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개괄 및 요약

1998년 IMF 경제위기와 함께 시작된 김대중 정부 집권 5년은 일말의 기대와는 달리 이 사회 최하층 노동자들에게 고통의 시대였다. 정부가 IMF 경제위기 극복의 이름으로 밀어붙인 신자유주의적인 노동정책은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가혹한 고용불안과 사회의 밑바닥에 있는 노동자의 삶의 질의 악화를 가져왔다.

○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으로 경제 종속성·불안정화 심화, 독점의 강화

김대중 정부는 집권시기 내내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이행하는데 모든 힘을 기울였다. IMF는 구제금융을 매개로 긴축과 고금리를 중심으로 한 거시안정화정책과 구조조정정책, 자본시장 개방을 강요하였다. 이에 김대중 정부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이라는 구호를 앞세우면서 기업 구조조정, 금융 구조조정, 노동부문 구조조정, 공공부문 구조조정, 대외개방 확대 등을 강행했다. 그 결과 경제는 표면적으로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예전의 성장률을 회복하고 있는 듯이 보이나, IMF를 필두로 하는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해를 충실히 수행해온 결과 경제의 양극화와 외국자본에 대한 의존도 심화로 경제의 종속성과 불안정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우선 급격한 자본시장 개방으로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상장주식의 규모는 2001년 말 현재 94조원으로 시가총액대비 36.6%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투자가들의 손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또한 이들의 대부분인 88조원은 주식투자로 단기수익성위주의 투자에 집중되어 있다. 이들 단기성투기자본이 일시에 빠져나갈 경우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내 주요 산업의 대외 종속도 심화되고 있다. 2002년 11월말 현재 주요 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은 국민은행 67.5%, 한미은행 65.6%, 제일은행 51%, 신한은행 46.8%, 하나은행 45.1%, 외환은행 34.4% 등 외국인이 과반수 이상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거나 최대 주주를 점하고 있다. SK텔레콤(80.5%), 포항제철(60.8%), 삼성전자(54.7%), 삼성화재(52.2%), 현대자동차(48.6%) 등 국내 핵심 우량기업의 소유권도 모두 외국인의 손에 넘어갔다.
외환거래 자유화는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의 유입을 촉진하여 일시적으로 외환보유고를 개선시켰으나, 동시에 자본시장, 외환시장에서의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시켜 제2, 제3의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2000년 현재 외화유출입 규모는 외환자유화 이전인 1997년의 243억달러 규모에서 급속히 증가하여 2001년 현재 803억달러 규모로 3.3배에 달하고 있다. 어떤 요인에 의해 자극받아 대규모 외환유출이 시작될 경우 반복적으로 외환위기를 경험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산업은 반도체, 자동차 등 소수 품목으로의 편중이 심화되고 있다. 2000년 현재 주요 10대품목의 수출 점유율은 46.7%에 이르고 있다. 특정 종목에 의존한 산업구조의 편중화 현상은 대외경기변화에 따른 대응을 어렵게 해 경제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또한 외환위기를 불러온 재벌구조에 대한 개혁을 공언했으나 재벌개혁의 핵심인 소유구조는 손대지 않은 채 단지 재벌사이의 질서를 재편하는데 그쳤고, 출자총액제한 등 그나마의 개혁정책도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며 오히려 재벌의 독점을 정당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그 결과 오히려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더욱 심화되어 30대 그룹 중 상위 3대그룹의 자산 총액 비중은 1997년 4월 32.4%에서 2000년 4월 38.6%로 오히려 더 늘어났으며 같은 기간동안 이들의 자산증가율은 49.8%에 이르고 있다.
금융기관의 대형화·겸업화를 통한 금융산업의 독점도 심화되고 있다. IMF위기 이후 정부는 합병·퇴출, 인원감축 위주의 금융기관 정리 일변도 정책을 추진하여 2002년 6월까지 무려 630여개 기관(전체 금융기관의 30.5%)을 퇴출시켰다. 또한 금융지주회사의 설립, 정부주도의 강력한 합병 추진 등으로 97년 33개사에 달하던 은행은 17개사로 축소되었다. 그 결과 2001년말 상위 5개 은행의 여수신 비율은 전체 은행의 여수신의 70%를 넘었으며 조흥과 신한은행이 합병될 경우 전체 여수신의 9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1997년초 182조원이었던 가계부채가 2002년 6월말 현재 397.5조원으로 불과 5년 만에 2배가 넘게 증가하였다. 가구당 부채는 2,720만원으로 도시근로자 가구 연간소득액의 86.3%에 해당하며 GDP의 70.6%에 달하는 수준이다. 금융기관의 가계대출비중은 1999년말 40%에서 2001년말 52%로 전체 대출의 절반을 넘어섰다. 가계부채의 증가에 따라 개인신용불량자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가계부채의 증가속도가 너무 빠르고 규모가 과도하여 자칫 자산가격이 하락할 경우 가계부실과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 사회의 양극화·빈부격차 심화

IMF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사회의 양극화는 급격하게 진행되어 빈부격차가 심화되었다. 노동자 등 가난한 사람의 임금과 소득은 더 낮아졌고, 화려한 언사와 함께 등장했던 사회복지도 본질적으로 개선된 것은 없었다. 반면에 대기업의 고위경영자와 고소득자는 더 부자가 되었다. 특히 전체노동자의 절반을 넘는 비정규 노동자의 양산으로 하층 노동자의 고용불안은 심화되었다. 임금과 노동조건에서의 극심한 차별, 사회보장으로부터의 소외, 노동기본권의 배제 등이 이들 비정규, 영세사업장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와 장애인노동자 등 취약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노동기본권도 여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IMF이후 계층간 소득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각 나라의 소득불평등 정도를 가리키는 대표적인 수치가 지니계수이다. 지니계수는 0~1 사이의 값 사이에서 클수록 불평등이 심화된 것을 보여주는데, 1997년에 0. 283에서 2001년 0.319로 증가하였다. 상위 20%계층과 하위 20%계층이 얻은 소득의 격차를 보면, IMF이전인 1997년 4.49배에서 2001년에 5.36배로 심화되었다. IMF기간 동안 더욱 부익부빈익빈이 깊어진 것이다. 하위 20%계층의 월평균소득이 99만원에 불과한데 반하여 상위 20%계층의 월평균소득은 무려 529만원에 달한다.
저소득층은 IMF이후 모두 빚더미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근로자가구 중 저소득계층(하위 30% 소득계층)의 저축률을 보면 1997년에 부족하나마 9.1%를 보이고 있었으나 99년부터 마이너스로 낮아졌고, 올해 상반기에 -3.4%로 더욱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고소득계층(상위 30% 소득계층)은 IMF이후에도 여전히 안정적인 저축율을 보이며 올해 상반기에 36%대의 높은 저축율(여유자금)을 누리고 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에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저축율 차이는 9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여 39.5%에 달하고 있다.
한편 경영자들은 엄청난 소득을 얻고 있다. 주요회사 임원들의 평균 연봉은 스톡옵션 등 자산소득을 제외하고도 삼성전자 36억원 등 평균 수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전체 노동자의 평균연봉이 2,000만원을 밑돌고 비정규노동자의 경우 1,000만원에 불과한 현실과 비교하면 경영자와 노동자의 임금·소득 격차의 엄청남을 알고도 남는다.
주택보유의 부익부 빈익분도 심각하다. 2001년 주택보급률이 98.3%에 이르지만 주택소유의 편중 현상은 더욱 심각해졌다. 2000년 전월세에 사는 가구의 평균비율이 무려 42.5%에 달했다. 전세가격은 연이어 폭등하고 있다. 은행금리가 5%대인 상황에서 전세가 인상폭은 평균 16.1%를 기록하였다. 월급 몇 푼 인상해도 인상된 전세금을 메우기 위해서 다시 빚을 내야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하위 30%계층으로 전세로 사는 가구의 경우 전체 월소득에서 주거비로 사용되는 비중이 2000년 11월에 21.2%이었으나 2001년 8월에는 35.7%로 크게 상승하였다.
가난은 또한 대물림되고 있다. 2001년 서울대 신입생 분포를 보면, 아버지가 관리직과 전문직에 근무하는 학생의 비율이 53%로 아버지가 생산직과 농어업 종사자인 학생의 4배가 넘어, 이전보다 격차가 심화되었다. 신입생의 아버지 직업을 보면, 기업체의 부장 이상·고급 공무원 등 관리직이 28.0%, 의사·대학교수·법조인 등 전문직이 24.8%나 차지한다. 돈이 없으면 교육의 기회조차 봉쇄되는 사회로 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교육비 비중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높다. 1998년 기준으로 사교육비 비중이 GDP의 2.96%에 달한다. OECD국가 평균 1.11%에 비해 무려 2.7배나 높은 비중이다. 그만큼 공교육이 취약한 것이다. 돈이 있는 집 자녀들은 좋은 교육기회를 제공받는 반면 가난한 집 자녀들은 교육기회가 봉쇄되어 출발점부터 불평등을 당하고 있다.

부유계층에게 많은 세금을 거두어 소득재분배효과를 지녀야 할 조세정책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특별소비세는 일반소비재의 가격을 뛰어넘는 사치품에 부가되는 것으로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재분배효과를 지닌다. 그러나 부유층의 로비로 1999년 대용량 가전제품, 피아노, 골프장 이용료 등의 간접세가, 2001년에는 골프용품, 보석류, 녹용, 로얄제리, 유흥주점 등의 간접세가 인하되었다. 이어 올해에는 자동차특별소비세 인하조치를 연장해주는 특혜까지 베풀었다. 반면에 일반 국민에게는 간접세를 추가하여 부담을 가중시켰다.
2001년 정부는 현재 소득계층별로 10, 20, 30, 40%로 부과되는 세율을 각각 10%씩 인하하여 9, 18, 27, 36%로 인하하였다. 이로 인해 고소득계층은 최고 4%까지 소득세 인하 특혜를 받았다. 연이어 2001년 연말에는 법인세까지 인하되었다. 법인세는 수익을 내는 기업에게만 부과되는 세금인데도 기업경쟁력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외국보다도 낮은 법인세율을 다시 1% 포인트 인하하여 매년 수익기업에게 7,500억원의 세금감면을 선사하였다. 결국 2001년 소득세, 법인세 인하를 통해서만 가진자들은 약 2조원의 혜택을, 일반 국민들은 그만큼의 추가부담을 지게 된 것이다.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외국금융자본, 국내벤처기업 등이 앞다투어 주식시장에서 투기소득을 얻어갔음에도 현재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지분이 3%이상인 대주주로서 시가총액이 100억원 이상의 경우에만 적용될 뿐이어서 거의 대부분의 주주들은 주식양도차익을 세금 없이 얻고 있다. 1999년의 경우, 증시활황으로 단기간에 발생한 양도차익이 200조에 이른다. 이것은 일년 GDP의 절반에 육박하는 금액이 사실상 '투기소득'으로 자본의 호주머니로 들어간 것이다.

○ 비정규 노동 급증, 불충분한 사회적 안전망

IMF 경제위기 이후 급증한 실업률을 낮추는 것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고용정책은 일단 수치상의 실업률을 낮추기는 했으나, 신자유주의적인 고용유연화 정책의 확산으로 비정규노동자의 증가 등 고용의 질은 크게 악화되고 있다. IMF 경제위기 전 40%대였던 비정규노동자의 비율은 2001년 8월 현재 전체 임금노동자의 56%에 이르고 있다.
고용보험의 확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도입 빈곤층과 실업자 등을 위한 제도적인 정비는 이루어졌으나 노동시장 신규진입 실업자, 실업자의 70%에 달하는 비자발적 실업자 등은 고용보험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또한 실업급여 지급기간이 짧고, 급여수준도 낮아 생계유지에 미흡하며, 실업급여기간이 종료된 후 실업부조(unemployment assistance)제도가 없어 생계유지가 곤란한 실정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도 낮은 수급액과 함께 자산과 자동차 등의 소득인정액 산정과정에서 비현실적인 비율을 적용하여 많은 수의 빈곤층이 이 제도로부터 소외될 운명이다.


○ 장애·이주노동자 등 취약노동자 노동기본권 배제

신자유주의적인 노동시장유연화 정책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한 이주노동자, 장애인 노동자 등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삶의 질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노동시장에서 열등한 위치에 있는 이들 노동자들은 부족한 고용기회,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고 있다.
40만 명에 육박하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연수생 신분으로 일하고 있어서 극심한 인권유린으로 시달리며 노동3권의 혜택에서도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전체 이주노동자의 80%에 이르는 미등록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은 불법적인 신분으로 인하여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노동재해도 크게 증가해 이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는 이들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동허가제 실시를 외면하고 산업연수생제도를 확대하고 현재 국내에 체류중인 미등록 불법체류자를 강제 추방하겠다는 방침을 되풀이하며 이주노동자를 절망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1,205천명에 달하는 장애인들의 실업률은 28.4%에 이르고 있다. 장애인 취업자의 40% 이상이 자영업자이며 취업자 중에서 일용직의 비중이 높은 데서 알 수 있듯이 장애인들은 일자리가 매우 부족하며 그나마의 일자리도 불안정하고 극도의 저임금 상태이다. 2%의 장애인의무고용 비율을 지켜야하는 국가 및 지방치단체의 의무고용비율이 1.61%,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의무고용비율이 1.10%에 불과할 정도로 장애인 의무고용비율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또한 이동권조차 보장되지 않고 있을 정도로 장애인의 권리와 경제활동은 심각한 침해를 받고 있다.


○ 노동자 실질임금 감소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정뿐만 아니라, 실질임금의 삭감으로 생활상의 고통도 함께 겪고 있다. 특히 비정규노동자의 임금은 크게 줄어들어 이들의 생계는 크게 위협 당하고 있다. IMF 경제위기 이후 5년 동안 노동자 실질 임금은 오히려 삭감되었다. 1,300만 전체 노동자의 명목상 1인당 임금총액(피용자보수총액)은 1997년 135만원에서 2001년 153만원으로 5년 동안 13.2% 상승했으나, 물가상승분을 고려하면 실질임금은 1997년을 100으로 했을 때, 2001년 98.1로 오히려 (-)1.9% 줄어들었다. 같은 시기 생산성이 45.4%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노동자들의 상대적 임금은 매우 크게 줄어들었다.
정부는 현행 퇴직금 제도를 대체할 기업연금제 도입을 추진하고 하고 있다. 기업연금제는 노동자의 퇴직후 또는 노후 소득을 보장할 기금을 주식시장에 쏟아 부어 주식시장을 부양하려는 것이다.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노동자의 퇴직 후 소득은 매우 불안정한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이 제도는 대부분의 비정규,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을 기업복지로부터 배제하게 되어 비정규 노동자와 정규 노동자의 소득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게 될 것이다.

○ 비정규 노동자의 임금, 노동조건, 사회복지 차별 극심

비정규 노동자는 고용안정성에서도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지만, 임금 노동조건과 사회복지에서도 극심한 차별을 받고 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부가조사 자료(2001년 8월 기준)를 보면 2001년 8월 현재 비정규노동자의 월평균임금은 89만원으로 정규노동자 169만원의 절반 수준(52.6%)에 불과하다. 비정규고용형태별로는 임시파트타임이 47만원으로 정규노동자의 1/4분 수준(27.6%)으로 가장 낮고, 재택근로가 50만원(29.4%), 호출근로 69만원(40.8%), 용역근로 79만원(49.3%) 등이다. 특히 여성비정규노동자의 임금은 더욱 낮은 수준이다. 여성비정규노동자의 월평균임금은 72만원으로 남성정규노동자의 38.9%에 불과한 수준이다. 여성재택근로의 경우 월 37만원으로 남성정규노동자의 5/1수준(20.1%)에 그치고 있다.
비정규 노동자는 직접임금에서뿐만 아니라, 퇴직금, 상여금 등의 노동조건과 국민연금, 건강보험, 사회보험 등의 사회보험 적용에서는 정규직에 비해 더 큰 차별을 받고 있다. 퇴직금의 경우 정규직은 94.3%가 적용되는 것에 비해 비정규직은 13.6%만이 적용받고 있고, 상여금은 14.0%, 연장근로수당은 겨우 9.7%만이 적용받고 있다. 사회보험의 경우도 비정규의 경우 국민연금은 19.3%, 건강보험은 22.2%, 고용보험은 20.7%만이 적용받고 있다. 사회보험의 근본 취지가 흔들리고 있다.

○ 장시간 노동시간 지속

장시간 노동도 좀처럼 개선될 조짐이 없다. IMF 경제위기 직후인 1998년, 경기침체의 여파
로 다소 노동시간이 줄었으나, 그 뒤 다시 노동시간이 늘어나 1997년 주 46.7시간이었던 전산업 노동시간은 2001년 현재 47.0시간으로 오히려 조금 늘어난 상태이다. 제조업 노동시간도 1997년 47.8시간에서 2001년 현재 48.3시간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국제적으로도 한국의 노동시간은 여전히 최장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OECD 고용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취업자 기준으로 한국의 노동시간은 2001년 현재 2,623시간으로 단연 1위이다. 2위권인 체코나 슬로바키아가 등 구동구권의 2,000시간대와 비교해도 연 600시간 이상 길고 유럽국들에 비해면 연 1,000시간 이상 긴 최장 수준이다.
현 정부는 세계 최장시간 노동국으로의 오명을 벗고,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 주5일 근무제 등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한다고 공언해왔으나, 임기말인 현재까지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해놓은 노동시간단축법안은 근로조건의 악화와 더불어 ①노동자의 60%를 이루고 있는 영세규모사업장 노동자의 노동시간단축을 2010년으로 미루어놓고 있고, ②휴일과 휴가를 축소하고 ③일시적으로 초과근로상한선을 높이는 등 실질적인 노동시간단축 방안과는 거리가 멀다.

○ 여성노동자 삶의 질 악화 / 고용평등, 성희롱, 모성보호 등 일부 개선 - 실효성 미흡

여성노동자의 삶도 악화되기는 마찬가지이다. 경제활동참가는 높아졌지만, 여성노동자의 70% 이상이 비정규노동자로 고용불안정과 낮은 임금으로 고통받고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여성노동자는 일차적인 대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보호방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여성노동자 관련 남녀고용평등법 개정, 성희롱 관련 제도 개선, 산전후휴가 확대 및 육아휴직 급여지원 등의 개선이 있었으나 적용 과정에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미흡한 상황이다. 한편 여성노동자 연장 야간 휴일근로 규제를 완화하고 생리휴가 무급화를 추진하는 등 여성노동자의 노동조건이 후퇴하고 있다.

성별임금격차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나 2001년 현재까지 전체 여성노동자의 임금총액이 남성의 65.1%에 불과한 상황이다. 특히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월 평균임금은 665,000원으로 같은 비정규 남성의 75%이며, 정규직 전체 평균임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2.4%에 불과하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여성노동자가 일차적인 대상이 되고 있다. 1998년 상반기 9개 주요 은행의 명예퇴직자 현황에 관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명예퇴직자 중 여성행원의 비율이 74.5%에서 많게는 95.5%에 이르며 이들 중 많은 수는 퇴직과 동시에 임시직으로 재고용되었다. IMF 이후 인력감축 중심의 구조조정은 여성 우선해고, 여성집중부서·직종 폐지로 귀결되었다.
2001년 8월 여성관련 노동법 개정 시 전체 여성노동자의 연장, 야간, 휴일근로를 일정하게 규제하였던 근로기준법을 폐지하는 법안이 제정되었다. 이는 여성노동자의 저임금, 장시간노동, 모성보호가 미흡한 현실에서 여성노동자의 근로조건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며, 그나마 임산부를 야간, 교대근무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대책도 미흡하여 실효성을 거두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또한 정부는 주5일 근무 시행과 연동하여 생리휴가 무급화를 추진중이다.
한편 2001년 8월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으로 간접차별 개념을 도입, 채용 또는 근로조건을 동일하게 적용하더라도 특정성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도 차별로 인정받게 되었다. 그러나 이를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보다 세부적으로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1999년 2월, 2001년 8월 두차례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하여 직장내 성희롱에 관한 제도가 강화되었다. 그러나 노동부, 여성부 기타 수사·조사기관의 증거중심 판결과 낮은 처별수준으로 성희롱 관련 제도가 실효성을 확보하기에는 미흡한 상태이다.
2001년 11월부터 산전후휴가가 90일로 늘어났고, 마지막 30일분 임금을 고용보험에서 부담하는 제도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2002년 1월~9월 사이 산전후휴가 급여를 신청한 노동자는 노동부 애초 예상자의 13%(2002년 1월~9월 현재 15,964명)에 그쳐 실제 사용율이 매우 낮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전체 여성노동자의 대다수인 임시직, 계약직이 산전후휴가를 사용하기도 전에 임신, 출산으로 인한 퇴직 압력을 받거나 계약해지, 해고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모성보호비용 사회분담화도 미흡하다. 2002년 산전후휴가 급여 지원을 위해 책정된 예산 1,230억여원 중 정부 일반회계 지원은 150억원 뿐, 78%를 사용주와 노동자가 부담하는 고용보험에 의존하고 있다. 2003년 예산에서는 그나마 올해 수준의 예산마저 삭제하여 애초 모성보호 사회분담화의 취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2001년 11월부터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노동자에게 월 20만원을 고용보험에서 지원하게 되었으며, 2003년부터는 월 30만원으로 50% 인상될 예정이다. 또 육아휴직장려금 및 여성재고용장려금 지급대상 범위를 1인 이상 전 사업장으로 확대하고 지원수준을 상향조정하기도 하였 다. 그러나 급여지원액이 너무 낮고 장기간 육아휴직시 업무공백을 채울 수 있는 방안이 뒷받침되지 않아 육아휴직 사용률이 급여지원 이전보다 높아지지 않았고, 노동부 예상 휴직자수의 12.6%에 불과한 상황이다.
보육서비스도 매우 열악한 상태이다. 2001년 현재 우리나라 보육시설은 19,533개소이며, 보육아동수도 92년보다 5.7배 증가한 70만2천860명에 이른다. 그러나 2001년말 현재 국공립 보육시설은 6.6% 뿐이며, 정부의 지원을 받는 보육시설도 약 15%에 불과하다. 보육재정의 국고 분담율 역시 28% 정도에 그치고 있다.

○ 근골격계 질환 등 노동재해 급증

또한 구조조정에 따른 노동강도의 강화와 산업안전 관련 규제완화로 근골격계 질환과 뇌심혈관계 질환 등이 급증하는 등 노동재해는 더욱 심각해졌고, 노동자의 건강권은 크게 위협받고 있다. 1997년 말부터 본격화된 IMF 경제위기는 노동자 건강의 직접적인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노동자에 대한 대량해고와 노동유연화 정책으로 구체화되면서 노동현장은 살인적인 노동강도와 노동통제에 놓여있다.
노동강도 강화는 필연적으로 노동재해와 직업병을 증가시키는 주된 원인이다. 산업재해 증가 2001년 사망자수는 1999년 대비 457명이 증가했고, 특히 근골격계질환자수는 무려 470%나 증가했다. 또한 과로사로 불리는 뇌·심혈관계질환자 수는 1999년 대비 180%나 증가한 2,192명에 이르고 있다.
1998년 시작된 고통분담대책은 재해노동자의 잇따른 자살로 이어졌다. 박광제, 이상관 등의 자살은 자본과 정권의 경제논리가 결국은 병든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반노동자, 반인권의 살인적인 폭력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1998년 이후 요양 중 자살한 노동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 빈약한 사회복지

정부의 사회복지지출 역시 빈약하기 그지없는 수준이다. 김대중 정부는 취임 직후 사회복지를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과거에 비해 우리나라 사회복지제도가 다소 확대된 것은 사실이다. 정부예산 중 사회보장예산 지출이 다소 증액되었고, 국민연금이 1999년에 도시지역으로 확대되었으며, 2000년에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도입되기도 하였다. 1999년 현재 우리나라의 GDP대비 사회복지지출 규모는 9.77%로서, 이는 1997년의 6.64%에 비해 상당히 증가한 규모이다. 그러나 다른 OECD국가에 비해 보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지출 규모는 스웨덴을 비롯한 북구 유럽국가에 비한다면 1/3수준이고, 한국을 제외한 OECD국가의 단순평균도 21%를 넘어 우리의 2배에 달한다. 즉 5년 동안 한국사회 전체에서 사회보장지출 규모가 늘어나긴 했지만, 국제적 수준에 비한다면 여전히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중앙정부의 사회보장예산이 취약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정부의 예산의 상당액이 비생산적이고 반민중적인 곳에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국방비 지출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높은 군사비 지출을 기록하고 있는 데, 냉전종주국이며 군사대국인 미국과 러시아보다도 높으며 3~7%에 불과한 대부분의 나라에 비할 바가 못된다.
2003년에도 국방예산은 전체 예산의 15.6%에 해당하는 17조 4천억원에 이르며 작년에 비해 6.4%나 증가하였다. 지금 국방예산에서 절반만 절감하더라도 8조 7천억원의 예산이 생겨나며, 이 금액은 내년도 전체 사회보장예산 10조 7천억원의 8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조속히 국방비를 삭감하고 이를 사회보장예산으로 사용해야 한다.
건강보험의 재정은 지나치게 높은 의료수가, 약가로 허덕이고 있다. 아무리 국민이 보험료를 납부하여도 높은 의료수가, 약제비로 인하여 건강보험 재정이 어려운 상태이다. 한마디로 건강보험 재정은 밑빠진 독이다. 작년 건강보험 재정적자의 가장 큰 이유는 지나치게 오른 의료수가이다. 의사들은 1999년 11월부터 2001년 1월까지 약 13개월 동안 다섯차례에 걸쳐 무려 의료수가를 총 44%나 인상시켰다. 반면에 국민들은 2001년 21.4%, 2002년 6.7%, 2003년 8.5%씩 보험료율을 인상당해야 했다. 이 보험료율에는 평균임금인상분이 자동으로 포함되므로 전체 보험료 인상율은 2001년 27.0%, 2002년, 2003년은 약 16%에 달한다.

○ 노동탄압 지속, 노동기본권 보장 미진

국민의 정부 아래에서도 노사관계와 노동기본권도 가시적인 개선은 없었다. 오히려 노동배제전략은 질을 달리하며 계속 유지되고 있다.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포섭전략을 구사했지만, 정리해고제 등 친자본적인 정책은 바로 입법화된 것에 비해 노동시간단축, 공무원 노동3권 인정 등 노동계쪽이 요구해 합의한 사항은 실종되거나 크게 왜곡되고 있다. 그 이전의 폭력적 노동탄압과는 다소 양상을 달리하지만 신자유주의적인 노동배제전략은 일관되게 노동기본권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구조조정과 고용조정, 사영화 과정에서의 노동자의 저항은 여전히 폭력적으로 탄압 받고 있다. 특히 경제자유구역법안의 처리 등 임기말로 갈수록 노동배제적이고 친자본적인 정책이 활개를 치고 있다. 반면에 공무원의 노동3권, 직권중재의 폐지 등 노동기본권 보장 요구는 아직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

구속노동자 숫자는 김영삼 정권 5년과 비교하여 보면, 김영삼 정권은 5년 동안 632명, 1주일에 2.43명을 구속한 데 비해 김대중 정권은 5년 동안(2002년 11월말까지) 878명을 구속, 1주일에 3.43명을 구속하여 40%이상 증가하였다. 구속근거를 살펴보면 과거에는 노동쟁의조정법상의 제3자개입금지나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이 많았으나 김대중 정권은 형법상의 업무방해, 폭행죄를 적용한 사례가 많다.
형법상의 업무방해죄, 폭행죄를 적용해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외에도 민법상의 손해배상소송, 가압류 청구 등 노동관계법외의 법을 적용해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신종방식이 많이 나타났다. 특히 손해배상소송, 가압류 청구는 그 대상을 당사자인 노동자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지, 신원보증인까지 확대하여 물질적, 심리적, 정신적 고통을 가함으로써 가족관계·인간관계를 파괴하고 있다.
법원의 노동사건 판결도 전반적으로 보수화, 친자본화 경향을 띠고 있다. 특히 신자유주의 정책과 관련되는 노동사건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자본의 이해를 옹호하여 사용자의 경영권, 인사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데 반해 개별적 노사관계의 경우 삼미특수강 사건에서처럼 기업 양도 시 고용승계를 인정하지 않는다든지, 방송사 차량운전 노동자들의 경우처럼 파견법상의 파견노동 기간 경과 후에 정규직화 하지 않고 계약해지를 한 다음 동일업무에 대하여 다른 노동자들을 파견노동으로 사용하는 관행을 인정한 것이라든지, SK인사이트코리아의 경우처럼 허용업무 외의 파견노동에 대해서는 정규직화를 부인하여 불법파견을 묵인하거나 조장하고 있다. 집단적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대우자동차의 예에서 보듯 정리해고를 반대하기 위한 목적의 파업에 대해서는 정당성을 부인하거나 효성, 장은증권, 시그네틱스, 발전, 건설운송의 경우처럼 파업종료 후 민사책임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등 친 자본적 판결경향을 보이고 있다.

김대중 정권 들어와서 민주노총의 합법화, 전교조의 합법화 등 단결권을 일부 보장하고 노동조합의 정치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등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노동3권을 비롯한 노동기본권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은 대단히 후퇴하였다.
공무원의 노동자성 부인·협약 체결권 부정·연대활동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공무원조합법(안)을 내놓는 등 1기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한 공무원의 단결권과 실업노동자들의 단결권을 여전히 보장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학교수, 특수고용형태 노동자,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결성도 봉쇄하고 있다.
정부의 예산배정을 무기로 한 공공부문에서의 단체교섭권이 무력화되었으며, IMF 경제위기 이후 부도가 나 법정관리상태에 놓여 있는 사업장에서는 법원에 의해 기존 단체협약의 일방적 불이행과 유효기간내 재교섭요구, 노사가 합의한 단체협약 불인정이 자행되었다. 산업별 단체교섭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으나 이를 강제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도 않았고, 경영에 관계된 사항은 교섭대상이 될 수 없다는 등 실질적인 단체교섭을 어렵게 하는 법해석, 관행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였다.
필수공익사업장의 경우 직권중재조항으로 인하여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이 실질적으로 금지 또는 제한되고 있으며 조정전치주의, 무노동 무임금도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기능을 하였다. 사업주의 단체협약 불이행에 대해서는 처벌도 거의 없었고 처벌하더라도 매우 경미한 벌금형이 전부였으며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단체행동도 금지되었다.

○ 대북정책 긍정적 효과 - 미국의 대북정책에 종속된 한계

한편 통일과 대북한 정책은 현 정부의 거의 유일한 개혁이었다. 6.15남북정상회담을 정점으로 한 대북포용정책(햇볕정책)은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에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하지만 미국의 대북정책에 종속되어 특히 정치 군사적인 문제에 대해서 제목소리를 내는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남한의 자주통일운동에 대한 배제와 탄압도 계속되고 있다.<정책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