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선원 이주노동자 죽음의 책임을 해양수산부에 묻는다
지난 2월 14일, 인도네시아 선원 이주노동자가 폭행을 당해서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29세의 청년인 그는 승선한 지 9일 만에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폭행 가해자는 한국인 동료들이었다. 배멀미를 심하게 하고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등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승선 다음날부터 시작된 한국인 동료들의 폭행은 십이지장을 파열시킬 때까지 지속되었다. 결국 어획물 창고에서 발견된 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인도네시아 선원 이주노동자의 안타깝고도 참혹한 죽음은 그대로 잊혀져서는 안된다. 고인이 죽음으로 고발한 선상에서의 폭행과 인권침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 많은 선원 이주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혹독한 일상이기 때문이다.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 ‘어업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욕설, 폭언, 폭행 등의 인권침해를 당한 선원 이주노동자는 전체 응답자 중 93.5%에 달했으며, 직접적인 폭행을 경험한 이 들도 42.6%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이를 외부에 알리지 않고 참고 있다고 응답했으며(69.4%)로 그 이유로 한국어가 서툴러서, 방법을 몰라서, 수협이나 해양 경찰 등을 믿을 수 없어서라고 답했다.
거액의 송출비용을 지불하고 한국행은 선택한 선원 이주노동자들이 민간송출업체와 관리업체의 부실한 사후관리와 횡포, 고립된 선상에서의 인권침해와 열악한 노동조건에 신음하고 있음은 실태조사와 관련 사례 등을 통해 이미 이를 개선해야할 책임이 있는 해양수산부에 알려져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는 선원 이주노동자의 인권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2012년 실태조사 자료에 근거하여 해양수산부(전 국토해양부)에 정책 권고를 하였고, 해양수산부는 공공기관에 의한 인력도입 시스템 도입, 최저임금 차별폐지, 해양항만청의 근로감독강화 등 주요권고를 수용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렇지만, 2013년 7월 22일부터 시행한 해양수산부의 ‘연근해어선 승선 외국인선원 근로여건 개선 대책’에는 공공기관을 통한 인력도입시스템 도입, 최저임금 차별폐지 등 주요내용은 반영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실효성 있는 근로감독강화 방안도 제시되지 않았다.
그 사이 선원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상황은 여전히 참혹하고 열악한 지경에 머무르고 있었던 것이다. 고인의 죽음에 이르게 한 책임은 폭행을 한 한국인 동료들 뿐 아니라 선원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방치한 해양수산부에 있다.
해양수산부는 즉각 국가인권위원회의 주요권고사항을 이행하여 또다시 이러한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일만이 고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다 하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29세의 꽃다운 나이에 명을 달리한 고인의 명복을 빈다.
2014년 2월 26일
이 주 공 동 행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