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2022 겨울. 1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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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이 흐르는 2023년 세계정세

임필수 | 편집장
2023년 세계의 경제상황이나 정치상황에서 강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첫 번째 글 임필수의 「장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라는 쟁점으로 살펴본 세계경제」는 주로 미국과 한국의 경제상황을 다룬다. 저자는 세계경제가 2007~9년 금융위기 이후,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분위기가 사그라들고, ‘장기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한다. 장기 저성장은 생산성 상승률의 지속적 하락을 동반하고, 이는 정부의 부채 부담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효과를 발휘한다. 나아가, 장기침체 국면에 코로나 위기가 겹치면서 각국 정부는 보건위기나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지출했는데, 이는 인플레이션의 역습으로 이어졌다. 장기 저성장과 생산성의 감속, 인플레이션과 부채위기라는 이 모든 현실은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가 표현되는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이 글은 노동자운동이 고속성장 시대에 전형화된 행동방식을 유지하면서, 여전히 그런 시대가 가능하다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다면 새로운 국면에 대처할 적절한 방법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마무리한다.

두 번째, 김진영의 「권위주의와 팽창주의가 확대되는 세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 체제 완비, 북한의 핵무력 법제화와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라는 현실에 주목한다. 그런데 민주노총 통일위원회부터 세계 각지의 지식인과 단체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좌파’로 인식하는 세력이 ‘서구 제국주의의 적은 곧 반제국주의 세력’이라는 진영논리에 속박되어, 이처럼 권위주의적이고 호전적인 정권이 가하는 현실적인 위험을 무시하거나 심지어 그들을 옹호하고 있다고 저자는 강력히 비판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는 북한의 핵무장과 러시아·중국의 권위주의 정권에 둘러싸여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현실을 더욱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이해해야 할 필요가 크다고 주장한다.
 
세 번째, 김성균·임필수의 「정치 양극화와 제왕적 대통령제, 한국 정치의 영속적 위기」는 정치 양극화와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한국의 정치현실을 설명하고자 한다. 글은 미국에서 정치 양극화를 우려하는 분석을 소개하고, 또 미국에서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용어가 탄생하고 논란이 전개되어 온 역사를 검토함으로써 한국 정치의 현실을 좀 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틀을 제공하려 한다. 미국이라는 사례를 통해 우리는 정치 양극화를 주도하는 것은 대중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정치엘리트며, 대중정서라는 측면에서 맹목적인 당파적 적개심을 고취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저자들은 이에 비견할 때 한국의 현실은 과연 어떠하냐는 질문에 답을 내놓고자 한다. 또한 저자들은 정치 양극화가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승자독식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통해 증폭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볼 때,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제가 지닌 위험성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 호부터 ‘사회운동사’ 기획으로 ‘1987년 이후 한국 노동자운동의 역사’를 연재한다. 첫 번째로 박준형의 「노동자 대투쟁에서 IMF 구제금융위기 이전까지」를 싣는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일곱 번에 걸쳐 통일운동사를 연재했는데, 이번에는 노동운동사를 다룰 것이다. 2년간 사회진보연대 내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진행했던 노동운동사 세미나의 토론 결과를 반영해 집필해 나갈 것이다. 특히 민주노총 출범 이후 2020년대 초반까지 노동운동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글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번 연재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사회진보연대 주최로 지난 12월 10일에 진행된 노동운동포럼에서 저자가 발표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노동운동 평가’를 통해서도 읽어볼 수 있다. (이 글은 사회진보연대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사회주의 역사 읽기’는 지난 호에 이어 장명호의 「스탈린 시대, 속삭이는 사람들의 이야기②」를 담았다. 올랜도 파이지스의 『속삭이는 사회』를 읽으며 스탈린 시대에 어떻게 해서 신경제정책이 중단되고 농업집단화가 추진되며 굴락(노동수용소)이 형성되었는지, 이렇게 억압적인 스탈린 체제에서 어떻게 전쟁 승리가 나올 수 있었는지, 역설적으로 전쟁이 인민에게는 오히려 해방의 경험이었다면 왜 전후 소련이 다시 스탈린 체제로 복귀하게 되는지, 스탈린이 죽은 후에도 소련 시민은 왜 오래도록 침묵했는지 해명하고자 한다.  

‘소설과 함께 보는 한국 노동자운동 역사: 식민지시대’의 네 번째로 김성균의 「1930~40년대 조선 사회주의 운동의 부침」을 싣는다. 노동자와 사회주의자의 만남을 그린 김남천의 「공장신문」, 농촌운동 속 사회주의 지식인을 형상화한 심훈의 『상록수』, 전향자의 내면을 그린 김남천의 「경영」과 「맥」, 조선의용대 출신 김학철의 『격정시대』를 소개한다.    
책 소개는 박진우의 「시진핑 ‘신시대’를 비추는 역사의 거울, 중국공산당 100년사」다. 『중국공산당 100년의 변천(1921〜2021)』을 소개하며, 지난 10월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의 의미를 살펴보고, 세계정세에 미칠 영향도 따져본다. 
 
2022년 12월 16일
임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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