 공기업이 공공의 이익과 환경, 민주주의에 천착하지 못하고 일반적인 사기업처럼 운영되도록 만들었다. 따라서 한국전력과 발전공기업의 사업 목표를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으로 설정하고, 수익성이 아니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직 운영의 민주주의, 시민사회 및 지역과의 협의가 제도화되어야 한다. 나아가 계획적인 에너지 전환을 지역수준에서 민주적으로 이루어나갈 수 있도록 한국전력과 발전공기업을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에서 제안한 ‘지역별 3개 기관 구조’로 재편하는 방안도 논의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들을 이룰 성패는 에너지 공공성과 민주주의를 위한 노동운동과 환경·시민운동의 활동, 즉 노동자와 시민들의 힘에 달려있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봇물은 크게 터져야 낡은 것들을 쓸어내고 새로운 것들을 싹 틔울 수 있다. 노동운동과 시민·환경운동은 에너지 전환을 한국 사회의 시스템 전환이라는 더 큰 목표 속에 두고, 차이는 드러내고 토론하되 연대는 단호하게 하는 속에서 서로의 고민과 활동을 더욱 진전시켜 나가야 하겠다. 그 과정에서 자본과 관료, 전문가들의 반격과 기회주의적 대응에 공동으로 맞서 나가야 할 것이다. 발전노조가 언급했듯,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는 오늘 우리의 토론과 행동에 달려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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