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 임금동결을 즉각 철회하라! 지난달 13일 보건복지부는 0세~2세 무상보육 실시로 인한 예산부담을 이유로 2012년 국공립 어린이집 보육교사 월급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0~2세 무상보육, 5세 누리과정 등 무상보육 확대로 ‘행복한 보육,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뒤로는 보육교사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이미 보육교사의 임금은 2009년과 2010년 경제위기를 이유로 동결됐다가, 지난해에는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3% 인상에 그쳤다. 사실상 실질임금은 계속 삭감된 것이다. 그럼에도 무상보육 예산을 운운하며 임금동결을 발표했다. 보육교사의 노동조건은 보육의 질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문제다. 이 때문에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육교사에게 사랑과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노동조건,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제기가 있었다. 저출산 고령사회 진입으로 보육제도 관련 논의가 몇 년 째 이어지고 있지만 보육교사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저임금과 장시간 초과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아파도 쉬지 못하고 있다. 10년을 일해도 188만원 수준의 임금인데, 호봉이 쌓일수록 임금부담 때문에 채용을 꺼려해서 경력을 낮춰 취직하는 교사들도 많다. 열악한 근무환경에 임금도 적어 보육교사를 평생 직업으로 삼고 안정적으로 일하기 어렵다. 이에 지난 2월 8일 300여명의 보육교사가 보건복지부 앞에 모여 규탄대회를 열었다. 그리고 대회전에는 1만 2천 6백여 명의 보육교사가 임금동결에 반대하는 서명에 동참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임금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여성의 돌봄노동이 저평가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요구는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다. 허울 좋은 보육정책을 내세우기에만 급급하여 보육노동자의 노동권과 보육서비스의 질까지 하락시키는 보건복지부는 보육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또 이번에 발표한 보육교사 임금동결안을 즉각 철회하고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 동시에 보육교사의 노동조건과 관련한 전반적인 실태조사 후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행복한 보육을 실현하는데 한 걸음 나갈 수 있는 방법이다. 보건복지부는 보육교사 임금동결을 즉각 철회하라! 보건복지부가 책임지고 보육교사 노동조건 개선하라! 2012. 2. 13. 사회진보연대
국고보조금 확대를 막아야 하는 여섯 가지 이유 민주노총 핵심사업을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것은 민주노조운동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행위다! 이번 대의원대회에는 “건물(사무실, 교육연수원, 복지관, 상담소), 토지 등의 부동산 및 그 유지에 따른 비용을 받을 수 있다”(2001년 22차 대대 결정사항)는 기존의 민주노총 방침에 추가하여 “미조직 비정규직 사업에 한해 사용할 수 있다”는 국고보조금 확대 수령에 대한 민주노총 방침 안건이 상정된다. 국고보조금 문제는 정권과 자본의 탄압에 맞서 노동해방과 평등사회 건설을 위해 투쟁하는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에서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국고보조금을 받아야 한다는 측의 입장은 단순 명료하다. ‘재정은 없는데 미조직 비정규직 사업을 해야 하니 국고보조 받자, 국민 세금이기 때문에 받는 것이 문제될 것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1. 재정자립은 민주노조운동이 자주성을 세우기 위한 기본원칙이다 노동조합의 재정적, 정치적 자주성의 중요성은 오랜 민주노조운동의 투쟁 역사를 통해 확인되어 왔다. 정권과 자본은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해 한편으로는 강력한 탄압을 펼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조합 간부에 대한 개별적 매수나 노조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매개로 회유책을 펴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굴지의 대공장 노동조합이 무력화된 배경에는 자금력을 이용한 자본의 광범위한 매수가 있었다. 임금 투쟁, 단협 투쟁의 결과로 전체 노동자에게 지불하는 비용에 비해 일부 간부를 매수하는 비용은 수천, 수억을 준다하더라도 자본에는 새 발의 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2005년 이수호 집행부 당시 강승규 수석부위원장 비리사건은, 노조간부가 열악한 택시조합원의 노동조건 향상을 위해 투쟁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억제하면서, 그 대가로 사업자에게 이득을 취한 사건이었다. 이는 민주노총조차 자본의 매수전략으로부터 안전한 곳이 아님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 사건이다. ‘국민 세금이기 때문에 받는 것이 문제될 것 없다’는 논리가 허용될 경우, 인건비와 일반사업비 등 모든 영역이 허물어지며 사실상 한국노총과 같은 어용화의 전철을 밟게 될 공산이 커질 수밖에 없다. 2. 자본의 착취가 민주노조운동의 투쟁 초점이다 보다 원칙적인 차원에서 볼 때, 자본주의 사회는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통해 잉여가치를 생산하고, 잉여가치에 대한 관리 처분권을 자본이 독점하여 그 일부를 국가가 재분배하는 것이다. 민주노조 운동이 사회변혁을 통해 사회적 잉여가치 전체에 대한 관리 처분권을 가지려 하지 않고 쥐꼬리만한 재정에 목을 매는 행태는 운동의 원칙과 전략 차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3. 미조직-비정규 사업을 정부가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다 민주노총의 핵심 사업인 미조직 비정규 사업을 국가 재정에 의존한다는 것은 해당 사업을 국가(지자체)에 보고해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는 형식적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 상황에 따라 미조직 비정규 사업 자체가 좌초될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실질적 차원에서도 큰 문제가 된다. 정부나 지자체 재정을 지원받아 진행하는 미조직 비정규 사업은 자본가와 정부 및 지자체의 간섭으로 사업 성공 가능성이 거의 없고, 있다 하더라도 그 사업방향은 민주적이고 전투적인 민주노조 운동은 아닐 것이다. 민주노총에서 그간 미조직-비정규 사업을 가로막았던 핵심 문제는 ‘재정’이 아니라 조직의 의지와 조합원들의 충분한 합의를 조직하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국가재정을 받으면 비정규사업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인식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4. 어용적 관료적 간부를 양산하게 된다 정부나 지자체 재정을 통한 사업은 관료적인 조합간부만을 양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업성과는 별로 없고, 그 사업방향이 모호한 채 보조금이 주로 관련 간부의 임금으로 지불될 때, 그 간부의 행태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한국노총 노조간부와 비슷하게 될 것이다. 민주노총이 정부나 지자체 보조금을 더 받아내자는 발상을 하게 된 배경에는 한국노총과의 조직경쟁도 작용한 듯한데, 한국노총과의 조직경쟁이 노조운동의 발전으로 귀결되지 않고 노조관료 숫자 키우기 경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5. 원칙이 한 번 무너지면 계속 후퇴하게 된다 지금은 “공공성과 사회성에 비추어 보더라도 국가재정을 활용하여 진행하는 것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미조직 비정규 사업비에 한한다고 하나 그 범위가 시간이 지나면서 확대되지 말란 법이 없어 보인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충분한 안전장치를 도입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민주노총의 자주성을 심각히 위배했다고 판단될 시’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중집의 사전승인 절차나 집행심의 절차 역시 형식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2001년 대의원대회 결정의 범위를 지금 허물고 있는 것으로도 충분히 증명되고 있다. 이렇게 정부나 지자체 재정 의존도를 높여간다면 앞으로는 더 이상 자주성을 얘기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될 우려가 크다. 6. 지금은 정권과 자본의 탄압에 맞서 자주적 재정확보를 확고히 할 때다 현재 민주노총은 2010년 타임오프제 도입과 2011년 복수노조 시행의 효과로 어용노조 설립, 노조 탄압, 중견규모 노조들의 이탈 등으로 의무금 납부비율도 현저히 낮아진 상태다. 그 결과 집행예산이 부족하고, 각종 소송비나 일부 임원 및 사무총국 활동가들에게 임금이 체불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한 민주노총의 처방은 몹시 우려스럽다. 민주노총은 한축으로는 직선제 투표권 부여와 관련하여 단위 사업장에서 산별노조·연맹에 조합비를 납부만하면 모두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단위 사업장에서 조합비를 납부하면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용하더라도 산별노조·연맹의 민주노총 의무금 미납사유에 대한 중집의 심의권조차 규정하지 않은 것은 산별노조·연맹의 민주노총 의무금 납부율을 더욱 떨어뜨릴 우려가 존재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미조직 비정규직 사업과 같은 노조의 핵심 사업조차 노조의 자주적 재정확보가 아니라 국가의 재정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간 정권과 자본의 탄압에 맞서 노조의 활동력을 보존, 확대하기 위한 민주노조운동의 ‘자주성’이라는 상식과 원칙에서 어긋나는 것이다. 정권과 자본에 탄압 상황을 전조직적으로 공유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현장에서부터 조합비 인상, 기금확보 등 민주노총의 자주적 재정확보를 결의하도록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민주노조운동의 올바른 길이다. 사 회 진 보 연 대
1월 31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 부쳐 오는 1월 31일 개최되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내부적 갈등이 첨예한 정치방침을 포함하여 2012년 선거방침, 2012년 투쟁계획, 국가 보고금 확대 등 향후 민주노조운동의 사활을 건 중요한 사안들을 결정짓게 된다. 민주노총이 오랜 민주노조운동의 정신을 계승하여 착취, 억압 받는 노동자 민중의 단결과 투쟁의 구심으로 거듭날 것인지, 신자유주의 정치세력의 하위 파트너로 전락할 것인지를 가르는 커다란 계기점이 될 것이다.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 노동자 민중의 권리를 대변하고 노동해방과 평등사회 건설을 위한 가장 유력한 무기인 민주노총이 조직적 갈등으로 분열되지 않도록, 내부의 단결과 대중투쟁의 강화로 전진하도록 하는 것이 민주노총 집행부의 역사적 책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진1%] 야권연대-상층 협상이 아니라 전국적인 반신자유주의 대중투쟁전선을 구축하자 민주노총 집행부는 정치적인 환경변화(여소야대, 정권교체)를 통해 민주노조운동의 전성기를 맞이하겠다고 한다. 민주노총은 내년 노조법 전면개정을 위한 정치 총파업을 결정했지만, 구체적인 대중투쟁 계획은 세우지 않고 야당과의 정치협상, 야권연대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2011년 민주노총은 수많은 대중 집회를 개최했지만 조합원을 주체화시키고 투쟁동력을 형성하기 위한 구상 없이 1회성 동원 집회만을 지속했다. 잦은 동원에도 불구하고 집회판은 언제나 야당 정치인들의 연설회장이 되기 일쑤였다. 반MB 반한나라당 야권연대를 통한 상층 협상에만 주력했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의 단결과 투쟁이 아닌 반MB 반한나라당 야권연대를 제1의 과제로 삼고 진행한 민주당과의 정책협의는 노동악법 개정 및 비정규직 문제해결, 한미FTA 비준저지 투쟁 등 매 현안에서 원칙 없는 양보와 후퇴를 반복했다. 형식적으로 합의한 내용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민주노총이 자체의 투쟁동력과 진보민중진영의 역량에 근거하여 투쟁을 이끌지 못하면 정치적 계산법에 따라 언제라도 소외될 수 있다. 특히나 한국노총이 민주통합당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한국노총을 내세워 노동계를 분할하고 민주노총을 고립시킬 수 있다. 우리는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통해 정권과 자본의 폭압적 탄압을 뚫고 전노협을 건설했던 당당한 민주노조운동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또 1996~1997년 노동법 개악에 맞선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을 기억해야 한다. 1996~1997년 당시 노동자들은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 국회의원 1백 명이 막지 못한 김영삼 정부의 노동법과 안기부법 날치기를 철회시켰다. 2012년 총선, 대선투쟁에서 가장 우선적인 정치적 목표는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대중투쟁을 통해 노동자 민중운동, 진보운동의 단결과 연대를 확대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무원칙한 야권연대’ 선거방침으로 현장 조합원들을 신자유주의세력인 민주통합당-주류 시민운동의 들러리로 동원한다면 투쟁은 사라지고 좀 더 영향력 있는 정당에 대한 로비와 상층 협상에 의존하는 경향이 늘어날 것이다. 현재 선언에 그치고 있는 2012년 총파업 투쟁을 실질적으로 조직하기 위해 상반기부터 구체적인 현장, 지역의 조직화 계획과 투쟁계획이 촘촘히 설계되어야 한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원칙을 저버린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진보정당이 위기라며 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의 통합을 묵인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의 지지율은 12월 5일 출범 후 10% 넘게 올랐다가 연말 여론조사에선 1~3%대, 최근 신년 여론조사에서는 4.5%를 보였다. 반면 민주통합당(지지율 33%)은 통합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지지율이 연속 2주 한나라당(30.6%)에 앞섰다. 민주노동당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통해 높은 지지율을 확보하고 민주(통합)당과의 반MB 야권연대를 통해 원내 교섭단체 수준의 국회의원을 배출하겠다고 했으나, 통합진보당은 존재감마저 상실하고 있다.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으로 진보정당이 자신의 정체성을 약화시킬수록 대중적인 차원에서 민주통합당과의 차별점이 없어지고 현실적으로 영향력이 큰 민주통합당의 지지율만 높여줄 것이다. 결과적으로 민주노총 집행부와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의도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보수정당(한나라당)과 자유주의 정당으로, 양당 체계가 굳어지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2012년 1월 13일 통합진보당이 출범과 함께 밝힌 5대 비전은 ①나라의 주권 확립 ②복지국가 건설 ③한반도 평화와 통일 ④생태주의 사회 지향 ⑤한국정치의 변혁이다. 5대 비전만 보면 민주통합당과의 뚜렷한 차별성이 없다. 민주노동당이 당내 지분 55%를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지향은 5대 비전에 없다. 뿐만 아니라 당명에서도 ‘노동’이라는 단어가 사라져 버렸다. 왜 없냐는 질문에 통합진보당은 5대 비전 중 두 번째 ‘복지국가 건설’ 속에 ‘일하는 사람의 권리, 노동자의 권리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가겠습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노동을 복지의 하위 개념으로 인식하고,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노동정책을 생각하는 것은 ‘노동 유연화(비정규직 확대)를 추진하면서 복지정책으로 보완하겠다’는 신자유주의 정책과 다르지 않다. 최근 민주노총 내부에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여부를 두고 첨예한 갈등과 논란이 있다. 그러나 진보정당 통합 사업이 본격화됐던 2011년 내내 상층 차원의 논의만 잠시 있었을 뿐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토론과 의견수렴과정은 없었다. 잇따른 문제제기에 전조직적 토론을 진행하기로 하였으나 2012년 12월 28일 공문을 발송하여 한 달 만(연말 연초, 설 연휴 등 포함)에 지역별 토론결과를 보고서로 취합하기로 해 현장의 다양한 의견과 문제제기가 충분히 수렴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노총 내부를 갈등과 분열로 내몰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대의원대회 안건통과를 위한 형식적 토론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노총의 정치방침 결정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전략을 다시 세우는 것이다. 2000년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결정하기까지도 3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조직적 총의를 모으지 못하고 일방의 의사를 관철한다면 조직적 힘이 모아질리 없다. 과거 민주노동당에 대한 정치방침을 결정할 때 일부 이견이 존재했지만 ‘만장일치’를 이끌어 냈던 이유도 조직적 힘을 모으기 위한 것이었다.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정치방침으로 민주노총이 분열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이란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집행부는 “민주노총이 분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관철하려고만 한다. 이것은 민주노총의 단결을 위한 길이 아니라 특정 정파의 패권일 뿐이다. 이는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의 무기인 민주노총마저 갈등과 분열로 몰아넣을 것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예컨대 지난 1999년 8월 민주노총 15차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한 정치방침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부르주아 보수정당이 아닌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의 대의에 입각하여 활동하는 제 정치조직에 민주노총 조직원이 참여하여 정치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민주노총은 제 정치조직과의 관계에서 대중조직 고유의 상대적 독자성을 유지하면서 제 정치조직과 연대, 지지, 지원을 강화하되 구체적인 내용은 조직의 결정에 의한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가 아니라 진보적이고 계급적인 노동자 정치활동을 보장하는 방침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 향후 민주노총의 대중적 투쟁력을 만들면서, 실패한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을 근본적으로 평가하고 새롭게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전략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민주노조 운동의 정체성을 무너뜨릴 국가보조금 확대 이번 대의원대회에는 “건물(사무실, 교육연수원, 복지관, 상담소), 토지 등의 부동산 및 그 유지에 따른 비용을 받을 수 있다.(민주노총 2001년 22차 대대 결정 사항)”는 기존의 민주노총 방침에 추가하여 “미조직 비정규직 사업에 한해 사용할 수 있다”는 국가 재정 활용에 대한 민주노총 방침 안건이 상정된다. 국가 보조금 수령 문제는 정권과 자본의 탄압에 맞서 노동해방과 평등사회 건설을 위해 투쟁하는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에서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국고보조금을 받아야 한다는 측의 입장은 단순 명료하다. 재정은 없는데 미조직 비정규직 사업을 해야 하니 국고보조 받자, 국민 세금이기 때문에 받는 것이 문제될 것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첫째, 노동조합의 재정적, 정치적 자주성의 중요성은 오랜 민주노조운동의 투쟁 역사를 통해 확인되어 왔다. 정권과 자본은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해 한편으로는 강력한 탄압을 펼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조합 간부에 대한 개별적 매수나 노조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매개로 회유책을 펴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굴지의 대공장 노동조합이 무력화된 배경에는 자금력을 이용한 자본의 매수가 광범하게 이루어졌다. 임금 투쟁, 단협 투쟁의 결과로 전체 노동자에게 지불하는 비용에 비해 일부 간부를 매수하는 비용은 수천, 수억을 준다하더라도 자본에는 새발의 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2005년 이수호 집행부 당시 강승규 수석부위원장 비리 사건은, 노조 간부가 열악한 택시조합원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투쟁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억제하면서, 그 대가로 사업자들에게 이득을 취한 사건이었다. 이는 민주노총조차 자본의 매수전략에 안전한 곳이 아님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 사건이다. ‘국민 세금이기 때문에 받는 것이 문제될 것 없다’는 논리가 허용될 경우, 인건비와 일반사업비 등 모든 영역이 허물어지며 사실상 ‘한국노총 어용화의 전철’을 밟게 될 공산이 커질 수밖에 없다. ▲둘째, 보다 원칙적인 차원에서 볼 때, 자본주의 사회는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통해 잉여가치를 생산하고, 잉여가치에 대한 관리 처분권을 자본이 독점하고 그 일부를 국가가 재분배하는 것인데, 민주노조 운동이 사회변혁을 통해 잉여가치 전체에 대한 관리처분권을 가지려 하지 않고 쥐꼬리만한 재정에 목을 매는 행태는 운동의 원칙과 전략 차원에서도 동의하기 어렵다. ▲셋째, 민주노총의 핵심 사업인 미조직 비정규 사업을 국가 재정에 의존한다는 것은 해당 사업을 국가(지자체)에 보고해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는 형식적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 상황에 따라 미조직 비정규 사업 자체가 좌초될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실질적 차원에서도 큰 문제가 된다. 정부나 지자체 재정을 지원받아 진행하는 미조직 비정규 사업은 자본가와 정부 및 지자체의 간섭으로 사업 성공 가능성이 거의 없고, 있다 하더라도 그 사업방향은 민주적이고 전투적인 민주노조 운동은 아닐 것이다. 민주노총에서 그간 미조직-비정규 사업을 가로막았던 핵심 문제는 ‘재정’이 아니라 조직의 의지와 조합원들의 충분한 합의를 조직하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국가재정을 받으면 비정규사업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인식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넷째, 정부나 지자체 재정을 통한 사업은 관료적인 조합간부만을 양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업 성과는 별로 없고, 그 사업방향이 모호한 채 보조금이 주로 관련 간부의 임금으로 지불될 때, 그 간부의 행태는 불을 보듯 뻔하다. 한국노총 노조간부와 비슷하게 될 것이다. 민주노총이 정부나 지자체 보조금을 더 받아내자는 발상을 하게 된 배경에는 한국노총과의 조직경쟁도 작용한 듯한데, 한국노총과의 조직경쟁이 노조운동의 발전으로 귀결되지 않고 노조관료 숫자 키우기 경쟁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다섯째, 지금은 “공공성과 사회성에 비추어 보더라도 국가재정을 활용하여 진행하는 것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미조직 비정규 사업비에 한한다고 하나 그 범위가 시간이 지나면서 확대되지 말란 법이 없어 보인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충분한 안전장치를 도입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민주노총의 자주성을 심각히 위배했다고 판단될 시’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중집의 사전승인 절차나 집행심의 절차 역시 형식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2001년 대의원대회 결정의 범위를 지금 허물고 있는 것으로도 충분히 증명되고 있다. 이렇게 정부나 지자체 재정 의존도를 높여간다면 앞으로는 더 이상 자주성을 얘기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될 우려가 크다. ▲마지막으로, 현재 민주노총은 2010년 타임오프제 도입과 2011년 복수노조 시행의 효과로 어용노조 설립, 노조 탄압, 중견규모 노조들의 이탈 등으로 의무금 납부비율도 현저히 낮아진 상태다. 그 결과 집행예산이 부족하고, 각종 소송비나 일부 임원 및 사무총국 활동가들에게 임금이 체불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을 조합원들과 공유하고 현장에서부터 민주노총의 자주적 재정확보를 결의하도록 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국가에 손을 벌려 미조직 비정규직 사업과 같은 핵심 사업을 추진한다는 발상은 민주노조 운동의 상식과 원칙에서 어긋나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단결과 혁신, 투쟁력의 강화가 현 시기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지금의 정세를 정확히 직시해야 한다. 민주노총 집행부와 통합진보당 지도부는 민주통합당으로의 정권교체를 진보적 정권교체(진보집권)로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에 몇몇 진보인사들이 들어갔다면, 신자유주의 정책의 강력한 집행자였던 이들 정부가 진보적 정권이 될 수 있었다는 허황된 주장과도 같다. 우리는 민주통합당과의 연합을 통한 집권을 ‘진보적 정권교체’로 인정할 수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 직후 모습에서 볼 수 있듯이, 핵심 요직을 선뜻 통합진보당에 내어줄 가능성도 낮다. 설사 그렇게 정권이 교체되어 통합진보당 출신이 장관 한 두 자리를 한다고 해도 득보다는 실이 크다. 다음 정권에서도 유럽 재정위기를 필두로 세계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재벌 기업들은 생산 감소를 이유로 노동자들을 구조조정할 것이다. 신자유주의를 거부할 생각이 없는 집권세력은 현행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터져 나오는 대중의 불만을 막을 것이다. 결국 통합진보당은 소수 세력으로서 집권세력 내부에서 권한은 거의 없지만, 민주통합당-주류 시민운동의 반노동자적 정책의 책임은 함께 져야 할 것이다. 나아가 경제위기 하에 체제유지를 위해 노동자 투쟁을 탄압할 수도 있다. 민주통합당 당선의 들러리로 전락한 민주노총은 노동자민중운동의 분열과 갈등만 키우고 결국은 민주통합당에게 팽 당하거나 노동자 민중운동의 적이 될 수도 있다. 민주통합당과의 공동정부 수립이라는 불투명한 미래에 기대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우선 정권을 바꾸고 보자”는 얘기는 “이명박, 한나라당 체제 보다는 낫지 않겠냐?”는 막연한 기대일 뿐이다. 설사 민주통합당의 집권이 한나라당의 재집권보다 상대적으로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한다손 치더라도 민주통합당의 인사들 자체가 한미FTA 체결과 비정규직 양산법을 만든 당사자들이고, 기업들의 정치후원을 받아 활동하는 정당인들이다. 선거 때마다 ‘앞에서는 친서민, 뒤에서는 친재벌’하는 신자유주의 정당의 당선을 위해 민주노총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원칙을 저버릴 수는 없다. 말뿐이 아니라 실제로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노동자 민중의 힘을 길러야 하고,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계급적 원칙, 변혁적 원칙이 밑바탕 되어야 한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특정 정파와 특정 노선의 대변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한국사회 변혁의 유력한 무기인 민주노총을 갈등과 분열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현재 그 어떤 정치방침보다도 민주노총의 단결과 혁신, 투쟁력의 강화가 현 시기 가장 중요한 원칙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KTX 민영화 저지하고 외주화 철회, 인력충원으로 공공철도 쟁취하자 2011년 말 이명박 정부는 KTX 분할 민영화 계획을 발표했다. 2015년에 개통되는 수서-경부·호남선 KTX의 운영권을 민간 사업자에게 넘기겠다는 것이다. 운영 권한의 범위는 열차 운행 뿐 아니라 역사, 차량기지, 기반시설 유지보수 등도 포함된다. [%=사진1%] 경쟁이 아니라 대기업 특혜 첫째, 정부는 현재 철도 운영의 많은 문제점이 코레일의 독점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때문에 운영권을 민간 기업에 주어 독점을 깨뜨리고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철도의 특성상 이용자에게 두 개 회사의 경쟁은 효과가 없다. 철도는 표준 기술을 토대로 선로 위를 여러 열차가 일정 간격을 유지하며 신호에 따라 운행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이용객은 자신이 가까운 역에서 제시간에 출발하는 열차를 타는 지금과 같은 소비 패턴을 유지할 것이다. KTX 분할 민영화는 경쟁체제 도입이 아니라 민간 기업이 안정적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다. 민간 사업자는 특별한 투자 없이 안정적인 수입을 장기간 보장받게 되는 엄청난 특혜를 누리게 된다. 철도 노선 중 유일하게 수익을 낼 수 있는 KTX의 운영권을 사기업에 주고, 일반열차의 적자는 국민의 혈세로 메우겠다는 논리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둘째, 철도 노선을 분할하여 서로 다른 기업이 운영하는 것도 문제다. 철도는 궤도, 차량, 인력 시스템이 유기적인 관계를 갖는다. 열차 운행의 안전성과 수송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선로, 차량규격, 신호, 통신 방식이 일치해야 하며 관제, 열차, 역사, 시설관리 등의 기능을 통합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별개의 기업이 철도를 운영하게 되면 이러한 시스템이 파괴될 것이 분명하다. 또한 한국철도의 영세한 영업거리를 감안할 때, 분리(경쟁)로 인한 효율성이 증가하기 보다는 규모와 범위 및 밀도의 경제가 상실되고 거래비용이 증가함으로써 비효율성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노동자의 호주머니 털어 기업주 배 불리는 것이 경영효율화 셋째, 정부는 민간 기업이 이윤극대화의 논리를 따르기 때문에 비용이 절감되고, 철도 운영의 효율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 철도 적자도 해결하고 심지어 운임도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철도 운임과, 지출의 31%를 차지하는 선로사용료를 정부가 결정하는 상황에서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오로지 인건비 절감뿐이다. 현재 코레일 수준보다 인력을 줄이고, 더 많은 업무를 외주화하고, 임금을 삭감하는 것이 바로 정부가 말하는 경영 효율화의 실체다. 민영화 지지의 선봉에 서고 있는 김광재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민간은 인건비를 줄여 수익을 내기 때문에 운임료의 20%가 아니라 그 이상도 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대놓고 인건비 감축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경제 차원에서 보면 구조조정으로 얻는 이익은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소득이 민간기업 소유주의 소득으로 이전되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에는 일자리가 줄고 노동자의 소득이 감소하여 국민경제에는 악영향만 끼칠 것이다. 외주화와 인력감축의 참혹한 결과 정부의 투자와 관리부족으로 인한 철도 적자 문제를 외주화와 인력감축, 인건비 절감으로 해결하는 정책 기조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쳐 이명박 정부에 이르기까지 공공부문 개혁, 선진화로 이름만 바꾸며 이어져 왔다. 그 결과는 참혹하다. 시설과 운영이 분리되고, 수많은 업무가 잘게 쪼개져 민간으로 위탁되었다. 시설은 늘었으나 운영 인력은 줄어, 현장의 노동자들은 살인적인 노동 강도에 시달리게 되었다. 한국의 철도노동자 대비 1년간 여객 수송량은 세계에서 5번째로 많다. 그 만큼 인력은 적고, 업무는 과중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철도노동자의 임금은 1.2% 인상되었을 뿐이며,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인 3.2%보다 낮다. 외주화와 인력감축은 철도 노동자와 승객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허준영 코레일 사장 체제에서 5,115명이 감축되었고, 이 중 2,958명이 철도 안전과 긴밀한 시설·전기·차량 관련 인원이다. 2011년 연이어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구성된 ‘민간안전위원회’의 최종보고서는, 시설량은 증가했으나 인원은 오히려 감소하는 등 “경영효율화 논리에 밀린 구조조정으로 인한 유지보수 인력 부족”을 안전 문제의 주요 원인이며, “적정 인력의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11년 12월 8일 코레일 공항철도에서 야간작업을 하던 철도노동자 5명이 열차에 치어 숨진 끔직한 사고는 외주업체의 작업에 대한 안전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데에 원인이 있었다. KTX 민영화는 철도 전체의 민영화로 이어질 수 있다 KTX 분할 민영화는 철도 전반에서 추진되고 있는 외주화와 민영화의 일부다. 이명박 정권 초기 공기업 지주회사를 통한 철도 민영화 방안은 유보되었지만 단계적인 분할 민영화는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왔다. 우선 시설과 운영의 완전한 분리를 위한 시설유지보수 업무의 광범위한 외주화가 추진되어 왔다. 현재 철도공사는 선로유지보수 업무 외주화를 포함해 2020년까지 전체 시설 분야 노동자의 59%, 전기 분야 36.4%, 차량 분야 28.3%를 외주화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그리고 여객과 화물, 그리고 노선별로 운영사업자를 분할하고 민간기업을 진입시키는 방안이 추진되어 왔다. 그 첫 시작이 가장 수익성이 높은 KTX 분할 민영화고, KTX 민영화가 성공하면 화물부문 까지 민영화가 확대될 것이다. 철도를 통해 물류를 진행해온 육상수송 기업들로 구성된 ‘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는 여객 부문 민영화가 마무리되면 물류부문에서도 민간참여를 정부 측에 공식 요청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물류기업들은 코레일이 기존 철도운임 할인 폭을 축소하자 철도를 직접 운영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미 민간업체는 약 700량의 차량을 소유하고 있어, 기관차만 소유하면 충분히 열차 운영이 가능하다. KTX 분할 민영화를 막아내지 못하면 다음은 화물, 그 다음에는 또 다른 노선의 민영화가 계속될 것이다. 때문에 KTX 분할 민영화를 막고, 시설유지보수 외주화의 문제점을 폭로하고, 철도 전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단계적 민영화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KTX 민영화 저지하고 외주화 철회, 인력충원으로 공공철도 쟁취하자 KTX 분할 민영화는 운영권을 받게 될 기업과 이들과 결탁한 정치권과 정부 관료 외에 누구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철도 노동자는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고 인력 부족으로 살인적인 강도로 노동을 해도 임금은 줄어들어 생존을 위협받는다. KTX를 이용하는 시민의 안전 역시 위협받는다. 노동자 죽이고 철도의 안전과 공공성을 위협하는 KTX 분할 민영화는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 나아가 시설유지업무의 외주화 등도 즉각 중단되어야 하며, 외주화를 철회하여 다시 코레일에서 관련 업무를 직접 담당하고, 해당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며, 부족한 인력을 시급히 충원해야 한다. 또한 철도의 민영화와 구조조정 정책을 모두 폐기하고 공공성을 확대할 수 있는 철도 정책이 새로이 수립되어야 한다. 정부는 민영화에 대한 반대가 거세지자 총선이 끝난 4월에 KTX 운영사업자 공고를 내고, 7월에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는 최악의 경우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추진하겠다는 태도다. 국토부가 이야기하듯 KTX 민영화는 “법 개정이나 누구의 동의도 필요하지 않은 행정처분”이다. 참여정부 시절 제정된 법에 의해 철도운영에 대한 민간사업자 진입에는 어떠한 제한도 없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그동안의 행태를 돌이켜 볼 때 아무리 반대 여론이 거세도 개의치 않고 민영화를 추진하려 들 것이다. 현재 정부는 공격의 화살을 철도 노동자에게 집중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1월 11일자 보도자료에서 “코레일은 직원들에게 평균 5천8만원의 연봉을 지급하고” 있으며 특히 “고속버스 매표원의 평균 연봉 2천만 원 수준”인데 비해 “기차표를 판매하는 직원은 평균 6천만 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며 원색적인 선전을 서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여러 차례의 구조조정을 거치며 얼마 남지 않은 정규직들의 연봉이며, 코레일 발표 자료와 비교하면 2천만 원이나 차이가 난다. 철도 노동자가 하는 일에 비해 많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이 방만 경영의 핵심이고 철도 적자의 원인인양 호도하고 있다. 따라서 KTX 민영화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철도 노동자에 대한 공격을 방어하고, 철도 노동자들이 투쟁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지지하고 연대해야 한다. KTX 민영화를 둘러싼 사회적 투쟁과 외주화와 인력 감축에 반대하는 현장의 투쟁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임기말 정권의 막가파식 행태를 막을 유일한 길은 대중운동을 통해 거대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 뿐이다. 공공운수노조는 6월 화물, 철도 등을 중심으로 전면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KTX 민영화에 반대하는 모두는 공공운수노조의 전면투쟁에 지지, 연대하고 민주노총의 전 조합원이 투쟁에 동참할 수 있도록 민영화의 문제를 알리고 조직해야 한다.
[소책자] 2012년 총대선, 민주노총 정치방침 비판 10문 10답
[%=박스1%] 2012년은 세계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가 심화하고 한반도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권력이 재편되는 격동의 시기다. 그러나 민중운동은 침체와 무기력 속에 이전 집권세력이 주도하는 ‘반한나라당 정권교체’에 종속되며 이념과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 [%=사진1%] 세계 경제의 구조적 위기 심화 2007-09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장기적 원인은 1970년대 이후 자본생산성 및 이윤율의 장기적 하락 추세다. 중기적 원인은 1970년대의 ‘징후적 위기’에 대한 반작용으로 출현한 금융세계화와 이중적자다. 이에 따라 1990년대와 2000년대 자본생산성 및 이윤율이 얼마간 회복되면서 ‘대완화’가 발생하지만, 결국 금융세계화가 야기한 금융혁신과 신용의 증권화가 이번 금융위기의 단기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2007-09년 금융위기는 실물경기의 침체로 파급되면서 성장 및 고용·임금의 후퇴를 낳았다. 금융위기가 은행위기를 거쳐 대불황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취한 통화·재정정책의 결과로 2009-11년에는 세계적인 재정위기가 발생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주변부에서 발발한 재정위기가 중심부로 전염되면서 현재 세계 경제위기의 핵으로 부상하는 중이다. 미국도 적자재정정책과 이를 지지하는 수량완화정책을 통해 위기를 일시적으로 진정시켰지만, 그 후과로 2011년 들어 재정위기 위험이 제기되며 2012년 경기침체 가능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는 임시방편을 통해 일시적으로 진정되다가 다시 악화되는 악순환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국가가 유로존을 이탈하거나 심지어 유로존이 붕괴할 가능성도 더욱 커질 것이다. 세계 교역의 1/4, 생산의 1/5을 차지하는 유럽의 경기침체가 장기화함에 따라 세계 경제의 위축은 불가피하다. 재정위기와 은행위기의 상호작용 속에서 유럽 은행들이 해외 투자자금을 회수할 경우 세계적인 신용경색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 경제는 수출의 10%, 외국인투자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유럽의 위기가 심화·확산될 경우 큰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경우 2011년 실물경기 회복세의 둔화, 특히 장기에 걸친 고용 및 주택시장 부진 속에서 재정건전성의 악화와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으로 경기재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경우 금융연계와 무역연계를 통해 전 세계에 큰 충격이 미칠 것이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미국에 대한 무역의존도와 금융연계가 강한 한국 경제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또 중국도 대내외 위험 요인이 불거지면서 경착륙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저임금 기반 가공무역을 통해 세계 공급사슬에서 최종공급자로 기능하는 한편, 무역흑자로 벌어들인 외화를 다시 국외에 투자하는 최종대부자로 기능하면서 과거 세계 경제위기 시 안전판 역할을 담당했는데, 오히려 현재는 중국이 세계 경제 불확실성의 또 다른 원천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동북아 국제질서의 변화와 한반도 불안정성의 고조 유럽의 위기와 대조적으로 세계 경제의 중심축으로 부상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자신의 헤게모니를 유지·확대하는 것은 경제위기에 처한 미국에게 사활적인 과제다. 미국으로서는 경기침체에 대비하여 금융과 함께 이른바 지식기반경제의 다른 한 축을 구성하는 비즈니스서비스를 중심으로 수출주도 성장을 달성하고, 이를 위해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를 건설하는 것이 필수적 과제로 대두된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 북한의 핵무기 보유 등 역내 안보 불안도 미국의 아시아 재관여의 빌미가 되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 종전 선언과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통해 대외 전략의 무게중심을 유럽이나 중동에서 아시아 태평양으로 옮길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한 상태다. 게다가 올해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와 안보 문제의 동시적 해결을 위해 공세적인 아시아 전략을 펼쳐야 할 국내 정치적 요인도 결부되어 있다. 현재 수출 달러 환류 메커니즘으로 특징지어지는 미중 관계는 서로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물려있기 때문에 갈등이 조정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쌍방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밖에 없어 잠재적인 갈등이 확대되는 형세에 있다. 한국은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전략에 적극 조응하여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화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FTAAP 구상의 시발점으로서 한미 FTA가 비준된 것과 함께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PR)에 따라 주한미군사령부가 한국사령부(KORCOM)로 재편되는 것에서 단적으로 확인된다. 정부는 한미 FTA 비준으로 ‘한미동맹은 정치·안보동맹에 경제동맹이 더해져 다원적·포괄적 동맹으로 진화했다’고 평가한다. 군사 안보라는 ‘평화와 안정의 축’과 경제협력이라는 ‘번영과 발전의 축’이라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한미관계가 운영되고 발전하는 새로운 틀을 갖추게 되었다는 해석이다. 또 한국은 미국의 후원 아래 2012년 3월 서울에서 2차 핵안보정상회의를 주최할 예정인데, 이것이 미국의 북핵 관리 전략에 조응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1년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이라는 돌발 변수가 발생하였다. 일단 대다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순조롭게 집단지도체제로 이행하고, 상당 기간 동안 내부 정치적 안정화에 주력하고, 경제난 해결을 위해 개혁·개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중국이 김정은 후계 체제를 인정한 것도 안정화를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집단지도체제 내부에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미국이 대북 정책을 재검토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므로 북미 관계는 한동안 교착 상태에 머물 것이다. 기본적으로 한미의 북핵 포기 전략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강성대국 원년과 체제 교체를 맞는 북한이 공세적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모순과 이명박 정부의 친재벌-반노동 정책 한국 경제는 1997-98년 경제위기·외환위기 이후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한 상황에서 금융자유화와 구조조정·평가절하와 같은 수출-재벌 주도 세계화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금융자유화와 수출-재벌 주도 성장전략, 그리고 이를 종합하는 FTA 전략은 투자활성화와 수출경쟁력을 위해 노동력을 신축화함으로써 저임금·장시간·고강도 노동의 악순환을 강화한다. 또 무역의존도와 금융개방도를 심화시켜 국민경제를 세계 경제위기의 충격에 대단히 취약하게 만든다. 단적으로, 2007-09년 금융위기 당시 한국의 환율 및 주가 변동폭과 실질임금 삭감률은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명박 정부의 친재벌-반노동 정책은 세계 경제위기의 격랑 속에서 크게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누적되어온 사회저변의 모순을 심화하였다. 첫째, 이명박 정부의 집권 5년(2012년 전망치 포함) 경제성장 실적을 단순 평균하면 3.1%에 불과하다. 이는 자신의 공약이었던 7%는 물론이거니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그토록 비판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실적(각각 5.0%, 4.3%)에도 미달하는 것이다. 둘째, 경제위기 아래 고용도 악화되었다. 잠재실업자와 불완전취업자(부분실업)를 포함하는 확장실업률은 공식실업률의 2-3배에 달하는 8-1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경제위기 하에서 여성·청년, 중소기업·자영업 등 취약계층이 집중적인 타격을 입었다. 셋째, 명목임금인상률에 물가인상률을 반영한 실질임금인상률도 대폭 악화되었다(2007년 3.0%, 2008년 -8.5%, 2009년 -0.1%, 2010년 3.8%, 2011년 -3.5%). 그 결과 노동소득분배율은 2007년 56.7%에서 2010년 52.5%까지 하락했다. 넷째, 조세 감면, 규제 완화, 개발 확대를 통해 건설 및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정부 여당의 발상은 용산 참사와 4대강 개발로 상징되는 거대한 재앙을 낳았다. 부채로 주택 구입을 장려하는 정부의 금융·부동산 정책은 가계부채 급증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렇듯 한국 경제는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의 폐해가 누적된 상황에서 2012년 세계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다시 한 번 심각한 위기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의존도가 높고 금융개방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세계 경기침체와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영향으로 수출이 둔화하고 자본유출입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정부의 경제위기 대책은 중기적으로 재정건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FTA 글로벌 네트워크 구상과 노동신축화 법제화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위기일수록 대외 개방을 적극 추진하고 무역 장벽을 걷어내야 국가간 장벽이 희미해진 글로벌 시대에 새로운 부를 창출할 수 있다’며 한미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을 보다 공세적으로 추진하려 한다. 정부의 노동신축화 정책은 정리해고제와 같은 고용량의 신축화와 파견제·기간제와 같은 고용형태의 신축화를 거쳐, 이제 ‘일자리 나누기’라는 외피를 쓴 시간제를 통해 임금 및 노동시간 신축화로 진화하고 있다. 정치 위기와 총대선 지형 정부 여당은 경제위기로 인한 민심 이반과 각종 실정·부패로 집권 하반기 레임덕에 빠진 상태다. 그 이유는 반민주적·억압적 통치 스타일과 남북관계의 악화라는 여러 요인들도 있겠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명박-한나라당의 ‘747 공약’과 ‘뉴타운 공약’과 같은 장밋빛 경제성장 전망이 부메랑이 되어 스스로에게 치명타를 가했다는 사실을 핵심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한미 FTA 비준안 날치기 통과의 후과와 선거 개입 의혹 등 각종 권력형 비리가 터지며 대대적인 위기에 봉착한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가 전권을 행사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사태 수습에 나섰다. 비대위는 정책적으로는 복지 공약을 보강하면서 중도적 이미지를 강화하고 조직적으로는 외부 인사 영입, 개방형 국민경선제 등의 방안을 도입하여 재창당 수준의 인적 쇄신을 감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확실한 미래권력’을 중심으로 형성된 한나라당의 구심력이 급격히 약해진 반면 당내 친박계를 제외한 여타 계파의 원심력이 확대되고 있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계파 간 이해 갈등을 조정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내부 분열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통합당으로 대표되는 전 집권세력은 위기의 책임을 현 정부 여당에게 전가하는 인민주의적 정치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12월 (‘혁신과 통합’의 후신인) 시민통합당과 한국노총과 통합하여 민주통합당으로 재편하였다. 동시에 진보정당을 포함하는 범야권공조를 통해 한나라당과 1:1 구도를 만들면 총대선 승리가 가능하다는 구상 하에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한국노총의 합류로 민주통합당은 이전에 비해 진보적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들이 제시할 개혁 의제의 폭과 수위는 대단히 협소할 것이다. 조직적 특성으로 보더라도 민주통합당은 정당 외부 전문가들의 참여와 국민경선제 등을 통해 선거승리와 유권자 전반의 동원에 주력하는 포괄정당적, 선거전문가정당적 성격을 띤다. 역사적으로 민주통합당이 무수한 이합집산을 반복했다는 점은 이들의 이념적·조직적 토대가 대단히 부실하고 지지층의 휘발성이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반복, 심화하는 경제위기 속에서 기성 정치세력에 대한 대중의 불신은 현재 반한나라당-비민주당을 상징하는 ‘안철수 돌풍’으로 나타나고 있다. ‘안철수 돌풍’은 정당을 기반으로 삼지 않더라도 대중적 명망과 미디어의 힘을 활용하여 선거 자금과 운동원을 조직할 수 있는 정치적 토양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안철수 돌풍’은 그 실체와 무관하게 한국 정치의 이념적·조직적 취약성을 반영한다. 이런 측면에서 안철수 원장이 ‘정치의 본질은 행정’이라고 언급한 점도 특기할 만하다. 정치 위기의 중요한 증후 중 하나는 사회적 갈등의 대의 과정이자 집단적 운동으로서 정치가 행정이나 치안과 동일시되는 것이다. 일단 안철수 원장이 단호하게 신당 창당설을 부인함에 따라 총선은 현재 구도대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론의 불씨는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그가 직접 총선과 대선에 출마하지는 않더라도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그랬듯이 간접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다. 통합진보당으로 대표되는 민중운동 주류가 총선과 대선에서 원내교섭단체 진출과 연립정부 구성에 몰두할 경우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전면적 타협과 양보는 불가피하다. 계급타협 속에서 이러한 정당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스스로 침식할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이념 및 노선의 우경화와 선거정치의 빌미를 제공한다. 특히 세계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현 정세에서 통합진보당이 만에 하나 연립정부에 참여할 경우, 이는 그로 표상되는 민중운동이 집권세력의 정치적 책임을 공동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특히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한다면 이는 향후 노동자운동의 주류가 미국식 자유주의(민주당)-노동자운동 공조로 재편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경제위기와 정치위기에 대한 민중적 대안의 건설이 점점 더 멀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중운동이 야권 단일화 프레임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정치적·조직적 전망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총대선 국면에서 범야권의 일부로 흡수 통합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민중운동의 대응 이상의 분석을 요약하면서 2012년 민중운동의 투쟁 방향을 도출해보자. 첫째, 2012년 세계경제는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 고조와 유럽의 재정위기 확산, 중국의 경착륙 위험 등으로 대단히 심각한 위기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세계적인 차원에서 반복적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경제위기는 세계화된 금융연계와 신자유주의 정책의 모순이 폭발한 결과로서, 일시적인 순환적 위기가 아니라 장기적인 구조적 위기의 성격을 갖는다. 무역의존도와 금융개방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위기가 심화할 경우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다. 정권 말기 레임덕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여당이 복지 공약을 강화하고 정부가 감세정책을 일부 철회했지만, 재벌주도 성장 및 노동력 관리 기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 결과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은 중기적으로 재정건전화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과 노동신축화 법제를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본은 긴축경영 기조 속에 임금을 억제하고 고용을 축소하면서 노동자에게 위기 비용을 전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중운동은 거시적 수준에서 금융자유화와 노동신축화를 주축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기조를 전면 비판해야 한다. △한미 FTA를 필두로 하는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 비판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을 비롯하여 금융거품과 부실을 양산하는 금융자유화 조치 반대 △국가고용전략 2020 이후 제출되고 있는 각종 노동신축화 법제 반대 △노동기본권을 무력화하는 현행 노조법의 전면 개정 등이 당면 주요 과제다. 둘째, 미국은 경상적자 해소책으로 중국 등 신흥국의 환율유연성 제고와 자국의 서비스산업 수출 주도 정책 전환을 강조하며 한미FTA 이후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수출 달러 환류 메커니즘으로 특징지어지는 미중 관계는 ‘미중 전략 및 경제 대화’(G2)를 통해 이해관계가 조정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잠재적인 정치·경제적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는 최근 미국의 ‘태평양 세기’ 구상에서 드러나듯이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PR)의 수정과 전력 증강으로 귀결되고 있다.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거치며 군사적 긴장 상태가 한층 고조된 한반도에서는 북한 체제의 변화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당분간 조정 국면을 맞겠지만, 기본적으로 한미의 북핵 포기 전략이 유지되고 2012년 강성대국 원년과 체제 교체를 맞는 북한의 공세가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중운동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한미동맹 강화 기조가 동북아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한다는 점을 명확히 폭로하면서 반전평화 운동을 적극 전개해야 한다. △핵안보정상회의 비판 △평택 미군기지, 제주 해군기지를 비롯한 주둔미군 재배치 계획에 대한 비판 △한국의 전력 증강 사업 비판 등이 주요 과제다. 셋째, 고용·임금과 민중생존권을 쟁취하기 위해 총노동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가 제기하는 노동시간 단축 방안은 실상 노동시간을 신축화하여 단시간·저임금·비정규 노동을 양산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이러한 노동시간 단축 방안의 본질을 정확히 비판하면서, 이전부터 금속노조가 주장해온 주간연속2교대제와 야간노동철폐 투쟁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쟁취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그동안 실질임금 하락폭이 컸고 올해 선거라는 정치 일정도 있어서 임금인상 요구 관철이 상대적으로 쉬울 수도 있지만, 교섭력이 취약한 부문은 경제위기 여파가 커질 경우 여전히 실질임금 삭감이 우려된다. 또 경영난을 이유로 물량이나 생산기지를 국외로 이전하려는 기업도 늘어날 것이다. 총연맹 수준에서는 노동자계급 전반의 사정 악화와 함께 내부 격차의 확대를 감안하여 연대임금 정책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산별연맹 수준에서는 산업적 위계의 정점이자 임금협상의 기준이 되는 주요 완성차 대기업 노동조합들이 산별교섭에 동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 3·8 여성의날과 연계한 공공운수노조서울경인지부의 대학비정규직 집단교섭, 공단 차원의 전략조직화와 연계한 금속노조서울남부지회의 집단교섭도 계속해서 발전시켜야 한다. 쌍용자동차·한진중공업 투쟁으로 부상한 정리해고 이슈를 진전시키고 사내하청·특수고용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경제위기에 사각지대로 몰리게 될 민중들의 기초생활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도 중요하다. 복지 정책의 수혜자로서 정책적 요구에 매몰되기보다는 사회적 권리의 주체로서 대중 저항 주체 형성에 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경제위기와 민심이반을 바탕으로 2010년 지방선거와 2011년 상하반기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한 야권은 민중운동의 일부를 포섭하는 정당통합과 선거연합을 통해 다가올 총선·대선에서 반한나라당 공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만성적 경제위기를 배경으로 현직의 실패와 정당의 위기가 반복되고 있는데, 반한나라당-비민주당 무당파를 상징하는 ‘안철수 돌풍’은 한국 정치의 근본적 불안정성을 의미한다. 민중운동의 이념적·조직적 위기를 반영하는 통합진보당의 등장 및 이들의 민주통합당과의 선거 제휴 속에서 민중운동 전반의 주류화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정세는 향후 대중운동을 재건하여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기초를 유실하지 않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요구한다. 민중운동 좌파는 전선의 유실과 진보정당 및 노동조합의 우경화를 저지하고 향후 민중운동의 발전적 재편을 추동하기 위해 상호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 나아가 국제 사회운동의 경제위기 대응에 대해 주의 깊은 관찰과 연대가 필요하다. 국제적 수준에서 보면 2010-11년 유럽 긴축반대 운동, 2011년 상반기 중동 및 북아프리카 민주화 혁명, 2011년 하반기 미국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 등 경제위기에 맞서 투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것이 한동안 추동력을 상실한 대안세계화 운동의 부활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본주의의 체계적 위기에 맞서 국제적 수준에서 민중적 대안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2012년은 세계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가 심화하고 한반도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권력이 재편되는 격동의 시기다. 이 글은 민중운동 계획 수립의 기초로서 정세의 객관적 요소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우선 유럽 재정위기의 심화·확산,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를 중심으로 세계 경제위기의 전개 양상을 전망한다. 그리고 경제위기를 배경으로 하는 미국 대외·통상 전략의 전환과 한미동맹 강화, 북한 체제의 변화를 주축으로 동북아시아의 정치·군사적 균형을 검토한다. 이어서 한국 경제의 구조적 모순에 주목하면서 정부의 정책기조와 경제위기 대응을 비판한다. 아울러 정부 여당의 레임덕 이후 정치 지형을 분석하면서 총선·대선의 구도와 쟁점을 파악한다. 끝으로 민중운동의 대응 방향을 제시한다. 세계 경제의 위기 가능성 증대 2007-09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장기적 원인은 1970년대 이후 자본생산성 및 이윤율의 장기적 하락 추세다. 중기적 원인은 1970년대의 ‘징후적 위기’에 대한 반작용으로 출현한 금융세계화와 이중적자다. 이에 따라 1990년대와 2000년대 자본생산성 및 이윤율이 얼마간 회복되면서 ‘대완화’가 발생하지만, 결국 금융세계화가 야기한 금융혁신과 신용의 증권화가 이번 금융위기의 단기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2007-09년 금융위기는 실물경기의 침체로 파급되면서 성장 및 고용·임금의 후퇴를 낳았다. 금융위기가 은행위기를 거쳐 대불황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취한 통화·재정정책의 결과로 2009-11년에는 세계적인 재정위기가 발생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주변부에서 발발한 재정위기가 중심부로 전염되면서 현재 세계 경제위기의 핵으로 부상하는 중이다. 미국도 적자재정정책과 이를 지지하는 수량완화정책을 통해 위기를 일시적으로 진정시켰지만, 그 후과로 2011년 들어 재정위기 위험이 제기되며 2012년 경기침체 가능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아래에서는 2012년 세계 경제 전망을 위해, 유럽 재정위기의 심화·확산,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을 차례로 검토한다. 유럽 재정위기의 심화·확산 2009-11년 유럽 재정위기는 2007-09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부부채가 누증한 결과다. 그 구조적 요인은 재정동맹 없는 화폐동맹으로서 유럽연합(EU)의 태생적 결함과 유럽중앙은행(ECB)의 신보수주의적 통화정책에 있다. 유럽 통합 과정에서 자본수입과 무역적자가 구조화된 주변국(PIIGS)에서 먼저 재정위기가 가시화됐다. 2010년 5월 그리스, 11월 아일랜드, 2011년 4월 포르투갈이 차례로 EU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긴축재정에 돌입했다. 그러나 EU와 각국 정부의 대응은 역내 불균형과 유로 단일통화 체제에 내재한 모순을 해결하는 원인요법이 아니라 구제금융-긴축재정과 같은 대증요법을 반복하는 것에 불과했다. 2011년 6월에 그리스가 다시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7월에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재정위기 우려가 고조됐다. 이에 따라 7월 유로존 정상들은 유럽금융안정기금(EFSF) 증액 및 역할 확대와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방안에 합의했다. ‘사실상의 디폴트’ 상태에 빠진 그리스 위기가 전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10월에 EU 정상들은 민간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그리스 채무조정, EFSF 레버리지 확대, 은행의 자본 확충 방안 등 ‘질서있는 디폴트’ 방안을 추가로 합의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는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11월 이탈리아의 국채금리가 급등하며 위기가 고조되자 결국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경제안정화법안 통과 직후 사임했다. 차기 총리로 선임된 마리오 몬티는 재무장관을 겸임하면서 강력한 긴축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올해 들어 내내 경제성장률이 제로 수준에 머물렀던 스페인도 11월 들어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한편 기대를 모았던 11월 초 프랑스 깐느 G20 정상회의에서도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방안은 구체화되지 못했다. 남부유럽 국가들에서 시작된 재정위기는 현재 은행체계를 통해 프랑스와 독일 등 중심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재정위기국과 강한 금융 연계를 맺고 있는 유럽 은행들의 위험노출이 커지면서 해당 국가의 신용등급도 덩달아 강등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에 유럽의 재정위기가 중심부로 전이되고 나아가 유로화와 EU 자체의 위기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ECB가 최종대부자 역할을 수행하고 유로본드를 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주요국 간 이견으로 실행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독일은 ECB의 독립성, EU 조약 위배 등을 이유로 ECB의 역할 확대를 반대하는 동시에 재정부담을 이유로 유로본드 도입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프랑스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ECB의 역할 확대를 찬성하는 반면 유로본드 도입은 국가신용등급 하락 우려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12월 초 EU 정상회의에서는 새로운 재정 협약을 도입하고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를 강화하는 방안에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는 일각에서 해석하듯 재정통합의 진전이 아니라 사후적인 재정규율 강화에 불과하다. ECB도 정책금리 인하와 같은 전통적 조치 외에 장기자금공급조작(LTRO) 등 단기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비전통적 조치를 병행 실시했지만, 그러나 또다시 이탈리아 국채금리가 재정위기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7%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상승했다. 향후 유럽 재정위기는 다음과 같은 불안 요인을 안고 있다. 첫째, 역내 3-4위 경제권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경우 2012년 중 대규모 국채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현재 EFSF와 IMF의 가용재원을 고려할 때 이들의 구제금융 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둘째,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 등 이미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국가들도 대대적인 긴축에도 불구하고 채무상환 능력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의 디폴트’ 상태에 있는 그리스는 2011년에 이어 2012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고, 아일랜드도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추가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셋째, 각국의 정치적 사정으로 새로운 재정협약 체결이 지연되거나 안정화 수단의 실효성이 약화될 가능성도 상당하다(2월 그리스 총선, 3월 슬로바키아 총선, 4-5월 프랑스 대선, 독일 헌법소원 제기 가능성 등). 넷째, 이런 상황에서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유로존 국가들의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하고 있다(특히 2012-13년 중 프랑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50%를 상회하는데, 이에 따라 프랑스와 독일의 보증에 크게 의존하는 EFSF의 신용등급도 강등될 가능성이 크다). 다섯째, 유로존 은행들이 2012년 6월까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자본을 본격적으로 회수하면서 신용경색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자금조달 비용을 증가시켜 실물경기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다. 여섯째, 앞으로 발표될 위기 대응책이 미흡할 경우 EU 중심국으로 위기가 전염되면서 매우 심각한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재정통합과 같은 근본적 해법이 제시될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 이상을 종합할 때, 유럽 재정위기는 임시방편을 통해 일시적으로 진정되다가 다시 악화되는 악순환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국가가 유로존을 이탈하거나 심지어 유로존이 붕괴할 가능성도 더욱 커질 것이다. 세계 교역의 1/4, 생산의 1/5을 차지하는 유럽의 경기침체가 장기화함에 따라 세계경제의 위축은 불가피하다. 재정위기와 은행위기의 상호작용 속에서 유럽 은행들이 해외 투자자금을 회수할 경우 세계적인 신용경색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 경제는 수출의 10%, 외국인투자의 30% 가량을 차지하는 유럽의 위기가 심화·확산될 경우 큰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 2007-09년 금융위기에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은행이 파산하고 증시가 붕괴함으로써 경기침체가 대불황으로 심화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구제금융 및 적자재정정책,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수량완화정책을 구사했다. 하지만 정책 당국의 대응은 인수합병과 겸업화, 즉 금융해방 기조를 유지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게다가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사적 금융뿐만 아니라 공적 금융의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증가하고 있다. 즉, 적자재정정책과 수량완화정책의 결과로 정부 부채가 급증하고 연준 대차대조표가 비정상화된 것이다. 국가의 지불능력이 국채의 가격과 화폐의 가치를 결정하므로, 만일 공적 금융의 위기, 즉 재정위기가 발생할 경우 국채의 가격과 화폐의 가치가 폭락하게 된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국채가 5조 달러 가량 증가하여 2011년 초 국민소득 대비 국채 비중이 100%에 근접했다. 급기야 2011년 5월 말에는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가 법정 한도를 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2차 수량완화 정책이 종료된 2011년 6월 미 정부와 연준은 당초의 예상과 달리 출구전략이 아니라 경기둔화를 공식 발표했다. 2011년 상반기 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는 동시에 고용과 주택지표가 장기간에 걸쳐 저점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었다. 재정위기 우려 속에서 미 의회는 연방정부의 ‘기술적 디폴트’ 시한을 며칠 앞둔 7월 말 국채 상한을 2.4조 달러 증액하고, 대신 향후 10년간 재정적자를 2.4조 달러 감축하는 데 합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단순히 국채 상한이 문제가 아니라 재정정책의 지속 불가능성이 핵심 문제이기 때문이었다. 또 재정적자의 대부분을 감축하는 주체가 현 정부가 아니라 차기 정부인 데다가 재정적자를 감축시키기 위해 조세를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재정지출을 감소시킨다는 문제도 있었다. 2011-12년 경제성장률이 각각 3%, 2%, 1%, 0%라고 가정하면 국채 비중은 108%, 111%, 113%, 11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8월 세계 금융시장은 폭락을 경험했다. 그러나 연준은 기대와 달리 3차 수량완화정책을 발표하지는 않고 대신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와 주택담보부증권(MBS)의 원금을 재투자할 것이고 또 대차대조표의 규모와 구성을 적절하게 조정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발표함으로써 3차 수량완화정책을 어느 정도 암시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9월 초 오바마 대통령은 4,470억 달러의 감세와 재정지출로 구성되는 3차 적자재정 정책, 즉 미국일자리법안(AJA)을 제안했다. 하지만 현재 의회의 반대로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2011년 하반기 연준은 2011-13년 성장률 및 실업률 전망치를 상반기 예상에 비해 하향조정한 상태다. 실물경기 회복세가 둔화됨에 따라, 특히 장기에 걸쳐 고용상황의 개선이 미흡하고 주택시장 부진이 지속됨에 따라 2012년 미국경제의 경기침체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도 2011년 말에 발표된 제조업·고용·소비 등 주요 경제지표들이 일시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경기침체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미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 요인들이 다수 존재하여 경기회복의 지속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우선 고용율과 실업률이 다소 호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 실업자 비중이 사상 최고치에 이르는 등 구조적 실업이 심화하고 있다. 이는 소득과 소비 감소로 이어지면서 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 주택경기 역시 다소 호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복 속도가 느려 여전히 침체상태에 있다. 주택가격 하락은 역의 자산효과를 가져와 소비를 위축시키고 건설업 고용 회복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11월 미 의회 슈퍼위원회의 긴축재정안 합의 실패에 이어 향후에도 경기부양책 및 재정건전화 방안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또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확산되는 것도 주요한 경기하방 요인이다. 미국 대형 은행들의 유럽 위기국에 대한 직접 위험노출은 그다지 크지 않지만 간접 위험노출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위기국의 신용 하락 시 전염이 불가피하다. 2012년 경기침체의 징후가 보다 분명해지면 미국 정부의 3차 적자재정정책과 이를 지지하는 연준의 정책수단으로서 3차 수량완화정책이 구사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적자재정정책과 수량완화정책은 실물경제에 대한 효과가 미미하다는 문제가 있다. 경기회복 지연과 재정건전성 악화, 그리고 유럽 재정위기와 부정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경우 금융연계와 무역연계를 통해 전 세계에 큰 충격이 미칠 것이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미국에 대한 무역의존도와 금융연계가 강한 한국 경제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 중국 경제도 2011년 성장세가 다소 둔화된 가운데 내외부 위험 요인들이 불거지면서 경착륙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중국의 최대 수출지역인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와 경기회복세 약화로 수출 증가율이 큰 폭으로 둔화되고 있다. 최근 부동산 가격 둔화, 기업수익성 악화 등으로 기업들의 이자상환 부담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비은행권 대출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은행권의 대출부실이 확산되어 대출축소로 이어질 경우 부동산 시장 추가 하락, 중소기업 자금경색 심화 등 악순환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부동산 가격 하락과 거래부진 등으로 지방정부의 세입이 줄어들면서 상당수의 지방정부가 재정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투자 비중이 과도한 수준에 있어 급격한 투자 축소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비은행권 부실이 폭발하거나 주택시장 거품이 붕괴하거나 투자가 급격히 감소하는 등 잠재적 위험 요인들이 단기간 내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으며 일부 요인들이 불거지더라도 중국 정부가 충분히 대응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밀접하게 연관된 각 요인들이 연쇄적으로 파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중국은 저임금 기반 가공무역을 통해 세계 공급사슬에서 최종공급자로 기능하는 한편, 무역흑자로 벌어들인 외화를 다시 국외에 투자하는 최종대부자로 기능하면서 과거 세계 경제위기 시 안전판 역할을 담당했는데, 오히려 현재는 중국이 세계 경제 불확실성의 또 다른 원천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동북아 국제질서의 변화와 한반도 불안정성의 고조 유럽의 위기와 대조적으로 세계 경제의 중심축으로 부상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자신의 헤게모니를 유지확대하는 것은 경제위기에 처한 미국에 사활적인 과제다. 미국으로서는 경기침체에 대비하여 금융과 함께 이른바 지식기반경제의 다른 한 축을 구성하는 비즈니스서비스를 중심으로 수출주도 성장을 달성하고, 이를 위해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를 건설하는 것이 필수적 과제로 대두된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 북한의 핵무기 보유 등 역내 안보 불안도 미국의 아시아 재관여의 빌미가 되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 종전 선언과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통해 대외 전략의 무게중심을 유럽이나 중동에서 아시아 태평양으로 옮길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한 상태다. 게다가 올해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와 안보 문제의 동시적 해결을 위해 공세적인 아시아 전략을 펼쳐야 할 국내 정치적 요인도 결부되어 있다. 현재 수출 달러 환류 메커니즘으로 특징지어지는 미중 관계는 서로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물려있기 때문에 갈등이 조정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쌍방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밖에 없어 잠재적인 갈등이 확대되는 형세에 있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 미국은 경제위기의 원인이자 효과로서 이중적자의 확대, 즉 재정적자와 함께 무역적자가 누증하는 거시경제적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최대 무역적자 상대국인 중국에 평가절상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의 시각에서 볼 때, 중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현재 위안화는 최소한 20% 평가절하되어 있다. 이로써 중국은 막대한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이 실업을 해외로 수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반대로 달러화는 중국을 비롯한 수출지향국의 통화가 평가절하됨에 따라 10-20% 평가절상되어 있다. 미국은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할 경우 대외부채가 대폭 개선되고 국내에서 다량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에 미국은 2011년 5월 전략 및 경제 대화(G2)를 개최하여 위안화 절상을 요구한 데 이어 10월에는 환율조작국 제재법안을 의회에 상정한 상태다.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국제기구나 자신의 구상에 동의하는 동맹국들의 ‘의지연합’을 활용하여 환율 분쟁 상대국에 대해 보다 강경한 정책을 구사할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미중 관계에서 안보 문제 협력을 이유로 환율 문제와 같은 경제적 이슈에서 국익을 희생해서 안 된다는 주장도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또한 미국은 2011년 10월 한미 FTA 의회 비준을 발판삼아, 11월 연이어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아시아 관여 의지를 적극 드러냈다. APEC에서 일본이 환태평양경제파트너십(TPP) 협상에 참여하기로 함으로써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이 한층 구체화되고 있다. 미국은 ‘폐쇄적 지역주의’, 즉 아시아 역내 국가 간에 체결되는 FTA가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면서 대신 한미 FTA나 TPP처럼 자신이 관여하는 무역투자 협정을 ‘개방적 지역주의’ 전략을 관철하는 교두보로 사고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미국이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흥국 금융서비스 시장을 개척해야 하고, 이를 위해 한미 FTA나 TPP와 같은 ‘21세기 무역협정’이 종국적으로 FTAAP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동시에 이를 통해 안보 측면에서 미국과 아시아를 잇는 제도적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이러한 미국의 대외통상 전략은 곧 한미일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미국은 2009년 ‘신 아시아 정책 구상’에서 ‘아시아와 미국은 태평양에 의해 단절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로 묶여있다’면서, 적극적인 개입 전략을 추진해왔다. 이러한 구상은 최근 미국이 발표한 ‘미국의 태평양 세기’ 구상에서 다시 한 번 분명히 드러난다. 여기서 미국은 ‘대 아시아 수출이 자국 경제의 결정적 활로가 될 수 있으며, 따라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는 것이 중차대한 과제’라고 천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재정감축 방안에 따라 국방예산을 대대적으로 삭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11월 EAS를 통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군 감축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확인했다. 또 미국은 호주에 미군을 장기 배치하기로 함으로써 중국과 남중국해 분쟁을 겪고 있는 필리핀과 베트남에 대한 안보 우산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한미동맹의 강화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전략은 미중 관계(G2)를 강조하면서도 중국과의 잠재적 갈등을 염두에 두고 한미일 동맹(G3)을 강화하는 이중 노선으로 구성된다. 한국은 여기에 적극 조응하여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화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FTAAP 구상의 시발점으로서 한미 FTA가 비준된 것과 함께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PR)에 따라 주한미군사령부가 한국사령부(KORCOM)로 재편되는 것에서 단적으로 확인된다. 정부는 한미 FTA 비준으로 ‘한미동맹은 정치안보동맹에 경제동맹이 더해져 다원적포괄적 동맹으로 진화했다’고 평가한다. 군사 안보에서 ‘평화와 안정의 축’과 경제협력에서 ‘번영과 발전의 축’이라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한미관계가 운영되고 발전하는 새로운 틀을 갖추게 되었다는 해석이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통상 주도권을 둘러싼 각축전과 금융무역 자유화 물결이 몰아치는 가운데 한국은 한미동맹 기조 하에서 ‘글로벌/역내 파트너십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TPP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나라들과 이미 FTA를 체결했거나 아니면 협상 중에 있다. 정부는 ‘한국의 경제 자체가 개방을 지향하여 자유무역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므로, 그런 의미에서 [한중 또는 한중일] FTA든 TPP든 그 어느 한 쪽에 편견을 가지고 있을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한미 FTA가 발효될 경우 그 다음 수순으로 미국이 한국에 TPP 참가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TPP의 기본형으로 기존 싱가포르·뉴질랜드·칠레·브루나이 4개국이 체결한 TPP4가 아니라 한미 FTA를 강조한다는 점은 TPP와 한미 FTA가 미국에 별개로 사고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는 점을 방증한다. 반대로 중국의 경우 기본적으로 ASEAN과의 FTA를 강화하면서 지금보다 더욱 강하게 한중 FTA나 한중일 FTA 체결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TPP에 일본이 참가하는 반면 중국이 불참하는 것을 두고 미국의 중국 견제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사실 중국이 TPP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금융 및 서비스 시장을 대폭 개방해야 하므로, 이는 현재 중국의 경제구조 상 상당한 시일을 요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일본도 향후 추이를 지켜보면서 한일 FTA 체결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PR)에 따라 미군 제7사령부로 편제되는 한국사령부는 동아시아에 주둔하는 미국 육해공군 전체의 작전을 통제하게 되고, 한국사령부가 위치할 평택은 동북아 허브기지로 기능하게 된다. 이러한 역내 미군 재편 계획에 따라 향후 미국은 주둔군 비용분담 요구를 강력히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된 전체 비용 가운데 약 40%가량을 부담하고 있는데, 미국이 조만간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분담비율을 50% 수준으로 높이고 평택기지 이전에 소요되는 자국 부담을 여기서 충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국은 미국의 후원 아래 2012년 3월 서울에서 2차 핵안보정상회의를 주최할 예정인데, 이것이 미국의 북핵 관리 전략에 조응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미국은 2010년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발표하여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북한과 이란에 대한 핵 선제공격 가능성을 개방한 뒤, 북한과 이란을 제외한 47개국 정상과 3개 국제기구 대표가 참여하는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북한 체제의 변화 미국 오마바 정부는 북한 핵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CVID)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포기와 핵위협 청산을 핵 포기 조건으로 제시하며 2009년 이후 공세의 수위를 계속해서 높였다(광명성2호 발사, 6자회담 불참 및 기존합의 파기, 영변핵발전소 불능화 취소 및 원상복구 방침 발표, 2차 핵실험 등). 그러나 미국은 적극적 개입 대신 북한이 핵 폐기에 진정성을 보이거나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선의의 무시’, ‘전략적 인내’ 전술을 구사했다. 이는 북한의 도발에 보상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북한 정권을 약화시켜 자신의 교섭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가정에 의거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속적인 무시와 인내가 북한과의 협상을 중단시켜 도발 수위가 점점 높아지게 되면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는 단계로 불안정성이 고조될 위험도 있었다. 결국 2010년 천안함, 연평도 사태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공개 이후 미국은 대북정책을 다소 수정했다. 2011년 1월 미중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미국은 국내 여론과 북한의 추가적 도발을 관리할 목적으로 대화를 재개했다. 이후 6자회담 참가국 간의 대화가 폭넓게 진행됐지만, 북핵의 근본적 해결을 촉구하는 미국의 입장과 미국과의 핵군축 회담을 상정하는 북한의 기본적인 대립구도는 전혀 변화하지 않았다. 남한은 남북비핵화회담을 개최하여 천안함, 연평도 문제(군사문제)와 6자회담(비핵화문제) 간의 분리 대응을 추진하고 인도주의적 지원 및 남북한 사회문화 교류 재개 의사를 내비쳤지만, 기본적으로 미국이 북한에 제시한 사전 조치에 동의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중단,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복귀, 919 공동성명 이행 의지 확인, 핵과 장거리 미사일 프로그램 중단). 중국은 북핵의 안정적 관리를 기조로 삼으면서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확대함으로써 미국의 대북 제재와 일정한 선을 그어왔다. 따라서 2012년에도 남북관계가 부분적으로 개선되거나 6자회담이 재개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상황 변화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2011년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이라는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일단 대다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순조롭게 집단지도체제로 이행하고, 상당 기간 동안 내부 정치적 안정화에 주력하고, 경제난 해결을 위해 개혁개방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중국이 김정은 후계 체제를 인정한 것도 안정화를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집단지도체제 내부에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미국이 대북 정책을 재검토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므로 북미 관계는 한동안 교착 상태에 머물 것이다. 기본적으로 한미의 북핵 포기 전략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강성대국 원년과 체제 교체를 맞는 북한이 공세적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모순과 이명박 정부의 경제·사회 정책 한국 경제의 구조적 모순 한국 경제는 1997-98년 경제위기·외환위기 이후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한 상황에서 금융자유화와 구조조정·평가절하와 같은 수출-재벌 주도 세계화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1997년 이후 한국 경제가 만성적인 저성장 상태에 머무르는 주요 원인은 생산적 투자의 지표인 자본축적률이 매우 낮은 수준에서 하락·정체된 것에 있다. 이는 이윤율 하락이라는 기본 요인에 더해 △금융자산 위주의 투자행태 △기업 인수합병(M&A) 중심의 투자행태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경영행태 △해외 직접투자와 같은 자본 이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자본축적률의 하락은 구조적 실업을 낳고, 이는 다시 노동의 교섭력을 약화시켜 노동소득분배율을 악화시키고 불안전 노동을 확산한다. 금융자유화에 따라 신흥시장으로 변모한 한국 경제는 초민족자본에 의한 국민경제의 지배와 국부유출, 국내자본의 해외도피와 같은 문제가 일상화되었다.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대부분 단기 차익을 노리는 증권투자로, 성장 유발 효과가 극히 제한적인데 반해 변동성이 커서 경제 전반의 불안정성을 높인다. 외국인 직접투자 기업도 저임금·비정규직 활용에 의존하고 있어 국민경제에 부정적인 효과를 미친다. 한국 경제는 구조조정과 평가절하를 통해 수출경쟁력을 회복하여 막대한 무역흑자를 축적할 수 있었지만 이는 노동력 신축화와 수출-재벌 구조의 강화로 귀결됐다. 수출 주도 성장 전략에 따라 한국 경제의 무역의존도가 급상승하였고 국내 산업구조가 국제적 비교우위를 지닌 산업 위주로 재편되면서 재벌의 지배력도 급상승했다. 그러나 국외 생산의 확대로 기업 내 교역이 증가하고, 또 부품?소재 산업의 기반이 취약하여 기초소재 및 조립가공 제품을 중심으로 수입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수출이 국내에서 부가가치를 유발하는 효과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고환율 정책은 완제품 수출 대기업의 가격경쟁력을 강화하는 반면 원자재와 부품소재를 수입하는 중소기업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킨다. 따라서 수출-재벌의 활황에도 불구하고 국민경제의 소득 및 고용이 호전되지 않는다. 그런데 금융자유화에 따라 초민족자본의 증권투자가 확대되면서 평가절상 압력이 커지기 때문에 평가절하를 통해 재벌의 수출경쟁력을 확보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다른 한편에서 무역흑자나 환율하락(평가절상)이 한국 경제의 생산력·기술력 향상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 제조업은 2000년대 이후 기술경쟁력보다는 주로 가격경쟁력 우위에 기초하여 무역흑자를 시현해 왔으며 금융위기 이후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화되었다. 일례로, 한국은 대중 무역흑자를 대일 무역적자가 상쇄하는 무역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대일 무역적자는 주로 기술경쟁력의 열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첨단 부품·소재 산업에서 일본과의 기술격차가 여전한 반면 중국도 저임금 위주의 가공무역에서 탈피하고 있어, 가격경쟁력 우위에 기초한 한국의 수출경쟁력이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여 역대 정부는 FTA 전략을 추진했다. 무역 및 금융의 자유화를 근간으로 하는 FTA가 한국 경제의 모순과 위기를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한편 수출-재벌 위주의 경제정책이 낳은 폐해를 감안하여 내외수 균형성장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역대 정부들은 제조업의 성장 및 고용 창출력 저하와 대외의존도 심화라는 문제에 직면하여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내외수 균형성장 방안 중 하나로 제시했다. 여기서 서비스산업 선진화란 비즈니스서비스 부문을 특화하는 반면 유통서비스나 개인서비스 부문을 부차화하는 것이다. 그 결과 고숙련 지식기반 부문에 종사하는 극소수의 골드 칼라가 육성되는 것 외에는 고용 창출 효과도 미미하고, 일자리가 창출된다 하더라도 비즈니스서비스에 종속된 저임금·비정규 노동이 주종을 이룰 뿐이다. 심지어 선진화라는 미명 하에 정부는 수익성 있는 공공부문이나 보건의료와 같은 사회서비스를 ‘신성장동력’으로 간주하여 개방과 민영화를 추진한다. 이때 FTA는 서비스시장 개방을 촉진하는 매개로 활용된다. 또한 최근 이명박 정부 동반성장위원회가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전략으로 제기한 이윤공유제는, 물론 노자 간이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이윤을 공유해야 한다는 논지로, 1948년 제헌헌법에서 규정되고 1962년 폐지된 ‘이익균점권’에 미달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대기업의 반발과 정부 부처 내의 이견으로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금융자유화와 수출-재벌 주도 성장전략, 그리고 이를 종합하는 FTA 전략은 투자활성화와 수출경쟁력을 위해 노동력을 신축화함으로써 저임금·장시간·고강도 노동의 악순환을 강화한다. 또 대외 의존을 심화시켜 결과적으로 국민경제를 세계 경제위기의 충격에 대단히 취약하게 만든다. 단적으로, 2007-09년 금융위기 당시 한국의 환율 및 주가 변동폭과 실질임금 삭감율은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명박 정부의 친재벌-반노동 정책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임기 중 만성화된 저성장 문제의 원인을 정치 불안과 반시장·반기업 정서로 꼽으며 △법인세율 인하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기업활동·금융규제 최소화 △노사관계 법 지배 확립 △경영권 보호 장치 강화 등으로 대표되는 친 재벌 정책을 거침없이 추진했다. 또 ‘버블 세븐’ 지역을 비롯한 부동산 소유주의 이해에 적극 부응하는 한편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해서는 ‘뉴타운 개발’과 같은 공급 확대를 통한 해결이라는 논리로 투기 붐을 다시 자극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세계 경제위기의 격랑 속에서 크게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누적되어온 사회저변의 모순을 심화하였다. 첫째, 이명박 정부의 집권 5년(2012년 전망치 포함) 경제성장 실적을 단순 평균하면 3.1%에 불과하다. 이는 자신의 공약이었던 7%는 물론이거니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그토록 비판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실적(각각 5.0%, 4.3%)에도 미달하는 것이다. 둘째, 성장 부진에 따라 고용도 악화되었다. 공식 실업률은 세계적으로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고용률도 크게 낮아져 실업과 비경제활동인구의 중간 영역에 해당하는 잠재실업자군(실망실업자·경계근로자·취업준비자)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잠재실업자와 불완전취업자(부분실업)를 포함하는 확장실업률은 공식실업률의 2-3배에 달하는 8-1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경기변동에 따른 실업자 변동폭은 취업자 변동폭에 비해 현저하게 적게 나타나는데, 이는 일자리 감소시 실직자의 일부만이 공식실업으로 포착되고 다른 일부는 불완전취업 및 잠재실업의 형태로 노동시장에 잠복해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동일한 노동력 상태를 유지하는 비율이 크게 낮아져 경제위기를 전후로 고용불안이 심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경제위기 속에서 취약계층의 고용이 집중적인 타격을 입었는데, 인적으로는 여성과 청년, 일자리별로는 건설업·도소매업·서비스직·단순노무직, 5인 미만 영세소기업, 자영업과 일용직 등에서 취업 감소가 현저했다. 셋째, 명목임금인상률에 물가인상률을 반영한 실질임금인상률도 대폭 악화되었다(2007년 3.0%, 2008년 -8.5%, 2009년 -0.1%, 2010년 3.8%, 2011년 -3.5%). 이명박 정부 임기를 제외하면, 1993년 김영삼 정부 이후 실질임금인상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 IMF 직후인 1998년(-9.3%)이 유일하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현 정부 하에서 임금인상이 얼마나 억제되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 결과 노동소득분배율은 2007년 56.7%에서 2010년 52.5%까지 하락했다. 넷째, 조세 감면, 규제 완화, 개발 확대를 통해 건설 및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정부 여당의 발상은 용산 참사와 4대강 개발로 상징되는 거대한 재앙을 낳았다. 투기 수요를 부추겨 주택 매매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전세난을 야기했으며, 공공임대주택 공급 목표가 반토막난 반면 도시 재개발 과정에서는 서민용 주거가 대량 멸실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부채로 주택 구입을 장려하는 정부의 금융·부동산 정책은 가계부채 급증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가계부채 용도는 주택 구입용 50%, 생계 유지용 30%, 사업자금 마련용 20%다). 다섯째, 이명박 정부는 과거 노무현 정부의 사회정책을 대체로 계승하면서도 ‘공정한 시장 경쟁 논리’와 같은 우파적 교리를 가미했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이후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정됐다. 정부는 경제위기에 대응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소기업을 살리며, 서민경제를 살린다’는 ‘친서민 중도 실용 정책’을 2009년 국정운용 기조로 밝혔다. 이어 중간평가의 성격을 갖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대패하자 집권 후반부를 위한 국정철학으로 ‘공정사회’를 제시하였다. 이어서 2011년에는 ‘공생발전’으로 전환하며 부자감세 정책을 일부 철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민생 악화라는 조건 속에서 이명박 정부의 사회정책은 야권의 민생-복지 프레임에 치명적 약점으로 노출되었다. 급기야 2011년 하반기 총대선 전초전 격으로 치러진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하며 레임덕이 가시화되었다. 정부의 경제위기 대책 이렇듯 한국 경제는 신자유주의 정책개혁의 폐해가 누적된 상황에서 2012년 세계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다시 한 번 심각한 위기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적으로는, 무역의존도가 높고 금융시장 개방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세계 경기침체와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영향으로 수출이 둔화하고 자본유출입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세계 경제위기로 전통적으로 수출을 주도했던 철강·자동차·조선·기계·석유화학·정보통신 등 주력산업 분야에서 수출이 둔화하고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과 내수기업은 물론 상대적으로 좋은 실적을 올렸던 대기업과 수출기업에서도 체감경기가 급랭하고 있다. 조선·철강 업종의 경우 부도·구조조정·감원 가능성이 크고 건설·저축은행 등 취약 업종에서도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 자본시장의 개방도가 높고 유럽·미국으로부터 유입된 자금규모가 커서 이들 국가의 불안이 계속된다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유출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국제유가는 선진국의 수요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신흥국의 수요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중동 산유국의 지정학적 위험으로 공급이 축소되면서 2012년 중에도 2011년에 이어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유가는 물가인상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생산과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1997년 구조적 위기 이후 성장률이 하락하고 저출산·고령화로 성장잠재력마저 축소된 상황에서 지난 금융위기의 충격이 가해지며 장기 성장 추세가 재차 하락했다는 문제가 있다. 그 결과 고용 부진, 실질임금 감소, 가계부채 급증, 부동산 가격 상승 등 노동자 대중의 삶과 직결된 경제지표가 금융위기 이후 현저히 악화되거나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여 최근 정부는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경기가 급격히 둔화될 경우 경기부양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하였다. 선거를 의식한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없을 것이라는 예전의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 상반기 중 예산을 대부분 집행하고 위기가 가시화될 경우 추경 예산을 편성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경제위기 대책은 중기적으로 재정건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FTA 글로벌 네트워크 구상과 노동신축화 법제화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회정책 기조도 ‘일하는 복지와 맞춤형 복지 강화’로 유지되고 있다(참고로, 내년도 복지 증가분 5.6조 원 중 의무지출을 제외한 재량지출 증가 몫은 1조 원인데, 여기서 사실상 복지지출로 보기 어려운 주택 부문 증가분 9천억 원을 제외하면 실제 정부의 예산편성권이 작동하는 재량지출 증가분은 1천억 원에 불과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8년 제1차 금융위기 속에서도 우리나라가 FTA를 더욱 확대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며 “위기일수록 대외 개방을 적극 추진하고 무역 장벽을 걷어내야 국가간 장벽이 희미해진 글로벌 시대에 새로운 부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는 2011년 무역규모 1조 달러 달성 등 대외 부문에서 큰 성과가 있었음을 언급하며, ‘GDP 대비 교역규모가 100%를 상회하고, 성장의 수출 의존도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대외부문이 물가 안정, 성장 견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2년 대외 경제정책에 더욱 역점을 둘 계획이다. 이는 기존의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을 보다 공세적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정부는 2012년 경제상황 악화 및 고용조정 등에 따른 불안요인에 대처하기 위해 ‘일할 기회의 부족’과 ‘일하는 사람들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청년 일할 기회 늘리기’, ‘내일 희망 일터 만들기’, ‘상생의 일자리 가꾸기’를 3대 핵심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고용대책은 실상 노동신축화를 전제한 ‘일자리 나누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 정부의 노동신축화 정책은 정리해고제와 같은 고용량의 신축화와 파견제·기간제와 같은 고용형태의 신축화를 거쳐, 이제 ‘일자리 나누기’라는 외피를 쓴 시간제를 통해 임금 및 노동시간 신축화로 진화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청년실업 해결 방안으로 제시하는 ‘미스매칭 해소’란 대학 구조조정과 생색내기 식 고졸자 취업 확대를 통해 노동력을 평가절하하려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지난 9월 수립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불합리한 차별해소와 공공부문의 정규직화 추진을 명목으로 업무 재편, 직무·성과 연동 임금체계로의 개편, 정규직 고용의 유연화와 임금 불안정성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점철되어 있다. 특히 정부가 여성노동자의 경력단절을 막고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추진한 시간제 노동의 경우 실상 단시간·저임금·비정규 노동을 양산하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일 가정 양립’과 일자리 창출 시간제법안은 애초 노동시간과 임금을 신축화하여 기업이 이를 자유롭게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정치 위기와 총대선 지형 정부 여당은 경제위기로 인한 민심 이반과 각종 실정·부패로 집권 하반기 레임덕에 빠진 상태다. 민주통합당으로 대표되는 전 집권세력은 위기의 책임을 현 정부 여당에게 전가하는 인민주의적 정치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반복, 심화하는 경제위기 속에서 기성 정치세력에 대한 대중의 불신은 현재 반한나라당-비민주당을 상징하는 ‘안철수 돌풍’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권의 레임덕 대선을 1년 앞둔 2011년 12월 현재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20% 대 중반으로 하락하고 한나라당 지지율은 30%대 초반에서 정체되어 있다. 2007년 대선에서 2위와 무려 20% 포인트 차이로 압승을 거두고 2008년 총선에서 여유있게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부 여당이 불과 3-4년만에 위기에 처한 원인은 무엇인가? 반민주적·억압적 통치 스타일과 남북관계의 악화라는 여러 요인들도 있겠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이명박-한나라당의 ‘747 공약’과 ‘뉴타운 공약’과 같은 장밋빛 경제성장 전망이 부메랑이 되어 스스로에게 치명타를 가했다는 사실을 핵심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이명박-한나라당은 노무현 정권의 실정을 ‘무능하고 불안한’ 진보개혁의 실패로 호도하며 ‘민주화’ 담론을 성장이나 안정으로 상징되는 ‘선진화’ 담론으로 교체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임기는 미국발 금융위기와 그에 후속하는 유럽발 재정위기와 정확히 일치했다. 정부 여당은 경제위기를 빌미로 예의 수출-재벌 주도 성장 전략을 더욱 강화하였지만 이는 이전부터 누적되어온 사회저변의 모순과 위기를 심화할 뿐이었다. 세계적으로 보면, 2007년 이후 경제위기를 경험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집권당 또는 다수당의 이념·노선과 무관하게 ‘현직의 실패’가 일반적 현상이 되고 있다. 정치공학적 관점에서 볼 때,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들을 사상하고 선거 주기만 고려한다면, 대선 뒤 1년 이내에 실시되는 ‘신혼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고 차기 대선 전 1년 이내에 실시되는 ‘황혼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로 재편을 단행한 상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한미 FTA 비준안 날치기 통과의 후과와 선거 개입 의혹 등 각종 권력형 비리가 터지며 대대적인 위기에 봉착한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가 전권을 행사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사태 수습에 나섰다. 비대위는 정책적으로는 복지 공약을 보강하면서 중도적 이미지를 강화하고 조직적으로는 외부 인사 영입, 개방형 국민경선제 등의 방안을 도입하여 재창당 수준의 인적 쇄신을 감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확실한 미래권력’을 중심으로 형성된 한나라당의 구심력이 급격히 약해지면서 당내 친박계를 제외한 여타 계파의 원심력이 확대되고 있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계파 간 이해 갈등을 조정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내부 분열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전반적인 여건을 감안할 때 다가올 총선·대선에서 권력 교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2006년 12월 노무현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과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10% 대 초반을 기록한 것과 비교한다면 현 정부 여당의 경우 핵심 지지층의 결속력이 최소한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차기 대권 주자로서 부동의 1위를 달리던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지지도가 2011년 하반기 ‘안철수 돌풍’에 밀려 잠시 주춤하긴 하지만 여전히 다자 구도에서 선두를 달리는 것도 특기할만한 사항이다. 이는 민주통합당이 반정권 야권연대에 의존하는 이유가 된다. 민주통합당의 반정권 공세 민주당은 12월 (‘혁신과 통합’의 후신인) 시민통합당과 한국노총과 통합하여 민주통합당으로 재편하였다. 동시에 진보정당을 포함하는 범야권공조를 통해 한나라당과 1:1 구도를 만들면 총대선 승리가 가능하다는 구상 하에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주요 정책적 조직적 특징을 검토해보자. 민주통합당은 경제민주화 실현(재벌대기업 개혁 등)과 보편적 복지(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반값 등록금, 주거복지, 일자리복지 등),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기본 노선으로 제시했다. 통합 정당 내에 전국노동위원회를 상설기구화하고 ‘당권은 당원에게 있다’는 당원 주권 조항을 삭제한 것도 특기 사항이다. 이러한 노선은 ‘포용적 성장’과 ‘기회의 복지’를 주축으로 하는 ‘뉴민주당 플랜’에 시민통합당과 한국노총의 요구를 절충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복지 공약을 강화하고 민주당이 이전에 비해 진보적 색채를 가미함으로써 이후 복지 논쟁 구도는 누가 더 복지를 잘 공급할 수 있는가라는 전문가주의적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민주당이 의도적으로 노동 의제를 부각시키며 한나라당과 차별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여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제시하는 개혁 의제의 폭과 수위는 대단히 협소할 것이다. 2011년 상반기 민주노총이 민주당과의 공동 입법발의와 한국노총 공조를 염두에 두고 꾸린 ‘노동대책 및 노동관련법 재개정을 위한 야5당-민주노총 회의’에서 민주당은 2009년 12월 이명박 정부가 손댄 부분(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와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만 다시 약간 손질한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민주당에 합류한 한국노총이 최근 ‘파견전임자 임금을 지원받기 위해 현 정부 임기 내에는 노조법 개정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한 투쟁 전선의 교란 요소가 될 것이다. 비정규직이나 최저임금 사안에서 민주당이 제시하는 방안이란 것도 실상은 노동신축화를 전제한 상황에서 일부 부작용과 문제점을 보완하는 ‘신축적 안전성’이라고 봐야 한다. 그럼 민주통합당의 출범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역사적으로 볼 때, 민주당의 조직적 특성은 정당 밖 운동조직의 지지와 인적 구성에 의존하는 ‘수평적 조직화’로 특징지어진다. (1987년 창당한 평화민주당에 그 기원을 두는 이들은, 이후 신민당, 새정치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으로 변모하며 14대(1992년), 15대(1996년), 16대(2000년) 총선에서 외부 인사를 각각 63%, 47%, 50% 공천하였다. 17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의 외부 영입 공천 비율은 35%에 불과한 반면 열린우리당은 68%에 달했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관계·학계·법조계 등 전문가집단이었다.) 외부 인사 공천은 정당의 정체성보다는 당선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후보들의 개별적 인지도나 지지도에 크게 의존하는 것이다. 정당 외부 전문가들의 참여와 국민경선제 등을 통해 선거승리와 유권자 전반의 동원에 주력하는 민주당은 포괄정당(catch-all party)의 성격을 강하게 띠었다. 또한 인터넷 등의 매체 발달과 더불어 선거과정의 기술적 발전이 촉진되면서 민주당은 선거전문가정당으로 재빨리 변모하였다. 일반적으로 선거전문가정당은 당원 중심의 수직적 연계가 약화되는 대신 광범위한 유권자의 여론에 호소한다. 정당 내부의 지도력보다는 개인적 지도력과 대중적 대표성이 강조된다. 재원조달 방안도 당비보다는 이익집단이나 국가보조금 같은 공공자금에 의한 재정확보가 중요시된다. 이념보다는 개별 이슈나 정치인 개인의 리더십에 강조점이 놓이고, 조직 내에서도 직업적 전문가들과 이익집단 대표들이 중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에는 정치 토크 콘서트와 인터넷 라디오방송, SNS 등 다양한 신기술과 매체를 통해 대중들과 직접 소통하는 경향이 강조된다. 그러나 이러한 선거전문가정당으로의 변모는 선거승리에도 유리하지만 선거패배에도 취약하다. 2007년 대선 및 2008년 총선을 각각 1년, 1년 반 앞둔 시점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지지도는 공히 10%대 초반으로 추락했다. 일반적으로 현역 의원을 소속 정당에 잔류하게 할 유인은 정당이 갖는 자원, 즉 정당의 고정 지지층과 선거 시기 정당의 인적·물적 지원이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은 집권당의 이미지를 탈각시키기 위해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한편 집단으로 탈당하여 중앙당의 지원과 국고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적실정당’(원내교섭단체)을 결성하였다. 그 결과 2007년 열린우리당은 이념·노선의 전환 없이 단순한 조직 전환만 빈번해지는 무수한 이합집산을 반복해야 했다. 이상은 민주통합당의 이념적·조직적 토대가 대단히 부실하고 지지층의 휘발성이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치 위기와 안철수 돌풍 민주통합당으로 결집한 이전 집권세력들은 ‘이념·노선·정파를 초월하여 한나라당이라는 공통의 적을 상대로 싸워 승리한다면 민생과 민주주의가 발전할 것’이라는 식의 전형적인 인민주의적 정치행태를 보이고 있다. 정부 여당의 거듭되는 실정으로 인한 반사 효과와 통합 효과로 인해 민주통합당은 창당 직후 여론조사에서 기존 민주당에 비해 약 10% 포인트 지지율이 상승하며 한나라당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이들은 2010년 이후 그 위력이 거듭 확인된 야권 단일화 선거기법을 발전시켜 정계개편과 정권교체의 동력으로 삼으려고 한다.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30%) 외에 당원과 일반 시민의 모바일/인터넷 투표(70%)를 반영하고, 총선 공천도 완전 개방형 국민경선제로 실시할 예정이다. 한편 전통적인 한나라당 강세지역이지만 최근 지역경기 부진으로 여론이 악화된 부산·경남에서 주요 친노인사들이 대거 출마할 예정이다. 이들은 부상·경남 지역 총선 승리를 통해 전국정당화와 과반의석 확보라는 목표를 달성하면서 차기 대권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러한 구상이 실패할 경우, ‘안철수 카드’가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현재 양대 정당의 본격적인 선거 체제로의 개편에도 불구하고 반한나라당 비민주당 무당파를 상징하는 ‘안철수 돌풍’이 여론을 좌우하고 있다. 현재 안철수 원장을 지지하는 집단은 이른바 2040 세대로서, 이들은 냉전의 유산과 지역주의로부터 정치적으로 자유롭지만 취업난·가계부채·교육비 부담 등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세대다. 그런데 ‘안철수 돌풍’은 정당을 기반으로 삼지 않더라도 대중적 명망과 미디어의 힘을 활용하여 선거 자금과 운동원을 조직할 수 있는 정치적 토양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안철수 돌풍’은 그 실체와 무관하게 한국 정치의 이념적·조직적 취약성을 반영한다. 이런 측면에서 안철수 원장이 ‘정치의 본질은 행정’이라고 언급한 점도 특기할 만하다. 정치 위기의 중요한 증후 중 하나는 사회적 갈등의 대의 과정이자 집단적 운동으로서 정치가 행정이나 치안과 동일시되는 것이다. 일단 안철수 원장이 단호하게 신당 창당설을 부인함에 따라 총선은 현재 구도대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신당론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철수 신당이 등장할 경우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지지세의 절반 이상을 잠식한다는 결과가 있다. 또 안철수 돌풍은 위력적인데 반해 기존 지배 정당의 리더십은 대단히 취약해서 과거 3김 ‘보스정치’ 시대와 달리 안철수 원장을 영입할 장악력이 없다는 문제도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정치권 엘리트들도 안철수 돌풍에 편승하려는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그가 직접 총선과 대선에 출마하지는 않더라도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그랬듯이 간접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다. 민중운동과 총대선 통합진보당은 2012년 총선대선 국면을 겨냥한 단기적 구상과 이해관계에 따른 정치공학의 산물이다.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모토로 창당한 민주노동당과 ‘노무현의 삶과 참여정부 계승’을 목표로 창당한 국민참여당, ‘비국민참여당 진보대통합’을 주장하다 끝내 진보신당을 탈당한 새진보통합연대가 이념과 역사의 차이를 무시하고 통합에 합의하였다. 2011년 진행된 진보정당 통합 논의는 군소정당으로서 진보정당의 생존이라는 목적에서 제기된 측면이 컸기 때문에 대중운동을 혁신·재건하기 위한 이념·노선·전략에 대한 논의가 부차화되었다. 특히 민주노동당 당권파와 민주노총 주류세력의 경우, 반한나라당 선거연합을 통해 총선에서 진보정당의 ‘원내교섭단체 진출’, 대선에서 ‘진보적 정권교체’와 ‘연립정부 참여’를 목표로 설정하면서 이념·노선을 대폭 우경화하였다. 통합진보당은 5대 비전으로 △나라의 주권 확립 △복지국가 건설 △한반도 평화와 통일 지향 △녹색생태 사회 건설 △한국정치 개혁 등 대단히 절충적이고 모호한 내용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노동당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통해 원내교섭단체로 발돋움한 뒤 보수-개혁-진보의 3정립 구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통합진보당 창당 직후 지지도가 두 자릿수로 상승했다가 민주통합당 창당 이후 다시 과거 민주노동당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신생정당으로서 당의 홍보 부족과 민주통합당 통합 효과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여 총선 선거연합에서 협상력을 제고한다는 애초의 구상에 적신호가 켜진 것도 분명하다. 통합진보당이 이념·노선을 대폭 우경화하고 민주통합당이 진보적 이미지를 강화하면서 양당의 차별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 상황에서, 중도좌파 성향의 지지층이 당선 가능한 정당을 지지할 경우 통합진보당은 상당한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노총도 당의 대중적 토대를 확장하는데 기여함으로써 수권정당으로서 당의 위상을 제고하고 그 힘에 기초하여 노동조합 관련 법제도를 개선하자는 구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우선 민주노총 주류가 구 민주노동당의 당론에 보조를 맞추기 때문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민주노조 운동 전반의 무기력을 반영하는 것이다. 최근 확정된 민주노총 총선방침은 노동 의제 전면화를 위해 과반의석 확보를 제시하고 있다. 현실에서 이는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전제할 수밖에 없는데, 선거연합이라는 정치적 수단이 민주노총의 투쟁 목표를 희석 또는 변질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단기 성과와 실리에 매몰된 선거방침이 노동자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위해 민주노동당을 창당하고 이를 배타적으로 지지해온 정치방침을 역으로 규정하여, 일순간 신자유주의 세력에 대한 직간접적 지지를 정당화하는 역설로 귀결되고 있다. 하지만 야권연대를 통해 민주노총이 설정한 핵심 의제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지극히 불투명하다. 통합진보당으로 대표되는 민중운동 주류가 총선과 대선에서 원내교섭단체 진출과 연립정부 구성에 몰두할 경우 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전면적 타협과 양보는 불가피하다. 계급타협 속에서 이러한 정당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스스로 침식할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이념 및 노선의 우경화와 선거정치의 빌미를 제공한다. 특히 세계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현 정세에서 통합진보당이 만에 하나 연립정부에 참여할 경우, 이는 그로 표상되는 민중운동이 집권세력의 정치적 책임을 공동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특히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한다면 이는 향후 노동자운동의 주류가 미국식 자유주의(당)-노동자운동 공조로 재편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경제위기와 정치위기에 대한 민중적 대안의 건설이 점점 더 멀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중운동이 야권 단일화 프레임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정치적·조직적 전망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총대선 국면에서 범야권의 일부로 흡수 통합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민중운동의 대응 이상의 분석을 요약하면서 2012년 민중운동의 투쟁 방향을 도출해보자. 첫째, 2012년 세계경제는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 고조와 유럽의 재정위기 확산, 중국의 경착륙 위험 등으로 대단히 심각한 위기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세계적인 차원에서 반복적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경제위기는 세계화된 금융연계와 신자유주의 정책의 모순이 폭발한 결과로서, 일시적인 순환적 위기가 아니라 장기적인 구조적 위기의 성격을 갖는다. 무역의존도와 금융개방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세계 경제위기가 심화할 경우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다. 정권 말기 레임덕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여당이 복지 공약을 강화하고 정부가 감세정책을 일부 철회했지만, 재벌주도 성장 및 노동력 관리 기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 결과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은 중기적으로 재정건전화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과 노동신축화 법제를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본은 긴축경영 기조 속에 임금을 억제하고 고용을 축소하면서 노동자에게 위기 비용을 전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중운동은 거시적 수준에서 금융자유화와 노동신축화를 주축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기조를 전면 비판해야 한다. △한미 FTA를 필두로 하는 FTA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 비판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을 비롯하여 금융거품과 부실을 양산하는 금융자유화 조치 반대 △국가고용전략 2020 이후 제출되고 있는 각종 노동신축화 법제 반대 △노동기본권을 무력화하는 현행 노조법의 전면 개정 등이 당면 주요 과제다. 둘째, 미국은 경상적자 해소책으로 중국 등 신흥국의 환율유연성 제고와 자국의 서비스산업 수출 주도 정책 전환을 강조하며 한미 FTA 이후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수출 달러 환류 메커니즘으로 특징지어지는 미중 관계는 ‘미중 전략 및 경제 대화’(G2)를 통해 이해관계가 조정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잠재적인 정치·경제적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는 최근 미국의 ‘태평양 세기’ 구상에서 드러나듯이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해외주둔미군재배치계획(GPR)의 수정과 전력 증강으로 귀결되고 있다.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거치며 군사적 긴장 상태가 한층 고조된 한반도에서는 북한 체제의 변화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당분간 조정 국면을 맞겠지만, 기본적으로 한미의 북핵 포기 전략이 유지되고 2012년 강성대국 원년과 체제 교체를 맞는 북한의 공세가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중운동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한미동맹 강화 기조가 동북아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한다는 점을 명확히 폭로하면서 반전평화 운동을 적극 전개해야 한다. △핵안보정상회의 비판 △평택 미군기지, 제주 해군기지를 비롯한 주둔미군 재배치 계획에 대한 비판 △한국의 전력 증강 사업 비판 등이 주요 과제다. 셋째, 고용·임금과 민중생존권을 쟁취하기 위해 총노동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가 제기하는 노동시간 단축 방안은 실상 노동시간을 신축화하여 단시간·저임금·비정규 노동을 양산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이러한 노동시간 단축 방안의 본질을 정확히 비판하면서, 이전부터 금속노조가 주장해온 주간연속2교대제와 야간노동철폐 투쟁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쟁취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그동안 실질임금 하락폭이 컸고 올해 선거라는 정치 일정도 있어서 임금인상 요구 관철이 상대적으로 쉬울 수도 있지만, 교섭력이 취약한 부문은 경제위기 여파가 커질 경우 여전히 실질임금 삭감이 우려된다. 또 경영난을 이유로 물량이나 생산기지를 국외로 이전하려는 기업도 늘어날 것이다. 총연맹 수준에서는 노동자계급 전반의 사정 악화와 함께 내부 격차의 확대를 감안하여 연대임금 정책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산별연맹 수준에서는 산업적 위계의 정점이자 임금협상의 기준이 되는 주요 완성차 대기업 노동조합들이 산별교섭에 동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 38 여성의날과 연계한 공공운수노조서울경인지부의 대학비정규직 집단교섭, 공단 차원의 전략조직화와 연계한 금속노조서울남부지회의 집단교섭도 계속해서 발전시켜야 한다. 쌍용자동차·한진중공업 투쟁으로 부상한 정리해고 이슈를 진전시키고 사내하청·특수고용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경제위기에 사각지대로 몰리게 될 민중들의 기초생활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도 중요하다. 복지 정책의 수혜자로서 정책적 요구에 매몰되기보다는 사회적 권리의 주체로서 대중 저항 주체 형성에 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경제위기와 민심이반을 바탕으로 2010년 지방선거와 2011년 상하반기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한 야권은 민중운동의 일부를 포섭하는 정당통합과 선거연합을 통해 다가올 총선대선에서 반한나라당 공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만성적 경제위기를 배경으로 현직의 실패와 정당의 위기가 반복되고 있는데, 반한나라당-비민주당 무당파를 상징하는 ‘안철수 돌풍’은 한국 정치의 근본적 불안정성을 의미한다. 민중운동의 이념적·조직적 위기를 반영하는 통합진보당의 등장 및 이들의 민주통합당과의 선거 제휴 속에서 민중운동 전반의 주류화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정세는 향후 대중운동을 재건하여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기초를 유실하지 않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요구한다. 민중운동 좌파는 전선의 유실과 진보정당 및 노동조합의 우경화를 저지하고 향후 민중운동의 발전적 재편을 추동하기 위해 상호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 나아가 국제 사회운동의 경제위기 대응에 대해 주의 깊은 관찰과 연대가 필요하다. 국제적 수준에서 보면 2010-11년 유럽 긴축반대 운동, 2011년 상반기 중동 및 북아프리카 민주화 혁명, 2011년 하반기 미국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 등 경제위기에 맞서 투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것이 한동안 추동력을 상실한 대안세계화 운동의 부활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본주의의 체계적 위기에 맞서 국제적 수준에서 민중적 대안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