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 오늘사회운동
  • 2018/11 제46호

죽음을 부르는 강제 단속추방, 이제는 멈춰야

  • 정영섭

또 하나의 서러운 죽음

법무부가 9월 20일 소위 ‘불법 체류·취업 외국인 대책’을 발표하였다. 해마다 꺼내 드는 대책인데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어김없다. 주된 내용은 △단속추방 강화, △입국 전 심사 강화, △불법 취업 위험군 유입 차단, △건설업과 유흥·마사지업 등에 대해 우선 집중단속, △특별 자진 출국 기간(2018년 10월~2019년 3월) 운영, △미등록체류자 숫자를 대외적으로 공표하고 단속된 명단을 해당국가에 제공, △불법고용 및 알선자에 대한 엄단 등이다. 

대책이 발표된 직후 스물다섯 살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 딴저테이 씨의 죽음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는 김포의 한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지난 8월 22일, 현장 식당에서 노동자들이 점심을 먹던 중 그는 인천 출입국·외국인청이 급습하여 미등록체류자 단속을 하는 과정에서 도망치다, 8미터 지하로 추락했다. 보름 간 뇌사 상태에 빠져 있다가 네 명의 한국인들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한 달이 지나서였다. 인천지역 단체들과 이주노동자 운동 진영이 대책위를 만들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단속중단과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출입국 측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말만 하고 있다. 인천출입국·외국인청은 어떠한 사과나 유감 표명도 없이 대책위의 면담마저 거부했고, 김포경찰서는 본인이 실족해서 추락했다며 범죄혐의는 없다는 결론을 서둘러 내리고 수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딴저테이 사망 사건의 문제들

첫째, 단속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한 진상을 밝혀야 한다. 식당을 급습하여 문을 잠그고 내외국인 구분 없이 수갑을 채우며 욕설과 폭력으로 아수라장이 되는 상황에서 몇 사람이 창문을 넘어 도망쳤고 딴저테이 씨도 창문을 넘었다. 창문 밖에 1미터 정도의 공간이 있고, 바로 옆에 깊은 지하가 있었다. 단속반원이 창문 밖에도 있었는데 어떤 상황에서 딴저테이 씨가 추락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단속반원이 몸에 부착하고 있는 보디캠 증거수집 영상이 있는데 출입국 측은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둘째, 추락 이후 단속반은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건설 현장 소장이 나중에야 이를 확인하고 구급차를 불렀다고 한다. 중대 사고가 발생했으면 부상자를 우선 구조해야 하는데 단속반은 구조 없이 단속을 강행했다. 병원 이송 이후 딴저테이 씨의 초기 기록에는 사망 원인 추락이 아닌 자살시도로 기록되어 있었다. 출입국 측과 구급대 측은 서로 자기 탓이 아니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셋째, 단속반은 법무부가 스스로 정한 준칙을 지키지 않았다. 법무부 훈령인 ‘출입국사범 단속과정의 적법절차 및 인권 보호 준칙’은 “주의를 요하는 사안에 대하여 단속반장에게 미리 현장을 답사하게 한 후 안전 확보 방안이 포함된 단속계획서를 작성”하게끔 하고 있고, “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 즉시 필요한 조치를 하게 하고 있다. 그들은 어떠한 안전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단속반이 아무런 고지나 허락 없이 공장이나 주거지에 침입하는 것 또한 불법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밝혀야 죽음의 진상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야만의 역사

1980년대 후반 초기 정부 정책은 한국사회의 필요에 의해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을 그저 묵인했다. 1990년대 초에 주로 중소기업들의 요구로 산업연수생제도를 만들어 이주노동자들이 대거 들어오게 된다. 산업연수생제도는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아서 노동법 적용을 받을 수도 없었고, 사업주에 의한 여권·통장 압류, 폭행과 인권유린, 산재 다발과 미보상 등 숱한 문제를 일으켰다. 대부분의 산업연수생은 ‘노예연수생’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사업장을 이탈했고 2002년에 이르면 미등록체류자 비율이 80퍼센트에 이르렀다. 산업연수생제도는 더 유지할 수 없었다.

이주노동자 운동의 거센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정부는 새로운 외국인력제도로서 노동자로 인정받는 이주노동자를 도입하기 위해 2003년에 고용허가제 법을 제정하였다. 이 제도를 조기에 안착시키고 미등록체류자를 대폭 줄이기 위해 2003년 하반기부터 단속추방 정책을 체계적으로 강화했다. 공장에서 쫓겨나고 거리에서 단속이 몰아치자 많은 노동자가 공포와 두려움으로 스스로 목숨을 버리기까지 하는 비극적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스리랑카인 다라카, 방글라데시인 비꾸, 자카리아, 우즈베키스탄인 부르혼, 러시아인 안드레이 등 많은 노동자가 야만적인 정책으로 인해 그 해에 죽어갔다. 

이후에도 해마다 2~3만 명이 강제 단속추방 과정에서 수많은 부상, 사망자가 발생했다. 법무부 자료만 보더라도 지난 10년간 단속과정에서 8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그 가운데 아홉 명이 사망했다. 딴저테이 씨까지 포함하여 열 명이다.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매번 변명으로 일관한다. 노동자들이 도망가다 다치거나 죽었으니 정부는 책임 없다는 식이다. 심지어 정부는 단속 실적을 올리기 위해 출입국관리소별로 단속 숫자를 할당하기도 한다. 언제까지 야만과 비극의 단속추방을 반복해야 하는가. 
 
 

단속추방보다 정책개선이 먼저

9월 말 현재 전체 이주민은 232만 명이다. 이 가운데 3개월 이상 장기체류자는 165만 명이고 미등록체류자는 34만 명이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의 숫자는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 십 년 동안만 해도 두 배가 늘었다. 이는 세계화와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국가적 지리적 불평등 심화, 국가 간 이동성 증대, 국내 산업의 저임금 노동 인력 부족, 인구의 고령화와 저출산, 동포 정책 등이 복잡하게 맞물린 결과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체류 이주민이 늘어날수록 미등록체류자도 늘어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역시 그러하다. 제도상의 문제가 정규적 경로의 이주민을 제한하고 있고, 정책적으로 언제라도 비자를 잃을 수 있는 체류 지위의 불안정성을 크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허가제를 보자. 4년 10개월 동안 단순 노무 업종에서 일할 수 있는 이 제도에서 노동자는 원칙적으로 사업주 허락 없이는 사업장 변경이 제한되어 있다. 부당하고 열악한 노동조건을 견디지 못한 이들이 어쩔 수 없이 사업장을 나오면 비자를 잃게 된다. 정당한 요구를 하는 노동자에게 보복하기 위해 사업주가 의도적으로 이탈신고를 해도 비자가 없어진다. 1개월의 구직신청 기간, 3개월의 구직기간을 넘겨도 미등록체류자가 된다. 짧은 노동 기간도 초과 체류의 요인으로 작용한다. 고용허가제는 20~39세라는 신체 능력의 절정기에 있는 노동자를 4년 10개월 동안 최대한 착취하고 본국으로 돌려보내고 새로운 인력을 들어오게 하는 ‘단기 순환’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데 조금 더 남아 일을 하게 되면 미등록 체류 신세가 되는 것이다. 딴저테이 씨도 4년 10개월을 끝내고 일 년만 더 일해서 고향에 돌아가겠다며 일하다 비극을 당한 사례다. 

결혼 이주민 역시 불안정한 지위인 것은 마찬가지다. 남편의 신원보증 등이 체류 지위를 위해 요구되는데, 가정폭력이나 부당한 대우를 당하고 이혼을 하거나 집을 나오게 되면 비자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강제 단속추방이 아니라 이주노동 및 제반 이주민 정책에 있어서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단기 체류로 입국하여 미등록으로 초과 체류 하는 이들이 많이 늘었다며 단속 강화의 근거로 삼는다. 그러나 실제로 농어촌이나 산업 현장에서는 늘 인력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친다.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들은 기피 업종에서 내국 인력을 구하기가 절대적으로 어렵다고들 한다. 노동시장이 사실상 분절되어 있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영역에서는 매해 유입되는 쿼터를 늘려달라고 정부에 요구한다. 그러나 일자리 문제는 매우 정치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는 외국인력 확대라는 모양새를 취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니 한편으로는 일자리 도둑이니 범죄자니 하면서 미등록체류자를 때려잡고 또 한편으로는 묵인하는 것이다. 미등록체류자를 한꺼번에 단속 추방할 수도 없거니와 설사 그럴 수 있다 해도 그 인력 공백을 메꾸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한국경제에 필요한 이주노동자에게 제대로 된 처우와 권리를 보장하고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경로를 여는 것이 매해 반복되는 비극을 중단하고 사회경제적으로도 필요한 일이다. 
 

불법인 사람은 없다

미등록체류자에 대한 단속추방 강화는 전체 이주민에 대한 인종주의적 관리·통제 정책이다. 언제라도 비자를 잃고 잡혀갈 수 있다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일터와 지역사회에서 이주민들이 겪는 권리 침해와 비인간적 대우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항의하지 말고 참고 견디고 순종하라는 신호를 준다. 단속추방은 동남아·서남아 출신 이주민에게만 집중되고, 단속을 심하게 한다는 소식은 금세 퍼져서 이주노동자들을 움츠러들게 한다. 전형적인 인종주의 억압 정책이다. 서구 출신의 돈 많은 투자자, 기업인, 소위 전문·우수인력을 우대하고 결혼이주민에 대해서는 한국 사람으로 동화시키려 하고 이주노동자는 통제하고 미등록체류자는 배제하고 추방하는 식으로 위계화된 정책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우선 정부의 단속추방 강화 중단과 딴저테이 씨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사회적으로 촉구하는 활동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과거에도 사례들이 있었던바, 노동조합이 있는 현장에 미등록체류자 단속이 들어온다면 이에 항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주노동자, 난민과 연대를 확대하고 지지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존재 자체가 ‘불법인 사람은 없다(No one is illegal)’, 전 세계 운동의 공통된 구호다. ●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향한 우리의 전망, 오늘보다
정기구독
주제어
태그
이주노동자 단속추방 미등록 고용허가제 딴저테이 초과 체류 불법인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