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상보다도 그 위험이 덜한 한미투자협정 협상도 스크린쿼터 문제 등으로 중단상태였다. 또한 한국의 취약한 농업 때문에 한미 간에는 FTA 체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미 양쪽 국가 모두에서 있었다. 그러나 현재 한미 FTA 협상은 버젓이 타결되어 정부 간 조인과 국회비준 일정을 앞에 두고 있다. 한국의 농업상황은 전혀 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의원 대부분, 김대중 전 대통령, 그리고 지배언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노무현 정권은 한미 FTA 타결을 성사시킨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계속해서 대립해오던 조∙중∙동 등 지배언론은 노무현 대통령의 과단성을 칭송하기에 여념이 없고,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도 이들의 칭송을 짐짓 즐기고 있는 듯하다. 한미 FTA 타결 전, 즉 이들 지배언론과의 밀월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개헌을 해야 한다고 입에 거품을 물더니, 타결 이후에는 이들 지배세력과의 관계가 다시 껄끄러워질 것을 두려워해서인지, ‘차기 국회에서의 개헌’이라는 누구도 지불의무가 없는 약속어음을 받고선 개헌카드를 슬며시 내려놓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한 가지 있다! 운동세력 일부에서는 지금껏 김영삼이 등장하면 김영삼과, 김대중이 등장하면 김대중과, 노무현이 등장하면 노무현과 지속적으로 연합을 추진해 왔다. 소위 ‘반수구 전선’이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노무현 탄핵 반대운동에의 참가가 절정이었다. 당시 이미 노무현 정권은 이라크 파병을 결정한 상태였고 노동자의 노동권과 민중의 생존권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반수구 전선’은 이러한 기형적인 연합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지금 이들은 또다시 정략적인 차원에서 한미 FTA를 반대하고 노무현에게서 떨어져 나온 ‘개혁적인’ 정치인들과 연합을 추진하고 있다. 심지어는 <한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신자유주의 반대 강령을 확인한 적이 없다면서 한미 FTA 저지를 위해서 ‘개혁적인’ 신자유주의자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한다. 한미 FTA를 반대하면서 신자유주의에 대해 동의한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현재 경제위기 아래서 진행되는 한미 FTA의 성격이나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거나 아니면 한미 FTA의 의미를 이해하더라도 신자유주의를 여전히 모종의 개혁조치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지 않을까 싶다. 이들의 언필칭 ‘개혁’ 정권 혹은 ‘개혁적인’ 인사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를 보면 후자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미 FTA는 한미 두 나라(지역) 차원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구체화하는 수단이고,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경제위기 아래에서 노동자 민중의 희생을 통해 초민족적 자본의 이윤율을 회복시키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추진주체는 개혁세력들, 즉 개명된 보수주의자들과 우경화한 자유주의자들이며 여기에는 양김, 노무현, 손학규, 김근태, 정동영, 천정배, 정운찬, 유시민, 심지어는 이명박, 박근혜까지도 포함될 수 있다. 신자유주의와 한미 FTA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찬성하는 자들은 진정한 신자유주의 반대세력도 아니고 진정한 한미 FTA 반대세력도 아닌 것이다. 혹여 ‘개혁세력’과 연합을 아직도 추진하는 이들은 이런 내용들을 알고도 모른 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민중운동에 대한 신뢰를 저버린 채, 앞서 지배세력의 일원으로 편입되어 간 선배들의 뒤를 따르기 위한 방편이라 생각하면 기우일까? 민중운동을 지속적으로 지배세력에게 헌납하여 민중운동을 분열시키고 피폐화시키는 분열주의적 행동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각설하고 한미 FTA가 한국경제에, 그리고 노동자 민중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점검해 보자. 이는 이후 한미 FTA 반대투쟁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일 것이다.1) 자유무역협정(FTA)의 핵심은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철폐를 통한 무역 자유화뿐만 아니라 각종 제도 및 관행의 변경을 통한 투자 자유화(서비스 부문을 포함하여)이다. 따라서 독립적으로 맺기도 하는 투자협정은 FTA의 한 장으로 들어가게 된다(그런 점에서 FTA의 번역어로서 자유무역협정은 FTA의 온전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은 단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무역 및 투자의 자유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자본의 소유권 보장이다. 자본의 소유권이 철저히 보장되면서 초민족적 자본은 거리낄 것 없이 어디든 마음대로 가서 축적활동을 할 수 있고, 언제든지 철수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자본의 완전한 이동의 자유는 그 자체만으로도 노동에게 위협이 되는데(특히 구조적 위기의 시대에) 이를테면, 자본의 철수뿐만 아니라 철수 위협만으로도 노동은 자본의 요구에 순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소유권 보장을 위한 내용은 수용의 엄격한 제한, 의무이행부과금지, 투자자의 국가 제소권 등이다. 이 중 특히 투자자의 국가 제소권은 소유권 보장의 최종적 보루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소유권에 대한 일체의 침해가 불가능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투자자 국가 제소권은 자본의 권리장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명목상으로는 양국 공히 인정된다는 소유권 보장이라 하더라도 실제로는 국가 간의 힘관계가 반영되면서 중심부 국가에 기반을 두고 있는 자본에 대한 소유권이 훨씬 더 강하게 보장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2) 자본에 대한 소유권을 철저하게 보장하는 문제를 제쳐놓는다면 역시 FTA의 최대 쟁점은 FTA로 인해 성장률이 이전보다 더 증가하는가 여부와 이 안에서 노동자 민중의 권리가 신장되는가이다. 이는 한미 FTA에도 마찬가지다. 한미 FTA 체결로 한미 FTA를 체결하기 전보다 더 성장률이 높아지는가? 한미 FTA 체결로 성장률이 체결을 하지 않을 경우보다 높아진다면 이는 생산성증대 혹은 고용증대에서 기인하거나 아니면 이 둘 다에서 기인하는 것일 것이다(이 두 요소 중 어느 것이 더 많은 기여를 하게 될지는 미지수이다.). 그리고 추가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면 정부가 이야기하는 대로 사회 양극화 개선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성장은 반드시 고용증대 및 임금상승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은 열어 주기 때문이다. 정부와 자본은 양국 간의 관세 및 비관세 철폐로 한국의 대미수출이 증대되고, 추가적인 투자 자유화로 투자가 증가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추가적인 성장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연산가능 일반균형모델(CGE)에 기초한 컴퓨터 프로그램(GTAP)을 이용하여 추가적인 성장치 및 고용수치와 무역수지 변화치를 제시하였다. 일견 옳은 듯 보이는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떻게 문제제기를 할 수 있을까? FTA로 피해계층이 생긴다는 것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렇게 명명백백하게 전체적으로 이득이 있다면 이득을 얻는 산업 혹은 계층에서 세금을 조금 거둬 피해를 보는 산업 혹은 계층을 지원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래도 ‘남는 것’이 있으니 FTA를 체결한다는 것이다.3) 여기서 쟁점이 되는 것은 ① 추가적인 성장이 발생하는가 ② 추가적인 성장이 외국계 자본의 생산활동까지 포함해서 계측하는 국내총생산(GDP)에서뿐만 아니라 순수한 한국민의 생산활동만을 계측하는 국민총생산(GNP)에서도 발생하는가 ③ 추가적인 성장에서 노동자 민중의 몫이 커지는가 ④ 피해계층의 지원대책이 이전의 소득정도는 보장할 만큼 충분한가 등이 될 것이다. 이 4가지 질문에 모두 긍정적인 답이 나와야 노동자 민중진영은 FTA에 대한 비판의 날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네 가지 질문에 모두 긍정적인 답이 나올지라도 FTA에 대한 반대 혹은 비판을 할 수도 있는데, 구조조정 혹은 직업이전 등은 금전적인 보상으로 환산할 수 없는 커다란 고통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답을 구하는 방법은 경험적인 사례를 살펴보는 방법과 이론적 논증을 통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경험적인 답을 구하는 방법으로는 간접적인 방법밖에 있을 수 없는데 그 하나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적이 있는 국가(한국과 비슷한 경제발전 정도를 보이고 있는 나라, 예를 들면 멕시코)의 경제적 성과를 살펴보거나 다른 하나는 한국의 과거 무역 및 투자의 자유화 경험을 살펴보는 것이다. 또한 이론적으로 논증을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경험적 사례를 들어 따져보도록 하자. 멕시코 사례는 자유무역협정 찬∙반 양 진영으로부터 이용이 되고 있다. 찬성 진영은 경제적 성과(성장, 수출, 투자)가 그리 나쁘지 않으며, 부익부 빈익빈의 심화는 단지 FTA 때문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반대 진영도 멕시코 사례는 한미 FTA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 좋은 사례인데, 경제적 성과가 그리 좋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한미FTA를 추진하던 초기 정부문서에도 멕시코 사례는 부정적인 사례로 거론된 바 있을 정도이다. 과거 한국 경제는 현재의 한미 FTA에서의 자유화에 버금가는 자유화 사례를 가지고 있는데 이 경험을 통해서 한미 FTA의 효과를 간접적으로 측량해 볼 수도 있다. 그 사례는 다름 아니라 80년대 말 90년대 초반에 진행된 대폭적인 관세인하(20%대에서 10% 이하로 인하되었는데 현재 한미 FTA에서의 관세철폐 크기를 월등히 능가한다.)를 통한 무역 자유화와 97년 IMF 위기 이후 구조조정협약에 의해 부과된 투자자유화가 그것이다.4) 이 두 가지 자유화조치는 98년 이후 한국경제의 성과에 전적인 영향은 아니더라도 일정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필시 전자, 즉 80년대 말 90년대 초반의 대폭적인 관세 인하는 97년 위기 직전의 무역수지 적자 확대와 이로 인한 97년의 경제위기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지만 여기서는 이것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자.). 그런데 98년 이후 한국경제의 결과를 보면 그 이전에 비해 현저히 나쁘게 나오고 있다. 우선 공황 시기인 98년을 제외한다 하더라도 성장률 추세가 이전보다 더 낮아졌는데 이는 무역수지 흑자(성장률을 높이는 효과)가 많이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내수소비 및 투자가 부진하면서 초래된 현상이다. 투자부진은 특히 문제인데 정부가 주장하는 외국인 직접투자가 많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초민족적 자본이 장악한 기업에서의 실물투자는 부진했다. 자본계정에서의 외국인 직접투자 및 주식투자의 증가는 자산계정의 유형고정자산 증가(진정한 실물투자)와는 하등 관계가 없다. 정부는 FTA로 직접투자5)가 늘게 된다고 이야기하는데 여기서 직접투자는 실물투자 증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그 외에도 국내총생산 증가율보다 더 낮은 국민총생산 증가율, 공식 실업통계보다 훨씬 더 심각한 실업상황 및 비정규직의 증가로 인한 소득분배 악화, 초민족적 자본의 한국기업지배 및 이로 인한 잉여유출과 국부유출, 장기적으로 기술종속 탈피를 불가능하게 할 심각한 두뇌유출 등 한국경제의 성과는 매우 좋지 않다. 이 모든 결과를 90년대 초반 관세 인하로 인한 무역 자유화와 구조조정협약에 의한 투자 자유화 때문이라고는 할 수는 없을 것이나, 최소한 일련의 무역 및 투자 자유화 조치가 한국경제 위기를 극복해 주거나 이전보다 더 나은 성과를 가져다주지는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역 및 투자 자유화가 성장 및 고용 증대에 효과가 있다는 정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론으로는 뭐니뭐니해도 비교우위론과 직접투자론일 것이다.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통해 보호하고 있는 산업에서 이 장벽을 허물어 자유화하여,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산업에 집중하고 열위에 있는 산업을 포기하면 보다 많은 성장을 가져온다는 것이 비교우위론이고, 직접투자론은 외국인직접투자는 반드시 생산 및 고용증대를 가져온다는 이론이다. 비교우위론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국제 무역체제의 변화에 따라 많은 까다로운 경제학적 논의가 있지만, 단적으로 이야기해서 무역수지 균형을 달성하는 메카니즘(‘균형환율로서 실질환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고(일본과 미국 사이의 무역에서 몇 십 년간의 일본의 계속적인 흑자가 좋은 사례가 되겠다.), 달러 본위제와 변동 환율제 아래 가속화되는 금융세계화의 조건에서 환율 변동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보다 근원적으로는 비교우위론에 따른 부등가교환(‘자유무역제국주의’)으로 인해 중심․주변간의 지배․종속 관계가 유지된다는 문제가 있다. 한미 FTA로 생각해보면 농업과 제약산업 등 일부 비교열위산업은 포기하고 해당 산업의 상품은 수입을 하는 대신 다른 산업의 상품을 수출한다고 무역수지 균형이 달성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즉, 농업 및 제약산업에서의 적자확대와 미국으로부터의 자본유입, 그리고 실업발생이 병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생산력 격차로 인해 미국으로 가치가 이전된다는 것이다. 직접투자론에 대한 비판으로는 구조적 경제위기 하에서 외국인 직접투자는 주식투자와 다들 바 없는 자본계정에서의 금융투기일 뿐 실물투자와는 상관이 없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겠다. 당연히 새로운 일자리는 없다. 오히려 구조조정이 만연할 뿐이다. 정부 관료와 주류 경제학자들이 신봉하는 경제학에는 현실에서는 존재하는 이러한 구조적 위기에 대한 개념이나 이론이 없다. 그래서 당연히 현실분석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고 이들의 주장은 허구적인 이데올로기로 전화되었다. 우리의 판단으로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위기의 시대에 한미 FTA로 농업이 포기되면 농민들 대다수는 새로운 산업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농촌 빈민이 될 것이고, 서비스업에 들어오는 직접투자는 기존 한국인 서비스사업자를 구축(驅逐)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할 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또한 제조업 제품 관세율이 미국은 낮고 한국은 높아서 이 관세율이 제로관세가 될 경우 수출증가효과보다는 수입증가효과가 높을 것이다. 농업에서의 무역역조효과까지 더해져 무역수지 효과는 당연히 적자일 것이다. 이는 정부산하 연구소나 심지어는 미국의 경제연구소를 망라해서 모든 경제연구기관의 일치된 견해다. 미국계 서비스 자본의 진출로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이 높아질 수는 있을텐데 이 생산성증대의 이익은 미국계 자본에게만 귀속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그 곳 노동자들에 추가적인 임금인상이나 고용증가로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노동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해 인력을 최소화하고 그 대부분을 비정규직으로 채울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 부문에서의 국내총생산(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외국자본의 생산활동까지 포함하여 계측한 것)은 추가적인 성장이 있을 수 있으나 국민총생산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어떤 이들은 국내총생산 증가와 고용증대 사이에는 양의 상관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국내총생산 증가가 있다면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데 이 경우 국내총생산 증가는 구조조정을 통한 생산성 증대, 서비스 고급화로 인한 것이어서 고용증대와는 무관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그런데 문제는 이 구조적 위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비교우위론에 근거한 자유무역론은 실업증대로 귀결될 것이고, 직접투자유치는 실물투자 증대로 이어지기는커녕 금융투기7)만을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판단된다. 또한 제도 선진화 차원에서 강화시킨다는 지적재산권은 한국경제에 막대한 추가적인 부담을 야기할 것이다. 세계은행 조사에 의하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맺어진 지적재산권 협정(TRIPs)로 가장 커다란 부담을 져야 할 나라는 한국이다. 그런데 한미 FTA에서 지적재산권은 보다 강화될 예정이고 집행이 보다 엄밀해질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로 인한 추가적인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한미 FTA의 체결을 통한 추가적인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고(국민총생산의 추가생산은 물론이려니와 국내총생산의 추가성장도 마찬가지다.), 이런 저성장 상태에서는 고용증대 및 임금상승에 대한 기대도 어렵다고 하겠다. 오히려 농업부문에서 발생한 실업인구가 다른 곳에서 좋은 일자리를 쉽게 얻지 못함으로써 전반적으로 실업과 비정규직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또한 성장정체, 관세수입 감소, 지적재산권 강화로 인해 정부 세입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 피해계층에 대한 보상조차도 충분히(?) 이루어질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한다면 한미 FTA는 앞에서 거론한 네 가지 기준 중 어느 것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 네 가지 기준을 다 충족한다 하더라도 금전적 기준으로 따질 수 없는 농업에서의 피해, 금융적 불안정 확대로 인한 경제위기 가능성 등 때문에서라도 한미 FTA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노동자 민중의 입장에서 한미 FTA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겠다. 1) 이하 내용은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교육위 자료로 작성한 내용을 약간 수정을 하였고 각주를 달았다.본문으로 2) ‘투자자 국가 제소’ 건수가 얼마 안 되고 그 피해액이 얼마 안 된다는 지배세력의 반박이 있다. 그러나 이런 조항으로 인해 국가 정책이 자본의 소유권 침해를 가져오는 일체의 정책을 고려조차 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문제가 더 심각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조항에 힘입어 초민족적 금융자본의 투기활동이 아무런 제약도 없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 또한 문제이지 않을까?본문으로 3) 직접적인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높은 계층이나 부문의 경우 한미 FTA는 재앙으로 인식될 것이다. IMF 위기 10배, 100배와 맞먹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운동사회의 구호는 이런 계층이나 부문의 입장에서 전혀 문제가 될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런 계층이나 부문이 운동의 중심에 서야 한다. 그러나 한미 FTA 비판이 여기에만 머물러서도 안 된다. 한국경제나 한국사회 전체에 대한 한미 FTA의 효과와 관련한 지배세력의 이야기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본문으로 4) 한미 FTA의 효과를 예상해 보는 데 있어서 IMF 구조조정협약이 한국경제 및 한국사회에 미친 결과를 그 근거로 삼는 것은 언뜻 보면 불합리해 보인다. IMF 구조조정협약에서는 한국의 일방적인 개방만 있고, 한미 FTA에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제학에 의하면 일방적인 개방이라 할지라도 비교우위에 따른 무역의 특화 및 자원배분의 개선 효과가 있게 되고, 투자가 유치되면서 생산 및 고용의 증대를 가져온다. 즉 경제학에 따르면 IMF 구조조정협약을 통한 한국만의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가 한국경제에 피해를 가져오는 조치가 아닌 것이다. 또한 한미 FTA에서 미국시장의 개방이 있게 되겠지만 관세는 이미 낮은 수준이어서 미국시장 개방을 통한 무역증대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고 투자와 관련해서도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한미 간의 투자의 일방적 흐름으로 인해 한국자본의 대미 투자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즉 미국이 일정하게 높은 관세를 통해 보호하고 있는 섬유시장 개방 같은 극히 일부의 것을 제외한다면 한미 FTA도 IMF 구조조정협약과 같은 일방적인 개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를 이렇게 본다면 운동사회나 일부 언론에서 이번 협상타결에 대해 ‘퍼주기 협상’이라 비판하는 것은 과녁을 제대로 조준한 것은 아니라 하겠다. 협상단은 농업과 일부 비효율적인 서비스 부문을 다 내주기로, 즉 퍼주기로 작정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것이 한국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믿었고, 그것을 실천에 옮겼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개방이 지배세력이 주장하는 대로 한국경제 및 한국사회에 이익을 가져오느냐의 여부다. 보다 정확하게 이야기해서 구조적 위기 하에 개도국인 한국이 선진제국인 미국과 무역과 투자를 자유화하는 것이 한국경제 및 한국사회에 이익을 가져다주는가의 문제다.본문으로 5) 외국인 1인 지분이 10% 이상인 경우를 말하는데, 이 기준에 따라 외환은행 주식을 30% 이상 매입한 론스타의 행위도 당연히 직접투자로 분류되고 있다.본문으로 6) 자세한 비판은 윤소영, 『마르크스의 ‘경제학 비판’(개정판)』, 공감을 참조하라.본문으로 7) 외국계 초민족자본이 경영권을 장악한 많은 회사들(만도기계, 오티스, 캐리어 등)의 경우 유형자산에 대한 투자가 실제로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본문으로
한미 FTA 협상보다도 그 위험이 덜한 한미투자협정 협상도 스크린쿼터 문제 등으로 중단상태였다. 또한 한국의 취약한 농업 때문에 한미 간에는 FTA 체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미 양쪽 국가 모두에서 있었다. 그러나 현재 한미 FTA 협상은 버젓이 타결되어 정부 간 조인과 국회비준 일정을 앞에 두고 있다. 한국의 농업상황은 전혀 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의원 대부분, 김대중 전 대통령, 그리고 지배언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노무현 정권은 한미 FTA 타결을 성사시킨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계속해서 대립해오던 조∙중∙동 등 지배언론은 노무현 대통령의 과단성을 칭송하기에 여념이 없고,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도 이들의 칭송을 짐짓 즐기고 있는 듯하다. 한미 FTA 타결 전, 즉 이들 지배언론과의 밀월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개헌을 해야 한다고 입에 거품을 물더니, 타결 이후에는 이들 지배세력과의 관계가 다시 껄끄러워질 것을 두려워해서인지, ‘차기 국회에서의 개헌’이라는 누구도 지불의무가 없는 약속어음을 받고선 개헌카드를 슬며시 내려놓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한 가지 있다! 운동세력 일부에서는 지금껏 김영삼이 등장하면 김영삼과, 김대중이 등장하면 김대중과, 노무현이 등장하면 노무현과 지속적으로 연합을 추진해 왔다. 소위 ‘반수구 전선’이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노무현 탄핵 반대운동에의 참가가 절정이었다. 당시 이미 노무현 정권은 이라크 파병을 결정한 상태였고 노동자의 노동권과 민중의 생존권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반수구 전선’은 이러한 기형적인 연합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지금 이들은 또다시 정략적인 차원에서 한미 FTA를 반대하고 노무현에게서 떨어져 나온 ‘개혁적인’ 정치인들과 연합을 추진하고 있다. 심지어는 <한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신자유주의 반대 강령을 확인한 적이 없다면서 한미 FTA 저지를 위해서 ‘개혁적인’ 신자유주의자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한다. 한미 FTA를 반대하면서 신자유주의에 대해 동의한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현재 경제위기 아래서 진행되는 한미 FTA의 성격이나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거나 아니면 한미 FTA의 의미를 이해하더라도 신자유주의를 여전히 모종의 개혁조치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지 않을까 싶다. 이들의 언필칭 ‘개혁’ 정권 혹은 ‘개혁적인’ 인사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지를 보면 후자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미 FTA는 한미 두 나라(지역) 차원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구체화하는 수단이고,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경제위기 아래에서 노동자 민중의 희생을 통해 초민족적 자본의 이윤율을 회복시키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추진주체는 개혁세력들, 즉 개명된 보수주의자들과 우경화한 자유주의자들이며 여기에는 양김, 노무현, 손학규, 김근태, 정동영, 천정배, 정운찬, 유시민, 심지어는 이명박, 박근혜까지도 포함될 수 있다. 신자유주의와 한미 FTA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찬성하는 자들은 진정한 신자유주의 반대세력도 아니고 진정한 한미 FTA 반대세력도 아닌 것이다. 혹여 ‘개혁세력’과 연합을 아직도 추진하는 이들은 이런 내용들을 알고도 모른 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민중운동에 대한 신뢰를 저버린 채, 앞서 지배세력의 일원으로 편입되어 간 선배들의 뒤를 따르기 위한 방편이라 생각하면 기우일까? 민중운동을 지속적으로 지배세력에게 헌납하여 민중운동을 분열시키고 피폐화시키는 분열주의적 행동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각설하고 한미 FTA가 한국경제에, 그리고 노동자 민중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점검해 보자. 이는 이후 한미 FTA 반대투쟁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일 것이다.1) 자유무역협정(FTA)의 핵심은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철폐를 통한 무역 자유화뿐만 아니라 각종 제도 및 관행의 변경을 통한 투자 자유화(서비스 부문을 포함하여)이다. 따라서 독립적으로 맺기도 하는 투자협정은 FTA의 한 장으로 들어가게 된다(그런 점에서 FTA의 번역어로서 자유무역협정은 FTA의 온전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은 단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무역 및 투자의 자유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자본의 소유권 보장이다. 자본의 소유권이 철저히 보장되면서 초민족적 자본은 거리낄 것 없이 어디든 마음대로 가서 축적활동을 할 수 있고, 언제든지 철수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자본의 완전한 이동의 자유는 그 자체만으로도 노동에게 위협이 되는데(특히 구조적 위기의 시대에) 이를테면, 자본의 철수뿐만 아니라 철수 위협만으로도 노동은 자본의 요구에 순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소유권 보장을 위한 내용은 수용의 엄격한 제한, 의무이행부과금지, 투자자의 국가 제소권 등이다. 이 중 특히 투자자의 국가 제소권은 소유권 보장의 최종적 보루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소유권에 대한 일체의 침해가 불가능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투자자 국가 제소권은 자본의 권리장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명목상으로는 양국 공히 인정된다는 소유권 보장이라 하더라도 실제로는 국가 간의 힘관계가 반영되면서 중심부 국가에 기반을 두고 있는 자본에 대한 소유권이 훨씬 더 강하게 보장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2) 자본에 대한 소유권을 철저하게 보장하는 문제를 제쳐놓는다면 역시 FTA의 최대 쟁점은 FTA로 인해 성장률이 이전보다 더 증가하는가 여부와 이 안에서 노동자 민중의 권리가 신장되는가이다. 이는 한미 FTA에도 마찬가지다. 한미 FTA 체결로 한미 FTA를 체결하기 전보다 더 성장률이 높아지는가? 한미 FTA 체결로 성장률이 체결을 하지 않을 경우보다 높아진다면 이는 생산성증대 혹은 고용증대에서 기인하거나 아니면 이 둘 다에서 기인하는 것일 것이다(이 두 요소 중 어느 것이 더 많은 기여를 하게 될지는 미지수이다.). 그리고 추가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면 정부가 이야기하는 대로 사회 양극화 개선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성장은 반드시 고용증대 및 임금상승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은 열어 주기 때문이다. 정부와 자본은 양국 간의 관세 및 비관세 철폐로 한국의 대미수출이 증대되고, 추가적인 투자 자유화로 투자가 증가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추가적인 성장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연산가능 일반균형모델(CGE)에 기초한 컴퓨터 프로그램(GTAP)을 이용하여 추가적인 성장치 및 고용수치와 무역수지 변화치를 제시하였다. 일견 옳은 듯 보이는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떻게 문제제기를 할 수 있을까? FTA로 피해계층이 생긴다는 것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렇게 명명백백하게 전체적으로 이득이 있다면 이득을 얻는 산업 혹은 계층에서 세금을 조금 거둬 피해를 보는 산업 혹은 계층을 지원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래도 ‘남는 것’이 있으니 FTA를 체결한다는 것이다.3) 여기서 쟁점이 되는 것은 ① 추가적인 성장이 발생하는가 ② 추가적인 성장이 외국계 자본의 생산활동까지 포함해서 계측하는 국내총생산(GDP)에서뿐만 아니라 순수한 한국민의 생산활동만을 계측하는 국민총생산(GNP)에서도 발생하는가 ③ 추가적인 성장에서 노동자 민중의 몫이 커지는가 ④ 피해계층의 지원대책이 이전의 소득정도는 보장할 만큼 충분한가 등이 될 것이다. 이 4가지 질문에 모두 긍정적인 답이 나와야 노동자 민중진영은 FTA에 대한 비판의 날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네 가지 질문에 모두 긍정적인 답이 나올지라도 FTA에 대한 반대 혹은 비판을 할 수도 있는데, 구조조정 혹은 직업이전 등은 금전적인 보상으로 환산할 수 없는 커다란 고통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답을 구하는 방법은 경험적인 사례를 살펴보는 방법과 이론적 논증을 통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경험적인 답을 구하는 방법으로는 간접적인 방법밖에 있을 수 없는데 그 하나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적이 있는 국가(한국과 비슷한 경제발전 정도를 보이고 있는 나라, 예를 들면 멕시코)의 경제적 성과를 살펴보거나 다른 하나는 한국의 과거 무역 및 투자의 자유화 경험을 살펴보는 것이다. 또한 이론적으로 논증을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경험적 사례를 들어 따져보도록 하자. 멕시코 사례는 자유무역협정 찬∙반 양 진영으로부터 이용이 되고 있다. 찬성 진영은 경제적 성과(성장, 수출, 투자)가 그리 나쁘지 않으며, 부익부 빈익빈의 심화는 단지 FTA 때문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반대 진영도 멕시코 사례는 한미 FTA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 좋은 사례인데, 경제적 성과가 그리 좋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한미FTA를 추진하던 초기 정부문서에도 멕시코 사례는 부정적인 사례로 거론된 바 있을 정도이다. 과거 한국 경제는 현재의 한미 FTA에서의 자유화에 버금가는 자유화 사례를 가지고 있는데 이 경험을 통해서 한미 FTA의 효과를 간접적으로 측량해 볼 수도 있다. 그 사례는 다름 아니라 80년대 말 90년대 초반에 진행된 대폭적인 관세인하(20%대에서 10% 이하로 인하되었는데 현재 한미 FTA에서의 관세철폐 크기를 월등히 능가한다.)를 통한 무역 자유화와 97년 IMF 위기 이후 구조조정협약에 의해 부과된 투자자유화가 그것이다.4) 이 두 가지 자유화조치는 98년 이후 한국경제의 성과에 전적인 영향은 아니더라도 일정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필시 전자, 즉 80년대 말 90년대 초반의 대폭적인 관세 인하는 97년 위기 직전의 무역수지 적자 확대와 이로 인한 97년의 경제위기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지만 여기서는 이것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자.). 그런데 98년 이후 한국경제의 결과를 보면 그 이전에 비해 현저히 나쁘게 나오고 있다. 우선 공황 시기인 98년을 제외한다 하더라도 성장률 추세가 이전보다 더 낮아졌는데 이는 무역수지 흑자(성장률을 높이는 효과)가 많이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내수소비 및 투자가 부진하면서 초래된 현상이다. 투자부진은 특히 문제인데 정부가 주장하는 외국인 직접투자가 많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초민족적 자본이 장악한 기업에서의 실물투자는 부진했다. 자본계정에서의 외국인 직접투자 및 주식투자의 증가는 자산계정의 유형고정자산 증가(진정한 실물투자)와는 하등 관계가 없다. 정부는 FTA로 직접투자5)가 늘게 된다고 이야기하는데 여기서 직접투자는 실물투자 증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그 외에도 국내총생산 증가율보다 더 낮은 국민총생산 증가율, 공식 실업통계보다 훨씬 더 심각한 실업상황 및 비정규직의 증가로 인한 소득분배 악화, 초민족적 자본의 한국기업지배 및 이로 인한 잉여유출과 국부유출, 장기적으로 기술종속 탈피를 불가능하게 할 심각한 두뇌유출 등 한국경제의 성과는 매우 좋지 않다. 이 모든 결과를 90년대 초반 관세 인하로 인한 무역 자유화와 구조조정협약에 의한 투자 자유화 때문이라고는 할 수는 없을 것이나, 최소한 일련의 무역 및 투자 자유화 조치가 한국경제 위기를 극복해 주거나 이전보다 더 나은 성과를 가져다주지는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역 및 투자 자유화가 성장 및 고용 증대에 효과가 있다는 정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론으로는 뭐니뭐니해도 비교우위론과 직접투자론일 것이다. 관세와 비관세 장벽을 통해 보호하고 있는 산업에서 이 장벽을 허물어 자유화하여,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산업에 집중하고 열위에 있는 산업을 포기하면 보다 많은 성장을 가져온다는 것이 비교우위론이고, 직접투자론은 외국인직접투자는 반드시 생산 및 고용증대를 가져온다는 이론이다. 비교우위론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국제 무역체제의 변화에 따라 많은 까다로운 경제학적 논의가 있지만, 단적으로 이야기해서 무역수지 균형을 달성하는 메카니즘(‘균형환율로서 실질환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고(일본과 미국 사이의 무역에서 몇 십 년간의 일본의 계속적인 흑자가 좋은 사례가 되겠다.), 달러 본위제와 변동 환율제 아래 가속화되는 금융세계화의 조건에서 환율 변동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보다 근원적으로는 비교우위론에 따른 부등가교환(‘자유무역제국주의’)으로 인해 중심․주변간의 지배․종속 관계가 유지된다는 문제가 있다. 한미 FTA로 생각해보면 농업과 제약산업 등 일부 비교열위산업은 포기하고 해당 산업의 상품은 수입을 하는 대신 다른 산업의 상품을 수출한다고 무역수지 균형이 달성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즉, 농업 및 제약산업에서의 적자확대와 미국으로부터의 자본유입, 그리고 실업발생이 병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생산력 격차로 인해 미국으로 가치가 이전된다는 것이다. 직접투자론에 대한 비판으로는 구조적 경제위기 하에서 외국인 직접투자는 주식투자와 다들 바 없는 자본계정에서의 금융투기일 뿐 실물투자와는 상관이 없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겠다. 당연히 새로운 일자리는 없다. 오히려 구조조정이 만연할 뿐이다. 정부 관료와 주류 경제학자들이 신봉하는 경제학에는 현실에서는 존재하는 이러한 구조적 위기에 대한 개념이나 이론이 없다. 그래서 당연히 현실분석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고 이들의 주장은 허구적인 이데올로기로 전화되었다. 우리의 판단으로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위기의 시대에 한미 FTA로 농업이 포기되면 농민들 대다수는 새로운 산업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농촌 빈민이 될 것이고, 서비스업에 들어오는 직접투자는 기존 한국인 서비스사업자를 구축(驅逐)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할 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또한 제조업 제품 관세율이 미국은 낮고 한국은 높아서 이 관세율이 제로관세가 될 경우 수출증가효과보다는 수입증가효과가 높을 것이다. 농업에서의 무역역조효과까지 더해져 무역수지 효과는 당연히 적자일 것이다. 이는 정부산하 연구소나 심지어는 미국의 경제연구소를 망라해서 모든 경제연구기관의 일치된 견해다. 미국계 서비스 자본의 진출로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이 높아질 수는 있을텐데 이 생산성증대의 이익은 미국계 자본에게만 귀속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그 곳 노동자들에 추가적인 임금인상이나 고용증가로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노동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해 인력을 최소화하고 그 대부분을 비정규직으로 채울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 부문에서의 국내총생산(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외국자본의 생산활동까지 포함하여 계측한 것)은 추가적인 성장이 있을 수 있으나 국민총생산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어떤 이들은 국내총생산 증가와 고용증대 사이에는 양의 상관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국내총생산 증가가 있다면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데 이 경우 국내총생산 증가는 구조조정을 통한 생산성 증대, 서비스 고급화로 인한 것이어서 고용증대와는 무관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그런데 문제는 이 구조적 위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비교우위론에 근거한 자유무역론은 실업증대로 귀결될 것이고, 직접투자유치는 실물투자 증대로 이어지기는커녕 금융투기7)만을 활성화시킬 것이라고 판단된다. 또한 제도 선진화 차원에서 강화시킨다는 지적재산권은 한국경제에 막대한 추가적인 부담을 야기할 것이다. 세계은행 조사에 의하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맺어진 지적재산권 협정(TRIPs)로 가장 커다란 부담을 져야 할 나라는 한국이다. 그런데 한미 FTA에서 지적재산권은 보다 강화될 예정이고 집행이 보다 엄밀해질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로 인한 추가적인 부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한미 FTA의 체결을 통한 추가적인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고(국민총생산의 추가생산은 물론이려니와 국내총생산의 추가성장도 마찬가지다.), 이런 저성장 상태에서는 고용증대 및 임금상승에 대한 기대도 어렵다고 하겠다. 오히려 농업부문에서 발생한 실업인구가 다른 곳에서 좋은 일자리를 쉽게 얻지 못함으로써 전반적으로 실업과 비정규직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또한 성장정체, 관세수입 감소, 지적재산권 강화로 인해 정부 세입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 피해계층에 대한 보상조차도 충분히(?) 이루어질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한다면 한미 FTA는 앞에서 거론한 네 가지 기준 중 어느 것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 네 가지 기준을 다 충족한다 하더라도 금전적 기준으로 따질 수 없는 농업에서의 피해, 금융적 불안정 확대로 인한 경제위기 가능성 등 때문에서라도 한미 FTA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노동자 민중의 입장에서 한미 FTA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겠다. 1) 이하 내용은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교육위 자료로 작성한 내용을 약간 수정을 하였고 각주를 달았다.본문으로 2) ‘투자자 국가 제소’ 건수가 얼마 안 되고 그 피해액이 얼마 안 된다는 지배세력의 반박이 있다. 그러나 이런 조항으로 인해 국가 정책이 자본의 소유권 침해를 가져오는 일체의 정책을 고려조차 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문제가 더 심각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조항에 힘입어 초민족적 금융자본의 투기활동이 아무런 제약도 없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 또한 문제이지 않을까?본문으로 3) 직접적인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높은 계층이나 부문의 경우 한미 FTA는 재앙으로 인식될 것이다. IMF 위기 10배, 100배와 맞먹는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운동사회의 구호는 이런 계층이나 부문의 입장에서 전혀 문제가 될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런 계층이나 부문이 운동의 중심에 서야 한다. 그러나 한미 FTA 비판이 여기에만 머물러서도 안 된다. 한국경제나 한국사회 전체에 대한 한미 FTA의 효과와 관련한 지배세력의 이야기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본문으로 4) 한미 FTA의 효과를 예상해 보는 데 있어서 IMF 구조조정협약이 한국경제 및 한국사회에 미친 결과를 그 근거로 삼는 것은 언뜻 보면 불합리해 보인다. IMF 구조조정협약에서는 한국의 일방적인 개방만 있고, 한미 FTA에서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제학에 의하면 일방적인 개방이라 할지라도 비교우위에 따른 무역의 특화 및 자원배분의 개선 효과가 있게 되고, 투자가 유치되면서 생산 및 고용의 증대를 가져온다. 즉 경제학에 따르면 IMF 구조조정협약을 통한 한국만의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가 한국경제에 피해를 가져오는 조치가 아닌 것이다. 또한 한미 FTA에서 미국시장의 개방이 있게 되겠지만 관세는 이미 낮은 수준이어서 미국시장 개방을 통한 무역증대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고 투자와 관련해서도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한미 간의 투자의 일방적 흐름으로 인해 한국자본의 대미 투자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즉 미국이 일정하게 높은 관세를 통해 보호하고 있는 섬유시장 개방 같은 극히 일부의 것을 제외한다면 한미 FTA도 IMF 구조조정협약과 같은 일방적인 개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를 이렇게 본다면 운동사회나 일부 언론에서 이번 협상타결에 대해 ‘퍼주기 협상’이라 비판하는 것은 과녁을 제대로 조준한 것은 아니라 하겠다. 협상단은 농업과 일부 비효율적인 서비스 부문을 다 내주기로, 즉 퍼주기로 작정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것이 한국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믿었고, 그것을 실천에 옮겼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개방이 지배세력이 주장하는 대로 한국경제 및 한국사회에 이익을 가져오느냐의 여부다. 보다 정확하게 이야기해서 구조적 위기 하에 개도국인 한국이 선진제국인 미국과 무역과 투자를 자유화하는 것이 한국경제 및 한국사회에 이익을 가져다주는가의 문제다.본문으로 5) 외국인 1인 지분이 10% 이상인 경우를 말하는데, 이 기준에 따라 외환은행 주식을 30% 이상 매입한 론스타의 행위도 당연히 직접투자로 분류되고 있다.본문으로 6) 자세한 비판은 윤소영, 『마르크스의 ‘경제학 비판’(개정판)』, 공감을 참조하라.본문으로 7) 외국계 초민족자본이 경영권을 장악한 많은 회사들(만도기계, 오티스, 캐리어 등)의 경우 유형자산에 대한 투자가 실제로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