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대책 연석회의>가 발족하는 등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문제가 사회 위기의 핵심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노인수발보장제도를 도입해 고령화 사회의 간병과 노후보장을 보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족 내에서 여성이 수행해온 간병과 보살핌의 역할이 저임금 노동의 형태로 이전⋅제도화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미 많은 여성들이 보육, 가사 관리, 간병 등 비공식부문 노동이라 불리는 노동에 종사하며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외면한 채 여성들에게 더 많은 부담을 지우는 방식의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2004년 서울대 병원 무료 간병인소개소 폐지에 반대하여 간병인 최초로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8개월간의 싸움으로 노조에서 운영하는 무료 간병인소개소를 쟁취했던1) 서울대병원 노동조합 간병인 지부 정금자 지부장님을 만나보았다. 그녀에게서 한국 간병인 노동자들의 현실과 투쟁에 대해, 정부에서 시행하려고 하는 노인수발보장제도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사회운동: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2003년 서울대병원 무료소개소 폐지 반대투쟁을 진행하시면서 서울대 병원 간병인 노조가 만들어 졌는데요, 그 투쟁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 어떤 평가가 있나요? 정금자: 그 때는 일터를 되찾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노동조합도 만들게 된 것이죠. 그것이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처음에 했던 말과 달리 우리가 특수고용노동자이고 노동3권도 없다며 실제로는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요. 교섭도 하지 않고 처우 개선을 위한 요구를 해도 묵묵부답입니다. 병원에서는 우리들의 아무런 권리도 보장하고 있지 않아요. 결국 우리가 얻은 것은 일자리를 보전하는 것 이상 이하도 아니었죠. 이것이 한계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저임금 문제입니다. 24시간 일하고 5만원이라는 임금을 받는 상황이에요. 8시간 기준으로 하면 일당 16600원 밖에 안돼요. 세상 어느 곳에도 이런 일자리는 없죠. 지금 간병인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24시간 동안 일하기 위해 가정을 포기하고 나왔어요. 간병인 노동자는 그 가정의 생계를 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삶을 간병 일에 걸고 있는 거죠. 간병 노동은 24시간 환자 곁에 있어야만 하고 수시로 환자를 돌봐야 하는 일입니다. 항상 대기하고 있다가 환자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죠. 그래서 환자 곁을 떠날 수 없고 항상 준비된 상태에서 기다려야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환자는 자신의 고통과 불편함으로 인한 불만을 가까이 있는 간병인에게 풀기도 해요. 엄청난 인격침해가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죠. 그래도 다들 고통에 처한 환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참으려 해요. 인생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하면서요. 그래서 간병 노동은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마지막 친구가 되어주는 사람들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환자에게 잘 하라고 교육합니다. 그만큼 간병 노동 자체가 권리 주장이 힘든 조건이에요. 이렇게 일이 힘든 건 각오할 수 있는데, 문제는 노력한 만큼 생계가 보장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낙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4시간 일하고 5만원은 너무한 거죠. 세끼 밥 사먹어야 되고 교통비 들고 이것저것 빼면 남는 게 없어요. 그래서 엄마들이 밥을 안 사먹어요. 그냥 주말에 집에 가면 밥을 싸와 냉동실에 넣어 놓고 녹여서 김치랑 아무거랑 되는대로 먹죠. 그래서 건강도 많이 상해요. 이렇게 열악한 우리 노동 조건을 개선하고자 하지만 어렵습니다. 간병이라는 일이 국가나 무슨 기관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직업소개소에서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직업소개소에 있는 사람들은 간병인의 노동조건에 관심이 없어요. 실제로 간병인들이 일하는 곳은 병원이고 직업소개소는 병원과 계약관계에 있기 때문에 소개소가 병원 측에 간병인의 처우개선을 이야기한다는 건 힘든 일이죠. 사회운동: 병원 측에서는 휴식 공간이나 식사 제공 같은 기본적인 지원을 전혀 안 하나요? 정금자: 전혀 없습니다. 우리를 직원으로 인정하지 않으니 어떤 배려도 없습니다. 화장실 갔다가 늦게 왔다고 민원 들어오는데 뭘 기대할 수 있겠어요? 이게 긴장하는 일이다 보니 변비 걸리시는 분들이 있는데 잠시 잠깐 볼일 보고 왔다고 민원이 들어오는 상황이에요. 사회운동: 근무 형태를 다른 방식으로 바꾸면 조건이 개선될 수도 있을 텐데요, 근무제를 바꾸자는 논의가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나요? 정금자: ‘국민요양보장제도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준)2)’(이하 요양연대회의)에서 간병인 근무제 변경이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저임금을 깨고 떳떳하게 노동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일단 우리가 일하는 방식부터 바꾸어야 합니다. 24시간제를 깨야 되는 건데요, 이걸 바꿔야 다른 것도 쟁취할 수 있습니다. 24시간 맞교대나 12시간 교대 혹은 8시간 3교대 같은 형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회운동: 서울대 병원에 간병인은 몇 명 정도 있나요? 정금자: 우리를 포함하여 세 업체가 들어와 있는데 모두 합쳐 250명 정도입니다. 사회운동: 전국적으로는 규모가 어떻게 되나요? 정금자: 2003년 말 보건복지부 통계로 20만 명이었습니다. 지금은 요양보험을 대비해서 정부에서 매월 간병인을 엄청나게 늘리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교육을 시키고 후원을 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그래서 이 인원을 감안한다면 아마 못해도 30만 명은 훨씬 넘을 거예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노동자로서 권리 보장을 못 받고 있는 거죠. 사회운동: 노동조합 활동에도 많은 제약이 있을 것 같은데, 노동조합의 일상적인 활동은 어떻고 회원 규모는 어느 정도 되나요? 정금자: 지금 250명 정도의 간병인이 일하고 있는데 그 중 조합원 수는 84명입니다. 그런데, 간병 노동이 매일 24시간을 일하는 것이라 일상적인 노조활동이 쉽지 않습니다. 조합원이 연대활동에 나선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죠. 토요일 오후에 잠깐 시간이 나는데 이 시간에 안 쉬면 죽습니다. 이 때 잠도 자고 밥도 하고 반찬도 하고 애들도 챙기고 해야 해요. 그래서 노동조합 차원에서의 교육이나 프로그램은 총회나 임시총회나 월례회의 같은 계기를 활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상적으로는 간부들 중심으로 움직이는데 간부들은 환자도 보고 조합일도 다 해야 해서 많이 힘들죠. 확인서도 끊어줘야 되고 조합원들도 둘러봐야 되고. 지금 전임 간부가 저 뿐인데 전임이 적어도 3명은 돼야 될 거 같아요. 저도 외부 회의를 자주 다녀 병원을 비울 때가 많거든요. 사회운동: 간병인 노동자들은 24시간 매일 병원에 있으니 집안을 돌볼 겨를도 없을 텐데 그런 역할들이 집에서 어떻게 분담되고 있나요? 정금자: 집안일은 포기해야 합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대신 이 역할을 주로 남편이 합니다. 남편이 없는 사람들은 애들이 하구요. 혼자 있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사별을 했다든지 이혼을 해서요. 사회운동: 앞으로 근무제를 바꾸면 노동조합 활동이 더 다양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어쨌든 임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노동 시간을 줄이는 방식이 되어야 할 거 같습니다. 이것이 현실화 되려면 정부 차원의 규제가 있어야 되는 것인 아닐까요? 시설이나 요양기관은 간병인을 병원에서 직접 고용하는 형태인가요? 정금자: 실제 병원은 쉽게 바뀌지 않을 거 같아요. 지금도 시설은 그나마 최저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직접 고용돼 있기 때문이죠. 어제 요양연대회의에 갔었는데 거기서 얘기를 들어보니 그 분들의 경우 시급으로 따져 최저임금 3100원을 받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최저 임금도 못 받고 몸도 망가지는데 말이죠. 그래서 우리의 요구는 간병인을 지자체, 국가나 병원에서 직접 고용하라는 것이에요. 사회운동: 요양연대회의에서 주되게 이야기 되고 있는 내용은 무엇인가요? 간단하게 소개 좀 해주세요. 또 요양보험 형태가 마련되면 지금 있는 건강보험과 어떤 점에서 달라지는 건가요? 정금자: 법안 전체를 수정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제출한 노인수발보장제도라는 법안에 대해 비판하기도 하고 인력공급문제나 재정마련 계획 등 전반적인 법안 내용을 검토하고 수정하고 있죠. 그래서 이걸 기본으로 해서 정부와 싸울 것입니다. 건강보험은 보험료만 지급하는 것이고 요양보험은 요양과 관련된 서비스를 직접 정부에서 제공하는 체제를 만들어서 관리를 하는 것입니다. 국민 건강에 관련한 모든 것을 주관하는 것이죠. 간병인은 건강보험에서 관리한다는 말도 있고 지자체에서 관리한다는 말도 있는데 여하튼 우리의 목적은 ‘특수’자를 빼는 것입니다. 쉽지 않은 과정일 겁니다. 그래서 연대회의가 구성된 것이죠. 제도라는 것이 한 번 만들어 지면 쉽게 안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잘 만들어야 해요. 사회운동: 그렇다면 요양보험을 만드는 과정에서 간병 노동을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노동권을 확보해나갈 수 있을 텐데요. 현재, 간병인노조의 전국적 조직화 계획과 관련된 어떠한 계획이 있으신지요? 정금자: 간병노동을 제도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도 요양보험제도 마련 등의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인력공급은 정부나 지자체 등이 직접 책임지는 방식으로 혹은 민간 병원에서 고용하는 형태로 이루어져야 하겠죠. 그렇지 않으면 특수고용노동자로 남아 노동권을 인정받기 힘든 상태가 지속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 간병인 노동조합이 전국화 되기는 어렵습니다. 다들 소개소에 얽매여 있고, 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조직화를 준비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일단은 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들의 현황을 조사하기 위한 설문작업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또한 병원노동조합협의회(병노협)가 꾸려진 만큼 앞으로 간병 노동에 대한 문제제기가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사회운동: 간병 일의 고충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는데, 현재 정부 보육정책 문제도 그렇고 ‘노인수발보장제도’를 마련하면서도 간병, 보육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에 대한 평가절하는 여전합니다. 전통적으로 여성이 하는 일, 특히 돌봄 노동은 하찮은 것이라는 사고가 전제되어 있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정금자: 남녀평등이 진전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멀었어요. 특히 간병 노동은 하루 종일 대기상태에 있는 스트레스 많은 직종인데요, 중간 중간 쉴 시간도 많은데 뭘 그러냐는 말도 들었어요. 그런데, 세상에 어떤 노동자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일을 한답니까?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든 커피도 마시고 화장실도 가고 잠깐 수다도 떨 수 있는 것처럼 간병인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에요. 오히려 환자 상태에 시시각각 반응해야 하니 집중도가 더 높죠. 이런 일을 하찮은 일이라고 말한다는 건 말도 안 되죠. 전 간병 일이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런 일을 소개소로 연결된 환자와의 계약 상태에서 해결하기란 쉽지 않아요. 환자 가족으로서는 간병 비용이 부담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소개소를 거치지 않는 간병 노동의 제도화가 필요한 것입니다. 사회운동: 지부장님께서 많은 연대활동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연대활동을 하시는지요. 또 연대활동과정에서 만나시는 노동자운동의 주체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정금자: 저는 현재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와 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위에 참여하고 있구요,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다른 많은 사업장에 연대하기도 하구요. 그런데 실상, 작년에 보건의료노조 사태도 있었지만 저희 쟁점을 함께 이야기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임금협상 중심으로 진행되는 노조 사업에 저희가 결합할 방도도 없고, 조합원들이 안정적으로 모임을 갖기도 힘든 조건에서 같이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습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 자격이 없다길래, 저 혼자 가서 유인물을 뿌리고 그랬어요.(웃음) 노동자운동이 기득권을 버리고 자기 희생하는 측면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비정규직, 특수 고용 문제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야지요. 저는 하나의 소명처럼 지금 하는 일들을 받아들이고 있는데요, 우선은 제가 신나고 보람 있어서 하는 일이에요. 간병 일도 그랬고, 현재 조합 일도 그래요. 그래서 이게 내 자리구나 하는 생각도 들구요. 누구나 자신이 할 수 있는 노동을 해야 하고, 그것이 정당한 대가를 받는 노동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정적인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겠지요. 엄마들이 열심히 일을 하는데, 빚더미에 앉아 있는 사람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하루 종일 뼈 빠지게 일을 해도 몸은 안 좋아지고, 빚만 더 늘어가니 일을 하다 오히려 병이 생겨요. 자신이 할 수 있는 당당한 일을 하고 그것으로 나와 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다는 보람이 있는 일자리가 되어야겠죠. 그것이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사회운동: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 이 당시 그녀들의 요구는 간병인들을 병원에서 직접고용하거나 병원운영 무료소개소를 설치해야한다는 것이었지만, 투쟁과정에서 이를 쟁취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병원이 폐쇄한 무료소개소를 다시 운영하도록 만든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투쟁이었다. 이후 서울대 병원 노동조합 간병인 지부는 간병인 노조의 전국조직화를 목표로 투쟁의 성과를 발전시킬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본문으로 2) ‘국민요양보장제도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준)’은 정부에서 추진 중인 ‘노인수발보장제도’를 실질적으로 ‘국민의 장기요양’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약 40여개의 시민사회단체가 구성한 단체이다. 주된 활동 방향은 1>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편적이고 공공중심으로 운영되는 ‘국민요양보장법’의 제정과 2> 국민요양보장제도를 위한 세부시행방안 개발 및 의견개진 활동 3> 정부 법안의 철회 이다. 본문으로
<저출산⋅고령화대책 연석회의>가 발족하는 등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문제가 사회 위기의 핵심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노인수발보장제도를 도입해 고령화 사회의 간병과 노후보장을 보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족 내에서 여성이 수행해온 간병과 보살핌의 역할이 저임금 노동의 형태로 이전⋅제도화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미 많은 여성들이 보육, 가사 관리, 간병 등 비공식부문 노동이라 불리는 노동에 종사하며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외면한 채 여성들에게 더 많은 부담을 지우는 방식의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2004년 서울대 병원 무료 간병인소개소 폐지에 반대하여 간병인 최초로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8개월간의 싸움으로 노조에서 운영하는 무료 간병인소개소를 쟁취했던1) 서울대병원 노동조합 간병인 지부 정금자 지부장님을 만나보았다. 그녀에게서 한국 간병인 노동자들의 현실과 투쟁에 대해, 정부에서 시행하려고 하는 노인수발보장제도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사회운동: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2003년 서울대병원 무료소개소 폐지 반대투쟁을 진행하시면서 서울대 병원 간병인 노조가 만들어 졌는데요, 그 투쟁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 어떤 평가가 있나요? 정금자: 그 때는 일터를 되찾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노동조합도 만들게 된 것이죠. 그것이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처음에 했던 말과 달리 우리가 특수고용노동자이고 노동3권도 없다며 실제로는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요. 교섭도 하지 않고 처우 개선을 위한 요구를 해도 묵묵부답입니다. 병원에서는 우리들의 아무런 권리도 보장하고 있지 않아요. 결국 우리가 얻은 것은 일자리를 보전하는 것 이상 이하도 아니었죠. 이것이 한계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저임금 문제입니다. 24시간 일하고 5만원이라는 임금을 받는 상황이에요. 8시간 기준으로 하면 일당 16600원 밖에 안돼요. 세상 어느 곳에도 이런 일자리는 없죠. 지금 간병인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24시간 동안 일하기 위해 가정을 포기하고 나왔어요. 간병인 노동자는 그 가정의 생계를 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삶을 간병 일에 걸고 있는 거죠. 간병 노동은 24시간 환자 곁에 있어야만 하고 수시로 환자를 돌봐야 하는 일입니다. 항상 대기하고 있다가 환자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죠. 그래서 환자 곁을 떠날 수 없고 항상 준비된 상태에서 기다려야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환자는 자신의 고통과 불편함으로 인한 불만을 가까이 있는 간병인에게 풀기도 해요. 엄청난 인격침해가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죠. 그래도 다들 고통에 처한 환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참으려 해요. 인생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하면서요. 그래서 간병 노동은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마지막 친구가 되어주는 사람들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환자에게 잘 하라고 교육합니다. 그만큼 간병 노동 자체가 권리 주장이 힘든 조건이에요. 이렇게 일이 힘든 건 각오할 수 있는데, 문제는 노력한 만큼 생계가 보장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낙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4시간 일하고 5만원은 너무한 거죠. 세끼 밥 사먹어야 되고 교통비 들고 이것저것 빼면 남는 게 없어요. 그래서 엄마들이 밥을 안 사먹어요. 그냥 주말에 집에 가면 밥을 싸와 냉동실에 넣어 놓고 녹여서 김치랑 아무거랑 되는대로 먹죠. 그래서 건강도 많이 상해요. 이렇게 열악한 우리 노동 조건을 개선하고자 하지만 어렵습니다. 간병이라는 일이 국가나 무슨 기관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직업소개소에서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직업소개소에 있는 사람들은 간병인의 노동조건에 관심이 없어요. 실제로 간병인들이 일하는 곳은 병원이고 직업소개소는 병원과 계약관계에 있기 때문에 소개소가 병원 측에 간병인의 처우개선을 이야기한다는 건 힘든 일이죠. 사회운동: 병원 측에서는 휴식 공간이나 식사 제공 같은 기본적인 지원을 전혀 안 하나요? 정금자: 전혀 없습니다. 우리를 직원으로 인정하지 않으니 어떤 배려도 없습니다. 화장실 갔다가 늦게 왔다고 민원 들어오는데 뭘 기대할 수 있겠어요? 이게 긴장하는 일이다 보니 변비 걸리시는 분들이 있는데 잠시 잠깐 볼일 보고 왔다고 민원이 들어오는 상황이에요. 사회운동: 근무 형태를 다른 방식으로 바꾸면 조건이 개선될 수도 있을 텐데요, 근무제를 바꾸자는 논의가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나요? 정금자: ‘국민요양보장제도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준)2)’(이하 요양연대회의)에서 간병인 근무제 변경이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저임금을 깨고 떳떳하게 노동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일단 우리가 일하는 방식부터 바꾸어야 합니다. 24시간제를 깨야 되는 건데요, 이걸 바꿔야 다른 것도 쟁취할 수 있습니다. 24시간 맞교대나 12시간 교대 혹은 8시간 3교대 같은 형태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회운동: 서울대 병원에 간병인은 몇 명 정도 있나요? 정금자: 우리를 포함하여 세 업체가 들어와 있는데 모두 합쳐 250명 정도입니다. 사회운동: 전국적으로는 규모가 어떻게 되나요? 정금자: 2003년 말 보건복지부 통계로 20만 명이었습니다. 지금은 요양보험을 대비해서 정부에서 매월 간병인을 엄청나게 늘리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교육을 시키고 후원을 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그래서 이 인원을 감안한다면 아마 못해도 30만 명은 훨씬 넘을 거예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노동자로서 권리 보장을 못 받고 있는 거죠. 사회운동: 노동조합 활동에도 많은 제약이 있을 것 같은데, 노동조합의 일상적인 활동은 어떻고 회원 규모는 어느 정도 되나요? 정금자: 지금 250명 정도의 간병인이 일하고 있는데 그 중 조합원 수는 84명입니다. 그런데, 간병 노동이 매일 24시간을 일하는 것이라 일상적인 노조활동이 쉽지 않습니다. 조합원이 연대활동에 나선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죠. 토요일 오후에 잠깐 시간이 나는데 이 시간에 안 쉬면 죽습니다. 이 때 잠도 자고 밥도 하고 반찬도 하고 애들도 챙기고 해야 해요. 그래서 노동조합 차원에서의 교육이나 프로그램은 총회나 임시총회나 월례회의 같은 계기를 활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상적으로는 간부들 중심으로 움직이는데 간부들은 환자도 보고 조합일도 다 해야 해서 많이 힘들죠. 확인서도 끊어줘야 되고 조합원들도 둘러봐야 되고. 지금 전임 간부가 저 뿐인데 전임이 적어도 3명은 돼야 될 거 같아요. 저도 외부 회의를 자주 다녀 병원을 비울 때가 많거든요. 사회운동: 간병인 노동자들은 24시간 매일 병원에 있으니 집안을 돌볼 겨를도 없을 텐데 그런 역할들이 집에서 어떻게 분담되고 있나요? 정금자: 집안일은 포기해야 합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대신 이 역할을 주로 남편이 합니다. 남편이 없는 사람들은 애들이 하구요. 혼자 있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사별을 했다든지 이혼을 해서요. 사회운동: 앞으로 근무제를 바꾸면 노동조합 활동이 더 다양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어쨌든 임금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노동 시간을 줄이는 방식이 되어야 할 거 같습니다. 이것이 현실화 되려면 정부 차원의 규제가 있어야 되는 것인 아닐까요? 시설이나 요양기관은 간병인을 병원에서 직접 고용하는 형태인가요? 정금자: 실제 병원은 쉽게 바뀌지 않을 거 같아요. 지금도 시설은 그나마 최저 임금을 받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직접 고용돼 있기 때문이죠. 어제 요양연대회의에 갔었는데 거기서 얘기를 들어보니 그 분들의 경우 시급으로 따져 최저임금 3100원을 받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는 최저 임금도 못 받고 몸도 망가지는데 말이죠. 그래서 우리의 요구는 간병인을 지자체, 국가나 병원에서 직접 고용하라는 것이에요. 사회운동: 요양연대회의에서 주되게 이야기 되고 있는 내용은 무엇인가요? 간단하게 소개 좀 해주세요. 또 요양보험 형태가 마련되면 지금 있는 건강보험과 어떤 점에서 달라지는 건가요? 정금자: 법안 전체를 수정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제출한 노인수발보장제도라는 법안에 대해 비판하기도 하고 인력공급문제나 재정마련 계획 등 전반적인 법안 내용을 검토하고 수정하고 있죠. 그래서 이걸 기본으로 해서 정부와 싸울 것입니다. 건강보험은 보험료만 지급하는 것이고 요양보험은 요양과 관련된 서비스를 직접 정부에서 제공하는 체제를 만들어서 관리를 하는 것입니다. 국민 건강에 관련한 모든 것을 주관하는 것이죠. 간병인은 건강보험에서 관리한다는 말도 있고 지자체에서 관리한다는 말도 있는데 여하튼 우리의 목적은 ‘특수’자를 빼는 것입니다. 쉽지 않은 과정일 겁니다. 그래서 연대회의가 구성된 것이죠. 제도라는 것이 한 번 만들어 지면 쉽게 안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잘 만들어야 해요. 사회운동: 그렇다면 요양보험을 만드는 과정에서 간병 노동을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노동권을 확보해나갈 수 있을 텐데요. 현재, 간병인노조의 전국적 조직화 계획과 관련된 어떠한 계획이 있으신지요? 정금자: 간병노동을 제도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도 요양보험제도 마련 등의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인력공급은 정부나 지자체 등이 직접 책임지는 방식으로 혹은 민간 병원에서 고용하는 형태로 이루어져야 하겠죠. 그렇지 않으면 특수고용노동자로 남아 노동권을 인정받기 힘든 상태가 지속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 간병인 노동조합이 전국화 되기는 어렵습니다. 다들 소개소에 얽매여 있고, 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조직화를 준비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일단은 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들의 현황을 조사하기 위한 설문작업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또한 병원노동조합협의회(병노협)가 꾸려진 만큼 앞으로 간병 노동에 대한 문제제기가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사회운동: 간병 일의 고충에 대해서도 말씀해주셨는데, 현재 정부 보육정책 문제도 그렇고 ‘노인수발보장제도’를 마련하면서도 간병, 보육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에 대한 평가절하는 여전합니다. 전통적으로 여성이 하는 일, 특히 돌봄 노동은 하찮은 것이라는 사고가 전제되어 있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정금자: 남녀평등이 진전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멀었어요. 특히 간병 노동은 하루 종일 대기상태에 있는 스트레스 많은 직종인데요, 중간 중간 쉴 시간도 많은데 뭘 그러냐는 말도 들었어요. 그런데, 세상에 어떤 노동자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일을 한답니까?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든 커피도 마시고 화장실도 가고 잠깐 수다도 떨 수 있는 것처럼 간병인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에요. 오히려 환자 상태에 시시각각 반응해야 하니 집중도가 더 높죠. 이런 일을 하찮은 일이라고 말한다는 건 말도 안 되죠. 전 간병 일이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런 일을 소개소로 연결된 환자와의 계약 상태에서 해결하기란 쉽지 않아요. 환자 가족으로서는 간병 비용이 부담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소개소를 거치지 않는 간병 노동의 제도화가 필요한 것입니다. 사회운동: 지부장님께서 많은 연대활동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연대활동을 하시는지요. 또 연대활동과정에서 만나시는 노동자운동의 주체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정금자: 저는 현재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와 민주노총 특수고용대책위에 참여하고 있구요,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다른 많은 사업장에 연대하기도 하구요. 그런데 실상, 작년에 보건의료노조 사태도 있었지만 저희 쟁점을 함께 이야기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임금협상 중심으로 진행되는 노조 사업에 저희가 결합할 방도도 없고, 조합원들이 안정적으로 모임을 갖기도 힘든 조건에서 같이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습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 자격이 없다길래, 저 혼자 가서 유인물을 뿌리고 그랬어요.(웃음) 노동자운동이 기득권을 버리고 자기 희생하는 측면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비정규직, 특수 고용 문제를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야지요. 저는 하나의 소명처럼 지금 하는 일들을 받아들이고 있는데요, 우선은 제가 신나고 보람 있어서 하는 일이에요. 간병 일도 그랬고, 현재 조합 일도 그래요. 그래서 이게 내 자리구나 하는 생각도 들구요. 누구나 자신이 할 수 있는 노동을 해야 하고, 그것이 정당한 대가를 받는 노동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정적인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겠지요. 엄마들이 열심히 일을 하는데, 빚더미에 앉아 있는 사람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하루 종일 뼈 빠지게 일을 해도 몸은 안 좋아지고, 빚만 더 늘어가니 일을 하다 오히려 병이 생겨요. 자신이 할 수 있는 당당한 일을 하고 그것으로 나와 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다는 보람이 있는 일자리가 되어야겠죠. 그것이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사회운동: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 이 당시 그녀들의 요구는 간병인들을 병원에서 직접고용하거나 병원운영 무료소개소를 설치해야한다는 것이었지만, 투쟁과정에서 이를 쟁취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병원이 폐쇄한 무료소개소를 다시 운영하도록 만든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투쟁이었다. 이후 서울대 병원 노동조합 간병인 지부는 간병인 노조의 전국조직화를 목표로 투쟁의 성과를 발전시킬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본문으로 2) ‘국민요양보장제도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준)’은 정부에서 추진 중인 ‘노인수발보장제도’를 실질적으로 ‘국민의 장기요양’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약 40여개의 시민사회단체가 구성한 단체이다. 주된 활동 방향은 1>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편적이고 공공중심으로 운영되는 ‘국민요양보장법’의 제정과 2> 국민요양보장제도를 위한 세부시행방안 개발 및 의견개진 활동 3> 정부 법안의 철회 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