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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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0 제45호

우리 모두는 생애주기에 따른 사회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서진숙 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공동사업단 단장 인터뷰

  • 조유리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대한민국의 2018년 2분기 합계출산율이 0.97명을 기록하면서, 여성들이 평생 1명의 아이도 낳지 않기를 선택하는 시대가 되었다. 인구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2.1명은커녕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의 평균인 1.68명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다급해진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9월 5일 ‘출산주도성장’을 내세웠다. 출산장려금 2천만 원을 지급하고, 20년간 연평균 400만 원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여성을 그저 돈 몇 푼만 주머니에 꽂아주면 알아서 아이를 낳아주는 도구쯤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한 생각의 배경에는 출산과 육아는 여성 개인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사태의 본질을 헛짚어도 제대로 헛짚은 셈이다.

지금까지 여성이 수행해오던 인간 생애 전반의 돌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이에 월간 《오늘보다》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앞장서서 사회서비스의 공적 해결을 이야기하고 있는 활동가를 만나보았다. 서진숙 사회서비스사업단 단장(이하 직함 생략)이다.
 
 
오늘보다 사회서비스공단 논의는 어떻게 시작됐나? 
 
서진숙 시작은 노동조합이었다. 요양, 보육노동자들은 이미 2007년부터 사회서비스시장화저지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고 사회서비스기관의 국가 직접 운영과 사회서비스노동자의 국가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 논의를 구체화하여, 2015년 공공운수노조 산하 사회공공연구원에서 사회적 돌봄서비스 전달체계를 개편하기 위한 구체 방안을 발표했다. 거기에서 ‘사회서비스공단’이라는 구상이 최초로 제시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현장노동자들은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전면 요구하지는 않았다. 

이듬해 서울시재단에서 비슷한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요양과 보육 등 돌봄서비스에 대한 공공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공단은 아니지만) 재단을 설립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고 나서 곧바로 문재인 대통령이 이걸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가차원에서 사회서비스공단을 만들고 직접 운영하여,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오늘보다    사회서비스공단은 지금 어디까지 왔나? 
 
서진숙 2017년 7월 대통령직속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전국 17개 광역 단위에 사회서비스공단을 설립해서, 국공립시설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노동자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 과제 중 하나였다. 
2018년 4월에 보건복지부는 이 국정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사회서비스진흥원’이라는 모델을 제출했다. 기존의 사회서비스공단이 완전한 직접운영, 직접고용을 표방했다면, 사회서비스진흥원은 기초자치단체가 설립한 기관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등 원래의 내용에서 약간 후퇴한 모양새다. 그런데 이미 진흥원이 있다는 어린이집 사용자들의 반발 때문에 지금은 ‘사회서비스원’이라는 난생 처음 듣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사회서비스원은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 그에 앞서 보건복지부는 광역 단위 별로 시범사업을 진행할 단위를 모집할 예정이다. 제시된 표준사업 중에 2개 이상을 선택해서 시범적으로 진행해보는 방식이다. 서울, 경기, 대구, 경남의 시범사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 중 서울시는 이미 사회서비스원 혁신추진반을 만들어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대구는 용역보고서를 바탕으로 시민공청회를 진행했다.
 
오늘보다 사회서비스공단이 사회서비스원으로 후퇴했다는 말인가?
 
서진숙 사회서비스의 핵심 사업이 국가 주도로 운영되면 민간 시장을 교란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으나, 그런 반발 때문에 사회서비스 공단이 진흥원으로, 진흥원이 또다시 사회서비스원으로 축소되어왔다. 그 조차 대상 사업, 규모를 축소하려 하고 있다.

현재 사회서비스는 95퍼센트가 민간에 의해 제공되고 있다. 평균은 95퍼센트지만 구체적인 상황은 조금씩 다르다. 사회복지기관은 95퍼센트가, 장애인활동지원은 100퍼센트가, 재가요양병원은 98에서 99퍼센트가 민간 운영이다. 그만큼 영리, 민간, 위탁운영자의 목소리가 크고, 때문에 공공성보다는 운영자의 사익이 반영되기 쉽다. 우리가 요구했던 사회서비스 전달체계는 장애나 비장애 구분 없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전 생애에 걸쳐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서비스를 국가가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전달하자는 것이 지금 이 사업의 취지다. 

8월 말에는 경기에서 사회서비스공단이 아니라 ‘보육’재단을 만들겠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사회서비스 공급·전달체계는 우리사회가 돌봄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전 생애에 걸친 사회서비스를 통합적으로 구성하는 것인데, 보육재단만 단독으로 생기게 되면 사회서비스는 분절적인 체계가 되어버린다. 한 번 분절적인 체계가 만들어지고 나면, 그걸 다시 묶어내는 데에는 또 다시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오늘보다 지역별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문제는 없나?
 
서진숙 왜 없겠나. 사회서비스원이 국공립 시설을 직접 운영하거나 재가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거나, 민간 제공기관 운영을 지원하는 등의 20여 가지 사업을 예시로 들고 있다. 그 중에서도 보육과 요양은 공약에서부터 핵심 사업으로 지정해왔다. 그런데, 서울시 국공립어린이집연합회가 사회서비스원에서 보육을 뺀다는 소문을 내고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오늘보다 그런 소문을 내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서진숙 국공립어린이집연합회를 포함한 어린이집 원장단체는 사회서비스원 계획에 어마어마한 반대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린이집의 재수탁률은 99.2퍼센트에 달해, 어린이집 원장의 대다수가 국공립어린이집을 사실상 사유화하고 있다. 현행 제도를 개선해 국공립어린이집의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데에 반발이 큰 것이다. 영유아보호법에 따르면 어린이집 원장들은 이익단체를 만들 수 있어서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와 같은 전국적인 조직, 국공립어린이집연합회, 서울시 각 구마다의 지역별 조직을 형성하고 있고, 독자적인 연구소도 운영한다. 실질적인 사용자 단체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이 편파적인 설문지를 만들어 돌리면서 어린이집 교사도, 학부모도 사회서비스원 설립에 반대한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

설문지의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보자. 문제가 매우 많다. △사회서비스원과 같은 ‘외부기관이’ 국공립어린이집과 보육교사를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현재 이루어지는 것에 ‘추가하여’ 사회서비스원과 같은 특정 기관이 보육교직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과 훈련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국공립 어린이집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현행 위탁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정도면 되는지’ 그게 아니면 ‘요양보호사 등 다른 서비스직 등과 함께 설립예정인 사회서비스원’이 관리해야하는지, △국공립 보육교사가 다른 어린이집으로 전보발령되어 순환근무하는 것에 찬성하는지 등 편향된 답을 유도하는 질문이 대다수다. 학부모를 대상으로도, 보육교사의 순환근무가 아이들의 정서적 불안감을 야기할 수 있는데, 순환근무에 찬성하는지 등을 질문했다. 

다른 한축으로는 돌봄노동에 대한 폄하도 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에게는 우리가 ‘교사’지, 왜 ‘사회서비스 노동자’냐는 인식이 있다. 보건복지부 관할의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에게는, 교육부 관할의 유치원교사들과 통합이라는 오래된,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다. 그래서 어린이집사용자단체는 교육혁신연대, 유보혁신연대와 함께 ‘우리를 사회서비스노동자로 폄하하지 말라’는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반대 흐름을 만들고 있다. 보육교사들 사이에 이런 인식이 있기 때문에 어린이집연합회에서 ‘너 요양보호사랑 동급이 될래, 아니면 교사할래?’라며 틈을 파고들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은 말도 안 되는 논리다. 사람들이 계속 유보통합을 제기하니까 문재인 정부에서 유보통합과 관련해서 끝장토론을 했었다. 3번 정도.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끝장토론을 했는데 결론을 못 냈다. 쟁점이 많다. 문재인 정부는 유보는 통합될 수 없고, 내 임기 안에서는 통합시키지 않을 거고 단지 교사간 차별을 해소하겠다는 수준으로 끝을 냈었다.
 
오늘보다  소문이 사실이 될 가능성이 높은가?
 
서진숙 전혀 아니다. 어린이집연합회에서 반발이 심하다보니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것도 보육교사 조합원 덕분이었다. 서울시 국공립어린이집연합회에서 안내문자가 돌았다. 그 내용을 원장들이 교사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서울시장님과 면담했습니다. 서울시장님이 사회서비스원에 보육은 제외하기로 하셨습니다. 조만간 서울시장님이 우리에게 선물을 주시리라 기대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노동조합이 곧바로 서울시 혁신추진반 면담을 통해 확인한 바로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 없다’는 내용이었다. 서울시의 6226개소 어린이집 중 1274개소(20.46퍼센트)만이 국공립이고, 그마저도 97퍼센트가 민간에 의해 위탁운영되고 있는데 보육을 제외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에 보육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필요한 때다.
 
 
오늘보다 다가오는 10월 13일 돌봄노동자행진을 계획 중이라고 하던데?
 
서진숙 그렇다. 주요 기조는 “사회서비스공단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시범사업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이후에 사회서비스원은 어떻게 구성될지 정해진 것은 하나도 없다. 어린이집연합회 등 사용자단체에서 말도 안 되는 반대 논리를 펼치고 있는데, 우리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지 않겠나? 사회서비스원 문제는 그저 사회서비스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서울시의 사업 진척속도가 빠른 만큼 사회서비스를 누리는 서울시민 전체가 이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이 진행된다면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노동조합이 사회서비스원의 운영방식에 개입하고, 모범적인 모델을 만들어 그것을 전국적으로 확산해 나가야 한다. 시민들의 많은 참여 바란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어린이든 노인이든, 스스로 생계를 부양하든 그렇지 않든, 여성이든 남성이든 우리는 모두 사회적 관계 안에서 살아간다. 사람들은 항상 혈연이나 지연 같은 사회적 관계를 바탕으로 서로의 삶을 지원해왔다. 아이가 행복하게 자랄 권리, 노인이 존중받으며 살아갈 권리, 장애인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사회생활에 참여할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기본적인 돌봄은 개별 가정이나 여성에게 전가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 사회는 한 사람의 생애에 걸쳐 필수적인 서비스를 어떻게 공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지 그 방안을 구체화해나가고 있다. 서울사회서비스원이 그 출발점이다. 10월 13일 돌봄노동자행진에서 제대로 된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함께 외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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