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 사유화가 가져올 파괴적 결과는 이미 우리 앞에 도착한 현실이다. 우선, 민간자본의 참여가 확대 될수록, 이윤을 확대하고 상승한 운영비를 보존하려는 목적에서 수도요금의 인상은 불가피하다. 온데오가 진출해 있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경우 2001년에서 2004년 사이 세 차례에 걸쳐 수도요금이 35%, 40%, 30%나 인상되었다. 남아공의 경우도 온데오가 진출한 1994년에서 1996 사이 요금이 600%나 증가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이 양산하고 있는 실업과 빈곤을 감안한다면, 물 사유화 아래서 엄청나게 많은 인구가 물을 사용할 권리 자체를 박탈 당하게 될 것이다. 또한 물 사유화는 공공부문(정부부문과 공기업을 포함)의 구조조정과 함께 추진되기 때문에, 관련 노동자들에 대한 대량해고, 노동권 후퇴 역시 필연적이다. 사실 한국의 상수도 산업이 낙후한 것은 이미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충분한 인력확보 문제가 깊이 관련되어 있다. 인천의 경우만 해도 베올리아와의 기술합작의 주요 근거가 유수율 제고지만, 공무원노조는 “유수율 업무와 관련 각 사업소별로 현재 1년에 2개소 정도의 신규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에 완료된 구역에 대해서는 유지관리가 어려우며, 유수율 업무는 최소 4인 이상이 팀을 이뤄야 하는 사업으로 담당자들이 지속적인 인력 확보를 요구하였으나 묵살당해 왔다”고 시의 주장에 반박하고 있다. 즉, 상수도사업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공적 책임구조를 유지하면서 인력, 재정 등을 확대, 정상화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술제고라는 사유화의 명분은 많은 국가들에서 사실상 인력감축의 명분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물 관련 공기업의 노동자 7,600명 중 사유화 정책으로 절반이 넘는 4,000 여명이 명예퇴직을 당했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역시 1,000여명의 노동자가 정리해고를 당했다. 또한 사유화 정책은 유수율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안했다. 대표적으로 필리핀 마닐라의 서부지역의 경우, 누수율을 56%에서 32%로 줄이기로 합의하고 마이닐라드라는 물기업과 계약을 체결했지만, 누수율은 오히려 14%나 증가하여 70%에 이렀다. 뿐만 아니라, 물 사유화를 시행한 대부분의 지역의 누수율이 공공부문이 담당하는 것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이 밖에도 기술혁신, 사업의 확장을 위한 투자 등 사유화의 청사진으로 제시되었던 대부분의 조항들은 실현되지 않았다. 반면 운영비용은 급증했다. 결국 물 사유화 정책은 직접적인 사업수익, 그리고 공기업에 대한 주식 지분 확대 등을 통해 초민족 자본의 이윤을 확대하는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 또한 정부부문을 포함한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위한 수단이다. 그 결과는 대량해고와 실업, 그리고 공공서비스에 대한 시민의 권리 후퇴, 초민족 자본의 투자 확대로 인한 경제적 불안정성의 증대 등의 이중, 삼중의 형태로 노동자 민중들에게 전가된다. 이러한 결과들이 지구 곳곳에서, 반복해서 나타나면서 물 사유화에 저항하는 사회운동, 시민들의 저항과 대응도 그만큼 성장해 왔다. 브라질,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등 많은 국가들에서 물 사유화를 저지하는 투쟁을 넘어, 시민들의 연합적 힘을 통해 물에 대한 민중적 통제를 실험하는 대안들을 발전시키고 있다. 현재의 물 사유화 저지 투쟁은 공공서비스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공공서비스 사유화를 강제하는 삼각동맹이라는 구조적 제약 안에서 민족국가 스스로가 보다 적극적으로 구조개혁을 수행하며, 세계화 정책에 편승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물 사유화 및 공공서비스의 사유화에 맞선 투쟁은 초민족 자본의 이해를 중심으로 공공서비스를 재편하려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비판을 기초로 해야 한다. 그러한 지향을 분명히 하는 가운데, 물 사유화에 반대하는 투쟁, 공공부문 및 공무원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투쟁, 한미 FTA를 비롯한 세계화에 반대하는 투쟁들이 해당 지역, 노동조합 등 각각의 현장에서부터 상호 결합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민중의 기본적 권리를 어떻게 공격하고 파괴하는지, 권리의 주체인 시민들과 함께 토론하고 행동할 수 있는 기획을 준비하자. 물 사유화 반대투쟁을 통해 자본의 세계화를 넘어 민중의 대안을 형성하는 투쟁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