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2020 겨울. 1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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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코로나19 위기는 어떻게 전개될까

문재인 정부하 반복되는 방역의 정치화

김진현 | 정책교육국장
2020년 12월 현재, 코로나19(SARS-CoV-2 감염에 의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2019의 관용명칭, 이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연일 500명 이상의 신규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자가격리자는 역대 최고치인 7만 명을 돌파했다. 방역 당국은 ‘3차 유행’을 공식화했다. 겨울이 오면 확진자가 폭발할 것이고, 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여러 차례 경고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방역의 정치화’에만 몰두한 채 경고를 무시했고, 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겨울을 맞았다. 

불행 중 다행은 개발 중인 몇몇 코로나 백신의 임상시험 결과가 성공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미국, 영국, 독일이 개발 중인 백신 세 개의 임상 3상 초기 또는 최종 결과가 나왔는데, 모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선주문으로 백신 물량을 독차지하고 있는 국가들이 있어, 접종을 통해 집단 면역을 획득하는 시기는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일 것이다. 한편으로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백신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국가들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2020년이 그랬듯, 2021년의 코로나19 정세에도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다만 하나 확실해 보이는 건, 2021년에도 우리는 코로나19 창궐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코로나19, 언제 끝나나?

미국 맥킨지사는 2020년 코로나19 전망을 내놓으며 두 개의 종점(end point)을 기준으로 삼았다. 첫 번째 종점은 역학적 종점으로, 집단 면역을 획득하는 지점을 뜻한다. 집단 면역이란 인구집단 중 해당 감염병에 보호 면역을 가진 사람이 매우 많아서, 감염병이 제대로 전파되지 못하고 발병 건수가 계속 감소하는 걸 뜻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보호 면역을 가진 사람이 전체 인구집단의 몇 퍼센트가 되어야 집단 면역 상태가 되느냐다. 

이는 전파력을 반영하는 기초감염재생산수(이하 R0)에 달려있다. R0는 환자가 해당 질병에 면역력이 없는 인구집단에 무방비로 노출되었을 때, 전파 가능한 기간 동안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측정한 것이다. R0가 2.5라고 가정했을 때, 전체 인구집단 중 60% 이상이 면역력을 가지게 되면 코로나19는 사라진다. 환자 한 사람이 전파할 수 있는 사람이 2.5명인데, 그중 면역력이 없는 사람은 40%이기 때문에 2.5에 0.4를 곱한 1명이 실제 감염되는 사람이다. 환자 1명이 추가로 1명도 감염시키지 못하게 되면 환자 수는 계속 줄어들어 0으로 수렴한다.

코로나19의 R0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연구자들은 인구의 60~80%에 보호 면역이 생겨야 집단 면역 상태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보호 면역은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 항체가 있어야 형성된다. 중화 항체를 획득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회복되거나, 백신을 접종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회복된 사람이라고 모두 중화 항체가 생기는 건 아니다. 이미 재감염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또 중화 항체가 몸 안에 존재하는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따라서 역학적 종점의 핵심 변수는 효과적인 백신의 개발과 접종 시기다. 일단 개발 자체는 순탄한 것으로 보인다. 제일 빠른 건 미국·독일과 영국이다. 2020년 11월, 모더나(미국), 화이자·바이오엔테크(미국·독일 공동 개발), 아스트라제네카(영국)가 개발 중인 백신의 임상시험 3상의 결과가 발표되었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최종 결과며 아스트라제네카는 최종 결과는 아니다. 
 
코로나19 백신의 종류 [사진 출처: 식약처]

세 백신의 효과, 가격, 유통 조건을 살펴보자.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의 효과는 9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과는 60~90%로 불균일한 효과를 보였다. 가격은 모더나 30달러, 화이자 20달러, 아스트라제네카 3달러 수준으로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로 냉동 보관해야 하며 냉장 상태에서는 최대 5일 보관 가능하다. 모더나 백신은 냉장 상태에서 30일간 보관할 수 있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냉장 상태에서 6개월간 보관할 수 있다. 

화이자 백신은 가장 빨리 개발되었지만, 보관과 유통이 어려워 고소득 국가에서만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모더나 백신은 상대적으로 유통이 쉽지만, 가격이 제일 비싸 저소득 국가에서는 접종이 어렵다. 예컨대 2회 접종해야 하는 모더나 백신을 한국 인구의 80%인 4천만 명에게 접종하려면 약값만 2조 7천억 원이 든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가격도 싸고 유통도 쉽지만, 현재 발표된 임상 3상 초기 결과에 문제가 있어 효과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맥킨지는 11월 23일 발표한 코로나19 전망에서 미국이 역학적 종점에 도달하는 시기를 2021년 3분기나 4분기로 예상했다. 허가, 생산, 유통과 관련된 여러 문제를 고려한 결과다. 이는 2020년 12월 ~ 2021년 1월 사이에 한 개 이상의 백신이 긴급사용승인되고, 2021년 3~4월까지 최종 허가를 받는다는 시나리오다. 생산, 유통, 미국 내 접종까지는 약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은 이미 12월 2일에 화이자 백신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그러나 이는 예외적 사례일 것이다. 영국은 제약사가 수시로 제출한 자료들을 토대로 승인을 했으나, 미국이나 유럽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검증 절차를 거친다.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인 앤서니 파우치는 영국에 대해 “성급했다”라고 비판했으며, 유럽의약품청(EMA)도 영국처럼 빠른 승인을 내리는 데 회의적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2월 10일에 화이자 백신의 긴급 사용 여부를 두고 온라인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EMA는 12월 29일에 화이자 백신의 승인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제조사들이 짧은 개발기간을 이유로 부작용에 대한 책임을 면제해달라고 계약서에 명시하고 있어서, 생각보다 더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와는 구매 계약을 완료한 상태이고, 화이자나 모더나와는 협상 중이다. 한국 기업 중 백신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건 제넥신인데, 현재 임상 1상도 마치지 못한 상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12월에 임상 1상을 시작한다. 따라서 국산 백신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다. 한국 정부는 2021년 하반기 접종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한국에서 역학적 종점은 2022년이 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저소득국가는 이보다 더 늦어, 전문가들은 2023년이나 2024년이 되어야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두 번째 종점은 삶의 정상화다. 코로나19 걱정 없이 이전과 같은 사회적, 경제적 생활을 누리게 되는 시점이다. 갖춰야 할 조건은 다음과 같다. 고위험군(의료기관 종사자, 고령자, 기저질환자)에 대한 필수적 백신 접종, 빠르고 정확한 진단검사 확충, 효과적인 치료제의 개발, 공중보건 조치의 강화 등이다. 맥킨지는 미국에서 삶의 정상화는 집단 면역 획득보다 약간 빠른 시기인 2021년 2분기나 3분기쯤일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는 백신이 전파력을 얼마나 줄이는지다. 백신을 허가할 때는 백신을 접종했을 때 코로나19 발병이나 증상 발현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를 주로 평가한다. 백신을 맞아도 코로나19를 가볍게 앓고 지나갈 수 있는데, 그 경우 바이러스 배출이나 전파력을 얼마나 줄이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만약 백신이 전파력을 줄이는 데 효과가 크지 않다면 삶의 정상화 시기가 집단 면역 획득 시기까지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쟁점 ① – 고소득 국가의 백신 물량 독차지

유럽과 미국에서 개발한 백신들이 속속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함에 따라 이제 더 큰 문제는 생산과 유통, 접종이 되었다. 이와 관련해서 두 가지 쟁점이 중요하다. 첫째, 고소득 국가들은 선주문을 통해 백신 물량을 독차지하는 반면, 백신을 구입할 경제적 여력이 없는 저소득 국가들도 많다. 둘째는 효과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백신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시도다.

2020년 11월 30일 자 《네이처》 뉴스 기사를 통해 향후 백신 생산 물량이 얼마나 되는지, 누가 선구매를 많이 했는지부터 알아보자. 현재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기대되는 3개 기업의 생산량만 합쳐도, 2021년 말까지 세계 인구의 1/3을 접종할 만큼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30억 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13억 개, 모더나 10억 개다. 아직 임상 3상이 진행 중이지만 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기업들도 살펴보자. 미국의 노바백스가 14억 개, 미국 존슨앤존슨은 13억 개, 프랑스·영국의 사노피·GSK(공동개발) 13억 개 등이다.

앞서 언급한 기업들의 생산 가능 물량 중 절반은 이미 고소득 국가들이 선주문을 통해 확보한 상태다. 가장 많은 백신을 선주문한 국가는 캐나다로, 1인당 9회 접종할 수 있는 양의 백신을 주문했다. (백신의 종류에 따라 면역 획득을 위한 접종 횟수는 달라질 수 있으나, 대부분 2회 접종한다.) 미국은 1인당 7회, 영국은 6회, 호주는 5회, EU 5회, 일본 2회 등이다. 세계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선주문 국가들이 물량을 과도하게 차지하면서, 나머지 국가들은 코로나19 종식까지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COVAX 캠페인 [사진 출처: CEPI 홈페이지]

반면 중저소득 국가들은 대부분 선주문할 경제적 여력이 없어, COVAX라는 백신 공동구매 펀드에 의존한다. COVAX는 저소득 국가 백신 접종을 위한 조직인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세계보건기구(WHO),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는 각국 정부, 세계은행, 게이츠 재단, 제약회사와 같은 공적 자금과 민간 자금이 모두 투입된다. 참여국 인구의 20%에게 접종할 수 있는 물량 20억 개를 확보하는 게 목표다. 현재까지 7억 개의 백신 물량을 확보했다. 모금액은 20억 달러 이상이며, 2021년까지 50억 달러가 더 필요하다. 모금이 성공할 수도 있으나, 인구의 20%만 접종해서는 집단 면역이 형성되긴 어렵다.

이런 상황 때문에 2020년 10월 2일,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코로나19 치료제, 백신 관련 지적재산권이나 특허를 면제할 것을 회원국들에게 권고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인도에는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최대의 백신 생산기업인 인도혈청연구소가 있다. 이 기업은 이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생산하기로 외주 계약을 맺은 상태다. 따라서 백신을 생산할 기술적 역량은 충분하다. 지적재산권 문제만 해결되면 더 저렴한 가격에 백신을 중저소득 국가에 공급할 수 있다. WTO는 12월 10일 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TRIPs) 위원회에서 해당 안건을 논의한 후 17일 총회에서 공식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쟁점 ② - 영향력 확대를 위한 중국의 위험한 백신 도박

한편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는 또 다른 국가인 중국은 전혀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중국은 백신을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위한 지렛대로 쓰고 있다. 《사이언스》의 11월 25일 자 뉴스 기사를 통해 중국의 계획을 살펴보자. 중국은 코로나19 발생을 공식화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인 2월 말에 이미 코로나19 백신을 군인에게 투여하기 시작했다. 중국이 개발하는 백신 4개 중 3개는 불활성화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이용한다. 

이는 1930년대 개발된 방법으로,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대량 생산하기 어렵고 위험할 수 있어서다. 이 종류의 백신을 맞은 사람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맞지 않은 경우보다 더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었다. 1960년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비슷한 사스(SARS)와 메르스(MERS) 백신 개발 과정에서 이런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또 백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바이러스를 대량 생산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될 수도 있다. 소아마비 생백신을 개발하는 기업에서 지난 5년 동안 두 번 바이러스가 유출된 사고가 있었다. 

4개 중 남은 하나의 백신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칸시노는 코로나바이러스의 단백질을 아데노바이러스에 넣어서 투여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런데 인체의 면역 세포가 아데노바이러스를 공격하기 때문에, 백신이 코로나 단백질을 제대로 몸 안에 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항원-항체 반응이 약해져 면역이 형성되지 않는다. 이 단점을 극복하려면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칸시노와 같은 방법을 택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임상 3상 초기 결과, 백신의 효과 유무를 두고 논란에 휩싸였다. 적어도 바이오산업 기술력에 있어서는 영국보다 한참 뒤떨어진 중국이 이렇게 단기간 내에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할 거라는 기대는 과한 측면이 있다.

물론 기술력이 낮다고 해서 코로나19 백신에 도전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할 순 없다. 단점이 많은 개발법이라 해도 상황에 따라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술력이 낮고 경험이 적을수록, 개발과정을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고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 더구나 백신은 병에 걸린 사람이 아닌, 건강한 사람에게 투여하는 의약품이다. 치료제보다 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국은 2월부터 검증이 덜 끝난 백신을 인간에게 투약하기 시작했다. 임상 2상까지의 결과만을 토대로,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에게 6월부터 긴급사용승인을 통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해외에 파병 가는 군인들이나 해외로 출장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않으면 백신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접종 이후 추적 관찰을 통해 부작용이나 감염 발생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는다. 중국 백신 개발 기업들은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심각한 부작용이나 코로나19 감염 사례를 보고받은 적 없다며 이런 비판을 일축해 왔다. 

중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기업은 모두 국유기업이거나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다. 중국 정부는 이들 기업의 심각한 행태를 감독하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기고 주도하고 있다. 당국은 이미 6월에 베이징 시민 전체에게 백신 접종을 시행하는 걸 고려한 적이 있다. 10월에는 한 기업이 저장성의 한 도시에서 백신을 개당 30달러의 가격으로 정식 판매하기도 했다.

중국 외에 러시아도 임상 2상까지만 완료된 백신을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 접종하고 있다. 이런 행위에 대해 학계에서는 큰 우려를 하고 있다. 11월 5일 유명 의학학술지 《란셋》에서는 캐나다 연구진들이 중국과 러시아의 위험한 도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비판의 핵심은, 두 국가는 ‘전시상황’에 준하는 비상사태라면서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지만 비상사태라도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는 것이다. 2013~2016년 에볼라 대유행으로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가 닥쳤던 아프리카 국가들이 임상시험이 덜 끝난 에볼라 백신을 자국민들에게 투약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도 WHO가 제시한 기준에 따른 엄격한 평가를 거친 후, 투명한 접종과 추적 관찰 프로그램을 시행한 상태에서 진행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WHO의 평가를 받지도 않았으며, 관련 자료를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연구진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긴급사용승인을 남용하면, 긴급사용승인 제도와 코로나19 백신 자체의 신뢰도를 낮춘다고 비판했다. 

중국이 이렇게 위험한 백신 도박을 통해 얻으려고 하는 건 정치적 영향력 확대다. 중국은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등 아랍권 국가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중국이 신장 지역에서 위구르 무슬림을 탄압하는 것에 대해 면죄부를 얻기 위해 아랍 국가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하려 한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빚더미에 앉게 된 저소득 국가들에 백신을 공급할 거라는 분석도 있다. 시진핑 주석이 세계보건총회에서 백신이 “글로벌 공공재”라고 발언한 이면에는 이런 계획이 숨어 있다. 고가의 백신을 살 수 없는 국가에 백신을 싼 가격에 공급함으로써, 코로나19의 발원지라는 오명을 씻고 저소득 국가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그러나 저소득 국가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안전성과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백신을 맞게 되는 것은 심각한 비극이다. 
 

간호인력 확충은 안 하고, 정치적 방역으로 일관한 문재인 정부

정부의 계획대로 2021년 하반기부터 접종이 시작된다 하더라도, 접종이 완료되고 집단 면역이 형성되는 시점은 빨라야 2021년 말이다. 현재로선 2022년 상반기로 넘어갈 가능성도 크다. 그때까지는 여러 번의 대유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방역도 계속되어야 한다. 

가장 위험한 게 2020년 말에서 2021년 초로 이어지는 이번 겨울이다. 모든 전문가가 이번 겨울이 제일 위험할 거라고 경고해왔고, 사회진보연대 역시 여러 차례 시급한 과제들을 제시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이런 경고들을 무시하고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방역의 정치화’를 통해 방역 당국의 헌신을 여러 차례 배신했다.

질병관리청을 중심으로 한 방역 당국이 확산세를 꺾어놓으면, 다른 부처에서는 소비 진작을 위해 외식과 여행을 장려하다가 전국적 대유행 국면이 오는 일이 2020년 내내 반복되었다. 확산세가 수그러들면 청와대와 민주당은 그걸 자신들의 공으로 돌려 정치적 이득을 얻었다. 4월 총선이 대표적이다. 반면 전국적 대유행 국면이 오면 특정 집단에 그 책임을 돌렸고, 심지어 몇몇 사례에서는 책임 전가를 통해 민주당과 대통령의 지지율을 올리는 성과도 냈다. 3월엔 신천지, 5월엔 이태원 클럽, 8월엔 보수 집회에 책임을 완전히 돌리는 데 성공했지만, 11월부터 시작된 겨울 대유행은 그렇게 하기 어려울 예정이다. 10월부터 정부가 외식과 여행을 다시 장려하면서, 특정 집단이 아니라 모든 곳에서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당장 해야 할 일은 방역의 정치화가 아니라, 방역이 실패했을 때에 대비해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중환자실 병상과 간호 인력 확보다. 중환자실 병상 확충은 인공호흡기 수급 문제와 연결되어 있어, 노력해도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간호 인력 확충은 미리 계획을 세워 준비했더라면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했지만, 정부는 생색내기식 대책만 뒤늦게 내놓았을 뿐이다.
 
2020~2021년의 겨울 대유행이 길게 이어질 경우, 중환자 병상 부족과 의료진의 소진이 사회적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문제에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은 문재인정부는 그때도 ‘남 탓’을 하기 급급할 것이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광화문 집회 주동자를 살인자라 발언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사진출처: SBS뉴스]

간호인력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으로는 먼저 7월 2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발표된 ‘코로나19 이후 시대 핵심과제 추진방향’이 있다. 여기서 방역 물품 공급과 병상 동원 체계를 10월에 마련하고, 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을 12월에 수립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계획으로는 당장의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없다. 정부는 중환자 전담 간호사 훈련 프로그램을 9월 초부터 시작해 올해 말까지 400명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터무니없이 적은 수치다. 사회진보연대는 자체 분석을 통해 공공병원 중환자실에 약 4천여 명의 간호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분석이 타당하다면, 정부는 고작 10%의 인력만을 준비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유행이 발생한다면, 현행 간호인력을 소위 ‘갈아 넣는’ 방법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방역이라도 엄격하게 했어야, 병상 포화 및 의료진 소진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11월 7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개편하면서 격상 기준을 완화했다. 2주간 일평균 국내발생 확진자 수가 단계 격상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다. 과거에는 50~100명 발생하면 2단계 격상이었으나, 개편안에서는 300명 초과다. 대신 1.5단계를 신설해 수도권 기준으로 확진자 100명 이상인 경우에 시행하기로 했다. 단계를 세분화했다고는 하지만, 명백한 격상 기준 완화다.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피해가 심각하다는 게 정부의 변명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최대의 고비가 될 이번 겨울이 오기 직전에 방역 기준을 느슨하게 바꿨다.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는 행위다. 

전문가들은 확진자 수가 2백 명 대로 급증한 11월 중순부터 당장 2단계로 신속하게 격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병상부족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11월 19일에서야 수도권을 1.5단계로 격상했으며, 24일에 2단계로 격상했다. 기준을 느슨하게 완화했으면 단계 격상이라도 신속하게 했어야 했다. 그러나 결국 골든 타임을 놓쳐 12월 4일 현재 국내 발생 신규 확진자는 600명이 되었다. 2단계로 격상한 지 열흘이 지났으나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는 겨울 3차 유행이, 몇 개의 특정 집단에서 환자가 대량 발생한 1, 2차 유행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을 암시하는 결과일 수 있다.

혹여라도 2020~2021년의 겨울 대유행이 길게 이어질 경우, 중환자 병상 부족과 의료진의 소진이 사회적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문제에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은 문재인 정부는 그때도 ‘남 탓’을 하기 급급할 것이다. 의료인들의 헌신으로 겨울을 무사히 넘기면, ‘내 덕분’이라고 자화자찬하며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매진할 것이다. 2020년의 경험으로 봤을 때, 이 전략은 잘 통했다. 민주당의 포퓰리즘 광풍이 사라지지 않는 한, 2021년에도 방역 당국과 의료인들은 헌신하고 소진되며, 문재인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행태가 반복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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