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광주전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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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보연대 계간지


2002.5.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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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행정부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갈등을 해결할 방법이 있는가?

글쓴이 챨스D.스미스(애리조나대학 중동사학과 교수)

옮긴이:김용현 | 집행위원,한반도팀
[옮긴이주] 혹자는 미국만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처참한 ‘살육전’을 중단시켜줄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글의 필자인 챨스 스미스의 대답은 정반대이다.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거짓말과 위선이나 자제하라고 한다. 게다가 그의 분석에 따르면, 문제의 해결은커녕 행정부 내 의견조율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 글은 어쩌면, 비록 짧은 글이기는 하지만, ‘현재 부시행정부가 왜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하여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가’를 밝히는 하나의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 *

지난 4월 11일 이스라엘에 도착한 콜린 파월 미국무장관은 아리엘 샤론 수상에게 즉시 이스라엘 군대를 서안(西岸)지구에서 철수시킬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며칠 후 샤론은 의기양양하게 여기서 완전히 승리할 때까지 결코 떠날 수 없다고 회답했다. 그러자 백악관은 대변인 성명에서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자살테러를 중단하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조금 더’(Do More!) 기울일 것을 재촉했다. 지난 3월말에도 부시는 만약 아라파트가 미국과 마찬가지로 평화정착에 믿음을 갖고 있다면 테러를 중단시키기 위해 ‘조금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아라파트는 이스라엘군에 포위되어 외부와 연락이 단절된 채 (심지어 음식물 반입도 어렵다) 자신의 관저에 갇혀 있는 상황이었다. 어쨌든 부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스라엘은 자살테러에 대한 보복공격을 전면화하였다.
어쩌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그 하부조직들을 완전히 붕괴시키기 위한 노력을 정당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샤론에게 자살테러는 좋은 기회로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샤론의 목적은 어쩌면 너무나 공개적이다. 즉, 샤론은 진정한 평화를 이루기 위한 어떠한 대화도 재개할 의도가 없으며, 오히려 자신의 유권자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서안지구 점령을 보다 확대하려 하고 있다. 이런 샤론에 대해 부시는 말한다. “샤론은 테러에 대항하여 자신의 ‘고국’을 방어할 정당한 권리를 갖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이 아라파트에 대해 샤론과 같은 입장(“아라파트는 테러리스트이자 악마이다”)을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백악관의 입장은 오히려 “아라파트가 테러를 중단시킬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그래서 ‘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 그러한 테러공격에 대해 책임이 있다. 샤론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아라파트가 테러와 관련되었다고 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가 테러리스트인 것은 아니다.” 게다가 여전히 세계적으로 그는 평화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진정한 팔레스타인의 지도자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b>미국의 이스라엘 행 완행열차</b><br>

이렇듯 앞뒤가 맞지 않는 미국의 입장은 그럭저럭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적어도 이스라엘의 공격이 2달간 계속되고 세계언론의 보도가 수천명의 죽음과 참혹한 거리의 풍경,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들’을 앞다퉈 보도하기 전까지 말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파월 미국무장관은 이스라엘에게 철군할 것을 요구하였다. (보다 정확하게, 파월은 부시의 말을 빌어 “샤론이 이스라엘군에게 철군을 명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시 이스라엘 언론은 이스라엘 관료들이 부시행정부가 신속한 답변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파월이 이스라엘에 도착하기까지는 시간이 있다고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해석은 정확했다. 부시가 이스라엘은 지금 곧(now) 철수하라고 외치고 나서자, 콘돌리자 라이스 보좌관은 여기서 “지금 곧”(now)이 “즉각”(right away)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나섰다. 마찬가지로, 파월 국무장관은 표면적으로는 이스라엘로 급파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그는 이스라엘에 도착하기 전 모로코, 이집트, 스페인, 그리고 요르단을 거쳤다. 파월이 멀리 돌아서 이스라엘로 여행한 것은 ‘안전지대’-서안지구로 철수하기 전에 이스라엘 군대에게 ‘추구하는 목표들’을 달성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기위해 계획된 것이었다고 한 외신은 보도했다. 이것은 그 자체로 이스라엘의 전략에서 주요한 변화인데, 이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의해 갱신된 모든 행동들에 정치적 관련성을 부여하는 것처럼 보이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대체 아라파트와 팔레스타인에 대한 부시의 정책은 무엇이란 말인가? 샤론에게 이스라엘 정착지의 확장과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의 사주자로서 아라파트를 강하게 비난하는 것 이외에 어떤 일관성이 있는가?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재고하고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이스라엘의 철군을 주장하고 있는 유엔안보리의 결의를 미국은 과연 지지하고 있는가? 아니면 그것은 박수갈채보다는 불신을 보내면서, 이라크에 대한 맹공격에 대한 보다 투명한 아랍권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한 미국의 전술인가? 아마도 부시는 이스라엘의 팽창주의와 긴밀히 연결된 펜타곤의 매를 날려버릴 수도 있는 강력한 태풍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

<b>미국 외교정책의 “관대한 제국주의”</b><br>

부시행정부는 클린턴행정부 당시 미국의 과다한 외교활동이 샤론의 당선을 이끈 폭력사태의 원인라고 주장한다. 전수상 에후드 바라크는 자신의 외교적 양보 때문에 선거에서 패하게 되었고, 그것은 이스라엘의 약점을 보여준다. 부시행정부는 분명하게 샤론의 입장에 동의하고 있다. 즉, 4월 3일자 <로스앤젤레스 타임즈>에 게제된 한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샤론은 민족적으로 단일한 이스라엘의 건설만이 극도로 폭력적인 게릴라들의 도전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부시 행정부는 평화협상을 재개할 고차원적 노력들이 이루어질 환경이 아직 무르익지 않았고, 가장 시급한 것은 테러리즘과 무기증강에 맞서면서 지역전쟁의 발발을 막는 것이다라고 결론내렸다.”
이러한 언급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은 바로, 미국이 팔레스타인의 봉기를 부셔버릴 수 있도록 샤론의 손을 자유롭게 해 주었다는 것이며, 이것을 통해 미국이 우선순위로 추구하고 있는 것을 방해할 수 있는 지역전쟁을 막고자 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부시행정부에게는 보다 원대한 목표들이 있었다. 그중에는 미국 스스로 “제국적” 책임들을 자임하면서 전세계에서 진정한 지배권력으로서 자신을 확립하는 것이었다. 확실히 미국은 자신의 권력을 확립함에 있어서 상당히 공격적인 경향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자신의 그러한 의지를 책임감이라는 형식에 담아서 강화시켜왔다. 콘돌리자 라이스(백악관 안보보좌관)은 한 신문에서 “미국은 “제국적” 전망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이 “제국주의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 구분이 명확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라이스의 말은 미국 사회의 관대한 보수주의라는 부시의 규범과 상응하는 외교정책의 제국주의적 전망에 대한 험담이 될 것이다.

<b>미국의 우익과 이스라엘의 결탁</b><br>

현재 미국의 우익인사들과 리쿠드당(샤론이 당수로 있는) 지지자들의 비공식적 연합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이슬람에 대한 적의와 이스라엘에 대한 열성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기독교 보수주의자들에게 지원을 받고 있다. 많은 웹사이트들―예컨대, Weekly Standard나 National Review와 같은―은 종종 강경한 톤으로 이러한 메시지를 유포하고 있다.
월포위츠(국방부 부장관)와 페이스(국방부 차관)는 우익 이스라엘 인사들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페이스는 정부의 협력과는 무관하게 행동할 권리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서안지구의 우익 정착민그룹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오슬로협정에 대한 일관된 반대자였다고 이스라엘의 Haaretz 신문에 의해 보도되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페이스는 3월 미국 시민의 자격―미국 정부의 관료가 아닌―으로 이스라엘 정부와 접촉하여 그들에게 미국의 군사원조를 거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조언하였다. 또한 그는 4월말 이스라엘에서 이스라엘 국방차관들과 만나기로 예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9월 11일 이후, 이스라엘의 승리는 미국의 대테러리즘 전쟁의 승리와 완전히 결합되었다. 이스라엘의 전수상 벤야민 네타냐후는 4월 10일 상원의회에서의 연설에서 이 점을 강조하였는데, 어찌되었든 미국 스스로가 자신에 대한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공개적으로 팔레스타인을 봉쇄하고 있는 이스라엘―동시에 이스라엘 정착지의 급속한 팽창을 추진하고 있는―을 공개적으로 편들면서 미국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지지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쟁점에 대한 부시행정부의 표리부동한 접근은 오사마 빈 라덴이 테러리스트를 모집하는 비디오에서 묘사한 이미지―“미국은 이슬람에 대한 만악의 근원이다”―를 완성하게 될 것이다.

<b>이라크에서 팔레스타인으로 ‘우선회’</b><br>

지난 3월 체니 부통령의 중동 순회는 백악관이 얼마나 아랍의 지지를 갈망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주었는데, 그것은 암묵적으로 고대하던 이라크 공격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미국의 접근방식에 달려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으로 ‘우선회’가 부시행정부 내외곽의 강경매파들을 억제할 수 없을 것이다. 사담 후세인은 부시행정부의 다음 타겟이 되고 있는데, 이것이 동맹국의 지지속에 이루어질지 아니면 미국 혼자서 하게 될지 아직 알 수 없다. 한 우익계 인사는 ‘아랍국가들이 공개적으로 이 전선에 동참하든지 안 하든지, 그들은 기존의 상황에 자신들을 적응시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미국은 반드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통제할 수 있고 이스라엘의 지시에 복종할 수 있는 팔레스타인의 새로운 지도자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의 이면에 있는 오만함은 부시 행정부 정책의 제국주의적 토대를 보여주고 있다. 즉, 테러리즘에 맞선 전쟁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전쟁과 구별하는 것을 통해서 말이다. 어느 국가든 그 질서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예상하면서 자신의 힘을 부과한다. 즉, 미국이 전세계에서 행동하는 만큼, 이스라엘은 자신의 영토에서 행동할 것이다. 이러한 과신의 이면에서 인식되지 않은 것은 부시행정부의 우선순위가 샤론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전쟁을 지지하는 매파관료들에 의해 거부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4월 11일자 <워싱턴 포스트>는 헤드라인 기사에서 몇몇 관료들이 샤론이 진정 “평화의 동반자”인지 의심하기 시작하였다고 보도하였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엄청난 수의 이스라엘 군대가 아랍으로 하여금 평화를 갈구하게 만들 것이다’라는 생각은 결코 실현되지 않을 것이지만 여전히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 내에 있는 그 동맹들이 앞으로 백악관이 어떻게 생각하기를 원하든지 간에, 중요한 것은 아랍과 이슬람교도의 핵심적인 관심은 팔레스타인 문제라는 사실이고 이에 대해 부시행정부의 화려한 위선은 직시하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미국이 진정으로 이스라엘의 철군과 함께 활기있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회복하고자 한다면, 진심으로 그렇게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반대로, 팔레스타인이 ‘조금 더’ 노력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현재까지의 행동―게다가 그것이 앞으로 불러올 결과에 대해 전혀 숙고하지 않으면서―은 가까운 미래에 미국의 이익과 미국인들을 위험으로 몰아갈 것임에 틀림없다. PS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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