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특집
  • 2017/07 제30호

사회서비스공단, 두 마리 토끼 다 놓칠 수 있다

  • 김태훈
사회서비스공단 공약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공약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중 34만 개를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으로 만들 것이라 공언했기 때문이다.

사회서비스의 개념은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다. ‘사회서비스 이용 및 이용권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사회서비스를 사회복지서비스, 보건의료서비스, 기타 서비스로 정한다. 반면 사회서비스 바우처 사업에서는 장애인활동보조, 노인돌봄종합, 지역사회서비스, 산모신생아건강관리, 가사간병방문지원, 발달재활서비스, 언어발달지원사업 등 대상 항목이 더 다양하다.

그렇다면 사회서비스공단을 통해 창출할 ‘부문’은 어디가 될까? 해당 부문 일자리의 ‘질적 수준’은 얼마나 개선될까? 이런 구체적 상과 실현 방안이 향후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사회서비스공단의 밑그림

사회서비스공단의 유력한 안이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장인 김연명 교수(중앙대)가 지난 3월 6일 남윤인순 의원실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주최한 <사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사회서비스공단, 어떻게 설립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제시한 방안이다.

김연명의 안에 따르면 사회서비스공단은 17개 광역지자체 단위에서 설치한다. 이미 존재하는 복지재단이나 시설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2003년 서울에서 시작해, 부산·경기·경북·대전·광주에선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복지재단을 설립해 지원하고 있다. 광역지자체에서 시설을 직접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기초지자체에서는 어린이집이나 사회복지시설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는 사회서비스 공영화의 기반이 되고 있는데, 향후 사회서비스 공단으로 통합될 수 있다.

사회서비스공단의 사업부문은 어디일까?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개인·신체활동을 도와주는 ‘요양서비스’와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보육서비스’가 우선순위로 설정됐다. 서비스 질 향상에 대한 요구만큼 사업규모도 커서 정책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사업성과에 따라 장애인 활동보조, 일반 복지로 확대하는 구상이다. 이 뿐 아니라 사회서비스공단은 지역사회의 사회서비스 컨트롤타워로서 ‘표준운영모델’ 개발, 종사자 교육훈련도 역할로 가진다.

그렇다면 충분한 규모의 시설을 할 수 있을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보육시설의 경우 서울이 14퍼센트로 가장 높고, 대전은 2퍼센트에 불과하다. 노인요양시설도 마찬가지다. 서울은 15퍼센트인 반면 광주와 대전에는 한 곳도 없다. 방문요양기관은 작년부터 시범운영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 외 다른 지자체는 전무하다. 이처럼 전체 요양·보육시설에서 국공립의 비중은 적으며, 이마저도 지자체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김연명은 국민연금기금을 재원으로 활용하여 민간시설을 매입하거나 시설을 신축하고자 제안한다.
 
 

시장화에 대한 반성?

사회서비스공단은 사회서비스를 담당하는 시설을 지자체가 직접운영하고, 해당 노동자를 직접고용하는 구상을 담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본격화된 사회서비스 시장화에 대한 노조와 사회운동의 지속적 요구와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크다.

그동안 민간공급자 주도의 사회서비스 공급으로 인한 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가 사회적 문제가 되어왔다. 심지어 국공립 시설이라고 해도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사례가 많았다. 이런 점에서 사회서비스공단 방안은 문재인 정부가 사회서비스 시장화를 반성적으로 평가하고 전환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넘어야 할 산

처음 맞닥뜨리는 산은 민간공급자들의 저항일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도 비슷한 이유에서 공공병원 확충 공약이 좌절됐다. 얼마 전엔 '민간장기요양기관총연합회’라는 단체에서 사회서비스공단 공약 규탄 궐기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물론 유리한 조건도 있다. 의료 부문에 비해 사회서비스 부문의 민간공급자는 상대적으로 영세하고 규모가 작아 저항이 약할 것이란 예측도 가능하다. 금융·경제위기 이후 실업과 노동유연화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돼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내기도 용이하다.

두 번째 산은 재정적 제약이다. 장기적으로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회서비스에 대한 공적재원 투입은 비생산적 투자로 공격받을 수 있다. 공격받고 공적 재원 투입이 후퇴할 여지는 언제든지 있다. 국민연금기금 활용이라는 새로운 재원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 또한 국채발행을 매개로 하기 때문에 원리금 상환 부담이 있다. 일반 조세가 아니라 기금을 활용한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결국 국가재정이 문제다. 특히 기금이 소진되도록 설계된 연기금은 경제적 조건이 악화되면 다시 공공기관의 수익성을 강요하거나, 민간으로 매각할 수 있는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
 

일자리는 괜찮을까?

혹여나 사회서비스공단 노동자들이 ‘이기주의자’로 비난받지는 않을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런 염려는 안 해도 될 것 같다. 여기 노동자들은 국공립 시설에 고용된 비중도 적고,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서비스공단이 만들어지더라도 이들의 고용형태, 임금조건 등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임금수준부터 살펴보자. 보육교사들이 평균적으로 받는 임금은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일 뿐 아니라, 시설유형별로 격차가 크다. 2015년 기준 국공립, 법인 보육교사의 평균임금은 210만 원, 민간과 가정의 경우 각각 163만원, 150만원이다. 요양보호사는 고용형태가 제각각이라 단순 비교가 어렵다. 시설요양보호사는 시급이 6598원으로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는다. 방문요양보호사는 7814원이지만 노동시간이 부족하므로 월급은 평균 96만 원에 불과하다.

다음으로 고용형태를 보자. 현재 국공립 직접고용 보육교사 비율은 10퍼센트에 못 미친다. 국공립 직고용 요양보호사 비중은 훨씬 더 낮다. 상당한 노력을 들여 사회서비스공단에 직접고용되는 비율이 30퍼센트까지 오른다 해도, 압도적으로 많은 민간부문 노동자의 처우개선도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이 과정에서 공정경쟁을 요구하는 민간기관의 저항이 사회서비스공단의 노동자 처우개선을 주저하게 만드는 핑계 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재가서비스 노동자의 불확실한 미래

재가서비스 일자리도 미래가 불확실하다. 일례로 전국 31만 명의 요양보호사 중 86퍼센트가 재가요양보호사다. 하지만 김연명의 안에서 재가서비스는 후순위로 빠져있다. 서울시도 재가요양보호사의 80퍼센트를 상용 파트타임 형태로 고용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노동자가 40~50대 여성인데 이들은 자신의 노동시간을 일상 속에서 유연하게 사용하기를 선호하는 노동수요군’이기 때문이다. 현재 특수고용노동자와 비슷하게 건당 지불 형태, 불안정한 노동시간 형태를 용인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의 얘기는 다르다. 재가노동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일하려면 그에 맞는 이용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한다. 이용자가 스케줄을 바꾸는 경우도 비일비재해서 짧은 시간을 일할수록 노동시간이 자주 바뀐다. 시간이 짧은 사람들은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두세 가지 직업을 가진다.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월급제다. 사회서비스 공단은 재가요양보호사 등 재가서비스 노동자 직고용에 대한 분명한 계획이 필요하다.
 

사회서비스 노동권 강화가 열쇠

문재인 정부의 사회서비스 공단 공약은 실현가능성이 가장 큰 관건이다. 보육·요양시설의 공단 직영화가 충분한 수준으로 효과적으로 집행이 되어야 한다. 정부 재정이라는 경제적 제약과 민간공급자의 저항이라는 정치적 제약도 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사회서비스공단을 내년 지방선거로 이어지는 쟁점으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 사회서비스공단이 성공하기 위해선 광역 지자체와 기초 지자체와 연계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31만 개라는 양적 목표에만 관심을 가지는 것은 더욱 문제다. 사회서비스공단은 사회서비스의 질적 개선과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이라는 목표를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것을 모르지 않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요구를 제한하고, 다른 한편으론 정책 전환의 동반자로 함께 하려 할 것이다.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노동권은 사회서비스의 질적 개선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에 다가가기 위한 첫 번째 단추다. 또한 기존에 여성이 가족 내에서 해오던 돌봄노동에 대한 평가 절하라는 사회적 인식도 깨트려야 한다. 사회서비스 시장화에 맞선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사회서비스를 만드는 운동이 필요하다.

큰 그림에선, 개별 사업장을 넘어 공단 주체가 될 광역지자체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 조직화 사업도 절실하다. 정부는 표준모델을 설정하고, 공단을 통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단 직고용 노동자는 물론, 요양·보육·사회복지 노동자들을 전국적으로 조직하기 위한 모색을 해야 한다. 특히 공단 직고용 범위를 더욱 넓히기 위해 재가요양보호사를 포함한 광범위한 사회서비스 노동자가 노동조합으로 모여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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