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무덤이다
3자 ‘원샷 통합’, 노동자가 막아야 한다
만일 민주노총이 국민참여당과의 정당 통합을 지지한다면, 이는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무덤이 될 것이다.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이후에는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을 망라한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제휴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추진될 것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몇 가지 실리는 챙길 수 있을지 몰라도 큰 틀에서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타협과 양보는 불가피하다.
만일 민주노총이 국민참여당과의 정당 통합을 지지한다면, 이는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무덤이 될 것이다. 국민참여당과의 통합 이후에는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을 망라한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제휴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추진될 것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몇 가지 실리는 챙길 수 있을지 몰라도 큰 틀에서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타협과 양보는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알 수 없는 속내를 추측하고 그들의 뒤를 ?는 식으로는 우리만 지칠 뿐이다. 세세한 국회 의사일정을 따지기 보다는, 국회 밖의 대중투쟁을 줄기차게 확대해내는 길만이 한미FTA 저지의 길이다. 그럼으로써 한나라당이 감히 날치기를 감행하지 못하고, 민주당이 한나라당과의 야합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묶어놓아야 한다. 지배 정치체제의 위기를 고조시키는 가운데, 날치기 처리의 정치적 부담을 극대화해야 한다.
지난 10월28일 국회진격 투쟁을 통해 우리는 ‘한미FTA는 이미 끝난 사안’이라는 식의 관성적이고 패배주의적 태도를 극복하는 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에 뒤이은 11월 3일 범국민대회는 한미FTA 저지 투쟁을 본격적인 대중투쟁으로 이어가기 위한 결정적인 고비다.
전 세계가 ‘Occupy!(점거하라)’ 시위로 뜨겁다. 자본주의 체제의 탐욕을 규탄하고 노동자 민중 스스로가 대안을 만들어 내기 위한 ‘분노의 가을’이 한창 진행 중이다. 지난 15일에는 한국을 포함하여 전 세계 80여개 나라, 1,000여개 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이는 지난 수십 년 간의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막대한 부를 금융자본과 대재벌, 소수의 부자들에게 집중시켰고 그 결과 비정규직과 실업자의 급증, 실질소득의 감소와 빈곤의 확대, 복지 축소로 이어져 도저히 대다수 민중들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힘들어진 것이 그 주요 원인이다. 더욱이 2008년 이후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자본주의 체제는 위기를 극복할 대안도 없이 광범위한 인민 대중을 삶의 나락으로 빠트리며 긴축과 궁핍만을 강요하고 있다. 부를 움켜쥔 1%의 지배계급에 나머지 99%의 다수자가 저항과 반란을 일으켜야 한다는 행동이 “우린 노예가 아니다, 사람이다”, “분노하라”, “자본독재가 아닌 진짜 민주주의를!”과 같은 구호를 외치며 전 세계를 들썩이고 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강요받으며 지난 10년 동안 삼화고속 노동자들의 임금이 사실상 동결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회사는 기본급을 올리는 대신 각종 수당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기만했고, 불만을 가진 조합원들을 어용노조를 앞세워 징계, 원거리 발령, 사고 시 자비부담 강요 등으로 탄압해왔다. 그 결과 시내버스 노동자들보다 50만 원 정도 높았던 임금은 시내버스가 준공영제를 시행한 현재 50-60만 원 이상 적어졌고, 노동시간은 하루 1~3시간, 월 4일씩 많아졌다. 자본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의 근무조건이 악화되는 사이 삼화고속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은 희생되어 온 것이다.
향후 유럽 재정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추가적 대응방안들이 꾸준히 논란이 될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듯 획기적인 채무조정, EFSF의 더 많은 증액, 유로본드 도입, 유로존 탈퇴 등 여러 추가적 대응방안들이 이미 논의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독일 등 선진국과 투자자의 이익 보장이 최우선시 되는 한, ‘시간벌기용 미봉책’을 넘어설 대안이 마련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 점거에 공식 요구가 없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오랫동안 자신의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서 투쟁해온 수많은 조직들이 자신의 요구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지금까지 기존 조직들이 수행해온 활동을 갑자기 포기하고 ‘축제’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하지도, 월스트리트 점거가 기존 조직들의 요구를 공식 요구로 채택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연대를 표현하고 호소하며 월스트리트 점거의 에너지를 빌려 자신들의 투쟁을 가시화하고 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카다피가 수도 트리폴리에서 도피한 후 리비아 민중은 지역별로 주민위원회를 결성하여 사회시스템을 복원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지역 주민위원회나 반란군을 실질적으로 대표한다고 볼 수 없는 국가과도위원회가 제시하는 안정화계획과 헌법제정 절차는 구질서의 완전한 해체와 민주주의의 건설이라는 민중혁명의 목표와 근본적으로 충돌하고 있다.
이념이나 당원을 근간으로 하는 정당 구조가 안착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명망가 중심의 정당이 복수로 존재하고 선거 시기에 명망가들 간 합의로 선거 카르텔을 형성하는 것은 현대 인민주의의 일반적 현상이다. 이들은 정당을 기반으로 삼지 않더라도 대중적 명망성과 미디어의 힘을 활용하여 선거 자금과 운동원을 조직할 수 있다. 안철수 교수나 박원순 이사의 급부상은 이러한 정치적 토양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현재와 같은 정당의 위기 속에서 인민주의는 고유한 이념이나 정책 대신 기술관료적 합리성과 전문성으로 치장한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을 선호하기 쉽다. 이런 점에서 박원순 이사는 노무현 전대통령과 같은 정치선동가적 이미지보다는 NGO 출신 정책전문가 이미지가 더 강한 듯하다. 이처럼 반복과 변주를 거듭하며 형성되는 선거 카르텔은 결국 ‘전문가적 합리성’이라는 이름으로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을 보완하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고, 그에 참여하는 정당도 그러한 경향성이 강화될 것이다. 또한 그에 편승하는 사회운동의 전략 역시 더욱 궁지에 처할 것이다.
민주노동당과 국참당의 통합을 반대하는 것만으로 정치세력화 운동의 한계를 극복할 수는 없겠지만, 국참당과의 통합 이후에는 정치세력화 본연의 문제의식조차 대거 유실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세계 노동자운동의 역사에서 노총이 자유주의 정당과 전략적으로 제휴하는 것이 노동자계급의 독자성과 급진성을 상실하는 결정적 계기였음을 잊지 말자. 그리고 만에 하나 민주노동당과 국참당의 통합이 현실화될 경우 민주노총 정치방침의 변경을 위해 함께 힘을 모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