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시대, 민주노총 진단과 과제
<정세전망> 1. 문재인 시대, 한국사회 전망 | 김태훈
<총론> 2.민주노총 20년, 평가와 과제 | 박준형
<제언1> 3. 민주노총 전략조직화 사업의 새 구상을 위한 시론 | 박준도
<제언2> 4. 한국형 사회적 대화? | 김동근
<제언3> 5. 여성노동자 조직화와 실질적 평등에 앞장서자 | 정지현
<제언4> 6. 전쟁 위협, 노동자들의 ‘평화연대’로 맞서자 |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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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2017년 민주노총 9기 위원장, 수석부위원장, 사무총장 선거가 한창 진행 중이다. 11월 6일부터 29일까지 선거운동이 진행된다. 사회진보연대는 민주노총 선거에 즈음해 <문재인 시대, 민주노총 진단과 과제>라는 소책자를 발간한다. 이번 소책자는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재인 시대, 한국사회 전망>은 문재인 정부가 촛불투쟁의 효과와 보수야당의 자멸로 인해 높은 지지율을 누리고, 경기순환적 회복국면을 맞아 행운에 가까운 경제실적을 체험하고 있으나 이런 호조건이 오래 갈 수 없으리라 진단한다. 특히 특권과 지배력 유지에만 골몰하는 재벌체제가 온존한다면 정부가 내세우는 소득주도성장론이 추구하는 불평등 해소도, 혁신성장이 목표로 하는 생산성 혁신을 바탕으로 하는 경제성장도 이룰 수 없다. 또한 지난 대선에서 모든 후보는 박근혜-이재용 게이트가 ‘87년 체제’가 낳은 필연적 산물이라며 개헌을 약속했지만 실제 개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민주당은 국회 개헌특위에서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표현을 넣는 데 반대하고 있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개헌을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자고 제안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제왕적 대통령제에 메스를 댄다는 애초의 개헌 취지마저 실종될 상황에 처했다. 세계 경제의 장기침체라는 위기에 직면해 어떤 정치세력도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조건에서 노동자운동은 어떻게 한국사회의 미래를 개척할 것인가?
<민주노총 20년, 평가와 과제>는 바로 지금이야말로 지난 20년간 지속된 민주노총의 전략이 대중적 시험대에 오르는 순간이라고 지적한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개혁’ 드라이브를 추진하는 바로 이 시기에 민주노총이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내부적·외부적 압력에 의해 민주노총이 균열·약화될 가능성마저 있다는 말이다.
이제까지 민주노총은 수출대기업(재벌)과 공공부문을 주축으로 조직을 성장시킬 수 있었지만, 전체 노동자 대비 노조조직률은 정체·하락했고, 특히 사업체 규모가 작을수록 조직률이 격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별 교섭 체계 내에서 기업별로 전투적인 투쟁을 벌여 임금 극대화를 추구한다는 전략은 과거 한국 경제의 성장기에는 노동자 전반에 긍정적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었으나, 현재에 이르러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이 되기 위한 전략으로서는 유효성이 다했다. 물론 민주노총은 저임금 노동자의 투쟁을 헌신적으로 지원하고 최저임금 인상 투쟁을 전개했으나, 그 이상으로 노동자 간 격차 확대를 저지, 완화할만한 구조적인 전략을 개발하지 못했다.
따라서 특히 대기업과 공공부문에서 기업별 교섭·투쟁을 넘어서 초기업적 교섭·투쟁을 새로이 창출해야 한다.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는 "업종이냐 지역이냐"라는 단편적인 기준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초기업적 공동투쟁을 가장 효과적으로 조직할 수 있냐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 나아가 총연맹으로서 민주노총은 특히 산별노조 구획을 넘어, 가능한 부문부터 공동투쟁을 조직하고 지원하는 상설적인 공동투쟁조직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민주노총은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노조 할 권리를 돌려주고 기업을 넘어선 노동조합으로 조직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라면 민주노총과 산하조직의 교섭·투쟁·조직운영 전반을 바꿔야 한다.
따라서 특히 대기업과 공공부문에서 기업별 교섭·투쟁을 넘어서 초기업적 교섭·투쟁을 새로이 창출해야 한다.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는 "업종이냐 지역이냐"라는 단편적인 기준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초기업적 공동투쟁을 가장 효과적으로 조직할 수 있냐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 나아가 총연맹으로서 민주노총은 특히 산별노조 구획을 넘어, 가능한 부문부터 공동투쟁을 조직하고 지원하는 상설적인 공동투쟁조직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민주노총은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노조 할 권리를 돌려주고 기업을 넘어선 노동조합으로 조직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라면 민주노총과 산하조직의 교섭·투쟁·조직운영 전반을 바꿔야 한다.
<민주노총 전략조직화 사업의 새 구상을 위한 시론>은 노동조합 운동의 ‘새로운 주체형성’이라는 맥락에서 청년노동자 조직화 문제에 주목한다. 청년세대의 기준을 25~39세로 설정해 분석해보면, 20대 청년빈곤을 감내하며 취업준비생을 선택하는 것이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결국 20대 후반에 취업한 곳은 재벌 대기업들이 수직적으로 하청계열화한 부품사-운송기지이거나, 정부가 정책적으로 확대시킨 사회서비스 관련 신규 일자리다. 그러나 이런 일자리에서 체험하는 노동기준은 근로기준법의 최소기준을 무너뜨릴 만큼 바닥을 향하고 있다. 따라서 촛불투쟁을 거치며 현대차 위아-모비스-만도헬라 등 자동차 핵심 부품사에서부터 인천공항, 파리바게트 등 곳곳의 청년노동자들이 노동조합 가입이나 설립 문의를 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따라서 자연발생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 흐름을 조직화 사업으로 수렴해야 하며, 특히 20~30대 청년 조직활동가 육성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위한 ‘청년조직활동가 학교’와 같은 기관을 세우고, 다른 한편으로는 청년노동자, 대학생, 반(半)실업자 등 다양한 층위의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경험을 교류하고 입장을 모아내기 위한 ‘청년노동자 대회’와 같은 사업도 필요하다.
한편 <한국형 사회적 대화?>는 문재인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분석한다. 현재 시점에 사용자 측은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여할 의지가 거의 없으며 오히려 노동·경제정책 방향을 선회하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총자본과 총노동이 교섭하고 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전국적 노사협상체계는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산별교섭체계조차 없다. 사용자 측은 사업장을 넘어서는 범위에서 노동조합과의 대화를 일관되게 거부했다. 이런 조건에서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 그 자체를 강조할 뿐, 대화기구에서 다룰 시급한 의제가 무엇인지 뚜렷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사용자 측의 참여 의지가 낮고, 논의해야 할 의제도 불분명하며, 설사 합의가 있더라도 이를 제도화할 수 있는 정치적 조건(의회 다수당의 지지)이 취약하다는 점을 볼 때, 짧은 시일 내에 노사정위원회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협약이 성사될 가능성은 매우 낮은 편이다. 따라서 노사정 대화기구 그 자체보다는 전제조건으로서 산별교섭구조의 구축과 노정교섭을 통한 제도 개혁의 현실화가 오히려 중요할 수 있다. 또한 노사정 대화의 경우 협의 틀보다는 핵심 의제를 중심으로 하는 사안별 논의를 통해 의제를 사회화하고 재벌자본을 압박하는 사회적 여론 형성에 주력해야 하다.
<여성노동자 조직화와 실질적 평등에 앞장서자>는 문재인 정부가 곧 발표할 ‘여성고용 종합대책’이 지난 20여 년간 역대정권이 추진한 여성노동정책의 틀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첫째, 여성은 출산과 양육을 거치고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 비정규직 일자리밖에 주어지지 않는 ‘주변화’를 겪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여성이 다수 포진하고 있는 일자리의 정규직화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둘째,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 특히 공공보육시설 확대와 같이 재생산노동의 공적 책임이 방기되고 있다. 셋째,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은 하나의 시금석인데, 지금 추진되고 있는 사회서비스공단은 그 범위가 매우 협소하다. 여성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선 먼저 노동조합의 실천이 변화해야 한다. 민주노총 중앙과 산별노조, 지역본부에서 여성노동자 노동권 실현을 위한 사업을 기획, 집행하기 위한 인력과 자원을 투여하고,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여성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 나아가 정기적인 여성조합원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여성모범단체협약을 수립, 실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중이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조직화가 매우 더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여성조직화 사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전쟁 위협, 노동자들의 ‘평화연대’로 맞서자>는 한반도 위기를 향한 초침이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강한 우려를 표한다.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가 수위를 높이고 있고, 북한이 핵무기 실전배치를 강행할 경우 ‘군사적 옵션’이라는 미명으로 무력충돌이 현실화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로 최소한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출범 당시부터 “전쟁과 핵무기의 위협에 맞서 항구적인 세계평화를 실현”한다는 강령을 내걸었다. 현재와 같은 위기 국면에서 민주노총은 한미 군사동맹이 무모하게도 군비증강을 꾀하려는 일체의 계획에 반대하고, 동시에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에 핵무기를 개발·도입·배치, 보유하려는 모든 시도를 반대한다는 명확한 지향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평화헌법을 개정해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재탄생하겠다는 아베 정부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확고한 만큼, 군비경쟁과 군사충돌을 막기 위한 한미일 노동자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