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주공장, 금속노조 경주지부 투쟁에서 우리가 배워야할 것들 이명박 정부와 자본가들의 경제위기 고통분담과 일상화된 정리해고에 맞선 투쟁들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 중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비정규직 18명 해고에 맞선 투쟁은 정규직 3500명과 비정규직 1200명의 잔업거부연대투쟁으로 전개되었고 경주지역의 전면파업 역시 9일 지역전면파업(22곳 사업장 3200명)으로 확장되었다. 외주화 및 비정규직 집단해고에 맞서 정규직, 비정규직이 단결하고 사업장을 넘어서는 지역연대투쟁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민간부문 고용창출을 통한 25만개 일자리 창출, 실업률 3% 하락을 내세우며 경제위기 회복세, 실업률도 곧 안정화가 될 것이라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것이 완전히 거짓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진중공업 400여명의 정리해고와 수 천 명의 사내하청 비정규직 해고, KT의 6000명을 해고하고 정작 임원들은 임금을 인상시켰다. 정부가 이야기하는 민간부문 고용창출이 얼마나 기만적임을 이 사례는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193명 정리해고와 1006명 외주화와 현대자동차 전주공장과 발레오의 외주화계획은 민간부문 고용창출이 결국 해고와 비정규직화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런 문제를 제일 먼저 폭로한 사람들은 온몸으로 저항하며 현장에서 투쟁한 현대자동차 전주공장노동자들과 경주지부소속의 노동자들이었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과 경주지역의 노동자들은 일자리 창출의 진실을 날카롭게 지적하며 ‘비정규직화, 외주화, 민주노조 말살’을 반대하는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두 가지 교훈을 간취해야 한다. 첫 번째, 경제위기의 책임, 즉 기업경영손실의 책임은 경영자가 져야 한다는 점이다. “비정규직이 나가기 전에 공장장이 나가라”는 현장 노동자들의 본능적 주장은 이 점을 너무도 분명히 밝혀주고 있다. 두 번째,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투쟁. 비정규직의 해고가 곧 우리 모두의 고용불안 이라는 점을 깨닫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공동으로 잔업거부를 했다는 사실이다. 연대를 통해 자신의 고용과 임금을 지키려 했다는 점을 우리는 각인해야 한다. 이 두 가지 교훈을 민중운동진영이 확대, 발전시켜야한다. 첫째, 노조법 개악 분쇄투쟁을 노동자들의 생존권보장과 결합시켜야 한다. 노동자들이 고용과 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노동조합’이라는 것을 깨닫고 금속노조 경주지부를 사수하기 위해서 지역총파업에 나섰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야 한다. 이런 취지를 살려 개악 노조법 분쇄투쟁과 생존권투쟁을 결합시키자. 둘째, 전체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을 방어하기 위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공동으로 잔업을 거부 했다는 교훈을 살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를 더욱 확대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따라서 2010년 임단협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총고용’을 실질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삭감된 임금을 회복할 수 있도록 공동투쟁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노동조합이 투쟁을 임하는 데 있어서 적정한 수준의 타협을 위해 양보안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연대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위원회와 경주지부의 투쟁은 이 점을 무엇보다도 강력히 웅변하고 있다. 이러한 교훈을 확대하고 실천할 수 있을 때 우리의 투쟁은 한걸음 더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2010년 3월 17일 사회진보연대
대안적 기업 정상화 방안을 주동적으로 주장 박씨 일가 재산 무상 출연 / 산업은행 등 채권단 출자전환 자본 잠식을 막기 위해 자본 확충이 필요. 박씨 일가가 처분권을 맞긴 주식을 무상으로 금호타이어에 출연해야 함. (금호석화의 금타 주식과 교환) 1조원 이상의 은행권 채무를 출자전환해야 함. 사실 금타 부실의 한 축은 금호그룹 차원의 투기성 기업 사냥에 돈을 대준 은행권임. 이 경우 소유권은 산업은행이 가지게 될 것임. 최악의 경우 노동조합은 현재 채불임금 등을 출자하는 형식으로 지분에 참여할 수도 있음. 노동 친화적, 지역 친화적 기업 정상화 인건비가 비용 절감의 핵심이 아님. 줄여도 1~1.5천억 규모인 인건비보다 각종 영업외비용과 채무상환 압박이 중요. 이러한 사실을 시민들이 알아야 함. 또한 투자 방기로 생산성 및 지역 내 고용 확대도 나몰라라 한 금호 경영진 문제를 부각해야 함. 국내 투자 확대를 통한 지역 내 신규 채용 확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통한 노동친화적 기업 만들기, 지역 내 소비 확대를 통한 지역 내 경제 활성화 방식의 선순환 기업 정상화가 되어야 함. 해고->지역 경제 손실 ->재벌 이익으로 환수 방식의 악순환을 피해야 함을 적극 설득해야 함.
투기꾼에게 손실을, 노동자에게 고용안정을! 3월 3일 금호타이어 자본이 끝내 3월 3일 1,199명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을 지방노동청에 제출했다. 193명을 정리해고하고, 1,006명을 하도급 업체로 내보낸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금속노조 금호타이어 지회는 정리해고 대신 큰 폭의 임금 삭감을 허용하는 타협안을 사측에 제시했지만, 사측은 이를 일언지하에 거부하고 정리해고를 밀어붙이고 있다. 사실 자본 입장에서 노조의 양보안은 그리 입맛에 맞는 것이 아니었다. 사측의 계산은 간단하다. 2009년에 비해 영업이익을 2,000억 원 정도 증가시키기 위해 비용과 매출의 숫자를 맞추는 것이다. 사측 계산은 전체 생산직의 25% 규모에 달하는 인력 조정과 40% 가까운 임금 삭감을 통해 연간 1.000억~1,500억 원 정도의 노동 비용을 절감하고, 경기 회복으로 매출을 20~30% 증가시키면 올해는 작년보다 2,000억 원 정도 추가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2009년 약 2,000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에, 이 계획대로라면 2010년에는 작은 수준에서나마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 금호타이어 자본이 3월부터 기를 쓰고 구조조정을 감행하려고 하는 데는 숨겨진 이유가 있다. 현재 금호타이어 박삼구 회장의 주식은 전량이 담보로 잡혀 있는 상태라 사실상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이 박삼구 회장의 인사권자다. 박삼구 회장은 산업은행과 다른 채권자들에게 기업 수익을 증가시켜 채무를 상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내주어야만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 이것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숨은 이유다. 이번 구조조정 계획이 채권단에게 보내는 첫 번째 신호인 셈이다. 궁지에 몰린 것은 노동조합 아니라 채권단과 박삼구 회장 현재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는 8~9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3월 중하순부터 파업 투쟁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집행부는 지난 양보안에서 볼 수 있듯이 파업 투쟁 의지보다는 양보를 통한 적당한 타협에 무게를 두는 듯 보인다. 그러나 박삼구 회장은 노동자들과 타협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채권단이 위임한 경영권을 유지하고, 더 나아가 다시 그룹의 소유권을 되찾아오기 위한 술책만이 존재할 뿐이다. 금호타이어 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강한 단결과 단호한 파업이다. 채권 금융기관과 채무 기업 사이의 채무 조정 과정인 워크아웃 과정에서 금융 기관들은 노조에 구조조정 합의서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급한 쪽은 빚을 받아야 하는 금융 기관들과 경영권 확보를 위해 금융 기관들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박삼구 회장이다. 최악의 상황으로 금호타이어가 부도 후 법정관리로 가더라도 노동자 입장에서는 더 잃을 것이 없다. 법정관리인이 회생계획을 낸다고 해도 전체 노동자의 4분지 1을 해고하고, 임금을 40% 가까이 삭감하는 구조조정안보다 더 나쁜 안을 제출하기는 쉽지 않다. 구조조정이 진행되지 않아 채권단이 부도 처리 수순을 밟는다면 결국 현재보다 나빠지는 것은 경영권을 잃는 박삼구 회장이다. 이미 대부분 공장이 가동률 90% 이상을 회복한 상황이고, 6.2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주 전남 지역 고용 문제를 함부로 다룰 수 없다는 정치적 조건도 노동조합에 유리하다. 노동자를 희생시켜 금호를 되찾겠다는 박씨 일가의 술책 금호타이어 노동자 생존권 문제와 더불어 이번 투쟁은 금속노조가 향후 산별노조로서 투쟁해야 하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금호타이어 부실은 투기적 금융 자본과 재벌 소유주가 어떻게 기업과 나라 경제를 망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기 때문이다. 금속노조가 산업정책을 이야기하려면 21세기 한국 자본주의의 두 축인 재벌과 초국적 금융자본을 우회할 수 없다. 금호타이어 부실은 매출감소에 따른 영업손실로 터져 나왔지만, 부실의 근본 원인은 2006년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금호그룹은 약 6조 원에 가까운 대우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그룹 계열사의 자금을 총동원했다. 금호산업이 1조 7천억 원, 금호타이어가 4천 5백억 원, 아시아나항공이 2천 6백억 원 등을 투자하여 금호그룹 내에서 3조 원 정도를 마련했다. 나머지 3조 원은 재무적 투자자라고 불리는 국내외 사모펀드들이 자금을 동원했다. 금호그룹은 인수대금의 50% 정도만을 마련하고 나머지는 빚으로 채운 것이다. 무리한 기업 인수는 몇 가지 점에서 문제를 발생시켰다. 먼저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등은 무리한 자금 동원으로 부채 규모가 2005년에 비해 급증하며, 매년 이자 부담과 자금 상환 압박을 받게 되었다. 금호타이어의 이자비용은 2005년 400억 원 규모였는데, 2008년 1,540억 원으로 급증했다. 2008년 영업이익이 362억 원인 것을 참작하면, 당해 타이어를 생산해 번 돈보다 4배나 되는 돈을 금융기관에 이자로 지불한 것이다. 금호타이어의 부채비율도 급증하여 2008년 233%였던 부채비율이 2009년 1,085%가 되었다. 이러한 재무구조 악화가 기업 경영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2006년 이후 국내 생산 공장에 대한 설비 투자가 급감하여, 2005년 약 8천 2백억 원 규모였던 설비자산은 2008년 6천 7백억 원 규모로 20% 가까이 줄어들었다. 2006년 톈진, 2007년 창춘, 2008년 난징과 베트남 공장이 차례로 가동에 들어간 이유도 있지만, 재무구조 악화로 기업 전체적으로 투자 여력이 많이 부족했던 것도 중요한 이유다. 한편 대우건설 인수 시 3조 원 가량을 투자한 금융 자본은 요란스러운 행보에 비해서 사실 그다지 손해를 보지 않았다. 재무적 투자자(FI)라고 불리는 이들은 사실 기업 사냥을 통해 매매 차익을 전문으로 노리는 금융 투기꾼들이다. 이번 대우건설 인수에 참여한 미래에셋맵스, 펜지아데카 등 18개 재무적 투자자 대부분은 사모펀드(PEF)로 공적 감시를 받지 않는 것은 물론 펀드 자금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알 수 없는 투기자본이다. 이들이 투자한 3조 원은 주식투자 형식이지만 매각 시점 주가가 목표치에 부족하면 금호산업이 그 차익을 보전해주는 것으로 주식 유지 옵션이 주어진 사채에 가깝다. 금호그룹이 상환할 수 없는 3조 원의 풋백옵션은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이 금호산업과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지불할 계획이다. 산업은행이 투기꾼들과 합의한 사항은 금호산업이 약속한 주당 32,500원 풋백옵션 중 18,000원은 현금으로 주고, 나머지 원금 8,200원은 금호산업 등에 대한 지분으로, 그리고 이자 6,300원은 1.7대 1비율로 채권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결국 투기꾼들이 2006년에 주당 26,200원을 투자하여 잃은 것은 이자 몇 푼이 전부다. 정부와 금호자본은 금호그룹의 수많은 노동자들을 해고하려 하지만, 정작 대우건설 인수 게임에 참여한 투기꾼들은 잘 먹고 잘 살 수 있게 보장하고 있다. 투기판의 주인공이었던 금호그룹의 박씨 일가는 금호산업, 대우건설,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을 잃게 되었지만, 금호석유화학과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보장받으며 일부 재산을 건졌다. 이들이 금호그룹을 유지했던 한 축인 금호석유화학 주식은 산업은행에 담보로 제공되었다. 이후 채무자들의 출자전환 수준에 따라 감자가 이루어질 수도 있겠지만 박찬구(창업주 4남)와 박철완(창업주 2남의 아들)는 금호석유화학, 박삼구(창업주 3남)는 금호타이어의 경영권을 당분간 보장받으며 채무 상환에 따라 다시 주식을 되돌려 받을 여지도 존재한다. 결국 수 조원의 손실은 돌고 돌아 노동자의 몫으로 넘겨졌다. 산업은행이 재무적투자자라 불리는 투기꾼들에게 지불할 돈은 산업은행이 금호산업, 아시아나, 대한통운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만들어 내야 할 돈이다. 박씨 일가는 자신들의 주식을 되찾기 위해 금호석유화학과 금호타이어에서 고강도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 더 적은 임금을 주고 노동자를 착취한 이윤, 더 적은 인원을 가지고 높은 노동강도를 통해 만들어 낼 이윤이 박씨 일가와 금융 투기자들의 주머니로 들어갈 돈의 원천이다. 박삼구 경영진 퇴출, 금호그룹 지분 청산, 정규직·비정규직 총고용 보장! 노동조합은 우선 박삼구 회장과 현 주요 경영진의 퇴출을 요구해야 한다. 박삼구와 그의 경영진들은 장기적 기업발전보다는 오직 담보 주식을 되찾기 위한 순이익 확보에만 열을 올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현 경영진을 그대로 두는 이상 노동자들은 매년 대규모 구조조정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도의적 차원에서도 현재의 금호그룹 부실을 만들어 낸 경영진은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 금호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 인수, 2008년 대한통운 인수를 단행하며 급격하게 부실해졌고 결국 현재의 금호 사태가 발생했다. 더군다나 작년 형제간에 벌어진 경영권 분쟁은 시장의 신뢰까지 상실하게 만들어 유동성 위기 사태를 키웠다. 또한 노동조합이 이후에도 고용과 관련한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박삼구 일가의 경영권만이 아니라 지분까지 청산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 박씨 일가가 금호타이어를 지배하는 소유 구조인 금호석유화학과 금호타이어 지분 관계를 청산해야 한다. 금호타이어의 대주주는 금호석유화학으로 전체 주식의 47%를 가지고 있으며, 금호석유화학은 박씨 일가가 40%를 소유하고 있다. 박씨 일가는 금호석유화학을 통해 금호타이어를 소유하고 있다. 현재까지 언론을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금호그룹 내에서 금호석유화학과 금호타이어를 떼어낼 것으로 보인다. 금호그룹은 크게 산업은행사모펀드가 소유하는 금호산업-대우건설과 박씨 일가가 소유하는 금호석유화학-금호타이어로 나뉜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통운의 처리 방향은 아직 미지수다. 그런데 문제는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금호타이어 지분은 현재 산업은행이 손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박씨 형제간의 합의에 따라 박삼구 가족이 가진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금호석유화학이 소유한 금호타이어 지분과 바꾸어 금호타이어 지분 대부분을 박삼구 일가가 소유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단, 현재 박씨 일가의 주식 대부분이 담보로 잡혀 있는 상황이라 시간을 두고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은 박씨 일가의 투기적 행태로 인해 발생한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박씨 일가의 주식 일체를 금호타이어에 무상 출연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갖가지 순환 출자를 통해 금호그룹을 지배한 박씨 일가의 지배권 자체가 애당초 문제가 있었다. 이들이 금호그룹 기업들과 노동자에게 미친 유무형의 피해는 이들의 사재보다 크면 컸지 작지 않다. 노동조합은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 우리은행과 현 경영진을 압박하여 금호석유화학을 통해 소유권을 유지하는 박씨 일가의 주식을 청산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이 모든 투쟁은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의 단결된 투쟁으로 현재의 임금삭감, 정리해고 요구를 물리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속칭 ‘죽은 자, 산 자’로 분류되는 해고자와 비해고자의 단결부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 노동조합과 지역사회운동의 단결이 필수적이다. 노동자 스스로가 단결하지 못하며 박삼구 회장이 사활을 걸고 진행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거꾸로 되돌릴 수 없다. 노동자만큼 자본 쪽도 필사적이다. 노동자들이 파업 투쟁을 펼치면 정부, 채권단, 사측은 부도 위협까지 내세우며 노동조합을 압박할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부도로 더 손해 보는 것은 채권단과 사측이다. 부도, 법정관리를 가더라도 노동조합이 사즉생의 각오로 노동권을 지킨다면, 결국 손을 들어야 하는 것은 사측과 채권단이다. 경제적 정치적으로 노동조합이 협박에 휘둘릴 이유가 없다. 사측의 구조조정안은 노동자에게 박삼구를 위해 죽으라는 말과 같으며, 비해고자에게도 죽도록 일하다 조만간 회사를 나가라는 암시다. 이제 노동조합에 필요한 것은 단호한 투쟁뿐이다.
<차례> 1. 세계경제 ● 미국 금융규제안과 그리스 재정위기의 본질: 2007-2009년 세계 금융위기는 치유되고 있는가 2. 국제정세 ● 그리스 총파업 ● 국제 분쟁지역 리포트 3. 한국경제 ● 2010년 G20 정상회의 주요 예상 의제 ● G20 송도회의서 핵심의제 로드맵 마련 4. 민중운동 ● 민주노동당 임시당대회 및 교수, 노동자 입당 ● 사회당 45차 중앙위원회 ● 진보정치세력의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 모임 발족 5. 노동 1) 총연맹 ● 사무처 개편 2) 금속노조 ● 대림자동차지회 본관 점거농성 ● 한진중공업지회 협상타결 ● 금호타이어 구조조정 ● 금속노조 특단협 ● 금속노조 2010년 산별교섭 공동 요구안 3) 교사, 공무원, 공공 ●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재반려 ● 철도노조 파업 참가자 징계 및 철도노조 대응 4) 기타 ● 철도노조 상반기 투쟁계획 수립 ● 화물연대 상반기 투쟁 안
2009년 말, 2010년 초 세계 주요 경제기관에서 제시한 표준적 전망은 ‘미약한 회복으로 전환’이란 말로 요약할 수 있다. 미국은 경기부양 효과가 하반기로 갈수록 약화되고, 고용사정 개선도 지연되고, 가계부채 조정도 지속되기 때문에 회복세가 완만할 것이며 세계경제는 금융기관 부실 확대나 과다채무국의 외환사정 악화, 달러 캐리트레이드 청산 가능성과 같은 위험요인이 존재하지만 이중침체(더블딥)에 빠질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2010년 1월 하순 들어 중국이 긴축강화 조치를 발표할 때나 미국이 금융개혁안과 재정 축소 방침이 발표할 때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나아가 그리스 재정문제가 터지면서 새로운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2월 11일 유럽연합(EU) 회원국은 정상회의에서 그리스에 대한 금융지원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나 구체적인 방안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은 왜 회원국 지원에 대해 그렇게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나? 그것은 유럽연합과 유럽통화연맹(EMU)이 위기에 대비한 비상수단이 극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독일연방은행이나 영국정부는 회원국이 국가부도를 우려한다면 구제금융 제공과 구조조정 경험이 많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럽연합 차원의 지원이 이뤄진다면 회원국의 도덕적 해이를 낳고 유럽연합이 체결한 <안정성장협약>, 즉 재정적자를 GDP의 3% 이하로 제한하고 정부부채를 GDP의 60% 이하로 제한하는 협약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통화기금에 유럽통화동맹 국가의 구제와 구조조정을 위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유럽화폐동맹의 결함을 자인하고 유로화의 신뢰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연합 차원의 구제금융 제공도 선택하기 어렵다. 유럽연합은 규정상 회원국 정부가 발행한 부채를 다른 정부가 인수할 수 없으나(구제금융금지 조항)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정부 간 지원이 가능하다는 유보조항이 있다. 구제금융이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어떤 정부가 다른 정부로부터 부채를 인수한다면, 자국 국민 세금으로 타국의 부실을 떠안는 셈이기 때문에 심각한 정치적 부담이 동반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유럽연합은 그리스 정부에게 계속 추가적 긴축안을 요구하면서도 지원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그리스 위기는 어떻게 나타났나? 일부 보수언론이 주장하는 것처럼 좌파 파퓰리즘 정부가 인기에 영합해 재정을 거덜냈기 때문인가? 여기에도 유럽통화동맹의 모순이 결정적으로 작동했다. 유럽 경제가 그럭저럭 잘 돌아갈 때는 유로화가 도입되면서 환리스크가 소멸됨으로써 자본이동이 자유로워지고 교역도 확대되면서 유로화가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유럽통화동맹이 출범한 후 자국 산업의 경쟁력이 낮은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은 상대적으로 실질환율이 고평가되어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적으로 누적되는 반면, 산업 경쟁력이 높은 독일은 실질환율이 저평가되어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적으로 누적되었다. 1999년 이후로 회원국별로 경상수지 흑자국과 적자국 사이 경계가 분명히 나타났고, 특히 적자국은 상품수지 적자액 중 역내 적자액이 90%에 육박했다. 즉 적자국은 화폐주권이 없기 때문에 환율조정을 통한 경상수지 불균형을 해소할 수단이 없었다. (이는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원화 가치가 대폭 하락해서 수출 확대를 꾀할 수 있었으나 그리스는 유로존에 속해 있는 한 자국 화폐의 평가절하를 시도할 수 없다.) 또한 유로존 국가는 국내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확장정책을 실행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도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실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긴축적 통화정책을 고수한다면 확장정책 실행을 위한 수단이 재정정책의 팽창 밖에 없기 때문에 재정적자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즉 유로존 국가는 독자적으로 금리인하와 유동성 확대정책을 실행할 수단이 박탈되었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경제정책이 지극히 제한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유럽통화동맹에 속한 주변국은 경상수지 적자의 누적과 정부 재정적자의 팽창이라는 경향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결국 유럽통화동맹의 공식 이데올로기는 통화안정성 지대, 즉 환리스크를 제거하는 지대가 창출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실질적으로는 회원국의 경제정책(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중심국, 특히 독일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았다. 경쟁력이 뒤쳐진 국가는 유럽통화동맹에 가입함으로써 확장정책이나 평가절하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 국가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강요하는 것만 남는다. 유럽통화동맹은 중심국 자본에게 항구적 이익을 제공하지만 그 대가는 노동자가 치러야 하는 결과를 낳는다. (유럽통화동맹의 본질에 대해서는 『사회운동』 2005년 9월호에 실린 카르케디의 「유럽 경제화폐동맹, 화폐위기, 단일유럽통화」를 참고할 수 있다.) 이런 조건에서 그리스나 그리스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유럽 국가들에서 재정긴축, 임금동결에 항의하며 총파업을 계획,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운동의 대응에 대해서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회운동』은 2007-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한국 노동자운동이 처한 현실에 주목하고 한다. 「2010년 여성운동의 과제」는 이명박 정부가 일자리 정책의 핵심으로 제시하는 ‘여성에게 적합한 일자리’나 출산장려정책이 여성에 대한 공격과 통제로 이어지는 현실을 분석한다. 「개정 노동조합법의 영향과 대응방향」은 노동조합 파괴 전략의 핵심이 노동조합에서 사회운동 성격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2010년 벽두에 ‘노사관계 선진화’ 법안이 통과된 후 현장에서 혼란이나 활동력 약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을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노사관계 선진화, 노동시장 신축화 방안이 추진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 2010년 내내 노동조합 운동은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우리의 분노를 냉철한 계획으로 전환할 때다.
여성의 노동과 재생산 권리 쟁취를 위하여! 여성 고용과 일자리, 출산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불안정한 여성 일자리와 저출산 문제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최근 그 심각성을 더하는 지표들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1월 여성실업자수와 실업률이 1999년 중반 이후 최악을 기록했으며(실업자 21만4천 명 증가, 실업률 76.2% 증가), 2009년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서 한국은 합계출산율 1.22명으로 세계 최저수준이다. 저출산-고령화의 심각성으로 인해 사회적 위기감이 조성되며 여성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분석과 해결책 대부분이 정부와 자본의 신자유주의 정책의 관점 속에 다뤄지며, 오히려 여성에 대한 공격과 통제의 형태로 제시되고 있다. 2010년 정부는 ‘여성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고용부문의 주요 과제라고 밝혔다. 부담 없이 경제활동에 참가할 수 있도록 기존의 일 가정 양립정책을 현실화하고, 안정적 양육을 위해 노동 시간을 줄이는 유연근무제(퍼플잡)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출산 장려 정책을 펴는 한편, 불법낙태 단속을 강화하여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보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여성들의 요구를 수용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내용은 오히려 정부와 자본의 필요에 따라 여성인력을 활용하면서도 저출산 현상을 극복하려는 것에 가깝다. 일과 가정을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강요 속에 더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려야 하고, 임신했을 경우에도 상황과 조건은 관계없이 무조건 아이를 낳아야 할 판이다. 여성의 일자리와 재생산 문제는 전체 민중의 일자리와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지만, 이명박 정부의 불도저식 탄압에 위축된 노동자운동은 적극적으로 맞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 라며 내놓은 정책들이 ‘누구’의 ‘어떤 위기’를 ‘어떤 기회’로 바꾼다는 것인지, 그 대안이 여성과 노동자 민중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우리의 대응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과 실천이 필요하다. 여성에게 가중되는 이중부담, 일ㆍ가정 양립 정책 여성이 일과 가정의 이중부담을 요구받아 온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경제위기와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 일자리를 유연화시켜 불안정하더라도 여성고용을 늘리고, 시간을 조정해 일과 가정의 책임을 다시 여성에게 내맡기고, 둘째, 여성의 몸과 재생산과정에 대한 통제와 개입을 확대하면서 출산율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여성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출혈적인 노동과 부담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삶이 설계되어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런 국가와 자본의 요구가 일 가정 양립정책에 반영되어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정부의 일 가정 양립정책의 기조는 ‘출산과 보육지원’에서 ‘노동시간의 유연성 제공’으로 변화했다. 이는 세계적 추세로 최근 유럽에서는 단시간 노동을 포함해 노동시간 운용을 유연하게 할 수 있는 고용형태를 포함한 노동시간 재배치정책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도 유연근무제, 파트타임, 초과노동의 활용 등 유연화된 노동 형태를 일 가정 균형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노동자가 자의로 타의로 직장에서 퇴출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대신 더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리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여성의 교육기회가 확대되고 경제활동참가율이 증가하면서 결혼 이후에도 계속 취업하는 여성이 늘어났다. 일하면서 가정을 돌볼 수 있는 지원과 제도 마련은 여성의 요구가 되었다. 국가 차원에서도 여성을 직장으로 끌어내는 것은 중요한 문제였다. 서비스 유통 산업의 발달로 여성 인력 활용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정부와 자본의 이해관계 범위에서 여성의 요구는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 제정, 1991년 영유아보육법 제정 등으로 실현된다. 여성노동자들의 현실 조건을 간과함으로써 고용상의 평등과 영유아보육은 법 문구에 머물렀지만, 이때부터 여성의 일과 양육의 관계 문제가 등장했다. 1990년대 한국의 출산율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급기야 2005년 세계 최저출산율을 기록하며 일 가정 양립 논의는 새롭게 대두된다.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경제적 문제로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가 추진되고 복지가 축소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여성의 이중부담을 ‘효과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일 가정 양립 논의가 이어진다. 현재에도 여전히 출산, 양육, 돌봄은 개별 가족 내에서 능력에 맞게 해결해야 할 일로 여겨지며,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엄마, 아내, 며느리, 할머니로 여성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는 것은 변함없다. 즉 ‘여성이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와 노인, 가정을 돌보느냐’와 ‘여성이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와 노인 가정을 돌보느냐’의 두 가지 선택지만이 제시되어 왔다. 이렇게 여성이 경력단절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 원인에 대한 접근 없이 일 가정 양립은 여성이 처한 조건을 변화시킬 수 없다. 게다가 국가차원의 ‘우수인력’인 고학력 여성들이 노동시장으로 재진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일 가정 양립 정책의 대상이 상대적으로 고임금의 안정적 일자리를 가진 여성에게 한정되었다. 일례로 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 의 제도적 기반은 어느 정도 갖춰진 편이고 그 제도를 활용하는 여성이 증가 추세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다수의 여성 노동자는 고용보험 미가입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거나 승진과 인사에서의 불이익, 사업주의 눈치 등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이 대부분이지만 정부가 계속 일 가정 양립정책을 강조하는 것은, 유휴 여성인력을 값싸고 편리하게 이용하기 위해서다. 결국 정부는 일 가정 양립정책을 일하는 여성들의 요구라 포장하지만 대다수 여성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할뿐더러, 여성이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과 정부의 지원이 한계적인 상황에서의 가정을 모두 책임지게 사회적으로 강요하는 결과를 야기한다. 그리고 이런 강요는 최근 유연근무제 도입 추진의 배경과 정확히 부합한다. 유연근무제 도입이 낳을 문제점 지난 2월 18일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고, 소수가 장시간 노동하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유연근무제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작년 말부터 여성부가 추진하겠다던 퍼플잡의 시행 계획을 대대적으로 공표한 것이다. 사무실에 출근하여 장시간 경직된 형태로 노동하던 것을 다양한 형태로 유연화하여, 노동자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일과 가정생활을 양립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 정부안의 주요 내용이다. [표1] 5분야 9유형의 유연근무제 (표 생략. 첨부파일 참조.) 이명박 정부의 유연근무제의 도입, 여성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가? 이명박 정부의 유연근무제가 여성의 일자리 창출과 일 가정의 이중부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일자리의 ‘수’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자리의 ‘질’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현재 대다수 여성이 저임금 불안정한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으며, 정부가 2009년 경력단절여성을 지원코자 전국에 100여 개를 설립했던 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서 창출된 일자리만 봐도 비숙련-저임금 일자리였다. 또 유연근무제를 적용할 업무를 비숙련의 분담 가능한 주변업무로 꼽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 고용의 질적 향상은 전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남여 간의 임금격차는 여전히 크고, 여성의 빈곤과 저임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파트타임, 단시간 노동을 늘린다는 것은 오히려 여성의 노동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뿐이다. 그렇다면 일 가정의 이중부담 해결의 문제는 어떠한가. 출산과 양육, 돌봄 노동이 여전히 여성의 몫으로 여겨지는 현실, 이로 인해 집안일을 병행해야 하는 여성의 일은 부수적 소득이 되며 여성의 노동 자체가 평가 절하 받고 고용 조건도 하향한다는 현실, 개별 가구의 소득 수준에 따라 보육ㆍ교육ㆍ돌봄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범주가 달라진다는 현실이 바로 여성들이 겪는 문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런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 출산과 양육, 가족 돌봄을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는 대신 사회서비스 시장을 활성화하고, 이를 수용하는 것은 개별 가정과 개별 여성의 능력에 맡기고 있다. 다만 어차피 여성이 가족 내에서 양육과 돌봄을 수행해야 하고, 일도 해야 하니 노동 시간을 줄이거나 유연화함으로써 일과 가정의 양립의 부담을 조율할 수 있게 ‘도와’줄 뿐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여성들에게 선심 쓰듯 내놓은 유연근무제는 여성의 역할과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지 못할뿐더러 여성의 일자리를 더욱 불안정하게 할 것이다. 유연근무제가 전체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 유연근무제는 일차적으로 가사노동의 전담자인 여성을 대상으로 하지만, 여성부에서 퍼플잡 도입을 밝혔을 당시부터 남성도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대상에 포함한다는 계획이었다. 유연한 일자리를 성별에 따른 실제 사용여부를 떠나 전체 노동자에게 적용하겠다는 함의가 중요하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유연근무제의 핵심은 현실의 노동자가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데 발생하는 어려움을 해소하기보다는 기존의 정규직 일자리를 쪼개 자릿수를 늘리는 데 있다. 또 노동시간과 장소는 유연화하되 시간활용도를 높여 집중적으로 생산량을 높이며, 노동통제를 통해 노동강도를 높이고자 한다. 정부가 말하는 생산성 제고와 고용 창출, 시간의 유연화의 의미는 한국의 단시간 노동 현황 속에 더욱 선명해진다. 세계적으로 단시간 노동이 늘어나는 추세고 한국 역시 단시간 노동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단시간 노동 확대를 주장하는 많은 연구자들이 단시간 노동을 열악한 일자리의 비정규직과 동일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2007년 기준 단시간 노동 형태를 보면 대다수의 단시간 노동은 단순노무, 숙박 및 음식업, 서비스업 등 비숙련-저임금 직종에서 비자발적으로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단시간 노동자의 70.2%가 여성으로 평균 53.1만 원의 임금을 받는다. 한편 최근 취업포털 인쿠르트가 직장인 1,0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다섯 명 중 한 명이 직장일 외 부업을 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직장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생활비 부족과 수입 감소로 부업을 할 수밖에 없는 투잡족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통계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임시직, 일용직의 경우 더욱 심각한 상황임을 예측해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는 단시간 노동자와 유연한 일자리를 더 만들겠다는 것이다. 공무원 시범시행은 본격적인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신호탄 경력단절로 인한 여성인력(특히 고학력 여성)의 손실을 막고,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두 마리 토끼 잡기, 유연근무제는 올 하반기에 공무원부터 적용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여성 공무원들에게 유연근무제를 비롯한 일 가정 양립 정책이 시급한 것이 아니다. 공무원은 상대적으로 모성보호관련 법, 제도가 잘 구축되어 있는 편이다. 오히려 주변 분위기나 경력 유지의 문제로 제도가 갖춰져 있음에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이런 상황에 비추어보면 여성 공무원들에게 선심 쓰듯 내놓은 유연근무제의 목적은 다른 곳에 있어 보인다. 정부는 먼저 「유연근무제 활성화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여론수렴과 시범실시 등을 거쳐 확정한 뒤, 하반기부터 전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전면 시행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를 이용해 공공부문의 방만한 경영을 타파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공공부문 구조조정, 공무원 노조 무력화가 손쉬워진다. 유연근무제 도입을 일 가정 양립에 적합한 고용형태 발굴과 일자리 늘리기란 말로 포장해 저항을 줄이면서 구조조정에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유연근무제도는 공무원들에게 일과 가정을 양립하게 해 준다는 빌미로 공공부문 일자리를 대폭 유연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는 공공부문에서 노동조건과 고용의 질을 악화시키고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낙태처벌과 출산강요. 여성의 몸에 대한 권리는 어디에 저출산-고령화의 위기감에 대한 강조가 유연근무제처럼 여성과 전체 노동자에 대한 공격으로 다가오는 한편, 여성의 몸과 재생산 과정에 대한 통제와 개입으로도 드러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불법 인공임신중절 예방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를 발족할 예정으로 의료계, 시민단체, 자선단체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낙태예방 사회협의체라는 이름으로 논의를 시작한 것은 다음과 같은 배경에서 기인한다. 첫째,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각해지며 여성의 출산에 국가가 직접적으로 관리, 통제에 나서고 있다. 둘째, 작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낙태고발운동을 시작한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보건복지부에 대한 압력이 작용했다. 대다수 사람들이 의아해할 정도로 급작스럽게 진행되고 있는 낙태에 대한 관심과 고발, 처벌 조치가 한국사회에 여성의 권리와 사회적 윤리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형성해갈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부정적이다. 프로라이프(pro-life)의사회의 낙태고발 운동 작년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사랑하는 의사들의 모임>이 시작한 낙태근절 선언운동을 광범위하게 확대한다는 취지로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작년 12월에 발족했다. 이들의 주요 활동은 낙태 시술을 하는 병원에 대한 제보를 받고 고발하는 것, 정부에 대해 낙태 근절을 위한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것이다.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지난 2월 3일 낙태 시술 병원 세 곳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으며, 전국의 산부인과에 불법낙태시술 중단 촉구 경고 공문을 발송하고, 정부에게 5대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이러한 활동에 예상치 못한 파급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대다수 산부인과들은 고발을 우려하며 낙태시술을 중단하고 있고, 걸려오는 상담전화조차 피하고 있다. 각 포털 사이트의 질문 게시판에는 원하지 않게 임신을 했는데 요즘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산부인과에서 낙태수술을 받을 수 없다며 가능한 병원을 알려달라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몇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가 금지되어 있는 한국의 현행법상 많은 여성들이 원하지 않거나, 낳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아이를 낳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하루에 1000건이 넘는 ‘낙태공화국’의 오명을 벗어야 한다는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낙태고발 운동은 하루에 1000여 명의 여성을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그 이후 양육까지 재생산을 둘러싼 일련의 경험과 과정은 여성의 삶을 구성하는데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이 출산을 결정할 때에는 자신의 육체적 심리적 상태와 출산, 양육, 직장, 사회적 관계 등을 모두 고려한다. 한편 여성의 출산과 재생산노동은 사회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저출산 문제나 일 가정 양립의 필요성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는 것이 일례다. 여성의 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이 개인과 가족, 사회에 대단히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출산과 낙태, 재생산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없었다. 서구에서처럼 페미니즘 운동이 확장되거나 논쟁이 크게 일어난 적도 없어 낙태를 여성의 권리로 제기하는 운동이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그렇다 보니 여성의 삶을 구성하는 재생산에 관한 문제는 개별 여성의 선택과 책임으로 넘겨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낙태를 고민하는 여성에게 ‘사랑으로 낳으세요. 태아의 생명은 소중하니까요’라는 대답이 돌아와도 어쩔 수 없이 전전긍긍하며 음성적 낙태나 다른 방안을 찾게 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낙태 불법화와 단속 처벌의 강화가 아닌 여성의 재생산에 대한 권리를! 낙태를 불법화하고 단속과 처벌을 강화할 경우, 일명 낙태선박과 같은 것을 필요로 하는 여성이 늘어나게 될 수도 있다. 네덜란드의 낙태옹호단체 <위민온웨이브즈(Women on Waves)>는 낙태가 금지된 나라들을 찾아가 낙태선박에 여성을 태우고 공해에서 약물을 이용하여 낙태시술을 한다. 2001년부터 아일랜드, 포르투갈, 폴란드를 찾아가며 시작된 이들의 낙태선박은 아일랜드에 처음 갔을 당시 여성 200여명으로부터 ‘제발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이 단체의 대표 레베카 곰퍼러츠는 낙태를 반대하는 사람일지라도 인생에 한번쯤 ‘어쩔수 없는 때’가 있을지 모른다며, 그런 상황에 처한 여성의 결정권을 돕는 것이 자신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낙태선박 사례는 낙태를 철저히 금지하는 국가의 경우 낙태가 줄어들기 보다는 음성적으로 낙태시술을 하는 여성이 늘어남을 보여준다. 하지만 많은 연구에서 우려하고 있듯 낙태시술이 음성화되면 음성화될수록 산모의 건강이 위험하고,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실제로 국제가족계획연맹(IPPF)은 해마다 7만 명이 불법 낙태로 목숨을 잃는 것으로 추산한다. 출산과 낙태는 여성의 신체적 심리적인 경험에 각인될 수밖에 없는 성질의 것이다. 특히 낙태의 경우 여성에게 신체적, 정신적 손상을 남기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따라서 태아와 산모의 생명을 배치되는 것으로 놓고, 낙태를 선택한 여성에게 태아의 생명을 운운하며 비난할 수 없다. 낙태의 음성화는 단순히 낙태 처벌을 강화할 경우 발생할 안 좋은 예가 아니다. 낙태의 음성화로 인해 여성의 권리가 축소되고 제한될 것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다. 낙태를 죄로 간주하면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육체에서 자유로운 남성에 비해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성적 행위는 제한되고, 반면 책임은 온전히 여성 개인의 몫이 된다. 또 임신과 출산, 양육 등 재생산 과정을 여성 스스로 통제할 수 없게 만드는 현실은 여성의 권리를 제기할 수조차 없게 만든다. 즉 여성의 역할을 가족 내에 한정지은 사회적 인식과 구조에 맞서 싸울 수 없게 함으로써 여성들을 무기력하게 한다. 따라서 여성의 권리와 태아의 생명을 대립시키면서 하나를 선택하라는 강요가 아니라 출산과 재생산, 자신의 삶을 설계할 수 있는 여성의 권리 측면에서 낙태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 이미 한국 사회에서 낙태가 불법화되어 있음에도 낙태가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즉 여성에게 원치 않는 성관계를 하지 않을 권리와 피임할 권리가 주어져 있는지, 여성이 출산을 강요당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로써 주어져 있는지, 현재의 성규범과 결혼제도 속에서 미혼여성에게 출산이 가능한지, 기혼 여성일지라도 아이를 낳았을 경우 양육과 돌봄에 대해 사회적 지원은 어떠하고 자신의 삶을 구성해 갈 여건이 되는지에 대한 반문이 필요하다. 2010년 여성의 요구: 유연근무제 도입 반대와 재생산의 권리 쟁취 위기에 대한 접근과 해석, 대안이 정부와 자본의 관점이 아닌 여성의 관점에서 다시 쓰여야 한다. 신자유주의 하 저출산-고령화의 위기는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아 국가 전반이 위기에 처한 것이 아니다. 경제위기가 만성화되면서 국가가 더 이상 실업을 해결하고, 고용을 안정화하며, 재생산 구조를 담보할 수 없는 무능력함에 빠진 것이 문제의 실체다. 그리고 국가가 이런 위기를 신자유주의 노동의 유연화와 여성의 재생산 권리에 대한 통제를 통해 은폐하고 지연하고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는 더 이상 지연될 수 없다. 이미 많은 여성들이 일을 하고 있음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며, 아이의 출산, 양육과 교육을 위해서 빚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아이를 낳고 싶어도 쉽게 선택할 수 없다. 정부의 위기 지연을 위한 대안들이 여성에게 해답을 줄 수 없음은 자명하다. 여성이 가족 내 역할을 강요받고, 불안정 노동과 빈곤으로 내몰리고, 출산을 강요받지만 출산을 선택할 수 없는 여건이 악순환 되는 상황에서 악순환의 목록을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새 판을 짜야 한다. 첫째, 여성을 비롯한 전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유연근무제 도입을 막아야 한다. 이에 노동자들이 주체적으로 유연근무제를 거부하는 운동을 벌여야 한다. 필요한 것은 해고의 불안에 시달리지 않는 안정된 일자리다. 또 인간답게 살기위해 장시간 노동이 철폐되고 최저임금이 인상되어야 한다. 둘째, 여성에게 일과 가정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이중부담을 무한대로 감내하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돌봄과 양육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시켜야 한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사회서비스를 시장화하고, 지불 능력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 달리 제공되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 돌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를 위해서는 돌봄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고용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낙태 단속과 처벌 강화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구성하고자 하는 여성이 가져야할 인간의 권리는 국가나 자본, 사회적 간섭과 통제 속에 실현될 수 없다. 여성이 출산과 모성을 선택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야 하고, 출산이 자신의 행복과 대립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현실의 조건이 이를 뒷받침해주는 사회적 인식, 구조가 필요하다. 현재 국가와 자본의 공격 속도에 비해 대응은 미미하다. 각개 고립, 분산적으로 부딪치다 깨지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는 운동이 약한 상황에서 경제위기와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심화되면 될수록 여성에 대한 폭력과 공격이 거세질 것이다. 신자유주의 개혁 세력의 공세 속에, 보수집단의 공격 속에 전전긍긍하다 끔찍한 폭력에 직면하지 않기 위해서 다시금 여성의 노동에 대한 권리, 재생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이것이 전체 노동자민중의 권리를 지켜내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 2010년 한 해 여성 노동권 쟁취, 여성 재생산 권리 쟁취를 위하여 여성의 현실에 대한 폭로, 토론과 교육, 투쟁을 멈춤 없이 이어가자.
사회운동과 실리주의, 기로에 선 노동자 운동 반노동자 법에 맞서 싸우며 성장한 민주노조운동과 2010년 개정 노조법 지난 2월 10일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근로시간면제심의위(이하 면제위)가 발족할 것으로 보인다. 면제위는 4월 말까지 전임자의 숫자와 활동 시간 상한선을 정한다. 면제위가 상한선을 정하고 나면 단체협약이 만료되는 사업장은 이 기준에 따라 전임자에 관해 교섭을 진행해야 한다. 정부가 예전에 진행한 연구를 근거로 전임자 수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내년 7월부터 시행되는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에 대한 정부와 자본의 준비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 노조법은 기업 내 복수노조를 형식적으로 허용하지만 소수노조의 교섭을 제한하고, 교섭단위에 대한 자본의 개입을 허용한다. 사실상 복수노조 허용법이 아니라 어용노조 육성법인 셈이다. 더군다나 기업별 교섭을 명시화함으로써 산별노조의 산별교섭 범위까지 축소하고 있다. 그러나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노동자운동의 대응은 지금까지 매우 미흡했다. 민주노총이 개정 노조법 통과 즈음 벌인 투쟁은 간부 1박2일 상경투쟁 정도가 전부였다. 신임 집행부가 올 상반기 총력 투쟁을 약속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개정 노조법이 당장 조합원의 노동조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점, 개정 노조법이 현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체감도가 아직 낮다는 점, 법이 시행되더라도 자기 사업장은 대처할 수 있다는 일부 대공장 노조의 안일함 등 노조법 투쟁을 둘러싼 여러 조건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역사적으로 한국 민주노조 운동의 흥망성쇠는 노동법 관련 투쟁과 깊게 연관되어 있었다는 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1980년대 이후 노동3권부터 초기업노조 설립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싸우지 않고 쟁취한 것이 없으며 이 투쟁을 바탕으로 노동조합은 대중적 힘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반대로 1990년대 중반 이후 제대로 싸우지 못하고 정리해고, 파견근로 등 노동권을 후퇴시키는 노동법 개악을 받아들였을 때 노조는 힘을 잃었다. 조직률이 정체하고 노조의 사회적 위상까지 흔들리는 지금, 노동자운동이 이번 노조법 개악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는 이후 노동자운동의 흥망성쇠를 판가름할 것이다. 여러 악조건에도 민주노조 운동이 다시 한 번 힘을 내어 개정 노조법에 맞선 싸움을 만들어야 한다. 개정 노조법의 영향: 노조의 사회운동에 관한 제도적 봉쇄 개정 노조법은 크게 두 가지를 담고 있다.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명시와 이에 대한 예외 조항으로 전임자의 유급 활동 시간과 범위 규정, 그리고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기업 차원의 교섭 방법(창구단일화 방법)이다. 전자는 올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가고, 후자는 2011년 7월부터 시행된다. 전임자임금지급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에 관한 법률 조항은 사실 1997년 3월에 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법률은 두 조항에 대해 부칙으로 2001년 12월 31일 이후 시행되도록 하였으나, 1999년, 2003년, 2006년 세 차례에 걸쳐 시행이 유예되었었다. 전임자임금지급금지 및 근로시간면제: 사회운동을 제거하는 노동조합 업무에 대한 제도적 규정 개정 노조법 24조에 따르면 “사용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근로계약 소정의 근로를 제공하지 않고 노동조합 업무에만 종사하는” 노동조합 전임자는 사용자로부터 어떠한 급여도 지급받아서는 안 된다. 다만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서 정한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임금 손실 없이 “사용자와의 협의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활동 등 …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의 유지 관리 업무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지난 2월 10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은 근로시간면제한도 규정을 더욱 개악하여 총시간만이 아니라 인원수까지 규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 말미암아 당장 올해부터 크게 세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 번째는 현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근로시간면제 한도에 관한 것이다. 개정 노조법 24조의 2 조항에 의해 구성되는 근로시간면제위는 노동계, 경영계가 추천하는 각 5명의 위원과 정부가 추천하는 5명의 공익위원으로 구성된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차가 매우 클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측 공익위원 중 3명이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결정할 수 있다. 예전 노사정위의 경험을 보아도 그러하다. 정부가 시간과 인원수 한도를 통해 줄일 전임자 수준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이 없다. 정부가 전임자 규모를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93년 수준으로 줄이고자 한다면 약 20% 이상 줄어들 것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2008년 전임자 1인당 조합원은 149.2명이며, 1993년은 183.4명이다.) 정부 측 공익위원으로 추천될 것으로 보이는 노사정위 공익위원들의 의견대로 결정된다면 전임자 1인당 조합원 수가 300명, 즉 현재 전임자의 50% 수준이 될 것이다. 경총의 경우 1,000명당 1명, 즉 80% 이상 감축을 주장하고 있지만, 한국노총과의 관계, 시행 첫해라는 점 등으로 볼 때 전임자 수 감축은 20~50% 사이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4월 말까지 근로시간면제위의 한도 결정이 이루어지면 산별노조, 기업노조는 한도 내에서 단체협약을 교섭해야 한다. 민주노총 내 단체협약의 상당수가 짝수 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당장 올해부터 많은 사업장에서 전임자 관련 교섭이 이루어진다. 금속노조의 경우 올해 단협이 만료되는 사업장이 80%에 이른다. ▶ 중소사업장 노조 약화에 따른 노동자 단결 문제 두 번째는 노동자운동의 단결과 관련된 것이다. 근로시간면제위가 조합원 수 범위에 따라 전임자 한도 수를 정하게 될 텐데 노동조합의 규모, 재정상황, 기업 내 역관계에 따라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노동자운동이 단결된 투쟁으로 정부와 자본에 맞서 싸우지 못한다면, 노조 간 격차가 터 커질 수도 있으며, 중소사업장 노조가 고립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유급 전임자 및 채용 활동가가 200여 명에 달하는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와 8개 사업장이 2명의 전임자를 가지고 지회로 편제되어 활동하는 금속노조 서울지부 남부지회의 상황이 다르다. 현대차지부가 줄어든 전임자 수를 가지고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는 처지라면 남부지회의 경우 전임자 수가 1명만 줄어도 지회 유지 자체가 곤란해질 수 있는 처지다. 한편 현장 교섭력이 매우 약한 중소사업장 노동조합들은 벌써부터 전임자와 관련한 공격을 받고 있다. 많은 사업장들에서 연초 노사 상견례부터 사업주들이 올해부터는 전임자가 법적으로 금지되는 것 아니냐며 강한 압박을 하고 있다. 개정 노조법은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근로시간면제를 할 수도 있다는 ‘예외’ 조항을 두는 구조다. 자본가들이 교섭 시 현장에서 들이댈 수 있는 강한 무기인 셈이다. 대한상의, 경총 등은 연초부터 회원사들을 상대로 전임자임금지급과 관련하여 “원칙은 임금지급금지”라면서 민주노총의 특별단체협약 요구를 무시할 것을 교육하고 있다. ▶ 노동조합 활동가의 사회운동에 대한 제약 마지막으로 노조 간부들의 역할과 관련한 것이다. 개정 노조법은 단순히 전임자의 수에 관한 문제만이 아니라 유급 노조 간부의 업무에 관한 것도 규정하고 있다. 법으로 아예 노조간부는 흔히 실리주의라고 비판받는 내용만을 하라는 것이다.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 유지관리 업무”라는 문구로 다소 두루뭉술하게 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정부, 사법기관, 언론 등의 노조 투쟁에 대한 매우 보수적인 태도를 고려하면 이러한 조항이 앞으로 노조 간부들의 활동을 상당히 제약할 것이다. 당장 상급단체 파견부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임자 문제를 논의했던 노사정위 공익위원들부터 자본가단체에 이르기까지 상급단체 파견은 노동조합 유지 관리 업무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 의견이다. 산별노조는 기업노조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근거 역시 이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데, 이들에게 노조 전임자는 기업이 지불하는 노무 비용이기 때문에 애당초 산업별노조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의 의도가 관철되어 유급 전임자들이 기업에 묶인다면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와 공공노조를 비롯하여 민주노총 지역본부까지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다. 특히 문제는 장기적으로 이러한 법적 제약이 노동조합 활동가 역할에 대한 노동자운동 진영의 인식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 민주노조 운동이 여러모로 실리주의적으로 변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민주노조 운동 진영에서 노동운동 간부는 여러 사회운동의 이슈(보편적인 노동권, 평화, 민주주의 등)에 참여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을 존중한다. 하지만 실리주의 운동이 확장되어가는 가운데 노조 간부 활동에 대한 법적 규제까지 더해진다면 이러한 대의명분조차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 정권과 자본이 앞으로 유무급을 상관하지 않고 현장 노동자들의 노조 운동 자체를 봉쇄할 여지도 있다. 정부가 만든 유급 기준은 이러한 점에서 일종의 노조 활동 관례처럼 확장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즉 정부가 만들어 놓은 유급 전임자의 기준을 가지고 향후 유무급을 넘어 노동자 운동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무급 전임자(노조 업무 종사자, 노조에서 임금을 받는 노동자)라 하더라도 유급 기준과 어긋나는 여러 활동들에 대해 동의를 하지 않을 수 있다. ▶ 정부의 아전인수, 전임자에 대한 오해와 국외 사례 정부는 외국의 예를 들어 전임자임금지급금지가 마치 세계적 표준인 것처럼 이야기하기도 한다. 노동부가 상급단체 파견은 노조 재정으로 하는 것이라며 제시한 독일의 사례를 보자. 독일이 산별노조 파견자에 대해 노조 재정으로 처리 가능한 것은 우선 법적으로 보장되는 강력한 산별교섭과 경영참가가 보장되는 작업장위원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집중화된 전국교섭과 지역교섭은 노동조합 교섭 업무의 상당 부분을 해결해주며, 유급 근로 시간 면제가 주어지는 작업장 위원회의 위원들은 노조와 조합원 사이에 가교가 되어 준다. 더군다나 한국과 달리 노조 활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도 여러 방면에서 노조 업무를 줄여준다. 산별교섭은 고사하고 노조에 대한 적대적 태도로 일관하는 한국 상황과 비교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노동부가 또 다른 예로 든 프랑스 역시 비슷하다. 프랑스는 법으로 보장하는 전국적 대표 노조들이 쟁취한 협약이 모든 노동자에게 확대되어 적용된다. 협약의 확대적용은 고사하고, 존재하는 단체협약도 무시하기 일쑤며 각종 법적 소송으로 조합 활동을 방해하는 한국과는 천지차이다. 또한 프랑스의 현장 노동자들은 조합대표, 종업원대표, 기업위원회 위원, 지역분쟁조정위원회 노동자 대표 등 다양한 경로로 노동자 운동에 참여할 수 있으며, 여러 수준으로 근로시간 면제가 주어진다. 노동자 운동 관련 활동 시간으로 따지면 절대 적지 않다. 복수노조허용 및 창구단일화: 복수노조 허용에서 어용노조 육성으로 개정 노조법 29조의 1, 2, 3, 4항은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교섭창구단일화를 규정한다. 29조의 2에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여 교섭을 요구하며, 노동조합 간 자율교섭으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지 못한 경우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 노동조합이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된다. 과반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전체 조합원의 10% 이상인 노조들이 공동교섭대표단을 구성하며, 이마저도 구성되지 않을 경우 노동위원회가 강제로 비례대표를 결정한다. 그리고 예외 조항으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을 결정하는 기한 내에 사용자가 동의한 경우 창구단일화를 거치지 않고 노조별로 단체교섭을 할 수 있다. 개정 노조법의 29조는 요약하면, 초기업노조를 배제하며 사용자와 정부가 입맛대로 개입할 수 있는 복수노조 설립과 교섭창구단일화 방안이다. 복수노조 난립으로 교섭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간단한 논리로 그동안 자본이 원했던 갖가지 독소 조항들을 모두 집어넣은 것이다. ▶ 초기업 노조 무력화 먼저, 법안 자체가 기업 교섭 프레임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법안은 교섭의 단위로 기업(사업 또는 사업장)을 규정한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가 지금까지 진행해 온 산별중앙교섭은 사용자가 마음먹고 사업장에 어용노조라도 만들면 그 순간부터 교란된다. 개정 노조법은 교섭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기업 교섭단위를 먼저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사측이 어용노조를 만들고 교섭을 방해하기 시작하면 노동조합 간 자율교섭부터 노동위원회 결정까지 최장 67일이 소요된다. 십 수 개의 사업장만 이런 식으로 교란해도 중앙교섭은 물론이고 시기 집중 교섭까지 얼마든지 방해할 수 있다. 개정 노조법은 철저한 기업별 교섭 프레임으로 아직 제대로 시작조차 하지 못한 산업별 교섭을 근간부터 흔든다. ▶ 사측과 정부의 개입 강제적인 기업별 교섭창구 단일화 규정은 사실상 복수노조 허용이 아니라 정부와 사측의 교섭단위 결정 개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법안은 복수노조 간 자율교섭으로 교섭대표노동조합을 결정하지 못할 때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 노동조합이 대표노조가 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일부 대공장 노조를 제외하고는 이미 존재하는 민주노조도 사측의 탄압으로 매년 고생하는 상황에서 사측에 의한 어용노조 육성은 불 보듯 뻔하다. 더군다나 법안은 29조 1의 1항에서 사용자가 동의한 경우 교섭 창구 단일화를 하지 않고 노조별로 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사용자가 개입할 여지를 확대해 놓았다. 여러 노조가 난립하여 과반노조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는 정부가 교섭대표단 구성에 직접 개입할 수도 있다. 29조 2의 5항은 교섭대표단이 구성되지 않을 경우 노동위원회가 이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최근 더욱 보수화하고 있는 노동위원회의 성향을 보면 판결이 민주노조 운동 진영에 불리하게 결정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러한 조건에서 무노조 혹은 어용노조 사업장에 사용자가 꺼리는 민주노조가 자리를 잡는 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 존재조차 부정당할 비정규직 노조 비정규직 노조는 노조 존재 자체가 부정될 가능성이 크다. 비정규직 노조가 과반수 노조가 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창구단일화로 가게 되면 결국 사업장 내에서 비정규직 노조는 교섭권을 가진 과반수 노조의 처분을 바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어 버린다. 법안은 29조의 3에서 “사업장에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 관행 등을 고려하여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노동위원회는 노동관계 당사자의 양쪽 또는 어느 한 쪽의 신청을 받아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지금까지의 노동위원회 성향을 볼 때 노동위원회가 비정규직 노조의 교섭을 창구단일화에서 분리하도록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 국외 사례 정부는 미국과 프랑스의 예를 들어 마치 교섭 창구 단일화가 세계적 표준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이는 앞의 노조 전임자 문제와 같은 아전인수와 다름없다. 미국의 배타적 교섭 대표제는 선진 제도가 아니라 애초의 법안 취지가 악용되고 있는 대표적 노동악법이다. 현재 미국노총(AFL-CIO), 승리를 위한 변화 연맹(Change to Win Federation) 모두가 법안 개정을 위해 싸우고 있다. 1935년 와그너 법에 의해 규정된 배타적 교섭 대표 제도는 노동관계위원회(NLRB)가 승인한 노조 대표가 노조 교섭과 관련한 전권을 가지는 제도이다. 노조 또는 사용자가 30% 이상의 사업장 노동자 서명(수권카드)을 받아 노동관계위원회에 교섭대표선거를 신청하면, 위원회가 적합성 심사를 벌인 이후 사업주로부터 선거권자 명부를 받아 투표를 실시, 과반수 득표를 한 조합이 대표권을 획득한다. 애초 법안은 사용자의 교섭 회피를 줄이기 위해 전제 노동자의 투표를 통해 사용자에게 교섭을 강제하고, 조합원 직접 투표를 통해 당시 다수 존재하던 어용노조를 민주화하기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하지만 이후 법안은 사용자들이 노동자 정보를 독점하여 대표 선거를 어용노조 정당화에 이용하고, 배타적 교섭대표(창구단일화)를 통해 신규노조 설립 자체를 방해하면서 미국의 대표적 노동악법으로 변질하였다. 노동조합들은 민주당 대통령 시기마다 개정을 요구했으나 번번이 공화당에 막혀 개정시키지 못했다. 현재 승리를 위한 변화 연맹은 사측의 개입을 차단하고 신규노조 설립을 자유롭게 가능하게 할 노동조합에 대한 종업원자유선택법률(Employee Free Choice Act)을 의회에 통과시키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한국 창구단일화를 프랑스와 비교하는 것은 더욱 가당치도 않다. 우선 프랑스의 단체협약은 기본적으로 산별교섭으로 체결된다. 모든 사업장에서 노조 설립이 허용된 5개 대표노조는 각각 혹은 공동으로 사용자 단체와 산별협약을 체결한다. 이들 대표 노조가 체결한 산별협약은 조합원뿐만 아니라 산업 내 모든 노동자에게 효력이 확장 적용된다. 확장되는 효력은 각 노조가 체결한 협약 중에 노동자 입장에서 가장 유리한 조항들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실상 5개 대표노조가 각각 산별 교섭을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공동 교섭의 효과를 갖는다. 그리고 기업별 교섭은 산별협약의 유리한 조항을 악화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된다. 기업에 있는 복수의 대표노조들 지부는 결과적으로 최선의 산별 교섭 조항들로 이루어진 확장 효력 하에서 교섭을 진행하기 때문에 통상 다수의 노조가 존재하더라도 공동으로 교섭단을 꾸려 기업별 교섭을 체결한다. 2004년 노조법 개정으로 이전과 달리 법률에 근거한 기업 내 대표 노조가 기업별 교섭의 배타적 지위를 확보하지만, 이 자체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갈등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이유다. 미국과 영국의 사례: 노조법 개악에 대한 실리적 대응과 노조의 몰락 노조법을 개악하여 노동자운동을 파괴한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다수 존재한다. 특히 자본의 천국인 미국과 영국의 예가 대표적이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반공주의 사회 분위기를 등에 업고 1947년 태프트-하틀리법을 통해 노조의 이념과 운동을 제약했다. 영국은 1979년 대처 정부 등장을 계기로 대대적인 노동법 개악에 나섰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의 노동운동은 전쟁 기간 억제된 임금과 고용조건에 대해 일제히 분노를 터뜨리며 1946~47년 수백만 명이 참여하는 파업을 벌였다. 대표적으로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지엠을 상대로 1945년 겨울부터 113일간 파업을 펼쳤다. 정부와 자본은 이에 대해 노조법 개악으로 맞섰는데, 상원의원 로버트 태프트가 주도한 노사관계법은 노조의 연대 파업, 정치적 파업, 다른 사업장에 대한 연대 투쟁을 금지했다. 그리고 연방정부에 의한 직권중재, 대통령에 의한 파업 중단 명령을 허용하는 것은 물론 사용자에게 노동조합의 대표적 교섭권을 거부하고 새로 선거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아예 노조의 손과 발을 묶어버린 것이다. 한편 당시 미국 노총 및 금속산별노조의 대응은 매우 수세적이었고, 실리주의적이었다. 미국노조의 가장 강력한 부위였던 전미자동차노조는 노조법 개악이 준비되는 과정에서 ‘기업 지불 능력에 따른 임금 인상’이라는 투쟁 전략을 수립했는데, 노조가 기업과 정부에 협조할 테니 기업은 지불 능력이 되는 만큼은 성실하게 임금을 인상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전쟁 이전까지 유지되던 산업별 임금 정책을 포기했다. 당시 전쟁을 거치며 많은 수익을 올린 완성차(지엠, 포드, 크라이슬러)업체 노동자에게는 적합할 수 있으나, 수백 개의 중소 부품업체 노동자에게는 오히려 임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전략이었다. 또한 연대파업, 연대투쟁을 금지하려는 정부 정책과 조응하는 것이었다. 정부는 전미자동차노조의 이러한 정책을 환영했고, 정부 차원에서 기업들의 수익을 조사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비즈니스 노조라고도 불리는 미국의 노조 노선은 이렇게 노조법에 대한 적응과 실리주의적 대응에서 탄생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조 노선은 그 어떤 사회운동적 과제와도 관련이 없었고, 오히려 미국 내에서도 대공장 정규직 이기주의로 매도되며 고립되기 일쑤였다. 미국의 노조 조직률은 계속 낮아져 2008년에는 10%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으로까지 낮아졌다. 2009년 전미자동차노조가 3만여 명의 조합원을 해고로 잃고 3조원이 넘는 노조의 퇴직자건강보험기금마저 사측에 빼앗겨도 아무도 노조를 동정하지 않았다. 영국의 경우도 비슷하다. 대처 정부는 단계적으로 노조법을 개악하며 노동조합 운동의 기반을 흔들었다. 1980년 고용법 개정에서는 노동조합의 연대투쟁과 연대파업을 불법화했고, 1982년에는 영국 노조의 근간을 이루었던 클로즈드숍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1984년에는 노동조합법을 개정하여 파업에 대한 노조의 면책권을 제한했고, 노조의 정치자금 조성 역시 여러 조건을 달았다. 1988년 고용법에서는 노조원이 노조의 파업에 참가하지 않아도 노조로부터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했으며, 자기 사업장 외 모든 투쟁(Secondary picketing)에 대해서는 연대할 수 없도록 하였다. 대처 정부는 이 밖에도 노동조합의 연대를 금지하는 여러 조항을 신설하여 노동조합을 기업별 체계에 고립되도록 하였다. 이에 대한 영국노총의 대응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대처 정부의 노조법 개악이 매해 계속되는 가운데 터진 1984년 탄광파업은 영국노총(TUC)의 방관 속에서 정부에 의해 진압되었고, 영국노총은 투쟁과 연대보다는 노동당 재집권을 위한 정치자금 모금과 선거 운동에 모든 힘을 쏟았다. 1980년대 내내 노동당은 선거에서 졌고, 영국 노동조합의 조직률은 1979년 55%에서 2005년 26%로 반토막이 났다. 2010년 개정 노조법에 대한 대응: 한국 민주노조 운동의 또 다른 10년을 준비하자 자본의 의도는 명확하다. 위의 영국과 미국 사례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자본이 노동조합과 관련하여 공격하는 첫 번째 목표는 노동조합 ‘운동’의 제거다. 개정 노조법은 노조전임자에 대한 역할을 제한함으로써 아래로부터 노조 간부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내고, 창구단일화를 통해 초기업노조를 무력화하는 것은 물론 정부와 사용자의 노조 개입력을 높인다. 1947년 태프트-해틀리 법과 1980년 영국 고용법 개정이 가장 먼저 노동조합의 연대투쟁을 금지했던 것과 비슷한 논리다. 자본의 의도가 이러할진대, 노동자운동의 대응 역시 단기적인 전임자 수 확보, 단체교섭과 관련한 기존 노조의 기득권 보호 정도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지갑을 모두 내놓으라는 강도에게 차비만 달라고 구걸하는 꼴이다. 물론 객관적 조건으로 인해 한국 민주노조 운동 진영이 당장 개정 노조법을 투쟁으로 재개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노조법 투쟁을 어떠한 관점에서 계획할 것이냐다. 개정 노조법을 단순한 전임자와 단체교섭 조정과 관련한 것으로 본다면 이 투쟁은 시작부터 실패한 것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지금 당장 큰 투쟁을 만들지 못하더라도 개정 노조법에 대한 투쟁을 자본이 노리는 것과 정반대로 노조를 강화하기 위한, 즉 노동조합운동의 사회운동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접근해나간다면 당분간은 어려운 조건에 처할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한국 민주노조운동이 미국이나 영국이 거쳤던 길과는 다른 길을 찾아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개정 노조법에 맞선 투쟁은 이러한 점에서 개정 노조법의 문제점을 전 조합원에게 분명하게 알려내고 앞으로의 투쟁을 조직해나가는 교육 사업에서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조합원들에게 노조법 개정안은 여전히 노조 전임자 숫자 조정 수준에서 이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없이 노동 기본권도 없으며, 노동조합의 사회운동 없이 노동조합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대국민적으로 확인하게 할 수 있는 범사회적 운동을 조직해야 한다. 당장 2009년 경제 위기 와중에 큰 피해를 본 저임금 노동자층의 획기적 임금 개선을 목표로 하는 대대적인 최저임금 인상 투쟁이 계기가 될 수 있다. 통상 6월에 최저임금위원회를 통해 결정되는 최저임금은 산별교섭도 전국교섭도 존재하지 않는 한국에서 노동조합이 가장 광범위하게 노동자들을 대표하여 투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투쟁 중 하나이다. 6.2 지방선거가 존재하는 만큼 지역자치단체 수준에서도 이슈로 만들 수 있는 지역 최저임금 관련 의제를 개발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7월 노조법 시행을 앞둔 시점에서 노조법을 비판하는 매개도 될 수 있을 것이다. 4월 초부터 본격화될 금속노조 조기단협 투쟁, 단협이 해지된 철도 발전 가스 등 공공부문 노조들의 노조 사수 투쟁을 총연맹 수준에서 함께 만들어 갈 기획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노조법이 노리는 바가 모든 노조가 개별화되는 것이니만큼 이에 맞선 투쟁은 총연맹 차원에서 얼마만큼 단결력을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당장 3월부터 근로시간면제위에 대한 참가 여부가 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혹자는 근로시간면제위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 참가하여 조그만 실리라도 챙기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는 현재 개정 노조법 투쟁을 노조 전임자 숫자와 창구단일화 교섭 절차 정도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정 노조법에 대한 투쟁은 조그만 실리를 주고 받는 투쟁이 아니라 한국에서 민주노조의 역할이 결린 투쟁이다. 개정 노조법 위에서 근로시간 면제 상한선을 정하는 것에 그치는 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은 투쟁의 정당성을 스스로 허무는 일이다. 3~4월 근로시간면제위 결정 이후에는 기업 혹은 산별 차원의 단협 교섭이 진행될 것이다. 노동부는 산하 지방 기관에 근로시간면제위 결정 이전에 노조와 교섭하지 말도록 사측을 지도하도록 방침을 내렸다. 금속노조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4월까지 자본은 교섭을 회피할 것으로 보인다. 올 해 내내 단협 관련 노사 교섭이 여러 수준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노조는 전임자를 유지하고 장기 투쟁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조합비 인상을 고민하고 있다. 올해 7월부터 법이 시행되지만, 민주노조 운동 진영은 “악법은 어겨서 깨뜨린다“는 지난 투쟁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투쟁 전술을 동반한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합원들의 노조법에 대한 이해와 노동운동의 나아갈 바에 대한 동의가 조직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