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여는글
  • 2017/09 제32호

조슈아 웡의 어떤 약속

  • 김모두
보름 전, 홍콩에서는 스무 살의 사회운동가 조슈아 웡이 구속됐다. 홍콩 법원은 홍콩 민주화운동의 정치적 리더로 부상한 3명의 20대 활동가들에게 각각 6개월, 8개월, 7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조슈아 웡은 2014년 홍콩 대중 시위의 정치적 상징이다. 당시 홍콩 시민들은 중국 정부에 보통·직접 선거권을 요구하며 석 달 간 치열하게 투쟁했다. 해외 언론들은 이를 ‘우산 혁명’이라 불렀다. 경찰이 발사하는 최루탄을 막기 위해 시민들이 펼친 수천 개의 우산은 이 운동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장면이다.

투쟁은 패배로 끝나고 만다. 여론은 친중과 민주로 분열됐고, 생계의 어려움과 탄압에 지친 시민들은 하나둘 집으로 돌아갔다. 직선제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덩샤오핑이 호언한 ‘일국양제’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게 드러났다.

조슈아 윙 구속 나흘 후인 8월 20일 홍콩 시내엔 우산혁명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시위가 열렸다. 시민들은 세 청년에 대한 구속을 규탄하며, 사법권 독립을 요구했다. 무려 2만 여 명이 시내 중심가에서 법원까지 행진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였다.

7월에만 해도 시위대에 강경 진압하겠다고 엄포를 놨던 홍콩 행정부는 최근 조슈아 웡 구속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고 시위가 다시 가열될 조짐이 보이자, 한 걸음 물러섰다. 활동가들에 대한 탄압은 지속되겠지만, 당장은 사회운동의 태세와 대중적 호소력이 사태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물론 홍콩의 우산 시위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확립 이상을 내다보지 못하고 있다. 사회 불평등의 확산과 경기 침체를 배경으로 함에도, 광장 시위 성격을 넘어 일하는 시민의 계급적 단결과 도시 빈곤과 불안정 노동을 해결하자는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대륙인들에 대한 혐오와 공포, 이념적 전망의 부재가 이 운동의 배경이자 한계다.

그럼에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3년 전의 끔찍한 패배에도 불구하고, 왜 홍콩의 사회운동에 다시 활기가 만들어지고 있는가이다. 당시 이 운동을 이끌고 마지막까지 거리에 남아있던 활동가들은 더 이상 저항하기 어려움이 확인된 후, 시민들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시위 캠프 철거가 이뤄지자, “이것은 시작일 뿐”이며, “우리는 돌아올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겼었다.

약속은 현실이 됐다. 이들은 현장으로 돌아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운동을 확대했다. 홍콩의 젊은 세대는 시민사회운동의 새로운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촛불 항쟁을 거친 한국의 노동자운동에도 남다른 태세가 필요하다. 정권은 교체됐고, 이재용은 구속됐지만, 오늘날 대다수 노동자들이 마주한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절치부심의 시간을 거쳐 스스로를 과감하게 혁신해야 한다. 단기 혹은 중장기적 전망에 따라 여러 각도의 행동이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가 돌아올” 순간이 도래할 것이고, 지난겨울 촛불이 ‘단지 시작일 뿐’임을 회고할 수 있을 게다. 투옥 직전 조슈아 웡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곧 다시 만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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