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민주노총 재건과 혁신을 위한 과제 2010년 민주노총 임원선거는 이명박 정부의 노동조합 파괴활동에 맞서 싸우며, 투쟁할 수 있고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노동자에게 안겨줄 수 있는 강력하고 통합적인 지도부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민주노총 현황 진단과 혁신과제 | 이현대 비정규직 운동과 미조직 사업 진단 | 박준도 민주노총 여성사업 진단과 과제 | 정지영 민주노총, 정치세력화와 연대운동 진단 | 류주형
경제위기와 노조무력화 시도에 맞서 총노동전선 구축과 민주노총 전면 혁신을 기치로 단결하자 현재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는 좌우 스펙트럼을 넘어 전체 민중운동진영이 절박하게 공유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위기를 나타내는 여러 지표나 징후가 있다. 노동조합 조직률의 하락, 투쟁역량의 위축, 사회적 영향력의 감소가 대표적 사례다. 민주노총이 처한 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계급성 또는 계급적 대표성의 위기로 집약된다. 즉 노동조합 활동이 협소한 의미에서 조합원의 이익을 방어하는 데 그치고 있거나 그마저도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으며 광범위한 노동자 대중의 권리를 대변하거나 노동자 대중을 조직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위기의 효과는 민주노총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확대 재생산한다. 정권과 자본은 대공장, 정규직 노동조합의 이기주의가 사회적 불평등을 확대한다며 맹공을 펼치고, 이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노동자 대중조차 민주노총에 대한 불신의 벽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민주노총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민주노총의 공식적인 혁신논의만 해도 여러 차례 진행되었다. 2000년 10월 노동운동발전전략위원회(대표: 민주노총 2기 보궐 단병호 위원장), 2005년 9월 조직혁신위원회(대표: 민주노총 4기 강승규 수석부위원장)가 구성되었고, 실태조사와 설문조사, 수차례의 워크숍과 토론회, 수개월의 전국순회토론회가 진행되었다. 하지만 2000년 노동운동발전전략위원회 보고서는 2000년대 노동운동의 전략 좌표와 조직문화 개선 중심으로 7대 전략을 제시했지만, 일부 활동가들은 ‘단병호 위원장 재집권 프로젝트’라는 식으로 인식하여 보이콧했고, 조직적인 논란과 갈등으로 인해 의결단위에 공식 사업계획을 제출하지 못한 채 마무리 되었다. 또한 2005년 조직혁신위원회 보고서는 산별노조 건설과 지도집행력 강화 중심으로 6대 혁신과제를 제출했지만, 9월 대의원대회에서 산별건설 특위와 결의문을 채택하고 조직혁신위를 계속 가동하기로 하였으나, 조직혁신위원장이었던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이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되고 이수호 집행부가 중도하차함에 따라 중도반단 되었다. 그리고 최근 민주노총의 임원 성폭력 사건으로 이석행 집행부가 중도하차하고 비상대책위원회(임성규 위원장)가 주도하여 2009년 3월 민주노총 혁신대토론회 개최 이후 4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2009년 노동운동혁신위원회(대표: 민주노총 5기 보궐 임성규 위원장)를 구성하여 혁신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2010년 정기대의원대회에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렇듯 민주노총의 내적인 혁신이 지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2009년 이명박 정부는 쌍용차 정리해고 강행,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통해 금속과 공공 등 대기업 노동조합의 투쟁 예봉을 꺾고 창구단일화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 도입,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골자로 하는 노조법 개악을 통해 민주노조운동 전반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조직하지 못한 채 계속 힘에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의 리더십과 사회적 위상은 더욱 크게 흔들리고 있다. 2010년 초에 민주노총 임원선거가 열릴 예정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민주노총의 새 지도부는 계급적 단결을 복원하기 위한 중장기적 전망과 사업계획을 입안, 집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 민주노총의 모든 공식조직과 비공식조직(정파) 간 토론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정권과 자본의 복수노조 도입, 전임자임금지급금지 등 공세에 맞서 ‘민주노조’를 사수하고 노동권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한 총노동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필사의 각오를 세워야 한다. 민주노총 선거는 이러한 역사적으로 엄중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 상호비난이 아닌 명확한 평가와 비판, 단결과 연대의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의 현황 진단 및 평가 총평 민주노총의 건설 과정은 정권과 자본의 무단적 탄압으로 1987년 이후로 노동자 투쟁의 중심 역할을 했던 전노협이 약화된 조건에서 합법화된 업종회의와 제조업 대공장이 헤게모니를 장악하여 전노협의 전투적이며 연대지향적인 지역 중심의 운동 구조를 약화시키는 과정이었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제도적인 교섭’을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업종별 연맹체계를 중심으로 출범하였다. 1995년 민주노총 출범과 함께 당선된 1기 권영길-권영목 집행부는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 노선을 표방했다. 사회변혁적 지향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사회개혁적 노선으로서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 노선은 현재까지 민주노조운동의 핵심 전략인 ‘산별노조 건설과 노동자 정치세력화, 그리고 사회적 대화(노사정협의회)를 통한 제도화’라는 화두를 제기했다. 1997년 IMF 이후 배석범 직무대행(당시 민주노총은 권영길 위원장의 대선후보 출마로 인해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었다)은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여 근로자파견제, 정리해고제를 포함한 ‘사회협약’에 조인한 것에 대한 조합원들의 광범위한 반발로 사퇴했다. 이후 2기 이갑용-고영주 집행부, 2기 보궐 단병호-이수호 집행부, 3기 단병호-이홍우 집행부로 이어지며 소위 현장파 혹은 중앙파 집행부가 집권했으나 큰 틀에서는 민주노총 1기 집행부의 기조가 관철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시기 민주노총과 산별노조, 지역본부의 위상과 역할, 노동자정치세력화의 성격(진보정당, 계급정당)을 둘러싼 논쟁이 있었으나 계급정당, 계급적 변혁적 산별노조(혹은 투쟁하는 산별노조)를 제기한 좌파세력들은 자신의 입장에 근거한 일관된 실천전략을 제시하지 못했으며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지 못했다. 2기, 3기 집행부는 1기 집행부를 포함한 민주노총의 주류 세력의 노사정위원회 참여에 대한 비판과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강조하며 당선되었으나 민주노총 내부의 세력관계, 주체적 역량, 지도력의 문제로 인해 노사정위원회에 참여와 탈퇴의 반복하고, 총파업 투쟁에서 계속 동요하면서 지도집행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러한 결과로서 1기 집행부의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 노선을 계승하는 4기 이수호-이석행 집행부, 4기 보궐 조준호-김태일 집행부, 5기 이석행-이용식 집행부가 당선되었다. 이 기간 동안인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10명의 의원을 배출하면서 외형적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일정한 성과를 내기도 하였으나 2007년 대선투쟁의 패배와 당 내부의 갈등으로 인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분리되며 노동자 정치세력화 전략이 심각한 위기 처했다. 또한 주요 전략이었던 산별노조 건설이 정체, 후퇴상황에 처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특히나 4기 이수호-이석행 집행부 시기에는 노사정위원회 참여를 둘러싼 조직 갈등이 소위 강경파의 대의원대회 단상점거라는 극단적 형태로 폭발하였고, 핵심 임원인 강승규 수석부위원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어 민주노조운동의 도덕성에 심각한 훼손을 가져왔다. 5기 이석행-이용식 집행부도 핵심 임원의 성폭력 사건으로 인해 중도하차하면서 민주노조운동의 도덕성이 끝을 모르고 추락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민주노총은 계급대표성의 위기, 투쟁동력의 소실, 주요한 전략으로서 산별노조 건설노선의 심각한 위기, 정치세력화 노선의 실패로 표출되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으며 핵심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과 공기업 대사업장은 조합주의와 자기방어적인 실리주의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① 노사협조주의적인 제도화 전략과 현장의 조합주의, 실리주의의 강화 노동자의 권리를 획득하고 사회구조를 변혁하기 위한 무기로서 노동조합운동에서 ‘운동(투쟁)과 제도화’, ‘계급적 단결과 권익’이 함께 결합되지 못할 때는 언제나 파괴적 결말을 맞을 수밖에 없다. 노동자의 권리를 제도화하는 것은 너무도 중요한 과제이지만 제도화의 과정이 노동조합의 역동성과 투쟁력을 축소시키는 과정으로 귀결된다면 그것은 스스로 발밑을 허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권익’으로 표현되는 고용, 임금, 복지를 쟁취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것이 일부만의 실리로 귀결되어 계급적 단결을 약화시킨다면 이 역시 비극적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지난 민주노총의 역사는 이를 실증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세계자본주의의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민주노총의 주류 세력들은 운동(투쟁)과 계급적 단결을 확대, 강화하는 것은 도외시하였다. 1998년 노사정위원회의 참여를 통해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제 등을 포함한 사회협약에 조인한 사건이 단적인 사례다. 민주노총 내의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 노선을 추구하는 세력들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소위 민주화운동 세력들의 집권이라는 정치적 상황을 계기로 하여 노동자들의 투쟁과 단결, 연대를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쟁취하기 보다는 정권, 자본과의 일정한 협력과 타협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획득하려고 시도한다. 이것이 ‘진보정당을 통한 의회진출과 제도화’, ‘산별노조를 통한 교섭의 제도화’, ‘사회적 교섭과 노사협조주의’라는 전략으로 표현되었고, 현장의 투쟁력과 역동성을 조직하기보다는 ‘사회적 교섭 틀’의 구성과 선거에서의 득표에만 집착해왔다. 이러한 전략은 자신의 주관적인 의도와 무관하게 사회구조의 금융투기화와 노동유연화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집행자인 정권의 하위 파트너로 스스로 기능하였고, 구조조정과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정권과 자본의 전략에 무기력하였으며 결과적으로 지도부에 대한 불신과 노동자 내부의 갈등을 증폭하고 패배주의를 확산시켜왔다. 이러한 민주노총 활동의 지난 10여 년 간의 누적효과가 민주노총, 노동조합으로 단결과 집단적 해결의 전망을 갖지 못하고, 단위사업장의 이해만을 사고하거나 나만의 실리에 집착하는 경향을 확대시켜온 것이다. ② 산별노조운동의 위기 민주노총은 산하 조합원의 3/4 이상이 산별노조 소속으로 재편되었다. 그러나 산별노조 건설의 목표로 제기해왔던 산별중앙교섭의 제도화, 기업을 넘어 산업 차원의 단결의 강화,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의 강화라는 과제들이 모두 난관에 봉착해 있다. 오히려 산별연맹 시절보다 현장의 조합원들의 노조에 대한 실리적, 도구적 인식이 확대되었다. 또한 산별노조의 건설과정은 민주노조운동의 전국적 구심으로서 총연맹의 위상과 역할을 지속적으로 약화시켰으며, 총연맹 지역본부의 산별노조 지역본부와 지부에 대한 관장력이 현격히 약화되었다. 산별노조의 핵심전략으로 채택해왔던 중앙교섭의 경우, 특별법에 의해 노동3권을 심각히 제약당하고 있는 전교조, 공무원노조를 논외로 하더라도 주요 산별노조 모두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금속노조의 경우 2006년 주요 대공장 사업장이 산별로 전환하면서 15만 금속노조를 출범했으나 현대, 기아, 대우 등 완성차 사용자측의 완강한 거부와 대기업 기업지부의 단위사업장 중심의 교섭구조 유지 입장으로 인해 사실상 중앙교섭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 있으며, 구 금속노조 시절의 지역지부 집단교섭도 무력화되어 가고 있다. 공공노조의 경우도 공공기관(전국네트워크 사업장)의 대정부 교섭이 관건적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교섭거부라는 장벽에 막혀 공동투쟁을 통한 돌파가 어려운 조건에 처해 있다. 한편 노무현 정부 내부 노동계 출신 인사의 일정한 지원과 협력 하에서 병원사용자협의와의 산별교섭과 협약체결을 진행해왔던 보건의료노조도 최근 병원사용자협의의 해산으로 인해 산별교섭이 무력화될 상황에 처해 있다. 또한 산별노조 조직체계 문제에 관련해서도 심각한 내부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금속노조의 경우 2009년 9월까지 기업지부를 지역지부로 전환하기로 하였으나, 완성차를 중심으로 한 기업지부의 반발로 인해 전환이 2년 유예되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 미조직노동자 조직화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1사 1조직’사업은 전조직적으로 결의되었고 80개 사업장(35%)에서 규약 변경을 시행하였으나 현대차지부의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로 인해 조직적 확산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타타대우상용차의 경우 규약 변경과 320명의 조직화에 이어 매년 10%의 단계적 정규직화, 성과급 동등적용, 노조활동 보장 등 차별을 축소해 나가고 있고 캐피코, 동원금속에서는 식당, 경비, 청소노동자의 조직화와 단계적 정규직화가 실현되는 소중한 성과를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기아차지부의 경우 ‘1사 1조직’ 규약 변경을 통해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하는 조직 확대가 이루어졌으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투쟁과 단결을 확대하기보다는 비정규직지회의 요구와 투쟁이 억압되는 방식으로 통합이 진행되면서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2006년 공공운수 통합산별노조 건설을 위한 과도적 조직으로 출범한 공공노조와 운수노조의 경우에는 공공노조가 2008년 9월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양 산업노조 합병을 통한 통합산별노조 건설을 결의했으나, 2009년 운수노조의 대의원대회에서 통합산별노조 추진방침이 또 다시 성원 부족으로 유예되면서 난항에 처해 있다. 이런 조건에서 과도조직으로서 공공노조도 공공기관(전국단위 기업지부), 단위 기업지부, 초업종지역지부 간의 조건과 입장의 차이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업별 노조를 넘어 초기업적 단결을 형성하고, 공동투쟁으로 노동자간 격차를 축소하자는 산별노조 건설의 의의를 부정할 수는 없다. 현재 산별노조의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산별노조를 혁신하고 강화하기 위한 목표를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 따라서 그 동안 산별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명확히 평가해야 한다. 첫째로는 한국사회의 구조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독일, 스웨덴과 같은 중북부 유럽국가의 산별노조를 이상적 모델로 산별건설을 추진해온 점이 비판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이들 나라와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 독일은 1차 대전 후 혁명적 정세에서 산별노조가 계급타협을 추구하면서 산별교섭을 인정받았고, 산업자본이 은행지배를 중심으로 수평적으로 통합하여 동종 업종 자본가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통일되었으며, 역사적인 코포라티즘 체제가 발전해왔다. 그러나 이와는 다른 조건을 가진 영국이나 미국, 일본, 중부 유럽(프랑스, 이탈리아)에서는 다른 방식의 노조운동 형태가 발전해왔다. 한국의 경우는 자본의 조직방식으로는 일본과 유사한 조건에 있기 때문에 노조운동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재벌기업간, 원하청간에 격차가 유지되는 기업별 노조가 고착될 우려가 크다. 이를 역전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대안, 즉 원청(재벌)-하청,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의 단결과 공동투쟁을 통한 격차 축소가 관건이다. 둘째로는 ‘산별완성’이라는 단어가 상징하듯이 조직형식적인 산별건설에 대해 냉정히 평가해야 한다. 소위 ‘묻지마 산별’, ‘무늬만 산별’이라는 비판적인 평가에서 드러나듯이 그 동안 산별노조 건설과정은 특정한 모델과 교섭구조를 창출하는 데 집중해 왔다. 이를 위해 책임 있는 정치적 합의와 현장 조합원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은 채 일정을 박아 놓고 조직건설을 밀어붙이는 식으로 추진되었다. 이런 조직형식적인 산별건설 과정은 ‘기업지부’를 해소하면 ‘기업별 의식’이 극복할 수 있다는 사고로 극단화되었다. 따라서 산별노조의 조직화도 산별노조가 건설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는 것으로 왜곡 선전되거나, 단순히 ‘조직이 커지면 자기 사업장의 투쟁에도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실리주의적으로 추진되어 온 것이 현실이다. 산별노조가 형식적으로 건설되어도 노동자의 권리 쟁취를 위한 교섭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노조의 투쟁력과 역동성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상식이 무시되었다. 따라서 그 동안 특정한 모델을 이상화한 조직형식적인 ‘산별완성’을 넘어서 조합원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계급적 단결을 확대하기 위한 산별노조 혁신과 강화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구체적인 산업 구조, 정권과 자본의 정책, 조합원의 의식과 이데올로기적 조건을 면밀히 분석하고 산업, 업종 차원의 공동투쟁, 원청-하청 간 공동투쟁, 정규직-비정규직 간 공동투쟁을 형성하고 승리의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가장 관건적이다. ③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실패 민주노총은 1996년 말 총파업 투쟁의 패배가 의회 내에서 노동자를 지지, 지원하는 정치세력의 결여로 인해 발생했다고 평가하면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일환으로 합법 진보정당 건설을 추진했다. 민주노총은 1997년 ‘국민승리21’을 결성하고 권영길 민주노총 위원장을 대통령 후보로 선출하여 대선투쟁을 전개했다. 1998년 1월 ‘진보정당 추진위’가 결성되고, 2000년 민주노동당이 창당했다. 이 과정에서 1998년 노동법 개정에서 정치활동금지 조항이 삭제된 것도 중요한 정치적 계기로 작동했다. 민주노동당은 정당명부비례대표제 시행 이후 2002년 6.13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2명, 지역구 광역의원 2명을 당선시키며, 광역의회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지지율 8.1%를 확보하며 국고보조금을 확보함과 동시에 제3당의 지위를 획득하였다. 또한 2004년 총선에서 정당지지율 13%를 확보하여 지역구 2명, 비례대표 8명을 당선시키며 국고보조금 확보와 함께 제3당의 지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낳았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의 외형적 성공의 이면에는 지역 당권 장악을 위한 ‘위장전입, 당비 대납, 집단 주소 이전’ 등 소위 ‘자주파’의 비민주적 행태와 권력 독점, 노선 갈등이 당 내부에서 심각한 문제로 형성되었다. 또한 민주노동당은 자신의 지지기반인 민주노총과 대중운동의 혁신, 정치적 재조직화를 위한 전략을 세우기보다는 민주노총 상층과의 정치협상을 통한 지원 획득(세액공제, 득표)에 주로 의존했다. 특히 2004년 총선에서 10명이 의회에 진출한 이후 모든 관심이 원내로 쏠리는 가운데 ‘의회주의’ 성격이 강화되었다. 당의 인력과 재정의 배치가 의정지원 쪽에 심하게 쏠려 있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민주노동당은 신자유주의에 맞서 당의 정치이념과 노선을 풍부히 하고 대중운동을 형성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면서 ‘운동의 활성화와 연대의 확장’에 무게 중심을 두기보다는 ‘실현 가능한 정책대안’과 입법 활동에 주력하면서 스타 정치인이 전면에 나서는 사당화(私黨化) 경향이 강화되었다. 민주노동당을 통한 국회의원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역구 선거를 중심으로 한 정파 간 경쟁구조도 심화되었다. 이러한 민주노동당의 문제점은 2007년 권영길 대표가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과정과 11월 중앙위에서 당내 다수파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6표제 비례대표제 선거방식’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사건을 계기로 심각한 갈등으로 비화되기 시작했다. 급기야 17대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참담한 패배 이후, ‘종북주의, 패권주의 청산’을 중심으로 한 당내 논쟁과 갈등이 폭발되었다. 2008년 1월 중앙위에서 우여곡절 끝에 ‘심상정 비대위’가 출범하였으나 2월 3일 임시당대회에서 상당한 갈등과 논란 끝에 이른바 ‘일심회’ 관계자 제명 건이 부결되었고, 이를 기점으로 ‘심상정 비대위’가 총사퇴하고 민주노총 전현직 임원 45명이 탈당선언을 하면서 탈당 흐름이 가속화되었다. 이는 배타적 지지단체인 민주노총으로까지 이어져 조합원들의 탈당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권의 신자유주의 공세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압도적 우위가 예상되는 가운데 민주노동당은 2개의 정당으로 분열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민주노동당의 분당 과정에서 민주노총 이석행 지도부의 모습은 민주노동당을 통한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 방침에 대한 반성과 노동자운동의 단결을 추구하기보다는 기존의 방침을 고수하기에 급급했다. 이미 분당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통일단결’을 주장하면서도 “분당 추진한 사람부터 솎아내야”한다거나 “진보신당과 연대할 생각이 없다” 등 갈등을 부추기는 태도와 발언들이 이어졌고 일부지역에서 진보신당을 표적으로 한 공천도 강행했다. 대규모 탈당사태에 맞서 “총선시기 평생당원 1천명, 당원 1만 명 조직하겠다”며 민주노동당 평생당원 모집, 사업장 차원의 집단 당원 가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지도부의 패권적인 방침에 대한 조합원들은 반응은 싸늘했다. 민주노총 차원의 총선투쟁기금 모금액은 3,200여만 원에 불과했다. 2008년 총선 결과 민주노동당은 지역구 2석과 비례대표 3석(5.6% 득표)을 합쳐 5석을 확보하여 2004년 총선에 비해 의석이 반으로 줄어 독자적 입법발의권이 없어졌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당 이후 양당 모두 기존 민주노동당의 부정적 경향이 확대되었다. 각 지역 차원에서 분당으로 인한 활동가들의 분리와 이탈로 인해 지역운동에 대한 진보정당의 역할은 상당히 취약해졌다. 그나마 운동역량이 상대적으로 두터운 서울지역조차도 대중동원력이 눈에 보이게 취약해지면서 지역 차원에서도 선거주의적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위상이 약화되면서 한편으로는 정치노선에 입각한 진보정당의 전략적 공조보다는 야4당 공조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또한 경제위기 하에서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사회구조적 대안과 이념적 지향, 총노동전선을 강화하기보다는 소위 생활정치로 표현되는 득표전략에 치중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민주노총도 대중적 역량이 취약한 현실을 구실로 하여 야4당 공조를 실리주의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5기 보궐선거로 당선된 임성규 위원장은 지난 3월 ‘진보정당세력의 단결과 통합을 위한 민주노총 추진위원회’(통추위)를 제안하고 지난 9월 대의원대회에서 ‘진보정당 세력의 단결과 통합 촉구를 위한 선언문’을 채택했다. 이러한 제안과 시도는 진보정당의 통합을 요구하는 대다수 조합원들의 요구에 기반을 두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낮은 지지율과 사회적 위상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는 한편으로는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이 무력화된 조건에서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 방침 논쟁을 촉발하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단결과 통합을 촉구한다는 의미에서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평가에 기반을 두지 못하고 6월 지방선거 승리라는 단기적 목적에 집착하면서 양당 간의 소모적인 정치공세와 부정적인 효과를 양산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정당을 포함한 제 정치세력과 함께 ‘선거와 득표’를 중심으로 한 지난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실패를 냉정히 평가해야 한다. 세계자본주의 위기라는 조건에서 부패하고 타락한 자본주의를 넘어 대안세계를 건설하기 위한 이념을 제시하고, 대중운동의 활성화와 지역적 기반의 강화, 민중연대 전선을 강화하는 ‘사회운동정당’으로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운동을 혁신, 강화시키는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이러한 전망을 분명히 천명해야만 단기적으로도 선거공간에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제 정치세력이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권을 확보하기 위한 공동의 요구를 중심으로 단결과 연대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④ 사회적 교섭과 사회적 합의주의 논쟁 민주노총의 사회적 교섭과 관련한 논쟁은 크게 네 국면에서 나타났다. 첫 번째는 1996년 김영삼 정부 시절 노사관계개혁위원회의 참여다. 민주노총은 정부와 자본을 상대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노개위를 탈퇴하였으나 신한국당이 노동악법과 안기부법을 날치기 통과하여 1996-97년 총파업을 진행했다. 두 번째는 IMF 경제위기 직후 김대중 당선자의 제안으로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여 1998년 2.6 사회협약에 조인한다. 이후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에 합의한 것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발로 2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잠정합의안이 부결되고 배석범 직무대행이 사퇴하여, 단병호 금속노련 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하여 비상대책위가 출범했다. 단병호 위원장은 총파업을 결의하였으나 곧 총파업을 철회하였다. 세 번째는 1998년 이갑용 위원장 당시 국면으로 노사정위원회에 참여와 탈퇴를 반복했다. 5월 중앙위에서 ‘정리해고제 철폐와 재벌해체를 담은 중앙교섭 5대 요구안’을 중심으로 노정협상 요구하고, 5월 28일-29일 총파업을 진행했다. 그 후에 노정협상 진행과정에서 6월 노사정위에 참여했으나, 7월 양대노총이 정부의 일방적 금융 및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항의하여 노사정위 불참 선언을 발표했고, 7월 양대노총 위원장의 노사정위원장과의 합의에 따라 노사정위를 복귀했다. 다시 12월에는 일방적 정리해고 중심의 구조조정 강행과 교원노조 합법화 등 합의사항 불이행에 맞서 단식농성 돌입하고 노사정위 불참 선언을 발표하고 1999년 2월 대의원대회 결정에 따라 노사정위 탈퇴를 공식 결정했다. 네 번째는 2004년 이수호 위원장 당시 사회적 교섭의 추진이다. 2005년부터 사회적 교섭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1월 20일에 열린 대의원대회는 사회적 교섭 안건에 대한 찬반토론이 격렬하게 이어지다가 무산되었다. 이어 3월 14일에 열린 대의원대회에서는 이 안건을 놓고 격렬한 항의가 이어졌고, 급기야 단상점거와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했다. 결국 민주노총은 당시 논의가 막 시작된 비정규직법안에 대해서만 정부와 협상한다는 전제를 두고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여하기로 한다. 다섯 번째는 2006년 조준호 위원장 당시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한국노총, 경총, 노동부의 9.11 야합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은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참여하여 비정규직 법안과 노사관계로드맵에 관한 논의를 진행한다. 그러나 2006년 9월 11일 타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노총과 경총, 노동부의 기습적인 야합이 벌어진다. 필수공익사업장에 대한 직권중재를 폐지하는 대신 필수업무 유지의무 부과와 대체근로 허용이 합의된다. 민주노총은 이에 대해 격렬하게 항의하고 한국노총과 연대 중단, 총파업을 선언한다. 그러나 당시 민주노총은 실질적인 총파업을 조직하지 못하였다. 그동안 역사에서 보이듯이 민주노총의 ‘사회적 교섭 틀’을 중심으로 한 상층의 제도화 전략은 정권과 자본이 노동유연화를 비롯한 신자유주의적인 노동정책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제로 활용되었다. 신자유주의 정책에서는 서구의 코퍼러티즘도 신자유주의 정책을 노동측면에서 보완하기 위한 ‘공급중시 코퍼러티즘’으로 변모했다. 더구나 한국과 같은 반주변 국가에서는 국가가 합의를 위해 양보할 것도 별로 없고, 그럴 의지도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동안의 사회적 교섭을 둘러싼 논쟁의 내용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합의주의는 민주노조 운동의 전략적 전환의 문제고, 이 노선에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 노사정 교섭은 원칙의 문제가 아니라 전술의 문제다. 지난 논쟁은 노사정 교섭과 관련된 모든 쟁점을 “전부 아니면 전무”로 환원하며 논의를 지나치게 과열되게 만들었다. 일정한 정세에서는 노사정 교섭에 노동조합이 참여할 수도 있다. 혹은 교섭을 오히려 전술적으로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런데 민주노총은 반대론자 앞에서는 노사정위원회를 전술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처럼 변명하고, 또 다른 곳에서는 전략적인 방향이라고 주장하면서 전혀 신뢰를 주지 못했다. 사실 민주노총의 입장은 전략적인 수준에서 노조운동의 노선을 전환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주의가 아니다’라는 민주노총의 주장은 공허한 변명이었다. 논의 과열의 책임은 민주노총 집행부에 있었다. 결국 쟁점이 이렇게 형성된 탓에 노사정위와 같은 사회적 합의기구가 아니라 특정 정세에서 필요할 수 있는 노사정교섭의 전술적 활용마저도 모두 ‘논외’가 되었다. ⑤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의 한계 민주노총의 계급대표성의 약화와 함께 민주노총과 산별노조 모두 비정규직 조직화를 최우선의 과제로 천명하였으나, 정권과 자본의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공세와 관련 제도의 개악이 시도되면서 비정규직 관련 권리와 제도는 지속적으로 약화되어왔다. 1998년 노사정위원회에서의 ‘정리해고자와 근로제 파견제’ 합의라는 치명적인 오류를 필두로 하여 매 시기의 비정규직 관련 법 제도 개악국면에서 민주노총은 비정규직의 권리를 제대로 방어하지 못해왔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축소하지 못했다. 이러한 현실로 인해 민주노총은 ‘정규직, 대공장 중심의 이기주의’라는 정권과 자본의 이데올로기 공세에 노출되었다. 민주노총에서 비정규직 조직화는 단순히 조합원의 양적 확대의 문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에서 정권과 자본의 노동비용 축소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할통제, 노동조합 무력화에 맞서 약화된 조직의 투쟁력과 조직력, 계급대표성을 재건하기 위한 사활적인 조직혁신 과제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민주노총의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은 여러 측면에서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첫째, 주요 대공장의 사내하청 조직화와 투쟁의 과정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투쟁과 단결의 강화, 비정규직의 주체화의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대립과 갈등, 정규직이 비정규직의 투쟁과 요구를 대리하거나 억압하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이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확대된 격차, 고용불안의 공포를 배경으로 한 정규직의 이기주의, 대공장지부 집행부의 노선과 투쟁의지, 하청지회의 주요 활동가의 정치적 성향 등 여러 복합적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대공장에서의 정규직-비정규직(원청-하청노동자)의 공동요구와 공동투쟁, 그를 통한 계급적 단결은 향후 민주노조운동의 성격과 전망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라는 측면에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특히 금속노조의 ‘1사 1조직’ 방침은 조직형식적인 완성이나 조합원의 양적 확대를 넘어 정규직-비정규직의 단결과 공동투쟁, 현장의 투쟁력 강화라는 원칙적 입장에 근거해서 추진해야 한다. 둘째, 미조직 비정규직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강조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한 전조직적 태세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총연맹의 지역본부, 산별노조 지역본부와 지역지부 대부분은 소속 조직에 대한 사업만으로도 벅찬 상황이며 미조직 비정규직 사업을 제대로 전개하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전조직적 차원에서 총연맹-산별-지역본부-단위사업장에 이르기까지 재정과 전담 조직화 담당자를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하고 조직적 태세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지역의 주요 사업장이 미조직 조직화에 주체로서 결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또한 금속의 경우 지역, 공단에 밀집되어 있는 중소영세사업장의 조직화의 성과가 미미한데 지역지회 강화(재정, 인력 지원)와 자발적 현장진출 활동가들과 긴밀한 공조를 통해 집중적인 조직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셋째, 미조직 조직화 사업이 민주노조운동의 혁신 차원에서 제기되었으나 조직화된 비정규직들도 자신의 조합적 이해에만 매몰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일부 지역일반노동조합과 공공노조 지역지부에서 상대적으로 자기 사업장을 넘는 공동투쟁 기풍이 형성되어 있으나, 상당수 노조에서는 자기 사업장의 이해에 매몰되거나 대리주의적 경향이 나타난다. 이것은 비정규직이나 중소영세사업장의 규모의 영세성이나 신분적 불안정성, 장시간 근무형태로 인해 활동에 어려움이 많고, 다른 한편으로는 일반노조나 산별노조의 지역지부와 지역지회의 부족한 인력과 과다한 교섭으로 인해 일상적 교육 학습을 비롯해 조합원 의식화 사업을 진행하기에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업종이나 지역에서는 전략적으로 집단교섭을 쟁취하기 위한 조직화 방식을 취하거나, 현장에서 교섭을 소화할 수 있도록 현장 역량을 키워내야 한다. 또한 산별 지역지부의 경우 총연맹이나 산별 지역본부와 지역지부의 역량을 강화하여 교육 학습 등 조합원 의식화와 일상 활동을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한편 민주노총의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을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것이 ‘전략조직화 사업’이다. 민주노총은 2005년 전략조직화를 위해 5대 조직화 핵심영역(유통, 공공, 사내하청, 건설일용, 특수고용)을 설정하고, 50억 기금모금과 신규 조직활동가 24명 배치, 총연맹과 산별연맹의 전담부서와 인력확보, 미조직비정규특별위원회 구성을 결의했다. 전략조직화 사업은 민주노총과 노동운동 내부에서 미조직 비정규 운동에 대해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고, 여러 산별노조(연맹)와 지역본부에서 미조직 비정규 사업에 보다 많은 인적 물적 역량을 배치하고 실제 사업을 집행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전략조직화 사업은 50억 기금모금 중 22억 밖에 모금하지 못했던 것을 비롯해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우선 5대 영역에 존재하는 광범위한 전략조직 대상 속에서 실제 전략조직화를 진행하기 위한 대상의 집중과 선택이 제대로 되지 못함으로 인해 조직화의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 이는 총연맹이 주관하는 전략조직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각 영역에 대한 전략 조직화 계획, 조직 활동가에 대한 점검과 훈련이 산별연맹과 각 개인에게 맡겨지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둘째, 조합원의 양적인 확장을 넘어 민주노조운동의 혁신의 일환이라는 전략조직화의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지 못했다. 이를 위해서는 전략조직화 선정과정에서부터 총연맹이 직접 주관하여 산업구조와 미조직 노동자 분포 등 객관적 조건과 함께 전략조직화를 주진하는 주체인 지역본부, 해당 산별본부ㆍ지역지부의 역량, 조직화 사업의 경험, 연대운동의 역량을 검토하고 해당 전략 조직화 사업의 구체적 목표와 계획을 명확히 했어야 했다. 산별과 지역본부의 조직 활동가 몇 명으로 한 영역에서 제대로 조직화를 진행하기 어려우며, 각 조직 활동가은 각자 영역에서의 경험과 내용을 쌓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2기 전략조직화 사업의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산별 지역본부, 지역지부와 총연맹 지역본부의 조직혁신사업의 강화라는 관점을 분명히 세우고, 5개 영역 중 지역중심의 중소영세사업장 조직화로 전략조직화의 대상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또한 전략조직화 사업이 지역본부의 논의로 이관될 경우 산별노조 지역본부/지역지부 간 경쟁이 과열되지 않도록 총연맹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객관적인 근거와 주체적인 역량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대상을 선정하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점검, 지원해야 한다. 민주노총의 2009년 경제위기 대응 평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미국발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전 세계가 2008년 하반기부터 경제위기에 접어들었으며 한국 역시 급격한 경제위기를 맞았다. 경제위기라는 조건에서 이명박 정부와 자본은 경제위기의 손실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기 위해 경제위기에 대한 고통분담, 노사화합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며 해고 및 계약해지, 임금동결, 조업단축과 잔업특근 축소로 임금삭감을 감행했다. 이명박 정부는 공무원 1만 명, 공기업 1만 9천 명 등 인력감축과 ‘기간제 사용기간 4년으로 연장, 파견대상 확대, 근로기준법 개악을 통한 정규직 고용불안 심화’ 등 노동유연화 정책을 전면화하는 법 개악을 추진하고 최저임금조차 삭감을 시도했다. 또한 기만적인 일자리 창출 정책을 통해 청년인턴, 해외봉사와 같은 불안정한 일자리를 양산하고, 기간제와 단시간 노동자를 확대했다. 민주노총은 2009년 경제위기 대응을 위해 ‘일할 권리와 노동기본권 쟁취 비상투쟁본부’를 결성하고 산별대표자회의와 지역본부장단회의를 중심으로 투쟁본부를 운영하며 3월 산별연맹 임단협 투쟁 조기돌입 선포 등 투쟁계획을 수립했다. 2009년 주요 요구로 △총고용 보장확대 및 사회안전망 강화 △반노동 반민주 반평화통일 MB정책 폐기 △신자유주의 극복대안 수립을 제출했으며, 특히 경제위기 상황에서 총고용 유지 확대와 사회임금 확대, 실업 대책을 핵심 요구로 내세웠다. 하지만 2월 6일 민주노총의 핵심 임원 성폭력 사건으로 이석행 위원장이 사퇴하고, 2월 11일 임성규 공공운수연맹 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한다. (4월 1일 대의원대회에서 임성규 비대위원장을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선출한다.) 경제위기 대응 초기부터 민주노총의 도덕성이 심각히 훼손되어 사회적인 영향이 급격히 축소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민주노총은 2월 3일 기자회견을 통해 △고용안정특별법 제정을 통한 일자리 지키기 △임금삭감이 아닌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공공부문 100만 개 좋은 일자리 창출 △모든 국민에게 좋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4대 요구를 제출하며 대정부, 대자본 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권과 자본은 2월 23일 한국노총과 경총, 정부와 뉴라이트 계열 시민단체가 주축이 되어 ‘경제위기 극복 노사민정 합의’를 추진했다. ‘노동자의 임금삭감’이라는 고통전가와 ‘기업의 고용유지’를 교환하는 내용이었다. 이 합의서의 잉크도 마르기도 전에 2월 25일 전경련은 30대 그룹 채용 담당 임원들이 모여 대졸 신입사원 연봉을 최고 28%까지 삭감하기로 하고 기존 직원의 임원삭감을 통해 만들어진 자금으로 신규 직원이나 직원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노총의 핵심 투쟁동력인 금속노조의 상황도 만만치 않았다. 경제위기를 빌미로 한 정권과 자본의 고통분담, 노사화합 이데올로기가 강화되는 가운데, ‘공생협약’과 정갑득 위원장의 ‘일자리나누기를 통한 노동자양보론’이 <중앙일보>를 비롯해 보수언론을 통해 보도됨에 따라 현장은 큰 혼란에 빠졌다. 1월 7일 열린 금속노조 중앙위원회에서 대다수 중앙위원들과 현장의 강력한 문제제기로 좌초되긴 하였으나, 이러한 사건은 본격적인 투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조직 내적인 갈등과 지도부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켰다. 공공운수연맹 역시 2008년 공공노조와 운수노조의 통합이 좌절로 조직력이 이완된 상태였고, 주요 공공기관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이 ‘공공기관 4차 선진화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다수 공공기관노조들은 자연감소(정년퇴직)와 희망퇴직, 회사간부의 구조조정을 통해 3-4년 간 구조조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현장의 긴장감이 크지 않은 상황이었다. 민주노총과 산별노조 전반이 경제위기라는 심각한 상황에서도 내적으로 투쟁태세를 거의 구축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2009년 민주노총의 경제위기 대응은 전반적으로 무기력했으며 많은 한계를 드러냈다. 우선, 민주노총의 경제위기 대응 계획은 요구의 적실성을 떠나 대중투쟁 동력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투쟁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민주노총의 투쟁동력이 취약한 조건에서 일방적 지침이 아니라 구체적인 산별노조, 단위사업장의 현실진단에 근거하여 어떻게 투쟁 동력을 형성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자체가 부재했다. 그 나마 ‘총고용 보장’의 제도적 요구를 사회적으로 쟁점화할 수 있는 유력한 계기였던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분쇄투쟁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날로부터 210일, 공장점거 파업을 기준으로 77일 간 치열하게 전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무기력한 대응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 투쟁을 엄호하기 위한 자동차 범대위 구성도 당초 금속에서 4월 말에 제안됐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과의 사전논의와 조율과정이 길어지면서 6월 초에야 결성되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투쟁의 핵심이었던 금속노조의 무기력함이다. 금속노조는 연초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금속노조 사회선언’ 등을 통해 ‘모든 해고 금지, 총고용 보장’을 핵심요구로 설정했고, 금속노조 소속의 다수 구조조정 사업장이 발생했음에도 쌍용차 단위사업장만의 현안을 넘어 전국적, 사회적 쟁점화를 위한 기획, 실천을 조직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둘째,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따른 왜곡된 사회구조를 폭로하고 이를 변화시키기 위한 관점과 요구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이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개혁(금융선진화, 자본시장 개방, 외환자유화) 조치가 남한사회를 세계적 금융위기에 더욱 취약하게 만들기 때문에 이를 통제하기 위한 요구를 전면적으로 제기해야 했다. 한국사회는 수출입 의존도가 90%가 넘고, 초민족적 금융자본의 유출입에 취약한 경제이다. 따라서 금융자본의 투기적인 유출입을 억제하고 초민족적 금융자본을 통제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외환거래세, 자본이득세, 각종 펀드의 산업자본 다수 지분 획득 금지 등 금융자본을 억제, 통제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적 요구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금융투기거품을 키우는 자본시장통합법과 금산분리완화 정책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의 폐지,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따른 현행의 사회구조를 변혁하지 않고는 초민족자본에 의한 부의 수탈과 초민족자본의 급속한 이탈에 따른 경제 붕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민주노총은 경제위기에 대한 인식과 요구안의 구성에도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민주노총은 현 경제위기를 세계적 차원의 이윤율 하락과 같은 구조적 원인에서 찾는 게 아니라 소비위축에 따른 실물경제의 위기, 즉 시장왜곡이나 분배의 실패라는 일시적 불합리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재정지원 확대 → 고용창출 → 내수확대 → 경기회생’이라는 선순환 경제구조의 수립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세계적 차원의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경제위기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부 정책의 변화를 통해 경제위기가 해결 가능하다는 인식을 퍼뜨리고, 사회구조의 변혁 없이 노동자들의 권리 쟁취가 가능한 것으로 호도함으로써 근본적인 대응을 불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불철저한 인식은 민주노총의 주요 요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민주노총은 총고용 보장을 위해 고용안정특별법을 제안하는 데, 고용유지지원금의 확대와 해고회피 기업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하자는 것이 골자이다. 하지만 개별기업들이 이러한 유인책만으로 해고를 자제할 것이라는 기대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결코 충족될 수 없다. 고용보장을 위해서는 사용자의 해고나 계약해지 권한을 강제적으로 제약해야 한다. 이는 정책적 요구가 아니라 강력한 대중투쟁에 근거하지 않고는 달성되기 어려운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일자리 나누기 요구도 독일의 폭스바겐사의 28.5시간 도입(하루 7시간 4일)과 프랑스의 오브리법 도입(주 35시간제)의 예에서 보이듯이 결과적으로 비전형적인 실노동시간 증가와 노동자들의 단결력 약화로 귀결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특히나 한국사회처럼 원하청 구조가 확대된 상황에서 노동시간 단축 효과는 정규직 일자리의 증가가 아니라 저비용 하청의 증가로 이어질 뿐이다. 더구나 변형시간근로제가 점점 확산되는 상황에서 법정 일일 노동시간이 아니라 주당 노동시간, 연간 노동시간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것은 또 다른 변형근로시간제의 도입을 촉구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 밖에도 정권과 자본이 강력히 노동유연화를 관철하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 지원금 요구가 얼마나 현실적인가? 수천억 원의 주식배당, 이자지불을 제외하고 기업의 재투자를 위한 사내유보금이 아니라 경제위기 하의 주식배당금, 금융소득 및 이자소득, 외환차액으로 인한 자본이전 소득 등에 대한 과세와 환수방안을 제기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가? (사내유보금 문제는 사용내역 공개를 통해 사회적 통제를 강화한다는 방식으로 접근할 사항이다.) 이렇듯 민주노총의 제반 요구를 제출함에 있어서 정책이 대중투쟁을 통해 실현되었을 경우 효과를 명확히 고려하여 정확하게 설득력 있는 요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진보민중진영 연대체나 자동차범대위 등 경제위기 대응에 맞서는 태세를 구축함에 있어서 반MB 전선의 기조와 현실적인 영향력을 크다는 이유로 참여연대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 야 4당과의 공조(원내 영향력이 큰 민주당 중심)를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민주노총이 반MB 전선에만 집착할 경우 반신자유주의 전선이라는 핵심적인 정치적 방향을 유실할 뿐만 아니라 노동자 민중운동의 단결을 확대하기보다 운동 내부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파괴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민주노총의 위기진단과 혁신과제’에 대한 입장 검토 민주노총의 위기와 혁신과제에 대한 입장은 크게 진보개혁을 표방하는 이데올로그, 현장조직을 포함한 민주노조운동 내 정치조직, 단위 현장 등 세 차원에서 각기 다른 입장과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진보개혁을 표방하는 이데올로그들 중 세계자본주의 이윤율 하락에 따른 구조적 위기,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선 사회변혁을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은 일부 소수에 그치고 있다. 대다수 입장은 유연한 노동시장으로 변화한 시대적 조건에서 ‘87년 식 노동운동’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장하며, 이념적 대안으로 ‘사회민주주의, 제3의 길’(김형기, 경북대 교수), ‘유럽의 사민주의 모델’(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개방적 시장경제와 짝을 이루는 노동운동’(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과거의 투쟁 일변도가 아니라 참여 전술’(김유선), ‘최대강령적 요구방식의 전투적 노동운동 아니라 여론의 압력과 제도적 장치를 통해 성취해나가는 운동방식’(최영기)을 강조하면서 이명박 정권 하에서 실제 활용 가능성은 의심하면서도 ‘노사정 3자 기구의 활용 가능성’(김유선), ‘제도적 참여와 능동적 협력’(최영기)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조운동의 현장조직을 포함한 대다수 정치조직들의 이념과 노선은 이와는 결을 달리한다. 한편 단위 현장 조합원들을 특정한 이념과 노선으로 규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체로 현장 조합원들은 민주노총의 계급대표성(투쟁력, 사회적 영향력, 조직률)의 약화와 함께 노조를 통한 집단적 해결의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경제위기에 따른 고용불안에 대한 공포를 배경으로 패배주의와 실리주의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이러한 패배주의와 실리주의의 이면에 항상적인 고용불안, 임금과 복지의 삭감, 노동조건의 하락 속에서 고통과 불만이 응축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민주노총 1기, 4기, 5기를 관통하여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 노선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전국현장노동자회’ 등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노동운동연구소, 현장조직의 입장을 중심으로 검토하도록 한다. 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노동운동 재활성화 전략 한노사연은 ‘새로운 사회협약’(고용주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단체교섭의 제도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위한 물질적 자원을 획득한다는 독일식 파트너십 모델을 주창한다. 나아가 한노사연이 제시하는 산별노조의 임금, 고용 의제도 자연스럽게 ‘유연안정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 독일식 노동조합 정책으로 수렴되고 있다. 즉 노동조합이 대량 정리해고를 회피하기 위해 임금삭감을 동반하는 노동시간 단축이나 노동시간 계좌제(변형근로제의 완성판), 임금피크제와 같은 노동유연화를 수용하되 최대한 고용을 유지하도록 기업과 합의를 이룬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쌍용차 사태를 거치면서 독일식 모델이 마치 정리해고의 대안인 것처럼 다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노동조합이 사회협약을 통해 유연안정성을 수용한다는 것은 1998년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서 정리해고제를 합의한 후 조합원으로부터 일어난 반발에서 드러난 것처럼 공공연하게 실현되기 힘들다. 한노사연 소장이었던 김금수 씨가 2003~2006년 노사정위원장을 맡으며 사회적 파트너십을 추진하였으나 사실상 중도 좌초되었다. 노무현 정부 이후에는 고용안정과 노동유연화를 맞바꾼다는 전략이 이른바 ‘유연안정성’이란 이름으로 등장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노사정위원회가 민주노총이 참여하든 참여하지 않건 간에 개별적 노사관계의 개악, 노동유연화라는 정부와 기업의 전략이 관철되는 도구로 작동했다. 결국 한노사연의 노선을 따르다보면 민주당의 재집권→친노동적 정치환경 조성→제도 개선→사회적 파트너십 형성, 산별교섭력 확보, 조직화 자원 확보라는 전략이 유일한 경로가 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 노사정위원회가 무력화된 상태고, 설사 민주당이 재집권하더라도 특히나 세계적 경제위기라는 정세를 고려하면 과거 노무현정부의 경험처럼 결코 민주노총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정책을 펼 수 없는 상황이므로 문제해결의 경로가 소실되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한노사연의 대안은 매우 은폐된 형태로 노동조합운동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② 한국노동연구소의 한국노동의 위기와 재구성 한노연은 현재 민주노총의 위기를 민주노총 전 조직에 걸친 구조적 위기로 규정하고 노동운동의 이념과 노선, 조직체계 및 조직운영, 조직민주주의 및 조직문화, 정책과 사업, 운동 주체 형성 및 재생산, 노동자 의식과 생활문화 전반의 문제로 진단하고 있다. 따라서 ‘산별노조 건설과 정치세력화’라는 민주노총의 두 가지 핵심 전략이 좌초할 상황에 처해 있는데, 이는 노동자 내부 격차의 문제, 구체적으로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전망을 확보하지 못한 것에 기인하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한노연은 산별노조 건설과 관련하여 ‘공공, 민간제조업 부문의 양대 부문 중심의 대산별 체제로의 편제’와 ‘산별 기초조직으로서 지역지부 편제’, ‘산별 중앙교섭’을 핵심적 과제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속산별의 지역지부로의 재편이 기업지부의 반발이라는 암초에 부딪히고, 공공운수 통합산별의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지난 ‘조직형식주의’적 산별노조 건설운동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현실을 고려한 재검토 작업을 진행하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속, 공공 등 주요 산별노조의 중앙교섭이 사실상 불가한 조건에 처하면서 단계적, 입체적 교섭전략으로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구체적인 실천과제와 쟁점까지 다루지 않았으나 한노연이 여기서 제시한 산별노조, 현장, 총연맹,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진단과 혁신과제에서 큰 틀에서 동의할 수 있는 내용도 있다. 다만 총연맹의 위상과 역할, 지역본부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서는 큰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 우선 지역본부의 위상과 역할 관련하여 대부분의 현장조직들이 지역본부가 산별본부/지부를 관장하지 못하면서(산별노조 중심의 구조로 인해 산별노조 중앙에서 지침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현실) 지역본부가 업종과 기업을 넘는 지역노동운동의 구심으로 역할을 못한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한노연은 이에 반해, 지역본부가 ‘대관(對官) 업무, 정치사업, 지역연대 사업’을 독점하고 있다고 비판적 평가를 제기하고 있다. 한노연이 제기하는 지역본부를 둘러싼 과열경쟁이나 사업의 독점 문제는 지역본부를 운영하는 집행부의 정치적 성향과 왜곡된 운동기풍의 문제에서 접근해야 할 사항이지 지역본부가 지역노동운동의 구심으로 계급적 단결을 강화하는 역할을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도 안 된다. 총연맹의 위상과 역할과 관련하여 민주노총 중심의 총단결과 산별노조(연맹)으로의 권한이양을 병렬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데, 지역본부에 대한 접근의 시각의 연장이라면 후자의 경향으로 입장이 형성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경제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총체적인 노동유연화, 노조 무력화 공세에 맞서 총노동전선의 강화를 위해서는 산별노조의 혁신과 강화의 방향 또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총단결의 방향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③ 주요 현장조직의 입장 민주노총의 위기에 대해서 일부 강조점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대다수 현장조직이 전체 노동자계급의 이해를 대변하지 못하는 ‘경제주의/실리주의’, 사회변혁적인 지향의 약화, 조합원의 신뢰약화와 지도력의 붕괴 등에 대해서 지적하고 있다. 노동전선의 경우 민주노총 주류 세력의 민주노총 선거에서의 어용세력과의 연합의 문제, 남북정권 간의 선언과 협약 중심의 통일운동, 민주연합노선(시민운동과 민주당, 창조한국당 등과 민생민주국민회의에 참여한 문제)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또한 각 현장조직들이 제출한 민주노총 혁신과제에 대한 입장은 혁신의 기조와 방향에서부터 구체적인 실천과제까지 추상수위와 구체성의 수위가 다르다. 또한 정해진 쟁점에 대한 입장을 제출한 것이 아니어서 내용의 포괄범위도 상이하다. 따라서 공통의 혁신과제인 사회변혁적 이념과 노선의 정립, 총노동전선의 구축, 총연맹의 강화와 지역본부의 강화, 조직형식적인 산별노조 건설과정에 대한 비판적 평가와 산업, 업종별 공동투쟁을 통한 현장의 강화와 입체적인 교섭전략 마련, 현장 일상활동의 강화와 교육의 강화 등에 대해서는 합의를 바탕으로 책임 있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제출된 문제의식과 다양한 혁신과제에 대해서는 현장조직들이 상호 간에 검토하여 혁신과제를 풍부화,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서는 주요한 논쟁지점을 중심으로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먼저 전국회의가 조직형식적 산별건설 과정을 비판하며 제안하고 있는 ‘과도한 구획정리나 대산별적 통합은 무리한 설계’라는 입장은 논쟁의 여지가 존재한다. 한국노동운동연구소 등 주장하고 있는 대산별노조 건설의 지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인지, 현재적 시점에서 일정박기 식이 아니라 공동의 요구를 중심으로 투쟁력을 강화함을 통해 충분한 합의와 동의에 기반을 두어 대산별을 지향하자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이는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산별노조에서 이탈하여 별도의 산별을 건설하는 등 갈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또 다른 조직 내 논쟁과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전국회의가 제출하고 있는 ‘총파업전술, 전국집중투쟁, 상경투쟁의 남발’ 역시 ‘현장/지역/산별단위 투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투쟁전술을 배치’한다는 기조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있으나 정세와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총파업이나 전국집중 투쟁을 자제하는 것을 일반적인 원칙으로 삼을 수는 없다. 더욱이 노동전선 등 많은 현장조직들이 민주노총 4기-5기 집행부의 투쟁회피, 노사협조적 활동에 대해서 강력한 비판이 제기되는 현실에서 이러한 입장은 지도부에 대한 불신과 갈등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러한 입장을 일반론적으로 제출하기보다는 현실투쟁을 앞장서 책임지면서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전술운영과정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이다. 셋째, ‘비정규연맹’, ‘비정규, 이주, 장애인 의결기관 할당제’는 숙고해야 할 문제이다. 현재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가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틀을 통해 내용적, 실천적으로 비정규직의 투쟁력을 제고하고 정규직-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을 활성화하는 방향에서 문제를 접근해야한다. 민주노총 내의 ‘비정규연맹’과 같이 독자적 조직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자칫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이 실존하는 상황에서 조직적 갈등을 확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한 ‘비정규, 이주, 장애인 의결기관 할당제’도 민주노총 사업과 체계에서 비정규, 이주, 장애인의 요구를 실현하고 조직화, 주체화하는 것을 중심으로 제기하지 않을 경우 여성할당제의 예에서 보이듯이 제도 도입의 성과에 안주하여 여성권을 보장하기 위한 운동을 등한시한 것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넷째, 노동전선의 ‘배타적 지지방침의 실질적 폐기와 변혁적 노동자정치운동의 확대강화’와 관련하여 근거와 입장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민주노조운동 내에서 경쟁하는 여러 정치세력이 있기 때문에 민주노총이 특정한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한 정치세력화를 추진해서는 안 되고, 조합원들의 정치적 자유의사에 맡겨야 한다는 관점이라면 동의하기 힘들다. 현재 민주노총의 현실이 한나라당, 민주당 등에 대한 상당한 지지가 실존하는 조건에서 이러한 운동을 공식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노동자들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방편으로 ‘노동자정당’을 건설하는 데 자신의 역량을 투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 노동자정당의 성격과 활동이 의회주의, 선거주의에 갇히지 않고 ‘사회운동정당’으로서 역할 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흐름 등 현존하는 정당들 중 일부 정당에 대해서 배타적 지지를 하는 것으로 인해 다른 정치세력들의 현장 정치활동이 억압당하는 효과가 있다면 그것은 그것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 다섯째, 민주노총 임원 직선제와 관련해서도 차분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파적 이해의 차원에서 현재의 대의원선거 방식을 유지하자는 입장이 있을 수도 있으나, 금속노조 직선제 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현장의 조건에서 직선제가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리라 단언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직선제의 도입을 주장한다면, 직선제를 계기로 현장을 바꾸어내고 계급적 단결을 확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민주노총의 혁신과제에 대한 입장의 차이보다 중요한 것은 그 동안 운동과정에서 형성된 현장조직 상호 간의 불신의 문제가 심각하다. 이러한 불신의 바탕에는 현장조직 대부분에서 조직의 입장과 조직원의 실천의 괴리가 상존했다는 사실이 깔려있다. 어느 조직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현재까지 활동과정에서 좀 더 투쟁기풍을 가지고 있는 조직과 노사협조적 운동의 모습을 보여 왔던 조직들의 차이는 명확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각 현장조직들이 자신의 이해득실을 위해 인맥조직으로 조직을 운영해서는 안 되며, 자신의 노선과 입장에 충실한 조직적 원칙과 기풍을 세우고 이를 지키지 않는 조직원들은 과감히 청산해야 한다. 상호 간에 자기혁신이 동반될 때 진정성 있게 정파 간의 논의와 통합력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어느 현장조직도 민주노총을 독자적으로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할 때 실존하는 대중운동의 활성화와 투쟁력 강화를 중심으로 한 현장조직 간의 신뢰회복과 단결의 강화는 매우 관건적인 문제이다. 민주노총의 혁신 과제 ‘실리주의’를 넘어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로! 자본주의를 넘어 대안세계화운동으로! 당분간 세계경제가 일정한 회복양상을 보인다 하더라도, 미국 헤게모니 하에서 자본주의의 위기가 근본적으로 극복되기는 어려운 것으로 예상된다. 이윤율의 장기적 저하경향이 역전될 정도로 산업에서의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미국을 대체해서 새로운 자본주의 생산방식으로 무장한 헤게모니 국가가 등장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뿐만 아니라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약간의 이윤율 증대를 가져왔던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그 심각한 모순을 드러냈으나, 자본주의의 구조적 조건으로 인해 다른 방식의 탈출구를 찾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주류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일고 있는 ‘더블딥’(이중경기침체) 논란이나, 일각에서 2010년대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최종적 위기를 거론하는 것은 이러한 심각한 위기상황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에 대처하는 이명박 정부와 자본의 전략은 명확하다. G20을 필두로 하여 세계적 차원의 공조와 함께 한미FTA를 필두로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을 확대하고, 자본시장통합법과 금산분리완화 정책 등 신자유주의 금융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또한 전면적인 노동유연화 정책과 함께 향후 정책시행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제조업과 공공부문 대사업장 노동조합의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정권과 자본의 전면적인 공세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조운동 일각에서는 ‘새로운 사회협약’이 노동운동 활성화 전략으로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민주노총의 활동을 비판적으로 돌아볼 때, 이러한 사회적 합의주의 노선이 가진 폐해는 너무도 심각하다. 정권과 자본과의 사회적 대화를 통한 실리 획득을 목표로 한 운동은 당장의 실리획득에도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계급적 단결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위기의 시대를 맞아 ‘단기적인 실리’를 집착하기보다는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를 넘어 대안세계를 건설하기 위한 변혁적 이념과 노선을 수립하고 노동자, 민중운동의 계급적 단결의 구심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초민족화된 세계자본주의 조건에서 한국사회의 변혁은 국제주의적 시야와 전략이 없이는 현실화될 수 없다. 국제노총 회의 참석, 국제금융무역기구 회의에 대한 일회적 대응, 국내 현안에 대한 국제적 지원요청, 외국 현안에 대한 지원이라는 차원을 넘어 동아시아, 국제적 수준에서 자본주의적 착취와 전쟁, 생태파괴를 넘어 대안세계를 건설하기 전략적 운동구상을 구체화화해야 한다. 세계적 경제위기 하에서 공격당하고 있는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국제적 연대운동은 그 첫 출발이 될 것이다. 총노동전선의 구축과 총연맹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한 지역운동의 강화 정권과 자본은 지난 시기 민주노조운동의 모든 성과를 무력화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고용, 임금, 복지 등 직접적인 성과에 대한 공격을 넘어 이를 가능하게 했던 노동자들의 단결의 구심으로서 ‘노동조합’ 운동 자체를 파괴, 무력화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반면 민주노총의 상황은 민주노조운동의 전국적 지도부로서 자기 역할을 못하고 있다. 주요 산별노조 또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정권과 자본의 공격은 전방위적인 데 반해 민주노총의 활동방식은 산별노조와 단위 사업장의 틀을 못 넘어서고 있다.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위해서는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총노동전선의 구축이라는 방향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공공운수연맹(공공노조, 운수노조)을 포함한 주요 산별노조 간에 공동기획과 공동투쟁의 원칙과 기풍을 만들어야 한다. 산별노조의 시기집중 임단투조차 제대로 실현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어떻게 투쟁동력을 형성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금속, 공공의 핵심 투쟁을 전국전선으로 확장하는 것과 동시에 시기집중을 포함하여 임단협 투쟁에 대한 공동기획과 공동투쟁이 중요할 것이다. 임단협이 포괄하는 범위를 최대한 넓히는 투쟁을 기획해야 하며, 최저임금과 같은 노동조건의 하한선을 결정하는 투쟁에서 총연맹이 전체민주노조운동의 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는 주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러한 투쟁동력 형성과 주요 산별노조의 핵심 투쟁을 전국화하는 것과 동시에 경제위기 하에서 노동자 민중들의 노동권 생존권 보장과 전체 사회구조를 변화시키는 제도적 요구들을 정선하여 전면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또한 전국적인 총노동전선 구축을 위해서는 지역연대운동의 구심으로서, 총연맹 활동의 집행기구로서 지역본부의 위상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노조 조직화, 정세대응을 높일 수 있는 지역 연대의 활성화를 위해서 지역본와 산별지역본부/지부와 통합적 운영 및 공동기획ㆍ공동집행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총연맹 지역본부에 대한 인력, 재정이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 경제위기 대응을 위한 제도적 요구의 전면화 세계경제는 일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것처럼 불안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하락과 이에 따른 중소형 은행 부도, 약간 회복양상을 보이던 주택가격의 하락으로의 반전 가능성, 유럽 국가들의 정부부채 및 재정적자 확대와 유럽은행들의 대규모 부실, 중국의 과잉투자와 거품 논란 등이 이런 불안을 낳고 있는 요소다. 한국경제는 원화가치 하락, 중국의 예상을 뛰어넘은 대규모 경기부양 및 성장, 재정지출 증대를 통해 심각한 위기국면을 상대적으로 빠르게 벗어나고 있으나 대외변수에 여전히 취약한 경제체질을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초민족적 금융자본의 투기적 유출입으로 인해 환율 급등락과 투기거품 형성 및 붕괴가 단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초민족적 자본의 투기적 유출입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된 부가 대규모로 유출될 뿐만 아니라 소위 먹튀 자본의 이탈에 따른 대규모 정리해고와 고용불안이 잇따르고 있다. 따라서 금융자본의 투기적인 유출입을 억제하고 초민족적 금융자본에 대한 통제장치가 필요하다. 한편 경제위기에 대한 부담은 노동자에게 손쉽게 전가되었고 대외변수의 불안정성은 한국경제를 심각한 위기로 몰고 갔다. 우선 경제위기는 노동자의 고용과 임금을 심각하게 훼손하였다. 중층화된 하청구조와 대규모 비정규직 고용은 경제위기에 노동의 유연성을 심화시켰다. 그 결과 노조로 조직되어 있지 않은 많은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이 해고되었다. 또한 장시간 노동(연장근로나 특근)을 통해 낮은 통상임금을 보전해 오고 있는 노동자들은 경제위기에 직면하여 작업량과 노동시간이 줄어들면서 심각한 임금하락을 경험하였다. 따라서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노동자 민중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요구와 이를 가능케 하는 사회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한 요구를 동시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초민족적 금융자본의 투기적인 유출입 완화와 통제장치가 필요하다. 경제위기 시에 노동자의 노동권 생존권 보장의 핵심 요소로서 고용과 임금과 관련하여 제도적인 요구를 제기해야 한다. 경제위기 하에서 노동자의 고용보장을 위해 ‘당장의 적자 기업에서 과거 누적 흑자를 활용한 고용유지’, ‘공공부분 인력 구조조정 반대’, ‘부도 가능 사업장에서 정부의 지원을 통한 고용 유지’, ‘해고 및 계약해지를 제한하는 제도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이는 전사회적인 이데올로기 투쟁의 일환으로 ‘해고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 전 사회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개별투쟁을 치열하게 전개하되 전국적으로 투쟁력을 집중해서 이런 법 제도적 요구를 쟁취해 낸다면 고용문제를 일정하게 해결할 수 있는 전기가 될 것이고, 이런 투쟁이 일정하게 성공한다면 이후에도 지속될 개별사안의 투쟁에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한편 임금과 관련해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격차, 산별노조 내 임금격차를 해소하고 노동자 내부의 단결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적절한 수준의 정액임금 인상, 특별(성과)상여금 방식이 아닌 기본급 중심의 임금인상, 임금의 최저선을 끌어올리는 최저임금 인상을 중심으로 요구를 정식화하고 투쟁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사회구조를 투기화, 불안정화하여 노동권을 위협하는 금융화에 대한 비판과 통제장치의 마련, 초민족 금융자본의 투기적인 유출입 억제와 통제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요구를 전면화해야 한다. (상업은행들의 투자업무 제한 및 중단, 겸업화 금지, 신용의 증권화 금지, 자본시장통합법 폐지, 금산분리 완화 반대, 한국은행에 대한 정부 통제 및 금융감독 권한 부여, 외환거래세 도입, 외환거래자유화 제한, 자본이득세, 초민족적 자본의 인수합병 참여 제한, 각종 구조조정 기금 운용에 대한 감시와 통제장치 확보 등.) ‘조직형식주의’를 넘어 계급적 단결을 중심으로 산별노조의 혁신과 강화 기간 조직형식 중심의 산별노조운동의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기업별 노조를 넘어 초기업적 단결을 형성하고, 공동투쟁으로 노동자간 격차를 축소하자는 산별노조 건설의 의의를 부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조직형식주의’를 넘어 조합원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계급적 단결을 확대하기 위한 산별노조 혁신과 강화방안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산별노조의 혁신과 강화는 민주노조 총단결 혹은 민주노조운동의 전국적 구심으로서 민주노총 강화와 지역운동의 구심으로서 지역본부, 지구협의 강화라는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 산별 중앙이 총연맹 차원의 총노동전선 구축에 복무할 수 있도록 공동기획과 투쟁의 집중, 이를 위한 제도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본부, 지구협을 중심으로 산별노조 지역본부, 지역지부와의 통합적 운영을 통해 산업, 업종, 기업규모 등 각종 차이를 넘어 실질적이고 계급적인 단결과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금속노조의 경우 구체적인 산업구조, 정권과 자본의 정책, 조합원의 의식과 이데올로기적 조건을 면밀히 분석하고 산업, 업종 차원의 공동투쟁, 원청-하청 간의 공동투쟁,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공동투쟁을 조직하고 승리의 경험을 축적하는 가장 관건적이다. 또한 이미 중앙교섭이 난관에 봉착한 상황에서 노조가 투쟁으로 자본을 강제하여 교섭구조를 만드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대중적인 공동투쟁을 중심으로 입체적인 교섭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한축으로는 주요 완성차지부를 중심으로 원-하청의 공동요구와 공동투쟁의 모범을 만드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고, 다른 한축으로는 형식화된 지부 집단교섭에 대한 중앙 차원의 투쟁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금속노조의 투쟁은 향후 민주노총의 계급적 단결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핵심 투쟁에 대한 전략적 공동기획을 통해 사회적, 전국적 투쟁전선을 강화해야 한다. 금속노조는 기업지부의 해소와 관련해서도 무리한 재편으로 인한 조직 갈등을 확대하기보다는 공동투쟁을 통해 계급적 단결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완성차지부와의 공동투쟁 기획을 통해 산별노조의 현실적 필요성을 조합원들에게 확인시키는 방식으로 전략을 재수립해야 한다. ‘1사 1조직’의 경우도 타타대우상용차, 캐피코, 동원금속 등 모범사례와 기아자동차지부에서의 조직 갈등의 사례 등을 면밀히 분석하여 외형적 조직 확대보다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을 확대, 강화하는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2006년 공공운수 통합산별노조 건설을 위한 과도적 조직으로 출범한 공공노조/운수노조의 경우 운수노조가 통합산별건설을 결의하지 못하면서 난관에 봉착해 있다. 과도조직으로서 공공노조도 공공기관(전국단위 기업지부), 단위 기업지부, 초업종지역지부 간의 조건과 입장의 차이로 인해 내부적 조직재편을 둘러싼 논쟁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통합산별노조 건설이 불투명할 경우, 과도조직으로서의 공공노조 또한 존립의 위기에 처할 우려가 크다. 따라서 실질적인 통합산별노조 건설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공공노조는 산별교섭과 관련해서도 한축으로는 공공기관(전국네트워크 대사업장)의 대정부 교섭이 관건적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교섭거부라는 장벽에 막혀 공동투쟁을 통한 돌파가 어려운 조건에 처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지부의 경우 규모의 영세성과 집단교섭의 어려움으로 인해 사업장 교섭에 대부분의 활동력이 투여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공기관의 경우 이명박 정권의 공공부문 선진화 계획에 맞서 공동투쟁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가 관건일 수밖에 없다. 지역지부의 경우 조직화 과정에서부터 집단교섭을 염두에 두고 조직하거나 현장의 교섭역량을 키워내는 등 다각도로 과다한 교섭의 문제를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 공공노조의 역량을 고려할 때 공공부문 선진화에 맞선 투쟁과 지역지부의 강화를 위해서는 총연맹, 총연맹 지역본부ㆍ지구협과의 긴밀한 공동기획과 공동투쟁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공공노조 내부 조직체계 재편과 관련해서는 공공기관지부와 지역지부 간의 논쟁구도 방식으로 비화되지 않아야 한다. 한축으로는 공공기관지부에 대한 중앙의 사업을 강화하고, 다른 한축으로는 ‘지역본부’ 형식을 둘러싼 논쟁을 넘어 실질적으로 지역지부를 강화하고 지역운동을 강화하기 위한 중앙과 지역지부의 긴밀한 논의와 실천계획의 마련이 중요하다.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 노동자가 주체가 되는 ‘사회운동정당’의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정당을 포함한 제 정치세력과 함께 ‘선거와 득표’를 중심으로 한 지난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실패를 냉정히 평가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자신의 지지기반인 민주노총과 대중운동의 혁신 및 정치적 재조직화를 위한 전략을 세우기보다는 민주노총 상층과의 정치협상을 통한 실리획득(세액공제, 득표)에 주로 의존했다. 특히나 2004년 총선 이후 ‘의회주의’적 성격이 더욱 강화되었다. 즉 ‘운동의 활성화와 연대의 확장’에 무게 중심을 두기보다는 ‘실현 가능한 정책대안’과 입법 활동에 주력하면서 스타 정치인에 좌우되는 경향이 강화되었던 것이다. 민주노동당을 통한 국회의원 당선의 현실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역구의 선거를 중심으로 한 정파 간 경쟁구조도 심화되었다. 이런 당의 문제점이 확대되어 당의 분열로 이어진 것이다. 2008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당 이후 양당 모두 기존 민주노동당의 부정적 경향이 확대되었다. 각 지역 차원에서 분당으로 인한 활동가들의 분리와 이탈로 인해 지역운동에 대한 진보정당의 역할은 상당히 취약해졌다. 사회적으로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사회적 위상의 약화와 함께, 이명박 정권의 등장이라는 조건에서 진보정당의 전략적 공조와 정치적 노선을 분명히 하기보다는 야 4당 공조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진보정당세력의 단결과 통합을 위한 민주노총 추진위원회’(통추위) 활동은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평가에 기반을 두지 못하고 6월 지방선거 승리라는 단기적 목적에 집착하면서 양당의 간의 소모적인 정치공세와 부정적인 효과를 양산하고 있다. 세계자본주의 위기라는 조건에서 노동자에 공격을 노골화하고 부패하고 타락한 자본주의를 넘어 대안세계를 건설하기 위한 이념을 제시하고, 대중운동의 활성화와 지역적 기반의 강화, 민중연대 전선을 강화하는 ‘사회운동정당’으로서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운동의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이러한 전망 하에서 단기적으로도 선거공간에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제 정치세력들이 경제위기 하의 노동권을 확보하기 위한 공동의 요구를 중심으로 단결과 연대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현실에서 부정당하고 있는 배타적 지지방침과 관련해서는 단순한 방침 폐기여서는 곤란하며 민주노총이 ‘사회운동정당’으로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운동의 중심축과 경로를 제시하는 가운데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사회주의노동자정당 건설 흐름 등의 정치활동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식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운동 방침’을 변경해야 할 것이다.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의 혁신과 강화 민주노총에서 비정규직 조직화는 단순히 조합원의 양적 확대의 문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에서 정권과 자본의 노동비용 축소와 정규직-비정규직의 분할통제, 노동조합 무력화에 맞서 약화된 조직의 투쟁력과 조직력, 계급대표성을 재건하기 위한 사활적인 조직혁신의 과제이다. 전조직적 차원에서 총연맹-산별-지역본부-단위사업장에 이르기까지 재정과 전담 조직화 담당자를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하고 조직적 태세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지역의 주요 사업장이 미조직 조직화에 주체로서 결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대공장에서의 정규직-정규직(원청-하청노동자)의 공동요구와 공동투쟁, 그를 통한 계급적 단결은 향후 민주노조운동의 성격과 전망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라는 측면에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특히 금속노조의 ‘1사 1조직’ 방침은 조직형식적인 완성이나 조합원의 양적 확대를 넘어 정규직-비정규직의 단결과 공동투쟁, 현장의 투쟁력 강화라는 원칙적 입장에 근거해서 추진해야 한다. 또한 금속의 경우 지역, 공단에 밀집되어 있는 중소영세사업장의 조직화의 성과가 미미한데 지역지회 강화(재정, 인력 지원)와 자발적 현장진출 활동가들과 긴밀한 공조를 통해 집중적인 조직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미조직 조직화 사업이 민주노조운동의 혁신 차원에서 제기되었으나 조직화된 비정규직들도 자신의 조합적 이해에만 매몰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상활동과 교육 학습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반노조나 산별 지역지부와 지역지회의 부족한 인력과 과다한 교섭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가능한 업종이나 지역에서는 전략적으로 집단교섭을 쟁취하기 위한 조직화 방식을 취하거나, 현장에서 교섭을 소화할 수 있도록 현장 역량을 키워내야 한다. 또한 산별 지역지부의 경우 총연맹이나 산별 지역본부ㆍ지부의 역량을 강화하여 교육 학습 등 조합원 의식화와 일상 활동을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1기 전략조직화 사업에 대한 명확한 평가를 통해 조합원의 양적인 확장을 넘어 민주노조운동의 혁신의 일환으로서 전략조직화의 목표를 분명히 설정해야 한다. 산별 지역본부ㆍ지역지부와 총연맹 지역본부의 조직혁신사업의 강화라는 관점을 분명히 하고, 5개 영역 중 지역중심의 중소영세사업장 조직화로 전략조직화의 대상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략조직화의 선정과정에서부터 총연맹이 직접 주관하여 산업구조 및 미조직 노동자 분포 등 객관적 조건과 함께 전략조직화를 주진하는 주체인 지역본부, 해당 산별본부와 지역지부의 역량, 조직화 사업의 경험, 연대운동의 역량 등 검토하고 해당 전략 조직화 사업의 구체적 목표와 계획을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전략조직화 사업이 지역본부의 논의로 이관될 경우 산별노조 본부/지부 간 경쟁이 과열되지 않도록 총연맹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객관적인 근거와 주체적인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대상을 선정, 지속적으로 사업을 점검, 지원해야 한다. 전략조직화 사업의 책임 있는 집행과 민주노총의 미조직ㆍ비정규직 사업의 강화를 위해서 기금모금 등 재정마련 계획이 동시에 마련되어야 한다. 민주노총의 페미니즘적 혁신과 여성사업 강화 최근 민주노총 임원의 성폭력 사건은 성폭력 규약 제정과 이를 통한 사건처리, 성폭력 근절을 위한 교육 등 제반의 조치가 취해져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에 대한 차별, 배제적 문화가 지배적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또한 민주노총의 여성사업을 상징하는 여성할당제(부위원장, 중앙위원, 대의원 30%)도 당초 민주노총 내 여성 대표성을 강화한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할당된 숫자조차도 선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민주노총의 페미니즘적 혁신은 몇 가지 제도의 도입이나 전문가들의 정책대안으로 해결될 수 없다. 이는 여성에 대한 이중적 착취(가족관계에서 재생산노동의 전담자이자 최종적 책임자, 생계보조자로서의 위치로 인한 사회적 노동시장에서 저임금 착취)를 양산하는 자본주의를 변혁함과 동시에 여성억압을 구조화한 가족관계와 남녀관계를 변혁함으로써만 해결될 수 있다. 요컨대 민주노총이 자본주의를 변혁하는 노동해방과 함께 여성해방의 과제를 전조직적으로 실천할 때 비로소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선 민주노총의 여성권을 보장하기 위한 요구를 정식화해야 한다. 김대중 정부 이래, 여성정책은 여성인력 활용과 이를 뒷받침하는 일-가정 양립 지원이라는 일관된 기조를 유지해왔다. 이러한 정책은 여성에게 가사노동 전담자로서의 역할과 동시에, 노동조건의 하락과 비정규직의 양산으로 어려워진 가족생계를 보충하기 위해 저임금 일자리를 강요하는 결과를 낳았다. 저임금 일자리 정책에 대한 비판과 사회서비스 일자리로 상징되는 여성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은 핵심적으로 제기해야 할 요구다. 또한 여성의 저임금 구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가족제도를 매개로 한 성차별, 성별분업 이데올로기에 대한 체계적인 비판이 필요하다. 여성이 이중적인 고통에서 해방되기 위해서는 가사(재생산)노동의 사회화를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하며, 장기적으로 가족제도의 변혁을 모색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여성들의 권리를 억압하고 성차별을 재생산하는 억압적인 제도의 철폐를 요구해야 하며, 정세적으로 발생하는 사안에 대해서 여성노동자의 시각에서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여성들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여성노동자’를 운동의 주체로 조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민주노총은 내부적으로 여성조합원들이 노조운동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대중적인 운동을 조직해야 한다. 이를 위한 사업을 기획해야 하며, 여성에 대한 교육과 일상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의 압도적 다수를 점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조직화사업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조직 내 여성 차별적, 배제적 문화를 혁신하기 위해 성폭력 사건 해결로 국한되지 않는 일상적인 노조의 활동과 문화에 대한 평가와 혁신의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 여성문제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조합원들의 일상 활동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토론진행 할 수 있는 기획과 캠페인이 필요하다. 또한 노조의 단체협상에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고 성차별적, 배제적 문화를 혁신하는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 이러한 사업을 실질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특별기구방식의 사업이 아니라 여성위원회를 강화하고 기존의 사업방식을 혁신해야 한다. 여성위원회는 여성사업 담당자로 국한되지 않는 여성 활동가와 간부 육성, 여성조합원을 주체화 하는 대중적 사업의 기획, 미조직 여성노동자 조직화, 남녀 모든 조합원의 작업장/가족/노조의 활동과 구조, 그 내에서 여성들의 현실에 대한 실태 파악, 여성의 경제적 독립과 재생산 노동의 사회화라는 관점 하에서 여성조합원의 요구의 정식화 등 제반 사업을 기획해야 한다. 반신자유주의 기조를 명확히하는 민중연대전선의 강화와 지역연대운동의 강화 전국민중연대의 내부적 이견이 표출되면서 민중운동 내부의 충분한 동의와 합력 없이 소위 자민통 진영에서 2007년 진보진영의 총단결체를 표방한 한국진보연대(준)를 출범시키면서부터 민중운동 내부의 갈등과 불신이 증폭되어 왔다. 이런 이유로 서울,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는 현재까지 지역진보연대 구성이 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신뢰 있게 진행되던 지역연대체가 갈등을 빚으며 해산하기도 했다. 2008년 민주노총과 한국진보연대를 중심으로 시민운동과의 연대를 추진하면서 민주노총 대부분의 연대사업에서 좌파/현장파는 체계적으로 배제되었다. 한편으로는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때마다 한국진보연대 가입을 둘러싼 갈등으로 거듭되는 파행이 발생하기도 했다. 2009년 민주노총은 ‘메이데이 조직위원회’ 구성과 공동활동을 거쳐, 민중진영의 공동투쟁을 위한 한시적인 공동투쟁체로서 ‘노동탄압분쇄, 민중생존권, 민주주의 쟁취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을 구성하여 민중운동진영의 공동투쟁을 위한 노력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참여연대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를 중심으로 한 연대사업 방향, 최근 반MB 기조 하에서 민주당과의 연대강화라는 사업방향으로 인해 지속적인 갈등이 있어왔다. 공동행동의 경우, 민주노총-한국진보연대-참여연대-민주당과의 창구 역할을 못 넘어서고 있는 민생민주국민회의를 중심으로 하면서 ‘공동행동’ 자체는 부차적으로 운영하다보니 사실상 활동이 중단되었다. 민주노총은 8월 민중운동진영에게 ‘이명박 퇴진을 위한 진보민중진영 공동투쟁본부 건설’을 제안하여 워크숍과 수차례 회의를 거쳐 10월 진보민중진영의 공동투쟁체로서 ‘이명박 심판 민주주의 민중생존권 쟁취 공동투쟁본부’(약칭 ‘반MB 공투본’) 결성했다. ‘반MB 공투본’의 건설은 조직 내 갈등을 수반했던 한국진보연대 중심의 연대를 넘어 진보민중진영의 공동투쟁기구를 결성했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반MB 공투본’은 느슨한 한시적 투쟁체에 머물고 있을 뿐, 효과적인 투쟁기구가 되지 못하고 있다. 향후 ‘반MB 공투본’을 지역과 부문을 아우르는 상설연대체로 발전시키기에는 내부적 합의도 부족하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정권과 자본의 격렬한 공세가 예상되는 바,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민중운동의 단결의 수준을 한층 발전시켜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민주노총은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 차원의 대불황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경제위기 시기 노동권을 중심으로 대중투쟁요구를 정선하여, 전체 노동자계급의 중심으로서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농민, 빈민, 청년학생 등 계급대중의 이해와 요구를 중심으로 하는 전체 민중운동의 단결 투쟁을 펼치는 데 선도적으로 복무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민중연대전성을 강화함에 있어서 명확한 반신자유주의 기조 속에서 대중적 투쟁동력을 형성하고 노동자 민중운동의 단결을 강화하는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내년 지자체 선거 등을 염두에 두고 반MB 기조만을 강조하면서 시민운동, 민주당과의 연대를 중심으로 사고하게 되면 또 다시 노동자 민중운동의 단결을 확대하기보다 갈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한 민주노총은 전국적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지역에 근거한 연대운동을 고민해야 한다. 서울에서 새로운 상설연대체로서 인천지역연대(준), 서울연대(준)가 결성되고 있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서울의 경우 소지역별(지구협) 단위에서도 지역연대를 복원,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모아가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지역 연대운동을 복원하여 지역 정치활동과 미조직사업의 토대를 강화해야 한다. 활동가조직의 혁신과 소통, 연대의 강화 민주노조운동에서 특정한 정치적 이념과 노선을 가지고 운동을 목적의식적으로 조직하는 정치세력, 즉 정파(현장조직을 포함한 활동가조직)의 역할을 너무도 중요하다. 정파 없는 민주노조운동의 발전은 사고할 수 없다. 현재 정파에 대한 대중적 불신은 정파를 없애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파가 정파다울 때, 즉 정치세력으로서 이념과 노선에 근거한 정치활동을 제대로 펼칠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 2009년 3월 민주노총 혁신대토론회에서 보여지 듯 현재 대다수 정파의 민주노조운동 혁신과 재건의 입장은 몇몇 쟁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공통의 입장으로 수렴되고 있다. 정파활동이 민주노총 혁신의 걸림돌로 비판받는 이유는 주류 정파의 ‘계급적 단결을 약화시키는 실리주의적 노선’에만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 정파 내부,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정파의 입장과 정파 구성원들의 실제 실천 활동 간의 커다란 괴리에 있다. ‘자기방어적 실리주의’와 ‘패배주의’에 갇혀 있는 현장의 조건, 조합원들의 의식과 문화 속에서 각 정파의 입장이 사실상 조직원들 안에서도 자신의 운동과 실천의 지침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적 조건 하에서 정파들이 이념과 노선에 근거한 정체성을 갖지 못하고, 자기 혁신이 지체되면서 노조 집행 권력을 둘러싼 정파 간 갈등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는 세 가지 지점에서 정파들의 혁신이 요구된다. 첫째, 어느 정파도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라는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자신의 정파 내부의 원칙과 기풍의 수립 위한 전면적인 자기혁신이 필요하다. 둘째, 원칙과 기준에 입각한 각 정파 혁신세력들 간의 소통과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셋째, 세계자본주의와 한국사회의 객관적 현실, 노동자대중의 의식과 조건을 고려하여 구체적인 공동투쟁의 방안을 수립하기 위해 상호 간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산별노조와 지역본부, 현장에 걸쳐 실질적인 단결투쟁을 조직하는 것을 중심으로 대중적인 신뢰와 정치적 영향력을 회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조합원 교육의 강화와 지역ㆍ현장 일상 활동의 복원 현재 노동자대중과 조합원들은 세계적 경제위기 하에서 해고에 대한 극도의 공포를 체감하고 있다. 이러한 조합원의 심리가 민주노조운동의 집단적 운동을 통한 승리의 전망을 찾을 수 없는 조건에서 극도의 ‘자기방어적 실리주의’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투쟁을 통한 승리의 경험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이와 함께 정권과 자본의 이데올로기 비판, 사회적 현실에 대한 객관적 분석을 통해 노조를 통한 단결, 노동자계급의 집단적 운동에 대한 전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교육과 학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노동조합 체계를 통한 교육뿐만이 아니라 노동자 스스로 학습하고 자신의 이념과 가치를 형성하는 학습소모임, 문예소모임의 결성과 활성화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또한 노동자대중, 조합원 스스로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현장토론과 정치실천을 일상적으로 조직해야 한다. 민주노조운동 내에 만연되어 있는 대리주의, 소위 자판기노조라 불리는 활동을 지양하고 조합원을 주체화하기 위해서는 현장과 지역 차원의 다양한 정치적 실천을 개발하고 참여토록 해야 한다. 현장 토론을 통해 공동의 요구를 함께 마련하고 간부ㆍ대의원의 현장토론 조직화, 현장 선전전을 일상화해야 한다. 지역적 차원에서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주1회 정치페인 등을 적극 조직하여 조합원이 구경꾼이 아니라 노조활동의 주체로서 역할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직화사업은 노동조합 재건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하자 비정규직 운동의 과제 자본주의 사회에서 축적이 확대되어도 고용은 항상 불안정하다. 자본축적으로 말미암은 노동의 수요보다 자본축적에서 유리되는 노동자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를 상대적 과잉인구의 형성이라고 부를 수 있다.) 따라서 실업자와 취업자의 경쟁은 상시적인 상태가 되고, 그에 따른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 만성화된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 대중의 궁핍화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계기는 항상적인 실업의 위험이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실업의 위험은 급격히 악화되고, 이는 노동조합운동의 위기를 객관적으로 구성하는 요인이 된다. 신자유주의시대 지배세력은 금융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의 재정적자, 통화공급의 증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 정책이나 사회보장정책을 철회한다. 따라서 신자유주의는 완전고용을 포기하고 실업을 조직하는 한편, 금융소득에 기반을 둔 사회보장정책으로 기존 복지정책을 대체하고,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사회보장예산 적자와 실업위기를 무마한다. 즉 경제위기 시대 확산하는 실업을 불완전한 취업으로, 불안정한 고용형태로 조직함으로써 노동력 재생산의 위기를 관리하는 것이다. 한편 자본은 지급된 임금과 투입된 노동량을 일치시키는 것을 목표로 노동력을 최대한 쥐어짜기 위해 노동을 전면적으로 재조직하고 있다. 이 과정은 해고나 신규채용 억제라는 인원감축의 형태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변형근로시간제의 도입에 따른 노동시간 신축화로 드러나기도 한다. 사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후자인데, 노동시간신축화로 인해 반(半)실업자와 취업자간의 경쟁이 현실화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부족한 생활임금을 얻어내기 위해 생산물량확보에 더욱 의존하고, 일정한 임금소득을 보장받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마다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에게서 경쟁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경제위기 시대 실업이 반실업상태로 조직되고 노동신축화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고용불안이 확산하고 동시에 노동자들 간 바닥을 향한 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 맞서는 노동조합운동의 도전은 중차대한 과제다. <그림 1> 종사상 지위별 취업자 비중 (자료 : 통계청) <그림 1>을 보자. 지난 20여 년 동안 상용직 규모는 등락이 있기는 하지만 34%를 전후로 진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영업자가 조금씩 감소하고 무급가족종사자 상당수가 감소하고 있다. 무급가족종사자 중 80~90%는 여성이다. 1990년대 이래 임시직 일용직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은 자영업자 일부와 무급가족종사자 상당수가 임시직에 종사한 것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잔여적 형태로 정의할 경우, 비정규직은 임시직, 일용직 노동자와 상용직 노동자 중 고용형태가 비전형적인 노동자로 구성된다. <그림 1> 통계에서 확인할 수 있듯 (정규직 노동자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존재는 단지 IMF 이후 강행된 정리해고제나 파견근로제 도입의 결과만은 아니다. 반실업상태로서 비정규직은 자본주의 형성과 궤를 같이하며, 고용형태가 다른 일자리로서 비정규직은 이미 1980년대 하청구조를 확대하고 노동강도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실 한국사회에서 ‘해고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노동자라는 의미에서 정규직은 근로기준법에나 존재했지 실제로는 (특히 제조업 사업장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다. 1970년대는 물론이거니와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되었다 할 수 있는 1980년대 후반에도 사업장 구조조정과 해고는 일상적이었다. 하지만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제조업 사업장에서 안정된 일자리를 가진 노동자라는 인식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는 1980년대 후반부터 등장한 민주노조운동의 성과다. 고용안정, 정규직 노동자는 사실 노동조합의 효과인 것이다. 1980년대 전자산업과 자동차산업에서 하청구조가 광범위하게 도입 확산되었지만, 강력한 노동조합의 운동이 일정하게 이를 제어한 셈이다. 1990년대 초반부터 하청구조의 확산과 제조업사업장의 구조조정을 계기로 전노협의 조직력이 하락하고,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려는 정권과 자본이 전노협을 강력히 탄압하면서 이른바 3제를 도입하려 했다. 3제란 노동신축화를 촉진하는 제도로서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제, 변형근로제를 가리킨다. 한편 1990년대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함께 민주노조운동은 이념(노동해방)을 상실하고, 정권의 탄압과 함께 민주노조운동의 위기가 본격화한다. 민주노총은 노조합법화를 대가로 3제를 받아들이는 오류를 범한다. <그림 2> 실업자와 불완전 취업자 (자료: 통계청) <그림 2>에서처럼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36시간 미만의 불완전취업자가 급격히 확대되고, 경제위기 상황이 심화되는 가운데 민주노총은 조합원의 이해만을 방어하는 형태로 더욱 위축된다. 이 과정에서 고용과 임금을 둘러싼 반실업자와 취업자의 바닥을 향한 경쟁이 가속화되고, 이른바 ‘비정규직 문제’ 즉, 취업자와 반(半)실업자 사이의 갈등이 확산된다. ‘비정규직 문제’는 노동조합운동의 위기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다. 이상을 염두에 두고, 이른바 ‘비정규직 운동’의 과제에 대해 재론해보자. 노동조합운동 재건 고용안정과 임금인상 혹은 실질임금 하락 저지는 그 어떠한 제도적 도입에 앞서 노동조합운동의 강화와 그를 통한 노동권의 전면적인 확산이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복지나 사회보장제도는 상대적 과잉인구에 의해 규정되는 임금노동제도를 절대 위협하지 않으며, 실업률과 임금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기능을 할 뿐이다. 반면 노동조합은 실질임금하락을 저지하거나 임금을 올리고, 고용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유력한 제도 곧 노동자의 무기가 될 수 있다. 노동조합은 고용의 불안전성을 완충할 수 있는 제도이지만, 동시에 (자본의 지배를 위협한다는 의미에서) 노동자를 단결할 수 있게 하는 무기이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운동의 결과로서 노동권의 전면적인 확대만이 실업자와 취업자의 경쟁을 완화할 수 있고, 실질임금의 상승과 고용안정을 가능케 한다. 종종 노동자의 실업, 비정규직 노동자의 반실업상태를 특권화해서 노동조합운동을 상대화하거나, 노동조합운동을 이른바 ‘정규직 운동’으로 등치시켜 그 자체를 개량주의 운동으로 한정하고는 노동조합운동으로부터의 이탈 혹은 우회를 주장하는 흐름도 있다. 이런 경향은 노동조합에서 임금과 고용을 둘러싼 노동자투쟁의 중요성을 무시한 것이거나, 투쟁과 단결의 무기로서 노동조합의 의미를 간과한 것이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거나 이를 매개로 임금과 고용의제를 둘러싼 투쟁에서 실제로 그것을 쟁취하거나 방어할 수 있으며, 가장 중요하게는 노동에 대한 권리(생산에 대한 통제)를 자각할 기회를 얻게 된다. 물론 임금과 고용을 둘러싼 투쟁만으로, 혹은 노동조합운동만으로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문제는 노동조합운동의 절대적 부족이지 (관료화 혹은 정규직 대공장 운동이라는 수식어를 동반하는) 노동조합운동의 과잉이 결코 아니다. 노동조합운동의 보편화를 위한 노동조합의 재건과 민주노조운동 혁신이 필요하다. 따라서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하려는 노력,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를 주체로 하는 노동조합운동을 만들려는 노력은 여전히, 앞으로도 대단히 중요하다. 공동의 요구에 근거한 노동권 쟁취 투쟁 노동조합 운동에서 공동요구를 구성하는 핵심 사안은 무엇보다도 고용과 임금이다. 공통의 임금 의제, 공통의 고용 의제에 대한 투쟁을 꾸준히 개발해내야 한다. 2008년발 경제위기 상황에서 2009년 최저임금은 물론이거니와 전체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모두 삭감되었다. 이를 만회하려는 전국적인 차원의 투쟁을 기획할 필요가 있다. 2009년 손실된 임금을 1999년처럼 특별수당을 통해서 만회하려해서는 곤란하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불안정한 소득으로 말미암은 생계 위기를 폭로하면서 기본급 인상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동시에 최저임금 인상투쟁을 전 조직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 기본급과 최저임금의 임금인상을 통해 임금격차를 실질적으로 축소할 수 있는 투쟁을 기획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2009년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근로기준법도, 이른바 ‘비정규직 보호법’도 노동자에 대한 광범위한 해고와 계약해지를 제어하지 못하였다. 경제위기 시기에 해고와 계약해지를 강력하게 규제하는 방안을 공동으로 법제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투쟁을 단위 사업장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은 의미가 감소될 뿐만 아니라 실현 가능성도 희박하다. 전 계급적인 요구로서, 민주노총 총연맹의 요구로서 투쟁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전국적 전선을 형성한다는 의미에서뿐만 아니라 총연맹의 위상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이 투쟁의 의의는 대단히 크다. ‘비정규직 운동’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비정규직화와 노동권 후퇴에 맞서는 투쟁으로서 일정한 역사적 지위를 획득한 것은 분명한다. 따라서 공동의 요구로서 노동재조직화, 노동신축화에 맞서는 운동, 노동강도를 완화하려는 공동의 투쟁은 계속 모색되어야 한다. 노동조합운동의 혁신, 이념의 형성과 사회운동기관으로의 전화 ‘비정규직 운동’이 그 자체로 노동자 운동의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노동자운동의 혁신은 당대 새로운 이념을 대표하는 노동자집단의 형성과 그 집단의 헤게모니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지, 생산의 중심에 있는 노동자가 주도한다거나 생산의 주변 혹은 더 억압받는 노동자가 주도한다고 미리 가정할 수 없다. 비정규직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조건에 있기 때문에 더욱 철저히 계급성을 구현할 것이며,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중심이 될 것이라고 선험적으로 가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현 단계 노동자운동의 혁신군으로서 ‘비정규직 운동’이 자신의 역할을 자임하고자 한다면, 전체노동자운동의 혁신과 노동조합운동의 재건이라는 차원에서 노동조합운동의 이념을 발본적으로 쇄신하고, 쇄신된 이념을 노동자 대중의 이념으로 형성하는 데 있어 자신의 역할을 규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따라서 비정규직 운동도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의 확대라는 관점아래 자신의 운동 역사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비정규직 문제에만 매달려 비정규직 문제를 잣대로 노동자운동을 편 가르는 식으로 토론이 진행된다면 노동자운동의 혁신 논의는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렵다. 또한 ‘비정규직 운동’은 고용문제에서 비롯하는, 결국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가 야기한 미시적 결과에 맞서는 투쟁이라는 점도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 운동’에 머무는 것 자체가 노동조합운동의 한계를 반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문제를 야기 확산하는 실질적인 원인에 대한 투쟁을 ‘비정규직 운동’ 스스로가 선도적으로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대한 비판을 강화하는 운동을 광범위하게 전개해야 한다. 미조직 조직화 사업 1기 전략조직화 사업 평가 현 시점에서 고용형태의 다변화, 노동시장에서 반실업자와 취업자 사이의 경쟁구도 확산, 고용불안의 확산과 저임금 구조의 확대, 외주화와 간접고용 확대에 따른 노동3권의 무력화, 원하청구조의 안착화에 따른 손실전가 메커니즘의 안정화에 대해 노동조합운동은 구체적인 대안을 수립해야 한다. 이런 문제들에 접근하기 위해 민주노총은 미국의 조직화 사례를 모델로 삼아서 전략조직화라는 이름으로 미조직―비정규직 사업을 특화하여 조직화 사업을 확대하고, 비정규직 문제를 정치 사회적으로 쟁점화해 왔다. (미국노총은 1995년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경선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서비스노조인 SEIU 출신의 존 스위니 위원장이 당선되면서 SEIU의 활동경험을 바탕으로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를 최대 과제로 내세우면서 ‘새 목소리’(New Voice)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현재 민주노총 전략조직화 사업 평가는 대체로 세 축이다. 첫째, 이른바 ‘5대 부문’ (하청노동자, 서비스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지자체 비정규노동자, 건설 일용노동자)의 조직화를 추진하는 산별노조의 조직확대계획에 비추어 본 평가다. 조직활동가의 경험 미숙과 전문성 부족을 꼽거나, 반대로 조직활동가들이 미조직사업에 충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조직 내부적으로 뒷받침 해주지 못한 문제들(조직관리와 투쟁조직화에 내몰리는 상황이나 정책선전역량이 뒷받침 안 되는 경우 등)을 지적하는 것이다. 둘째, 산별노조의 질적인 전환 계획에 비추어서 전략조직화 사업을 평가하는 시각이 있다. 앞서 평가가 조직의 양적 성장에 비추어본 평가라면, 이 평가는 조직의 질적 전환이라는 차원의 평가라 할 수 있는데, 전략조직화 사업을 산별노조 건설의 실질적 내용이라는 차원에서 본 것이다. 이 차원에서는 금속의 1사1노조와 거점 공단조직사업, 보건의료노조의 비정규직 처우개선 활동, 의료연대의 지역지부 재편과 조직사업의 확대, 공공노조의 지역지부 건설과 통합산별 출범 지체에 따른 조직화 사업의 곤란, 건설노조의 일상적인 조직화 사업의 의미와 그것의 성과 등을 지적한다. 셋째, 조직노선 차원에서의 문제제기가 있다. 이는 대체로 비정규직 문제가 조직문화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에 무게를 두면서, 전 사회적인 문제제기를 동반하는 미조직 비정규직 운동이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하지만, 이상의 평가들이 일정하게 한계적인 것은 ‘전략’이라고 이름붙일 만큼 강조했던 조직화 사업이 왜 실제로는 적극적인 실천으로 조직되지 못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왜 혁신의 담론이 혁신의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했는가’라는 문제다. 그것은 전략조직화 사업을 추진하는 이념적 기반의 취약성, 전략조직화 사업을 추진하는 활동가 주체들의 절대적 부족에서 기인한다. 현재 비정규직 투쟁의 조직화를 통해 민주노조운동을 혁신하겠다는 구상이 현재로서는 답보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을 냉정히 볼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 운동을 노동조합운동의 재건이라는 차원에서 재구성해야 한다면, 전략조직화 사업을 노동조합운동의 재건이라는 시각에서 평가하고, 2기 전략조직화 사업 역시 민주노조운동의 재건이라는 차원에서 구상해야 한다. 조직화사업: 민주노조운동의 재건을 위하여 총연맹의 전략조직화 2기 사업은 대략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논의 중이다. ① 핵심 전략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중소영세노동자의 조직화, ②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문화의 혁신, ③ 중소영세 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법 제도 개선투쟁과 조직화의 결합이다. 적어도 이는 1기 전략조직화처럼 조직전문가 몇몇을 산별 중앙에 맡기는 방식, 정확히 말해 산별중앙 차원에서 재정과 인력을 단순히 나눠 가지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적 차원에서 총연맹 지역본부와 산별지역지부가 전략지역을 선택하여 해당지역(본부, 지부)의 조직주체, 지역의 노동 사회운동단체들이 협력해서 실제 조직화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총연맹이 이를 주관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이상의 계획이 재정과 인력의 집중,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담대한 전략의 구상이라는 점에서 ‘전략’조직화 사업인가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러한 전략조직화 사업계획이 노동조합의 미조직사업 계획 수립을 촉구한 것은 명확하다. 미조직 사업이 그저 단순히 민주노총의 양적 확대가 아니라 노동자 계급의 내부적 단결을 확대하고, 노동자계급의 보편적 이해를 민주노조운동으로 재정립하기 위한 활동이라 할 때, 민주노조운동의 재건이라는 차원에서 다음 몇 가지를 중점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① 노조조직화 활동가 주체의 확대 미조직 사업, 전략조직화 사업을 조직 활동가 주체를 총연맹과 산별연맹 내에 미조직 담당자를 두는 문제로만 이해하는 인식을 넘어서야 한다. 물론 미조직 담당자도 없는 마당에 담당자를 두는 것도 의의가 있다. 하지만 조직전문가 몇몇이 헌신적으로 활동한다 해도 이는 한계적일 수밖에 없다. 노조운동의 주체가 확대되지 않으면 노동조합이 또 다시 서비스 모델에 갇혀 조합원의 수동화와 조직률의 정체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속노조의 공단조직화사업 평가과정에서도 제기되었던 것처럼 현장 주체와 조직 담당 주체 사이의 입체적인 조직화가 실제 효과를 발휘한다는 평가는 충분히 주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차원에서 활동가 주체들이 확대되어야 한다. 먼저 제 사회단체, 정당이 노동조합재건투쟁에 목적의식적으로 참여하고, 각 지역에서 이를 지지하며 뒷받침해야 하고 다음으로 노동조합운동의 결과로서 조합원이 스스로 조직 활동가로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단체와 정당이 기층대중조직의 건설, 노동조합운동의 재건이라는 차원에서 현장진출, 노동자를 상대로 하는 지역교육사업, 노동조합조직화 지원 사업 등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노동조합운동이 조합원들을 활동가로서 거듭나게 할 수 있도록 투쟁의 목표 설정을 분명히 밝혀야 하며, 노동조합과 지역 사회단체, 정당의 교육사업이 재구성되어야 한다. 노조가 스스로 활동가를 재생산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또한 정당, 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노동조합운동을 전개하는데 있어 대중조직을 프랙션의 대상으로밖에 여기지 않는 종파주의, 조급함에서 기인하는 좌익맹동주의, 반대로 정세와 무관하게 지나친 대기주의로 일관하는 것에 대한 자기비판을 전제하는 것이다. ② 노동조합운동의 교육사업과 문화운동의 혁신 비정규직 운동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이념 없는 맹목적인 조직화로는 조직화사업을 궁극적으로 확대할 수가 없다.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최우선적인 목표로 하고, 그것에 기반을 두어 임노동제도의 철폐와 공동체의 재구성(노동해방, 여성해방)을 지향하며, 그리고 대안세계화운동의 다양한 의제(생태주의, 평화주의)와 교통하는 노동조합의 가치와 이념을 정립해야 한다. 이념 없는 조직화사업은 노동조합운동을 아래로부터 붕괴시킬 뿐이다. 이념적 토대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함께 결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노동자 교육사업이다. 노동조합의 조직화사업과 교육사업이 상호유기성을 확보하며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지역차원의 조직화 사업이 지역차원의 교육사업과 함께 서로 교차할 수 있도록 총연맹과 지역본부, 산별연맹의 지역지부가 조직화의 주체로서 활동주체를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해당지역의 유관 사회단체, 정당과 함께 노동조합의 가치와 이념을 정립할 수 있는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사회운동의 다양한 의제들에 대한 토론, 구체적인 정세에 대한 토론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노동자 하나하나가 활동가로서 거듭날 수 있어야 한다. 조직운영, 임단협 중심의 실무교육만으로는 활동가로서 거듭날 수가 없다. 한편 노동조합운동의 주체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문화운동의 전면적인 혁신도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노동자들 사이에서 연대의 기풍이 확립될 수 있도록 (여성과 남성, 정규직 비정규직의 분할을 넘어) 활동가들 사이에서 평등한 소통을 중요시하고, 조직 내의 민주주의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문화운동이 필요하다. 또 정확한 정세분석 아래 임금노예가 아닌 주체적 노동자로서 스스로 투쟁을 조직할 수 있도록 추동하는 교육과 학습이 필요하다. 이를 구체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물질적 기반, 대의원과 소의원 제도, 각종 소모임 활동, 단체협약을 통해 쟁취한 교육시간 등을 확산시켜야 한다. ③ 경제위기 시대, 정규직 비정규직의 공동투쟁: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반대, 연대고용과 연대임금, 임단협의 집중화, 단협적용 확대, 최저임금투쟁, 민주노조 사수 비정규직 미조직 조직화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규직 비정규직 사이에서 공동의 요구에 근거한 노동권 쟁취 투쟁을 지속적으로 기획해야 한다. 노동재조직화, 노동신축화에 맞서는 운동, (물량확보가 아니라) 노동강도를 완화하려는 투쟁에서 정규직 비정규직 간에 공동의 노동조건을 확보하려는 운동을 통해 공동투쟁의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 기본급 인상을 매개하는 정규직 비정규직의 정액임금인상, 최저임금 인상 투쟁을 실질적으로 기획해야 한다. 또한 총고용 쟁취, 해고와 계약해지를 제한하려는 공동의 고용안정 투쟁 역시 지속적으로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처럼 분권화된 임단협투쟁을 집중화시켜야 한다. 임단협에서 노동자대중의 전국적 계급적 단결을 확대할 수 있도록 총연맹과 (핵심)산별노조 사이에서 시기집중을 비롯한 공동기획과 공동투쟁을 강화하면서 분권화된 임단협 투쟁의 집중성을 높이고, 이를 기반으로 정규직 비정규직 정액임금인상투쟁을 조직하는 한편, 임단협의 포괄범위를 확대하려는 투쟁,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단협쟁취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최저임금과 같은 노동조건의 하한선을 결정하는 투쟁에서 총연맹이 전체민주노조운동의 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는 주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기업의 손실전가 메커니즘이 확립되면서 하청노동자의 임금인상이 억제되고, 그에 따라 임금격차가 확대되었다. 2001년부터 전개된 최저임금인상투쟁은 재벌기업들의 손실을 어느 이상 노동자에게 떠넘길 수 없는 노동표준으로서 역할을 하기 시작한다. 최저임금 미적용 사업장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이를 역으로 반증한다. 이런 상황을 폭로하면서 총연맹, 산별노조의 최저임금 투쟁을 해당 지역과 산별노조의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사업과 연계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민주노총 사수’를 넘어 전체 노동자 민중의 노동기본권 보장이라는 관점 아래 정규직 비정규직이 함께 민주노조사수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화물연대 열사투쟁,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저지투쟁, 철도의 공공선진화 분쇄 투쟁을 지배세력들이 고강도로 탄압한 것은 노조를 깨거나 순치시킴으로써, 헌법에 명시된 노동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실질적으로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다. 따라서 현 시기 민주노조를 죽이려는 것은 노동자 대중의 단결권 단체행동권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폭로하고, 민주노조사수투쟁이 ‘정규직 살리기’에 불과하다는 그릇된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면서, 정규직 비정규직, 나아가 전체 민중의 노동기본권 쟁취투쟁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여성노동자를 민주노총 혁신의 주체로 세우자 민주노총은 페미니즘을 수용하고 여성의 요구와 권리의 실현을 자신의 과제로 삼고 있는가? 1997년 여성위원회가 출범하고 할당제, 반성폭력 규약과 같은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되어 온 12년의 과정에서 민주노총은 조금씩이나마 페미니즘적으로 개조되고 있는가? 여성사업은 확대 강화되고 있는가? 지난해 발생한 민주노총 임원 성폭력 사건과 그 처리 과정은 여성 문제에 관해서 민주노총이 여전히도 답보상태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노동조합 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논란이 될 때마다 민주노총과 노동조합이 페미니즘에 입각해 혁신되어야 한다는 주문이 잇달았지만, 지금까지 크게 나아진 것은 없다. 성폭력 사건이 아니더라도 여성노동자 조직률,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투쟁에 대한 태도, 민주노총의 여성관련 요구 등 여러 지표들에서 민주노총의 여성 문제에 대한 인식과 활동이 긍정적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고 논란이 되어야 여성 문제에 대한 주의가 환기되고 그마저도 늘 흐지부지되는 현실은 민주노총이 여전히 여성노동자의 요구와 권리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노동조합에서 여성 배제와 차별이라는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를 바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제안된 할당제나 반성폭력 규약은 여성사업과 운동의 강화로 이어지지 못한 채 제도만 남아있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여성조합원들이 여성위원회를 자신의 운동조직으로 사고하지 못하고 여성사업이 자신의 요구와 문제를 담아서 해결하는 사업이라 느끼지 못하는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사업의 부문화, 부차화는 당연한 결과다. 여성사업 강화라는 과제는 단지 부문으로서 여성사업을 강화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민주노총에 페미니즘의 문제의식을 확산하고 민주노총 운동을 페미니즘적으로 개조하려는 노력을 전면적으로 강화하는 것으로 사고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민주노총 여성사업의 현황을 진단하고 이후 과제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민주노총 여성사업 현황과 진단 여성위원회 구성과 사업 현황 민주노총의 여성사업은 흔히 여성위원회의 사업으로 이해된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여성 담당 부위원장(여성위원장), 사무총국의 여성사업 담당자, 산별연맹 또는 산별노조와 지역본부의 여성위원장이나 여성사업 담당자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산별연맹과 산별노조, 지역본부의 여성위원장과 여성사업 담당자가 공석이거나 겸직인 경우가 많아 실제 여성위원회 결합도는 그리 높지 않다. 최근 여성위원회 사업은 대체로 조직사업, 정책사업, 교육사업, 연대사업 등 기본 사업과 정기적인 대중사업인 ‘3ㆍ8 세계 여성의 날’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직사업은 주로 여성위원회 골간을 확대 강화하기 위한 사업으로, 지역조직과 가맹산하조직과의 간담회를 통해 여성사업의 중요성을 알리고 사업주체를 세워야 한다는 공감대를 높이기 위한 사업이다. 간담회에서는 인력을 확충하기 어려운 재정 구조가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항상 제기되곤 한다. 이는 여성사업의 중요성이 당위적인 수준에서 인정되지만 실제로는 중요한 위상을 획득하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객관적으로 재정의 어려움도 존재하지만, 여성사업이 노조 전체의 사업이고 남녀 조합원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과 평가를 받지 못한 채 부문으로 축소되는 상황에서 여성위원회와 여성사업의 확대 강화에 대한 적극적인 동의와 결의가 나오기는 상당히 어렵다. 정책사업은 여성의 고용과 임금 차별, 보육과 모성권, 적극적 차별시정 조치, 할당제, 성폭력과 성희롱, 건강권 등 여성에 관한 다양한 의제를 포괄하고 있다. 언급된 의제들은 물론 여성조합원들의 현실에서 비롯된 것들이지만, 실제 사업은 주로 연구프로젝트, 토론회, 설명회로 진행된다. 여성위원회의 정책이란 여성조합원들의 요구, 민주노총의 여성 문제에 대한 요구다. 그러나 이런 요구가 외부의 전문가나 연구자들의 작업을 통해 정리되고 있으며, 실제 사업계획과 맞물리지 못하면서 민주노총의 입장, 여론전을 위한 정책에 그치고 있다. 여성조합원들의 요구로 자리 잡고 운동으로 만들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책과 요구가 민주노총의 노선, 투쟁방향에 적합한지, 여성조합원들의 현실과 요구에 부합하는지 확인할 수 없게 된다. 교육사업으로는 민주노총 내 여성사업 현황, 여성노동 관련 법률과 쟁점, 여성학 기본 등을 다루는 내용으로 여성노동교실이나 성평등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참여자를 확대하려는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교육내용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못하고 그때그때 외부 강사들을 섭외하는 일회성 교육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교육내용에 대한 평가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참여자 확대 노력에도 불구하고 참여자들은 여전히 여성사업 담당자나 여성 간부들로 한정된다. 현 시기 총연맹 여성위원회가 교육사업을 진행하는 목표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을 텐데, 전 조직적인 교육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작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체계적인 교육 내용 선정과 그에 따른 교안 마련, 강사단 구축을 통해 지역본부, 산별연맹과 산별노조에서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시행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할당제, 여성의 대표성을 강화했는가 노조 내 여성의 대표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민주노총은 2004년부터 임원과 대의원, 중앙위원에 대한 30% 여성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다. 할당제 시행으로 2002년 10%에 그치던 여성임원 비율이 2007년 33.3%로 증가하면서 의사결정기구에 여성 참여 비율의 양적 증가를 낳았다. 그러나 할당제를 통해 하려고 했던 여성사업의 강화나 여성노동자의 조직률 제고, 조직 내 여성의 요구 반영과 같은 과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실에서 많은 조직이 할당 수만큼 여성위원을 선출하지 못하여 미선출(공석)로 처리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할당제가 여성조합원들을 활동가 간부로 육성하는 것에 기여하고 있는가, 할당제를 통해 선출된 여성간부가 여성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할당제를 둘러싼 여러 평가의 지점 중에 가장 우선적인 것은 과연 할당제가 제고하려 했던 여성 대표성의 실내용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여성임원이나 간부 비율이 증가한 것만으로 여성 대표성이 강화되었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여성할당제를 통해 여성대표를 선출하는 근거는 바로 여성조합원의 존재와 요구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조합원들은 민주노총의 주체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으며, 여성들의 집단적인 요구도 분명하게 조직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할당제를 통해 선출된 여성 간부는 여성조합원들을 대표한다기보다는 개인으로 인식될 뿐이다. 여성대표로 선출되었으나 대표할 여성의 요구와 집단적 주체성이 부재한 현실은 한편에서는 여성위원회, 여성대표의 기반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다른 한편에서는 여성대표들의 활동이 개인의 성향, 정파 등을 근거로 진행되는 것을 제어할 수 없게 한다. 결국 여성들이 민주노총 운동과 조합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체로 남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 여성들이 노조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처해있는 현실을 스스로 인식하고 이를 통해 집단적인 요구를 마련하기 위한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여성 의제, 어떻게 다뤄지는가 민주노총이 다루고 있는 여성 의제는 여성의 고용과 임금에서부터 여성 노동 관련 법, 출산 및 육아와 같은 모성권과 재생산 노동, 직장 내 성희롱, 여성의 건강권 등 매우 다양하다. 이렇게 다양한 의제들이 어떤 기조로, 또 어떤 방식으로 다뤄지는가를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여성 의제가 여성만의 사항으로 국한되면서 여성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이 전체 노동자의 조건과 민주노총의 운동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제대로 밝혀지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여성들의 일자리를 특징짓는 비정규직, 최저임금과 같은 사안은 민주노총 전체의 과제로 다뤄지기는 하지만 여성을 저임금, 유연한 일자리에 집중시키는 고유한 성별분업의 구조와 이데올로기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비해 여성의 고용과 임금에 관한 고유한 쟁점은 주로 차별시정이나 적극적 조치의 문제로 인식된다. 여성의 고용과 임금의 일반적 조건인 저임금, 비정규직에 맞서는 투쟁이 여성노동자의 노동권을 쟁취하고 성별분업에 맞서는 투쟁임과 동시에 민주노총 전체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 조건을 방어하는 투쟁으로 제기되어야 하며 여성의 요구가 보편적인 요구로 인식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여성 의제에 관한 일관된 기조를 세우지 못하고, 여성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것을 실용적이고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정부의 일 가정 양립 정책에 대한 태도다. 정부가 추진하는 일 가정 양립 정책은 여성인력을 활용하기 위한 조건을 창출하는 것으로, 여성의 일자리 확대를 통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 제고와 출산 및 보육 지원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럴 듯해 보이는 이 정책의 목표는 저출산을 위시한 재생산의 위기를 관리하고 저임금 여성 노동력을 창출하는 것이다. 실제 정부 여성 정책은 여성이 재생산 노동에 대한 일차적 책임자라는 성별분업의 구조를 전혀 건드리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여성에 대한 출산과 보육에 대한 지원이 다른 여성의 열악한 사회서비스 일자리로 나타나는 것은 이 정책이 초래하는 당연한 귀결이다. 정부 정책의 목표와 문제점에 대한 분명한 비판을 제기하지 못한 채, 출산과 육아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는 것은 좋다는 식으로 정책을 수용하는 것은 여러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우선 민주노총이 가사와 재생산 노동에 대한 여성의 의무를 강화하는 정책을 받아들이고 나아가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문제다. 양육을 비롯한 재생산 노동은 여성이 가족 안에서 책임질 것이 아니라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두 번째로 민주노총이 제시하는 여성 관련 단체협약안의 대부분이 정부가 제시하는 출산, 육아 지원정책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어쨌든 정부는 여성의 재생산 노동 관련 지원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를 무비판적으로 단체협약안에 그대로 넣다보니 민주노총 차원의 여성 단체협약안에 대한 별도의 고민이 필요 없게 된다. 결국 이는 여성조합원들의 정확한 현실을 반영할 수 없는데, 특히 최근 대다수 여성노동자가 고용상의 지위로 출산, 육아 휴직은커녕 노동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은 드러나지 않는다. 반성폭력 운동 지금까지 민주노총의 반성폭력 운동은 규약에 따른 사건 처리와 성폭력 예방교육이라는 두 축에서 진행되었다. 2003년 <성폭력 폭언 폭행 금지 및 처벌 규정>이 제정되었다. 이는 운동사회 내 반성폭력 운동이 제기해 온 문제의식을 수용한 것이었다. 물리적, 신체적 성폭력뿐만 아니라 여성억압 구조와 문화에서 기인한 여성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성폭력 규정으로 포괄하였고, 피해자 중심주의, 2차 가해와 같은 개념을 받아들였다. 규약 제정은 성폭력 사건이 피해자와 가해자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며, 공동체의 문화를 변화시키는 과정을 동반하면서 조직이 성폭력 사건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그러나 규약이 제정되면서 오히려 민주노총 내 여성 배제와 차별을 비판하고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논의도 일단락되었고, 이후에는 발생한 사건의 처리가 반성폭력 운동의 주요 활동이 되었다. 발생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제기되는 논란에 대응하면서 성폭력 규정과 처리의 원칙, 피해자의 권리를 조직 내에서 인식시키는 것이 반성폭력 운동의 주요 과제였다. 지난해 발생한 민주노총 임원의 성폭력 사건과 그 처리 과정은 민주노총 내 반성폭력 운동을 심각하게 평가해야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성폭력 사건은 그동안 펼쳐진 반성폭력 운동을 통해 성폭력이 여성의 권리를 침해하고 자율성을 제약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이 민주노총 내에서 생겨났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주었다. 이후 사건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점은 성폭력 사건의 올바른 처리를 중심으로 펼쳐져 왔던 반성폭력 운동이 최소한 사건 처리 원칙과 방식조차 조직에 안착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를 낳았다. 현재는 성평등미래위원회 내 반성폭력팀을 중심으로 그동안 펼쳐진 반성폭력 운동에 대한 평가와 이후 대안적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대체로 사건 처리 중심의 반성폭력 운동이 한계에 부딪혔고 이를 넘어서 민주노총의 활동과 문화의 혁신을 실현하는 반성폭력 운동이 필요하다는 합의는 존재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존재한다. 규약 상의 성폭력 규정, 처리 과정, 피해자 중심주의나 2차 가해와 같은 개념 등을 좀 더 명확히 명문화하여 사건 처리의 원칙과 매뉴얼을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구체적인 사건을 다루는 방식 이전에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여성에 대한 인식과 문화를 바꾸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대안 모색의 기본 전제는 민주노총 내에 성폭력과 그 바탕에 놓인 여성 차별, 억압, 배제의 문제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고 이를 바꿔야 한다는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과 합의를 만들기 위한 일상적인 여성사업, 여성위원회의 역할이 포괄적으로 고민되어야 한다. 성평등미래위원회와 여성위원회 여성위원회의 구성도 매우 취약하고 여성조합원들의 힘을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여성위원회가 민주노총 내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노동조합의 페미니즘적 개조를 선도하지 못하고 여성사업이 계속 부차화, 부문화되는 상황에서 여성위원회의 역할과 위상도 매우 모호하고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민주노총 임원 성폭력 사건은 여성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회의를 더욱 증폭시키는 계기였다. 실제 사건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진상규명특별위원회를 꾸리기까지 여성위원회는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전교조 내 2차 가해자들의 징계 불복과 재심 과정에서 민주노총과 전교조의 사건 처리에 관한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여성위원회는 페미니즘, 여성의 권리에 입각하여 사태를 평가하고 입장을 정리할 수도 없었다. 여성위원회가 정파 구도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페미니즘에 대한 관점이 명확하지도 못하며, 제대로 사업을 진행하기도 어렵다는 회의가 제기되었다. 결국 민주노총은 대의원대회를 통해 진상규명특별위원회의 권고를 따라 성평등미래위원회를 한시적 기구로 설치하여 민주노총 혁신방안을 마련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민주노총의 페미니즘적 혁신의 주체가 기존에 민주노총 내에서 여성을 대표하고 여성사업을 추진한다는 여성위원회가 아니라 성평등미래위원회로 결정된 것이다. 현재 성평등미래위원회는 민주노총의 성평등 혁신 방안을 내기 위한 중장기사업팀, 그간 민주노총의 반성폭력 운동을 평가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반성폭력팀으로 구성되어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구체적인 사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민주노총 성평등 강사단 양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임원 성폭력 사건이 민주노총 여성사업을 가장 크게 규정하고 있는 현재의 조건이나, 산하가맹조직의 임원들과 외부 전문가를 포괄한 위원장 직속 위원회로서 성평등미래위원회의 위상을 고려했을 때 성평등미래위원회의 권한과 영향력은 여성위원회에 비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성평등미래위원회와 여성위원회를 둘러싼 논의가 촉발되고 있다. 여성위원회를 성평등미래위원회로 대체하자는 의견도 있고, 양자를 같이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여성위원회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조건 상 성평등미래위원회가 여성위원회를 대체하는 것이 손쉬운 해법처럼 보일 수 있다. 성평등미래위원회를 상설 기구로 유지한다고 했을 때 그 역할과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새롭게 논의될 문제겠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고려해야 할 문제가 있다. 즉 민주노총을 페미니즘적으로 개조하고 혁신하는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다. 민주노총에 여성 문제를 제기하고, 여성의 요구를 보편적인 운동의 과제로 제기할 수 있는 주체는 바로 여성조합원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요구를 집단적으로 묶어내고 대표하는 단위가 여성위원회다. 이런 기층의 힘이 없다면 민주노총의 페미니즘적 개조는 불가능한 일이다. 성평등 의제를 민주노총의 외부에서 아무리 많이 들여오고 강제할 조항이나 구조를 만든다고 해도 조직 내에서 이를 추동할 주체와 힘이 없다면 성과를 보기 힘들다. 임원 성폭력 사건이라는 정세적 조건이 사라졌을 때, 기층의 주체 없이 성평등미래위원회의 권한과 위상이 지금처럼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여성노동자의 현실과 민주노총 운동 얼마 전 여성부는 여성에게 적합한 일자리와 근무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여건에 따라 근무 시간과 형태를 조절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도(일명 퍼플잡) 도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내년 초 시간제 근무 공무원 제도를 시범 도입하고, 민간 기업의 유연근무제 도입 촉진을 위해 법령 정비와 인사노무 관리 매뉴얼 개발에 나선다고 한다. 이를 받아 정부는 유연근무제도를 공공 부문으로 확대 시행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유연근무제도뿐만 아니라 몇 년 전부터 여성의 일자리를 둘러싼 여러 제도가 마련되고 있다. 그런데 분리직군제나 무기계약, 사회서비스 일자리, 유연근무제도 등 여성의 일자리를 제도화하는 기본 전제는 노동신축화다. 그 일차적 대상은 가장 조직이 안 되어 있고 힘이 없는 여성노동자들이지만, 결국 전체 노동자가 대상이다. 비정규직 확대, 노동자 집단간 격차의 확대라는 조건에서 민주노총은 노동신축화에 맞서고 노동자 내부의 단결을 강화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점에서 민주노총이 여성들을 유연한 저임금 노동에 고착시키는 여러 정책과 제도에 대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여성들에게 적합한 일자리라는 논리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이라는 과제로 환원되지 않는 가족의 문제가 놓여있다. 여성들이 가사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풀타임 근무보다는 파트타임이 적합하다는 논리는 많은 노동자들도 공유하고 있는 남성생계부양자-여성가사담당자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가족임금을 매개로 한 남성생계부양자-여성가사담당자 모델은 완전히 실현된 적도 없거니와, 최근 현실에 적합하지도 않다. 저임금, 불안정한 일자리라도 필요하다는 여성들의 요구는 가계 소득을 보전하려는 노동자 가족의 요구다. 정권과 자본은 이러한 요구를 바탕으로 오히려 여성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여성의 가족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 노동자 내부의 분할을 확대하고, 노동신축화를 달성하려는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지금까지 이 문제를 진지하게 운동의 과제로 사고한 적이 없다. 오히려 가족을 매개로 한 성별분업과 여성의 재생산 노동에 대한 책임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여성노동자의 저임금, 불안정한 노동조건은 여성노동권이 제약되는 고유한 구조로 파악하기보다는 비정규직 일반의 문제로 사고한다. 민주노총의 페미니즘적 개조와 혁신이 필수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성의 노동을 부차화하고 현재 가족의 성별분업 구조와 여성억압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한 여성들의 저임금, 불안정 노동에 맞서는 투쟁은 민주노총의 중심 과제가 될 수도 없고 여성노동자들이 민주노총 운동의 일주체로 설 수도 없다. 또한 출산, 양육에 대한 지원으로 여성에게 모성과 재생산 노동을 강요하고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여성을 착취하는 공세에 대응할 수 없다. 나아가 노동자 내부의 단결을 강화해야 하는 민주노총의 과제를 이룰 수도 없다. 민주노총의 페미니즘적 혁신과 여성사업 강화를 위한 과제 여성노동자 조직화 민주노총을 페미니즘적으로 혁신하기 위한 주체로서 여성노동자의 조직화는 언제나 중요한 과제다. 무엇보다 여성의 조직률이 워낙 낮은 상황에서 이를 높이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다. 더불어 미조직 노동자의 다수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라는 측면에서도 여성노동자 조직화의 중요성은 배가된다.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노동자 대다수는 노동조건과 임금이 매우 열악하고, 해고나 여타의 권리 침해에 대응조차 할 수 없거나 노동자성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무권리 상태에 놓여있다. 민주노총이 이런 무권리 상태의 여성노동자들을 조직하고 방어함으로써,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자신의 노동과 삶에 의미를 가지는 조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조직화 과정은 남성생계부양자-여성가사담당자라는 이데올로기와 현실이 여성을 어떻게 노동시장에서 배제하거나 활용하는지에 대한 분석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여성권과 페미니즘을 민주노총의 과제로 받아들일 필요성을 실천적으로 제기한다는 의미가 있다. 더불어 이미 조직된 여성조합원과 새롭게 조직되는 여성노동자들을 민주노총 운동의 주체로 세우기 위한 조직화 과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조합 활동의 주체로서 자신의 이념을 정립할 수 있는 교육과 학습의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여성해방운동의 역사, 페미니즘 이론, 여성의 권리와 같은 페미니즘 관련 교육뿐만 아니라 노동자운동의 역사, 노동자의 권리, 노동조합 활동, 정세를 포괄하는 교육사업이 필요하다. 또한 여성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의 활동과 정치적 실천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과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민주노총의 여성요구: 여성의 노동권 쟁취와 재생산 노동의 사회화 민주노총은 여성조합원의 요구에 기초해 사회적인 여성억압의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맞서는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현재 민주노총에서 여성관련 요구가 강제성을 가지는 조항으로 사업화되는 경우는 기업별, 산별 수준의 여성 관련 단체협약이다. 그러나 많은 사업장에서 여성 관련 단체협약은 가장 먼저 양보할 수 있는 사항으로 치부된다. 또한 실제 여성노동자 대다수는 해고 위협과 같은 고용상의 실제조건 때문에 단체협약이 있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사업장 수준의 요구를 넘어서 여성노동자들이 처한 일반적 현실을 반영한 요구안을 민주노총 차원에서 제시하고 대사회적인 영향력을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요구안은 정부가 제시하는 여성관련 정책들을 사안별로 유불리를 따져 취사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노동권 쟁취와 재생산 노동의 사회화라는 일관된 방향에서, 남녀 모든 조합원의 작업장, 가족, 노조의 활동과 구조, 그 안에서 여성들의 현실에 기초하여 구성되어야 한다. 여성들로부터 나오는 여성의 힘: 여성위원회 현재 여성사업 담당 부문, 여성 간부들의 사업 단위로 인식되고 있는 여성위원회를 여성조합원의 힘을 바탕으로 한 여성들의 자율적인 조직으로 강화해야 한다. 여성위원회는 사회적인 여성억압의 문제가 제기될 때, 또 이러한 문제가 노조 내에서 표출됐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투쟁과 방안을 모색하고 이를 전체 민주노총 운동의 과제로 제시하는 기구로 강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여성위원회는 여성조합원과 접촉면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여성에 대한 억압과 배제, 차별을 감축시키기 위한 문화 혁신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처리를 넘어서 여성 차별적, 억압적 구조와 문화를 개조하기 위한 다차원적 노력이 모색되어야 한다. 여성의 권리, 페미니즘에 대한 전 조직적인 교육 과정을 마련하고 진행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산하가맹조직에 여성억압적 문화를 점검할 수 있는 정기적인 토론을 안착시킴으로써 여성 문제를 일상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사업이 마련되어야 한다.
민주노총 제2의 정치세력화, 정당 간 통합을 넘어 사회운동정당으로 나아가자 2009년 정세는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두 전직 대통령의 사망, 쌍용차 공권력투입,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세종시 사업 수정 등 집권세력에게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각종 현안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정권의 의도가 관철된 형세로 볼 수 있다. 2008년 촛불집회 이후 전통적인 보수세력 결집에 우선순위를 두고 강경한 대북정책과 사회운동 및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을 주요 이슈로 활용한 결과 이명박 정부는 30% 수준의 안정적 지지선을 확보했다. 더욱이 올 하반기부터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한층 자신감을 얻은 정권이 친서민 중도실용 행보를 전면화하면서 그 지지율은 40%를 상회하고 있다. 최근 정권이 큰 저항 없이 철도파업,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을 가하고 노조법 개악이나 4대강 예산심의를 밀어붙이는 것은 자신감을 상당히 회복한 징후로 볼 수 있다. 반면 민중운동은 용산 투쟁이나 쌍용차 파업 등의 계기에서 끈질긴 투쟁을 이어왔지만, 대개는 압도적인 힘의 열세 속에 정권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굴복해야 했다. 정권은 2010년에도 각종 법 제도 개악을 통해 노동신축화를 강화하고 노동조합 활동의 근간을 뒤흔드는 시도를 계속할 것이다. 민중운동을 정치적으로 대표하던 민주노동당이 대선 이후 분열하면서 그 정치적 입지가 대폭 축소된 것도 중요한 패인이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각각 5석과 1석의 의석에 5%와 3%를 밑도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향후 2010년 지방선거,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진보정당의 암울한 미래를 점치는 전망이 곳곳에서 제출되고 있다. 문제는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의 공식적 결의와 지원에 바탕을 둔 노동자 대중정당으로 출발했다는 사실에 있다. 분당을 계기로 복수의 진보정당 시대가 개시되면서 배타적 지지 방침으로 근간으로 하는 정치세력화 운동의 하나의 순환이 극적으로 마감된 것이다. 진보정당운동을 둘러싼 세력구도가 고착화되면서 민주노총의 통합력은 크게 저하하고 있으며, 현장 조합원들의 무기력과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은 힘 관계의 역전을 위해 진보대연합이나 민주대연합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진보정당들 간의 통합을 촉구하거나 민주당이나 시민단체와의 연대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6기 민주노총 집행부 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그간 민주노총이 추진해온 정치세력화와 민중연대운동에 대한 평가를 통해 대안적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2009년 민주노총이 진행한 정치사업, 연대사업에 대한 평가를 통해 몇 가지 쟁점을 추출한 뒤, 이와 결부된 진보정당들의 민주대연합 또는 진보대연합 노선을 비판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드러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민주노총 1기 정치세력화를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결론적으로 민주노조운동과 진보정당운동을 둘러싼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총이라는 대중적 토대의 혁신과 개조를 통해 역으로 정당운동과 민중연대전선을 통합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9년 민주노총 정치사업 경과 민주노총은 “제 진보세력의 대단결을 요구하고 있는 정세적 측면과, 당분열 이후 조합원들 속에 확산되고 있는 정치세력화운동에 대한 냉소주의와 패배주의를 불식하고 노동자민중의 집권운동에 대한 진일보한 전망을 세워내야 한다는 측면에서, 진보정당세력의 단결과 통합을 위한 민주노총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인식 하에 지난 1월 열린 정기대의원대회 2009년 정치 사업계획으로 진보정당 세력의 통합추진 건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3월 ‘진보정당세력의 단결과 통합을 위한 민주노총 추진위원회’(통추위) 구성 건을 확정하고, ①제 진보정당 방문 및 간담회 개최 ②단결과 통합을 위한 추진 논의 기구(TFT) 구성 ③토론회 개최 등의 사업을 추진했다. 민주노총 내부적으로도 ①단위노조 간부 여론조사, ②진보정당 통합촉구 선언문 채택(9월 임시대의원대회 만장일치 결정), ③진보정당 통합촉구 조합원 10만 선언 서명운동 ④지역본부 순회 토론회 등의 일정을 밟고 있다. 민주노총 통추위는 5월에 진보정당세력의 단결과 통합을 위한 내부 의견을 조율한 뒤, 7월과 8월에 각각 현장조직과 진보4당 및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였다. 이러한 의견 수렴 절차와 병행하여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준비모임(사노준)과 진보4당 TFT를 구성하여 협의를 진행해왔다. 그런데 민주노총-진보4당 TFT는 시작부터 난항을 겪으며 당초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잠정 실패하고 말았다. 우선 ‘진보정당의 단결과 통합이 필요하다’는 기본 취지에 대해 정당들 간의 이견이 표출되었다. 진보신당, 사회당, 사노준은 TFT의 명칭에서 ‘단결과 통합’이라는 표현을 ‘연대와 혁신’으로 수정할 것을 제기했다. 또 이들 3당은 “정파나 정치세력의 분립 자체가 노동현장을 갈라놓는다는 해석은 정치적 차이에도 민주노조 운동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진보정치세력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무원칙한 대동단결주의”라며 민주노총 통합촉구 선언문 채택에 대한 유감 성명서를 발표했다. 문제제기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진보신당은 민주노총이 기존 배타적 지지 방침을 그대로 유지한 채 정당간 통합을 촉구하는 것이 모순이라며 민주노총 세액공제 방침에 대한 유감을 전달하고 진보신당에 대한 세액공제 방침을 협조 요청하였다. 사노준은 “민주노총의 진보정당통합운동은 (…) 진보정당 주체와의 실질적 논의가 생략된 채 나온 ‘폭력’이자 ‘월권’행위이며, 민주노총의 결정은 TFT에 참여한 각 정당과 민주노총 간의 실질적 연대와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이유로 TFT에서 탈퇴하였다. 민주노총은 11월 초 TFT를 확장하여 ‘제진보진영 간담회 및 논의기구 구성을 위한 사전모임’을 진행하고 이 틀을 통해 공동의 정치선언문 발표를 추진하였다. 여기서 민주노총은 ‘진보정당 통합선언(약속)→2010년 지방선거에서 제 진보진영의 공동 대응→큰 틀의 진보정당 건설의 로드맵 제시→2012년 총선 대선 필승전략 수립’ 경로를 설정했다. 그러나 정치선언문 성안 과정에서 또다시 조직간 이견이 표출되어, 선언문 작성은 유예되고 대신 2010년 초 ‘대토론회’를 추진하기로 한 상태다. 진보정치세력 통합을 둘러싸고 표류하는 논란 1: 진보대연합 왜 이런 결과가 발생했는가? 일단 2009년 민주노총의 정치사업이 진보정당이 분화하게 된 근본적 이유에 대한 폭넓은 진단 없이 주어진 선거일정에 긴박당해 성급히 정당 간 조직통합을 촉구한 것이 문제였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우선 민주노동당의 경우, 민주노총의 ‘단결과 통합’ 제의에 대해 큰 틀에서 동의하면서 지방선거에 즈음하여 ‘선 통합선언 후 선거연합’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 내부에서는 당의 진로와 관련하여 당 정체성 강화론과 진보정치세력 통합론이 경합하고, 연대연합과 관련하여 반MB연합론과 진보대연합론이 경합하는 양상을 띠어왔다. 이러한 내부 논란을 일소하는 취지에서 민주노동당은 최근 확대간부회의를 개최하여, 당의 정체성 강화를 제일의 과제로 설정하는 한편 ‘반MB 전선의 주도성을 확보하면서 진보대연합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상태다. 여기서 ‘당 정체성 강화’론은 민주노동당 주류파, 그중에서도 분당 사태를 진보신당의 분열주의로 평가하는 강경한 세력의 인식이 투영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용대 전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은 최근 당 기관지 <진보정치> 기고를 통해, “당을 모욕하고 파괴한 분열주의자들에게 아무런 절차 과정의 매개 없이 당선 가능성과도 무관한 ‘진보대연합’ 명분 때문에 면죄부를 주고 지지까지 해야 하는가”라며 “허구적 ‘진보대연합’에 매달리는 것에 우려한다”고 강하게 통합론을 비판했다. 이러한 기류는 지난 4월 울산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후보단일화에 합의한 이후 여론조사에서 패배한 민주노동당의 대변인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한 사례에서도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이러한 저간의 사정을 의식한 듯 진보신당의 경우 ‘민주노총의 통합 제의의 진정성은 이해하지만, 지방선거 전 통합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뿐더러 분당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지방선거 전에 무리하게 조직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실질적인 연대마저 가로막을 공산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진보신당은 ‘선 통합선언 후 선거연합’의 논리가 자칫 선거연합을 회피하기 위한 알리바이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즉 민주노동당 내에서 진보신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세력이 오히려 민주노총의 통합 요구에 편승하여 진보신당을 통합에 반대하는 분열세력으로 낙인찍은 뒤, 결과적으로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 배타적 지지 방침을 추수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것이다. 또한 진보신당은 지난 4월 재보선 당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후보가 단독 출마한 인천과 전주에서 양당이 교차로 지지선언하자는 일각의 논의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 전북본부가 배타적 지지방침을 근거로 진보신당 후보의 선거운동을 불허함으로써 연대의 계기가 수포로 돌아갔다는 것도 불신의 근거로 들고 있다. 진보정치세력 통합을 둘러싸고 표류하는 논란 2: 민주대연합 앞으로도 한동안 논란은 지속되겠지만, 어쨌든 현재까지 민주노동당은 진보대연합은 기본적으로 추진하되 민주대연합도 민주노동당의 명분과 실리가 보장되는 선에서 병행 추진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보신당의 경우에도, “민주당 중심의 민주대연합과는 구별되는 사회 경제적 민주화연합(민들레연대)을 중심으로 선거연합론을 적극적으로 제기”한다고 하지만, “‘반MB 대안 연대’를 기준으로 선거연대를 추진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겨둔 상황이다. 여기에는 개혁세력 내지는 범진보개혁세력의 통합을 촉구하는 시민사회진영의 ‘반MB 선거연합’ 흐름이 일정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반MB 선거연합’을 주창하는 여러 흐름이 형성되어 있는데, 대체로 전 집권세력과 시민사회단체 상층부, 일부 민중운동 출신 명망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제일 먼저 창립된 <민주통합시민행동>의 경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 참여했던 재야 출신 인사들과 현재 민주당, 국민참여당 인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이명박 정권을 반대하는 모든 민주세력이 대동단결하자는 민주대연합을 제안하고 있다. 뒤이어 창립된 <시민주권모임> 역시 이해찬 전총리를 대표로, 참여정부 인사와 현재 민주당 인사가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개혁세력의 승리를 위해 <승리 2010, 시민의 힘>이라는 정당-시민사회 연대기구를 제안한 상황이다. 이상과는 다른 맥락에서 박원순 변호사와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박순성 동국대 교수, 백승헌 민변 회장 등 시민사회 인사들이 중심이 되어 결성한 <희망과 대안>의 경우, 지방선거를 앞두고 좋은 정치세력 형성에 기여하고 정치권과 시민사회, 시민사회 내부소통, 정책 생산 등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창립 취지를 밝혔다. 끝으로 지방선거에서 진보개혁진영의 연대를 모색하는 노동·시민사회 진영의 연대체인 <2010연대(준)>가 있다. 여기에는 민주노총 간부 출신 인사들도 상당수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일부 진보 학계에서도 이런 흐름에 관여하고 있는데, 이들은 주로 ‘반MB’라는 국민적 정치전선과 ‘반신자유주의’라는 민중적 정치전선의 이중적 존재와 상호 긴장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국민정치적 공간에 반신자유주의적 세력이 어떻게 헤게모니적 개입전략을 구사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이들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아래에서 정치적 민주주의에 관한 권리가 신장되었지만 경제적 민주주의에 관한 권리가 미흡했으므로, 민주당의 진보파와 진보정당들이 제휴하여 사회권의 확장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인식을 전제한다. 그리고 이를 실현한 주요 방안으로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축소된 시민사회와의 협력, 즉 거버넌스를 회복할 것을 주장한다. 반MB연합 비판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이명박 정부를 악마화하며(예를 들어 이명박 파시즘론)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아래에서 신자유주의의 이름으로 행해진 제반 민주적 권리의 침해에 대해 의도적으로 침묵하거나 면죄부를 부여한다. 설령 전 집권세력을 비판하더라도 압도적인 힘 관계의 열세 속에서 최소한의 방어를 위해 현실적으로 민주당을 활용하자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이러한 수세적 태도는 이른바 MB악법을 저지하기 위한 대국회 투쟁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한미FTA, 금융자유화 등 금융세계화를 촉진하는 현안과 관련하여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차이를 찾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거니와, 국회에서 벌어지는 여야 간의 충돌 역시 실제로는 권력 분점을 둘러싼 당파적 마찰일 뿐이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전 집권세력들의 경우 민주당의 재집권 프로젝트나 또는 국민참여당으로 결집한 친노세력의 부활을 위해 시민사회와 민중운동이 외곽에서 지원을 담당하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반면 여기에 마지못해 동참하는 진보정당은 여전히 민주당의 2중대라는 국민적 인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반MB 선거연합 역시 해법이 묘연하기는 마찬가지다. 논자들마다 강조점의 차이는 있지만, 시민단체 인사들은 대개 민주당이나 진보정당 어느 세력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반대하는 민심을 대표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차기 정권교체를 위해 새로운 정치연합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인식의 근저에는 이전 정권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여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던 시민단체의 생존이라는 문제가 결부되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진보정당 스스로 이런 흐름과 분명히 단절하며 정치적 독자성을 견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진보정당이 자신의 전망을 사회운동보다는 선거정당에 두기 때문에 선거 시기 중도파와의 연합에 대한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진보정당 역시 선거 시기 지지층의 외연을 확대할 것인가 또는 내부 결속력을 강화할 것인가라는 고민에 빠지게 되는데 대개는 전자의 길을 택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진보정당은 정치공학에 근거한 선거기법에 몰두한다. 이때 새로운 지지층의 확대를 위해 대중적 조직망을 구축하는 방안은 비효율적인 활동으로 치부되고 만다. 핵심 지지층의 동원은 기정사실로 간주되거나, 이 역시 선거 기법상의 문제로 접근된다. 그 결과 진보정당 스스로 자신의 계급적 기반인 민중운동을 경시하는 풍조를 낳고 궁극적으로는 민중운동의 토대를 약화시킨다. 진보정당의 전략 비판 이러한 문제는 현실에서 그대로 되풀이되고 있다. 단적인 사례로, 민주노동당 집권전략위원회는 △10만 당원 확보 △2010년까지 지지율 20% 확보 △진보적 지방자치 실현으로 지역집권의 축 형성 △2012년 원내교섭단체 발전 △2017년 집권을 발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민주노동당이 반이명박 정부 투쟁에서 주도성을 확보하고 나아가 범개혁세력의 분화로 발생한 균열과 공백을 잠식함으로써 자주민주정부를 수립한다는 전통적 전략의 변용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기대와 달리 10월 보궐선거에서 반 정권 민심은 여전히 민주당의 자장에 속해 있었고, 친노세력이 규합한 국민참여당은 창당과 동시에 지지율 3등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범진보개혁세력에 대한 구 집권세력의 헤게모니를 대체한다는 민주노동당의 장기적 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응당 두 가지 전제, 즉 노동자운동을 비롯한 급진적 대중운동의 실존과 함께 이를 정치적으로 대표하기 위한 민주노동당의 내적 성장이라는 조건이 구비되어야 한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분당 이후 퇴보적 정체 상태에 빠져 있고, 그 대중적 토대인 민주노총 역시 커다란 위기에 직면해있다. 진보신당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창당 당시부터 공공연히 ‘탈 민주노총’을 선언한 진보신당은 전통적인 조직 노동자운동을 상대화하는 대신 비정규직이나 수도권, 고학력, 화이트칼라 중심의 ‘핵심 타겟’(표적집단) 공략을 표방하며 선거주의를 심화하고 있다. 진보신당 창당과정에 즉각 동참하지 않은 세력이 외곽에서 진보신당을 노동자 중심 정당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한 것은 이에 대한 나름의 비판인 셈이다. 이러한 궤도 수정의 결과, 진보신당은 ‘추상적인 이념대신 구체적인 현실분석과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생활진보와 민생정치’를 당노선으로 제시하고 있다. 2008년 촛불집회에 대한 무비판적인 접근도 여기에 한 몫을 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진보신당 자체 진단처럼 한 석의 국회의원과 3% 미만의 지지율로는 당의 존립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고심일 것이다. 현재 진보신당은 일상적인 지역 활동의 부재를 조직적 약점으로 지적하며 지방선거 대응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중장기 지역 활동의 토대를 마련할 것을 목표로 설정한 상태다. 그런데 진보신당은 “정당 브랜드가 약한 상황에서 유력 정치인의 출마 선언을 통한 대중적 관심을 집중한다”거나 “소위 ‘노심 쌍포론’을 중심으로 인물이 정당을 키우는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전개”한다는 등 스타 정치인 한두 명에게 의존하는 한계를 반복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처럼 선거공학이나 선거시기 득표전략에 매몰된 진보정당들이 동일한 기법을 채택하는 지배정당들에 대해 우위를 점하게 될 가망성은 별로 높아 보이지 않는다. 또한 분당 이후 양당 간 외적 경쟁구도가 작동하면서 새로운 운동을 창출하려는 노력보다는 기득권을 분점하기 위한 악무한적인 대립을 낳을 우려가 크다. 민주노총 내부의 정파적 대립구도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대립과정에서 기층에서의 운동이 혼란과 무기력에 빠지고 있다. 한국진보연대 구축과정은 이러한 경향을 완화하기보다는 오히려 존재 그 자체가 분열의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 현 집행부가 진보정치세력의 통합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일단 기존 집행부가 배타적 지지 방침을 고수하던 것에 비해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주로 진보양당의 재통합에 초점이 맞춰진 현 집행부의 제안은 1기 정치세력화 운동에 대한 철저한 반성 없이 대증요법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노총 1기 정치세력화의 문제점 그렇다면 비판의 초점은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 운동으로 모아진다. 1996년 총선에서 노동자후보를 출마시킨 민주노총은 1997년부터 정치세력화 운동을 본격화한다. 1996-97년 총파업 실패의 교훈을 ‘의회에 노동자 대표가 있어야 한다’는 데서 찾은 민주노총은 다가올 대선에서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어 국민후보로 추대하고 정치조직을 결성한다는 방침을 수립한다. 그 결과 민주노총을 필두로 진보진영 전체를 아우르는 공동대선대책기구의 위상을 지닌 <민주와 진보를 위한 국민승리21>이 결성되고 민주노총 위원장이 ‘국민후보’의 이름으로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였다. 이는 여러 굴곡에도 불구하고 향후 민주노동당의 모태를 이루게 된다. 이처럼 1990년대 진보정당 건설 운동은 민주노총 건설 이전부터 진보정당을 주장했던 이념지향적, 정당지향적 세력의 주도가 아니라 노동조합의 양적 성장을 토대로 실현되었다. 애초 진보정당 운동을 주도하던 정치세력의 영향력은 크게 약화된 상태였고, 이런 의미에서 <국민승리21>의 결성은 모든 운동세력의 결집이라는 외양을 띠었지만, 그 결합은 이념적으로나 조직적으로 상당히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한편에서 정치세력화 방침은 이미 노동자운동이 수세적 노선으로 전환한 이후 제기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1990년대 초반 좌파정치운동 일각에서 제기한 ‘신노선’은 정치조직과 대중조직 분리 구축을 주장하며 정당과 노조의 역할을 규정하였지만, 이는 사실상 노동조합 활동을 경시하거나 노동조합의 이념 지향적 활동을 방기하는 효과를 낳았다. 이 과정에서 노동운동 위기론이 제기되었고, 민주노총 출범을 기화로 진보적 조합주의,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을 기치로 하는 실제적 노선 변화가 발생했다. 게다가 IMF 경제위기를 경과하며 노동조합의 내적 분열과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었다. 민주노총 1기 지도부는 김대중정권이 제안한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여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제에 합의한 뒤 사퇴하였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으로 출범한 2, 3기 지도부 역시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제를 철폐하지 못한 채 노사정위원회에 참여와 탈퇴를 반복하는 악순환에 빠졌고, 2003년에는 변형근로제 도입을 저지하지 못함으로써 사실상 신자유주의 노동신축화에 굴하고 말았다. 이렇듯 민주노총이 만성적 위기에 빠져 있을 때 민주노동당은 2004년 총선에서 10석에 이르는 의석을 확보함으로써 급작스러운 성공을 거둔다. 이는 민주노총의 공식적 결의와 지원에 기반을 둔 노동자정당인 동시에 다양한 정파들이 공존하는 정치연합으로서 성격이 공존해온 민주노동당의 진로에 역설적인 효과를 낳았다. 첫째, 민주노동당이 점점 더 ‘원내정당’을 지향하면서 민주노총으로부터 자립화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이라는 대중조직의 정치방침에 근거하여 건설되었기 때문에 노동운동의 한계가 고스란히 당 내부로 이전되어 당의 토대를 약화시키는 경향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원내 진출 이후 자신의 지지기반인 민주노총과 사회운동의 혁신이나 정치적 재조직화를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민주노총으로부터 당 활동의 자원을 확충하는 데 치중했다.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은 선거 시기 인적 물적 동원으로 이해되기 일쑤였고, 당원의 지속적인 충원에도 불구하고 당원을 포함한 조합원들을 의식화, 조직화하기 위한 당이나 민주노총 차원의 교육 프로그램은 매우 취약했다. 이제 민주노동당은 ‘실현 가능한 정책대안’과 입법 활동에 주력하면서 스타 정치인들에 의한 사당화(私黨化)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민주노동당 내부에서 ‘민주노총당’을 탈피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즉 민주노총의 투쟁이 조합원의 적극적 참여와 열기 속에 진행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국민적 정당성과 지지도 취약한 마당에 더 이상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의 이미지를 함께 감당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였다. 둘째, 민주노동당을 구성하는 다양한 정파들의 연합은 민주노총의 공식적 지원이라는 토대 위에서 정파세력 간에 경쟁과 협력의 계기가 될 수 있으나, 역시 역으로 정파연합의 붕괴는 민주노총의 분할로 이어지게 할 가능성을 내포했다. 민주노동당을 통한 제도권 진출이 가시화되자 민주노총 상층부 인사들이 권력지향적 정치엘리트를 추구할 위험성이 높아졌고 이는 민주노동당 당직, 공직을 둘러싼 정파 간 갈등을 유발했다. 민주노동당의 분당 사태는 기본적으로 특정 정파의 공직, 당직 독점에 대한 반발로 출발했기 때문에, 이는 결국 민주노총 내부에서 정파 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궁극적으로 노총의 분할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이러한 정파 간 갈등을 완화하지 못한다면 정당과 노동조합의 분열은 극단화되거나 파국적인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제2의 정치세력화, 정당 간 통합을 넘어 사회운동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 따라서 차기 집행부의 과제로 제시되고 있는 제2의 정치세력화는 현존하는 정당들 간의 통합을 촉구하는 수준을 넘어 정당과 노조의 관계와 노동조합의 정치 활동에 대한 근본적 반성을 전제로 추진되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노동자운동이 허구적 코퍼러티즘과 노동자 분할 전략에 맞서 계급적 통일성을 강화하는 운동 전략을 통해 대중운동을 재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점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과거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 운동이 노동자운동의 위기에 대한 수세적 반응의 산물이었다는 점에서, 다시 말하면 민주노총이 위기에 빠진 것이 단지 ‘의회에 국회의원이 없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민주노조운동의 혁신을 위한 포괄적 과제를 은폐하는 알리바이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민주노동당이 ‘부정적 수렴점’으로 기능했다고 평가했었다. 하지만 현재는 이 부정적 수렴점마저 극적으로 해체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하고, 최소한의 공동활동의 토대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런 측면에서 우선 노동자운동 내 모든 세력은 정당의 분열이 민주노총의 분열을 촉발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객관적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민주노총 운동, 특히 선거를 둘러싼 정파들 간의 갈등을 축소하고 민주노총의 개조와 통합을 추구함으로써 역으로 정당들의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 이번 6기 집행부 선거가 그 시금석이 될 것인 바, 정파들 간의 허구적 대립을 지양하고 민주노총 내부 혁신을 통해 공동활동의 토대를 마련하는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하자. 다른 한편으로 진보정당들은 민주노총을 포함한 대중운동의 통합적 발전과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진보정당은 사회운동의 성과를 소진시키는 방식의 정당이 아니라 사회운동을 활성화함으로써 사회적 세력관계의 역전을 촉진하는 정당, 출세주의나 당의 우경화와 직결되는 조급한 집권전략에 몰두하기보다는 당의 근본이 되는 대중운동을 재건,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회운동정당으로 변모해야 한다. 사회운동정당으로의 변모를 추동하면서 민주노총은 진보정당과 공조하여 선거와 대중투쟁에서 통합적인 대응을 시도할 수 있다. 우선 민주노총은 경제위기 시기 노동권에 관한 대중적 요구를 집약하여 진보정당과 공동으로 제도적 대안을 발의하고, 선거 전후 대중투쟁과 선거운동을 효과적으로 결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럼으로써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들의 실질적인 공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민주노총이 주도성을 발휘해야 한다. 이미 현실에서 ‘사문화’되고 있는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 배타적 지지 방침 문제에 대해서는 단순히 유지냐 폐지냐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민주노총이 전개해야 할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운동의 총괄적 방향과 경로를 제시하면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사노준 등 정당추진세력의 정치활동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식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운동 방침’을 재수립해야 할 것이다. 또한 민주노총 스스로 진보정당에 대한 인적 물적 동원으로 조합원들의 정치활동을 수동화한 관행을 탈피함으로써 선거 대응에 경도된 정당운동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 조합원들이 일상적인 학습 선전 조직을 통해 대안사회에 대한 이념과 전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민주노총 정치사업 전반을 혁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민주노총은 장기적으로 전선재편을 포함하는 정치세력화 운동의 새로운 흐름을 창출해야 한다. 민주노총, 반MB연합을 넘어 신자유주의 반대 민중연대전선의 선봉에 서자 이러한 과정에 병행하여 민중연대전선을 새롭게 구축하는 데 민주노총이 선도적으로 복무해야 한다. 현재 다양한 측면에서 제기되는 반MB연합의 근저에는 억압적인 보수정권이 등장한 상황에서 과거 집권세력이나 시민단체와의 상층 연대를 통해 활동공간과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있다. 그러나 충족될 수 없는 기대 속에서 민중운동의 주체적 투쟁역량을 키우기 위한 노력은 상대화되고 있다. 민중운동은 허구적인 반MB연합에 휘둘리지 말고 노동자운동의 재건, 민중운동의 독자성 강화, 진보정당의 사회운동적 성격 강화를 위해 전력을 다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어 반신자유주의 민중연대전선을 바로 세워야 한다. 한국진보연대는 전국민중연대 해소를 둘러싼 지난한 논란 끝에 반쪽짜리로 출범한 이후 민중운동 내에서 합력을 창출하려고 시도하기보다는 시민운동 진영이나 민주당과 협력하는데 더 큰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정 정파의 경우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마다 한국진보연대 가입 건을 의안으로 상정하여 분란의 소지를 계속 낳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어 한국진보연대를 넘어 보다 폭넓은 공동투쟁기구를 추진한 것은 긍정적인 변화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렇게 결성된 <이명박 심판, 민주주의 민중생존권 쟁취 공동투쟁본부>(반MB공투본) 역시 신자유주의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의제를 설정하거나 그에 적합한 투쟁 태세와 조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향후 반MB공투본을 지역과 부문을 아우르는 상설연대체로 발전시키기에는 내부적 합의도 부족하다. 조만간 예상되는 세계경제위기와 이에 따른 정권의 노동권에 대한 공격에 효과적으로 맞서기 위해서는 민중운동의 단결의 수준을 한층 발전시켜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민주노총은 경제위기 시기 노동권을 중심으로 대중투쟁 요구를 정선하여, 전체 노동자계급의 중심으로서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농민, 빈민, 청년학생 등 계급대중의 이해와 요구를 중심으로 하는 전체 민중운동의 동맹을 실현하는 데 선도적으로 복무해야 한다. 또한 민주노총은 전국적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지역에 근거한 연대운동을 모색해야 한다. 서울에서 새로운 상설연대체가 결성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며 소지역별(지구협) 단위에서도 지역연대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민주노총은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지역 연대운동을 복원하여 지역 정치활동과 미조직사업의 토대를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