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특집
  • 2017/09 제32호

민주노총 직선 1기 집행부 진단과 평가

  • 박준형
민주노총의 직선 1기 집행부의 임기가 곧 마무리된다. 선거 당시 ‘총파업’을 공약했던 한상균 후보가 당선된 것은 정권의 탄압에 대한 강력한 대응과 리더십을 기대한 조합원 여론이 반영된 것이었다. 1기 집행부 활동에 대한 평가와 진단을 통해 이후 민주노총의 리더십이 어떻게 발전되어야 할지, 사회적으론 무엇을 역점에 두고 내부 혁신을 위해선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 보고자 한다.
 

2015년: 총파업 투쟁

선거 당시부터 강력한 투쟁전선 구축을 제시했던 직선 1기 집행부는 당선 후 1년 차부터 총파업 조직화에 매진했다. 박근혜 정부의 반노동 정책을 저지하겠다는 목표로 추진된 총파업은 2015년 4월 첫 발자국을 내딛는다. 하지만 애초 계획됐던 6~7월 총파업이나 9월 총파업은 제대로 조직되지 못했다. 오히려 11월 민중총궐기 투쟁에서 민중운동진영과 함께 박근혜 정권 하 최대 규모의 대중 집회를 열 수 있었다. 고 백남기 농민이 경찰 폭력에 쓰러진 그날이다.

노동시장 구조개악은 노사정 야합을 거치면서 강행됐다.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이런 상황을 구체적으로 예상하고 계획된 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정권의 노동개악에 맞선 투쟁으로 전개되면서 정세적인 의미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민중총궐기 이후 한상균 위원장이 구속되었고, 민주노총의 지도력은 급속도로 약화된다.
 
 

2016년: 정책대의원대회와 촛불

지난해 4월 총선 전 민주노총은 ‘정치 방침’을 충분히 논의하지 못한 상황에서 총선에서 복수의 진보정당을 지지하기로 절충했다. 이후 8월, 정치 방침과 2017년 투쟁 방향, 산별노조 의무금 인상 등 조직 발전 방안을 결정하기 위해 정책대의원대회를 열었지만 첨예한 쟁점만 확인한 채 끝나고 말았다. 실제 중요한 과제인 산별노조 운동을 어떻게 발전시킬지에 대해서도 대산별로의 통합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다룰 계획이었지만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총연맹 지도부의 리더십만 훼손된 셈이다.

가을이 되자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투쟁이 만들어지지 못하는 가운데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저지 공동파업이 최대규모·최장기간 파업으로 진행됐다. 박근혜 퇴진 촛불 한복판에서 기획된 11월 30일 총파업은 촛불 운동의 확산과 노동자운동의 중심을 세우기 위한 노력이었지만, 그보단 이후 지속적인 주말 집회 기획에 더 큰 의미가 있었다. 정세가 정권퇴진 투쟁국면으로 발전하면서 민주노총의 지도력 위기는 ‘봉합’될 수 있었다.
 
 

2017년: 정권교체 전후

대선 방침 역시 절충적으로 봉합됐다. 복수의 진보정당 후보(정의당, 민중연합당 등)를 민주노총 지지후보로 정한 것이다. 그 때문에 총연맹 차원의 대선 개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고, 각 산별노조들은 별도로 후보들과 정책 협약을 추진했다. 대선 시기 민주노총은 6월 사회적 총파업과 최저임금 1만원을 부각하는 캠페인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직선제 1기 집행부는 정권을 상대로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투쟁을 조직했고,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권 퇴진에도 큰 역할을 했다. 지난 3년간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민주노총의 전략 등을 전제하기보다는 정권의 반노동 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어쩔 수 없는 정세였던 측면이 컸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이런 조건을 인식했기 때문에 대중동원 총파업을 중심으로 한 운동전략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상균 위원장의 구속, 정책대의원대회 파행, 대선방침·정치방침 관련 갈등과 결정 무산을 겪으면서 총연맹 집행부의 지도력은 점차 약화되었다. 직선제 선거로 선출된 첫 집행부였지만, 조합원 직접 민주주의를 증진하거나 조직운영의 원리를 근본적으로 바꿨다고 볼 수도 없다. 실제 집행부의 정세 판단과 총파업 등 전략 수립은 대중의 주체적 여건을 충분히 고려해 수립되지 않았다. 민주노총 운영의 중심 기구인 중앙집행위원회의 논의력은 매우 취약하고, 집단적 지도체제로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기에도 어려웠다.

고용·노사관계에서의 목표와 전략 역시 취약했다. 노동개악 저지 투쟁에선 부각되지 않았지만 정권 교체 이후 정부가 개혁 정책을 주도하는 상황에서는 약점임에 분명하다. 정부의 추진 속도를 볼 때, 오히려 노동조합이 이를 따라잡지 못할 수 있다. 앞으로 고용·노사관계 개혁을 둘러싼 대정부 투쟁과 교섭에서 민주노총 내 쟁점이 형성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만큼, 이를 슬기롭게 지도·조정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노동시장과 노사·노정 관계 개편에 대한 상과 거시 전략을 정립하고, 기업별·산업별 투쟁보다 이를 우선해야 한다.
 

집중이 필요한 과제들

직선제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선거 제도 외에 조직운영에서 대중성·민주성이 증진됐다고 보긴 어렵다. 민주노총 차기 집행부는 전체 노동자를 대변하는 차원에서 고용·노사관계의 변화에 대한 전략, ‘노조할 권리’ 쟁취와 맞물린 조직 확대 전략을 세우고, 내부 합의를 거쳐 운동을 펼쳐야 한다.
 
민주노총의 핵심 전략으로 노동자운동의 원칙을 ‘노동자 간 격차 축소’로 삼아야 한다. 격차가 축소되어야 노동자계급의 단결 역시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결의 토대 형성을 노동조합 조직화로 이어 가야 한다. 또, 중소·영세·비정규직부문의 낮은 조직률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총이 이 부문의 열악한 노동자들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정세가 변화하는 지금, 어느 때보다 민주노총의 표상을 적극적으로 변화시켜야할 때다.

그렇다면 어떤 것들이 민주노총 내부 쟁점으로 형성될까? 노사관계 개혁에 있어서는 산별노조들에 교섭권이 그만큼 집중되어 있는지, 기업별 노조들이 이를 수용할 동의지반이 충분한지 등의 쟁점이 예상된다. 노조할 권리 보장에 있어서도 기존 노조가 미조직노동자 조직화에 투자할 결의가 되어 있는지,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 내에 포괄할 수 있는가 문제가 존재한다. 최근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방식에 대해 기존 노조의 입장이 불투명하거나 갈등이 드러나고 있는 사례들을 볼 때 기초적인 동의도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더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정책과 저임금 노동자 임금인상을 위한 고임금 억제, 사회복지 확대를 위한 상위 소득자 증세 등 쟁점이 제기될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입장도 필요하다.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한 정규직과 취업준비생 등의 반발 정서도 엄연히 존재한다.
 

노동자 간 격차 축소를 위해선 초기업노조와 초기업 교섭을 바탕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정액임금 인상 전략이 적합하다. 이는 기존 노조가 기업별 교섭을 통해 임금을 극대화하고, 정규직 조합원에 제한된 고용 안정을 추구했던 것을 지양하는 것이기도 하다. 법정 최저임금, 지역 생활임금, 산별 최저임금 등 여러 층위의 초기업 임금제도를 강화하고, 업종별로는 건설노조의 시중노임단가 적용, 화물연대의 표준운임제, 사회서비스공단 신설과정에서 노동표준 형성과 같은 방식으로 초기업 임금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대공장 정규직 노조’라는 민주노총의 표상을 바꾸고, ‘비정규직·저임금 노동자의 울타리’라는 계급대표성 역시 만들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정부의 개혁 의제는 기존 노동조합을 상대화할 가능성이 있고, 노조의 준비 상태 부족으로 의제에 대한 사회적 논쟁을 주도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예상되는 쟁점에 대한 심층 논의를 통해 확고한 합의를 형성해야 한다. 

올해 하반기부터 논의되고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다루어질 수 있는 개헌과 선거제도 등 정치개혁에 대한 대응도 중요하다. 제도개혁 과정에서 노동기본권을 확장하고, 진보정치 성장에 유리한 제도적 토대 역시 구축해야 한다.
 

노동자운동 혁신, 어떻게?

이미 정치·이데올로기 지형, 노동자의 구성이 급격하게 변화했다. 노조 운동을 형성하고 유지시켜온 전략 역시 개혁이 필요하다. 87년부터 형성된 노조운동의 구조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변화하지 못할 경우, 노동자운동은 내외부의 압력에 의해 균열·약화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초기업 노동조합 운동을 강화하고, 비정규직·청년·여성 주체 형성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테면 운동 구조 측면에서 조직형식에 국한된 산별노조 운동이 봉착한 한계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임금 격차 축소와 조직화 ‘운동’에 용이한 초기업 노조 운동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앞서 제시한 초기업 임금제도를 강화하는 운동, 지역과 업종에서 기업별을 넘는 단체교섭·협약 구조를 추구할 수 있다. 주체 역시 대기업 노조보단 비정규직 노조의 리더십을 적극적으로 형성해야 한다. ‘87년 세대’의 대거 퇴직에 따라 젊은 세대의 노조 조직화와 리더십 형성이 필요하다. 오랜 정파 구도의 실효가 끝난 만큼, 새로운 활동가 네트워크로 재구성하고 집단적 활동가층 육성이 필요하다.
 
ⓒ레디앙
 
노동조합 확대는 노동자 운동의 주체 형성과 확장이라는 측면과 함께 사회운동의 일부로서 노조를 확대 강화한다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노동조합·사회운동의 강화는 정권교체 이후 단기간에 형성되고 있는 개혁 흐름을 지속·심화할 수 있는 대중적 토대가 될 것이다. 예컨대 노동조합은 ‘30퍼센트 조직율’, ‘민주노총 200만 시대’ 등의 목표를 정하고, 이를 위한 전폭적인 투자와 전국적인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 물론 이때 노동조합의 조직문화와 논의 구조 등 체질을 개선하는 작업은 필수적이다.

사회운동과의 연대는 단일 정당 건설에 집착하지 않고, 다양한 진보정치·사회운동 세력과 함께해야 한다. 의제의 경우, 임금격차 문제를 해결하는 노동시장-노사관계 정책 요구를 사회운동으로 확장하면서, 페미니즘·평화운동 등 새로 제기되는 사회운동을 노조 내로 적극 수용해야 한다. 기존 민중운동 단체와의 연대를 넘어, 촛불을 경과해 형성된 사회운동들과 새로운 연대 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활발해진 페미니즘 운동을 적극적으로 노조의 운동으로 수용하는 것은 물론, 여성 노동자에게 친화적이고 성평등한 조직으로 노동조합을 혁신해야 한다. 반전평화운동 역시 동북아시아 내 군사적 대결에 반대하는 평화운동의 관점에서 대중운동을 조직하고, 민주노총의 기존 통일운동도 반전평화운동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각국의 정치·경제 위기에 맞서 노조운동 활성화와 혁신을 위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는 해외 노동운동과의 국제연대도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모색하자. 작금의 위기는 국제연대 없이는 돌파할 수 없는 정세다. 나아가 이주자들에 대한 혐오 정서가 위험 수위에 다다르고 노동자의 국제적 단결을 저해하는 만큼, 한국 내 이주노동자들과 연대하고 이들을 노조로 조직하는 사업 역시 강화해야 한다.

이런 내부 개혁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 정세에 맞는 전술을 구사해야 하고, 정파성을 지양하는 대중적 리더십을 구축하고 강화해야 한다. 노무현 정권 시기 개별 단위의 강력한 투쟁은 해당 단위에 대한 양보는 얻을 수 있어도, 전체 노동정책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민주노총은 일관된 전략을 수립하지 못한 채 2005~2006년 사회적 합의주의 논쟁에 갇혀 있었고, 이후 노무현 정권 보수화로 인해 올바른 노동개혁은 실종되고 말았다. 당시를 반추하고, 이제는 다른 전략을 세워야 한다.

올해는 민주노총 직선 2기 집행부 선거가 있다. 1기 집행부에 대한 뼈아픈 평가를 바탕으로 전면 혁신해야 한다. 노동자운동 내부의 위기를 극복해 노조 없는 청년·여성·비정규직·이주 노동자 등 모든 노동자들의 희망이자 ‘나의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한다. ●
 
 
필자 소개

박준형 | 사회진보연대 노동위원장, 현재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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