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2002.10.05

IMF에게 묵시록이 다가오고 있는가?

출처: PICIS 인터내셔널 뉴스
소렌 암브로즈, 2002/09/04,
50년이면 충분하다 네트워크(www.globalizethis.org)


동아시아 금융 위기 이전에 IMF는 마치 '테플론(열에 강한 합성수지-옮긴이)'과 같은 평판을 지녔다. 언론의 조명을 받을 만한 일을 별로 하지도 않았고, 언론 또한 IMF에 대해 별다른 보도를 하지 않았다.
IMF는 IMF에 대해 심심치 않게 나온 비판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판들을 그냥 슬쩍 넘기고 그림자 속에 숨어 있곤 했다.
1997년 중반 태국, 인도네시아와 한국 경제가 몰락하면서 이 모든 것이 변했다. 물론 곧바로 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가장 존경받고 광범위하게 인용되는 세 명의 주류 경제학자가 고통을 더 증가시키기 위해 고안한 처방을 내리려 애쓰는 IMF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 후에는 명백해졌다. 하버드대학 교수이자 남아메리카, 러시아와 동유럽에서 IMF의 전 열성지지자인 제프리 삭스는 IMF의 동아시아 접근법을 최초로 비판하고 나섰다. 당시 세계은행 수석경제학자였던 조셉 스티글리츠 역시 IMF를 비판했는데, 자신의 직책 때문에 공개 발언을 하는 데 있어서는 목소리를 약간 죽이곤 했다. MIT 교수인 폴 크루그먼 또
한 자신의 통상적인 신자유주의 시각으로부터 벗어나 아시아에서 IMF가 너무 지나쳤다고 비판함으로써 조명을 받았다. 당시 크루그먼이 쓴 글들은 그의 [뉴욕타임즈] 정기 칼럼의 기반이 되었다. 이 세 사람이 국제경제학에 있어 미국의 "전통적 지혜"를 구성한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동아시아 위기 이후 수 년 동안 세 명 각자는 '50년이면 충분하다 네트워크' 등이 제기한 지구적 금융 체제와 IMF 및 세계은행에 대한 포괄적인 비판에 전체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하게 밝혔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스티글리츠는 세계은행을 떠난 이래 (IMF를) 가장 신랄한 비판을 해온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모호하고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오로지 IMF에 대해서만 총체적인 비판을 하려 한다. 그는 세계은행과 IMF 두 기구를 구분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면서 세계은행을 찬양하거나 세계은행의 역할이 IMF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한다. 스티글리츠와 마찬가지로, 쿠르그먼과 삭스 역시 자신들이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 경제학 -탈규제, 부유층과 기업에 대한 특혜 부여, 자유무역- 에 대한 직접적인 저항세력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IMF에 대한 비판을 분명히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 수 년 간 지구적 정의 운동이 소리지르고 비난한 결과 이제 대중이 깨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IMF라는 황제는 실제로 옷을 입고 있지 않다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의 직접적인 원인은 당연하게도 아르헨티나라는 유령이 "경제적 몰락"을 끊임없이 재정의하고 있으며 IMF 최대의 대출액 -지난 주 브라질에 준 300억 달러- 이 그 신성한 "투자자 신용"을 회복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대출금을 주기에) 히스테리 외 사실상 별다른 현실적 이유가 없었던 브라질에 말이다. 그러나 이 유명한 경제학자들이 내리고 있는 결론은 남반구에 20년 동안 강제되어온 신자유주의가 더도 없는 재앙이었다는 사실을 전통적 지혜가 드디어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우리는 그 유명인사들과 한 배를 탈 수 없으며, 높은 지위를 자랑하는 개인 몇몇이 현재 정세나 "지혜"를 정의내리도록 내버려둘 수도 없다. 언론의 양심없는 비호를 받아온 이들은 대안적 관점이 얻었어야만 하는 발언권을 가장 적극적으로 봉쇄한 세력이었다. 그런데 그 유명인사들의 결론이 우리의 결론과 의미심장하게도 비슷해져버린 상황에서, 우리는 제국주의 경제학의 횡포로부터 남반구를 해방시키는 투쟁에 이 상황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데 자존심 상할 필요는 없다.
RESULTS(미국 빈곤 퇴치 운동 단체-옮긴이)의 릭 라우든은 고맙게도 지난 3주 동안 게재된 기사들을 모았다. 이 기사에서 우리는 그들의 터부(taboo)가 깨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삭스는 매우 예의바르
게 국제 금융 기관들이 요구하고 있는 채무에 대해 지불거부를 선언하라고 남반구 국가에 주문한다. 크루그먼은 그가 수 년 동안 지껄여왔던 신자유주의의 논리에 대해 상당한 의문을 품고 있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스티글리츠는 그의 새 책 [세계화와 불만]에서 IMF에 맹공을 가했는데, 이제 한 발 더 나아가 IMF 해체를 고려하고 있다.
게다가 동아시아 위기 당시에는 공개적인 평론가가 아니었던 -그 때 그는 수십 억 달러를 챙기고 (그리고 그의 자선사업을 통해 뿌리고) 결과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외환거래업자가 되었다- 조지 소로스의 말도 있다. 소로스는 아시아 금융 위기를 촉발시킨 당사자라는 혐의(물론 그 때 큰 돈을 잃기도 했다)를 여러 사람으로부터 받았는데, 지금은 새로운 현학자 중 한 명이 되었다. 그는 자기를 그렇게도 잘 먹여준 체제를 공격하려는 욕심쟁이 고양이가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통적 지혜의 전환이 어떻게 '객관적인' 보도에 나타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남아메리카 위기에 대한 몇 개 기사도 아래 포함되어 있다. 서술한 것과 기타 다른 이유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시대로 막 진입하는 단계에 서있다.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렸던 지속가능한발전지구정상회담, 아니면 더 구체적으로는 이에 대한 대중적 대응 -더불어 9월 말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때 진행될 강연, 토론, 집회와 직접행동들- 과 함께 우리는 경제가 우리 세상에서 행하고 있는 역할을 재정의하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엔론 내파로 촉발된 기업 스캔들의 사슬이 드러낸 저질스러운 부정부패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멀어지게끔 하는 진정한 "가치 혁명"의 형성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1) 조셉 스티글리츠 (콜럼비아대학 교수; [세계화와 불만] 저자; 전 세계은행 수석경제학자; 클린턴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위원;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


그는 "만약 이 기구들이 필요하다면 백지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보다 개혁하는 것이 낫다고 나는 말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바뀌고 있다"라고 뉴욕 WBAI 라디오방송국 최근 인터뷰에서 말했다. (더그 핸우드의 주간 방송. www.leftbusinessobserver.com에 가면 방송을 들을 수 있다.)
"나는 'IMF의 신용이 너무 침식되어 백지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 조직이 변화를 배우는 데, 더 민주적인 기구가 되는 데에 대한 저항이 너무 심해서 이제는 오늘날의 현실, 민주주의에 향한 보다 큰 열망을 진정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기구를 만들 때가 온 것이 아닐까?'라는 질문을 묻기 시작했다. '개혁이냐 새로운 시작이냐'라는 질문을 다시 한 번 물어볼 때가 왔다." ("다시 시작하기", [파이낸셜타임즈], 2002년 8월 21일 자)


2) 폴 크루그먼 (메사추세츠공과대학;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


브라질과 기타 지역에서 좌파가 부흥하고 있는 이유는 우리가 그들에게 장미꽃 정원을 약속했는데 최근의 위기 이전부터 사람들은 가시만 받았기 때문이다. 10년 전 워싱턴은 남아메리카 국가들에게 만약 그들이 외국 제품과 자본에 개방하고 공기업을 민영화한다면 엄청난 경제 발전을 이룩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만만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는 재앙이다. 메히꼬와 브라질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성공 사례로 지목되었었으나 오늘 두 국가의 일인당 소득은 1980년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 불과하다. 그리고 불평등이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에 대다수 사람들은 20년 전보다 더 악화된 상황 속에서 살고 있다. 더 강력한 긴축재정과 시장질서에 대한 요구에 대해 대중이 짜증내는 것은 당연하지 않는가? 왜 개혁이 약속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는가? 이것은 매우 어렵고 무서운 질문이다. 나 또한 워싱턴컨센서스 전반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버클리대학의 브래드 드롱이 말했듯이 이제는 시장에 대한 나의 신뢰도를 재검토할 때가 왔다. 그리고 우리가 제대로 된 권고를 줬다는 자신감은 무너졌다. 자유시장에 대한 열광은 죽이고 노동자와 빈민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더 많이 하려고 하는 남아메리카 정치지도자들에게 동감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나에게 시사하는 바는 미국은 자기 돈에 대한 대가로 무엇을 요구하는 지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로부터 브라질을 끌어낸다는 것이 남아메리카가 우리 방식대로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위치에 우리가 서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실 우리는 남반구 국가들로부터 많은 신뢰를 잃었다." - "잃어버린 대륙", [뉴욕타임즈], 2002년 8월 9일 자


3) 제프리 삭스 (콜럼비아대학 교수 -최근 하버드대 국제개발연구소에서 이직; 유엔 특별자문)


콜럼비아대학의 제프리 삭스는 HIPC라 알려진 중채무빈국들이 채무 상환액을 보건, 기초 교육과 HIV/AIDS 대처 등 더 긴급한 국내적 필요에 사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8월 중순 저명한 [경제활동에 관한 브루킹 논문집(Brookings Papers on Economic Activity, 브루킹연구소에서 발간하는 산업경제학 전문학술지-옮긴이)]에 실린 그의 논문에서 삭스는 빈곤한 국가들이 매년 수십 억 달러에 달하는 채무 상환을 계속해야만 하는 경제적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삭스는 "더군다나 채권국 중 그 어느 누구도 (백악관을 포함해) 채무국들이 엄청난 인도주의적 희생 없이 채무를 상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돈은 오히려 국내에서 사회적으로 더 긴요한 곳에 지원금으로 재배치되어야 한다. 공식 채권자들에 대한 잔여 채무 상환금을 HIV/AIDS 퇴치 지원금으로 전환해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 가난한 나라들이 밟아야 할 첫 번째 단계이다"라고 말했다. - 에마드 미케이, "제프리 삭스, 가난한 나라에게 말하다: '채무 무시하고 AIDS에 돈써라'", IPS, 2002년 8월 2일 자


4) 조지 소로스 (외환거래업자; 억만장자; 자선사업가)


필요한 구제를 제공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은 현행 국제 금융 체제에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브라질의 문제는 브라질의 잘못이 아니다. 책임은 국제 금융 기구들에게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소위 워싱턴컨센서스는 금융시장의 자체 수정력을 믿어왔다. 그러나 그 믿음은 헛된 것이었다.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끔 해준 이래 위기는 위기를 낳았고 IMF는 사상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을 끌어모아야 했다. 시장근본주의자들은 IMF 구제금융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를 문제삼는다. 아시아 위기 이후 IMF는 베일아웃(bail-out, 채무국이 위험을 전적으로 부담하는 정책-옮긴이)에서 베일인(bail-in, 국제채권단도 일정한 부담을 지는 정책-옮긴이)으로 전환했다. 신흥시장 투자의 실제 위험이 드러났으며, 이후 주변부에서 중심으로 자본이 역류하였다. 사실 금융시장은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최종대부자가 필요한데, 적정 수준의 도덕적 해이 없이는 최종대부자란 있을 수 없다. 모든 선진국은 이 교훈을 국내에서 배웠으나 세계는 아직 배우질 못하고 있다. 현 체제는 균형을 잃었다. 이 체제는 주변부 국가들의 안정성이 아닌 국제 금융 시장을 보전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신흥시장 투자의 위험보상비율을 불리하게 만들었다. 금융시장이 채무재조정 또는 채무불이행의 상당한 위험을 변수로 받아들이는 것은 옳은 일이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채무재조정 또는 채무불이행은) 자기이행적 예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시장을 자체적으로 작동하도록 내버려두면 안 되는 이유이다.
- "브라질을 탓하지 마라", [파이낸셜타임즈], 2002년 8월 13일 자


5) 그리고 스티글리츠의 [세계화와 불만]으로부터 마지막 몇 마디


구조조정 대출, 바나나 쿼터제와 같은 주제는 소수만의 관심거리였다. 이제 교외에 사는 16살 짜리 아이들도 가트나 나프타와 같은 심오한 협정에 대해 분명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 (반신자유주의) 시위는 권력을 잡고 있는 자들로부터 상당량의 자기성찰을 요구한다... 시위대가 등장하기 전까지 변화의 희망이 없었고 불만이 터져나올 통로는 없었다... 프라하, 시애틀, 워싱턴과 제노아 거리를 행진했던 노조활동가,
학생, 환경운동가, 일반 시민이 선진국으로 하여금 개혁을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 스티글리츠, [세계화와 불만],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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