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여는글
  • 2018/03 제38호

편집실을 떠나며

  • 홍명교
마흔한 번째 마감입니다. 이번 호를 끝으로 편집실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아쉬움도 많고, 더 하고 싶은 일도 많지만, 사회운동의 긴 전망을 만드는 작은 거름이 되고자 잠시 떠나기로 했습니다.

《오늘보다》는 노동자운동과 좌파가 지나치게 고립되어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대중운동의 새로운 주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읽기 좋은 잡지’를 만들자는 게 애초의 목표였습니다. 갈수록 축소되는 사회운동·노동자운동이 새로운 주체를 만나지 않으면 어떤 가능성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만족감보단 아쉬움이 큽니다. 단결툰을 비롯한 좋은 콘텐츠들에 대한 격찬, 좋은 기사에 대해 지지도 많았지만, 충고와 비판도 많았습니다. 글들의 편차가 크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새로운 노조에서 작은 승리를 일구는 주체들을 만나왔지만, 만나지 못한 이들이 더 많습니다. 가성비가 뛰어난 잡지이지만, 홍보가 부족하고 대상 독자가 애매하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오늘보다》를 애정하는 독자들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겠죠.

지난해 《오늘보다》 운영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저의 부족함 때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편집진을 결의하고 새로운 포부를 품은 분들이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공단 조직화 사업, 페미니즘 운동 등 자신의 영역을 갖고 활동해온 이들입니다. 독자들과 함께 성장하는 잡지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번 봄부터 《오늘보다》를 네이버 뉴스검색에서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한두 달간의 기술적 조치를 거쳐 포털사이트 뉴스로 등록될 예정입니다. 많은 언론 매체들이 이 제휴를 맺으려는 이유는 대중 접면이 비약적으로 넓어지고, 유입이 급증하기 때문입니다. 새롭게 《오늘보다》를 마주칠 시민들이 다소 급진적이고 생소한 이야기들을 어떻게 들을지 궁금합니다. 부디 이런 노력이 사회운동과 ‘노조 할 권리’의 성장에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

촛불 이후, 조용한 변화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청년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노조 결성의 행렬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들이 자기 일터의 진정한 주인이 되길, 노동자운동 혁신의 동력이 되어주길 기원합니다. #metoo 운동도 활화산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무수한 상처들이 드러나고, 우리 사회 성폭력적 조직 문화의 민낯을 보고 있습니다. 남성으로서 저의 삶 역시 돌아보게 만듭니다. 《오늘보다》가 이 운동들의 성장 속에서 함께 할 것입니다. 사회운동 좌파의 소임을 놓지 않으며, 때로는 날카롭게 비판하고, 때로는 좋은 사례를 신나게 알리는 일을 그치지 않으리라 확신합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자신의 ‘무기’로 삼을 수 있는 매체가 되기 위해선 독자들의 도움과 연대가 필요합니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충고와 비판도 부탁드립니다. 안에서 보면 잘 보이지 않는 것들도, 밖에서는 더 넓은 시야로 또렷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내용만이 아니라 가격, 형식, 구독자 증대를 위한 제안도 계속 해주십시오. 늘어난 총알을 바탕으로 조만간 정기구독자 2천 명 꼭 이룰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퍽 어려웠던 지난 시간, 저를 많이 성장시켜준 《오늘보다》와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이제는 독자이자 기고자로 함께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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