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초점
| 2021.02.01
민주당의 법관 탄핵소추, 점점 더 드러나는 문민독재의 민낯
임성근 판사에 대한 민주당의 탄핵소추에 반대한다.
민주당이 2월 임시 국회에서 임성근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계획대로라면 속전속결로 이번 주 안에 본회의 의결이 이뤄진다. 법관 탄핵은 두 번 발의된 적이 있었지만 가결된 적은 없었다. 시민들은 헌정 사상 최초의 법관 탄핵소추 현장을 이번 주에 보게 될 것 같다.
민주당의 탄핵소추 근거는 임 판사의 부당한 재판 개입이다. 임 판사는 박근혜의 7시간 의혹 기사를 썼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타쓰야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1심 재판에서 임 판사는 위헌적 행동을 한 것은 맞지만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직권남용이 무죄라도 입법부의 권한으로 위헌적 행동에 대해 탄핵소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선진국의 법관 탄핵 사례를 볼 때 이런 사유로 법관을 탄핵소추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백여 년간 15명의 법관이, 일본에서는 60여 년간 9명의 법관이 탄핵소추를 당했는데, 사유는 업무 해태, 위증, 뇌물, 성범죄 등의 법관 개인의 명백한 잘못과 관련된 것이었다. 영국에서는 19세기 이후 법관 탄핵소추 자체가 없었고, 독일 역시 없었다. 그런데 현재 한국에서는 현 집권세력이 이전 집권세력을 심판하는 과정에서 특정 재판의 과정을 두고 법관을 탄핵소추하는 것이다. 선진국 사례에 비추어 볼 때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판결이 나오지 않을 때마다 사법부를 맹비난하며 사법개혁을 주장했던 전력이 있다. 임 판사 탄핵소추의 속내를 의심해 볼 수밖에 없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여론 조작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을 때부터 윤석열 총장 징계 중지, 조국 씨 아내 정경심 유죄 판결 등이 내려졌을 때까지 민주당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결이 있을 때마다 사법개혁, 법관 탄핵을 주장했다. 최근 최강욱 의원이 조국 씨 아들 입시 비리에 연루돼 유죄를 선고받자, 민주당 2중대를 자처하는 열린민주당 의원들이 일제히 “법관 탄핵”을 주장한 것도 상징적 사건이다. 집권세력은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청와대의 울산 선거 공작 사건 등의 재판을 앞두고 있는데, 이 재판들은 그야말로 정권의 사활이 걸려있는 사건들이다. 어떤 배경에서 민주당이 탄핵소추를 추진하는지 어렵지 않게 유추해 볼 수 있다.
민주당의 법관 탄핵소추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위험한 행동이다. 입법부와 사법부가 권력을 자제하면서 조화를 추구하는 게 삼권분립의 요체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행태는 입법부를 장악한 집권당이 사법부를 힘으로 위협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원내정당은 입법부의 구성원이면서 동시에 이해관계자의 협상과 타협을 추구하는 정치 정당이다. 그런데 만약 정당이 사법부를 장악 또는 위협할 수 있으면 어떤 일이 발생하겠는가? 위법 여부를 법의 권위가 아니라 이해관계자의 협상 산물로 판단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재판 결과를 지켜보기보다는 다시 협상을 벌여 법을 바꾸려고 들 것이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법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협상을 유리하게 만들려는 투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현대 법이론의 선구자 중 한 명인 몽테스키외는 바로 이런 민주정의 타락을 방지하기 위해 삼권분립 이론을 발전시켰다. 몽테스키외는 민주정이 참주정으로 타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삼권의 자제와 조화를 주문했다. 대중 또는 대중을 대표한다는 정치인들이 판사를 대신해 여론 재판을 하고, 사법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정치협상으로 법을 멋대로 만드는 정치체, 즉 폭민정의 탄생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물론 사법으로 세상을 단죄하려는 사법정의 위험도, 행정권력으로 법치를 무시하는 독재의 위험도 그는 경계했다. 그래서 그는 삼권의 균형과 절제를 요구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사회 민주주의는 제왕적 대통령제, 광적인 지지자들의 여론 재판, 다수당의 입법 폭주 등 이런 견제와 조화와는 거리가 멀다. 정치학자들이 주목하는 포퓰리즘 정치의 특징은 삼권의 권력 절제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입법, 행법(행정), 심지어 사법(위법 여부의 판단)까지도 모두 여론이 결정하고, 그 여론을 자신이 대표한다고 여기는 것이 포퓰리즘 정치인들의 일반적 태도이다. 검찰과 법원이 자신들의 비리를 건드릴 때마다 ‘선출된 권력’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위협한다며 검찰개혁, 사법개혁을 외친 민주당 정치인들의 행태가 바로 이러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을 앞세워 검찰 사법을 방해했던 청와대와 민주당은 이제 법관 탄핵을 통해 민주정의 타락을 완성하려 하고 있다. 물론 임 판사의 행동이 적절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비판받을 여지가 많다. 하지만 민주당의 법관 탄핵소추는 과도할 뿐만 아니라, 임 판사 개인의 처벌을 목적으로 한 것도 아니다. 집권세력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결을 하는 판사들 모두를 ‘적폐’로 규정하는 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었다. 민주당의 법관 탄핵소추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