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보연대


정세초점 | 1999.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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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의 ‘단협거부권’ 요구는 노동자의 단결권을 파괴하려는 시도이다

편집부
지난 월요일 11월 29일 중앙일간지에는 아래의 기사가 공통적으로 실렸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회사를 합치거나 나눌 경우, 기존 회사의 노조와 단체협상을 회피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권리’(특권!)를 달라는 전경련의 요구를 다룬 기사였다. 자신의 계급적 본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주장인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것은 자본이 노동을 공격하려는 방향을 암시하는 하나의 징표이기도 하다.

전경련, 단협거부권 공식건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 11월 28일 기업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통합법인을 설립할 경우 사용자가 기존 노조와의 단체협상을 거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전경련은 이날 노동부 등에 낸 ‘기업변동에 따른 노사문제 해결방안’이란 제목의 건의문을 통해 “기업인수․합병 등으로 통합법인을 설립하거나 분사할 경우 신속히 노조를 설립하도록 하되, 여의치 않으면 사용자에게 기존 노조와의 단체협상 거부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철도차량 통합법인과 대림․한화간 유화빅딜 등 기업구조조정이 기존 노조의 반발로 심각한 지장을 받고 있다”며 “기업단위의 복수노조가 현행법상 명백한 불법인데도 법규 미비로 특별한 제재조처가 없어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의 단결을 파괴할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전경련의 요구는 단순히 기업 단위의 복수노조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노동법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IMF사태 이후, 노동의 유연화, 자유로운 대량해고, 정규직의 비정규직화를 통해 노동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구조조정’의 본질이다. 회사를 통합하거나 나누는 것, 빅딜이나 전문화가 구조조정의 본질이 아니라 ‘노동비용의 최소화’가 구조조정의 본질인 것이다. 그러기에 이러한 구조조정은 당연히 노동자의 저항과 반발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회사를 통합하거나, 분사할 경우 노동자에게 최우선적 과제는 당연히 고용승계를 비롯한 ‘노동조건의 변화’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체협약은 노동자에게 최후의 보루이며, 자본과의 투쟁을 통해 획득한 노동자 단결의 상징적이고 제도적인 표현인 것이다. 자본은 구조조정이라는 미명하에 단협을 개악하고, 노동자의 단결권을 약화시키고,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번 전경련 공식요구의 본질은 IMF이후 하나의 절대적인 가치가 된 ‘구조조정’이 노동조합의 투쟁에 의해 멈추어져서는 안되며, 정부는 자본에게 구조조정을 어떠한 제한도, 장애도 없이 추진할 수 있는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철도차량 통합법인과 대림․한화간 유화빅딜이라는 구조조정에서 노동조합의 요구란 고용승계, 노동조건의 개선에 다름아니다. 전경련의 거부권 요구는 바로 이러한 고용과 노동조건에 대한 노동자의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추상적인 요구가 아닌 법적이고 제도화된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간다면
전경련의 거부권 요구 한켠에는 통합이나 분사와 같은 회사의 구조변화를 통해 노동자의 단결권을 약화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 자본은 파업과 쟁위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등 각종 방법을 통해 노동조합운동을 공격하고 있다. 그들은 노동자운동을 약화시킬 수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번 전경련의 거부권 요구가 제도화된다면 우리는 노동조합운동에 대한 새로운 탄압수단과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혹은 임단투과정에서 노동조합의 투쟁력과 단결력이 강화되어 간다면, 자본은 통합과 분사와 같은 구조변화를 시도하면서 노동조합의 단결력을 약화시키고, 법적인 거부권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의 움직임을 놓히지 말고, 우리의 대응방도와 힘을 길러야 한다. 저들의 움직임은 바로 노동을 향한 공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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