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사회운동

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2.5.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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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신자유주의와 공공부문 구조조정』

상지대,성공회대,한신대 공동부설 민주사회정책연구원 김성구, 심용보 편/문화과학사

편집실 | 사회진보연대
최근 철도,가스,전력의 공공부문 연대파업과 전력노동자들의 장기파업으로 공공부문의 구조조정과 민영화는 국민적인 주요이슈가 되었다. 특히 한국 노동운동 역사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발전노조의 파업은 강력하게 전개되었고, 민영화 반대와 공공성 유지라는 더 높은 투쟁 요구는 이제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대중들의 실천적 요구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러므로 발전파업이 가장 나쁜 방식으로 마무리되었다 하더라도, 그 후유증이 앞으로 민주노조운동을 많이 짓누른다 하더라도, 발전파업의 이러한 의의는 훼손되지 않을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위기에 빠진 기업과 금융기관은 외환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어쩔 도리없이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한편에서는 노동유연화를 획기적으로 강화하였고, 다른 한편에서는 시장주의라는 이데올로기적 기만을 내세워 국가를 통한 손실의 사회화를 기도하였다. 그리고 민영화와 탈조절 정책은 직접적으로 공공부문을 공격목표로 하였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의 투쟁은 자신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임단협의 좁은 틀을 넘어 사회화의 문제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었고 사회화라는 보다 높은 수준의 투쟁요구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회진보연대는 이러한 위기정세에서의 노동자들의 투쟁과제를 생존권투쟁과 사회화투쟁의 결합으로 정식화하였고 이런 관점 하에서 정세에 개입해 왔다. 노동운동과 진보운동 진영 내에서 사회진보연대는 한편으로 현 정세 하 사회화투쟁을 사민주의적 개량투쟁이라고 비판하고 생존권투쟁에 집중할 것을 주장하는 현장좌파의 입장과, 다른 한편으로 사회화투쟁을 비현실적인 급진주의적 투쟁이라고 비판하고 국민주나 우리사주 같은 사이비 사회화방안의 수용을 선전하던 우파 개량주의의 입장, 이 양자에 대항하였다. 발전노조의 이번 파업은 사회진보연대의 그동안의 입장이 올바른 것이었음을 입증하였다. 사회화투쟁을 부정하고자 했던 현장좌파도 민영화반대 및 공기업유지의 요구를 내건 발전노조의 파업에 결합하지 않을 수 없었고 공기업 민영화를 수용하고 우리사주를 선전하던 우파 개량주의도 공기업 사수를 요구하는 발전노조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민주사회정책연구원에서 나온 이 책은 편저자들이 서언에서 밝히고 있듯이 사회진보연대의 공공부문연구팀에서 발전시켜온 이상의 입장에 입각하여 공공부문에서 민영화와 구조조정 그리고 노동자들의 투쟁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구체적 성과물이다. 물론 이 책의 집필자들은 사회진보연대의 공공부문연구팀을 뛰어넘어 폭넓게 구성되었고 그 성과물은 민주사회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하였다. 하지만 집필자들간의 이론적 차이에도 이 책 발간의 의의는 이러한 역사와 관련해서 이해해야 한다. 이 책은 이번 파업과 분리해서 사고할 수 없으며 이번 파업의 이론적 토대였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DJ정부의 공공부문 구조조정이 신자유주의 정책에 입각하여 민영화와 노동자 자르기의 두 축으로 전개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민영화와 노동자 자르기는 두 개의 별개 문제일 뿐 아니라 긴밀하게 서로 연관된 문제이다. 바로 그 양자를 매개하는 고리는 공공부문 내 경쟁원리와 사기업적 경영원리의 도입이다. 이렇게 공공부문에서 경쟁원리와 수익성원리의 강화, 그에 따른 노동자 자르기는 민영화의 사전작업을 이루고 민영화는 다시 한번 이 작업을 완성시킨다. 따라서 민영화 반대투쟁과 생존권 쟁취투쟁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두 개의 투쟁과제가 된다.
사적 소유에 입각한 시장경쟁이 효율성을 증대시킬 것이라는 신자유주의 민영화 논리는 현실을 왜곡하는 이데올로기라고 이 책은 비판한다. 즉 공기업 민영화는 결코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독점을 사적 독과점으로 전환시킬 뿐이다. 하기에 민영화의 핵심적 쟁점은 경쟁촉진을 통한 효율성의 증대가 아니라 사적 독점의 지배를 통한 독점이윤의 획득에 있다. 결국 민영화의 핵심은 공공서비스를 포기하고 이를 독점적 사기업의 수익성 원리에 넘겨주는 것이다. 따라서 민영화를 통해 효율성(자본주의적 효율성, 즉 수익성)이 개선되는 것은 경쟁이 촉진된 결과가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민영화를 하는가’라는 민영화의 조건에 달려있다. 즉, 공기업의 매각조건과 정부의 지원조건(예컨대 부채의 탕감, 보조금의 지급 또는 가격인상, 아니면 공공성의 포기)은 바로 민영기업의 이윤을 확보해주는 중요한 방식이다. 그리고 노동자 자르기와 임단협 조건의 악화가 여기에 추가되는 요소이다. 이런 점에서 공공서비스의 포기, 가격인상, 국민부담의 증대, 정리해고 등 민영화의 폐해들은 불가피한 것이며, 이런 희생을 대가로 하여 높은 독점이윤이 획득되는 것이다. 한편 공기업 민영화는 국가기간산업을 초국적 자본에게 넘겨주는 것이어서 한국자본주의의 대외종속성을 크게 심화시킬 전망이다. 여기서 한국의 신자유주의는 종속적 신자유주의의 성격을 띄고 있다.
이 책은 전력, 철도, 지하철, 건강보험공단 그리고 공공의료원 등을 대상으로 민영화와 구조조정에 대한 구체적 분석을 수행함으로써 이상의 이론적 결론들을 실제적으로 논증하였다.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 영국과 미국의 철도와 전력 민영화사례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여 민영화와 규제완화가 초래한 파국적인 결과들을 교훈으로 삼고자 하였다. 그것은 DJ정부의 민영화정책이 가져올 미래의 자화상일 것이다. 따라서 이 정책에 대한 노동자들의 저항과 투쟁은 ‘밥그릇 지키기’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서 국민대중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고 민족적 이익을 지키는 것이다. 이 책은 민영화와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공공부문 노동자 투쟁의 성과와 한계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자 하였고 민영화반대투쟁으로 열려진 공공부문 노동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전망하고자 하였다. 당연하게도 이는 공공부문에서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실리주의적 노동조합운동의 이념 및 정책 그리고 조직론에 대한 비판과 논쟁을 포괄해야 했다.
민영화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대해 이 책은 공공부문의 유지와 확장 그리고 공공성에 입각한 공공부문의 민주적 개혁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공공부문의 오늘날의 폐해들은 공공적 소유형태에서 비롯되는 필연적인 폐해가 아니라 민주적 개혁을 통해 청산할 수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개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만연한 공공부문의 관료주의 통제를 보면, 신자유주의는 결코 공공부문 개혁의 대안이 아니라는 것, 또 공공부문의 폐해에 대한 그간의 신자유주의적 공격과 개혁 요구가 실은 민영화를 강제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기만이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PSSP
주제어
경제 노동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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