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9호 | 2018.07.23
이빨을 드러낸 문재인정부, 실패한 경제정책 위해 건강보험 희생시켜
지난 7월 19일, 문재인 정부는 “혁신성장 확산을 위한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이하 의료기기 규제완화 대책)”을 발표했다. 핵심 정책은 세 가지다. 첫째, 혁신·첨단의료기술 허가 관련 규제 완화와 수가 인상이다. 둘째, 체외진단기기 허가에 대한 규제 완화다. 셋째, 산병협력단을 통한 병원의 상업화다. 이를 통해 정부가 노리는 효과는 세 가지다. 첫째, 인공지능을 활용한 의료기기와 같이 “안전해 보이면서 산업적 가치가 큰” 의료기기는 제대로 된 평가 없이 일단 허가한다. 환자·의료진이 직접 쓰면서 평가하도록 한다. 둘째, 신속허가 된 체외진단기기를 민간보험사, 병원, DTC 업체 등이 쓸 수 있게 한다. 민간부문이 환자 개인건강정보를 축적해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만들 수 있게 된다. 구축된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실손의료보험 상품개발, 신약 개발, 건강관리서비스 개발 등에 쓰인다. 셋째, 병원에서 연구개발한 기술을 벤처 창업·기술 이전 등을 통해 수익사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번 정책이 시행되면 우려되는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건강보험 재정이 축나고 환자가 부담하는 의료비가 증가한다. 둘째, 민간기업이 개인건강정보를 축적하는 데 필요한 체외진단기기가 시장에 대거 진입한다. 셋째, 검증받지 않은 신의료기술이 국가의 공식적 승인을 얻으면서, 무분별한 의료시술과 바이오벤처 시장의 거품이 발생한다. 넷째, 산병협력단이 만든 신의료기기를 병원이 내원환자에게 사용하면서 과잉진료와 의료비 지출 증가가 발생한다.
문재인정부가 이런 우려점에도 불구하고 규제 완화 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데는 경제적 목적이 있다. 7월 18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하반기 경제여건 및 정책방향’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성장 둔화세가 뚜렷하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반도체 부문을 제외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 국면이며, 반도체 호황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이에 따라 2018년 예상 경제성장률도 하향 조정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강력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격적인 규제 완화의 첫 대상이 바로 의료기기 분야다.
이제부터 이번 의료기기 규제완화 대책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자세히 살펴보자.
건강보험 재정 낭비하고 환자 부담 의료비 증가시킬 의료기기 규제완화 대책
정부는 혁신적 의료기술에 대해서는 안전성·유효성뿐만 아니라 ‘잠재가치’까지 고려해서 허가하고 보상하겠다고 한다. ‘잠재가치’는 주로 기술혁신성을 반영한다고 한다. ‘기술혁신성’이 어떤 것인지는 보도자료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국회에 계류하고 있는 ‘의료기기산업육성법’이나 ‘첨단의료기기 허가 및 기술지원 특별법’ 등을 살펴봤을 때는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기반 의료기기, 로봇 기반 의료기기, 3D 프린터 기반 의료기기 등 융복합 의료기기인 경우 ‘기술혁신성’이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에는 효과가 검증되지 않아도 의료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의료기기 규제완화 대책이 시행되면 건강보험 재정이 축나고 환자가 부담하는 의료비가 증가한다. 특히 향후 실시될 문재인케어가 의료기기 규제완화와 결합될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문재인케어에는 신의료기술에 대해서 모두 예비급여를 적용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예비급여는 해당 의료기술 가격의 10~50%만 건강보험에서 보장해준다. 종합하면 허가를 통과하기도 쉽고, 통과되면 최소한 부분적 급여라도 적용해 시장 판로를 열어주게 된다. 결국 효과도 없으면서 물건만 팔아먹으려는 ‘빛 좋은 개살구’ 의료기기들이 범람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예비급여 적용으로 가격이 표준화되면 행위량 자체도 증가할 것이다. 병원들은 수익을 얻기 위해 비싼 신의료기술을 권하고, 환자들은 실손의료보험이 있으니 거기에 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혁신적 치료재료에 대해서는 수가 가산까지 해준다고 한다. 항목 수와 행위량이 모두 증가하는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정은 축날 수밖에 없다. 환자는 실손의료보험료든, 개인 본인부담이든 부담하는 부분이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개인 의료비 지출도 증가한다.
‘빛 좋은 개살구’ 의료기기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수술로봇이다. 2010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로봇수술은 복강경 수술에 비해 합병증, 수술 결과 측면에서 나을 것이 없는 반면 가격은 3~5배 가량 비싸다. 쉽게 말해 ‘가성비’가 크게 떨어진다. 전문용어로는 ‘비용효과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병원들은 수술로봇의 비용효과성이 제대로 검증되기 전에, 경쟁병원으로부터 환자를 뺏어오기 위해 로봇을 사들였다. 이후에 비용효과성이 떨어진다는 게 연구에 의해 밝혀졌지만 이미 수술로봇에 들어간 구입비용과 유지비용은 엄청난 규모다. 이런 고정비용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로봇수술을 권유할 수밖에 없다. 로봇수술의 사례는 제대로 평가받지 않은 의료기기가 시장에 대량유통 되었을 때 사회의 전체적인 의료비 지출을 증가시킨다는 걸 명백히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는 ‘잠재가치’ 인정을 통해 신의료기술을 통과한 혁신적 의료기술에 대해서 일단 환자에게 사용하고 데이터를 축적해 재평가한다고 한다. 데이터를 축적하는 동안은 예비급여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융복합 의료기기라고 해서 모두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규제 완화로 인해 ‘빛 좋은 개살구’들만 몰려들 가능성이 높다. ‘빛 좋은 개살구’에게 예비급여를 적용해 낭비한 건강보험 재정은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는 문재인케어로 인해 올해 건강보험료 인상률을 최근 8년 내 최고치인 3.49%로 결정한 바 있다. 의료기기 규제완화 대책이 시행될 경우 향후 인상폭은 올해보다 훨씬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민간 보건의료 빅데이터 구축과 원격의료를 위한 포석, 체외진단기기
체외진단기기 규제 완화는 민간부문 보건의료 빅데이터 구축 계획의 일부분이다. 현재 개인건강정보는 대부분 공공기관에 축적되어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가진 보험심사자료, 즉 진료정보와 질병관리본부가 가진 유전정보다. 애초에 문재인정부의 계획은 공공기관이 가진 개인건강정보를 기업에게 나눠주는 것이었으나,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원래 계획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대안은 민간기업이 스스로 개인건강정보를 축적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현재 이를 위한 핵심경로는 민간보험사, 대형병원, DTC 업체 세 가지인데, 모두 체외진단기기를 이용한다. 결국 체외진단기기 규제 완화는 민간기업이 개인건강정보 축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물질적 토대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국산 체외진단기기 업체를 건강보험 재정으로 지원하는 의미도 있다.
민간보험사가 축적하는 개인건강정보를 위한 정책이 작년 12월 금융위원회가 공시한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가이드라인’이다. 민간보험사들이 원격의료기기를 활용해 얻은 개인건강정보를 축적하고 보험상품 개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 2018년 4월부터 4개 민간보험사가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을 출시했으며, 금년 내로 16개 보험회사가 출시 예정이다.
여기서 사용되는 원격의료기기도 체외진단기기 중 하나다. 원격의료기기는 가입자의 운동·식이·수면 등 생활습관정보, 혈압·혈당 등 생체정보를 측정하여 민간보험사에게 전송한다. 민간보험사는 운동을 꾸준히 한다든지, 혈당 관리를 잘 하는 환자에게 보험료를 할인해 준다. 보편화되면, 기본보험료 수준 자체를 높게 하고 건강관리를 잘하는 가입자에게만 예전 수준의 보험료를 내게 할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 산업자원부와 대형병원들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분산형 바이오헬스 빅데이터 사업’이 있다. 39개 대형병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전자의무기록 데이터를 연계하여 5천만 명 분량의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구축된 빅데이터는 향후 제약기업, 건강관리서비스기업 등과 공유할 예정이다. 전자의무기록뿐만 아니라 환자 유전정보까지 포괄할 계획이기 때문에 대형병원들이 유전자분석기계를 대량 보유해야 한다. 유전자분석기계도 체외진단기기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DTC 업체가 축적하는 유전정보다. DTC는 비의료인이 수행하는 개인 유전정보 분석 서비스를 의미한다. 대상자가 구강상피세포를 면봉으로 긁어 업체에 보내면, DNA 정보를 분석해 개인의 건강위험요인을 알려주는 서비스다. 현재는 예측 정확도가 떨어지고 윤리적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법으로 정해진 항목에 대해서만 서비스를 허용한다. 지난 4월 보건복지부는 법으로 정해진 항목만 금지하고 나머지 모든 항목에 대한 서비스를 허용하는 규제완화안을 고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반대의견이 강하게 나오자 현재는 보류된 상태다. DTC 업체 역시 유전자분석기계를 보유해야 한다.
결국 체외진단기기에 대한 전격적인 규제 완화는 민간부문 보건의료 빅데이터 축적 계획의 일부이다. 한편으로는 원격의료 허용을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지난 7월 19일에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원격의료를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전 원격의료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공약집을 통해 밝혔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것을 시사한 것이다. 종합하면 체외진단기기에 대한 규제 완화는 보건의료 빅데이터와 원격의료의 물질적 토대가 될 것이며, 동시에 의료기기 기업에게 막대한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로 줄기세포 거품, 문재인 정부는 혁신성장으로 의료기기 거품
의료기기 규제완화 대책을 통해 국가는 제대로 검증받지 않은 신의료기기를 공식적으로 인증해준다. 이는 신의료기기에 대한 과도한 대중적 기대를 유발함으로써, 무분별한 의료시술과 주식시장의 거품이 발생한다.
의료기기는 아니지만 비슷한 효과를 보인 사례가 줄기세포다. 한국은 2016년 기준으로 줄기세포 치료제를 4개나 승인해주었다. 반대로 의약품 심사의 세계적 기준으로 통용되는 미국에서는 하나도 승인된 게 없다. 즉, 실제 의료현장에서 사용될만한 수준이 전혀 아니라는 증거다. 한국에서는 줄기세포 기업을 키워 경제성장을 이뤄보려는 목적에서 제대로 심사도 하지 않고 무조건 승인을 해주었다. 그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줄기세포 시술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을 정도로, 안전성·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줄기세포 치료제가 큰 인기를 끄는 일이 발생했다. 결국 줄기세포 해외 원정 시술에서 환자가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최근에는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한다면서 과대·허위 광고를 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기업 대표가 구속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의료기기에서도 마찬가지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이 바로 혁신성장이다. 핵심은 이렇다. 먼저 중소·벤처기업에게 필요한 모든 규제 완화를 해주고, 중소·벤처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게 한다. 이후 국민연금을 동원해 코스닥 시장을 인위적으로 부양해주고, 대대적인 선전 활동을 통해 중소·벤처기업의 주식가를 올려준다. 중소·벤처기업은 주식을 팔거나, 회사를 통째로 팔아 수익을 올린다. 그러면 다들 그걸 노리고 기술을 개발해서 창업한다. 창업이 활성화되면, 그 중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이 탄생한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의 혁신성장 전략은 두 가지 사실을 잊고 있다. 첫 번째, 한국의 중소·벤처기업은 기술력이 없다. 2017년 12월 현대경제연구소에서 한국 벤처기업의 기술력에 대해 발표한 보고서가 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R&D 투자 비중과 보유 기술력 수준 변화 추세를 비교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2012년 35.8%에서 2015년 56.8%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세계 유일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2012년 11.1%에서 2016년 0.7%로 감소했다. 전체 국가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2016년 기준으로 한국은 GDP 대비 총 연구개발비 비중은 세계 2위이고 총 연구개발비 규모도 세계 5위이다. 하지만 R&D 투자 대비 기술수출액 비중은 OECD 중 28위이며, 연구원 1인당 과학기술논문색인(SCI) 논문 수 및 인용도는 33위다.
두 번째, 기술 없이 과대·허위 광고로 주식가격을 올린 후 시세차익만 챙겨 달아나는 기업이 많다. 이는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바이오업계 모두에 공통된 현상이다. 그런데 문재인정부는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으로 국민연금까지 동원해 인위적으로 주식시장을 부양한다고 한다.
산병협력단 통해 만든 신의료기기, 내원 환자에게 처방하고 판매할 것
이번 의료기기 규제완화 대책에 포함된 산병협력단 설립 허용과 지원 방안은 혁신성장을 위해 계획된 것이다. 병원이 연구개발한 기술·특허를 이용해 벤처기업 설립, 기술 이전 등 수익을 창출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산병협력단은 결국 병원이 비급여 또는 예비급여를 활용해 수익 창출의 수단으로 쓸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 대한 장악력이 없는 일반 벤처기업과는 다르게 대형병원들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내원환자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대형병원이 원격의료기기를 개발해 산병협력단을 통해 벤처기업을 설립한다고 가정하자. 원격의료기기가 실제 아무런 효과가 없다 하더라도 ‘혁신·첨단의료기술’로서 ‘잠재가치’를 인정받으면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해 예비급여를 적용받아 시장에 나올 수 있다. 실제 효과가 없더라도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에게 원격의료기기 사용을 권유하면, 어느 정도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더욱이 유명 대학병원 교수가 개발한 의료기기이며, 대형병원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라고 홍보하면 벤처기업의 주가는 엄청나게 뛸 수 있다. 이후에 결국 효과를 인정받지 못하고 폐기되더라도 별 문제가 없다. 임상시험 비용을 건강보험료로 지원받은 꼴이며, 시세차익을 통해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형태의 수익 창출은 과거 박근혜정부가 시도했던 영리자회사 모델과 유사한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2013년 말, 의료법인이 영리자회사를 세울 수 있게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의료기관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했는데, 의료기기 개발도 포함되어 있다.
산병협력단은 컨셉은 비슷하지만 현재 혁신성장 정책의 혜택 때문에 주식 상장, 주가 상승, 시세차익 확보에 더 유리하다. 산병협력단에서 투자한 기업에서 나온 수익을 연구에만 투자한다는 제한조건을 붙여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벤처기업의 기본원리 중 하나가 연구진이나 경영진에게 벤처기업 주식을 줘서 성과를 분배하는 것이다. 투자한 병원이나 개발에 참여한 의료인이 주식거래를 통해 시세차익을 얻는 것은 규제할 수 없다. 병원과 의료진은 보유한 주식의 시세차익을 위해 신의료기기를 권유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의료기기를 개발할 만한 기술이 없는 병원은 축적된 환자들의 진료정보, 유전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 해서 팔아먹을 가능성이 높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의료기기는 인공지능을 학습시킬 보건의료 빅데이터 없이는 개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건산업계는 현재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해 안달이 나 있는 상태다. 실제로 과거 서울대병원과 SK텔레콤이 합작투자해서 설립한 헬스커넥트가 서울대병원 내원환자의 진료정보를 이용해 상품 개발을 시도한 사례가 있다.
혁신의료기기, 체외진단기기 업체 대표들이 의료기기 규제완화 대책 만들어
이번에 발표된 정책은 4차 산업혁명위원회 헬스케어특별위원회(이하 헬스케어특위)가 선정한 6대 프로젝트 내용 중 일부이다. 헬스케어특위는 올해 초에 규제 완화에 주력할 6대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그 중 ‘스마트 융복합의료기기 개발 및 제도개선’의 내용이 바로 혁신·첨단의료기술 허가 관련 규제 완화와 수가 인상이다. 그리고 ‘체외진단기기 시장진입 촉진’도 6대 프로젝트 중 하나다. ‘헬스케어 산업 생태계 조성’ 프로젝트는 이번 의료기기 규제완화 대책 중 ‘산병협력단 설립 허용’ 부분과 비슷하다. 나머지 3개 중 하나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관련 프로젝트이며, 두 개는 신약 개발 관련 프로젝트다.
헬스케어특위 위원들의 소속을 살펴보면 이번 의료기기 규제완화 대책의 이해당사자들이 많다. 위원장은 삼성유전체연구소 소장 박웅양 교수다. 삼성유전체연구소는 캔서스캔과 리퀴드스캔이라는 유전체 분석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백승욱 ‘루닛’ 대표도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루닛은 가슴 엑스레이 사진과 같은 의료영상정보를 인공지능이 판독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이 프로그램 제작에 보건의료 빅데이터가 꼭 필요하다. 심지어 이번 의료기기 규제완화 대책 보도자료에 수혜를 받게 될 혁신·첨단의료기술의 사례로 ‘AI 기반 영상진단보조프로그램’이 제시되기도 했다. 테라젠이텍스라는 기업의 대표도 위원에 포함되어 있다. 테라젠이텍스는 체외진단기기를 생산하고 유전자분석서비스를 제공한다. 체외진단기기와 원격의료기기를 생산하는 BBB라는 기업의 대표도 헬스케어특위 위원이다.
혁신성장의 실패와 문재인정부 보건의료정책의 모순
이번 의료기기 규제완화 대책 중 상당 부분은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던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다. 사실 의료기기 허가·평가 절차는 이미 2014~15년 박근혜 정부 때 대대적인 규제완화를 거쳐 이미 누더기가 된 상태다. 2017년 문재인케어를 시행할 당시, 사회진보연대는 누더기가 된 의료기기 허가·평가 절차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적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예비급여가 ‘빛 좋은 개살구’에게 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하는 통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의료기기 규제를 강화하기는커녕 이번 대책을 통해 더욱 무력화시켰다. 더 나아가 누더기 규제를 손쉽게 통과한 의료기기에 더 많은 보상과 지원을 약속했다.
애초에 혁신성장이라는 정책과 의료공공성 강화라는 목표는 양립불가 한 것이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정책 결정의 우위에 서는 것은 경제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이후부터 단 한 번도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 완화 정책을 포기한 적이 없었다. 이번에 발표된 정책이 모두 작년 말부터 만들어오던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다만 반도체 호황 덕분에 별로 한 게 없이도 경제가 잘 돌아갈 때는 규제 완화 속도 조절을 한 것뿐이다. 결국 모든 경제정책이 실패할 것으로 드러나자, 늦췄던 규제 완화 정책의 속도를 올린 것뿐이다.
어떤 종류의 규제 완화 정책을 쓰든, 혁신성장 정책의 실패는 불 보듯 뻔하다. 내용 없이 구호만 무성한 4차산업혁명 육성책과 주식시장 거품만 만들어내는 코스닥 활성화 정책으로는 기술 혁신을 이뤄낼 수 없다. 규제 완화와 의료비 지출 증가라는 결과만 남을 문재인정부의 보건의료정책도 실패로 끝날 것이다. 새로운 대안이 필요할 때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웹툰
사회진보연대는 지난 4월 무상의료운동본부와 함께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소개하는 웹툰을 만들었습니다. 보건의료 빅데이터가 무엇인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쉽고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으니 참고하십시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들어갈 수 있습니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웹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