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정부의 등장과 함께 미국 외교관련 싱크탱크 중에서 일약 스타로 부상한 <신미국안보센터>(http://www.cnas.org)가 2009년 6월 11일 북한 핵 문제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신미국안보센터>는 2008년 오바마 후보의 외교안보정책을 입안하는 데 큰 기여를 했을 뿐만 아니라 소장이었던 커트 켐벨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로 임명되어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예정입니다. 따라서 신미국안보센터의 보고서가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참조하시라고 자료실에 등록합니다. (파일이 너무 커서 자료실에 직접 등록할 수 없어서 다운받을 수 있는 주소를 등록합니다.)


제목: No Illusions: Regaining the Strategic Initiative with North Korea

저자: Abraham M. Denmark, Nirav Patel, Lindsey Ford, Michael Zubrow, Zachary M. Hosford

발간일: Date: 06/11/2009

출처:

http://www.cnas.org/files/documents/publications/CNAS_Working%20Paper_No%20Illusions%20DPRK_June2009_Online.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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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 첨부하는 기사들은 <신미국안보센터>의 연구소의 보고서를 요약하거나 인용한 것이나, <신안보센터>와 커트 켐벨 인사청문회를 소개한 것입니다.



"美, 6자회담 → 5자대화 전환 필요"

* 출처: 노컷뉴스 2009-06-18


3차 핵위기와 이명박 외교의 종착지 | 김연철 

* 출처: 창비주간논평 2009/06/24


브루킹스 헤리티지 CAP … 정부에 아이디어 주고 쓴소리 하는 ‘제 5권부’

* 출처: 중앙일보


美의회 인준청문회가 준 감동

* 출처: 세계일보 기사입력 2009.06.14 (일) 21:34, 최종수정 2009.06.14 (일)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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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6자회담 → 5자대화 전환 필요"

美싱크탱크 신안보센터(CNAS), "한반도 비핵화 목표, 쉽게 달성되지 않을 듯"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장기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6자회담의 재개 노력과는 별도로 '5자 대화(five-party dialogue)'를 창설해 북핵문제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미국의 싱크탱크 신안보센터(CNAS)가 보고서를 통해 제안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적 기틀을 제공해 온 것으로 알려진 CNAS(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는 '환상은 없다, 북한에 대한 전략적 주도권 회복(No Illusions:Regaining the Strategic Initiative with North Korea)'이라는 제목의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참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안보포럼 신설을 주장했다.


보고서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미국의 궁극적 목표가 단기간에 달성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6자회담과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5자 프로세스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5자대화는 동북아지역이 아닌 유럽이나 동남아시아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5자대화 창설은 미국 정부에 두가지 중요한 이득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면서 "첫째 동북아지역에서 필요성이 더욱 커진 역내 안정과 협력을 확보하고, 둘째 북한의 전술(gamesmanship)에 놀아나지 않는다는 확실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어 "5자대화의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5자 당사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결코 인정할 수 없고, 한반도의 평화적인 비핵화를 이뤄낼 것을 다짐하는 동시에 북한의 최근 호전적 행동을 비난하는 내용의 공동선언을 발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또 "한반도의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는 유일한 방법은 협상"이라면서 "앞으로 추가 협상이 없다면 미국과 동맹국들은 북한의 핵프로그램 능력을 위험하고 비용이 많이 들고 불확실한 방법으로 해체해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북핵 해법을 위한 미국의 4대 중단기 전략으로 '역내 동맹국과의 연대강화'와 '북한의 핵확산 위협 완화', '역내 분쟁 발생 가능성의 방지', '북한의 협상 복귀 압박'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같은 전략 아래 미국은 한국, 일본과 '확장 억지력' 차원의 방어태세를 강화하고, 5자대화 구성을 통한 안보협력 증대, 유엔 차원의 강력한 대북 제재 이행, 북한이 협상에 복귀할 경우 긍정적 인센티브 제공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보고서는 한국에 대한 미국의 전시작전권 이양문제와 관련해 "한국내 보수진영이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전시작전권 이양계획을 연기 또는 취소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그같은 요구를 거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출처: 노컷뉴스 2009-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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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핵위기와 이명박 외교의 종착지

김연철 


한반도의 결정적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핵을 가진 북한, 이대로 지켜보아야 하는가? 안타깝고 아찔하다. 감히 3차 핵위기라고 부를 수 있다. 1994년의 1차와 2005년의 2차 그리고 2009년의 3차 핵위기는 무엇이 다른가? 상황관리자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1차 핵위기는 북한과 미국의 제네바합의로 출구를 찾았다. 2차 핵위기는 9·19공동성명으로 해법을 찾았다. 한국과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부시 행정부를 설득한 결과였다. 그렇다면 3차 핵위기, 누가 나서서 해결할 것인가?


3차 핵위기와 한일 보수동맹의 역할


3차 핵위기는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다. 2008년 부시 행정부는 검증카드로 시간을 잃었다. 불능화 단계를 완료하고 신속하게 3단계 핵폐기 협상으로 나아가야 했다. 그러나 검증문제를 둘러싸고 워싱턴 내부의 고질적인 의견대립이 재연됐다. 국무부는 주춤했고, 비확산 세력이 검증국면을 주도했다. 이명박정부의 출범에 따른 한일 보수동맹이 2008년 워싱턴 내부의 역학관계를 역전시키는 배경이 되었다. 2009년에는 오바마 행정부를 동맹의 덫에 옭아매었다. 8년 만의 정권교체로 준비가 덜 된 오바마 행정부를 한일 양국이 끌고 갔다.


6월 16일 한미 정상회담은 그런 점에서 상징적이다. 한미동맹 공동비전은 미래지향적이기보다는 과거회귀적이다. 이명박정부는 외교가 아니라 정치를 앞세웠다. 시청 앞에서 성조기를 흔들던 우파의 시대착오적 불안감 말이다. 물론 오바마 행정부는 정치와 외교를 분리했다. 흡수통일론과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력을 받아주었지만, 전시작전권 전환 연기를 받지 않았고, 아프간 파병에 협조를 구했다. 말로 줄 수 있는 것은 주고, 대신 실리를 챙겼다.


핵문제는 어떤가? 핵우산의 명시화는 결국 북한의 핵보유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이 5자회담을 주장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협상 포기의 길에 동참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명박정부가 흡수통일론을 들고 나온 것은 이제 남북대화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북한의 전략적 초조감이 낳은 핵보유 질주


어떻게 될까? 북한은 전략적 초조감을 드러내고 있다. 2012년 '강성대국' 건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악화, 그리고 '후계 체제' 등이 배경일 것이다. 일단 핵보유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협상의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조만간 3차 핵실험을 감행할 것이며, 폐연료봉 재처리를 완료하고, 우라늄 농축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북한은 실질적인 핵보유 지위를 얻을 때까지 질주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어떤 대응이 있을까? 지금처럼 제재와 압박이 해법이 될 수 있을까? '핵무기를 먹고 살 수 있나 보자'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북한의 핵보유를 묵인하면서 강력한 비확산체제를 유지하는 전략이다. 논리적으로 가능해 보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선택하기 어렵다. 북한의 핵능력이 계속해서 강화되는데 확산 방지만 주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핵 없는 세계'라는 외교전략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란 핵문제와 제3세계의 잠재적 확산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북한만의 예외를 인정하기도 어렵다. 북한의 핵능력 강화는 결국 확산의 위험성을 내포한다.


제재와 압박이 북한에 고통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걸린다.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응도 전제되어야 한다. 고통을 느끼게 하는 시간보다 북한의 핵능력 강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남북관계에서 제재는 북한에 주는 고통보다 남한의 중소기업들이 입는 피해가 더 크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이미 위탁가공업체 중에서는 도산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기술지도 혹은 설비교체를 위해 방북을 해야 하는데 정부가 금지하고 있다. 김영삼정부 때도 그러지 않았다. 정부가 대화하지 않는다고 민간교류까지 막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북한산 모래의 반입이 중단되자 수도권의 건설용 모래값이 오르기 시작했고, 긴장이 더 지속되면 한국경제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그만큼 올라갈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관리론'


북한의 핵보유를 막았어야 했다. 지금은 늦었다. 몇달간의 상황 악화가 진행된 이후에야 대화의 계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협상의 내용이다. 북한은 과거와 같은 방식의 비핵화 협상보다는 핵군축 협상을 요구할 것이며, 6자회담보다는 북미 양자대화에 집중할 것이다. 또한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4자회담이 아니라 북미 종전선언을 선호할 것이다. 비핵화의 상응조치로 관계정상화를 요구하기보다는 관계정상화를 선결조건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만큼 협상이 어려워진 셈이다. 타이밍을 놓친 대가이기도 하다.


오바마 행정부는 어떻게 나올까? 6월말이 되어서야 커트 캠벨이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로 임명된다. 대북정책 라인이 이제야 완성되는 것이다. 그뒤로 어떤 형태로든 해법을 정리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전략적 관리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신안보쎈터(CNAS)의 최근 보고서(2009.6)는 협상을 통한 비핵화라는 장기적 목표를 추진하되, 단기적으로 긴급한 위협을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법으로는 동맹국(한국·일본)과의 협력, 확산방지, 5자회담 추진, 북한의 협상복귀 유도 등을 제시했다. 제재를 강화하고 동북아 관련국과 공감하면서 북한을 협상장으로 몰아가겠다는 구상이다. 제재와 협상을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국의 대북정책 경험에서 보면 결국 워싱턴에서는 더 많은 제재인가 아니면 더 적극적인 협상인가라는 서로 다른 입장이 대립할 수밖에 없다.


오바마 행정부가 '돌이킬 수 없는 검증 가능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장기적 목표에 앞서, 현실 가능한 북핵 해법을 고민할 것이다. 비확산에 대한 보장은 양국의 신뢰에 달려 있다. 그에 앞서 북한의 핵능력 강화를 멈추어야 한다. 2007년 김계관 대표는 힐 대표에게 "NPT 조약상의 핵보유 국가로 인정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부시 행정부와의 원자력협정 상대국이던) 인도처럼 대해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다. 하지만 북미 양국관계의 수준으로 보아 그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핵관리라는 현실과 비핵화라는 목표를 분리해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 비핵화가 당장 어렵다면, 북한이 핵실험을 중단하고 핵물질(플루토늄과 우라늄)을 더이상 생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될 것이다. 7월에는 캠벨의 지론인 미중일 3국의 차관보급 전략대화가 시작된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향후 일본의 정치변화에 따라 동북아의 강대국이 나서서 '북한 핵을 관리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이명박 외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남북관계는 어떻게 되는가? 1950년대식 반공궐기가 벌어지는 마당에 과연 변화하는 동북아 질서에 참여할 수 있겠는가? 지금 오바마 행정부의 '코리아 패씽'(Korea passing; 한국 건너뛰기)이 나타나지 않아 다행이라고 안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을 둘러싼 엇박자는 미국이 억류되어 있는 여기자를 석방시키기 위해 민간 특사를 보내는 순간부터 시작될 것이다. 여기자는 석방되는데 개성의 유모씨는 계속해서 억류되어 있다면 외교적 무능으로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가을 일본 총선에서 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면, 한일 양국의 보수적 밀월관계도 끝난다.


동북아의 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이명박정부는 대북 제재를 주도한다는 데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러나 국면이 바뀌면 설 자리를 잃을 것이다. 제재가 북한의 핵보유를 멈추게 할 수는 없다. 동북아의 강대국들은 변화하는 정세에서 자신의 전략적 이익을 고민하고 있다. 아직은 안개 속이지만 조만간 해법을 드러낼 것이다. 강대국 중심의 북핵 관리체제든 아니면 미국의 전략적 관리든, 한국의 공간은 줄어들고 분단 고착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한반도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처지로 전락하는 것, 그에 대해서는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돌진할 때는 최소한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 출처: 창비주간논평 2009/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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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킹스 헤리티지 CAP … 정부에 아이디어 주고 쓴소리 하는 ‘제 5권부’

 

싱크탱크(Think Tank)를 빼고는 미국 정치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싱크탱크는 말 그대로 연구자 집단이다. 그러나 단순히 연구만 하는 게 아니다. 현실정치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고 있다. 이념이 맞는 정부가 들어서면 싱크탱크 연구원이 대거 정부에 들어가기도 한다. 그렇다고 정당 소속은 아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정당을 이념적으로 견제한다. 워싱턴에만 이런 싱크탱크가 300여 곳이나 있다. 이들이 매일 쏟아내는 수백 건의 보고서와 세미나는 미국 정부 정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싱크탱크를 ‘제5의 권부’라고도 부른다. 미국 싱크탱크와 정치의 상관관계를 집중 조명해 본다.


미국진보센터(CAP)의 존 포데스타 소장

지난해 11월 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정권인수팀 명단이 공개되자 워싱턴 정가는 술렁거렸다. 인수팀장으로 지명된 사람이 2003년 설립된 싱크탱크(Think Tank) 미국진보센터(CAP)의 존 포데스타 소장이었기 때문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다고는 하나 포데스타는 설립한 지 채 5년도 안 된 새내기 싱크탱크 수장에 불과했다. 더욱이 인수팀의 인사담당도 CAP 연구위원인 카산드라 버츠가 차지했다. 그는 오바마의 하버드 로스쿨 동창이기도 하다. CAP엔 오바마의 정치적 스승이자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톰 대슐 전 상원의원도 있었다. 신생 싱크탱크였던 CAP는 오바마의 당선 이후 하루아침에 신데렐라로 거듭났다.


CAP의 부상은 워싱턴 정가의 지각변동을 의미했다. 대통령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싱크탱크는 인재 공급처 기능도 하기 때문이다. 워싱턴 정가에선 이런 광경이 낯설지 않다. 프랭클린 루스벨트에서 시작해 존 F 케네디, 린든 존슨 민주당 대통령 시절엔 브루킹스연구소가 풍미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때는 헤리티지재단이 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미국기업연구소(AEI) 출신을 대거 발탁했다.


전국 1500개 … 이념 색깔 뚜렷, 정계도 진출


미국의 싱크탱크는 단순히 연구만 하는 집단이 아니다. 반쯤은 정치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아이디어를 팔기 위해 정치인이나 언론에 의도적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겉으론 초당적이라고 내세우지만 대개 이념 색깔이 뚜렷하다. 이념이 맞는 정권이 들어서면 입각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싱크탱크를 입법·사법·행정부와 언론에 이어 제5의 권부(權府)라고 부르기도 한다. 정부 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그러나 재정적으로는 대부분 정당·기업으로부터 독립했다. 싱크탱크가 정당·기업을 향해 쓴소리를 할 수 있는 힘도 여기서 나온다.


싱크탱크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엔 1500개가 넘는 싱크탱크가 있다. 이 중 300개 정도가 워싱턴 듀폰 서클에서 매사추세츠가에 이르는 ‘싱크탱크 거리’에 포진해 있다. 매일 수십 건의 세미나가 이곳에서 열리고 수백 건의 논문이 쏟아져 나온다.


정부 성향 따라 힘 커져 … 치열한 경쟁


현대적 싱크탱크의 효시로는 브루킹스의 전신으로 1916년 설립된 정부연구소(IGR)가 꼽힌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정부가 전시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출범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른 뒤 IGR은 브루킹스로 거듭났다. 그러자 보수진영이 바짝 긴장했다. 특히 두 차례 세계대전을 치르며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정부가 종전 후에도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이에 의기투합한 존 볼턴 등 보수파 학자들이 43년 AEI를 설립했다. AEI는 76년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을 특별연구원으로 채용하며 보수를 대표하는 싱크탱크로 부상했다.


64년 대통령 선거는 기세가 오르던 보수진영에 찬물을 끼얹었다. 기대를 모았던 공화당 배리 골드워터 후보가 민주당 존슨 후보에게 참패한 것이다. 충격에 빠진 보수진영은 패배의 원인을 놓고 고심했다. 그 결과 진보진영의 브루킹스와 같은 영향력 있는 보수 싱크탱크가 절실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여기서 탄생한 게 73년 헤리티지재단이다.


헤리티지는 아이디어 마케팅 개념도 도입했다. 제조업체가 물건을 홍보하듯 싱크탱크도 아이디어를 대중에게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헤리티지는 예산의 20~30%를 홍보에 쓴다. 80년 대통령이 된 레이건은 헤리티지에 날개를 달아줬다. 레이건 정부의 전략방위구상이나 감세를 골자로 한 공급경제학이 모두 헤리티지에서 나왔다.


레이건 정부 때 헤리티지에 밀렸던 AEI는 2001년 조지 W 부시 정부가 출범하자 전세를 역전시켰다. AEI 이사회 부회장이었던 딕 체니가 부통령으로 임명되자 AEI의 ‘네오콘’이 줄줄이 부시 정부에 진출했다. 레이건 이후 보수의 기세에 눌렸던 진보진영도 절치부심했다. 클린턴의 비서실장이었던 포데스타는 클린턴조차 보수 싱크탱크가 만들어 놓은 의제에 휘둘려 진보의 정체성을 잃었다고 판단했다. 이대로 둬선 진보이념을 지키기 어렵다고 판단한 그가 만든 게 CAP다. CAP는 70년대 이후 진보 색채가 옅어진 브루킹스나 진보정책연구소(PPI)를 대신해 진보진영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국제관계·환경·가족 등 특정분야만 다루기도


예산 기준으로 덩치가 가장 큰 곳은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에 본부를 둔 랜드사다. 2차 대전 후 미 공군이 국방과학 연구를 위해 설립했다. 지금도 랜드는 정부로부터 의뢰받는 프로젝트가 많다.


브루킹스·헤리티지·CAP처럼 전방위 정책을 다루는 종합 싱크탱크도 있으나 국제관계나 환경·가족·범죄와 같은 분야에 특화한 싱크탱크도 있다. 국제관계에선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소(CSIS)와 외교위원회(CFR), 국제평화를 위한 카네기 기금이 대표주자다. CSIS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를, CFR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배출했다. 오바마 정부 등장 후엔 CAP와 함께 신미국안보센터(CNAS)가 급부상하고 있다. 2007년 설립된 CNAS엔 클린턴 정부 시절 외교·안보 고위직을 지낸 인물이 많이 포진했다.


한국에서는 정부 정당 기업 연구소 떴지만 ‘민간’은 아직


한국에선 미국과 같은 싱크탱크가 자라지 못했다. 무엇보다 권위주의의 잔재가 남아 정부에 맞서는 보고서를 낼 여건이 안 됐다. 정치권도 미국식 싱크탱크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세계대전 후 미국 정가에선 정책 대결이 본격화했다. 보수와 진보가 정책 차별화에 열을 올렸다. 싱크탱크의 역할이 커진 건 그 덕분이다. 이와 달리 국내에선 지역 대결 구도가 강했다. 정당 간 정책의 차별성은 거의 부각되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정치이념을 대변하는 싱크탱크가 설 자리가 없었다.


인재와 정보를 독점한 강력한 관료집단의 존재도 외부 싱크탱크의 필요성을 약화시켰다. 미국의 싱크탱크는 정부의 전문성 부족을 메워주며 성장했다. 그러나 국내에선 관료집단이 다른 어떤 곳보다 인재와 정보를 더 많이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싱크탱크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지 못했다. 국내 싱크탱크는 먼저 정부 주도로 설립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연구원 외교안보연구원 등이 대표적이다. 국책연구소의 한계상 연구보고서는 대부분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내용에 그쳤다.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뒤에는 지방정부도 앞다퉈 연구소를 설립했다. 서울을 비롯한 거의 모든 광역 지자체가 자체 연구소를 거느리고 있다.


1980년대 들자 기업들도 연구소를 설립하기 시작했다. 삼성 현대 LG 대우 등 대기업들이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보고서가 나오기 시작했다. 2005년 정당법 개정으로 정당이 받는 국고보조금의 30% 이상을 정책연구소에 지급하도록 규정이 바뀌자 정당도 자체 연구소를 두고 있다. 최근엔 정부·정당·기업에 속하지 않은 시민단체나 개인연구소도 등장했다. 그러나 아직은 영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싱크탱크의 장래는 밝다. 무엇보다 정치권에서 보수와 진보의 정책 차별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 출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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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회 인준청문회가 준 감동

철저 검증 속 축하행사처럼

가족과 함께하는 청문회 올 날은

지난 10일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지명자의 인준 청문회가 열린 미 상원 덕슨 빌딩.


캠벨 지명자의 모두 발언이 시작되자마자 방청석 맨 앞줄에서 한 아이가 심하게 울기 시작했다. 아이를 달래던 엄마는 원활한 진행을 위해 아이를 안고 청문회장 밖으로 황급히 걸어나갔다. 그 아이는 캠벨 지명자의 셋째 딸인 크로에였다. 상원 외교위 동아태 위원장으로서 청문회를 주재하던 짐 웹 상원의원은 미소를 지으며 두 모녀를 바라봤다. 캠벨 지명자는 “위원회가 우리 가족을 초청해준 데 감사의 뜻을 표한다”면서 아내인 라엘 브레이너드(재무부 국제업무 담당 차관 지명자)와 세 딸, 그리고 장인과 장모를 차례로 소개했다. 장인인 앨버트 브레이너드에 대해서는 “냉전이 한창일 때 유럽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하면서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분”이라고 경의를 표했다. 캠벨은 방청석의 친구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청문회가 끝난 뒤에는 가족과 친구들이 캠벨을 둘러싸고 그의 등을 두드리며 격려했다. 그의 장모인 조앤 브레이너드는 기자에게 “사위가 돌아가신 사돈 어른들을 대신해 우리를 불렀다”면서 “뜻 깊은 자리였으며 사위가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인준 대상자의 가족들을 청문회장에 초청하는 것은 미 상원의 오랜 전통이다. 지난 4월 열린 고홍주(헤럴드 고) 미 국무부 법률고문(차관보급) 지명자의 인준 청문회장에도 그의 어머니인 전혜성 박사 등 가족들이 방청석에서 고 지명자를 격려했다. 한국계인 리아 서 내무부 정책관리 차관보 지명자 인준 청문회에서도 그랬다. 리아 서 지명자는 가족들을 일일이 소개한 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이들”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가족들이 청문회에 참석했다고 해서 미 의회의 청문회가 통과의례로 끝나지는 않았다.


캠벨 청문회만 해도 그가 진보 성향의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CNAS)를 설립, 운영하는 과정에서 미 기업체로부터 받은 후원금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부 아태담당 부차관보까지 지낸 뒤 공화당으로 정권이 바뀌자 CNAS를 만들었다. 지난 대선 때는 버락 오바마 후보의 외교 정책을 자문했고 오바마 정권 인수위에서 활동했다. 화려한 이력이 말해주듯, 그는 명실상부한 오바마 정부의 실세다. 의원들은 캠벨 지명자가 이런 영향력을 CNAS 후원금 모금 과정에서 악용하지 않았는지를 따져 물었다. 특히 오바마 정부 들어 기업체들의 연구 용역이 CNAS에 대거 몰린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검증 과정에선 여야가 따로 없었다. 캠벨 지명자는 준비한 자료를 제시하며 “규모에 비해선 큰 액수가 아니며 정부 윤리 규정에 어긋나지 않게 처리했다”고 답변했다. 맥락 없이 호통을 치는 의원도 없었고, 부당하게 모욕을 가하는 의원도 없었다. 그들은 묻고 대답할 뿐이었다.


한국 국회의 인사청문회는 여야가 검사와 변호사로 갈려 공방을 벌이는 형사법정을 방불케 한다. 오랫동안 한국의 전투적인 인사청문 분위기에 길들여진 기자에게 미 의회청문회는 다소 생경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미 의회 관계자는 “청문회장의 신사적인 모습과는 달리 검증 과정은 지명자의 대학 시절 주차 위반 전력까지 파헤칠 정도로 철저하다”고 전했다. 캠벨 지명자만 해도 오바마 정부 출범 직후 동아태 차관보로 내정됐으나 CNAS 후원금 모금 과정 의혹 등을 스크린하느라 인준 요청이 수개월 지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지명자는 지명 철회 등을 통해 깨끗이 물러나는 것도 미국 청문 과정의 관행”이라고 덧붙였다. 가족을 초청한 가운데 마치 지명 축하 행사를 치르듯 인사청문이 진행된 것은 겉모습일 뿐, 그 이면엔 철저한 검증 과정과 지명자들의 책임 있는 처신이 전제돼 있다는 것이다.


의혹투성이 인사를 버젓이 고위직에 지명하는 정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는데도 변명으로 일관하는 지명자, 당리당략을 국익에 앞세우는 청문위원들이 존재하는 한, 가족을 초청한 가운데 축하 행사처럼 진행되는 인사청문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명박 대통령이 쇄신 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보도가 나온다. 이번엔 가족들 앞에서도 부끄럽지 않은 지명자들이 인사청문회장에 서길 기대한다.


출처: 세계일보 기사입력 2009.06.14 (일) 21:34, 최종수정 2009.06.14 (일)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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