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1.12.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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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사회

장귀연 | 편집위원, 서울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아편

제가 이 대회에서 제일 먼저 발언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호호, 하긴 당연한 일인가요? 저야말로 역사도 가장 오래되었고, 뭐 무려 기원전 1500년대 이집트 파피루스 문서에도 나와 있는 몸이니까요. 게다가 저의 모체는, 다 아시다시피, 절세가녀와 비견할 만큼 아름다운 양귀비지요.
양귀비꽃 보신 일이 있으신가요? 지금이야 엄한 단속으로 잘 찾아보기 힘들지만 두어 세대(世代) 전만 해도, 시골집 장독대 뒤에서 6월의 황금빛 햇살 아래 요염한 붉은 자태로 피어나곤 했답니다. 흙빛 초가집과 장독, 싸리울 풍경에서 관상용으로도 그만이었지요. 물론 아이가 배 아프다고 뒹굴면 할머니가 즙을 내서 먹이는 상비약이기도 했고요. 이처럼 아름답고 목가적이고 역사가 오래된 저야말로…….
흠흠, 그만 하라고요? 알았다고요, 내 참. 물론 제게도 어이없는 역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워낙 오래 전부터 유명한 저이니 만큼, 그 역사도 유명해서, 세계 어느 역사책을 봐도 굵게 한 획을 긋고 있는…… 아 참, 알았어요. 남 잘난 꼴은 못 봐준다니까, 글쎄.
아편 전쟁은, 물론 워낙 유명하니까 다 아시겠지만, 영국 동인도회사가 중국에 아편을 수출하다가 중국 청 정부가 금지하니까 영국이 군대를 보내 벌어진 전쟁이지요. 말이 수출이지 그게 될 말입니까? 처음에 아편이 반입되었을 때는 상류층을 중심으로 퍼져나갔죠. 아편 담뱃대를 물고 꿈꾸듯 몽롱한 눈을 가늘게 뜬 부자들, 고위 관리들의 모습이 하나의 풍속도가 되어갔지요. 이게 중독성이 강하면서도 비싸고 귀한 것이라서 은근한 뇌물로도 잘 통용이 되었지요. 생각해 보세요. 점잔빼고 앉아 있는 중국의 고위 관리를 마주보고 있던 영국인이 슬쩍 아편을 내놓습니다. “자, 심각한 이야기는 조금 있다 하지요.” 뭐 이러면서요. 중국인의 눈빛이 달라지지요. 그리고 허겁지겁 담뱃대 물게 되면 끝입니다. 모든 게 흡족하고 몽롱하고 만족한 상태에서 허허, 그렇게 하지요, 일사천리로 만사형통이지요. 물론 영국인의 입장에서 말입니다. 그러다가 서민, 빈민층으로까지 조금씩 퍼져나갔대요. 그들은 상류층처럼 항시적으로 즐길 능력은 안되었지만, 오랜 고된 노동을 한순간 한줌의 달콤한 연기로 날려보내면서, 지상의 고통을 잊었다나요. 말 그대로입니다. 이건 제국주의, 그 자체라고요. 식민지 백성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게 몽롱한 상태로 만들어 버리는 것.
지각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꼴을 그냥 볼 리가 있나요? 더군다나 아편 구입 대금으로 중국의 은이 글자 그대로 연기로 흘러나가니 말입니다. 그래서 아편을 금지하고 몰수했지요. 그랬더니 영국은 당장 함대를 끌고 쳐들어 왔지요. 왜 자유로운 무역을 방해하냐는 것이었겠죠. 그게 바로 자본주의의 자유무역이고 제국주의라는 겁니다. 상식이고 순리고 안 통하지요. 조금 안 된다 싶으면, 그나마 걸치고 있던 명분도 깨끔하게 벗어 던지고 대포 들이대는 것 말이에요. 뭐, 지금도 그렇지 않습니까? 인권 옹호국이라고 틈만 나면 떠들어댔던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심지어 아프가니스탄 내 반군도 꺼려하는 포로 학살을 거의 지시하고 있다시피 하지 않아요? 인권이고 UN 협약이고 뭐고 돌아보지도 않아요. 대포 위에 걸친 명분이라는 건 정말 얄팍한 겁니다.
아, 다시 19세기 중국으로 돌아가서, 그 아편 전쟁의 결과가 난징조약이지요. 그걸로 중국은 땅덩어리 일부분을 영국에 내주었을 뿐 아니라 세제나 사법 주권도 제약되었지요. 반식민지로 전락한 겁니다. 중국이 한 일은 자기 국민과 주권을 지키려고 한 정당한 일이었지만, 무력 제국주의 앞에서는 정당이고 나발이고 없는 셈이죠. 그래서 제가 어이없는 역사라고 한 겁니다. 저도 그건 인정한다고요. 우리가 비록 보잘 것 없는 사물이지만, 아무렴 인간처럼 황당하고 어이없기야 하려고요.

대마초

말씀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역사가 아니라,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일 같은데요.
저는 한국의 대표 마약인 대마초라고 합니다. 미국 물먹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마리화나라고도 하지요. 저도 알고 보면 아편 님만큼 역사가 오래된 마약입니다.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이지만, 한국에서도 옛날부터 민간 약으로 쓰이기도 했고요. 아시다시피, 마약도 약이라서, 원래는 약용으로 쓰던 것 아닙니까? 아편 님도 그렇듯이 말입니다. 아편 님은 양귀비꽃의 아름다움을 말씀하셨는데, 저는 고래로 좀더 실용적인 목적, 그러니까 시원한 여름옷을 만들어 인간의 살을 감싸주는 역할을 하는 대마가 제 모체입니다.
그런 제가 한국의 대표 마약으로 욕을 먹게 된 것은, 미군 주둔 때문이지요. 1960년대 이래로 미군과 당시 미군 주변을 중심으로 번성했던 연예인들 사이에서 확산되어 한국 사회에 퍼지게 되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자고로 외국 군대가 좋은 것을 가져다 주는 경우란 별로 없는 법입니다. 물론 아주 길게 보면, 전쟁이나 군대의 접촉이 문화의 전파와 문명 진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전쟁과 군대로 전파되는 문화란 얼마나 서글픈 일입니까? 평화스러운 과정을 통해 전파되는 문화는 자정능력을 갖출 여유를 주어 여러 문화들을 서로 아름답고 풍성히 만들어 줍니다만, 전쟁과 점령을 통한 문화 전파는 그에 비해 훨씬 폭력적이고 자칫 잘못하면 문화를 풍요롭게 하기보다는 반대로 파괴하거나 황폐화시켜 버릴 수도 있지요. 게다가 동서고금을 통해 군대 문화란 건 대체로 그 문화 중 가장 질 나쁜 부분이기 십상이고요. 제가 한국 마약의 대표주자로 떠오르게 된 것도 미국의 점령과 전쟁 후 미군 주둔이라는 슬픈 한국 역사의 부산물인 셈입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제 사촌인 담배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저와 담배는 성분도 비슷하고 인간 몸에 누가 더 나쁘니 중독성이 누가 더 강하니 아직도 설왕설래 중입니다. 그런데도 담배보다는 제가 주로 이렇게 욕먹게 된 것은 인간들의 역사 문화적 문제이니 제가 여기서 억울함을 호소하지는 않겠습니다. 요즘은 제 사촌 담배도 많이 욕을 먹고 있더군요. 미국에서는 담배도 마약으로 규정해서 지금 한창 난리입니다. 물론 담배 회사들이 워낙 강력해서 뿌리째 손을 대지는 못할 테지만 말입니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본국에서 이렇게 압박을 받게 되자 미국 담배 회사들이 다른 나라로 더 열심히 눈을 돌리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한국에서는 이른바 양담배가 수입자유화의 상징이 되었지 않습니까? 무역 마찰을 피하려고 고위 관료들이 양담배 피우는 시늉까지 하고 그랬었지요. 결국 아편 전쟁 때와 똑같지 않습니까? 제국주의-식민지 시대와는 달리 대포를 들이대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아니, 정말 대포를 들이대지 않은 걸까요? 좀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서울 한복판 중심가에 엄연한 California, USA라는 주소를 갖춘 군대가 버젓이 버티고 있는 판국이니 말입니다. 1세기도 전에 벌어진 어이없는 역사라는 아편 전쟁은 아직도 진행중인 셈입니다.

본드

(사회자 : 다른 분들도 말씀들 하시지요.)
저어, 실은... 매우 쑥스럽네요. 제가 이런 자리에 나오는 게 맞을지……. 그렇지만 마약은 아니라도 비슷하게 중독성 환각제로 쓰이고 있다는 점에서 제가 초청된 것 같군요.
저는 자랑스럽게 말씀드릴 게 없네요. 본드는 어디까지나 본드라서……. 앞의 분들처럼 옛날옛적부터 훌륭한 의약품으로 쓰인 것도 아니고…….
제 본성이 원래 약이 아니어서 그런지, 저는 자부심보다는 오히려 안타까운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영식이, 그래요, 그 아이 얘기를 하죠. 영식이는 12살, 학교에 다니면 초등학교 5, 6학년쯤 되려나. 영식인 학교에 다니지는 않아요. 껌팔이 같은 앵벌이를 하거나 좀도둑질도 하고, 그렇게 거리에서 지내지요. 조금만 나이가 더 들었어도 원동기 면허증이라도 따서 배달일을 하거나 주유소 같은 데서 일할 수도 있을 텐데, 너무 일찍 거리로 나왔으니 어쩔 수가 없어요. 잠은 어디서 자냐고요? 그야 그저 그렇게 거리에서 만난 형들, 친구들 방에 붙어 지낼 때도 있고, 여름에는 밤새도록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햇살 퍼져올 무렵 벤치 같은 데서 쭈그려 잘 때도 있고, 쪽방 같은 데도 있고. 바로 그런 데서 저를 애용하는 거죠.
본드를 ‘분다’고 그러죠. 공업용 본드를 검은 비닐 봉지 안에 덕지덕지 처바르고 질식 자살이라도 할 듯 그걸 뒤집어씁니다.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쉬면, 처음엔 속이 울렁울렁 메스껍고 머리가 지끈지끈 휘둘리는 듯 하고, 그러다가 차츰 황홀한 순간이 옵니다. 말 그대로 눈에 뵈는 게 없어지고 세상이 춤을 추듯, 손가락에서 아름다운 빛 레이저 광선이 나가는 듯……. 어쩝니까? 그 짜릿한 감각만이 그 애 인생의 낙인걸요. 뭐든 생각하는 대로 공상하는 대로 맘대로 되는 세계. 본드는 배고픔이나 불결함이나 세상의 모욕을 모두 잊어버릴 수 있는 세계로 떠나는 값싼 열차표인 셈이죠.
영식이는 그 세계 말고는 갈 곳이 없거든요. 한참 전에 떠나온 집이래야, 기신도 어려운 할머니와 동생만 있으니, 가봤자 거리에서 지내는 것보다 나을 것도 없고요. 몇 번 붙잡혀서 사회시설에 들어간 적도 있지만 다 도망쳐 나왔어요. 그곳도 거리에서 지내는 것보다 그리 나을 것도 없는 주제에, 윽박지르고 손찌검이나 하기 일쑤니 말입니다.
저어, 죄송합니다. 듣기 지루하신 것 같네요. 흔한 얘기고 신파조의 얘기죠. 그렇지만 지루한 이런 얘기, 끈질기게 인간 사회의 뒤편에서 번성하고 있는 풍경이잖아요. 알고 보면 그렇게 극소수의 모습도 아니고요. 시궁창 생쥐처럼 조그마하고 더럽고 어딘지 모르게 장애라도 있는 듯이 건들거리는 아이들. 본능적으로 더러운 것 피하듯 눈을 획 돌려버려서 그렇지, 애써 보려 하지 않고 의식의 어두운 장막 뒤편으로 가려두어서 그렇지, 그런 아이들 거리 모퉁이마다 쉽게 보이잖아요. 제가 바로 그들, 가난한 자들, 청소년들의 값싼 위안물입니다.

필로폰

참, 본드 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우리 사이에도 계급이 있는 것 같네요. 아니, 그럴 리는 없고, 인간들 사이에 계급이 있는 거겠죠. 아까 아편 님 말씀대로 우린 인간들처럼 그런 어이없는 건 키우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제 경험은 본드 님의 경험과는 많이 다르군요. 제가 주로 드나드는 곳은, 본드 님하고는 달리, 강남 룸살롱의 화려한 밀실, 호화로운 아파트나 별장, 이런 데라서요. 환각 파티, 그거 지각없는 제 눈으로 봐도 끝내줍니다. 차마 제 입으로 묘사를 못하겠군요.
저는 도대체 인간들이란 왜 저런 쓸데없는 짓을 하나, 생각을 많이 했었죠. 차츰 경험도 쌓이고 세상물정 알게 되니 약간 이해가 되더군요. 노동하지 않는 자들, 그러니까 일은 하지 않고 시간은 많고 돈도 많은 자들이란 심심하기 마련이거든요. 돈 넣으면 돈 나오는 세상, 그들이 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그 인간들도 심심하고 행복하지 않다고요. 그래도, 평범한 인간들과 어떻게든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들과는 구별되는 즐거움을 찾고자 하여, 보통 저를 애용합니다. 그러고 보니, 본드 님과 저는 사회의 동전의 양면 같은 곳을 근거지로 삼고 있군요. 보이지 않는 곳, 음습한 곳. 한쪽이 노동하는 사회의 활력이 미처 미치지 못하는 바닥에서 하수구나 쓰레기더미 같이 방치되어 있는 곳이라면, 다른 한쪽은 노동하는 사회의 활력을 탐욕스럽게 빼앗아 빨아먹는 화려한 기생식물인 셈이죠.
이런, 말하다 보니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필로폰, 또는 히로뽕, 애칭으로 뽕이라고도 불립니다. 제가 이렇게 마지막에 발언을 하게 된 것은, 역시 스타는 마지막에 나온다는…… 농담이었어요. 근데, 어느 정도는 사실 아닌가요? 아까 대마초 님이 한국 대표 마약이라고 하셨는데, 저야말로 실은 떠오르는 신세대 스타잖아요, 히히. 그리고, 요즘 정말 스타, 연예계의 어여쁜 여배우와 저와의 관계를 두고 설왕설래 말이 많지 않습니까? 사실 우리가 이 대회를 열기로 한 것도, 요즘 인간들 사이에서 하도 말이 많으니 우리끼리라도 답답한 가슴을 털어 보자 하고 모인 거 아닙니까?
인간들이란 역시 할 일 없는 종족인가 봅니다. 그 여배우가 마약인 줄 모르고 최음제라고 생각했느니, 난잡한 섹스를 했느니 안 했느니, 이런 게 입방아에 오르고. 근데 저 사실 최음제 맞아요. 많은 인간들이 그 조신하고 다소곳해 보이던 여배우가 뒤편에서 호박씨 깠다고, 난리죠. 다른 한편에서는, 적어도 사생활은 보호해야 되는 것이고, 여배우의 성생활까지 들추어내는 건 그가 여자이기 때문에 받는 지나친 몰매라고 옹호하기도 하고요.
근데 인간들의 얘기를 가만 들어보면, 참 웃겨요. 정말 생각 없는 종족이라고 해야 할까. 이 여배우 사건을 시작으로 또 연예인 누구누구도 그러하니, 재벌 모모, 정치인 모모와 관계가 있느니, 그들 사이에 환각파티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느니, 일파만파 떠들어대면서 참 재미있어 하는 거 있죠. 물론 분개하는 척 하긴 합니다. 그러나 그게 도덕적으로 손가락질 할 일일까요? 본드 님의 어린 부랑아들이나 상류층의 환각파티나, 현재 인간 사회의 구조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밑바닥과 꼭대기의 한 뒤편 풍경인 걸요. 그 얘길 입에 올리는 그 시선에 은근한 관음과 선망의 빛이 깔려 있는 것 같다는 건 제 착각일까요?
이렇게 우리끼리 모여서 얘기하다 보니 그런지, 인간 사회란 모두 마약중독 사회인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드네요. 그 여배우 사건만 해도 그렇습니다. 청순가련, 현모양처, 이런 게 현실에서 존재하나요? 그저 환각, 이미지일 뿐이죠.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청순가련이라는 환각의 이미지를 허공에 띄워놓고 그에 스스로 미혹되는 거죠. 그게 깨어지니까, 이번에는 그 어여쁜 여배우를 발가벗겨 놓고 마구 난타하는 관음과 가학의 파티.
본드도 필로폰도 차마 하지 못하는 인간들의 마약이란 그런 거지요. 좋은 말로 대중문화라고 하든가. 제 짧은 생각으로는 이게 그 여배우 사건의 본질이 아닌가 싶어요. 그러니 여배우를 옹호하는 쪽도 뭔가 잘못 짚은 거예요. 여배우란 사실 실재가 아니거든요. 단지 대중들의 환각, 또다른 마약작용이지요. 거기다가 대고, 그 여자도 아픔이 있는 인간이니 그만 좀 해라, 하는 것은 사회의 메카니즘을 잘 모르는 소리인 셈이죠. 그런 마약이 있어야 굴러가는 게 인간 사회라니까요. 가장 대중적으로 환각작용을 일으켰던 것이 종교였던 시절, 누가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라고 했다더군요. 지금 종교는 별로 강력하지 않지만, 다른 많은 것들이 대체하고 있지 않습니까? 여배우를 청순가련하다고 선망하다가 지금 난타하고 있는 인간들은 환각의 즐거움에 도취되어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자신하는 걸까요?
우리 마약은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밑바닥에서 꼭대기까지 말입니다. 그게 욕을 먹을 일인가요? 아니면, 우리가 인간의 건강에 해롭기 때문에 욕을 먹는 건가요?
유식한 얘기 좀 하겠습니다. 헉슬리의 ꡔ멋진 신세계ꡕ에서 그려지는 인간 사회는, 철저한 계급 사회이면서 동시에 모든 사람이 행복한 사회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 조작 비슷한 걸로 자기 계급에 맞는 지능과 능력만 갖고 태어나게 되고요, 그것도 모자라서 신생아기 때부터 끊임없이 만족하고 행복해 하도록 세뇌당하지요. 그래도 인간이어서 우울해지기도 하고 뭔가 의심이 들기도 할 때, 그럴 때를 위해 준비된 약이 있어요. 그거 몇 알만 먹으면 당장 행복해집니다. 우리 동류지요. 단지 신체에는 파괴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개발되었을 뿐입니다. 우리도 인간 신체를 파괴하지만 않으면 욕을 먹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멋진 신세계가 극단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지금 인간 사회하고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도 않은 것 같으니까요. 끊임없는 환각의 이미지들을 생산하고 팔고 도취하는 지금 말입니다. 인간 지배자들이 진짜 바라는 사회는 그런 멋진 신세계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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