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변화를 모색하는 금속노조 쌍용차투쟁과 기업지부 재편 논란, 현대차지부장 선거를 거치며 중대한 변화의 계기를 맞이하고 있는 금속노조를 진단한다. 금속노조 박유기 신임 위원장과의 대담을 통해 금속노조 신임 집행부의 모색을 들어본다. 15만 금속노조 3년, 평가와 제언 | 박준도 신임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과의 대담 | 박유기, 박하순
[특집] 변화를 모색하는 금속노조
쌍용차투쟁과 기업지부 재편 논란, 현대차지부장 선거를 거치며 중대한 변화의 계기를 맞이하고 있는 금속노조를 진단한다. 금속노조 박유기 신임 위원장과의 대담을 통해 금속노조 신임 집행부의 모색을 들어본다.
6기 지도부 출범에 즈음하여 금속노조의 위기, 어떻게 볼 것인가? 2006년 6월 완성차 4사 노조는 압도적인 지지로 산별노조 전환을 결의하였다(현대 71.5%, 기아 76.3%, GM대우 77%, 쌍용 91.2%). 하지만 2009년 7월, 기업지부 해소를 결의해야 했던 대의원대회에서는 정반대 상황이 나타났다. 기업지부의 대표지회장 선출방식(직선 대 간선)을 둘러싼 합의에 실패하였고, 완성차 4사 노조 소속 대의원들이 집단 퇴장하였다. 산별전환의 핵심이라고 간주되어왔던 기업지부 해소문제는 성원미달로 유예되었다. 이런 상황을 두고 모두가 하나같이 금속노조가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금속산별전환의 위기를 현 시기 금속노조의 위기로 등치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금속산별전환은 노동대중들에게 IMF 이후 신자유주의 노동신축화, 노동조합에 대한 직접적 공세에 대한 대안으로서(1998년), 현대자동차투쟁, 대우자동차투쟁에서 연이은 패배에 대한 대안으로서(2002년), 비정규직 문제의 확산, 민주노총 지도부 비리 사건 발생, 조직률 축소, 정파 간 갈등으로 인해 심화된 계급대표성의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서(2003~05년), 최종적으로는 복수노조, 전임자임금지급금지 시행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그 대안으로서(2006년) 제시되어왔다. 위기의 대안으로서 산별노조전환 혹은 조직재편이 적합한가에는 우리도 분명히 견해를 달리하지만, 그 대안마저도 (완성차 4사 노조 중심이기는 하지만) 다수의 대의원, 조합원들에게서 거부되었다는 것은 현재 금속노조 위기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따라서 그에 뒤따르는 파괴력은 클 수밖에 없다. 산별무용론이나 몇몇 기업지부의 권한다툼 문제는 ‘아니 땐 굴뚝의 연기’가 아니다. 현 금속노조 위기에 대한 우익적 비판이 작금의 상황을 주도하고는 있지만 문제는 왜 우익적 비판이 강화되고 있냐는 것이다. 조직형식주의, 규약만능주의라고 볼 수밖에 없는 기업지부해소와 지역지부 조직재편문제나 1사1조직 편제 문제, 사업계획의 불이행사업장에 대한 징계논의가 왜 잇따르고 있는가. 내용과 형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2009년 쌍용차 투쟁의 비극이 그랬듯, 1998년 현대차 투쟁의 비극이 그랬듯 금속노조가 나의 고용, 나의 임금을 지켜줄 수 있는가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아래로부터 무너졌다는 사실이다. 금속노조는 기본적인 임금, 고용문제에서 투쟁으로든 교섭으로든 무엇 하나 힘 있게 전개하지도 못했다. 기업지부 지회들이 각각 개별로 교섭하고 투쟁하며 자신의 임금과 고용을 지킬 수밖에 없었던 현실에서 조합원들에게 금속산별전환은 당위성 이상의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완성4사를 중심으로 몇몇 대의원들이 기업지부 해소를 거부한 것에 대해 ‘정규직 대공장 이기주의’, ‘투쟁을 회피하려는 기만적 술수’라며 온갖 혐의만을 제기하고는 실질적 문제해결을 등한시한다면 현 상황을 절대 극복할 수 없다. 등한시하는 것 자체가 금속노조를 깨려는 우익적 비판의 토양만 제공할 뿐이다. 중앙교섭쟁취와 기업지부 해소라는 조직형식론만 들이밀어서는 현재 금속노조가 처한 내우외환을 극복할 수 없다는 의미다. 기업지부 해소를 유예할 것이냐 즉각 시행할 것이냐는 전혀 부차적인 문제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금속노조의 지난 3년을 정확히 평가하고 실천적인 논의를 위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오랜 기간 금속노조는 노동권 생존권 쟁취 투쟁 전선을 구축하지 못한 채 조직 확대도 없이 산별교섭과 기업지부 해소라는 조직전환에만 매달려왔다. 비록 금속노조가 이렇게 자기 덫에 빠져 침잠해 있다 할지라도 정권과 자본의 입장에서 15만 금속노조는 (조직형식이야 어찌되었건) 제조업 산업 전체에 만연해 있는 원하청 구조에 대한 도전일 수 있고, 또한 노동강도를 높이기 위해 노동을 재조직하려는 자본의 시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정권과 자본은 이러한 흐름을 깨뜨리거나 적어도 순치시키기 위해 금속노조를 탄압하고 회유한다. 금속노조가 이제까지 매달려온 문제를 거꾸로 보아야 한다. 노동권 생존권 쟁취 투쟁전선을 구축하면서, 조직 확대를 도모하면서 금속노조운동을 재조직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물론 노조 재조직의 기본 방향은 계급으로서 단결, 전국적 차원의 단결이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 전체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이를 전제로 현 정세를 분석하면서 공동의 요구를 확정하고, 여기에 기반을 두어 금속노조가 단결해 나가야 한다. 금속노조는 “정리해고 계약해지 중단! 노조탄압 분쇄! 기본급인상 최저생계비 보장”을 위한 투쟁체계를 구축하면서, 지역 제조업공단의 중소영세사업장을 핵심 목표로 하는 조직화투쟁에 더 많은 활동가들을 배치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노동조합운동의 주체로서 금속노조가 거듭나야 할 것이다. 15만 금속 산별 노조 3년 평가 산별전환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것은 금속노조 건설과정이 지난 3년, 길게는 지난 9년 동안 금속노조(금속연맹)의 투쟁력이 하락하는 가운데 조직전환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어떠한 조직 확대도 투쟁의 집중점도 못 찾은 상태에서 기업별 조직을 산별 조직으로 전환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즉 조직재편은 기본적으로 위로부터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산별전환이 시안(중집ㆍ중앙위 결의안) → 기업별 노조 집행부의 결단 → 조합원 토론(설득) → 산별전환 결의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구)금속노조는 과거 전노협―지노협 활동에서 지역중심으로 활동하고 논의했던 경험이 있던 데다 지역운동을 매개로 연대조직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산별노조 전환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문제는 정권의 탄압으로 전노협 가입이 좌절되었고, 민주노총으로 전환할 때도 전국자동차산업노동조합연맹(자총련), 현대그룹노동조합총연합(현총련)을 구성하여 별도 가입했던 대기업노조들을 금속노조가 포괄하는 과정이었다. 여기서 조직형식론이 너무 앞선 것이다. 현장의 요구, 정세적 긴장과 시대적 사명감에 따른 조합원들의 동의가 아니라, 조직형식의 구상 완료, 시기와 일정, 이를 뒷받침하는 규약에 근거해 조직재편을 집행해 온 것이다. 2006년 이른바 ‘완성대의원대회’에서 금속노조는 3년 시차를 두고, 기업지부를 해소한 뒤 지역지부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규약에 삽입했다. 조직형식재편을 통해 조합원, 대의원들의 기업별 노조의식을 바꾸고, 산별완성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동의 이념적 지향, 공동의 관념, 공동의 경험도 없이 조직형식 재편을 통해 기업별 의식을 극복하겠다는 것은 거의 실현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관념은 공동의 투쟁, 공동의 목표 요구보다 공동의 조직을 우선하는 사고방식에서 비롯한다. 산별연맹과 산별노조의 차이가 (조직 확대와 새로운 주체형성, 투쟁의 응집력, 전국적 전선 형성과 같은 의미있는 변화가 동반되지 않은 한) 현실적으로는 조직형식전환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지만 마치 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처럼 간주하면서 산별 전환을 맹목적으로 추구한 것은 재고해야 한다. 기업별 노조를 뛰어넘는 단결은 다른 차원에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중앙교섭 중앙교섭을 둘러싼 투쟁에서 이 문제는 다시금 드러난다. 2007년 완성 4사의 가짜 협약서 파동 이후 교섭방침문제나 중앙교섭을 둘러싼 전술 문제 등이 여러 면에서 재고되었을 법도 했지만, 금속노조는 중앙교섭을 대각선 교섭으로 쟁취한다(교섭을 교섭으로 쟁취한다?)는 전술과 함께 중앙교섭 쟁취에 조직의 명운을 걸었다.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GM대우자동차지부가 GM대우 사측과 체결한 협약서는 제2의 가짜 협약서라는 구설수에 휘말리고 말았고, 어느 완성4사도 사용자단체에 가입하겠다는 확약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중앙교섭 쟁취투쟁이 조직의 단결력을 높이기는커녕 상호 불신만 키웠다는 점이다. 2007년 중앙교섭요구안은 과거 기업지부들이 쟁취해온 단체협약에 못 미쳤고, 당연히 기업지부 소속조합원들의 관심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2008년 금속노조는 산별교섭 쟁취를 위해 산하 지부의 임금관련 협약을 중앙교섭의제로 올렸다. 하지만 중앙교섭 타결 내용에서 임금협약은 최저임금만 포함되어 있었고,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는 임금협약은 다시 지부별 과제로 내려왔다. (이에 따라 정액임금인상을 통한 임금격차의 축소, 기본급 인상을 통한 임금체계의 왜곡 시정이라는 목표는 바로 소실된다.) 중앙교섭 쟁취를 위해 임금을 전술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은 완전히 실패했고, 현장에서는 임금교섭에 시간만 버렸다는 원성이 터져 나왔다. 이런 상황은 2009년에도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또 다른 문제는 중앙교섭 불참사업장만 타격한다는 투쟁전술이었다. 중앙교섭에 참여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투쟁 자제’라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중앙교섭에 참여하지 않는 사업장에게만 타격을 가한다는 전술이 자본가에게는 얼마만큼 위압이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금속노조 조합원들에게 특히 기업지부 조합원들에게는 산별노조의 존재의미를 되묻게 했을 것임이 분명하다. 이는 산별교섭 쟁취를 둘러싼 모든 의무와 책임을 불참기업의 개별파업으로 부담하라는 것과 똑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2007년, 2008년 산별기본협약 쟁취투쟁이 연이은 ‘가짜 협약서’ 논란과 함께 종결되자, 예전부터 중앙교섭을 해온 (구)금속노조 조합원들은 5기 지도부 및 기업지부의 산별전환 의지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산별교섭이 사측의 교섭 비용을 줄일 것임을 사용자에게 납득시키겠다는 5기 금속노조 지도부의 호언은 많은 활동가들에게 중앙교섭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의심하게 했다. 산별노조와 중앙교섭이 노동조합운동을 순치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될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상 모든 문제는 중앙교섭을 노동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산별노조 완성의 수단만으로 이해했거나 중앙교섭 쟁취 자체를 목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조직 확대 2001년 금속노조 결성시점에서부터 보면 금속노조가 3만에서 15만으로 성장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은 15만 금속연맹이 15만 금속노조로 시차를 두고 조직전환을 한 것으로 보아야 옳다. 조직대상에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이야 말로 산별노조로의 질적 전환을 촉구하는 데 있어 일정하게 그 내용을 채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금속노조도 이에 입각하여 2007년부터 전략조직화사업을 체계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금속노조 산하 전체사업장을 상대로 ‘비정규직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미조직 사업 부서를 재편하는 등 기초적인 자료축적과 조직체계를 정비한 것이다. 금속노조는 2008년 전략조직화를 위한 과제를 1사1노조, 중소영세사업장 조직화 사업, 무노조재벌 전략조직화, 이주노동자 조직화로 정식화한다. 이 중 금속노조가 가장 주력한 것은 단연 ‘1사 1노조’다. 이 슬로건은 사내하청 노동자 조직화전략을 고민하다 내놓은 것으로 첫째, 노조 규약 변경을 통해 조합가입대상을 넓혀 사내하청 노동자를 조직하자는 것이고, 둘째, 이미 조직된 사내하청 노동조합과 사무직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주로 기업지부) 해당 지부가 규약을 변경하여 통합하자는 것이다. (사무직 노조와 사내하청 노조의 판단에 일임한다는 전제가 있긴 했지만.) 이 사업은 시작부터 어려웠다. 일단 기업지부든 기업지회든 ‘규약변경’ 자체가 쉽지 않았고, 삼우정밀, ASA 등 몇몇 (신규) 사업장 지회를 제외하고는 효과가 거의 없었다. 조합원 확대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규약변경을 통한 정규직, 비정규직, 사무직 통합 방침 역시 난항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현대차지부의 경우 3차례에 걸쳐 계속 규약변경이 부결되었으며, GM대우차지부의 경우 규약은 변경하였으나 운영규칙 등 실무논의가 지리멸렬한 사태에 빠졌고, 기아차 지부는 정규직 노조가 일방적으로 규약을 변경한 뒤 비정규직 노동자를 일방적으로 직가입시키면서 도리어 비정규직 지회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자본은 고용형태를 다변화하면서 고용형태를 근거로 노동자들을 분할 통치하는 데 일정하게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정규직―비정규직 갈등이 바로 그것이다. 경제위기가 심화할수록 이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요구에 근거한 공동의 투쟁 없이 노조 조직대상에 대한 규약변경만으로 조직을 확대하거나 단결할 수 있다는 발상은 탁상공론에 불과했다. 대우타타상용차 지회, 케피코 지회, 일성테크 등에서 모범적인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이는 규약개정만으로는 비정규직을 포괄할 수 있다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 이후였고, 세 경우 모두 구조조정에 맞서 공동으로 투쟁한 성과였다. 중소영세사업장 조직화 사업은 (그 중요성과 가능성에 비해) 선전전에 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일 만큼 ‘1사1노조’에 비해 후순위였고, 무노조재벌 조직화 역시 복수노조 장벽에 막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조직화 사업을 평가해 보면 산별노조로의 전환이 어떤 전략적 판단 근거에서 출발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산별노조 전환의 추동력을 이미 조직된 조합원으로 전제했던 것이다. 산별노조건설이 조직 확대에 기반을 둔 대중적 힘에 근거하지 못했으며, 아래로부터의 운동에 뿌리박지 못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금속노조의 투쟁 금속노조가 조직을 확대하는 가운데(혹은 교섭을 성사시키면서) 산별노조를 건설한 것이 아니었다면, 노동자의 생존권과 노동권 사수 투쟁전선을 구축하는 과정은 어떠했는지를 간략히 평가해보자. ‘전국적인 투쟁조직의 실패, 합법주의로 경도된 3년, 경제위기 투쟁전선 붕괴’라는 평가에는 어느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5기 지도부는 출범부터 삐거덕 거렸다. 2007년 4월 첫 대의원대회에서 한 대의원이 한미FTA 국회비준반대 총파업을 결의하자며 현장 발의했을 때 5기 지도부는 노골적으로 반대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하지만 다수 대의원들은 이를 찬성했고, 2007년 한미FTA 파업은 그렇게 시작했다. 하이닉스매그나칩 투쟁에서는 ‘직권조인’ 논란이 불거졌다. 5기 지도부가 대의원대회 다음날 조합원들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2년 6개월 장기투쟁해온 하이닉스매그나칩 비정규직 지회를 해산하는 대신 위로금을 지급받는다는 합의문에 서명해버렸기 때문이다. 서명을 주도한 임원은 더 이상 장투 문제에 관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책임을 지게 되었지만 민주성의 원칙은 이미 손상된 후였다. 2008년 촛불투쟁이 한참일 때, 총연맹은 잔업거부투쟁, 장관 고시 직후 총파업 전개 등을 결의했다. 하지만 5기 지도부는 이를 거부하거나 실행에 옮기는 것을 고의로 지연시켰다. 중앙교섭 쟁취를 위한 투쟁에서도 총파업 방침은 불참사업장 파업투쟁으로 왜곡 축소되었고, 하나의 노조로서의 투쟁 기풍은 손상되었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세계금융위기 한파가 몰아치고 난 이후였다. 정갑득 위원장은 투쟁을 준비하기도 앞서 각종 기자간담회에서 “임금동결”, “공생협약” 가능성을 내비쳤다가 내부로부터 수많은 반발에 부딪혀야 했다. 쌍용차 사측이 정리해고 말고는 어떠한 협상도 없다고 강변하는 순간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스스로 무급순환휴직 등 자구안을 폐기했음에도, 지도부는 자구안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협상의 가능성을 저울질했다. 공권력 투입 즉시 총파업이라고 했지만 금속노조는 ‘공권력 투입’을 ‘도장 공장 침탈’이라는 것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했고, 고립된 지 수일이 지나서야 총파업, 총력집중투쟁을 조직했다. 77일 동안 공장안에서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평택공장 사수투쟁을 벌인 것에 비해 공장 밖에서 금속노조가 전개한 총파업 집결투쟁의 결과는 참담했다. 공장 밖의 연대투쟁은 실패했다. 금속노조의 투쟁전선을 복구하는 데 있어 지도부의 의지만 가지고는 안 되지만 적어도 지도부가 투쟁의 의지가 없으면, 투쟁전선 복구는 애당초 불가능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지도부의 의중이 어찌되었건 투쟁전선이 이미 내부적으로 붕괴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교섭권이 금속노조 지도부에 있었고, 단체협약 상에서 정리해고나 비정규직 계약해지를 받아들이는 식의 어떠한 양보도 안 된다는 방침이 섰지만, GM대우지부를 위시하여 많은 단위 노조들은 음으로 양으로 양보교섭을 진행하였다. 한미FTA 저지 총파업투쟁에서 선봉에 섰던 현대차지부도 이번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투쟁에서는 연대파업을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조직은 산별노조였고, 규약 상에는 하나의 노조라 표현되어 있었지만, 현실에서는 개별기업별 노조의 사업집행과 전혀 다를 바 없었고, 심지어는 그보다 못하기도 했다. 이 모든 상황들을 기업별 의식의 관행 때문이라고 진단하는 것은 전형적인 순환논리다. 애초에 금속 산별노조 건설이 노동권과 생존권을 사수하겠다는 단일투쟁전선으로 노동자들을 집결시켜가며 산별노조를 건설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별 의식의 관행은 공동의 목표 설정에 입각한 공동의 투쟁, 노동자 민중의 노동권 생존권을 지키려는 공동의 전선을 세우는 노력들이 있어야 극복되기 때문이다. 수없이 많은 교란요인이 나타나도 지치지 않고 공동의 투쟁전선을 세우려는 활동가들의 노력들이 노동자 대중의 신뢰와 믿음, 용기와 결의로 어우러질 때에야 노동권 생존권 투쟁전선이 형성되고, 이때 노동자의 대중적 조직결성과 함께 투쟁이 분출된다. 산별노조 조직전환만으로는 결코 이를 달성할 수 없으며, 대신할 수도 없다. 15만 금속노조가 현 시기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들 금속노조에 대한 정권의 탄압 15만 금속노조를 깨는 것은 지배세력들의 입장에서 사활적인 과제다. 이는 명백하다. 지배세력들이 수탈을 확대하려면 각종 정책개혁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강화하고, 온갖 형태로 각종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데, 이때 노동조합은 최대의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제조업에서 도요타생산방식을 확대하고 하청계열화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절대적인 전제조건은 노동조합의 무력화다. 이명박 정권은 그 누구보다도 이를 잘 알고 있으며, 노동조합에 대한 적개심 또한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금속노조가 집중적인 탄압이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따라서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15만 금속노조가 이명박 정권의 이러한 공세에 어떻게 맞서 투쟁하느냐다. 이 문제가 산별완성이라는 조직형식문제보다 더 중요하다. 이러한 문제는 교섭테이블을 안정화한다던가 대정부 교섭채널을 확보하는 문제로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양보교섭은 또 다른 양보교섭만을 요구할 뿐, (경제위기상황에서는 저들이 선심 쓰듯 양보할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교섭의 안정화로도 이어지지 않는다. 1990년 울산지역노동조합협의회를 구성하지 못한 것이나 1991년 대기업노조연대회의가 전노협에 가입하지 못한 것은 무엇보다도 당시 정권의 집중공격에 의한 것이었다. 지금 15만 금속노조가 단결하지 못하는 것은 이 문제가 핵심이다. 과거의 실패를 지금에 와서 또다시 반복하는 우를 범할 수는 없다. 이를 환기해야 한다. 철저한 원하청구조의 제조업 사업장 한국은 물론, 일본, 대만, 중국의 모든 제조업 사업은 철저한 원하청 위계질서아래 구성되어 있다. 원청사용자와 하청사용자는 말이 좋아서 같은 사장이지 동일한 지위의 계층이 아니다. 원청과 하청 사용자 집단이 수직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만일 미국식 법인자본처럼 이것이 수직계열화 된다면, 하청사장은 단순 관리자에 불과하다(이것이 미국과 독일 자본의 조직형태에서 나타나는 차이점이다). 이러한 하청구조에서 자본가들 사이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들 전체를 동일 사용자단체로 구성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며, 그것도 ‘협상에 의한 협상’이라는 방식으로 구성하겠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일이다. 한편 원하청구조는 하청회사에 노동조합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한다. 이 전제가 깨지면, 즉 노동조합이 건설되거나 노동권이 제도적으로 확장되면 원하청 질서와 그로부터 기인하는 과잉착취는 아래에서부터 흔들린다. 이 같은 원하청 구조는 노동자들 사이에 사업장 규모별 임금격차로 드러난다. 문제는 이 임금격차가 마치 노동조합 때문인 것으로 포장, 선전되고 있어, 노동자의 단결을 해친다는 데 있다. 이것이 실제 문제다. 이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조직을 확대하고, 공동의 요구를 모아내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사용자 단체 구성 요구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 제조업에서 투기적 행태의 확산, 재벌의 초민족화 신자유주의시대는 생산적 투자가 정체되고, 금융적 투기가 확대된다. 지금 한국사회가 새롭게 겪고 있는 제조업 공동화 현상 중 하나가 자본의 이런 투기적 속성이 강화되면서 신규 설비를 확장하는 투자가 아니라 기존 설비를 재활용하고(공장매입), 새로운 투자 없이 기존 설비를 최대한 우려먹다 철수하는 방식(자본철수)이다. 쌍용자동차가 바로 그렇고,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동서공업, 파카한일유압, 포레시아, 쓰리엠, SPX, 위니아만도, 쌍용차정투위, 발레오공조코리아, 보워터코리아도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면에서 GM대우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이렇게 투자라는 명목으로 손쉽게 진입해서 철수하는 방식은 노동자에겐 거의 재앙과도 같다. 이런 투기적 투자를 제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편 현대자동차의 경우 반대로 (다른 해외 초민족기업처럼) 해외공장을 짓고(미국, 중국 등), 매입(동유럽, 동남아시아)하는 방식으로 물량을 분산하고 세계화하는데, 이 역시 물량 문제를 둘러싼 노동자들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노동조합은 무력화되고, 노동권은 침식된다. 양자 공히 자본의 초민족화와 투기적 행태가 강화되면서 나타나는데, 이러한 것들을 제어하기 위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금융)자본의 통제방안으로 토빈세를 도입한다던가, 해외투자의 조건으로 고용의 형태, 임금조건 등 국제적인 노동표준을 강제하기 위한 대안들을 고민해야 한다. 이런 제도적인 통제방안이 만들어지지 못할 때 노동권 보호는 아예 불가능한 수준에 빠지고 말며, 제도적인 통제방안을 만들려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노동조합운동을 재건할 수 있다. 공동요구에 입각한 노동자의 단결과 공동투쟁 원리 공동투쟁은 정규직의 양보나 정규직의 도덕적 각성(정규직의 비정규직 관심 촉구)으로 성사되는 것이 아니다. 정규직 비정규직 구별 없이, 또 사업장 규모에 얽매이지 않는 공동의 이해와 요구가 전제되어야 노동자의 단결이 가능하다. 이랜드뉴코아투쟁에서 정규직 비정규직 공동투쟁, 공동파업이 가능했던 것도, 대우타타상용차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구조조정 저지’라는 공동의 요구가 노동자들의 단결을 매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운동에서 공동요구를 구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매개 고리가 고용안정과 임금인상(삭감저지)이다. 경제위기 상황일수록 이 문제는 더욱 중요하다. 고용안정은 제도적 보완책 없이는 어느 범위 이상으로는 해결 불가능하며 임금인상은 정규직 비정규직 가리지 않고 임금을 인상하되 임금격차를 축소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액임금인상은 매우 유력한 대안이다. 왜냐하면 정액임금인상은 임금이 인상될 뿐만 아니라 격차가 축소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금속노조가 지난 중앙교섭 요구안으로 매년 제출했던 기본급, 최저임금을 정액기준으로 동시에 인상할 것을 요구했던 것은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 민주노총 총연맹의 위상 강화 산별노조 전환이 연맹주도로 이루어져 온 사이, 산별노조의 위상은 강화되었지만 총연맹은 전체 노동자의 교섭과 투쟁전선을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하고, 대정부 대응 및 정책대안마련 기구로 위상이 점차 하락해 왔다. 이는 민주노총 총연맹 차원에서 총파업을 조직할 때 단적으로 드러나는데, 총연맹의 총파업이 산하 산별연맹의 판단에 거의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6월 총연맹의 총파업 선언이 금속노조와 언론노조의 총파업 선언 위에서 엎치기로 진행된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이런 식이라면 경제위기 시대 노동권과 생존권을 사수하려는 노동자의 투쟁전선을 구축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이럴 경우 총연맹이 정세에 따라 노동자 민중의 대의와 요구에 따라 주체를 훈련하고 단련시키거나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산별투쟁일정을 조율하는 데 더 골몰하게 된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산별노조나 산별연맹의 일정과 상황논리에만 휘말리게 되었을 때 우리는 어떠한 집중투쟁도 제대로 전개하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1998년~99년 공공연맹의 일정에 따라 금속 연맹의 일정에 따라 분산된 대응을 하면서 총노동전선을 집중시키지 못했던 뼈아픈 과거를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총연맹의 위상이 하락한 사이 (총연맹의 집행기구로 규정되어 있는) 지역본부의 위상도 자연스럽게 하락하였다. 총연맹 지역본부의 산하 노조 관장력이 점차 하락하고 있는데, 이는 지역적 수준의 연대운동이 후퇴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지역운동을 강화하는 것은 산별노조를 지역지부로 편제하는 문제가 아니라, 총연맹 지역본부를 중심으로 노조들 사이에서 지속적인 연대와 공동투쟁, 정세적 대응이 활발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위기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앞서 언급했듯이 금속노조는 산별재편과정의 이유를 제시하면서 산별전환이 되면, 신자유주의 노동신축화, 노동조합에 대한 직접적 공세를 막을 수 있는 것처럼(1998), 현대자동차투쟁, 대우자동차투쟁과 달리 전체 노동자가 집중해서 투쟁할 수 있을 것처럼(2002) 민주노총이 다시 계급대표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처럼(2003~05) 복수노조시대 전임자임금지급을 못 받아도 조직을 건사하는 것이 가능할 것처럼(2006) 제시해 왔다. 현재 산별노조전환 과정에 대한 비판은 이에 대한 노동자대중의 회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문제는 민주노조운동 모두가 함께 단결해서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들이다. 산별전환만 하면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조합원들을 설득했던 과거의 오류를 딛고 각각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과 투쟁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단지 금속노조가 아니라 노동조합운동의 재건을 꿈꾸는 민중운동 모두의 과제다. 금속노조의 혁신과 투쟁을 위한 제언 경제위기시대 노동권 생존권 보장을 위한 공동투쟁 성과라는 점에서는 대단히 모호하지만, 그래도 2009년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가 경제위기시대 생존권 전선 조기 구축을 위해 <노동자 서민살리기 금속노동자 투쟁본부>로 신속히 전환했던 것은 매우 의미가 있는 일이다. 특히 비정규직 대표자를 투쟁의 주체로서 포괄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값지다(현 조직체계에서 금속비정규대표자회의 대표자는 중앙집행위원회 성원이 아니다). 조직은 투쟁의 목표와 필요에 따라 개편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의 완성도를 추구하는 방식보다는 현 정세에서 노동조합이 어떠한 과제를 스스로 부여하고 그에 걸맞게 조직을 편제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자 서민살리기 금속노동자 투쟁본부>와 같은 시도 혹은 <정리해고 계약해지 분쇄! 노조탄압 분쇄! 기본급인상 최저생계비 보장! 공동투쟁본부>와 같은 공동투쟁체들은 꾸준히 검토되어야 한다. 지금 민주노조 운동이 당면한 문제는 노동조합에 대한 직접적인 탄압이다. 지금 정권과 자본은 금속노조 쌍차지부에 대한 직접적인 파괴공작과 함께 금속노조를 해체시키려는 갖은 공작을 다하고 있으며, 복수노조관련 법을 개악해 복수노조 시행의 의미를 무기력하게 하고, 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하여 노동조합의 활동에 옥쇄를 채우려 하고 있다. 노동자운동을 뿌리부터 흔들려는 이명박 정권의 시도에 맞서 금속노조가 새로운 투쟁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비록 지금 <노동자 서민살리기 금속노동자 투쟁본부>를 해소한다고는 하지만 자본가들의 정리해고 및 계약해지의 시도가 결코 중단된 것이 아니다. 경제위기가 끝난 것도 아니다. GM대우, 포레시아, 발레오공조 등 해외 초민족자본 기업들이 자본유출과 함께 정리해고 및 계약해지를 광범위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한 공동투쟁계획이 필요하다. 또 현대자동차 미국 알라바마 공장 등 해외공장의 본격가동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물량생산확보 경쟁이 일고 있다. 현대차지부(뿐만 아니라 관련 생산에 연계되어 있는 노동자)의 경우 이 문제가 특히 사활적일 텐데, 이에 대한 금속노조차원의 대안이 필요하다. 국내 기업의 해외공장 노동표준(고용형태, 인종차별금지, 임금제도 등)에 대한 요구와 이를 매개로 하는 국제연대투쟁들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들에서부터 노동대중에게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초민족 자본의 자본유출, 반노동자적 행태를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 즉 자본통제, 국제적인 노동표준 강화방안들을 제시하고 투쟁을 조직해나가야 한다. 고용안정 문제는 분명히 제도적 대책이 필요하다. 정리해고를 마음대로 자행하고, 이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도 보이지 않는 현재의 고용행태를 분명히 폭로하면서 특단의 제도도입을 요구해야 한다. 우리가 경제위기시대 해고 및 계약해지를 금지하는 특별법으로서 ‘한시적 해고금지 특별법’을 제안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제도를 고민하는데 있어, 고용문제를 ‘사회적 안전망’ 과 같은 것으로 쉽게 대체하려 해서는 안 된다. ‘사회안전망’이 필요 없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필요하되 고용을 지키기 위한 제도와 그것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노동조합의 존재이유는 임금과 고용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임금(예컨대 최저임금제도)과 고용(고용관련 법 제도들)을 둘러싸고 제도적 요구를 쟁취하는 것이 전체 노동자대중의 보편적 이해를 더욱 잘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2010년 임단투 계획이다. 지난 2008년과 같이 임금을 산별교섭쟁취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실제로 중요한 것은 공동의 요구이기 때문에 그것을 공동의 임금인상으로 설정했다면 교섭형태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공동의 임금인상이 핵심 목표라면 중앙교섭이든 단체교섭이든 대각선 교섭이든 교섭형태는 그 목표에 종속되어야 한다. 금속노조의 임금관련 요구안 즉, 정액임금인상과 최저임금 인상을 동시에 제안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것이다. 중소영세사업장일수록 최저임금 유관사업장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그 자체로 대단히 중요하다. 더구나 2009년 최저임금은 물가인상률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삭감되었다. 이는 노동자에게 완전히 재앙이다. 이를 완전히 만회하려는 투쟁이 필요하다. 2010년 최저임금 인상투쟁에서 금속노조가 중심에 서야 한다. 여기에 금속노조의 기본급 임금인상계획을 구체적인 투쟁과정으로 인입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노동자의 단결에 중요한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시기집중을 넘는 공동의 임금인상 투쟁(반드시 통일교섭을 전제할 이유가 없다)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금속노조 전체가 임단협에서 공동의 요구를 의미 있게 쟁취하는 것이다. 지역지부 지역지회 건설ㆍ강화를 조직적 목표로 하는 미조직 사업의 강화 앞서 평가한 대로 산별조직건설이 의미가 있으려면 공동의 투쟁전선 구축과 함께 조직확대 전략이 동시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전노협건설은 민주노조건설의 역사였으며, 민주노총 역시 조직확대와 함께 이루어졌다. 그런 의미에서 미조직 사업은 전면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규약변경을 통한 조직 확대 전략이었던 ‘1사 1노조’ 전략을 넘어서는 기획이 필요하다. 반면 중소영세사업장에 대한 전략조직화 사업은 총연맹의 2기 미조직사업과 연계하여 더욱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제조업사업장들은 대개 대규모 공단에 위치하면서 조립공정을 하청계열화하거나 군집화하고 있다. 공히 모두 추가적인 자본투자보다는 빈틈없는 노동시간(실질노동시간과 계약노동시간의 일체화)을 통한 노동강도 강화로 이윤을 확대하려 하고 있고, 이를 위해 노동을 전면적으로 재조직하고 있다. (사내)하청계열화, 외주 용역화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이런 노동의 재조직화는 노동조합의 강한 현장통제력 아래에서는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방안이다. 이 때문에 노동조합운동을 불가능케 하는 온갖 방식들을 자본가들이 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금속노조의 조직력이 가장 취약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중소영세 하청사업장들에 대한 노동자운동의 직접적 도전이 없이는 노동조합운동의 재건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금속노조의 조직 확대전략 역시 마찬가지다. 대중적 힘으로 금속노조를 건설하고자 한다면, 중소영세사업장, 공단지역에 대한 적극적인 조직화 계획이 필요하다. 새로운 노동자운동의 주체를 직접 형성하기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 그래야 금속노조의 실질적인 강화가 가능하며 금속노조운동의 재건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활동가들이 조직활동가로 거듭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조직전문가 몇몇을 현장에 투입하는 방식이나, 금속본조가 미조직사업 홍보물 찍고 간부들이 홍보하는 방식, 지역지회에 지원금 얼마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구체적인 목표 사업장, 공단에 대해 구체적이고 집요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공단에 밀접해 있는 지역지부, 지회들이 목적의식적인 계획을 세우고 활동가들을 우선적으로 배치하고, 이를 위한 자체 훈련교육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재정과 정책, 간부가 지역으로 직접 내려가 재정사용의 효율화, 정책의 지역적 세밀화, 간부의 현장실천을 전개하면서 조직화사업을 내실 있게 해야 한다. 건설노조처럼 조직사업 자체를 일상화하고, 이를 이미 집행하고 있는 몇몇 지역 지부나 지회의 모범사례는 널리 보급해야 한다. 지역지부 지역지회 건설 및 강화를 목표로 미조직 전략 조직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 지역제조업공단에서 대대적인 조직화와 투쟁을 병행할 때다. 지역운동의 실질적인 강화 지역이 연대의 거점이라는 문제의식은 기본적으로 맞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금속노조를 지역지부로 재편하는 문제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금속노조가 지역운동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자임할 것이며, 어떤 사업들을 배치할 것인가의 문제다. 과거 전노협 지노협 시절 지노협이(협의체 수준임에도) 지역운동을 주도했던 것은 아래로부터의 투쟁요구, 정세적 대응의 기민성에서 기인했던 것이다. 이 문제는 결코 조직편제(형식)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지역의 활동가 조직군의 형성, 지역 연대투쟁의 강화로 뒷받침할 일이지, 노조를 지역으로 재편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역에서 기업지부든 지역지부 지회든 연대사업과 공동의 투쟁, 공동의 조직화 경험이고 그것이 얼마만큼 상호 긍정적으로 축적되는가다. 지역연대의 활성화가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적 차원의 노동자 공동체의 구성 역시 중요한 문제지만) 노동조합이 가장 정세적인 실천을 가장 빠르게 전개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해당지역이기 때문이다. 지역연대는 이를 중심에 놓고 고민해야 한다. 따라서 지역문제는 지역연대운동과 기업지부 지회뿐만 아니라 산별 조직간 교류확대가 함께 고민되고 토론되어야 한다. 이런 것들을 강화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지역운동에서 총연맹 지역본부가 중심에 서는 것이다. 총연맹 지역본부가 지역연대투쟁에서 중심에 섬과 동시에 지역공단, 노동인구 밀집지역 미조직 노동대중을 조직하는 투쟁에 있어서도 관련 연맹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사업을 전개하려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이를 뒷받침하고 강화하려는 연맹산하 지역본부 및 지부들의 노력도 당연히 동반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지역적 사업과 투쟁에서 서로 함께 동참할 수 있도록 산별노조 지역조직들이 담장을 허물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금속노조도 새롭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만일 지역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조직형식문제를 고민한다면 지역 전체를 놓고 고민하는 것이 올바르다(예컨대 총연맹 지역본부 운영위원회 강화). 총연맹 지역본부의 위상과 역할이 얼마만큼 강화되는가에 따라 지역연대운동에서 노동조합운동의 역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맞서는 금속노조 이상의 제안들은 현재 경제위기상황에서 정권과 자본가들의 공세를 막기 위한 계획들을 정리한 것이다. 그리고 그에 맞서는 힘을 키우기 위한 조직 확대 및 조직강화계획을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처럼 수세적인 투쟁이 아니라 지금처럼 노동신축화,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의 강요하는 구조적인 원인에 대해 투쟁하는 것이 필요하다. 금속노조가 비판받아왔던 것은 대기업노조를 중심으로만 방어해왔다는 것뿐만 아니라 노동신축화 공세의 원인이었던 자본주의적 착취질서―임금노예제도,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로의 재편에 맞서는 투쟁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전체 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 수준을 넘어 지배와 착취를 강화하려는 지배세력들의 시도 전체에 맞서 싸우는 것이 필요하다. 초민족자본의 투자를 자유화하고 이를 위해 노동권을 무력화했던 그 역사와 제도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과 태도를 견지하면서 투쟁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는 이미 금속노조가 그런 역할을 일정부분 자임해왔었던 것을 잘 알고 있다. 금속노조가 2006년, 2007년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비판하는 데 최선두에 섰던 것은 그 무엇보다도 자랑스러운 전통이다. 이러한 흐름을 현장으로부터, 노동자대중으로부터 더욱 강화해야 한다. 2010년 11월 G20정상회의는 전 세계의 지배세력들이 또다시 자본의 천국, 자본의 세계화만을 위해 세상을 재편할 아이디어를 모아보려는 기막힌 논의의 장이 될 것이다. 금속노조가 선두에 서야 한다. 노동조합운동의 재건을 통해 노동자의 노동권 생존권을 옹호하고, 이 과정에서 자본가의 분할 지배를 극복하여 노동자 내부의 단결을 드높이는 것, 그리고 바로 그 힘을 지렛대 삼아 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억압에 맞서 새로운 대안을 꿈꾸는 것. 금속노조는 이제 이 길을 걸어야 한다.
[%=박스1%] 사회진보연대: 금속노조 위원장으로 당선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금속노조가 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위원장이 되셔서 어깨가 무거우시겠습니다. 조직 외적으로는 당면 구조조정 저지 투쟁, 정부의 복수노조허용과 전임자임금지급금지 등 노동조합 관계법 시행 건이 당장 존재하고, 조직 내적으로는 기업지부의 지역지부 편제와 중앙교섭 전략을 둘러싼 이견이 존재하고 있는데요.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해 보면 위원장께서 올해, 혹은 임기 내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박유기 위원장(이하 위원장):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것은 금속노조 내부 조직체계와 운영체계, 교섭체계, 이런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문제를 재조정하고 바로잡는 것입니다. 이게 지금 가장 고민스러운 것입니다. 현재 금속노조가 아시다시피 규약이 안 지켜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규약에 의해 제재가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입니다. 이 문제를 빨리 해결을 해야 하는데, 과제는 시급하지만 실을 바늘허리에 매 쓸 수 없듯이 어려운 조건입니다. 밖의 투쟁보다는 금속노조 내부의 일을 정리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사회진보연대: 아무래도 가장 핵심적인 것이 기업지부를 지역지부로 편제하는 것이겠지요? 위원장: 그렇지요. 조직체계를 빨리 정리해야 하는데 현재 [금속노조의 골간인 지역지부] 선거도 치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1차적으로 11월 23일 대의원대회가 있는데 그 때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이냐를 결정할 것입니다. 조직체계가 움직이면 예산배정도 움직이기 때문에 이것은 또 어떻게 가야 하는지 원칙적인 방향을 11월 23일에 정리해야겠다는 것입니다. 사회진보연대: 현재 조합비는 모두 산별노조 중앙으로 보내지요? 위원장: 조합비는 전부 본조로 입금되고 있습니다. 사회진보연대: 현대차지부와 일전에 문제가 있었죠? 위원장: 현자지부에서는 얼마 전 신임 지부장이 당선되었는데요, 그것은 제가 아까 말씀드린 대로 규약과 현실이 안 맞고 있는 것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원래 2006년도 12월 21일 통합대의원대회 결정방침은 2009년 10월 기업지부가 해소되고 지역지부로 전환하기로 되어 있어서 당연히 그것에 따라서 조합비도 변동시켜서 2009년 10월 1일부터는 지역에 있는 기업지부 내 사업장 지회는 조합비의 40%를 교부받는 것으로 합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기업지부 해소가 안 된 겁니다. 그러니까 이 예산배정을 적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는데, 현자지부에서는 기업지부가 해소 안 된 상황에서 그 예산배정대로 [기업지부가 받는 54%가 아닌] 40%만 되면 지부운영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입금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의 문제가 있었는데 그건 정리가 되어서 입금은 다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사회진보연대: 앞으로도 계속 입금을 하기로 했습니까? 위원장: 지금 현재 조건에서 제 입장은, 어제 중앙집행위원회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데 현재 조직체계가 변경되지 않았는데 조합비만 배정비율을 변경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조합비는 조직체계 변동과 연동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별개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라는 입장입니다. 우선 이러한 문제로 인해 가예산도 2개월만 편성했기 때문에 그 안에서는 거의 변동이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 방안 사회진보연대: 결국은 산별노조를 안착화하자는 것인데, 즉 산별노조 안에서 노동자들의 단결을 꾀하자는 게 핵심인데 노동자 내부의 계급적 단결을 확보하는 것이 기업지부 재편 말고 다른 과제들이 있을 텐데요. 예를 들면 대사업장 노동자들과 중소사업장 노동자들 사이의 단결,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단결, 노조 내 정파들 간에 차이를 인정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흔쾌히 같이 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 금속을 넘어서 민주노총 안에서 제 노조들이 단결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간다면 노동자민중운동의 단결 등도 위원장으로서 염두에 두셔야 할 텐데요. 관련해서 먼저 완성사나 중소사업장 노동자들 사이의 단결이나 정규직 비정규직 단결과 관련하여 어떤 방책이 있는지,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위해서 어떤 요구, 투쟁, 조직형식의 재편이 필요할까요? 일단 정규직 비정규직 단결과 관련해서 얘기를 해 볼까요? 위원장: 비정규직 문제를 보면 조직화 방안, 차별 철폐 방안, 정규직화 방안이라는 세 과제가 있는데, 우리는 이 과제를 다 알지요. 당연히 맞는 말인데 현실에서는 잘 안됩니다. 총연맹도 50억 원을 모금해서 전략조직화 사업을 한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성과가 크게 나타지 않았습니다. 우리 금속도 마찬가지로 미조직비정규실이 따로 있지만, 실질적으로 조직하고 그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 처절하게 싸우고 깨지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타상용차와 같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연대해서 차별을 해소하고 정규직화 해나가는 모범적인 사례들이 있습니다, 경주지부 사례도 있지요. 비정규직 사업문제는 당위성만 떠든다고 되는 게 아니라, 지금의 비정규직 고용형태가 왜 이렇게 발생이 되고, 왜 이들이 조직되지 않는지, 우리가 사업하는 방식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를 다시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실태조사 역시 현실적으로 해봐야 합니다. 금속노조의 경우 일차적으로는 사내하청이 조직화 대상인데, 현대자동차에 있을 때 저도 2001년부터 비정규직 대중강연 등 조직화 사업에 관여했습니다만, 현재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는 조직 확대가 정체되어 있고, 전망 또한 그리 좋지 않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회사는 예전에는 100~200명 규모의 하청업체를 운영하다가 지금은 쪼개고 쪼개서 이 하청업체를 20~30명씩 나누어 버립니다. 그러면 업체의 관리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비정규직 채용 과정을 보면 여러 가지 루트를 통해서, 인맥을 통해서 다 들어옵니다. 업체장이나 업체관리자들의 친인척관계 또는 정규직 관리직들의 친인척관계 등에 의해서 얽혀서 들어옵니다. 이들은 자신을 소개한 인맥관계를 통해 관리되기 때문에 조직이 안 됩니다. 이 친구들은 아무리 조직하려 해도 조직이 안 됩니다. 그리고 지금 계약자체가 30일, 3개월 식으로 초단기 계약이 되는데, 이들이 3개월 뒤에 어디를 갈지 모르는 거지요. 그런 상황 때문에 조직이 안 되고 있고, 조직이 안 되니까 노동조합 지부나 비정규직 지회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많은데 조합원으로 포괄되어 있는 사람은 소수다 보니까 전체 비정규직 사업이 힘 있게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사1조직 문제도 비정규직과 정규직과의 단결을 위해 끊임없이 사업배치를 하고, 공동 사업을 하고 논의를 하고 토론을 해야 하는데 서로가 그런 과정들을 제대로 거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계속 부딪히면서 비정규직 활동가들과 정규직 간부들 사이에 불신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볼 때는 당위적으로 당연히 연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정규직 너희들은 입만 열면 비정규직 조직을 해야 하고 차별철폐를 해야 하고 늘 떠들면서 왜 정작 우리가 비정규직 집회하는 데 너희는 안 오냐 이런 식으로 쳐다보는 것이지요. 말만 있고 행동은 없는 것이 비정규직 사업의 현재 상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금까지의 비정규직 사업이 무엇이 문제인지 제대로 짚어봐야 하고, 비정규직의 처지와 실태를, 사내협력업체 비정규직을 어떻게 분석하고 이분들에 대한 대책을 어떻게 따로 세울 것인가 계획이 서야 합니다. 이런 일은 한 두 사람의 노력으로 되지는 않을 거라 봅니다. 그래서 당사자들과의 직접적인 면담이나 간담회를 통해서 조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경우, 사내 1사 1조직을 추진해야 할 기업 내에 있는 정규직 비정규직 노조간부들이 해야 할 역할이 많습니다. 그 이외에도, 우리 금속조합원들도 연령이 높아지는데, 그러면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기를 민주노총의 가장 큰 문제가 대공장 정규직 노조다 보니까 사회연대나 비정규직 연대가 잘 안 된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데요, 결국은 우리 현자 조합원들의 고충도 갈수록 늘어갑니다. 그것이 무엇이냐면 자기 아이들의 취업과 관련한 것입니다. 지금 현재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갔다 와서 집에서 빈둥거리거나 나가서 직장을 구한다고 구하는 것이 전부 비정규직이라는 것이지요. 이런 인식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냐 하면 이후 자녀 교육문제, 사교육문제를 넘어서는 비정규직 문제라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비정규직 문제는 지금이라도 다시 점검하고 전략을 따로 수립해야 합니다. 당위성만 가지고 덤벼서는 안 됩니다. 사회진보연대: 비정규직철폐나 완전한 정규직화 같은 당위적인 요구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단결이나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서 약간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이 있는지요? 적절한 수준의 요구로 보완되어야 한다는 것인가요? 위원장: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원칙은 맞지요. 거기에 접근하기 위해 정규직 조합원을 어떻게 설득시키고 이해시킬 것인가가 문제라고 봅니다. 우리가 자본과 대립하는 현장에서는 자본이 정규직들을 꾸준하게 학습시키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현대차 에쿠스가 단종되니까 비정규직은 모두 자르고 정규직은 고용유지를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규직 조합원들에게 비정규직이 있어야 차종이 단종되어도 고용이 유지된다는 학습효과가 생기게 됩니다. 한편 울산 2공장의 경우 대의원들이 적극 나서서 비정규직 고용을 유지한다는 합의를 만들어냈고, 지금까지도 사측이 비정규직을 해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규직들이 모범들을 쌓아나가야 합니다. 자본과 반대되는 학습 효과를 만들어 내고, 좀 더 다양한 사례들을 쌓아나가야 해요. 타타나 만도, 경주는 그렇게 싸운 것인데, 간접고용 노동자부터 외주화하겠다라고 하며 경비 식당 노동자를 외주화하려니까 지회에서 경비, 식당을 다 조합원으로 가입시켰습니다. 단협상 조합원은 조합과 합의 없이 해고를 못하게 되어있어 사측이 해고를 할 수 없도록 만들었죠. 이런 사례들이 쌓여나가야지, 정규직 노조는 아무것도 안한다는 불신과 갈등만 쌓아가서는 안됩니다. 사회진보연대: 상호불신 문제 외에도, 어쨌거나 정규직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격차 등 차이가 큰 것이 중요한 문제인데, 임단투 등에서 양자간의 격차를 줄이고 단결을 모색할만한 정책들이 있겠습니까? 위원장: 하후상박식 주장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지금 노조 구조가 20년간 기업 교섭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현대차의 경우 비정규직 교섭을 대리교섭합니다. 정규직 노조가 대리교섭을 하니까 비정규직이 조직화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2006년도에는 독자교섭을 진행해 보려 했는데 사내협력업체 사장들이 일차적으로 조합원이 누군지 공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조직화 수준이 낮다보니 노출이 매우 부담스럽습니다. 그러니까 또 직접교섭도 잘 안되고, 정규직이 대리교섭을 하는 거죠. 교섭구조를 같이 맞춰나가야 합니다. 사내 비정규직은 현대차 협력지원팀이 관리하기 때문에 비정규직, 정규직이 같이 교섭을 들어가서 어떤 수준에서 처우를 한다 합의를 해야 처우 개선 관련해서 좀 더 전진이 가능합니다. 처우개선에 대해 같이 해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임금과 관련해서 간접임금에 포함된 것 역시 비정규직에게 적용을 늘리는 방식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학자금, 후생복지 등에 대해 현자 정규직은 학자금을 지원하는데, 이 금액이 꽤 되는데, 비정규직도 한꺼번에 다 할 수 없다면 단계적으로라도 직접임금 인상과 더불어 이런 간접임금에 해당하는 제도적 지원을 빨리 같이 확보하는 전략이 총액임금 격차를 줄이는 방안이라고 봅니다. 사회진보연대: 기본급이나 통상급여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에게 정액임금인상과 같은 투쟁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위원장: 노동자가 태어나서 자본주의 사회에 살려면 자본가와 협상하고 타협할 수밖에 없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 고용, 임금, 노동과정이 대표적인 문제입니다. 고용 계약에 대해 산별이 할 수 있는 일은 예를 들면 자연감소분에 대해 정규직 충원, 신규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시간단축, 신규 투자를 통한 신규 일자리 창출을 어떻게 협의할 것이냐, 고용유지와 관련해서는 일방적인 해고금지나 여러 가지 조치가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기업은 망할 수도 있는데, 해고되었을 때 생계유지 재취업 등의 싸이클에서 금속노조가 해야 하는 역할이 있을 것인데, 금속노조가 재조직되어야 하는 것은 이 과정에서 금속노조 중앙, 지역지부, 기업지회가 각각 어떠한 일을 해야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게 정확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임금도 수준에 대한 문제는 사업장 단위에서 결정하는 것이고, 금속 차원에서는 최저임금을 어떻게 결정할 것이냐 하는 것이 맡은 역할입니다. 사업장에서는 최저임금에 얼마나 더 상승시킬 것이냐의 문제가 남을 것입니다. 정파간 갈등 해결 방안 사회진보연대: 다른 문제로 넘어가서, 정파 문제도 금속노조 단결에 장애가 된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위원장: 정파는 항상 있는 거라고 봅니다. 문제는 이 정파가 내용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선거 조직으로만 이용되기 때문에 갈등이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기 내용을 채우고, 차이가 무엇인지를 투명하게 내놓고 논쟁하면서 서로의 힘을 쌓아나가는 구조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저 또한 한 정파의 소속원으로서 저부터 그런 노력을 해야죠. 사회진보연대: 요즘 같은 경우 정파 내에서 조직원들 사이에 차이도 있고, 정파 내 의견이 모아져서 조직적 규율을 가지고 발언하고 실천하는 것도 약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요. 거기서 오는 문제도 있는 것 같은데요. 위원장: 예 그래요. 정파들 내부 의견이 확실히 정리되어 있고 대표들이 만나 합의를 하면 그만큼 진전할 텐데, 지금은 정파 대표자들끼리 모이면 회의 이후 다른 말을 해버리고 하니까 서로 신뢰가 안 되는 것이지요. 총연맹 차원의 단결 방안 사회진보연대: 전체 노동자의 단결을 위해서는 총연맹 내에서의 금속 역할이 매우 큽니다. 총연맹에 대한 금속 노조 위원장으로서의 계획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위원장: 차기 지도부 선거가 내년 1월쯤에 있을 텐데요. 총연맹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민주노총 산하 단체들은 창립할 때는 산별연맹체제였으니, 지금은 거의 산별전환이 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이제 산별노조 대표자 회의를 하는 건데, 산별노조는 그 자체로 집행기관입니다. 그 위치에서 총연맹, 산별의 역할이 잘 정립되어 있어야 합니다. 총연맹이 한국의 노동정책 관련해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내려면 어떤 정책을 내야 하느냐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총연맹이 노동 조사를 한다면 역설적으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건 노동자들이 원해서 그렇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노동하는 만큼 더 받으니까,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임금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불어서 사교육, 주거 문제, 부채문제 등이 드러날 텐데 총연맹이 사회적 쟁점, 전체 노동 쟁점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진보정당과 결합도 중요한 대목이 되겠지요. 노조와 정치조직이 이슈화하면 총연맹이 노동정책을 입안하고, 노동자 계급 전체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야 합니다. 이런 것을 잘해야 지도 집행력도 다시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산별노조 조합원 입장에서 보면 사실 총연맹 지도부까지 가기에는 매우 멉니다. 지회가 있고, 지부가 있고, 노조가 있고, 그 위에 총연맹이 있는 것이죠. 직접적 이해관계는 지금 제가 보았을 때는 총연맹 지도부까지 가기는 너무 멉니다. 사회진보연대: 총연맹의 역할과 기능이 쟁점인데 총연맹이 자신의 역할을 잡아서 의제를 사회적으로 내걸고 싸워야 한다는 말씀인데, 그걸 교섭으로 풀 수만은 없고, 산하 노조, 산별노조와 투쟁해야 하는데, 거기에서 총연맹이 산별노조를 관장하고 투쟁을 조직하는 기제나 제도가 약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위원장: 그렇지요. 그것은 산별노조를 통해서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옛날 연맹 시절에는 사업 집행 단위가 사업장 단위였기 때문에 연맹은 민주노총과 중복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산별은 자기 나름대로의 구심력이 있고, 산별이 집행 단위이기 때문에 총연맹 사업을 별도로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복수노조 전임자 문제로 총연맹이 총파업을 하자고 요구하는데, 금속노조 입장에서 보면 금속노조 내부의 준비 정도가 먼저 보입니다. 지금 상태에서 파업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부담이 있습니다. 총연맹 차원에서 결정을 하면 산별연맹이나 노조가 책임지고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선언만 하고 집행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풍토가 있는 듯합니다. 산별 입장에서 총파업은 선언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총연맹은 이러한 점에서 자기조직 내부 진단이 필요합니다. 금속의 경우는 지침이 내려오면 수행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데, 대다수 다른 산별노조들은 선언해도 실제 지침을 수행 안 해도 되는 풍토가 있습니다. 우리 조합원들은 총연맹이 파업하면 하루를 하더라도, 거짓말 하지 말고 제대로 하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하부영 전 울산본부장이 말하듯이 뻥파업 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총연맹의 집중, 지도력이 많이 무너져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보수언론에 의한 타격도 있지만 총연맹이 해온 결과를 보면 이 결과가 자기 자신에 의한 것이기도 합니다. 새로 선출된 지도부가 제대로 살려 보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나올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회진보연대: 총연맹 역할 강화를 위한 제도를 도입할 필요는 없나요? 예를 들어 산별노조가 관장하고 있는 임단투의 일부 기능들을 총연맹에 이관한다 할지요? 위원장: 총연맹이 교섭구조를 갖는 것은 어렵지 않겠습니까. 정치세력들의 분열 극복 방법 사회진보연대: 아까 진보정당 이야기를 하셨는데, 노동자운동의 단결과 관련해서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사회주의 정파들이 어떻게 나가야 한다고 보는지요? 통합적 흐름을 만들어 가야 하는지 아니면 제각기 발전을 해도 되는 것인지요? 관련해서 배타적 지지 방침에 대해서도 좀 이야기해 주십시오. 위원장: 저는 통합을 인위적으로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분당되었으면 이유가 분명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배타적 지지방침과 관련해서는 예를 들면 현대차 조합원 중에는 한나라당 당원도 있고, 심지어 한나라당 당적으로 시의원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 번도 징계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배타적 지지 방침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민주노동당의 배타적 지지방침, 이건 있으나 마나한 방침입니다. 방침을 어겼을 때 제제도 없이 아무것이나 방침이라고 해놓고 밀면 받아들일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 방침 때문에 조직내부에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이죠. 노조 내에서 정치사업은 다양한 길을 열어야 하는데, 선거 등을 매개로 통합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내부 당사자와 노동조합이 논의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진보연대: 민중운동진영의 분열이나 분할이 좋은 일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 정치세력들 사이의 연대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조직이 나누어져 있으면 경쟁이 격화되고 이전투구도 있을 수 있을 텐데요. 위원장: 통합적 논의 과정에서 흐름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민주노총이 역할이 있으면 해야 한다고 봅니다. 보수 정치를 뛰어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산별노조 현실과 과제 사회진보연대: 이제까지 정규직 비정규직, 총연맹 내 여러 노조들, 민중운동진영의 정치세력들의 단결에 관해 질문을 드렸습니다. 사실 노동자운동의 목표가 산별건설 자체가 아니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라면, 결국은 노동자의 단결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요. 꼭 임기 내에서가 아니라도 어떤 운동을 하시려고 하십니까? 비전이랄까요? 위원장: 제가 볼 땐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요즘 실리적인 노선이 조합원들로부터 선택받고 있는 점입니다. 그동안의 소위 민주노조, 자주적 노조 진영이 어떻게 사업을 했길래 이렇게 되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절망스러운 상황이지만 뭘 하려고 노동조합을 할까, 소위 말해 사회에서 노동운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사회변혁의 꿈을 포기하면 실리주의 경향으로 가는 게 맞는데, 조합이라는 것은 조합원의 권리, 이익을 우선시하게 되어 있는 구조인데 그럼에도 노조를 통해 뭘 하려고 했는지 자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조합은 조직된 노동자들의 끊임없는 학습과 투쟁을 통해 조합원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계급으로 자각해 가며, 이를 통해 조직을 확대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서 실제 진보정치, 계급정치로 접근해 나가는, 그래서 마침내 세상을 바꾸는, 이런 변혁적 사고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 그 역할에 충실하고 있냐가 문제이죠. 이러한 투쟁은 기업별 노조에서는 불가능하고, 산별에서 계급의식을 확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서 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을 통해 산별을 만들었는데, 과연 현재 이러한 산별 정신에 부합한 투쟁을 간부들과 조합원들이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산별을 만들었던 이유와 부합하지 않는 (실리주의)노선이 조합원들로부터 선택된다는 것이 산별의 위기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조합원들로 선택받고 있고, 금속노조에 대한 조합원들의 냉소가 확대되어 가는 위기가 심각합니다. 제가 현대차 위원장 할 때 금속 전환 할 때에는 현장 조합원 분위기가 뭔가 될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3만 4만으로 싸우다가 15만으로 싸우면 뭐가 되도 되겠지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선거 들어가서 금속노조에 대한 조합원 시각을 보며 저 스스로 이건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상황에서 제대로 된 금속노조 조직, 운영, 교섭 체계를 만들지 않으면 지금 금속은 넘어질 것 같다는 느낌이죠. 조합원들로부터 희망과 기대를 만들어 내고, 다시 조합원들의 마음을 돌려세우는 것, 이게 가장 절박한 문제입니다. 기업지부 해소하면 20년 기업지부 성과가 다 없어진다, 지부 돈 다 가져간다, 이런 이야기들이 현장에서 도는데 금속노조가 본조, 지부, 지회의 역할이 무엇이고 금속노조가 앞으로 어떠한 투쟁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겠는가를 조합원들에게 보여주지 않는다면 금속노조는 무너질 수 있습니다. 저는 1년 동안은 이 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사회적 쟁점을 만들고, 투쟁을 조직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우선은 금속노조부터 재조직해야만 합니다. 당장 내년 복수노조 전임자 문제가 전체 사업장의 문제가 될 텐데, 금속노조가 모든 현장의 쟁점을 모아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내년도에 금속노조 단협 갱신과정에서는 이게 전 사업장에서 쟁점이 될 텐데, 이 속에서 우리가 금속노조로 가자고 했던 기본적인 금속노조의 역학에 충실하려면, 산별노조 만들어 놓고, 조합원들의 관심을 돌려놓는 사업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회진보연대: 세계적으로 보면 초국적 자본은 다양한 방식으로 산별 교섭을 약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경제 위기 이후 이러한 경향이 강해진 것 같은데요, 그리고 유럽을 비롯해서 세계 곳곳에서 자본의 전략이 먹혀들어가고 있기도 합니다. 세계적 관점에서 보면 한국은 산별노조의 힘이 약화되는 시점에서 오히려 존재하지 않았던 산별노조를 만들어가는 투쟁을 하고 있는 셈인데요. 한국에서 산별노조가 제대로 건설될 수 있으려면 그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위원장: 우선 규약부터 지키는 조직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업지부가 존재할 수 없게 만들었는데, 지금 존재하고 있고, 이경훈 현대차 지부장이 와서 규약 상으로는 중앙집행위원회 성원이 아닌데 와서 회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구조에서 급선무는 지역지부장을 빨리 뽑아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기업 지부장 뽑아 놨는데, 해소가 되냐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2년간 논쟁해왔던 건데 다만 지금 이 체계에서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논의를 할 거냐, 언제까지 기업지부 문제를 종식시킬 것이냐, 이런 논의가 필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조합내부도 준비를 좀 해야 하고 무작정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작업을 통해 이 시점에서 모든 결론을 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회진보연대: 산별노조 운동을 앞장서서 해온 분들이 현재의 내외적으로 불리한 변수 속에서 너무 산별노조의 이념형이랄까 당위에 집착한다면 오히려 그것이 노동자운동의 단결에 저해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위원장: 사람들이 저에게 우려하는 것 중의 하나인데요, 하부영 동지가 저에게 자주 하는 말입니다. 자꾸 저에게 유럽식, 독일식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또 이경훈 현대차 지부장이 한국형 산별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물어보니까 내용은 아직 없다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유럽식 산별노조체계를 자꾸 고집하고 있는 현실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요새 내부토론 때 자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도 2006년 규약을 만들 때 일조했는데, 그 때 설계했던 조직, 교섭, 운영, 재정체계가 한국사회에서 맞는 것이냐,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당장 이것은 맞고 저것은 틀리다 할 수는 없지만,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 내용을 분석하고 바로잡을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교섭의제에 대한 문제도 똑같다고 봅니다. 저에게 업종교섭으로 돌아가느냐 묻는 사람도 있던데요. 실제 노사관계에 있어 사용자단체를 구성하고 산별적 협약을 체결하려면 거기에 따른 법제도도 갖춰져야 하고 조합원들의 동력도 그 목적에 집중해서 붙어줘야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거기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그 전 단계의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소그룹의 미팅형식이든, 토론회 형식이든, 간담회 형식이든, 혹은 협의형식이든, 금속 단체교섭실 안에 단체교섭위원회를 만들어서 단체교섭위원회가 관장하고 그 안에 업종이던 그룹이던 아니면 부분이던 필요한 부분은 노사간, 노사정간에 논의를 진행해 보자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현자, 기아의 쟁점으로 주간연속2교대제가 있는데 현대차나 기아차 혼자 이것을 관철시킬 수 있겠냐, 그러나 금속노조가 현자, 기아차, 혹은 다른 해당 사업장의 책임 있는 사람들더러 나와서 협상하자고 해도 안 나오지요. 그러면 현자, 기아 등의 공동의 쟁점을 금속차원에서 받아 안고 사측 연구자나 담당자, 그리고 지부, 금속노조 등에서 프로젝트에 참가한 사람들이 있는데, 워크샵, 간담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논의구조를 열어보자는 겁니다. 다른 예로 대림자동차의 경우 오토바이 면허증 제도하고도 관계되는데, 오토바이 면허증 제도가 강화되면서 오토바이 판매 자체가 줄어든 부분도 있습니다. 정부와 제도 문제를 협의해야 하는 것이죠. 아까 지적했듯이 유럽식으로 정확히 정립되어서 단선적으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부분에 대해 산업구조, 제벌 구조 등 일정부분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합니다. 열어놓고 이야기하자는 겁니다. 필요하다고 하면 업종부분 협의도 필요할 것이고, 이야기 한 번 해보자 이런 겁니다. 지난 3년 동안 산업 업종사업이 거의 잘 안보입니다. 자동차, 조선, 철강 업종에 대해서 어떤 분석을 했고 어떤 입장에서 요구하고 대안을 낼 것인지 만들어 놓은 것이 없습니다. 금속노조가 업종분과 사업을 강화해야 합니다. 업종사업, 정책 사업, 교섭, 교육 사업 등에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금속노조를 만들었으면 기업을 뛰어넘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 뭔가가 안 만들어져 있으니 금속노조가 뭐 하는지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사회진보연대: 주간연속2교대제, 월급제, 시급제 폐지 등도 이야기하셨는데, 이것들이 쟁취 가능한 안인지 의견을 묻고 싶습니다. 현재 자동차 산업이 약간 살아나고 있는 것 같지만, 경제위기 정세에서 쟁취 가능한 요구인지 궁금합니다. 위원장: 그러니까, 노사관계는 대립적 관계에 있으면서도 타협적 관계에 있는 거죠. 항상 결과는 노사간에는 어느 지점에서는 타협을 해야 하죠. 그러나 현재 임금수준 안 줄이고, 노동시간 1년에 600시간 정도 줄이고, 그렇게 우리의 요구를 관철할 수 있을까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민투위 동지들이 3무원칙을 내걸고 당선되었는데, 그런데 노사관계는 목표설정이 중요한 문제입니다. 목표를 설정했으면 이행하는 과정이 뭐라는 것을 분명이 드러내야 하고, 목표로 접근해 가다가 어느 지점에서 타협해야 할 건가를 조합원들의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런 과정이 미숙했고 불신이 생긴 겁니다. 저는 결론적으로는 그대로 다 지킬 수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 목표가 뭔지, 예를 들면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목표인지, 심야노동을 줄이고 건강권을 지키는 것이 목표인지 분명히 해야 합니다.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있어서 임금 문제와 노동 강도 문제에 있어서 회사 측의 요구들이 있다, 회사 측의 모든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면 어느 수준에서 타협하고 관철시킬지는 찾아야 합니다. 또한 임금체계도 지금의 임금체계는 이런 수준인데 이게 만약 노동시간 줄었을 때 임금이 어느 정도 주는가, 이런 걸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는가 이런 걸 명확하게 생각해야합니다.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합니다. 조합원들과 이야기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노사간의 어느 정도의 합의점을 찾아내는 게 문제입니다. 현대 기아는 해외공장 생산을 늘리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에는 노동시간 줄일 테니 임금 크게 줄이자고 사측에서 오히려 공세적으로 나올 수도 있습니다. 산별노조와 정리해고 투쟁 사회진보연대: 산별관련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마지막으로 쌍용차 투쟁에 대한 평가를 묻고 싶습니다. 쌍용차 투쟁에 대한 평가에서 산별노조에 대한 회의가 상당히 많이 확대되기도 했는데요. 위원장: 제가 평가할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아직 진행 중이기도 하고... 지금 쌍용자동차 관련 대응팀을 구성했는데 왜냐면 들어와 보니 조직실에 걸리고 노동안전실에 걸리고 법규, 정책실에도 다 걸려서 각각의 사업이 진행되니까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큰 싸움을 거친 노조가 1998년 현대차, 2001년 대우차, 지금 쌍용자동차인데, 결과를 놓고 보면 현대차는 무급휴직이 있었고, 정리해고도 있었고, 지도부는 불신으로 중도사퇴를 하고, 다시 민주노조가 들어서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제가 당시 기획실장이었는데 처음부터 우려했던 건 해고자와 비해고자가 분리되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 싸움은 진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조합원 밀집지역, 아파트 지역 다니며 조합원 부인들 간담회를 계속하고, 조합원들이랑 간담회, 선전, 교육 하면서 지금 희망퇴직에서 당신이 빠졌다하더라도 2차는 당신이 될 것이라고 설득했습니다. 같이 죽고 같이 산다는 거죠. 실제 정리해고 대상자가 천오백 명 정도인데, 농성대오가 적게는 삼천 명에서 많게는 만 명이 있었습니다. 분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쌍차는 이런 양상과 많이 달랐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노조는 금속 탈퇴 총회까지 진행시켰는데, 쉽게 말하면 민주노조 진영에서는 노조를 뺏기는 겁니다. 이 결과를 보면 쌍차투쟁이 승리한 투쟁이라고는 말 못하죠. 다른 측면에서는 현장에서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자본 탄압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이 얼마나 처절하게 싸울 수 있느냐라는 걸 몸으로 보여준 투쟁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 과정에서 금속노조가 제 역할을 했는가라는 점은 부정적입니다. 선거 기간에도 가장 껄끄러운 부분이었는데, 선거기간에 기아 소하리, 화성에 갔는데, 한 조합원이 금속이 지금 큰소리치는데, 쌍차 투쟁 때 한 일이 뭐냐고 물어보더군요. 금속 산별 15만 묶어서 한 번에 들고 일어나면 못할게 뭐냐, 그런데 쌍차 때 뭐했냐고 따지는데 답변을 못했습니다. 현재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구속되어 있는데, 금속노조 간부들 중에서는 밖에서 범대위, 지원 단위를 조직하고, 회사와 교섭하고 언론조직하고 분주하게 다닌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평가할 때 내부의 적이다 이렇게 평가하니까 상처가 남기도 합니다. 쌍차 관련해서 전체적으로 금속노조가 총괄해서 이끌었다고 보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해서 금속이 자기 역할을 다 했다고 하기도 그렇고, 어쨌거나 쌍차 투쟁은 여러 과제를 남겨두었습니다. 기업 내에서 고용 유지를 위한 전략이 무엇이냐, 지금 해고동지들에게 절박한 것은 생계문제인데, 복직투쟁을 다시 할 것인지 아니면 재취업을 할 것인지 등의 문제가 있는데 지금 이러한 문제가 종합적으로 평가되어서, 정리해고에 관련한 투쟁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내부 고민이 있어야 합니다. 전술 평가도 거점투쟁이 맞다, 아니다 이런 논쟁도 있습니다. 하지만 거점 없이 서울로 올라갈 수만도 없고, 거점만 지키고 있을 수도 없는 문제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후 현자, 대자, 쌍차 그리고 다른 몇 군데 정리해고 대응투쟁에서 대응방식이 어떻게 달랐는지 연구를 해보고,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저도 즉답을 피해가고 있는 것 같네요. (웃음) 사회진보연대: 정세적으로 보면 현대차 투쟁보다 쌍차가 많이 불리한 상황이었죠. 불가항력적인 패배인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위원장: 현대자동차는 조합원도 그렇고 기본바탕이 회사가 망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쌍차는 회사가 그러니까 불리했던 거고, 옥쇄파업 중에 한상균 지부장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마무리 과정에서 현대자동차가 별로였는데, 마무리 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투쟁이 격하고 긴박하면 숱한 소위 훈수꾼들이 몰려오는데, 그런데 그 훈수는 평가에서는 아무 도움도 안 되고, 투쟁하는 지도자와 조합원이 죽든 살든 같이 정리해라, 그렇게 이야기를 지부장한테 했죠. 정부도 그 당시에는 김대중 정부 초기였고, 현재는 이명박 정부이고 차이가 있지요. 사회진보연대: 언젠가부터 정리해고명단이 발표되면 해고대상자와 산자가 쫙 갈려서 산자는 으레 싸우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분위기가 형성되더라구요. 노조가 고용을 완전히 담보해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위원장: 조합원들이 100% 노조가 고용을 유지해 줄 거라고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노조가 있으면 좀 더 나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정리해고 문제에 대해 기업이 망하는 경우, 산업이 망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좀 별도로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장 대림자동차가 금속 내에서 문제인데, 한국 오토바이 산업이 중국과 일본에 샌드위치 되어 있어서, 오토바이가 안 팔리고 있는데, 무조건 잘 될 거라고 우길 수는 없는 일입니다. 유형별로 정리해고 대응 전략을 만들어야 합니다. 유형별로 봐서 기업의 존폐가 걸려 있는 자본과, 먹튀자본이나 의도적으로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자본들과 관련해서는 전술적으로 다른 방향을 찾아야 합니다. 정리해고 결사저지 이외의 아무 말도 못한다 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사회진보연대: 그런 주장을 하시는 분들도 현재 해고가 될 경우 사회적으로 생계가 유지될 수 있는 제도가 별로 갖춰져 있지 않으니까 그런 한에서 주장을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투쟁이 있어야 해고의 심각성이 사회화되고, 이를 위한 대책의 필요성도 사회화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위원장: 그건 그렇지요. 사회진보연대: 대담에 응해주셔 감사합니다.
2009년 8월 6일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의 “77일간의 점거파업”이 종료되었지만 쌍용자동차 지부 및 정치사회단체 소속 동지들의 “법적 투쟁”은 그들이 구속되어 있는 구치소와 법원에서 세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쌍용자동차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대오에 대한 수사 및 재판의 의의 및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하여 간략히 언급하고자 한다. 쌍용자동차 파업에 대한 수사 및 재판의 의의 현재 진행 중인 수사 및 재판현황은 점거파업과정에서 수사기관 및 사법부가 취한 파업대오에 대한 적대성 및 폭력성을 최종적으로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는 쌍용자동차 점거파업으로 인한 구속자의 현황에서 우선 확인된다. 지금까지 단일 파업사건으로 최대 구속자를 기록한 사건은 2006년 포항건설노조 파업이다. 당시 파업으로 인하여 조합원 70명이 구속되고 200명이 불구속 입건되었다. 그런데 쌍용자동차 파업은 이미 이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6월 29일 쌍용자동차 지부 김정욱 부장이 구속된 이래 10월 말까지 구속자의 숫자는 80명을 넘어섰고 1심 재판 결과 이미 6명(쌍용자동차 조합원 4명, 정치사회단체 회원 2명)이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여전히 소환수사가 계속되어 11월 초까지 구속영장실질심사가 계속될 것을 예상케 한다. 이에 비하여 노조원을 폭행하여 상해를 가한 사측 직원 및 용역들 중 구속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없으며 단지 8월 6일 공장진입을 거부한 경찰간부 1명에 대한 파면소식만이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은 파업대오에 대한 구속자 및 재판의 현황은 그동안 노동자운동에서 유래를 찾아 볼 수 없었던 정리해고에 맞선 ‘점거파업’ 형식의 노동자들의 저항에 대하여 수사기관과 사법부로 대표되는 국가권력이 이를 불허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수사과정에서의 문제점 수사의 공정성 상실: 사측의 사병으로 전락한 수사기관 수사기관이 노사문제에 개입함에 있어 공정한 수사권을 행사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쌍용자동차 파업의 본질이 노동자 대 국가권력이라는 운동진영의 주장에 대하여 수사기관은 사건의 본질을 노사문제로 축소하면서 자신이 이를 조정하는 중간자의 위치에 있음을 강조했기에 이에 대하여 언급하고자 한다. 파업진압과정에서 공권력은 그 동안 노동자운동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사측 관리자들 및 용역직원들과의 대대적이고 공개적인 합동작전을 펼쳤다. 이러한 공권력과 사측의 합동작업이 위법행위임에 분명하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해 보면 파업기간 동안 쌍용자동차 공장안에는 공권력이란 존재하지 않았고 존재했다면 사측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병만이 있었을 뿐이다. 문제는 불공정한 공권력의 행사가 수사과정에서도 지속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 단적인 예가 이른바 “지게차 사건”에 대한 인지수사이다. “지게차 사건”이란 지난 6월 26일 오후 3시경 사측관리자 및 용역들이 쌍용자동차 본관 및 공장 일부를 장악한 채 파업대오에 대하여 공격을 감행하자 이에 대항하여 파업대오가 지게차 6대를 선두에 앞세우고 반격을 시작하여 사측 대오를 공장 밖으로 퇴각시키면서 비롯된 충돌을 말한다. 당시 지게차를 운전한 조합원 5명이 구속되었고, 지게차 주변 호위조로 지목된 조합원 및 옥상에서 새총을 발사한 혐의로 다수의 조합원이 구속되었다. 파업기간 중 단일사건으로는 “8월 5일 조립공장 옥상 사건”으로 연행된 11명 중 9명이 구속된 것과 함께 가장 많은 구속자를 발생케 한 사건이다. “지게차 사건”이 발생하자 언론 및 수사기관은 “살인미수” 혐의 적용 운운하면서 파업대오의 폭력성을 강조하여 쌍용자동차 파업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이데올로기 공세의 소재로 활용하였다. 그런데 파업과정에서 일어난 노사 충돌에 대한 수사가 대부분 사측의 고소에 의하여 개시된 수사임에 비하여 이른바 “지게차 사건”의 경우 수사기관의 인지수사였음이 수사기록에 의하여 드러났다. 지게차 사건은 파업기간 동안 노사 충돌 중 가장 큰 것에 속하며, 노사 양측은 모두 상당수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다. 지게차 사건 직후 쌍용차자동차 지부 변호인단은 노조 측 피해자들로부터 사측 가해자에 대한 고소 고발에 대한 문의를 받고 당일 상호폭력 행사가 있었음을 확인하고 노조측 피해자들이 상당수 발생하였음에도 사측 관리자를 가해자로 고소할 경우 오히려 피해자인 노조원들이 가해자로 지목될 점을 우려하여 고소 고발을 자제토록 하였고, 사측 또한 고소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럼에도 수사기관은 사건 발생 직후부터 지체없이 평택인근 3~4개 병원의 상해피해자 현황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병원치료기록에 기재되어 노조원들의 신원을 확인하여 검거에 나섰으며, 그 과정에서 양측의 피해자들이 다수 존재함을 인지하였음에도 오로지 노조 측 피해자만을 수사선상에 놓고 “당일 지게차 운전자 및 호위조”로 지목하여 수사를 진행했다. 따라서 검찰이 지게차 사건을 기소하면서 피해자로 거론한 23명의 사측 직원들은 당일 현장에서 상호 충돌시 맨 선두에서 지게차 운전자들에게 쇠파이프, 볼트 등으로 공격한 가해자임에도 재판과정에서는 무고한 피해자로만 다루어졌다. 참고로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에 의하면 당일 지게차 운전으로 인하여 직접 상해를 입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럼에도 검찰은 지게차 운전자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및 구속적부심에서 지게차 운전에 의한 상해피해자가 존재한다고 주장하여 결국 지게차 운전자 4명을 구속시켰고 기소단계에서도 이와 관련된 주장을 유지하였으나, 상해피해자로 지목된 김00의 진술서 및 목격자의 진술서에 의하더라도 김00은 피해경위가 “지게차가 아닌 새총발사에 의하여 볼트가 어깨에 충격을 가한 것”이라는 변호인의 지적이 있자 재판과정에서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한 공소사실을 변경한 바 있다. 조합원의 진술에 의존한 수사관행의 문제점 수사기관이 사건관련자들의(점거파업의 경우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 진술을 통해 혐의사실에 대하여 증거를 수집하는 것은 일반적인 수사방법이라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자백을 유도하거나 다른 동료의 혐의사실에 대한 진술을 확보함에 있어 자신에게 처분권한이 없는 “복직에 대한 약속”을 하거나, “구속 내지 입건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등 이익의 제공을 통해 자백 내지 진술을 확보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이는 위법한 수사이며 이와 같은 수사과정에서 획득한 진술의 증거능력 및 증거력이 문제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미 언론에 보도된 것과 같이 참고인으로 소환된 조합원에게 다른 동료의 혐의사실 진술을 강요하였고, 이에 따라 동료 조합원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조합원은 결국 자책감을 견디지 못해 자살시도에 이르게 되었다. 이와 같은 과정을 살펴보면 쌍용자동차 파업대오에 대한 수사기관의 수사기법은 쌍용자동차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연대의식을 약화시키는 것에서 머무르지 않고 수사과정에서도 보존되어야 할 인간의 존엄성을 파멸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의 조력 받을 권리의 방해 진술거부권은 헌법상 규정된 기본권이며(제12조 2항), 형사피고인(형사소송법 제289조)과 피의자(제200조 2항)에게도 인정된다. 피고인에게 진술거부권이 인정되는 근거는 피고인은 소송주체로서 검사와 대등한 지위에서 공격과 방어를 해야 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즉 피고인에게 진술거부권이 인정되지 않아서 진실한 사실을 진술할 의무가 있다고 한다면, 이는 반대당사자인 검사에게 공격의 무기를 제공하는 결과가 되어 무기대등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이 인정되는 근거 역시 아직 소송주체는 아니지만 장래 소송주체로서 검사와 대등한 지위에서 자기의 이익을 위해 공격과 방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상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에 대해 진술을 듣기 전에 미리 진술거부권이 있음을 고지해야 하며(제200조 2항), 피고인에 대해서는 형사소송규칙(제127조)에서 진술거부권의 고지를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현행법상 피의자 및 피고인은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음에도 쌍용자동차 파업사건을 담당한 수사기관은 장시간 수사(소환된 조합원 중에는 14시간을 수사받은 조합원도 있다) 및 심야수사를 강행함으로써 조합원들에게 정신적 육체적인 스트레스를 가중시켰고, 회유 및 협박에 의한 자백강요를 통해 헌법상 기본권인 진술거부권의 행사를 방해하였다. 적극적으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려는 조합원들에게 수사기관은 “파업기간 중 수사시 유의사항에 대한 교육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 “파업기간 중 형사대응 교육을 한 변호사가 누구냐?”, “수사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라고 말한 변호사가 누구냐”고 다그쳤고, 그 결과 구속자들의 검찰수사기록에 체포된 조합원들에게 진술거부권 행사를 조력한 변호인의 사진 및 신상명세서가 첨부되고, 피의자신문조서에 변호인의 이름이 거론되는 일이 발생했다. 수사기관이 여론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진술거부권 및 변호인의 조력받을 권리를 방해한 것은 수사 초기 초점이었던 외부대오의 관여 및 무기제조(화염병, 화포, 쇠파이프, 화염방사기)등의 사실에 대한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위법한 수사과정에서 확보된 진술이 구속자들의 재판과정에서 여과없이 증거능력 및 증명력이 인정되어 유죄의 증거로 채택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결어 정상적인 재판과정이라면 증거에 의하여 사실이 인정되고 이를 근거로 유죄가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미 진행된 일부 재판과정에서 나타난 선고형량을 검토해 보면 증거에 의해 혐의사실을 인정하고 양형을 고려하여 선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점거파업에 대한 정치적인 고려에서 재판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구속 또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점거파업 참여자들에게 위에서 살펴본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의 문제점은 이미 공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에게 자신의 위법행위를 인정하고 재판부에게 선처를 구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전쟁 이명박 정부의 이주노동자 ‘집중단속’이 시작되었다. 집중단속은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노동부, 경찰, 해경이 합동으로 강도 높은 단속을 실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집중단속은 보통 10월~12월에 실시하는데, 최근에는 이미 한 해 내내 집중단속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단속이 심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존재를 부정당하는 이들이다. 현실에서 약 18만여 명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 정부는 ‘출입국 질서 유지’라는 미명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마치 인간사냥하듯이 강제로 잡아서 추방을 한다. 그 과정에서 절차적인 규정조차 지켜지지 않는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서 대통령이 나서서 “불법체류자가 활개를 치고 돌아다녀서는 안 된다” 는 등의 반인권적인 발언을 하면서 대대적인 폭력적 강제단속이 이어졌다. 법무부는 올해 확정한 ‘1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에서 2012년까지 미등록 체류자 비율을 총 이주민의 10% 선으로 낮추겠다는 목표까지 제시하면서 각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단속 할당량까지 부과하고 법무부, 노동부, 경찰, 해경이 공조하는 정부합동단속을 상하반기에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등 그야말로 씨말리기 작전에 들어갔다. 그러한 결정판이 작년 11월에 마석지역에서 자행되었던 토끼몰이식 대규모 단속이었다. 도로 앞뒤를 경찰이 막고 단속반원들이 공장과 주택에 무단으로 침입하여 한꺼번에 130여 명을 단속했고 그 과정에서 문을 부수고 들어간다든지 폭력을 행사한다든지 여성이 길가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하게 한다든지 무수한 인권침해를 저질렀다. 크게 다쳐서 입원 치료를 받은 이들만도 10여 명에 이르렀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한 해에 2만 명 정도를 단속했는데, 이명박 정부는 2008년에 3만여 명을 강제추방했다. 2009년에도 9월 말 현재 강제출국된 이들이 벌써 2만 2천 명에 달한다. 출입국의 임시보호시설, 외국인 보호소는 이미 포화상태고 수용인원을 초과해서 단속이 이루어지고 있다. 2009년 4월에는 대전 지역에서 식당에서 일하는 중국 이주여성 노동자를 강제단속하면서 머리채를 잡아채고 길거리에 질질 끌고 가서 단속차량 안에 수갑을 채우고서도 목울대를 가격하는 영상이 그대로 방영되어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역시 4월에 수원 지동에서 벌어진 단속 과정에서 중국 이주노동자 심모씨가 옹벽에서 떨어져 두개골이 함몰되는 중상을 입어 아직도 치료 중에 있다. 수원 출입국에서는 아무런 사과나 보상도 없었다. 7월에는 안산 원곡동에서 역시 수원 출입국이 강제단속을 벌이면서 주택에 무단으로 들어가 옷도 제대로 입지 않은 중국 이주노동자를 수갑을 채워 잡았고 그 과정에서 폭력으로 발목이 부러지는 피해를 입었다. 6월에는 안산 시화공단에서 퇴근버스를 가로막고 통째로 수십 명을 단속하고, 단속되지 않은 같은 회사의 다른 노동자들이 사는 동네까지 추적하여 아침 출근시간에 단속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심지어 “분리수거 쓰레기 밖에 내 놓으라”며 거짓말을 해서 문을 열게 하여 집 안에 들어가 단속하는 사건도 있었다. 10월 들어 집중단속이 시작되자 반인권적 단속 사례도 크게 늘어났다. 10월 7일에는 이주노조 조합원들이 회사 측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신고에 의해 집 앞에서 9명이나 단속되었고, 8일에는 ‘스탑 크랙다운 밴드’ 리더이자 이주노동자의 방송(MWTV) 활동가 미누 씨까지 ‘표적단속’ 되었다. 15일에는 단속반원이 동대문 지역의 식당 안까지 무단침입하여 이주노동자를 단속하였고 18일에는 오산, 화성, 발안 등에서 100여 명 넘게 단속하였다. 부산경남지역의 사례는 더 심각하다. 9월 21일 김해 지역 단속에서 중국 이주노동자는 단속반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칼로 손목에 자해까지 했지만 여수보호소에 수감되었고, 9월 30일에는 살인사건의 목격자로 부산 남부경찰서에서 조사받던 노동자가 출입국으로 넘겨졌다. 10월 7일에는 김해 단속 과정에서 중국 이주노동자가 발가락 3개에 골절상을 입었고 12일에는 역시 중국 이주노동자 한 명이 추락하여 뼈가 부러지는 사건이 있었다. 13일에는 김해 단속 과정에서 단속반이 베트남 출신 등록 체류자까지 연행하자 한국인 노동자와 베트남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단속반원들과 대치하면서 저항했고 이후 출입국은 베트남 노동자들을 공무집행방해죄로 고발하기까지 했다. 한마디로 아무런 절차도 인권도 없는, 그 자체가 불법인 강제단속인 것이다. 폭력적이고 반인권적인 강제단속에 대해 무수한 비판이 일자 법무부는 6월 15일부터 ‘‘출입국사범 단속과정의 적법절차 및 인권보호 준칙’이라는 명칭의 훈령을 시행했는데 여전히 법원의 영장을 필요로 하는 영장 제도 도입은 외면하고 있으며 기존의 위법적 단속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하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범죄자로 보는 것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이런 폭력을 막을 수 있다. 단속 할당량을 채우기 위한 강제단속은 필연적으로 인간을 잡아들여야 할 대상으로 보게 만들고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부정하는 결과를 낳으므로, “절차를 준수하라”거나 “단속과정에서 인권을 지켜라”라는 것으로는 이러한 단속의 야만과 폭력을 제거하기 어렵다. 결국은 무조건 잡아다 가두고 강제출국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면적인 합법화를 실시하는 것만이 폭력의 악순환을 제거할 것이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범죄자화 한편 정부는 집중단속과 더불어 ‘외국인 범죄’에 대한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나섰다. 언론에서는 외국인 범죄가 지난 5년간 2배 넘게 늘었다면서(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2004년 9,103건에서 2008년 20,623건으로 증가) 대책을 촉구했고 국정감사에서도 일부 의원들은 연일 외국인 범죄가 심각하다는 얘기를 선정적으로 하면서 정부를 질타하고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때맞춰 기획보도를 하면서 외국인 범죄조직이 14개국 65개에 이른다면서 외국인들이 엄청난 범죄를 일상적으로 저지르는 것처럼 반외국인 정서를 조장했다. 그러자 지난 10월 15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외국인 범죄가 날로 커져간다면서 이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법무부, 경찰, 검찰, 국정원, 노동부 등 7~8개 부처로 구성된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하고 각 지역 경찰청별로 외국인범죄전담본부까지 구성하기로 하였다(서울과 경기는 이미 구성되어 있다). 이 틈을 타서 법무부는 외국인지문날인 부활 입장을 밝혔다. 즉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하여 모든 외국인 입국 시 두 손가락 지문을 날인하게 하고, 90일 이상 장기 체류자들에 대해서는 열손가락 지문을 날인케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범죄조직들은 실체가 불분명하다. 경찰 내부에서도 논란이 분분한 현실이다. 대부분 이러한 주장은 추측이며 정확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경찰백서에 따르더라도 한국인 1백 명 당 범죄율은 4.1명이고 외국인 거주자 범죄율은 1백 명 당 3.9명으로 더 낮으며 2008년 전체 범죄건수 중 외국인 범죄가 차지하는 비중은 1.65퍼센트에 불과하다. 한국사회 이주민 인구가 전체의 약 2%라고 할 때 이 비율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결국 정부는 이주민 전체를 위험집단, 범죄집단으로 매도해서 이들에 대한 강압적 통제를 손쉽게 하고, 한국 시민들의 불안감을 조장함으로써 경제ㆍ사회적 정책 실패를 가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강제 단속추방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약화시키고 외국인 지문날인까지 일사천리로 통과시키려는 속셈이다. 한마디로 이주민에 대한 마녀사냥을 통해 다양한 부수효과를 노리는 극히 인종차별적인 행태이다. 오히려 이주민들은 범죄의 피해자가 되기 쉽다. 범죄를 당하더라도 한국어를 잘 모르고 신고절차를 잘 몰라서 피해 구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미등록 체류자들의 경우 범죄를 신고하면 경찰이 출입국관리소로 넘기는 사례도 많아서 아예 신고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실체도 모호한 외국인 범죄조직 소탕만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이러한 범죄피해 구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주민들의 현실부터 개선해야 할 것 아닌가. 조화로운 공존을 위하여 인구 통계 예상치에 따르면 2050년 경이 되면 이주민 인구가 전체의 10%가 되고, 2020년 경에는 아동인구의 5분의 1이 결혼이주민의 자녀들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세계화된 세상에서 이주는 빠르게 증가하고 그에 따라 사회의 구성도 상상외로 급격히 변하고 있다. 더욱이 대다수 이주민들은 한국사회의 하층계급으로 편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조화와 공존 지향의 정책이 아니라 지금처럼 배제 아니면 동화 정책이 지속된다면 10년 뒤, 20년 뒤에 한국 사회에서 서구 사회처럼 ‘인종 폭동’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이민정책이 가장 폐쇄적인 일본에서도 노동이민을 받아들이고 사회통합 정책을 강화하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데, 한국 사회는 언제까지 단기 순환 노동인력 수입제도, 이주노동자 착취와 차별, 미등록 체류자에 대한 폭력적 강제 단속추방, 단순 노동인력에 대해 영주권과 시민권 배제만 되뇌고 있을 것인가? 이주노동자운동에서 지난 십여 년 간 줄기차게 주장해 온 것처럼, 단속추방 중단과 미등록 체류자에 대한 전면 합법화, 노동비자 제도 도입을 통한 노동권 보장, 장기 노동이민 허용과 시민권 부여, 교육 의료 사회서비스에서 차별철폐에 대한 비전을 이제는 전 사회적으로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비전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노동자운동의 역할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노동자운동은 가장 시급한 문제인 폭력적 단속추방을 저지하는 투쟁에 전면적으로 나서야 한다. 노동자의 가장 큰 힘은 단결에서 나온다는 고전적 진리를 떠올려도 그렇거니와 현실에서도 점점 늘어가는 이주노동자와 단결하지 않고서는 경쟁과 분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또한 노동자 국제주의가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 국경과 민족의 분할선을 넘어서 자본과 지배세력에 대해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일차적으로 이주노동자와 연대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이주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파악하고 그 어려움과 고통을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와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특히 지역차원에서 공대위가 구성되어 활동하는 곳(서울, 인천, 경기, 대구, 부산경남, 대전충청)이 많으므로 이를 중심으로 연대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내국인 조합원들에 대한 교육과 인식개선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주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사업장에 민주노총 단위 노조가 있는 경우에는 사업장 내 이주노동자 권리를 옹호하고 단속추방에 함께 맞서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주노동자를 노동조합으로 조직하는 흐름 또한 확산시킬 수 있다. ‘불법’인 사람은 없다!(No One is Illeg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