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7 빈곤심판 민중행동을 주목하라
밀레니엄 개발 목표의 달성은 빈곤철폐의 길이 아니다
유엔과 국제 원조 NGO들이 주도하여 '지원 받을 권리', '구제 받을 권리'를 호소하는 빈곤철폐의 날이 우리에게 기념해야 할 어떤 것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어나서 외쳐라”. 신자유주의 세계화 아래서 빈민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구호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떠한 ‘권리’를 제기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겠는가? 빈곤철폐의 날은 빈민들 스스로 인간답게 살 권리를 외치고 투쟁을 선포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빈곤과 불평등에 고통 받고 있는 민중들이 “일어나서” 인간의 ‘가면’을 쓴 자본의 세계화가 아니라 자본주의를 넘어 서는 대안세계화를 “외치는” 운동이 필요하다. 한국의 반빈곤운동은 80년대 도시빈민운동이라는 형태로 폭발하였고 87년 민주화 투쟁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였다. 이후 도시빈민운동은 한편으로는 주민운동이나 공동체운동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노점상이나 철거민 운동과 같은 특정한 이해에 기반한 대중조직운동으로 분화되었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 재편 속에서 전자의 다수는 서비스 NGO화의 길을 걸으며 오히려 신자유주의 개혁을 보완하는 역할을 담당해 왔고 후자의 경우 생존권 투쟁을 넘어서지 못하며 실리주의적 경향이 강화되어 왔다. 따라서 “바닥 생존 불복종! 민중의 기본 생활권 쟁취! 1017 빈곤심판 민중행동”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세계빈곤철폐의 날 공동행동과 같은 흐름은 반빈곤운동의 발전에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무엇보다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어 존재하는 빈민대중들의 주체화와 직접행동을 중심에 두고 있고 개별적인 이해를 넘어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라는 정치적 요구 속에 공동의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하지만 여전히 이러한 고무적인 운동의 흐름이 빈곤심판 민중행동 조직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조직들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지 못할뿐더러 보다 대중적으로 확장되지 못하고 있는 한계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여 빈곤심판 민중행동과 같은 흐름이 더욱 발전할 때 반빈곤운동은 NGO화와 실리주의적 경향을 넘어서는 새로운 운동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