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사회화와 노동

사회진보연대 주간웹소식지


제 349호 | 2007.04.13

한미 FTA 반대투쟁, 신자유주의 반대전선 강화로!

사회진보연대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되었다. 협상 타결 직후 노무현과 협상 관계자들은 ‘잘 된 협상’이라며 자화자찬하기에 여념이 없고, 각종 주류 언론들은 한미 FTA 협상 타결을 계기로 삼아 한국 경제를 선진화하라는 주문을 쏟아 내고 있다. FTA 체결에 따른 피해농가의 소득을 보전하고, 제조업 업체의 구조조정을 돕는다는 ‘무역조정지원제도’가 다음 달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한미 FTA가 이미 비준된 것인 양 굳히기 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 여부, 쇠고기 수입 재개 등 협상 결과를 둘러싼 논란이 여전하고, 김근태 열린우리당 전 의장을 비롯한 몇몇 여야 국회의원들은 ‘협정문 공개’와 ‘청문회․국정감사 실시’ 등을 요구하며 국회 비준동의안이 제출되면 협상 결과가 국익에 부합하는지 철저히 따진 후 비준을 거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 미국은 농산물 및 자동차 시장 개방 등 기업의 이익이 더욱 철저하게 보장되도록 ‘재협상’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한미 FTA 협상저지’를 목표로 투쟁을 전개해 온 운동진영은 이제 한미 FTA ‘협상 무효화’와 6월 말로 예정된 ‘체결 저지’를 새로운 목표로 삼아 투쟁을 지속할 채비를 하고 있다. 국회 내 검증절차를 두고 빚어지는 공방, 미국의 재협상 요구, 대선과 총선을 앞둔 각 세력의 정치적 계산 등이 타결된 협상안의 향배를 가를 변수인 듯 보이지만 사회운동이 여기에 휘둘릴 이유는 전혀 없다. 투쟁의 목표를 ‘한미 FTA 협상 무효’, ‘노무현 정권 퇴진’, ‘신자유주의 ․ 미 제국주의 반대’로 분명하게 세우는 한편, 한미 FTA 타결을 계기로 쏟아지는 부르주아의 이데올로기 공세와 그 뒤에 놓인 이들의 전략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공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미 FTA 반대투쟁은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이다

이른 바 ‘4대 선결과제’를 미리 내주고 시작한 협상은 막판까지 미국의 요구가 대부분 수용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퍼주기 협상’ 논란이 일자 노무현은 ‘철저하게 이익을 따져 타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운동진영 일각에서는 ‘협상 손익계산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협상 과정에서 어느 편의 요구가 더 많이 관철되었나’, ‘한미 FTA가 발효되면 어느 편이 더 많은 이익을 거둘 것인가’를 따져볼 때 미국의 일방적인 이익이 예상되므로 한미 FTA의 경제적 실익은 없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물론 협상이 진행되는 모양새는 누가 봐도 미국 협상단의 요구가 일방적으로 관철되는 형태였다. 그러나 ‘퍼주기 협상’이라는 평가는 그야말로 협상의 겉모양을 묘사한 것에 불과하다. 본질은 다른 데 있다. 협상 타결된 이후 노무현 정권과 부르주아 언론은 오히려 “모든 분야를 다 내주더라도 체결하기만 하면 그 자체로 이익이다,” “이제부터 한미 FTA를 기회로 삼아 국내 산업을 철저하게 구조조정하고 선진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 한미 FTA 협상은 처음부터 한국과 미국 간의 힘겨루기 싸움이 아니었다. 경쟁력을 갖춘 재벌을 중심으로 금융화된 세계경제에 밀착함으로써 만성적인 경기침체의 상황을 극복하겠다는 것이 노무현 정권과 남한 자본의 전략이고, 이를 위해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를 한국사회에 도입하고 국내 산업을 철저하게 구조조정함으로써 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을 완성하겠다는 것이 이들이 한미 FTA를 추진한 이유다. 이는 초민족 자본의 이윤확대를 위해 자본이동에 장해가 되는 모든 요소를 철폐하고 한국사회에 미국식 제도와 법을 이식함으로써 동아시아에서 경제적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는 미국의 전략과 한 치도 충돌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한미 FTA 체결 저지투쟁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서는 협상 실력에 대한 평가로 변죽만 울려서는 안 된다. 또한 그 대상이 모호한 ‘국익론’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위와 같은 한미 FTA의 본질을 정확하게 비판하면서 지배계급이 말하는 ‘한미 FTA로 인한 이익’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따져 물어야 한다. 한미 FTA의 목표는 ‘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이며 이는 노동자 민중의 이익과는 전혀 상관없는 국내 재벌과 초민족자본의 생존전략일 따름이며, 오히려 자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그 대가를 노동자 민중에게 전가하는 과정임을 제기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운동진영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처럼 ‘신자유주의’와 ‘한미 FTA’를 분리하여 ‘한미 FTA의 졸속타결’에 반대하는 신자유주의 지배세력 내 일부와 제휴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어불성설이다. 전선을 확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한 노동의 불안정화, 빈곤의 확산, 식량주권 파괴, 건강권 파괴에 맞서는 사회운동들이 광범위하게 결집하는 것이다. 우리의 목표가 부당한 무역 협상을 공정한 협상으로 시정하거나, 협상력을 배가하여 더 많은 ‘국익’을 얻어내는 것이었나? 한미 FTA에 반대하는 노동자 민중의 투쟁은 신자유주의가 파괴하는 민중의 권리를 지켜내고, 이를 추동하는 신자유주의 전략 자체를 파탄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 아니었던가?

누가 발전세력이고 누가 후퇴세력인가?

협상 타결 이후 한미 FTA를 옹호하는 세력들은 자신을 ‘성장을 주도하는 발전세력’으로 표상하는 한 편 반대 세력은 ‘경쟁’과 ‘발전’을 두려워하는 후퇴세력’이라고 낙인을 찍고 있다. 또한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를 부풀리는 한편 한․미 FTA를 계기로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을 더욱 강화하려 하고 있다. 한미 FTA 반대투쟁을 확대하기 위해서 지배계급의 이러한 주장에 정면으로 맡서는 일이 시급하다. 그들의 말대로 한미 FTA를 찬성하면 발전세력이고 이를 반대하면 후퇴세력인가? ‘개방만이 살 길’이라는 주장이야말로 OECD, WTO에 가입할 때도,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시행할 때도 반복되었던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다. 그 ‘개방’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에 적응한 일부 기업은 주가폭등, 수출확대를 경험했지만 초민족자본의 한국 경제에 대한 지배력은 더욱 커졌고, 경제의 불안정성 또한 더욱 켜졌다. 경제를 살린다던 ‘해외투자자’들은 경제위기를 틈타 국내기업의 지분을 헐값에 인수한 후 구조조정으로 주식가치를 키워 되팔아 막대한 이득을 챙겨 나갔다. 뿐만 아니라 농업․농촌 붕괴, 고용불안, 빈곤의 확산으로 노동자 민중의 삶의 위기는 오히려 더욱 심각해졌다. 노무현 정부가 말하는 ‘선진화’는 한미 FTA를 통해 이런 ‘개방’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이겠다는 것이다. 국내 재벌의 금융화를 촉진하는 한 편 금융서비스, 사업서비스를 개방하여 한국사회 법과 제도 전반을 금융자본이 활동하기에 적합하도록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이를 ‘신 성장동력’이라고 포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한국 경제를 생산이 아닌 금융적 팽창으로 이윤을 확대하는 초국적 금융자본의 투기와 수탈에 철저하게 내맡기겠다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항시적인 고용불안, 저임금․불안정노동의 확산, 빈곤의 확대가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발전’이라기보다는 야만에 가깝다. 한미 FTA 반대하는 노동자 민중의 요구는 저들이 주장하듯 ‘쇄국’이 아니다. 오히려 이렇듯 야만을 향해 내달려가는 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을 멈추고, 노동자 민중의 필요에 부합하는 교역의 메커니즘을 새롭게 세워내고 민중의 권리를 바탕으로 더 많은 민주주의를 쟁취하자는 것이다. 과연 무엇이 발전이고 무엇이 후퇴인가?

한미 FTA와 신자유주의를 끝장내는 투쟁을 다시 조직하자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되자마자 지배세력들은 2004년 11월 이래로 중단된 한일 FTA 협상을 다시 재개해야하며, 중국과의 FTA도 하루빨리 시작하자고 다그치고 있다. 한 EU FTA는 오는 5월 초 1차 협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노무현 정부가 올해 초 제시한 정책목표도 한미 FTA를 체결한 후 2007년 내로 일본, 멕시코와 중단된 협상을 재개하고, 유럽연합과 공식협상을 개시하고, 중국과 공식협상 전단계인 산․관․학 합동연구를 개시한다는 것이었다. 양자간 FTA가 이렇게 확산되는 데에는 WTO 도하개발의제 협상이라는 다자간 틀을 통해 무역자유화를 달성한다는 계획이 교착상태에 빠졌다는 배경이 있다. 양자간 FTA는 이를 보충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양자간 FTA는 만장일치를 기초로 하는 다자간 협정에는 담지 못하는 높은 수준의 자유화 조치를 관철시키는 수단이 되고 있다. NAFTA 이후 최고 수준의 자유화 조치들을 포함하고 있는 한미 FTA는 미국의 ‘경쟁적 자유주의’ 전략에 따라 ‘상품과 자본의 이동의 자유화’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확산하는 데 있어 지렛대의 역할을 할 것이다.
한미 FTA 반대투쟁은 이렇듯 앞으로 무수하게 진행될 자유무역협정의 확산을 통한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윤확대 전략을 파탄내기 위한 투쟁의 토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한미 FTA가 한국사회에 몰고 올 효과를 노동자 민중이 직접 검증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을 시급하게 형성하자. 한미 FTA 체결에 따른 국가적 손익이 아닌, 지배계급이 한국사회 발전을 위한 유일한 전략으로 내세우는 재벌중심의 세계화가 노동자 민중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한 토론을 광범위하게 조직하자. 한미 FTA 협상 결과의 국회 내 검증, 공식 서명, 국회 비준 동의안 심의 등 부르주아들의 정치일정과는 종별적인 사회운동의 독자적인 흐름을 조직하자. 6월 말 미국에서 열릴 한미정상회담에 즈음하여 양국 정부 간 공식서명으로 이루어질 한미 FTA 체결을 막아낼 대중적인 힘을 기층에서부터 다시 만들어내자.
주제어
민중생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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