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guard Party Fails the Test of Trust: The Socialist Workers Party and the World Social Forum 2003 Peter Waterman <전위당은 신뢰를 얻는데 실패했다: 사회주의노동자당(SWP)와 2003년 세계 사회포럼>이라는 제목으로 피터 워터만이 2003년 2월에 작성하고, 2003년 5월에 후기를 덧붙인 아주 짧은 글입니다. 피터 워터만의 메일링리스트를 통해서 받은 자료입니다. 세계사회포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영국의 사회주의노동자당(Socialist Workers Party)이 사회운동과 해방을 다시 창안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오히려 19-20세기 운동의 진부한 판형을 보존하거나 반복하는데 힘을 쏟 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네요. 그러면서 (전위)당에 대한 통념과 혁명 에 대한 통념을 바꾸어야 하며, 세계사회포럼이 그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짧은 글이지만 내용을 소개해 보면요.... 그는 (사회주의노동자당과 같은) 레닌주의 정당이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 와 투쟁 능력에 있어서 '특권적 능력'을 갖고 있다는 통념을 활용하여 스 스로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합니다. 그리고 SWP가 주도하여 만든 전선조직(front organization)인 <저항의 세계화>(Globalise Resistance) 를 언급하면서, '전선 조직'은 당의 지배를 전제로 한 것이라고 설명합니 다. 전선 조직은 자율성을 갖춘 조직인 것처럼 외양을 갖추려 하지만, 정 당의 구성원이 아닌 지도자나 협조자는 '동반자'가 아니라 암묵적으로 통 제를 받는 '활용 도구'로 이해된다는 것이지요. 그는 또한 SWP가 여성운동 또는 페미니즘에 아무런 언급도 없다는 점을 비 판합니다. 그는 SWP가 세계사회포럼에 개입했던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합니 다. 그들이 세계사회포럼 진행과정에서 제기한 주된 의제는 두가지입니 다. 하나는 영국에서 반세계화 운동의 발전을 비판하면서, 현재 직면하고 있는 광범위한 이슈로 분산하기보다는 즉각적인 전쟁위협에 집중할 것을 촉구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사회변혁을 위해 필수적인 광범위 한 이슈를 완수할 수 있는 고유한 능력은 정당만이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 하는 방식입니다. 워터만은 SWP가 문제를 제기하는 교묘한 방식을 뜻어보 면, '운동들의 운동'(movement of movemets, 세계사회포럼을 지칭하는 표 현 중 하나입니다)을 일련의 단일-이슈 운동으로 개조하고, 단일-이슈 운 동에서 자신의 헤게모니를 확보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그는 SWP와 다른 트로츠키 그룹 특히 어네스트 만델 전통과 비교합니다. 만델 전통의 사람들은 당, 이데올로기,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 없이도 급 진적이며 민주적인 운동이 형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는 인정한다 는 것입니다. (물론 그들이 새로운 운동의 지도자나 해석가가 되는 한에 서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네요. 워터만이 지목한 인물은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는 아기통, 뢰비, 뚜상 같은 사람들입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당에 대한 통념이 바뀌는 것과 혁명에 대한 통념도 바뀌는 것은 불가분의 관계인 듯합니다. 그는 기존의 봉기적 행동이나 순 간을 의미하는 혁명에 관한 통념은 사실 대중의 '강함'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약함'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말합니다. 그러한 통념은 세계 를 즉각적이고 총체적으로 뒤집어엎으며, 해방이 한 순간에 찾아온다는 생 각을 반영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인민들이 공통의 것(commons)을 통제하 고 요구하고 확대하며, 시장에 대항하여 연대를 추구하며, 문명을 발전시 키고, 평화를 강화하는 일상에서의 복합적인 혁명이라는 관념이 적합하다 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세계사회포럼의 언어라고 주장합니 다. <끝>
: '플랜 콜롬비아'의 지정학(地政學) : 2001.4 : : 제임스 페트라스 : : 번역: 임필수(정책기획부장, 한반도위원회) : : 들어가며 : 플랜 콜럼비아와 급진 삼국(Radical Triangle) : 워싱턴에 대한 도전의 지리학 : 신비감의 유지 : 공허한 말과 구체적 현실 : 워싱턴의 멀티트랙 정책 : 미국의 군사적 개입의 단계적 확대의 결과 : 워싱턴의 진단: 약점들과 사실들 : "잘못된 분석"의 결과와 전망 : 결론: 미국으로의 역류
부시 행정부는 5월 20일 '미사일방어체제(MD)에 대한 국가정책'을 발표했 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워싱턴타임즈의 빌 거츠 기자가 원문을 입수해 미 국과학자협회(FAS)를 통해 공개했는데, 공식적으로 발표된 문서에는 삭제 되어 있는 몇몇 민감한 구절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중에는 MD체제의 구축의 명분으로 유일하게 '북한'을 언급하고 있는 부 분도 있습니다. 한미정상회담 이후 한국에서의 MD체제의 구축에 대한 논의 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과도 맞물리는 부분일 것입니다. 관련해서, FAS에서 공개한 원문과 이에 대한 정욱식씨의 입장글을 첨부하 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원문 중 굵은 글씨로 되어 있는 부분이 실제 발표에서는 삭제된 부분입니다.
한-미 정상이 구상하는 한-미동맹의 미래 5월 15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를 비롯하여 한미동맹의 새로운 방향 설정이 이루어졌다. 정상회담 직후 발표된 공동성명은 "양국 군을 변혁시키고 새로운 위협에 대한 대처 능력을 제고함으로써 한·미 동맹을 현대화"하는 커다란 방향아래 "주한미군을 주요 축을 중심으로 통합"하고 "한반도 방위에서 한국군의 역할을 계속 증대"할 것을 천명했다. 한편, 논란이 되었던 미2사단의 한강 이남으로의 배치는 일단 한국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기로 결정되었고, 용산 기지의 경우 조속한 시일 내에 재배치하기로 합의하였다. 노무현 정부는 미 2사단의 후방배치를 유보한 것이 이번 정상회담의 커다란 성과라고 주장한다. 미 2사단이 후방배치 될 수 있다는 미국의 입장은 지난 2월 노무현 대통령 특사의 방미 과정에서 처음 공식적으로 언급되었다. 이는 지난 4월 열린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협의에서 본격적으로 양국 간의 의제로 다루어졌다. 이 문제가 공식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하자 청와대, 정부, 국회 곳곳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미 2사단의 후방배치로 인한 전력의 손실과 '인계철선((trip-wire)'의 상실은 대북 억지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 반대의 주된 근거였다. 더구나 작년 남한의 촛불시위에 대응하여 미국 정치권 일각이 주장하였던 '주한미군 철수론'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확산되었다. 이런 풍경은 그리 낯선 것이 아니다. 해방 이후 주한미군의 철수, 감축은 그동안 5차례 있었다. 이러한 주한미군 재편 계획은 모두 미국의 국가전략의 변화에 따른 것이었고 그 때마다 한국 쪽은 북한의 위협을 부각시키거나 '인계철선'의 유지 등을 언급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주한미군이 없는 한반도'는 남한에서는 바로 북한의 남침과 멸망을 의미하는 것처럼 여겨졌고, 이에 따라 감축 혹은 재배치의 이야기만 나와도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미국은 언제나 변화된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해 왔지만 남한은 언제나 '주한미군' 하나 만을 부여잡고 그렇게 버텨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미2사단을 붙잡아 두기 위해서 한국 정부가 치러야 했던 대가는 합당한 것인가? 미2사단의 후방배치를 유보시킨 것을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로 볼 수 있는가? 나아가 정상회담을 통해 확인된 한-미 동맹의 새로운 미래는 한반도 민중의 미래일 수 있는가?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의 재편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미국의 새로운 동북아시아 군사전략 구상과 이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입장을 구체적으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덧붙여 북한의 핵문제와 촛불시위,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 등이 결합되며 형성된 지난 몇 달 동안의 정세와 이 속에서 미국의 주한미군 재배치라는 카드가 어떤 효과를 낳았는가를 검토해야 한다.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군사전략의 변화와 군사혁신 최근 미국은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전반에 대한 재배치를 계획, 실행하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올해 10월까지 전 세계 미군의 재배치 계획이 완성될 것이며, 주한미군 역시 실질적으로 감축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미 행정부가 추진하는 해외 주둔 미군의 재배치는, 미국의 군사·안보 전략의 변화라는 맥락과 이에 조응하는 미군의 군사혁신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주한미군의 경우 동아시아 및 한반도라는 특수한 지정학적 맥락과 이에 따른 구체적인 미국의 전략, 그리고 주한미군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미군의 군사체계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1) 미국의 새로운 안보·군사 전략 9·11테러를 거치며 분명하게 드러난 부시 행정부의 새로운 군사·안보 전략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촉진하고 이 과정에서 분출되고 있는 새로운 비대칭적 위협으로부터 미국의 안보와 이익을 보호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냉전시대의 보복적 핵 무력에만 의존하는 전략태세로는 21세기의 잠재적 위협에 대응하는데 적절치 못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 앞으로 미국의 군사력은 어떠한 무력공세도 저지할 수 있는 일정 범위의 핵/비핵 옵션을 갖출 것이다, 그리고 불특정 대상으로부터의 불특정 수단에 의한 비대칭적 위협이 증가한 현 상황에서, 기존의 소극적 억지를 넘어 사전에 위협을 제거한다는 적극적 반확산 전략 및 '선제공격 독트린'을 천명하게 된다. 이것이 미국이 현재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각국의 분쟁에 개입하고 있는 전략적 배경이다. 이러한 전략에 조응하여 미군의 군사전략과 체계에 대한 재편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냉전 시절 미국은 옛 소련과 그들의 동맹국을 상대하기 위해, 유럽과 동북아시아를 중무장하고 강력한 화력을 가진 많은 병력을 주둔시키는 한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핵무기로 대표되는 삼중점(Triad) 시스템을 통해 상대방의 군사적 위협을 억지하여 왔다. 그런데 비대칭적 위협은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장소에서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이루어지므로 중무장한 무거운 병력은 이런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따라서 새로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체계 역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게 되는데, 이는 90년대 이후 추진되어 온 군사분야혁명(RMA: 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의 흐름과 맞물리며 구체화되고 있다. 2) 군사분야혁명(RMA: 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과 럼스펠드 독트린 소위 군사분야혁명(RMA: 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으로 불려지는, 첨단 과학기술에 기반한 광범위한 군사구조 개혁은 향후 미국의 세계전략의 군사기술적 토대를 이루고 있다. 현재 미국의 RMA 인식의 확산을 주도하면서 부시 행정부의 세계전략 수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앤드류 마샬(Andrew Marshall)은 제2의 마샬 플랜으로도 불리는 미 전력구조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의 미래전략은 기본적으로 가까운 장래에 미국이 현재 세계 각지에 보유하고 있는 전진배치 기지에 대한 접근이 제약될 것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또한 비대칭적 위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현재의 항공모함과 중보병 위주의 전력구조에서 원거리 함선과 잠수함, 그리고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와 정밀병기가 더욱 중요해지리라고 본다. 이에 따라 정보수집, 감시 및 정찰, 고도의 지휘, 통제, 통신, 컴퓨터 및 정보처리(C4I) 원거리에서 빠르고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정밀유도무기가 이후 미군의 군사력 혁신의 핵심 분야로 제시되고 있다. 즉 뛰어난 정보수집 및 정찰능력으로 적의 움직임을 사전에 정확히 파악하고, 첨단 통신, 컴퓨터, 정보처리 기술을 이용해 파악된 정보를 신속하게 분석한 뒤 거의 동시에 정밀유도무기로 먼 거리에서 공격(특히 지휘부 및 통신시설)하는 것이다. 이는 최근 이라크 침략전쟁의 과정에서 '럼스펠드 독트린'으로 현실화되었다. 럼스펠드 독트린은 가벼운 군사장비로 과거보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 정밀타격으로 속전속결 전투를 벌이는 군사전략을 말한다. 이는 병력의 기동성을 병력의 규모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다. 특히 이번 전쟁은 불과(?) 25만의 미군으로 개전 26일만에 지역적 강국 이라크를 점령하는데 성공함으로써 미 국방장관 럼스펠드가 제창한 '속전속결론'을 보란듯이 입증하였다. 군대의 경량화·유연화·첨단화로 대표되는 럼스펠드의 구상은 적은 병력과 첨단 무기·특수부대로 미군의 큰 피해 없이 동시에 몇 개의 세력을 손볼 수 있다는 사고에 뿌리를 두고 있다. 군 내부의 일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럼스펠드는 자신의 구상을 관철시켰는데, 이러한 신군사전략의 승리는 이후 미군 전체의 재편에서 '럼스펠드 독트린'이 더욱 힘을 가지도록 만들고 있다. 3) 미국의 신 전략과 동아시아, 한·미동맹에 대한 새로운 구상 부시 행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미 주력 군사력 배치의 중심을 유럽에서 동아시아로 옮기는 동시에 동북아 중심의 전력배치 구조를 동남아로 확대할 것을 주장해왔다. 그 근거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신흥시장으로서 미국경제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아시아는 대규모 군사적 경쟁과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이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적 우위에 도전할 세력, 즉 중국의 부상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중동과 아시아 지역에서는 다양한 수준의 군비경쟁이 진행되고 있고, 일부 국가는 전복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 내 미군 기지 및 기반 시설에 대한 접근도가 다른 주요 지역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하고, 이 지역에 대한 접근성 제고, 기반시설 확보, 원거리 작전을 지속할 수 있는 역내 시스템 우선적인 개발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며 동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하는 '우발적' 사태에 대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기동성과 신축성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춘 전략을 모색해왔다. 이러한 새로운 안보·군사전략의 변화와 군사전략과 체계의 재편은 한·미 동맹 및 주한미군, 한국군과 한·미 연합군 전력의 변화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은 중장기적으로 한·미 동맹을 동아시아 지역의 지역동맹으로 확대하고 미국의 새로운 안보·군사전략의 목표에 입각한 새로운 비전과 목표로 현대화하는 한편, 주한미군의 역할은 동아시아로 확장하되 한국군이 한반도 안보에서의 역할을 증대시키고, 전반적인 군사체계도 새로운 군사전략에 따른 보다 효율적인 체제로 개편하는 방향을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동남아시아로의 남진은 기존의 동북아에서의 한-미-일 3각 동맹의 공고화와 이 지역에서의 안정성의 확보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핵-미사일 등 북한의 위협이 제거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미국은 자신의 동아시아 군사력의 재조정을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라도 북한과의 협상에서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동북아시아의 동맹관계나 군사체계의 급격한 재편은 북한의 불안정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 이후로 미루어져 왔다. 주한미군 재배치를 통한 한반도 전력 강화와 대북 압박 그런데, 올해 2월 럼스펠드 국방부 장관은 '미 2사단의 후방배치'와 '용산기지의 이전'을 언급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주한미군의 전반적인 재편에 대한 미 정부의 구상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밝혀진 미군 측의 구상은, 전국의 미군 기지를 오산·평택권과 부산·대구권 등 2개 중심기지로 묶고 지상군 병력을 줄이는 대신 정밀유도무기를 강화하고 유사시 부산·대구권 기지를 증원군을 파견할 수 있는 통로로 확보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평택 캠프 험프리 주변의 400여만평에 미8군사령부와 2사단을 배치하고, 오산 공군기지 주변의 100여만평에는 주한미군사령부 관련 시설을 옮기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해외주둔 미군을 이전처럼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고착, 방어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비대칭적 위협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형성하는 것을 중심으로 배치하겠다는 새로운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주한미군의 주축인 미2사단은 대규모 기계화 사단인데 이는 북한이라는 고정된 대상을 상대하기에는 적절하지만 다른 위협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힘들다. 오히려 5월 22일 포항으로 신속전개 훈련을 수행했던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와 같은 형태가 훨씬 효율적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과거와는 다르게 북한의 핵문제로 인하여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한미군 재배치를 미군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배경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뉴욕타임스>는 5월 12일 미 국방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지난 걸프전 때보다 훨씬 적은 병력으로 이번 이라크 전을 치렀듯이 군사기술의 진보는 더 적은 미군 병력으로 더 큰 억지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테러와의 전쟁에서 새로운 군사전략과 이른바 '럼스펠드 독트린'이 힘을 얻으면서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의 한반도 주면의 미군의 동향은 단순히 억지력의 확보 차원을 넘어 서고 있다. 미군은 몇 달사이 스텔스 전폭기의 남한 배치, B-1, B-52 폭격기의 괌 배치, 핵추진 항공모함인 칼빈슨호의 일본 배치 등 한반도 주변의 병력을 계속해서 증강시켜 왔으며, 최근에는 이라크 전에 사용된 1개 중무장 여단의 장비를 한반도 주변에 배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이 모든 것은 북한에 대한 대북 공격 능력을 강화하고 북한에 대해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시도의 일환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과 연관되어 있는 미2사단의 후방배치는 군재편의 차원 뿐 아니라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의 조건을 마련하는 것으로까지 보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미군의 선제공격은 휴전선 근처에 전진배치되어 있는 북한군의 야포에 의한 즉각적인 보복공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는데, 미2사단을 야포의 사정거리 밖에 둠으로써 보복공격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대응: 한국군의 군비증강과 지역 군대화 한-미 동맹의 현대화에 따라 한반도 방위에 있어서 한국군의 역할이 증대됨으로써 전반적인 군사전략 및 전력개편, 확충이 불가피해졌다. 한국 정부의 구상은 5월 6일 국방부 장관이 보고한 '중장기 자주국방 계획'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미래 전략환경과 전쟁양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방정책 목표를 '자주적 선진국방 구현'으로 설정하고, 완벽한 국방태세 확립 미래지향적 방위역량 구축 지속적인 국방체제 개혁 장병복지, 병영환경 개선에 중점을 두고 국방 업무를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국방비의 증액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최근 주한미군 재편ㆍ감축 움직임에 맞춰 용산기지 이전비용 3400억원을 포함해 내년도 국방비를 올해보다 5조5000억원 늘린 23조원 규모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총생산(GDP)의 3.4% 수준에 달하는 금액이며, 올해 예산안에서 31.4% 증가한 것으로 난 80년 46.2% 증가율을 기록한 이래 최고 수준이다. 물론 현재 한국 경제의 여건이나 정부의 재정 규모상 국방비를 5조5000억원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도 국방예산 증액 문제와 국가경제가 상호보완되는 방향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라며 이러한 난점을 해결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미2사단이 후방으로 배치되고 이러한 공백을 한국군으로 대체하는 비용만 해도, 통상 한국군 1개 보병사단을 유지하는 연간 예산은 1000억원, 기계화 사단은 보병사단의 2~3배로 잡고 있는 만큼 연간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앞으로 첨단정보·과학군 육성과 관련된 전력증강 사업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국방부는 자주적 방위역량을 축적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GDP의 3% 이상인 적정 군사비가 지속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 대통령도 지난해 대선 때 '군사비를 무조건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이라며 국방예산을 GDP 대비 2.7% 수준에서 3.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러한 국방비의 증대와 한국군의 역량 확충은 남북 간의 군비경쟁을 가속화시키고 북한을 자극시킬 가능성이 있다. 군 당국은 한국군의 전략지수가 북한의 70~80% 수준이고 따라서 주한미군의 후방배치와 역할변경이 이루어질 경우 한국군의 전력확충이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국방부가 <국방백서>를 통해 공개하는 남북한 군사력 비교는 병력·무기의 질, 지휘능력, 정보능력, 사기, 신기술 등이 반영되지 않아 북한의 군사력이 과대평가 되었다는 비판이 민간 연구자 사이에서는 공통적이다. 더구나 지금 제기되고 있는 '자주국방 비전'이 한반도에서의 한국군의 역할 증대를 넘어 미국의 더욱 확장된 동맹체계로의 철저한 편입을 전제로 하고 있어 한국군의 현대화는 동아시아에서의 군사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마저 존재한다. 다시 말해 이번 이라크 침략전쟁과 같은 일을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벌일 때 한국군 역시 함께 하게 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노무현 정부의 '자주국방 비전'은 한반도 및 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의 확대와 지역의 불안정성의 심화로 귀결될 가능성을 내포한 것이기도 하다. 동아시아에서의 반미-평화군축 투쟁으로 나아가자. 주한미군 재배치는 촛불시위와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대 투쟁으로 확산되고 있던 반미반전운동을 제어하고 대중운동을 억압하기 위한 정치적 카드이기도 했다. 미국 측에서는 주한미군의 재배치 문제를 북한의 핵 위기라는 특수한 상황을 활용하여 오히려 남한 정부와 대중운동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하였다. 미국은 "한국이 원하는 균형 잡힌 성숙한 동맹 관계를 구체화하겠다" 며, 미군 재배치와 감축 카드로써 한국을 오히려 압박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그들의 예상처럼 '주한미군 재배치를 유보'하는 대가로 한·미 동맹의 현대화와 주한미군의 재편 및 이에 따른 한국군의 재편을 쉽게 합의하고 말았다. 나아가 북한의 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접근방식을 거의 그대로 수용하는데도 이러한 '협박'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위에서 살펴 본 것처럼 한반도의 평화가 아니라 오히려 한반도 주변의 군사력의 증강이며, 미국의 군사적 행동의 폭을 훨씬 넓게 열어 준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다른 대응 방식은 없었을까? 이에 대해 셀리그 해리슨은 오히려 주한미군의 문제는 미국의 대북 접근자세를 변화시킬 수 있는 '지렛대'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미국이 한국과 대북정책 조율을 거부한다면 한국은 미군의 철수를 추구할 수 있다는 암묵적인 협박 수단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의 잣대를 미국 월스트리트의 초민족적 자본과 금융투자자들의 투자 전망으로 측정하는 노무현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임은 분명하다. 미국의 질서에 대한 거부는 이러한 질서를 지지하는 자본의 이탈을 불러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적어도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질서와 이에 조응하는 미국의 군사세계화를 거부하고 새로운 길을 찾고자 한다면.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지렛대는 예방전쟁을 앞세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전쟁을 시작하고 있는 미국과, 이러한 흐름에 적극 조응해 들어가며 한반도 민중의 평화와 생존을 지켜 낼 의지도 능력도 없는 노무현 정권, 또한 미국의 '패권주의'를 '군사주의'로 맞서 보려는 북한의 김정일 정권에서 찾을 수 없다. 오로지 반미반전평화를 주장하는 대중운동의 활성화에 있다. 북한을 겨냥하는 한반도 주변의 전력 증강에 반대하는 것이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는 단지 남한 민중들의 투쟁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지금 미국의 군사력은 지역적 한계를 넘어 주요 거점들을 자유롭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동아시아 전역에서의 운동을 통해서 제어가 가능하다. 미군의 군사력 증강이 한반도를 더욱 위기에 빠뜨림을 폭로하고 미군의 군사적 압박을 중단시킴으로써 미국이 북한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협상에 나설 수 있도록 강제해야 한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주한미군의 현대화, 예방전쟁을 위한 준비태세를 갖추기 위한 전력의 증강에 다름 아닌 주한미군/동아시아 미군 재배치에 대한 반대 투쟁, 한국군의 국방비 증가와 전력 강화에 대한 반대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 한반도 뿐 아니라 지역 전역의 평화를 위협하는 남한의 '자주국방 비전'과 '국방 예산 증액'에 대해서 철저히 비판하고 투쟁하도록 하자.
지난 5월 11일부터 17일까지 노무현의 방미를 놓고 정치권은 극도로 치닫는 정신분열양상을 보여주었는데, 또다시 여야가 자리를 바꿔 앉은 것이다. 평소 노무현의 대미 인식에 대한 의심의 고삐를 늦추지 않던 한나라당이 이번에는 아예 "노 대통령이 방미외교에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전략적 상호주의에 입각한 줏대 있는 대북포용정책과 전통적인 한미동맹 복원을 추구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며 상찬한 반면, 민주당은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는 하지만 씁쓸한 얼굴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재야출신 의원들은 "남북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던 대북 포용정책에 상당한 후퇴를 가져왔다"고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이라크 파병결정 이후 노무현 행정부의 대미정책은 대통령 선거 당시의 사람들의 바람 즉, 미래지향적인-동등한 대미관계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이에 의혹의 눈총을 던지는 지지자들을 향해서는 '외교란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강변했고, 동네 부랑아 가랑이 밑을 기었다는 '한신의 과거'를 빌어가면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다. 이런 노력에도 대미굴욕외교에 대한 대학생들과 시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고, 이런 노여움은 노무현 대통령의 5 18 망월동 묘역 정문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한 술 더 떠 광주지방법원은 이런 시민들의 노여움을 '망발'이라는 말로 응징하려는 대통령의 의지마저 법적으로 기각하였다. 정말로 대통령 못 할 짓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법한 상황이다. 노무현의 극단적인 지지자들은 노무현이 수구보수언론의 압력에 못 이겨 굴복하기 시작한 듯하다며 우려 섞인(그러나 동정어린) 시선을 던지는가 하면, 대통령으로서 노무현의 입지를 이해해야 한다며 이럴 때 우리가 올바로 서야 노무현 대통령이 제대로 선다는 상황론을 전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노무현의 이 같은 행동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했는데, 왜냐하면 노무현 행정부의 한반도위기 인식이 대단히 불명료하고, '평화번영정책'에서 엿볼 수 있듯 그 해법 역시 낙관적이었고, 더 나아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보증해 줄 수 있는 명확한 정치세력까지 (아직까지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불확실한 정치 전망의 딜레마에 휩싸인 노무현이 지극히 위험스러운 방향으로 나갈 것임을 경고한 바 있다. 미국의 군사적 패권을 강화한 한미 정상 공동 성명 : 한미 정상 공동 성명의 모호한 수사(修辭)? 노무현 방미 태스크포스팀이 이번 방미의 최대 성과로 꼽았던 것이 한미 정상 공동 성명(이하 공동성명)이었고, '성숙하고 완전한 동맹관계의 형성,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한미 경제협력 강화가 포함될 것'이라며 은근히 자랑하기도 했었던 것인 만큼, 한미정상의 공동성명을 자세히 살펴보자. 언젠가부터 '동등한' 한미관계가 '성숙하고 완전한' 한미관계로 탈바꿈하기 시작하였는데, 공동성명을 살피는 과정에서 우리는 오늘날 '성숙하고 완전한' 한미관계가 무엇인지, 이 탈바꿈의 (정치적) 의미가 무엇인지 그 뜻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공동성명의 요지는 '2003년이 한 미 상호방위조약 50주년임에 유의하면서 양 정상은 양 국민이 공유하고 있는 민주주의, 인권, 시장경제의 가치 증진과 한반도 및 동북아의 지속적인 평화와 번영을 위한 포괄적이고 역동적인 동맹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데 공동 노력키로 다짐'한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의제로써 오늘날 한미동맹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두 정상은 '기술력을 활용하여 양국군을 변혁하고 새로이 대두하는 위협에 대한 대처능력을 드높임으로써 한-미 동맹을 현대화'하기로 합의하고는 이어 곧, '동맹 현대화 맥락에서 주한미국을 핵심 축으로 통합하는 계획'을 마련하기로 하고, 이른 시일 내에 용산 기지를 재배치하기로 하였다는 말로 뒷받침한다. 이는 (과거에도 그랬듯) '성숙하고 완전한' 한미관계란 주한미군을 정점으로 하는 군사동맹의 강화를 확인하는 것인데, (과거와 다르게) 그 인식의 저변에는 '새로이 대두하는 위협에 맞서기 위한 대처능력의 향상'이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주한미군을 정점으로 하는 한미군사동맹이란, 한반도에서 미국의 군사적 패권을 인정함과 동시에 그것의 절대 우위를 전제하는 군사동맹임을 확인해두자. 공동 성명의 두 번째 내용은 (새로이 대두하는 위협의 하나로써) 북한 핵개발에 대한 입장이다. 두 정상은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완전하며, 검증가능 한 그리고 비가역적인 제거를 위해 노력해 나간다는 강력한 의지를 다시금 천명'하였다. 이는 한반도에서 핵 프로그램의 주체가 북한이 아니라 미국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써, 한반도에서 미국의 군사적 패권에 대한 일체의 손상 없이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제거하겠다는 뜻이다. 동시에 '비가역적인 제거(irreversible elimination)'라는 표현을 빌림으로써 최근 북한이 베이징 회담에서 제시한 대담한 해법을 우회적으로 거부할 수 있다는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때, 특히 주목해야 할 것으로 '평화적인 수단을 통한다'는 말과 달리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 증대될 경우 추가적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것을 명시했다는 사실인데, 이는 경제 봉쇄는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군사적 수단조차 사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미국의 선제공격을 합리화 해주는 '예방전쟁'이 한반도에서도 예외가 아님을 뜻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있을 수 없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다짐이 공동성명에서는 미국의 선제공격을 용인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 같은 이중수사는 남북협력에 대한 언급에서도 드러나는데, 두 정상이 '인도적 지원이 정치적 상황 전개와 무관하게 이루어 질 것'임을 확인하면서도 동시에 '노무현 대통령은 향후 남북교류와 협력이 북핵문제의 전개상황에 따라 추진될 것'이라는 점을 명시하였다. 이는 남북교류협력이 '연계정책' 아래에 있음을 또한 확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북핵문제에 있어 중국의 역할을 환영하며 한국, 일본, 러시아 등 여러 국가들 사이의 다자간 협상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이는 두 가지 의미인데, (협상) 비용의 분담 중요성을 확인하는 것이며, 동시에 북한에 대한 국제적 압박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한편, 노무현의 '평화번영정책'의 개요를 설명하였고, 이에 대해 부시행정부는 남북화해과정을 지지한다면서 '남한의 남북화해과정은 북핵 문제 해결 촉구에 사용되어야 함'을 분명히 지적하였으며, 이 사실도 역시 공동선언에 명기하였다. 공동 성명의 세 번째 내용은 경제관계다. 양 정상은 '한국 경제 기초 여건이 견실하다는데 견해를 같이하고, 한국의 무역, 투자, 성장의 지속적인 증가 전망에 대해 강하게 확신'하였다. 부시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의 한국 경제에 대한 지속적인 구조조정 노력을 환영하고 지지'함으로써, 미국에 집중되어 있는 투자자본에게 한국의 투자 전망도 괜찮다는 부시의 전언을 전달하였다. 동시에 공동성명은 양국간 경제협력 강화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으며 이 사실도 확인해두도록 하자. 마지막 내용은 노무현 행정부와 부시 행정부의 완전한 동반자 관계 형성에 대한 천명이다. '당선이후 빈번한 전화통화를 통해 양 정상은 상호 신뢰와 존경의 기반을 형성하였으며, 한 미간 공조가 강화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였다. 그리하여 부시행정부가 제기한 여러 우려가 해소되었음을 분명히 하였다. 공동성명이 상반된 내용을 동시적이며 미묘하게 언급하고 있는 듯해서 수사(修辭)로만 보면 모호할지 모르지만 사실, 정치적 의미는 명백하다. 그것은 바로 한반도에서 미국의 군사적 패권을 핵심으로 하는 한 미 동맹의 강화며, 북핵문제의 해결은 모든 수단(군사적 수단을 배제하지 않는)을 사용해서라도 완전히 '제거'해야하는 최종 목표며, 동시에 평화번영정책 즉, 남북화해협력은 이 모든 과정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동북아 중심 국가 모델의 핵심은 바로, 현 단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핵심 목표 즉, 무역개방, 투자, 투명성 제고에 있으며 이것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무현의 지지자들은 수사의 모호함, 애매한 표현이라는 말로 공동성명을 평가하고는 이번 한미 공동 성명의 예외성을 부각시키고 한미정상 공동성명의 정치적 의미를 가리려 하지만, 차이란 수사(修辭)에서만 드러날 뿐, 정치적으로는 노무현 행정부의 한반도 위기 인식과 해법이 부시 행정부의 그것과 사실상 일치하고 있음이 이번 공동성명에서 드러난 것 아닌가? '평화주의자' 노무현의 한반도 위기 인식·해법과 그 정치적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과거 YS, DJ 때보다도 빨리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부시독트린으로 수렴하는 평화번영정책, 그 자기 모순 누차 강조해왔듯 1990년대 미국의 대북 정책 초점은 핵, 미사일로 상징하는 대량 살상 무기의 '완전한 제거'에 있다. 이를 위해 (페리보고서에서 확인되듯) 북에 대한 포괄적 접근(engagement)을 시도하는데, 바로 '협상'과 '군사력의 증강'이라는 두개의 경로에 대한 동시적 추진이다. 과거 DJ 정부의 햇볕 정책은 (노벨상으로 빛나는 그 화려한 말잔치와 달리) 이것의 축소판 혹은 하위 파트너에 지나지 않으며, 남북관계는 늘 북미관계에 종속되어 있었고 따라서, 햇볕 정책은 바로 여기서 한계가 드러났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이 문제는 또 다른 점에서 문제를 드러내는데, '협상'이 '군사력 증강'과 별개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군사력 증강'을 전제하거나 그것에 종속되어 전개된다는 점이다. DJ 정부의 햇볕 정책은 물론이거니와 그 지지자들도 이점을 정확히 비판하지 못하였는데, 이는 결국 미국의 한반도 전쟁위협에 대해 대단히 무기력한 대응을 낳고 만다. 참여정부의 평화번영정책 역시 이점을 분명히 포함하고 있는데, 평화번영정책의 전제가 '북핵 해결'에 있음을 명시하고 있는 점과 '북한을 위시한 불특정 위협 및 비군사적 위협 동시대비전력 우선 보강'이 바로 그것이다. 결국 이 같은 모순과 긴장은 미국의 군사적 수단 사용에 대해 부시 앞에서 말 한마디 꺼내지도 못하는, 되레 그것을 승인하는 공동성명의 채택으로 이어진 것이다. 더구나 참여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바탕'으로 동북아의 물류, 관광, 무역, 산업의 중심 및 해양과 대륙을 잇는 '경제의 관문'으로 발전시켜나가겠다는 인식을 전제하고 있어 더욱 심각한 문제를 내포한다. 이를 뒤집어 놓고 본다면 동북아 허브 중심 국가 구상을 방해하는 것이 평화롭지 못한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 같은 상황은 한국에 대한 초국적 자본의 투자가 어려운 핵심요인으로서 '북핵' 더 나아가 '북한체제'라는 상징으로 이어지고, 급기야는 한반도 평화의 위협요인이 '북핵', '북한체제'라는 위협요인으로 뒤바뀌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왜냐하면 지배세력에게 한반도 평화란 초국적 자본의 투자를 위한 안정성 확보에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전쟁위협을 통해서라도 북을 압박해야 평화로운 상황이 가능하다는 매우 위험한 인식에까지 이르게 된다. 평화번영정책에서 평화란 전쟁위험의 항구적인 제거라기보다는, (예외적으로 전쟁을 포함하기도 하지만) 경제의 불안, 투자의 불안 요인의 제거에 더 가깝다. 따라서 이같은 정책은 불필요한 전쟁 위협이 한반도 경제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평화를 앞세울 수도 하지만, 자본 투자의 불안 요인-위협을 제거한다는 이유로 미국의 '예방전쟁' 선제공격 전쟁을 지지하는 역설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의 위기를 더욱 증폭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노무현의 '평화번영정책'과 '부시 독트린'이 수렴하는 것은 그리하여 오늘 이렇게 공동성명으로 드러난 것은 결코 예외가 아니다. 지금 한반도에서 전쟁이 없다고 해서 평화라고 말할 수 없다 결국 노무현 행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은 그 화려한 수사와 달리 가시적인 적의 완전한 제거를 목표로 하는 전쟁-군사력의 현대화를 전제하고 그것의 우위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또 전쟁의 내부화를 통한 자본주의 수탈체제의 재구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두 가지 모순을 내재하고 있다. 이것은 결국 구체적인 상황에서는 항구적인 평화를 불가능하게 하는 민중의 위기, 한반도 위기를 가속하는 반민중적 정책으로 드러날 뿐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 안도하기 앞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의 상황이 '평화라고 말할 수 없다'는 점을 비판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남한의 경제위기와 한반도위기가 서로를 가속하는 중첩된 상황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지배세력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갖가지 정책들이 끝내는 한반도 위기를 가중하고, 미국의 군사적 헤게모니를 관철하려는 여러 시도들이 결국은 남한의 경제위기를 가속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이것은 결코 평화가 아니다. 이에 대한 비판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 비판을 두 가지 축으로 전개해야 하는데, 초민족적 자본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이름으로 노동자, 농민, 여성을 상대로 착취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것이 불가능한 지속임을 비판해야 하는 것이 그 한 축이고, 한반도에서 군사력의 완전한 우위를 통해, '대량살상무기'의 완전한 제거라는 이름을 빌어 북한 체제의 완전한 전복을 꾀하려 드는 항상적인 전쟁 위기, 즉 미국의 선제공격 시도들이 존재하는 한, 한반도 평화는 영원히 불가능함을 비판해야 한다는 점이 또 다른 한 축이다. 바로, '동북아 중심국가의 구상'과 '평화번영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그리고 '미 제국주의의 한반도 전쟁위협'에 대한 비판으로 말이다. 이를 수행할 주체가 반세계화 투쟁과 반미반전 투쟁, 제한 없는 민주주의를 향한 투쟁의 주체임은 두말할 것도 없는 것이다.PSSP
1. WTO 5차 각료회의 대응 투쟁의 준비상황 지난 2001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4차 WTO 각료회의 결과로 2005년 새로운 무역질서를 출범시키기 위한 협상인 '도하개발의제(Doha Development Agenda)'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농업협정(AoA), 서비스협정(GATs), 지적재산권협정(TRIPs)등의 의제들은 오는 9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릴 예정인 5차 각료회의까지 기본 가닥을 확정하고, 투자자유화, 경쟁, 무역원활화, 정부조달투명성 등 이른바 싱가포르 이슈에 관해서는 이번 각료회의에서 정해지는 방식대로 협상을 시작하기로 예정되어 있다. 정해진 기간 내에 목표만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가 하면 미국과 유럽연합 등 중심부 국가 간의 갈등이 증폭되는 등 예정 데로 협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OECD 각료회의, G8 정상회담 등을 통한 도하개발의제 성사를 위한 이들의 노력은 분주히 이루어지고 있다. 한 편, 각각의 의제에 관한 협상이 진척되고 이에 따른 개방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이에 저항하는 민중들의 투쟁도 점차 본격화되고 있다. 서비스협상에서 지난 3월 31일 개방계획서 제출 시한을 앞두고 정부가 교육분야를 개방 대상에 포함시키려 했고, 이에 대해 교사·학생을 비롯한 시민 사회단체들은 'WTO교육개방·교육시장화 4대 입법 및 양허안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를 결성하여 다양한 투쟁을 벌였다. 오는 6월 말 경 정부가 WTO 사무국에 제출할 2차 개방계획서에는 보건의료 분야도 포함될 전망이어서, 보건의료노조를 중심으로 '경제자유구역폐기! 의료시장개방저지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투쟁에 돌입했다. 농민들 역시 도하개발의제에 따른 농산물 개방의 폭과 수위 확대와 2004년에 개시될 쌀 시장 개방 재협상, 그리고 그에 앞선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을 막아내기 위한 투쟁의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이 밖에 경기, 대구경북 등 지역 차원에서도 WTO 개방 저지를 위한 노-농 연대의 틀이 구성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오는 5차 각료회의를 앞두고 이러한 흐름을 하나로 모아 WTO 도하개발의제를 통해 추진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항하는 전 민중의 연대투쟁을 형성하기 위한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5차 각료회의에 대응하는 투쟁은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계획되고 있다. 99년 시애틀 3차 각료회의를 무산시키고 WTO 내의 새로운 무역협상 라운드의 출범을 지연시켰던 지구적 차원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운동은 점차 서로간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구 곳곳에서 벌어진 투쟁의 경험을 공유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민중적인 대안을 둘러싸고 토론과 논쟁을 벌이는 공간인 '세계사회포럼(World Social Forum)'을 탄생시켰다. 지난 1월 말에 열린 3회 사회포럼에 모인 사회운동 세력들은 9월 5차 각료회의를 결집의 계기로 삼자고 의견을 모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논의 역시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 5월 11일∼12일 멕시코시티에서는 '미주대륙 전미자유무역협정(FTAA) 반대 캠페인'과 국제적인 WTO 반대투쟁 네트워크인 '우리 세상은 상품이 아니다(Our World is not for sale)'의 발의로 전 세계의 150여 개 사회운동 조직들이 모여 "WTO 대안 형성을 위한 민중 포럼"을 개최하여 오는 WTO 5차 각료회의에 대한 대응전략을 마련했다. 또한 지난 5월 18일에서 21일 사이 자카르타에서는 이라크를 점령한 미국에 저항하는 지구적 반전운동의 향후 계획을 논의하는 회의가 개최되었다. 이 회의는 "자카르타평화합의문"을 채택하여 앞으로 계속될 연대 투쟁, 특히 WTO 각료회의 기간 동안 지구적 행동의 결의를 천명하였다. 이러한 계획은 앞으로 개최될 각종 회의를 통해 더욱 구체화 될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 반대의 맥락에서 WTO 반대투쟁의 의의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다가올 5차 각료회의 대응 투쟁에 어떠한 정치적 목표를 가지고 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2. 도하 개발의제의 개요- "필수 서비스의 상품화, 투자와 금융거래의 완전한 자유화 " WTO는 각 국의 무역장벽을 없애고 무역 자유화의 틀을 다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현재 미국을 비롯한 WTO 협상을 주도하는 세력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새로운 상품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관세를 낮추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2005년부터 시행될 새로운 무역질서의 틀을 짜는 도하개발의제 협상은 초국적 기업의 금융적 팽창을 뒷받침하는 국제적 규범을 수립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이를 위해 각각의 의제는 교육, 보건의료, 에너지, 식량, 물 등 필수 공공서비스를 완전히 시장화하여 초국적 자본의 활동 영역을 넓히는 한 편, 해외 투자와 국내 투자를 차별하는 요소를 없애고 손실의 여지가 없도록 하는 등 투자 자유화를 이루어 내기 위한 조처들을 국제적인 규범으로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시 말하면 IMF와 세계 은행이 주변·반주변 국가들이 처한 외채 혹은 외환위기를 매개로 하여 차관을 지급하고 그 대가로 무역과 자본이동의 자유화, 탈규제화, 민영화, 긴축재정 등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강요했다면, WTO 도하개발의제는 이러한 정책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틀을 갖추고 '분쟁해결메커니즘'을 두어 이를 강요하는 셈이다. '개발의제'라는 이름을 달고 '무역에 있어서 개도국들의 이익을 증대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들을 협상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허울좋은 도구일 뿐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개도국 우대조치'에 관한 이행 계획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5차 각료회의를 앞두고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는 의제에 대한 대략적인 협상 내용을 다음과 같이 살필 수 있다. ·농업협정(AoA) 지난 10여 년 동안, IMF와 세계은행은 주변·반주변 국에 차관을 지급하며 그 조건의 일환으로 농산물에 대한 무역 장벽을 낮추고 국내 식량생산에 대한 정부보조금을 감축하고, 농업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각종 프로그램들을 제거하도록 했다. 이와 유사하게 도하개발의제 농업협정은 ① '시장접근의 실질적 개선(관세 감축의 비율을 높이고 폭을 넓히는 것)'②‘수출보조금의 단계적 폐지를 목표로 한 감축’, ③'국내보조(추곡수매제와 같은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보조)의 실질적 감축’을 협상의 3대 목표로 내걸고 있다. 그러나 주요 농업 수출국인 미국은 이러한 원칙을 주장하면서도 자국 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에 대해서는 생산비용을 낮추는 보조금을 확대하는 등 식량 수출 확대를 위한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이러한 조처는 미국을 비롯한 초국적 식량생산 기업을 기반으로 하는 농산물 수출국들로 하여금, 과잉 생산된 식량을 생산비 이하의 가격으로 덤핑하여 주변·반주변 국의 농촌을 기반으로 한 소규모 식량 생산을 붕괴시키도록 하고, 전 세계 민중들의 식량 소비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서비스협정 (GATS) 서비스협정은 교육, 보건의료, 에너지공급, 상수도공급, 통신, 금융서비스, 시청각서비스, 법률서비스, 건설, 유통, 환경 등 모든 형태의 서비스를 협상 대상으로 한다. 이 협상은 교육, 의료, 물, 에너지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공급되어야 할 공공 서비스를 상업화하는 한 편, 외국인 지분소유한도를 철폐하도록 하여 초국적 자본이 침투하여 활동할 수 있는 영역으로 탈바꿈시킨다. 이 협정이 다룰 수 있는 서비스의 종류는 제한이 없고,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는 것 역시 언제든 가능하다. 때문에 이 협정은 개별 회원국이 특정 회원국을 대상으로 개방 요청을 하고, 그 요청에 근거하여 개방의사를 밝히는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한다. 또한, '자발적 자유화 조치'에 대해 특혜를 부여하는 방식을 도입하여, 협상의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싱가포르 이슈 96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2차 WTO 각료회의에서는 투자, 경쟁정책, 무역원활화, 정부조달투명성을 무역자유화와 어떠한 관계를 지니는지에 대해 분석작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그 이후 이 의제들은 '싱가포르 이슈'로 명명되어 다루어졌다. 2001년 4차 각료회의에서는 이 주제들이 '도하개발의제'의 협상의제로 포함되어 '5차 각료회의에서 정하는 방식에 따라' 구체적인 협상이 개시될 예정이다. 이는 투자행위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거래에 있어서의 신속성을 꾀하고자 하는 초국적 자본의 필요에 의해 제기된 것으로, 대다수의 주변국들은 이 이슈들이 개방압력을 강화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 이슈를 통해 미국, 일본 등은 OECD 내에서 추진하려다 실패한 "MAI(다자간 투자협정)" 수준의 투자자유화 협정을 WTO 내에서 체결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즉, '단기성 투기자본까지 포함하는 투자의 광범위한 정의', 국내 투자와 해외투자를 차별하지 않고, 해외투자간의 동등 대우를 보장하며, 투자 설립 전 단계에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는 등의 조치들을 규범화하려는 것이다. 또한 자유로운 경쟁을 가로막는 독과점, 카르텔 등의 관행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하며, 통관, 수출입허가 등 모든 수출입 절차와 운송형식, 대금지불 절차를 간소화하며, 정부조달 분야에 있어서의 국내자본과 해외자본의 차별 금지와 투자 정보 등에 대한 투명성을 보장하는 조치들 역시 포함되어 있다. 다시 말해 완전히 자유화된 투자와 금융거래의 틀을 확립하는 것이 이 이슈를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바이다. 3. 노무현 정부의 외자유치 정책과 도하개발의제 남한을 '자본유치형 국가'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했던 김대중 정권에 이어, 노무현 정권은 실제로 대규모 외국인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남한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룰 동력을 창출하는 것을 과제로 안고 있다. 이를 위해 초국적 자본으로 하여금 한국을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인식하도록 하는 각종의 조처들이 추진되고 있는데, 외국인 투자에 대한 '최혜국대우'와 '내국민대우'를 보장하고 '이행의무부과금지'와 '수용과 보상에 관한 규정'을 두어 위험요소로부터 보호한다는 '투자자유화협정', 외국인투자에 대해 각종 규제를 면제하고 교육, 의료 등에 대한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경제자유구역법'등이 그것이다. 또한, WTO 도하개발의제 협상 역시 이러한 외국인 투자 유치 정책의 연장선에서 초국적기업의 활동 영역을 더욱 확대시켜주고, 투자의 자유화를 꾀하는 조처의 일환으로 적극 추진되고 있다. 특히, 협상에 있어서 한국 정부는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취해진 이른바 '자발적 자유화 조치'를 바탕으로 다른 회원국들로 하여금 자유화와 개방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추동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농업 협정에서는 농업포기를 유도하는 정책을 구사하며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난 3월 31일 146개 회원국 중 오직 18개국만 제출했던 서비스분야 개방계획서에 교육분야까지 포함시켜 서둘러 제출했다. 4. 무엇을 기치로 투쟁할 것인가? 분명히 할 것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WTO 도하개발의제 협상이 세계적인 무역질서 각 민족국가가 취할 수 있는 이득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이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이 노리는 것은 상품의 판로를 확보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초국적 자본의 금융적 팽창을 위한 활동의 영역을 넓히고 자본 이동의 완전한 자유화를 완성하는 데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WTO 반대투쟁의 의의는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시장 개방을 저지하는 것이 아니라, 초국적 자본의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조처들이 공격하는 민중들의 제반 권리를 옹호해 내는 것에 있다. 식량, 물, 의약품, 에너지, 교육, 보건의료 등 필수 서비스에 대한 민중들의 접근권을 박탈하고, 노동의 불안정화를 부추기며, 농촌을 붕괴시키고 빈곤을 심화시키는 WTO의 반-민중적, 반-사회적 성격을 충분하게 폭로해내고, 민중들의 완전한 삶을 보장할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또한, 노동자들의 권리를 최소한이나마 보장하고, 환경 파괴를 규제하며, 민중들의 삶에 필수적인 서비스를 공급해야 하는 국가의 책임을 해체시키며 외자유치를 경제성장의 유일한 동력으로 삼으며 사회적 혼란을 가중시키는 노무현 정권의 발전전략의 한계를 분명히 비판해야 한다. 이러한 투쟁을 전개할 때 WTO에 반대하는 전 세계 민중들과 연대의 지점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5. 덧붙여 현재 경제자유구역 폐기, 한칠레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 저지를 목표로 한 노동자-농민 연대투쟁이 개시되고 있다. 또한, 5차 각료회의가 열리는 9월 초에는 민중의 권리를 파괴하는 5차 각료회의를 규탄하고 WTO가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전국적인 투쟁과, 각료회의가 열리는 멕시코 칸쿤에서 각료회의의 진행을 저지하고, 민중들의 대안을 모색하는 전세계 민중들과 함께 할 참가단 활동이 계획되고 있다. 이러한 투쟁 계획을 의미 있게 성사시키기 위한 각 단위별 교육과 조직화가 내실있게 준비되고 추진되어야 한다.PSSP
얼마 전 전주 국제 영화제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 제작하고 6명의 충무로 감독들이 만든 <여섯 개의 시선>이라는 옴니버스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보였다. 인권위는 기획 당시 이를 국내 첫 '인권 영화'의 출현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지만,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참된 인권영화를 발굴, 육성하기 위한 그간의 노력 또한 분주히 있어왔다. '영상을 통한 인권교육의 실현과 인간을 위한 대안 영상의 발굴'을 목적으로 시작된 인권영화제가 올해로 벌써 8년째다. 인권영화제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개념조차 생소하고, 변변한 학문적인 담론조차 존재하지 않는 '인권 영화'를 국내에 소개하는 계기로 작동하면서, 척박한 국내 영상문화의 지형에 균열을 일으키고, 인권 교육의 지평을 한 뼘 넓히는데 적지 않은 공헌을 해오고 있다. 인권영화제의 상영작은 크게 해외 프로그램과 국내 프로그램으로 나뉘는데 해외 프로그램은 전세계적인 인권 실태를 구체적인 영상을 통해 조망해 볼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해외 프로그램의 대다수는 거의 자국 내에서만 상영되는데, 이러한 작품들은 철저히 상업적인 메카니즘 하에서 작동하는 영화산업시장과 사회/역사적 맥락은 거세한 채 과도하게 작가주의에 매몰되는 예술 영화 진영의 관심 영역에서는 제외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되는 국내작품들의 경우, 몇 년 전부터 크고 작은 영화제들이 신설되고, 일부 국내 독립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이 배급 확충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행하면서 이전에 비하면 접근도가 훨씬 용이해졌다. 또한 최근 영상미디어 센터 <미디액트>를 필두로 전지역에서 미디어 센터 설립이 확산되어 가는 추세이고, 공중파를 통해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이 신설되는 등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변화된 영상 문화의 지형도 안에서 인권 영화가 설자리는 아직도 좁기만 하다. 물리적으로 불안정한 제작 환경을 감내하면서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현실은 제작자들의 지속적인 작품 활동을 방해할 뿐더러, 질적 도약을 이룬 액티비즘 작품의 출현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더욱이 체계적인 배급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국내의 인권 현실을 담아낸 호소력 있는 영화들이 대부분 제한된 유통망을 통해 고정화된 사람들과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인권 영화제는 현재 한국 사회의 독립 다큐멘터리들이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소수의 현장 중 하나라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이주 노동자의 인권을 말한다. <옴니버스-여정> 이번 인권영화제에서는 인권영화제 측에서 사전제작지원을 한 <옴니버스-여정>이 상영되었다. 이 영화는 이주 노동자의 인권을 동일한 주제로 삼았으되 4편의 단편 다큐멘터리가 각각 상이한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여 이주 노동자의 인권을 둘러싼 쟁점들을 다층적으로 드러내주는 옴니버스 작품이다. <이주>는 제3세계 노동자들이 왜 열악하기 짝이 없는 이주노동자로서의 삶을 택할 수밖에 없는가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방글라데시아에서 한국으로 온 이주 노동자의 사례를 통해 제3세계 국가의 불안정한 정치, 경제적인 요인이 전세계적으로 팽배해 있는 이주를 추동하는 요인임을 시사하고 있다. 방글라데시아에서 직접 촬영한 이국적인 풍경을 마냥 색다른 구경거리로만 감상할 수 없게 만드는 현지의 고단한 현실을 서정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동행>은 작년 1월에 아모르 가구에서 있었던 이주 노동자들의 파업 당시 상황을 다루고 있다. 이주 노동자들은 일상적으로 언어적인 폭력을 자행하고,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면서도 재정상태를 운운하며 몇 달치의 임금을 체불하는 사측의 태도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파업을 결의한다. 감독은 파업을 둘러싼 노동자와 자본가간의 갈등 양상을 그리는 것은 물론, 이주 노동자들을 지지·연대하는 한국인 활동가들과 이주 노동자들간의 미약한 신뢰 관계가 파업투쟁 과정 속에서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그려내고 있다. <동행>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주 노동자들의 열악하기 짝이 없는 노동 환경이 노동허가제 도입을 외면하면서 고의적으로 불법체류자를 양산해 내는 정부의 정책과 긴밀히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Stop crackdown>은 작년 3월 강제 출국을 유예시켜 주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이주 노동자들에게 자진신고를 하라는 정부의 기만적인 정책이 제시되자, 평등노조 이주 지부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가열찬 투쟁 현장들을 역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신변에 위협을 가하는 정부의 단속추방 정책이 이주 노동자 운동의 연대 고리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또한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돌아가기 전에>는 추석 연휴를 맞아 모처럼 휴식 시간을 갖는 미얀마 노동자들 사이에 오가는 삶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들은 영화 속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미얀마의 노래를 부르고 한국에서 이주 노동자로 살아가는 어려움을 토로한다. 다소 촬영이 서투르고 한정된 시공간을 배경으로 만든 단순한 다큐멘터리인 듯 싶지만, 이주 노동자가 직접 주체가 되어 카메라를 찍었기에 연출 가능한 진솔한 풍경들이 가슴깊이 울리는 작품이다. 미약한 재정적인 지원과 시간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옴니버스-여정>은 이주 노동자의 인권을 둘러싸고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는 과제들을 던지면서 작품들은 묘한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얼마 전부터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주 노동자를 등장시켜 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겪고 있는 아픔을 전하고 극적인 장면들을 연출하면서 대중들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가시적인 영향력이 큰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이주 노동자들 역시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는 걸 느끼해 준다는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저열하기 짝이 없는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차가운 시선의 여파를 막아내는 데에 그 프로그램이 얼마간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으나, 사실은 '우리'와 다르다는 배제의 시선을 전제로 유발하는 감정들, 여전히 그들을 시혜의 대상으로 가두어 버리는 시선에 못내 감화되다가도 결국 불편해지고 만다. 차별과 배제를 넘어선 시선, '인권 영화'의 확장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하다. PS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