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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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0 제45호

"우리도 사람이다"

대구가톨릭대학교의료원 파업 이야기

  • 현지현

지난 5월, ≪오늘보다≫는 대구가톨릭대학교의료원 노동조합을 만났다. ‘태움문화’와 비상식적인 병원 노동환경에 맞선 이야기는 단결툰과 노조할 권리 인터뷰로 실려 많은 독자들의 공감과 응원을 받았다. 2달이 지났다. 노조 설립 후 처음으로 파업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렸다. 궁금했다. ‘더 이상 아프지 말자’던 그들이 얼마나 당당하게 투쟁에 나섰을지. 어떻게 병원을, 그리고 스스로를 변화시켰을지. 이에 파업 투쟁에 함께 했던 의료연대 활동가의 글을 싣는다.

 

 

작년 12월 27일 200명의 사람들이 대구 민주노총 사무실에 모였다. 이들은 난생 처음 ‘임을 위한 행진곡’을 배우고, 팔뚝질을 배우면서 노동조합 출범식을 진행했다. 올해 7월 25일, 550명의 사람들이 병원 로비에 모였다. 이들은 난생 처음 실질임금 인상, 갑질 문화 근절, 주5일제 쟁취,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외치고 파업가를 불렀다. 그렇게 40일이 흘렀다. 그러나 550명의 사람들은 여전히 병원 로비를 꿋꿋이 지키고 있었다.

 

 

“니가 원하는 게 도대체 뭐꼬”

환자에게 맞았다. 진단서를 끊고 산재신청을 하러 갔다. 돌아온 관리자의 대답이었다. 대구가톨릭대학교의료원의 노동자들은 관리자들의 이삿짐을 날라야 했고 눈이 오면 눈을 쓸어야 했다. 대구가톨릭대학교의료원은 선정적인 장기자랑과 강제적인 종교행사, 임산부 강제 야간근무, 강제 기부금 납부 등 비상식적인 일들이 일상처럼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온라인 공간을 통해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내 부당하다고 느꼈던 모든 일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그 고민은 자연스레 노동조합으로 모여 한 달도 안 돼 560여 명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노동조합이 설립되고 9일 째 되던 날. 의료원장과 처음으로 노사 간 면담이 있었다. 논란이 되었던 임산부 강제 야간근무, 간호사 장기자랑 등은 바로 없어졌다. 하지만 의료원장은 교섭에는 나오지 않겠다며 질질 끌었고 그를 교섭 자리에 앉히기까지 한 달이 걸렸다. 이후 5개월이라는 긴 기간 동안 교섭을 진행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결국 파업까지 결의하게 되었다. 조합원들의 파업 찬성률은 98.3퍼센트에 달했다.


싸움의 이유 

작년부터 전국 각지에 있는 병원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태움 문화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수면 아래 있던 많은 문제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한마디로 정리하라고 한다면 ‘우리도 사람이다’라고 생각한다. 욕하고 때리면 상처받고 아파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대구가톨릭대학교의료원의 노동자들이 싸움에 나서게 된 이유도 ‘우리도 사람이다’라는 걸 얘기하고 싶었을 거라 생각한다. 장기자랑, 임산부 강제 야간근무 등 관리자 갑질로 노동조합 출범부터 엄청난 쟁점이 되고 사회적 이목을 받았지만, 현장 깊숙이 배어있던 갑질은 사라지지 않았다. “거지같은 소리한다”, “지랄 같이도 만들었다”, “인사 좀 해, 이것들아.” … 반말과 막말은 일상이었다. 환자가 줄어들면 일을 하다가도 퇴근을 시키고, 출근하다가도 출근하지 말라고 했으며, 반대로 환자가 늘어나면 휴일임에도 근무를 강요하기도 했다. 심지어 해외여행 중에도 왜 네 맘대로 여행을 갔냐며 돌아와서 출근하라고까지 했다. 노동자들은 365일을 대기 상태로 지내야 했고 근무표대로 제때 일하지도 못했다. 병원이라는 곳은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적정인력을 유지하고 있어야 함에도 인건비를 아끼려 근무 인력을 빼고 넣고 돌려막기로 하고 있었다. 이에 더해 대구지역 임금수준 꼴찌, 꿈만 같은 주5일제 등 어디 가서 말하기 부끄러운 노동조건은 노동자들이 병원을 떠나게 했다. 간호사 사직률 75퍼센트라는 수치가 이들의 현실을 보여주었다.

 

 

임금인상, 갑질 근절 등 요구안들도 중요했지만 한 명의 사람으로서 존중받으며 일하고 싶다는 것이야말로 싸움의 이유였다.

 

“내가 병원 로비에 자리깔고 잠을 자다니”

그 누구도 파업이 이렇게 길어질지 몰랐을 것이다. 아니, 파업이라는 단어는 인생에서 들어볼 일조차 거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첫 파업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조합원들의 구호 소리와 기세는 어마어마했다. 연대하러 오신 모든 분이 구호 소리에 힘 받아서 돌아갔고, 열띤 호응에 흥분해서 발언을 안 멈출 정도였으니까.

 

너무나도 어색하고 또 안에서는 갈등도 많았을 게다. 하지만 550명의 사람들은 한자리에 모여 함께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며 마음을 다잡아 나갔다. 조합원들은 이제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하는 근로자가 아니라 노동자로 살겠다고 말했다. 우리는 노동자라고 외쳤다. 

 

파업 3일째 되던 날 한 조합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간의 세월이 너무 아쉽다고. 단 3일 만에 자신감, 해방감, 자유로움, 통쾌함, 이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단다. 그렇게 40일이라는 기간 동안 ‘우리도 사람이다’라는 외침을 목소리로, 몸으로 증명해나갔다.

 

“단체협약은 우리가 지킨다 ”

파업이 마무리되어갈 때쯤 조인식을 앞두고 마지막 문구 조정에 들어갔던 때였다. 그 자리에서 간호부장은 ‘(45세 이상 야간근무 배치하지 않는다는 조항에 대해)단체협약은 단체협약이고 그냥 시키면 된다’고 얘기했다. 그 말을 전해 들은 조합원들은 정말이지 억장이 무너졌을 것이다. 40일을 꼬박 환자 곁에 머물지도 못하고 집에도 못 가면서 따낸 단체협약이 도장을 찍기도 전에 무시당했으니 말이다. 550명의 조합원은 바로 간호부장을 찾아가서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간호부장은 그야말로 호되게 혼쭐이 났다.


간호부장 덕에 조합원들은 새삼스럽게 깨달은 것 같았다. “단체협약을 우리가 지키지 않으면 소용이 없겠구나”, “단체협약이 진짜 소중하구나”라고. 지나고 나니 웃지 못할 에피소드였다.

 

 

병원노동자들의 파업 

숙련된 노동자들을 계속해서 떠나가게 만드는 노동조건, 숙련된 노동자를 해고하고 새로운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하는 비정규직 문제, 갑질 부서장 눈치 보느라 매번 긴장상태에서 환자들을 만나야 하는 불안한 상황. 이런 상황에서 환자들이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  


병원의 노동환경이 열악해지면 바로 환자들의 문제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의료서비스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적은 인력으로 불안하게 일할수록 환자들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 또한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대구가톨릭대학교의료원 노동자들뿐 아니라 모든 병원 노동자들의 투쟁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노동자들도 마음 놓고 일하고 환자들도 마음 놓고 찾을 수 있는 병원을 만드는 일. 병원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이룩할 수 있다. ●

 

필자 소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조직국장. 하루하루 당차게 사는 매력적인 활동가가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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