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8호 | 2015.05.06
건강보험 국고지원금 강화, 효율적인 보건의료체계 구축의 기반
국고지원금은 기간 제한 없애고, 법조항으로 명시, 규모 확대해야
지난 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4년 건강보험 재정현황'에 의하면 2014년 당기흑자가 4조 6천억 원, 누적흑자는 자그마치 12조 8천억 원에 달한다. 통상적으로 적자는 나쁘고, 흑자는 좋은 것인데 건강보험의 흑자는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재정 흑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그 해에 국민들로부터 징수한 건강보험료를 환자의 치료비로 알맞게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이 2011년부터 연속 4년째 흑자를 냈다면, 의료보장을 확대하거나 보험료를 낮추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맞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3일, 4대 중증질환과 3대 비급여 등 국정과제, 생애주기별 필수의료 중기 보장성 강화에만 이 돈을 쓰겠다고 밝혔다. 1년에 3천억 원 정도만 쓸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지난 2월 5일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불필요한 장기입원 유인을 줄이기 위해 입원일수가 15일이 넘으면 현행 20%인 법정본인부담금을 30%로 올리고, 30일이 넘으면 40%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결국 건강보험 누적흑자 기조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질병관리본부의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병원에 가고 싶으나 가지 못한 환자의 21.7%는 경제적 이유를 원인으로 꼽았다. 높은 본인부담금 때문에 병원에 가지 못하는 환자가 이렇게 많은 상황에서,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로 운영되는 건강보험은 보험료를 남겨 저축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최근 4년간 반복되었기 때문에, 정부가 계속해서 흑자를 누적하는 데 숨겨진 의도가 있는지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계획을 보면 정부의 속셈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건강보험 재정 일부를 국가가 지원하도록 한 법률 규정이 2016년 말 만료된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만기 도래에 따라 재정지원 방식 등을 재점검 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는 건강보험 국고지원금을 축소하려는 속셈으로 기획재정부가 이러한 시도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건강보험 국고지원금, 책임회피의 역사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은 1988~89년 지역의료보험 확대시기에 지역의료보험을 일부 지원하는 부조적 성격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2000년 의약분업 이후 나타난 건강보험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이 2002년에 제정되면서 규모와 재원 마련 방법이 명시되었다. 이 법은 2006년 12월까지만 유효한 한시법이었다. 법안의 만료를 앞두고 국고지원금에 대한 기획예산처와 보건복지부의 의견 대립이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국고보조금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기획예산처는 지원의 대상과 규모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6년 12월 열린 노사정위원회 회의에서 노동계는 국고지원금 미납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를 요구했으나 이는 관철되지 않았고, 정부가 제시한 국고 지원 안이 최종안으로 결정되었다. 이 역시 2011년까지로 기한을 정한 형태였다. 국고지원 규모는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이며 일반회계에서 14%,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6%를 지원하는 현행 제도가 만들어졌다.1) 2011년 국고지원 만료를 앞두고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사이의 의견 대립이 다시금 발생했다. 결국 국회에서 국고지원 5년 연장 안이 통과되면서 2016년 말까지 건강보험 국고지원은 지속될 수 있게 되었다.
건강보험 국고지원은 세계적 상식
기획재정부는 국고지원금 축소를 주장하며 국민건강보험은 사회보험이기 때문에 보험료를 통해 운영하는 게 기본 원칙이라는 입장을 내세워왔다.2) 하지만 건강보장 재정 체계를 사회보험 방식으로 구축한 국가들 중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보험 재정에 국고지원을 하고 있다. <표 1>은 OECD 국가들 중 한국과 같이 단일 보험자이거나, 복수 보험이라도 공보험 의무가입을 전제로 한 국가들의 국고지원금 현황을 정리한 것이다(단, 대만은 OECD 국가가 아님).3)
표에 제시된 모든 국가에서 국고지원금이 존재한다.4) 대다수 국가는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높은 수준의 국고지원을 하고 있었다. 슬로베니아의 경우는 한국에 비해 국고지원 규모가 낮은 편이고, 헝가리는 적자 금액에 대해서만 국고를 지원하고 있었지만, 모두 국고지원금이 있었다.
일부 국가들은 최근 사회보험 재정에 대한 조세 지원을 높이고 있다. 프랑스는 1997년부터 준조세형태의 사회보장금분담금을 건강보험 재원으로 할당하여, 2012년에는 이 분담금이 건강보험 재원의 36.9%를 차지했다. 사회보장목적세가 건강보험 재원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크게 증가하여, 2002년에는 1.63%였지만 2012년에는 12.16%에 이르렀다.5)
독일의 경우 2003년까지만 해도 국고지원금이 없었지만 2004년부터 조금씩 지원하기 시작해 2007년부터는 재정의 일부를 조세로 충당하는 건강기금을 신설하여 본격적으로 국고지원을 시작했다. 이는 건강보험조합의 부족한 재원을 우선 충당하여 피보험자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의미로, 사회조정의 성격을 지닌다.6)
정부의 재정 책임이 증가할수록 효율적 의료시스템 구축 가능
이렇듯 사회보험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이 국고지원금을 유지하고 증액하는 사례들은, 건강보험은 사회보험이기 때문에 보험료만으로 운영하는 게 기본 원칙이라는 기획재정부의 주장에 대한 반증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국가의 책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다. 여기서 국가의 책임이란 사회보험에 재정적 기여를 하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국가는 일차의료 중심의 통합적 의료공급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책임도 가지고 있다.
2009년에 세계은행은 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효율적 보건의료체계 구축과 국가의 재정 책임 사이의 관련성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소득분배 기능이 강하고 보건의료에 있어 국가책임을 강조하는 조세를 기반으로 하는 의료체계(Tax-Financed System, 이하 TFS)에서 의료 재정과 공급체계에 있어 국가의 책임성이 더 낮은 사회보험 방식(Social Health Insurance, 이하 SHI)으로 보건의료체계가 변화한 국가들에 대한 것이다. TFS 방식에서 SHI 방식으로 옮겨간 국가의 경우 잠재수명손실연수(PYLL, Potential Years of Life Lost) 지표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1인당 의료비 지출이 3~4% 증가하였고, 유방암 등의 일부 질환에서는 SHI의 건강수준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서는 그 원인으로 SHI를 채택한 국가는 TFS 방식의 국가에 비해 통합적 공공 의료 시스템 구축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SHI에서는 서로 협력하지 않는 보건의료주체들이 일관성 없는 의료행위들을 펼치는 반면, TFS에서는 일차의료와 질병 예방에 초점을 맞춘 통합적 공공의료 프로그램이 구축된 결과라는 것이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TFS에서는 대부분 일반의(General Practitioner) 중심 문지기(Gatekeeper) 시스템이 있었으나 SHI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7)
국가의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책임성이 높아지면 보다 효율적인 보건의료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게 되고, 그 결과로 일차의료가 강화되어 의료비 절감과 건강수준 향상이 동반된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국고지원금 법조항이 만료되는 시기가 다가올 때마다 국고지원금 축소를 시도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확대하고 법조항 명시해야
지난 2011년, 건강보험 국고지원 만료시기를 앞두고 이에 대한 국회토론회가 있었다. 토론회에서 국고지원금 미납분에 대한 사후정산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료는 "사후정산에서 정산의 의미는 책임을 진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며, 정부는 법적책임은 없지만 예산의 범위 안에서 지원해 건보재정 자립을 도울 수 있도록 하는 것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8) 이는 건강보험 재정과 관련한 정부의 입장을 잘 보여준다. 한마디로 건강보험 재정을 책임지고 싶지 않고, 책임질 법적 근거도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은 사회보험이기 때문에 보험료로만 운영되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틀렸다. 앞서 살펴봤듯이 포괄적 사회보험을 도입하고 있는 모든 국가들이 국고지원금을 도입하고 있으며, 그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국고지원 만료시기마다 제기되는 쓸데없는 논쟁을 이제는 중단해야 한다. 국고지원금의 기간 제한을 없애고 법조항으로 명시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국고지원금 규모도 확대해야 한다. 더불어 지금까지 미납된 8조 5천억 원의 국고지원금을 납부하고, 미납사태의 재발을 방지하는 정산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며, 보험료 인상 결정 시기를 예산 수립시기와 통일하여야 한다.
보다 나은 보건의료체계를 위해서는 정부가 더 많은 재정 책임을 져야 한다. 높아진 재정 책임은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의료시스템을 구축하는 동기부여로 작용할 것이고, 이러한 선순환은 국민건강증진으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 책임 강화는 헌법에 규정된 국가의 사회보장 증진의무와 국민의 건강 권리 보장을 이행하기 위한 지름길이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3일, 4대 중증질환과 3대 비급여 등 국정과제, 생애주기별 필수의료 중기 보장성 강화에만 이 돈을 쓰겠다고 밝혔다. 1년에 3천억 원 정도만 쓸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지난 2월 5일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불필요한 장기입원 유인을 줄이기 위해 입원일수가 15일이 넘으면 현행 20%인 법정본인부담금을 30%로 올리고, 30일이 넘으면 40%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결국 건강보험 누적흑자 기조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인 셈이다.
질병관리본부의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병원에 가고 싶으나 가지 못한 환자의 21.7%는 경제적 이유를 원인으로 꼽았다. 높은 본인부담금 때문에 병원에 가지 못하는 환자가 이렇게 많은 상황에서,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로 운영되는 건강보험은 보험료를 남겨 저축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최근 4년간 반복되었기 때문에, 정부가 계속해서 흑자를 누적하는 데 숨겨진 의도가 있는지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계획을 보면 정부의 속셈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건강보험 재정 일부를 국가가 지원하도록 한 법률 규정이 2016년 말 만료된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만기 도래에 따라 재정지원 방식 등을 재점검 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는 건강보험 국고지원금을 축소하려는 속셈으로 기획재정부가 이러한 시도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건강보험 국고지원금, 책임회피의 역사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은 1988~89년 지역의료보험 확대시기에 지역의료보험을 일부 지원하는 부조적 성격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2000년 의약분업 이후 나타난 건강보험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이 2002년에 제정되면서 규모와 재원 마련 방법이 명시되었다. 이 법은 2006년 12월까지만 유효한 한시법이었다. 법안의 만료를 앞두고 국고지원금에 대한 기획예산처와 보건복지부의 의견 대립이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국고보조금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기획예산처는 지원의 대상과 규모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6년 12월 열린 노사정위원회 회의에서 노동계는 국고지원금 미납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를 요구했으나 이는 관철되지 않았고, 정부가 제시한 국고 지원 안이 최종안으로 결정되었다. 이 역시 2011년까지로 기한을 정한 형태였다. 국고지원 규모는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이며 일반회계에서 14%,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6%를 지원하는 현행 제도가 만들어졌다.1) 2011년 국고지원 만료를 앞두고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사이의 의견 대립이 다시금 발생했다. 결국 국회에서 국고지원 5년 연장 안이 통과되면서 2016년 말까지 건강보험 국고지원은 지속될 수 있게 되었다.
건강보험 국고지원은 세계적 상식
기획재정부는 국고지원금 축소를 주장하며 국민건강보험은 사회보험이기 때문에 보험료를 통해 운영하는 게 기본 원칙이라는 입장을 내세워왔다.2) 하지만 건강보장 재정 체계를 사회보험 방식으로 구축한 국가들 중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보험 재정에 국고지원을 하고 있다. <표 1>은 OECD 국가들 중 한국과 같이 단일 보험자이거나, 복수 보험이라도 공보험 의무가입을 전제로 한 국가들의 국고지원금 현황을 정리한 것이다(단, 대만은 OECD 국가가 아님).3)
표에 제시된 모든 국가에서 국고지원금이 존재한다.4) 대다수 국가는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높은 수준의 국고지원을 하고 있었다. 슬로베니아의 경우는 한국에 비해 국고지원 규모가 낮은 편이고, 헝가리는 적자 금액에 대해서만 국고를 지원하고 있었지만, 모두 국고지원금이 있었다.
일부 국가들은 최근 사회보험 재정에 대한 조세 지원을 높이고 있다. 프랑스는 1997년부터 준조세형태의 사회보장금분담금을 건강보험 재원으로 할당하여, 2012년에는 이 분담금이 건강보험 재원의 36.9%를 차지했다. 사회보장목적세가 건강보험 재원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크게 증가하여, 2002년에는 1.63%였지만 2012년에는 12.16%에 이르렀다.5)
독일의 경우 2003년까지만 해도 국고지원금이 없었지만 2004년부터 조금씩 지원하기 시작해 2007년부터는 재정의 일부를 조세로 충당하는 건강기금을 신설하여 본격적으로 국고지원을 시작했다. 이는 건강보험조합의 부족한 재원을 우선 충당하여 피보험자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의미로, 사회조정의 성격을 지닌다.6)
정부의 재정 책임이 증가할수록 효율적 의료시스템 구축 가능
이렇듯 사회보험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이 국고지원금을 유지하고 증액하는 사례들은, 건강보험은 사회보험이기 때문에 보험료만으로 운영하는 게 기본 원칙이라는 기획재정부의 주장에 대한 반증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국가의 책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다. 여기서 국가의 책임이란 사회보험에 재정적 기여를 하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국가는 일차의료 중심의 통합적 의료공급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책임도 가지고 있다.
2009년에 세계은행은 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효율적 보건의료체계 구축과 국가의 재정 책임 사이의 관련성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소득분배 기능이 강하고 보건의료에 있어 국가책임을 강조하는 조세를 기반으로 하는 의료체계(Tax-Financed System, 이하 TFS)에서 의료 재정과 공급체계에 있어 국가의 책임성이 더 낮은 사회보험 방식(Social Health Insurance, 이하 SHI)으로 보건의료체계가 변화한 국가들에 대한 것이다. TFS 방식에서 SHI 방식으로 옮겨간 국가의 경우 잠재수명손실연수(PYLL, Potential Years of Life Lost) 지표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1인당 의료비 지출이 3~4% 증가하였고, 유방암 등의 일부 질환에서는 SHI의 건강수준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서는 그 원인으로 SHI를 채택한 국가는 TFS 방식의 국가에 비해 통합적 공공 의료 시스템 구축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SHI에서는 서로 협력하지 않는 보건의료주체들이 일관성 없는 의료행위들을 펼치는 반면, TFS에서는 일차의료와 질병 예방에 초점을 맞춘 통합적 공공의료 프로그램이 구축된 결과라는 것이다. 그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TFS에서는 대부분 일반의(General Practitioner) 중심 문지기(Gatekeeper) 시스템이 있었으나 SHI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7)
국가의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책임성이 높아지면 보다 효율적인 보건의료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게 되고, 그 결과로 일차의료가 강화되어 의료비 절감과 건강수준 향상이 동반된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국고지원금 법조항이 만료되는 시기가 다가올 때마다 국고지원금 축소를 시도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확대하고 법조항 명시해야
지난 2011년, 건강보험 국고지원 만료시기를 앞두고 이에 대한 국회토론회가 있었다. 토론회에서 국고지원금 미납분에 대한 사후정산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료는 "사후정산에서 정산의 의미는 책임을 진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며, 정부는 법적책임은 없지만 예산의 범위 안에서 지원해 건보재정 자립을 도울 수 있도록 하는 것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8) 이는 건강보험 재정과 관련한 정부의 입장을 잘 보여준다. 한마디로 건강보험 재정을 책임지고 싶지 않고, 책임질 법적 근거도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은 사회보험이기 때문에 보험료로만 운영되어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틀렸다. 앞서 살펴봤듯이 포괄적 사회보험을 도입하고 있는 모든 국가들이 국고지원금을 도입하고 있으며, 그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국고지원 만료시기마다 제기되는 쓸데없는 논쟁을 이제는 중단해야 한다. 국고지원금의 기간 제한을 없애고 법조항으로 명시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국고지원금 규모도 확대해야 한다. 더불어 지금까지 미납된 8조 5천억 원의 국고지원금을 납부하고, 미납사태의 재발을 방지하는 정산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며, 보험료 인상 결정 시기를 예산 수립시기와 통일하여야 한다.
보다 나은 보건의료체계를 위해서는 정부가 더 많은 재정 책임을 져야 한다. 높아진 재정 책임은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의료시스템을 구축하는 동기부여로 작용할 것이고, 이러한 선순환은 국민건강증진으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 책임 강화는 헌법에 규정된 국가의 사회보장 증진의무와 국민의 건강 권리 보장을 이행하기 위한 지름길이다.
참조
1. 김경하 등. 건강보험 국고지원 평가 및 개선방안. 국민건강보험공단. 2008.
2. 천승현. ‘건강보험재정 국고 지원해야 하나’... 복지부-재정부 대립. 이데일리. 2011. 5. 20.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JC21&newsid=02515766596250888&DCD=A00302&OutLnkChk=Y)
3. 건강보장체계의 분류는 OECD의 ‘Provision of basic primary coverage’를 참고했다
(http://www.oecd.org/els/health-systems/measuring-health-coverage.htm)
4. 국고지원금 비율 산출 방식과 출처는 <표 2>를 참고하라.
5. 최기춘 등. 주요국 건강보장제도 현황과 개혁동향 제11권 프랑스. 건강보험정책연구원. 2014.
6. 김성옥 등. 주요국 건강보장제도 현황과 개혁동향 제2권 독일. 건강보험정책연구원. 2014.
7. Adam Wagstaff, 'Social Health Insurance vs. Tax-Financed Health Systems. Evidence from the OECD', The World Bank Development Research Group Human Development and Public Services Team.
8. 황인태. 건보재정 국고지원, 정부-의료계 '온도차' 확인. 메디파나뉴스. 2011. 5. 21.
(http://medipana.com/news/news_viewer.asp?NewsNum=68272&MainKind=A&NewsKind=5&vCount=12&vKind=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