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2020 여름. 1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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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평가와 정치 전망

이유미 | 사회진보연대 사무처장 

1. 총선 결과와 평가


1) 더불어민주당 압승, 미래통합당 지지율 회복, 거대양당 구도 강화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80석(현재 177석)을 확보해 1987년 이후 단일 정당으로서 최대 의석을 차지했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가까스로 개헌저지선을 넘긴 103석을 얻으며 참패했다. 게다가 황교안, 오세훈, 나경원 등 지도급 의원 상당수가 탈락했다.
박빙의 승부지역에서 간발의 차이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한 지역이 많아서 양당 간에 득표율 격차보다 의석수 격차가 크다. 미래통합당의 경우, 의석수로는 참패했지만 지역구 득표율과 비례득표율은 20대 총선 수준을 소폭 상회하면서 탄핵 이전 지지율을 회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지역구 의석수와 득표율은 더불어 민주당 163석(49.91%), 미래통합당 84석(41.15%)이다. 격전지였던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간발의 차이로 승리한 곳이 많았다. 민주당은 서울·인천·경기에서 압승했으며,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에게 내주었던 광주·전북·전남 의석을 전부 되찾았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에서 20대 총선보다 의석수가 소폭 증가하거나 유지되었을 뿐 나머지 지역에서는 완패했다. 지역구 득표율만 20대 총선보다 3.85%p 상승했다. 
비례 의석수와 득표율은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19석(33.84%)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7석(33.35%)을 차지했다. 열린민주당의 3석(5.42%)을 더불어시민당과 합하면 비례의석 20석(38.77%)으로 미래한국당을 넘어선다. 20대 총선과 득표율을 비교하면 미래한국당은 0.34%p 상승했다. 더불어시민당은 7.81%p 상승했는데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지지했던 유권자(26.74%)의 일부가 더불어시민당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제3당은 정의당이지만 6석에 그치면서 양당과 차이가 현격했다. 20대 총선에서 제3당으로 38석을 차지했던 국민의당이 분열하며 몰락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었으나 위성정당 창당으로 애초 취지가 무력화되면서 오히려 거대양당 구도가 강화되었다. 정의당은 지역구 1석과 비례 5석을 획득했다. 20대 국회에 비해 지역구는 1석 줄었지만, 비례는 1석 늘었고 득표율도 2.44%p(7.23%→9.67%) 상승했다. 
 

2) 민주당은 왜 압승했는가: 주류교체의 신호탄인가


민주당의 압승에 대한 평가는 크게 세 가지 입장으로 나뉜다. 첫째, 코로나19 사태로 운이 좋았고, 미래통합당과 득표 격차는 크지 않은데 의석차가 커서 착시가 크다. 둘째, 민주화세력으로 주류가 교체되었다. 2016년 총선부터 이번까지 보수당이 4연패 했다는 점이 방증한다. 셋째, 주류교체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정치지형 변동의 징후가 보이기는 한다.
민주당의 압승은 착시효과가 있고, 코로나19로 운이 좋았다는 첫 번째 입장의 근거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득표율과 의석수 격차로, 서울지역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지역구 득표율이 53.53%이고 미래통합당은 41.9%인데, 의석수는 민주당이 41석이고 미래통합당이 8석으로 5배나 차이가 난다. 
코로나19로 운이 좋았다는 평가는, 10월 2주차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로 볼 때,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민주당의 지지율은 35%까지 하락해 미래통합당과 격차가 1%p까지 좁혀지고 대통령 지지율도 41%로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만약 당시가 총선이었다면 압승은 불가능했다고 진단한다. 코로나19 대응 초기에도 마스크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일었으나,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정부 대응이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된 것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특히 방역 대응을 잘했다는 평가만이 아니라, 재난지원금 정책도 득표에 주효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공약으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앞세웠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최초로 주장했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도 앞다퉈 지원금을 지역민에게 지급한다고 발표하면서 민주당 지자체장들의 현금살포 정치가 힘을 발휘한 것이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이 광진구을 고민정 후보 선거유세를 지원했다. 이인영은 “고민정 후보를 당선시켜주면 저와 민주당은 100% 국민 모두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드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다. (사진출처: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지지와 의석수 사이에 착시가 있고, 코로나19로 운이 좋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없었더라도 압승까지는 아니더라도 총선 승리는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조국 사태와 코로나19 초기가 오히려 예외적으로 지지율이 낮았던 것이지 대체로 대통령 지지율은 40% 이상이었고 민주당 지지율도 미래통합당을 앞섰다. 또한 2016년 총선부터 2020년 총선까지 네 번의 선거를 민주당이 연달아 승리한 것을 전부 운으로만 치부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사회의 주류가 산업화세력에서 민주화세력으로 교체됐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대표적인 논자는 진중권이다. 그러나 주류교체가 되었다고 규정하기는 어려운데 민주당이 이념적·정책적 재편을 통해 확고한 지지 기반을 확보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주류교체는 아니지만 정치지형이 변동한 징후가 보인다는 세 번째 입장의 근거는 보수당을 지지하던 콘크리트 지지층에서 2016년 총선부터 이탈이 발생해서 지금까지 복원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대 총선에서 진박논쟁, 공천파동으로 새누리당 지지층의 일부가 국민의당으로 이동했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거친 후 이번 총선에도 보수당에 표를 주지 않았다. 이번 총선의 미래통합당 득표율은 20대 총선수준을 회복했는데, 이는 당시 이탈하지 않은 지지층만 재결집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탈한 지지자들이 이번 총선에도 복귀하지 않은 이유는 미래통합당이 탄핵 쟁점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다고 판단해서다. 미래통합당은 아스팔트 우파에 끌려 다녔고, 계파갈등으로 공천파동을 재연했으며, 민주당을 넘어서는 대안적 의제 수립에도 실패했다. 
민주당도 정치지형 변동에 대한 유사한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연구원이 2019년에 발표한 보고서, 「대한민국 중심정당의 혁신적 포용노선」에 따르면, 민주당이 중심정당, 즉 주류세력으로서 일본 자민당처럼 여권 내부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1.5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신민주당 지지층을 안정적 지지 세력으로 포섭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면서 신민주당 지지층을 비판적 지지자, 보수에서 이탈한 지지자, 그리고 민주당은 지지하지 않는 대통령 지지자로 분류했다. 그들의 분석을 따른다면,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신민주당 지지자’의 표를 집결하면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셈이다. 
21대 총선 결과를 볼 때, 2016년 보수정당에서 이탈한 유권자가 여러 차례 선거를 거치면서 복귀하지 않았고 일부가 신민주당 지지층으로 흡수되었으며, 이런 점에서 정치지형 변화의 징후가 포착되었다는 분석은 얼마간 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정당체계의 판도가 바뀌는 결정적 선거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결정적 선거가 되려면 새로운 지배적 정치연합이 등장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수적인 다수가 아니라,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상의 질적 변화를 동반하는 새로운 다수의 구성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결정적 선거는 뉴딜연합을 형성하여 루스벨트가 승리한 1932년 미국 대선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새로 유입된 지지층을 안정적 지지 기반으로 확보할 비전과 전략이 모호하다. 정부 핵심정책인 소득주도성장론과 한반도정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실패가 분명해졌으나, 문 정부는 향후 국정운영 방향조차 분명히 제시하지 못했다. 이는 총선시기 민주당의 핵심 아젠다 부재로 드러났다. 코로나19 대응책으로 제시된 한국판 뉴딜도 기존에 발표된 각종 정책의 짜깁기에 가깝다. 민주당이 정지지형 재편에 성공했다기보다 여전히 보수의 균열과 혁신실패에서 반사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주류교체나 정치지형의 재편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를 더 근본적으로 말하자면, 더불어민주당이 자유주의 세력이 아니라 시종일관 포퓰리즘 정치를 수행한 집단이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민주당이 주류교체를 위해 제시한 중심정당론 역시 일관적 이념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반보수, 민족주의와 같은 정념에 기댄 진영 논리를 핵심으로 삼고 있다. 민주연구원의 보고서는 과거 탄핵 시기와 남북미 정상회담 시기 탄핵 찬성과 정상회담 지지가 80%에 육박했던 것을 성공사례로 들며, 중심정당이 되기 위해 민생제일, 국익우선 노선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민주당의 총선 승리는 주류재편으로 볼 수 없고 지지 기반도 안정적이지 않다. 이는 정부 지지율을 낮아지면 포퓰리즘 정치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3) 미래통합당, 보수혁신의 요원함


이번 총선은 문재인 정부를 중간 평가하는 선거였음에도 불구하고 ‘야당 심판’으로 귀결되었다. 여당 압승의 일등공신은 미래통합당이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초기에 중국인 입국 문제와 마스크 공급 차질이 쟁점이 되자 미래통합당은 정부의 방역 실패를 부각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한국의 방역이 성공한 것으로 주목받게 되었고 긍정 여론이 높아졌다. 미래통합당에 호재로 여겨졌던 코로나19가 오히려 국난극복을 위해 정부를 밀어주자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악재로 반전되었다. 
이에 더해 탄핵 문제도 내부에서 해결하지 못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을 환영하거나, 아스팔트 보수에 끌려 다니는 모습은 탄핵 문제가 정리되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근본적으로는 유승민의 새로운보수당과 통합하여 보수혁신을 내걸었으나 보수혁신의 실내용과 합의가 부재했다. 단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입장이 오락가락했는데, 민주당을 비판할 때 일관된 기조가 부재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총선 참패 이후 주호영을 원내대표로 선출하고 가까스로 김종인 비대위가 출범했다. 하지만 구심점 형성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야당 대권주자 중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황교안 전 대표는 이낙연에게 대패했고, 오세훈, 나경원 등 유력 대선주자가 모두 낙선하면서 당내 갈등을 정리하고 이끌어갈 차기 주자가 부재해서다.  
 

4) 정의당, 민주당 2중대 노선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정의당은 심상정 의원이 4선에 성공했으나 영남 진보벨트인 창원성산의 여영국과 울산북구의 김진영을 비롯한 나머지 모든 지역구에서 낙선했고, 비례대표로 5석을 얻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창당으로 안타깝게 정의당이 의석 확보에 실패한 것이라 규정하기 어렵다. 위성정당 창당은 선거법 개정 자체가 내포한 파행이었고, 민주당의 갑작스런 배신이라기보다는 정의당이라는 ‘계륵’을 두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민주당의 한결같은 행태가 드러난 결과이기 때문이다. 
정의당의 비례득표 성적이 초라한 원인은 미래통합당의 꼼수와 이에 대항하기 위한 민주당의 배신이 아니라, 무리한 선거법 개정과정에서 찾아야 한다. 선거법은 패스트트랙으로 미래통합당과 합의 없이 통과되었는데, 이 같은 선거법 개정은 반드시 후폭풍을 야기하기 마련이다. 여야 합의가 중요한 이유는 다수당이 힘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법을 밀어붙이게 되면 여야가 교체될 때마다 선거법이 개정되어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무리한 선거법 개정이 비례위성정당 창당이라는 파행으로 귀결되었다. 미래통합당은 애초부터 불복의 뜻을 밝혀 위성정당을 창당했고, 민주당의 입장에서도 연동형 비례제가 공수처법 통과를 위한 거래수단이었기에 위성정당 창당을 예상 못할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번 선거 결과에서 드러나듯이 유권자는 위성정당을 창당한 민주당을 선거법 취지에 어긋난 행태를 저질렀다고 심판하지 않았다. 연동형 비례제가 소수정당의 원내진출에 유리하다는 근거는 사실 명분일 뿐이고, 선거법 개정으로 미래통합당의 의석을 인위적으로 줄이려는 게 민주당의 본심이라는 사실을 지지층이 간파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민주당이 정의당을 갑자기 배신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민주당은 유불리를 따져 선택적으로 정의당을 활용해왔고 위성정당 창당과 참여 제안도 연장선 위에 있다. 유재수 감찰무마 및 울산시장 선거 하명수사에 대한 검찰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수사 차단을 위해 방패막인 공수처가 절실히 필요했다. 그래서 민주당은 공수처 도입을 목표로 파격적 선거법 개정안을 제안하면서 정의당을 비롯한 소수정당을 4+1 협의체로 끌어들였다. 
하지만 선거법 개정안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은 초기에 내걸었던 법안 내용을 지속적으로 후퇴시켰다. (당시 정의당은 못마땅하지만 법안 개정을 좌초시키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했다.) 공수처 통과라는 목적을 달성하자 민주당은 선거법을 무력화하는 비례정당을 창당하고,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정의당에게 참여를 제안했다. 지금껏 진보정당이 ‘지역은 민주당, 비례는 진보정당’이라는 방식의 민주대연합 전술에 의존해왔기에, 민주당은 정의당이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정의당은 비례위성정당 참여를 거절했다. 이미 당 전체가 선거법 개정에 명운을 걸었고,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경선까지 치룬 마당에 수용할 수 없는 제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민주당은 노골적으로 정의당을 비난하며 압박했고,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인 창원성산구에서 미래통합당에게 의석을 내줄지언정 정의당과의 후보단일화는 거부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와 같은 민주당과 진보정당 간의 관계를 고려한다면 민주당이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꿨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의당이 거둔 결과에 대해서는 심상성 대표 독주체제로 노골화된 민주당 2중대 노선의 한계가 확인되었다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이 창당되면서 정의당에 독자적인 이념과 전략이 없다는 사실이 더 분명히 드러났다. 정의당 스스로 이번 총선에 대해 진보정당으로서의 지향과 정책적 차별성이 약해 유권자가 정의당에 투표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5월 14일 정의정책연구소가 '21대 총선 평가와 정의당의 과제'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토론회에 초청된 외부 인사들은 정의당의 민주당 2중대 노선을 비판하고 독자전망 수립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사진출처: 뉴시스 2020.5.14.)

당 내부에서도 총선평가를 계기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양경규, 나경채 등이 레디앙에 기고한 ‘올바른 총선평가와 정의당 혁신을 고민하며’는 민주당에 대한 제대로 된 비판과 독자적 정치노선을 분명히 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 선거패인이라고 진단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당 지도부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협상에 매달리면서 독자적 정치노선 수립은 뒷전이었다고 지적했다. 조국 사태도 비판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했고, 비례위성정당에 불참한다고 결정을 내리고도 심상정 대표가 “정의당을 키워야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식으로 말했던 것이 문제라는 말이다. 또한 비례대표 선출과정에서 진보정치를 안에서부터 성장시켜온 인물을 배제하고 당 바깥에서 사회적 명망을 쌓아온 인사를 영입하여 총선의 전면에 세우려고 한 기획도 ‘이벤트 정치’였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실패는 사회운동과의 단절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입장은 민주당 2중대 노선을 비판적으로 성찰한 긍정적인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관건은 ‘민주당과 차별화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다. 이들은 민주당의 문제를 소득주도성장론에서 혁신성장으로 이동한 것이라고 평가하는데, 이는 곧 소득주도성장론을 고수하는 것이 정의당의 차별화 전략이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부가 실패하여 꼬리를 감춘 전략을 고수하는 것이 차별화 전략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이들은 균형재정론에 맞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기조로 하는 ‘600조 예산 시대를 열자’는 기획을 강조하고 있다. 균형재정 반대,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로 정부의 전국민 재난지원금이나 한국판뉴딜 정책과 차별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도 문제다. 이미 문재인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택하면서 GDP대비 국가부채 비율을 40%에 묶어둘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보다 더 과감한 재정지출이라는 입장으로 차별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근본적으로 재정위기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지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정의당이 민주당과 차별화를 하려면 민주당을 발본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정부가 초심을 잃어 소득주도성장론을 포기했다고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소득주도성장론 자체가 왜 대안이 아닌지 분석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또한 현재 정세가 자본주의 위기 국면이라는 인식 속에서 단발성 대책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변혁적 관점에 기초한 입장을 모색해야 하며, 이러한 관점에 기반해 노동자운동, 사회운동과의 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편 심상정 대표는 8월 당직선거(전당대회)를 개최하여 조기에 사퇴하고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당의 전면적 쇄신과 차기 리더십 선출을 위한 당 혁신위원회가 5월 21일 출범한 상태다. 장혜영 당선자를 위원장으로, 강민진 대변인, 권수정 서울시의회 의원 등 당내 인사와, 외부인사인 한석호 전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 연구원 등으로 혁신위원회를 구성하여 당 쇄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민주당과 차별화된 진보정당의 길을 모색하는 것과, 대표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차세대 주자 육성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과제다.
그러나 혁신과정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에게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이 문제로 드러난 것은 사실이나, 집단지도체제가 제도적 대안이 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심상정의원은 대표직에서 물러나더라도 진보정당 최초 4선이자 유일한 지역구 당선자고, 차기 대권후보로서 발언력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초선 비례의원은 활동경력이 짧아 심상정 의원에게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 집단지도체제냐, 대표제냐라는 문제의 관건은 어떻게 거물급 정치인의 행보를 견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심상정대표는 민주당 2중대 노선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되기에, 정의당이 이를 벗어나 독자적 전략 수립이라는 방향성을 당원과 합의하지 못한다면 혁신 전망을 소실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2. 총선 이후 정치 전망


1) 정부·여당의 변수 


민주당의 지지 기반이 안정적이라 보기 어려울 뿐더러 상당한 변수들이 잠복해 있다. 물론 총선 이후 민주당 지지율이 45%에 이르고 대통령 지지율은 60%를 넘었다. 이는 코로나19 대응(방역성공+재난지원금)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총선 압승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은 결과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응에 관한 긍정 여론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발생할 경우, 그리고 경제 타격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정부 평가가 부정으로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경제대응이 취약한데 소득주도성장론 실패 이후 뚜렷한 정책대안 없이 혁신성장이라는 모호한 구호 아래 규제완화를 추진하던 상태였다. 코로나19 사태로 도리어 정부의 경제실정이 가려졌으나, 경제위기가 장기화되거나 급속히 악화될 경우 정부의 무능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전시상태라는 각오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강조했고 3차 추경은 30조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채무 비율이 급격히 상승하는 데 반해 세출조정이나 세입확충 방안이 부재해 향후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청와대·여당과 측근의 비리부패 스캔들로 민심이 이반할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지지율이 최대치를 경신했을 때는 탄핵 이후와 판문점 회담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비리와 부패에 대한 분노, 한반도 평화에 대한 염원이 지지로 이어졌다. 그러나 북한과의 교섭은 지리한 교착상태이고, 청와대·여당과 측근의 비리부패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차기 대선까지 리크스를 관리하면서 재집권의 길을 닦는 데 주력할 것이다. 부패수사에 대해서는 공수처와 검찰개혁으로 대응하고, 경제위기에 대한 불만은 정부의 무능을 은폐하면서 인기를 얻기 위한 선심성 정책을 남발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탁현민 행정관이 청와대로 복귀한다는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정권 초기 대표공약으로 내세웠던 소득주도성장론과 신한반도체제 정책이 좌초되었지만 대체할 방안이 부재하다. 사실상 정부 후반기 국정운영 방향이 실종된 상태이다. 하지만 그것을 감추고 ‘쇼통’으로 돌파하겠다는 청와대의 의지가 탁현민 인선에서 엿보인다. 
만약 경제위기나 검찰수사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이 생기더라도 미래통합당이 지리멸렬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민주당 대권주자가 정부와 차별화에 성공한다면 정권재창출이 가능할 수도 있다. 
 

2) 부패비리 수사와 21대 국회


21대 국회는 코로나19 방역, 경제위기, 그리고 북미관계 등 주요 이슈 말고도 정부·여당 인사가 관련된 검찰수사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검찰수사의 수위와 파급력에 따라 민주당은 검찰개혁 및 공수처 설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며, 미래통합당은 의석수 열세와 낮은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정부여당의 민심이반 지점을 파고들어 반사이익을 얻으려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민주당은 차기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반보수 적폐청산이나 반일 민족주의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면서 반보수전선을 다시 소환할 수 있다. 정치가 부패비리 이슈를 매개로 사법적 수단에 종속되면서 대중의 정치 환멸이 심화되는 한편, 조국 사태처럼 진영논리가 극단화 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의 수사대상에 오른 중대 사건은 울산시장 하명수사, 라임 및 신라젠 금융사기 사건 등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수사가 재개되고 있다. 울산시장 하명수사의 경우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정무수석실, 민정수석실 등 청와대 핵심기관 대부분이 연루되어있어 피의 사실이 인정되면 대통령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다. 때문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전례 없이 공소장 공개를 거부하고, 압박성 검찰인사를 단행하여 노골적으로 수사를 방해했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데 핵심 피의자인 황운하 전 울산경찰총장이 민주당 의원으로, 하명수사 대상이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미래통합당 의원으로 당선된 것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신라젠 사건은 전현직 임원들이 약물개발이 실패했음을 미리 알고 소유하고 있던 주식을 매각해 2천억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긴 사건이다. 그런데 신라젠의 초기 투자자였던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이철 전 대표가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와 관련해서도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철 전 대표는 유시민 이사장과 상당한 친분관계가 있다고 알려졌는데, 채널A와 검언유착 의혹도 이들의 친분과 관련된 문제다. 그 의혹은 채널A 기자가 이철 전 대표를 만나 검찰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유시민 이사장에 대한 비위사실을 캐내려 했다는 제보를 MBC가 보도하면서 시작되었다. 검찰이 언론과 결탁해 유시민을 비리에 연루시키려 했다는 의혹이다. 그러나 친여 성향의 MBC가 여권 인사들과 결탁하여 윤석열 검찰을 공격하려는 음해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어 진위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한편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사태는 펀드 돌려막기로 수익률을 조작하는 등 편법거래를 일삼다가 1조 6천억 원대 손실을 야기한 금융사기 사건이다. 라임의 뒷배로 지목된 스타모빌리티 김봉현 대표가 금감원 출신의 김모 청와대 행정관에게 금품향응을 제공하여 금감원 내부정보를 전달받았고, 여당 인사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라임 사태를 ‘희대의 금융사기’로 인지하고도 이례적으로 방치한 일이 로비의 대가라는 의혹이 증폭되었다. 이런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살펴본 사건 하나하나가 정부·여당의 명운을 좌우할 정도로 파장이 클 것이다.  
검찰수사의 칼날이 어디까지 뻗어갈지는 미지수다. 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하면서 검찰조직이 권력에 순응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검찰수사를 강도 높게 진행하더라도 결정적 증거가 취약할 경우 재판부에서 판결이 미온적일 가능성도 있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뇌물죄를 인정하고도 공여자와의 친분을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과 유사한 판결이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정부여당은 부패수사로 민심 이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수처 출범에 속도를 내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공수처 출범을 위해서는 국회법, 인사청문회법, 공수처장추천 운영규칙을 개정해야 하는데 20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해 21대로 넘어와서 7월 출범은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 의석수가 177석이므로 21대 국회에서 후속 법안 처리가 어려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상임위 구성 문제로 국회 개원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으며, 후속 법안이 처리되더라도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의 야당 몫이 2명이라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후보추천위원 7인 중에서 6명이 동의해야 하는데 야당이 2표를 가지고 거부한다면 후보 추천에서부터 막히게 된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좌)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우)는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구성에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출처: 시사저널 2020.5.25.)

때문에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상임위 구성에서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법사위원장을 두고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법사위가 게이트키퍼 수단으로 악용되는 악습을 끊어야 한다며,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는 관례를 그대로 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미래통합당은 크게 반발하며, 법사위원장은 단독 과반을 넘는 여당을 견제할 마지막 수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사위원장을 서로 차지하려는 이유는 상임위 심사를 마친 법안이 법사위로 보내지면 법사위가 신규법안이 기존 법률과 충돌하는 지점은 없는지 체계와 자구를 점검하기 때문이다.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법사위 자리를 반드시 차지하겠다는 것보다 일종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법사위원장을 당연하게 야당 몫으로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밀고 당기면서 민주당이 원하는 바를 얻어내려는 것이다. 국회 개원을 지연시키려는 야당을 압박하거나, 개원과 동시에 3차 추경이나 공수처 후속 법안 등을 신속하게 처리하려는 구상일 수도 있다. 
설사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맡기더라도 ‘일하는 국회법’을 통해 무력화시킬 방법도 있다. 김태년은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과정에서 20대 국회가 일하지 않는 무능한 국회였다고 비판하며 21대 국회가 일하는 국회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핵심으로 내세웠다. 일하는 국회법은 매월 임시회 소집을 의무화하고, 국회의원 불출석에 대해 제재를 도입하며,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권을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즉, 법사위원장을 야당에게 양보하더라도 ‘일하는 국회법’을 통과시켜 법사위의 심사권을 박탈하여 무력화시킬 수 있다. 거대여당이 독주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으나 일하는 국회를 앞세워 여당 견제보다 법안통과가 중요하다며 강행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벌써 보수세력의 음모, 검찰개혁에 대한 윤석열의 저항이라는 프레임을 내세우려 시동을 걸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이해찬 대표는 노무현재단과 민주당을 향한 검은 그림자가 어른거린다고 모호한 이야기를 했다. 노무현을 무리하게 수사해서 죽음으로 내몬 정치검찰이 오늘날에도 민주당과 노무현재단을 노리고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유시민 이사장을 비롯한 여권 유력인사들이 라임이나 신라젠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검찰수사가 진행되는 것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앞으로 검찰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진실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민주당은 언제든지 개혁세력을 음해하려는 보수·기득권세력이라는 구도를 들고 나올 것이다. 그러나 정권수호가 어렵다고 판단하면 차기 대권주자인 이낙연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면서 정권재창출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3. 사회운동의 과제, 민주당의 망령에서 벗어나야


민주당은 정권재창출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고, 지지 기반이 불안해진다고 여기면 보수 대 진보의 대결구도를 언제든지 소환할 것이다. 그리고 보수적폐/군사독재/친일세력과 진보개혁/반독재민주화/반일민족주의 세력 중에서 선택하라고 다그칠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사회운동이 민주당을 “친노동 개혁세력, 반독재 민주화세력, 평화통일 세력”이라고 규정한다면 민주당의 프레임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지금까지의 행보만 돌아봐도 알 수 있다. 
민주당의 소득주도성장론을 개혁정책이라 착각한 노동자사회운동은 정부정책을 보완하거나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역할에 머물렀다. 문재인 정부의 신한반도체제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해법이라고 동조한 노동자사회운동은 미중갈등 속에서 북핵이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 요소라는 사실에 침묵했다. 민주당 86세대가 군사독재에 맞서 함께 투쟁한 동지고, 소위 ‘개혁’이라는 목표를 위해 과정의 부정함은 불가피하다는 인식 때문에, 노동자사회운동은 민주당 86세대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후안무치한 행태를 비판하지 못했다. 
결국 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보수세력에게 내어주었다.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비판은 시장주의자에게, 북한 핵에 대한 비판은 호전적 핵무장론자에게, 조국 사태나 사법개입 같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태에 대한 비판은 보수주의자에게 내어줬다. 민주당과 보수세력의 대결구도 속에서 합리적 비판세력이자 대안으로서 노동자사회운동이 설 자리를 잃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구도는 노무현 정부 시기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당시에도 친민주당 행보를 보이는 운동세력이 존재했지만,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노선에 대항해야 한다는 합의는 광범위했다. 정부 비판이 곧바로 보수당에 대한 지지로 귀결된다는 협박은 제기될 여지가 없었고, 반신자유주의 대안세력을 확장하는 운동으로 이해되었다. 
따라서 민주당을 비판하고 독립적 전망을 수립하는 것은 정의당만의 과제가 아니다. 반보수전선에 휩쓸려온 노동자사회운동 전반의 핵심과제다. 민주당에 대한 비판과 차별화를 시도하더라도, 민주당이 공약을 이행하라고 요구하거나, 약소자 대변에 더 주력하는 방식은 변죽만 울리는 데 머물 수 있다. 반보수전선에서 벗어나려면 민주당이 진보개혁정권이 아니라 포퓰리즘 정권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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